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권력의 폭주를 멈추게 하려면

등록일 2025-12-22 17:01 게재일 2025-12-23 19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집행권력(정부)과 입법권력(국회)이 폭주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집권세력의 ‘권력도취병’이 재발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집단 퇴정한 검사들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고, 정부는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핸드폰 조사를 하는가 하면, 민주당은 위헌 소지와 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란을 빙자하여 ‘정의를 독점하는 정치’로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나는 정의, 너는 불의’라는 권력의 독선은 ‘정의를 수호하는 정치’가 아니라 ‘힘으로 정의를 포장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정부여당이 사법부까지 장악하기 위해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삼권분립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으니 권력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괴물이 되며, 괴물이 된 권력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킨다.

이러한 권력의 폭주를 누가,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정부여당의 폭주를 견제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야당에게 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 팬덤들에 휘둘리고 있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지난 6개월 동안 20%대(민주당은 40%대)에 멈추어 있으며, 장외투쟁으로 여론에 호소해보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반성하고 혁신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국민과 함께해야 권력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

한편 언론의 역할과 책임 또한 무겁다.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보수 또는 진보 정권에 관계없이 정론직필(正論直筆)해야 한다. 언론이 정권의 이념적 성향이나 친소관계에 따라 지지 또는 비판한다면 권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는가? 보수정권이 잘못하면 보수언론도 비판하고, 진보정권이 잘못하면 진보언론도 비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인의 상식이 아닌가?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지지 또는 비판하는 ‘정파적 해바라기 언론’은 결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으며 국론의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주권자인 시민의 각성이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이다. 주권자는 시위·청원·캠페인 등 조직화된 압력으로 권력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으며, 선거를 통해서 권력 자체를 교체할 수도 있다. 아무리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주권자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시민의 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주권자는 진영논리에 빠지거나 편파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깨어 있는 시민’이란 ‘권력의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다. 전 정권의 계엄을 거부했던 것처럼,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도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정의롭고 공정한 주권자의 이성적 판단만이 권력의 폭주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세상을 보는 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