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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노년의 공부

등록일 2025-10-13 16:52 게재일 2025-10-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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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백세시대의 명암(明暗)이 교차되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이 개선된 것은 축복이지만, 사회적 변화·경제적 빈곤·정신적 고독 등은 커다란 도전이다. 백세시대의 노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관심과 지원 못지않게 개인의 노력, 특히 ‘노년의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는 평생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첨단과학기술이 삶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청년과 노인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문맹(digital illiteracy)’은 단순한 불편에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문화적 소외를 초래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실질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디지털 문맹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우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이 나이에 뭘 배우겠느냐’는 생각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며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다. 청년들에게 인생의 멘토(mentor)가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독선에 빠진 꼰대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민주주의·개인주의·수평질서가 지배하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사고와 능력을 가질 수 있을 때 노년의 삶도 행복해진다.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첨단지식을 배울 수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다.

노년의 공부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마음공부’이다. 노년의 품격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서 나온다.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피할 수 없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신체건강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신건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노인이 되면 몸이 유연성을 잃듯이 생각도 점점 더 굳어진다. 노년의 ‘신념’은 자칫 ‘아집(我執)’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젊은이들을 ‘싸가지 없다’고 비판하면서 ‘꼰대가 되어있는 자신’은 왜 돌아볼 줄 모르는가? 여기에 노욕(老慾)까지 겹친다면 구제불능이다.

‘인생의 가을’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이다. 하이데거(M. Heidergger)는 “죽음이 삶의 본래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고 했고, 톨스토이(L. Tolstoy)는 “죽음을 대면하고 살아갈 때 삶의 성장과 초월이 일어난다”고 했다. 영안실에서는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명복을 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죽은 자도 산 자에게 “제대로 살다가 오라”고 충고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죽음을 기억하고 살아갈 때 우리는 ‘삶의 본래성’을 회복함으로써 거짓된 삶으로부터 진정한 삶으로 거듭날 수 있다.

노년의 삶은 평화로워야하며,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마음공부 여하에 달려 있다. 마음공부를 위해서는 자연과의 대화도 좋고, 명상을 통한 자기성찰도 좋으며, 책을 통한 성현들과의 만남도 좋다. 마음공부를 일상화함으로써 자신이 만든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자유인으로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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