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성찰의 계절’인데 권력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은 성찰할 줄 모른다. 여당은 오만하여 폭주하고, 야당은 무능하여 헛발질이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표류 중이다. 국민을 빙자하여 개인적·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정략적 술수가 갈수록 교활하다.
먼저 오만한 여당의 정치행태를 보라. 당 대표 정청래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하면서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하며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있다. 여당은 정치적 목적으로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하는가 하면, 국감을 핑계로 대법원장을 불러놓고 모욕했다. 이는 “선출권력(국회·정부)이 임명권력(법원)보다 서열이 높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과 동일하며,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왜곡하는 선출권력의 오만이다.
게다가 사법개혁을 빙자한 입법폭주도 심각하다. 여당은 선거법 개정, 대법관증원, 법관평가제, 재판소원제 등을 야당의 반대와 위헌 우려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른바 ‘이재명 면소법(免訴法)’이라고 비판받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이미 통과시켰고,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고 ‘법관평가제’를 도입하여 사법부를 장악하려한다.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도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는 ‘사실상의 재판 4심제’로서 위헌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장기집권과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에 유리한 환경조성에 혈안이다. 정책의 초점이 ‘국민의 삶’이 아니라 ‘정권의 안위’에 있으니 여당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한편 무능한 야당의 행태는 또 어떤가? 지난 3월 개신교 집회에서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강변한 장동혁이 당 대표가 되자 내란수괴 혐의로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은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라”는 민심과 싸우려는 어리석음이다. 당내에서도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김재섭의원), “당을 나락으로 빠뜨린 행위”(정성국의원) 등의 비판이 거세다. 오죽하면 봉은사를 찾아간 당 대표에게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야당이 건강해져야 한다.”고 하면서 “정치는 계산이 동반돼는 것이니 현명하고 지혜롭게 계산을 잘하라”고 당부했겠는가?
당 대표의 판단력이 이처럼 한심한데 중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당은 길을 잃고 헤매도 중진들은 제 살길 찾기에 바쁘다. 이들은 대부분 영남출신이니 변화에 둔감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PK가 이탈 중이어서 멀지 않아 TK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전한길 같은 극우세력에 휘둘리면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이 돌아선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이런 판단력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혁신을 통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이처럼 ‘여당은 오만’하고 ‘야당은 무능’하니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나라 주권자의 운명이요 책임이다. ‘진영의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에 선 주권자의 ‘공정한 회초리’만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