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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외교 vs 균형외교

등록일 2025-09-30 08:03 게재일 2025-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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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외교에서 동맹파와 균형파의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주의 동맹관, 미·중 전략경쟁, 북·러 군사동맹, 북·중·러 결속강화 등 외교환경의 변화가 그 주된 요인이다. 현 정부가 전 정부의 ‘가치 중심 동맹외교’를 비판하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선언한 명분이기도 하다.

국민여론도 분열되어 있다. 여론조사(리얼미터, 2025년 1월 23일)에 의하면 국민의 55.0%가 균형외교를, 37.3%가 동맹외교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역별로는 TK를 제외한 전 지역, 연령별로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균형외교 지지가 우세하며,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와 중도는 균형외교를, 그리고 보수는 동맹외교를 지지하고 있다. 물론 외교전문성이 없는 일반국민들의 생각이지만 분열된 국론은 외교정책 추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외교노선이 바뀌고 국론이 분열된다면 일관성 있는 외교를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동맹외교 또는 균형외교를 주장하거나 추진할 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최고의 국익은 국가안보이며, 현재의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관계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의 비중이 같을 수는 없고 또 같아서도 안 된다. 전쟁과 평화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외교의 중심을 동맹에서 균형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균형외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비중은 미국 대 중국이 5:5가 아니라 6:4 또는 7:3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동맹외교와 균형외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환경에 따라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러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중요하고,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균형외교도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고, 한중관계는 전략적·경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미·중 패권경쟁이 극심할 때는 동맹의 편에 설 수밖에 없겠지만, 경쟁이 완화되면 균형외교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커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한반도 주변 4강관계가 경쟁적이기보다는 협력적일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맹외교 및 균형외교와 함께해야 할 현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분명한 철학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실용외교가 동맹의 이완을 초래하거나 기회주의로 비쳐서는 안 된다. 실용외교가 동맹파와 균형파의 갈등을 어정쩡하게 봉합하거나 강대국들의 압력에 원칙 없이 흔들리면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실용외교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재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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