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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재건을 위한 고언(苦言)

등록일 2026-02-23 16:00 게재일 2026-0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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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수구보수의 길인가, 혁신보수의 길인가? 선거 승리의 길인가, 패배의 길인가? 윤석열과 절연하라는 혁신파의 목소리는 작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수구파의 목소리는 크다. 장동혁과 한동훈, 반탄파와 찬탄파, 수구파와 혁신파의 대립은 길 잃은 보수정치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중병에 걸려 허덕이고 있는 보수에게 미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진통제 처방이 아니라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이다. 곪아 썩어가고 있는 가짜보수를 방치하면 진짜보수가 위험해진다.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는 줄도 모르고 수술을 거부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부분적 보수(補修)’가 아니라 ‘전면적 재건축’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첫째, 잘못된 과거와 확실히 결별하는 것이다.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이미 헌재가 법적 판결을 내렸고, 국민이 대선에서 정치적 심판을 했다. 그럼에도 장동혁이 찬탄파를 축출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세력과 야합하는 것은 보수를 아끼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여론조사결과(한국갤럽, 2026년 2월 6일)를 보면 장동혁이 ‘잘못한다(56%)’는 응답이 ‘잘한다(27%)’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윤석열의 그림자를 지우고 민심에 역행하는 극우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가짜보수가 진짜보수로 거듭나는 그 첫 출발점은 바로 ‘잘못된 과거와의 결별’에 있다.

둘째,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보수는 수구가 아니다. 수구는 변화를 싫어하고 옛것만 지키려하지만, 보수는 시대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모색한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보수가 아니라 수구보수로 퇴행하고 있다. AI혁명으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낡은 사고에 갇혀 보수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외관보다 내용을 중시해야 할 보수가 내용의 혁신 없이 당명만 바꾸어서 유권자를 속이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나, 보수의 핵심가치인 법과 질서를 어긴 윤석열을 두둔하는 것은 모두 보수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에 수반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혁신의 고통’이 따른다. 혁신을 위해서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극우세력에 기대어 당권을 지키려는 당대표, 보수의 미래보다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극우의 선동에 이성을 잃은 강성 당원들 등 구성원들의 이기주의와 독선이 당을 망치고 있다. ‘국민이 명령하는 혁신’에 부응해도 모자랄 판에 ‘마이 웨이(my way)’를 고집한다면 재기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당심(黨心)이 아니라 민심(民心)’이며, 당심은 결코 민심을 이길 수 없다. ‘민심을 받드는 혁신의 고통’이 바로 ‘사즉생(死卽生)’이요 ‘보수 재건의 길’임을 왜 모르는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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