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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정의

등록일 2026-01-19 16:59 게재일 2026-0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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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권력’과 ‘정의’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당위적으로는 ‘권력이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권력이 정의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파스칼(B. Pascal)이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고 갈파했듯이, 권력정치에서는 ‘권력과 정의의 동행’, 즉 ‘정의로운 권력 행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권력이 정의와 동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은 마약’과 같고, 마약에 취한 권력이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왜곡’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말하는 정의는 이념적 성향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정의’로서 ‘보편적 정의’가 아니라 ‘선택적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천사, 당신은 악마’라는 ‘독선적 정의관’이 지배하는 권력의 세계에서 ‘정의는 강자의 전유물’이 되고 약자의 정의는 무시됨으로써 ‘정치는 전쟁’이 된다.

정의는 어떤 가치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공리주의·자유주의·공동체주의 등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론을 둘러싸고 끝없는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물론 권력 자체는 정의도 불의도 아닌 중립적 개념으로서 천사 또는 악마가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권력은 그 속성상 천사보다는 악마가 될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 권력을 잡으면 ‘기존의 정의’를 뒤집고 ‘권력을 위한 정의’를 새로 만들어 ‘정의를 독점하는 정치’를 강행함으로써 ‘독재라는 괴물’이 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야의 정치행태는 과연 정의로운가?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정부여당은 정의부(ministry of justice: 사법부)를 겁박하고 법을 개정하여 삼권분립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 견제와 균형으로 권력남용을 막고 정의를 수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무력화되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정의를 위하여 사법부를 개혁하겠다는 권력의 주장은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정의’가 아니라 ‘권력의 이익을 위한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야당의 권력 행사는 또한 어떤가?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야당의 책임이 막중한데,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을 반성하고 혁신할 줄 모르니 앞날이 캄캄하다. 비상계엄이라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 행사로 정권을 잃었으면서도 당 윤리위원회는 오히려 계엄을 막았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하였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여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야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은 그 속성상 스스로 정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식인·언론·시민사회 등 깨어있는 주권자들이 두 눈을 더욱 부릅떠야 한다. ‘야누스의 두 얼굴’이 ‘인간의 양면성’이요 ‘권력의 속성’임을 인식하고, 힘이 정의를 지배하지 않도록 정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오직 정의로운 권력만이 나라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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