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형 사고 처리 위해 집 비워 할머니, 사망 소식 몰라 안타까움 현지경찰 용의자 중국인 3명 검거 “극심한 고문 사망의 직접적 원인” 경찰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 검거”
12일 캄보디아에서 숨진 채 발견 된 대학생 A씨의 예천군 집 주변은 오가는 사람 없이 정적만이 가득했다. A씨의 할머니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A씨의 아버지와 형은 사고 처리를 위해 며칠째 집을 비웠다.
할머니는 손자의 사망 소식 조차 모르고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이웃 주민 B씨는 “평소 한 없이 착한 청년이었는데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꾐에 빠졌던 것 같다”며 슬퍼했다. 이어 “엄마가 없어 어릴적부터 할머니가 손자들을 키우다 시피했는데, 행여 마음을 다칠까봐 사고 소식을 (할머니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예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캄보디아 캄포트주 검찰청은 A씨(22) 사망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을 살인 및 불법 온라인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캄보디아 정부 산하 국영통신사 AKP(Agence Kampuchea Presse)는 지난 10일 정보부 공식 포털을 통해 이번 사건의 내용을 보도했다. AKP에 따르면 피해자의 시신은 지난 8월 8일 새벽 2시쯤 캄포트시 상캇 북캄퐁베이 마을의 검은색 포드 F-150 랩터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중국인 2명을 긴급 체포했으며, 이후 캄포트주 보코르시의 한 빌라를 급습해 추가 용의자 1명을 검거했다. 해당 빌라에서는 불법 온라인 운영의 징후도 포착됐다.
예비 부검 결과 피해자는 온몸에 심한 타박상과 상처가 남은 채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경찰은 “극심한 고문이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소된 3명은 현재 캄포트주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며, 수사당국은 법적 절차에 따라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외신이 보도한 ‘유족이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캄보디아 당국은 유족이나 대사관으로부터 어떠한 신고나 정보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과 긴밀히 협력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며, 남은 용의자와 공범들을 추적·검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A씨를 “캄보디아에 가면 통장을 비싸게 사준다”며 속여 출국을 유도한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국내 모집책들이 해외 범죄조직과 연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의 시신은 현지 행정 절차 지연으로 두 달째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다. 외교부와 경찰은 시신 송환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안진·이도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