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은 삼권분립에 있다. 우리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듯이 입법권(국회)·행정권(정부)·사법권(법원) 등 세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삼권분립이 파괴되면 권력의 집중과 남용으로 민주공화정(民主共和政)은 무너지고 독재의 문이 열린다.
누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가?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삼권분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 다음은 직접 선출권력, 그 다음이 간접 선출권력”이라고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권력서열론은 삼권분립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이 모두 대등하지 않다면 어떻게 서로를 견제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에서는 그 누구도 삼권분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선출권력(국회·정부)이 임명권력(법원)보다 높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사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선출권력이라고 해서 임명권력을 제멋대로 평가절하 할 수 없다. 자칭 ‘국민주권정부’라고 하면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수호해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삼권분립 파괴도 심각하다.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축출하기 위해 벌이는 반헌법적·비민주적 행태는 갈수록 가관이다. 아무 근거도 없이 ‘조희대한덕수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재판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근거를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재판공개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게다가 국정감사를 악용해 대법원장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하고, 답변을 거부한 대법원장에게 온갖 모욕을 주었다. 문재인 정권 때 민주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감 답변 거부를 삼권분립을 이유로 옹호했던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게다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또 어떤가. 그 배경은 사법부의 판단을 못 믿겠으니 국회와 정부가 특별법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민주당의 박희성 의원조차도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는 헌법(제101조)의 개정 없이 특별재판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는데,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은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고 했다고 하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사법부를 겁박하고 재편(再編)하려는 것은 장기집권의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을 무산시키거나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권력은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음을 명심하라. 높은 대통령지지율과 압도적 국회의석을 가지고도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