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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사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록일 2022-01-03 20:26 게재일 2022-0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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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발표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빈부격차는 매우 충격적이다. 2021년 기준으로 소득불평등을 보면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6.5%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전체소득의 16%를 얻는데 그쳤다. 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서 상위 10%가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5.6%에 불과했다.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를 비교해보면 소득 기준으로는 14배, 부를 기준으로 하면 52배나 된다. 이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자본주의 선진국보다도 훨씬 큰 격차이다.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다수 국민들이 우리사회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격차사회를 자본주의·자유주의·능력주의라는 명분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양극화된 사회, 계층 사다리가 끊어진 나라에서는 민주주의 원칙인 대화와 타협은 무력해지고 절망과 분노, 투쟁과 쟁취가 판을 친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경제의 존립기반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자유민주주의체제는 붕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사회는 롤스(J. Rawls)가 말한 ‘개인의 자율과 책임의 바탕 위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격차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특히 가진 자들의 각성과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의 올바른 인식과 능력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일정한 격차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극심한 격차는 공동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최저임금과 부동산세금의 인상으로 경제적 약자의 편에 서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념적 편향성이 강하고 무능한 정부, 공정과 정의를 말로만 외쳤던 대통령은 약자의 고통을 가중시켰을 뿐이다. 선거에 불리하다고 시행을 앞둔 정책들까지 다시 주워 담는 대통령 후보를 보면 그가 집권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안 봐도 삼천리’가 아니겠는가?

우리에게는 가진 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절실하다. 영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면 귀족이 가장 먼저 전쟁터로 달려갔고, 프랑스에서는 나라가 어려울 때 가진 자들이 먼저 희생을 자청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의 힘으로 불의를 정의라고 강변하고, 부유한 자는 더 많은 부를 가지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강자의 갑질’에 눈물로 저항하는 ‘약자의 미투운동’이 처연하다. 대장동게이트로 수사 받던 ‘권력의 아랫선’은 죽음을 선택했는데, 그에게 지시했던 ‘권력의 윗선’은 아무런 죄의식도 없으니 기가 막히는 나라가 아닌가? 우리가 가야할 길은 나만 잘 살겠다는 ‘냉혹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자본주의’이다. 격차사회의 극복은 가진 자들이 확고한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도덕적 의무’를 다하고자 할 때 비로소 그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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