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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로 늘어난 취약계층민 삶 살펴야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이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합친 수를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중위소득의 30∼50% 이하이고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이다.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의 바로 위 저소득층을 의미한다.지난 1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는 빈곤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매우 충격적 현상이다. 빈곤층 양산을 코로나 사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은 아니다. 문 정부 들어 3년 반 동안 빈곤층의 수가 55만명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코로나 사태 말고도 문 정부의 경제실패도 빈곤층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여진다.그러나 지난 한해동안 빈곤층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 사태가 한 몫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경제를 더 악화시키고 취약계층의 고용을 어렵게 하면서 그들의 삶을 더 궁핍하게 몰아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경북도내 빈곤층 수가 늘고 포항시만 해도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작년말 기준으로 2만5천여명으로 전년보다 24%가 늘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현황 자료에 의하면 작년 11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빈곤층은 272만여명이다. 2019년말보다 24만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동안 빈곤층 수가 무려 55만명 이상 늘었다.빈곤층의 증가는 특정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공통의 문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다. 지금도 일선시군 행정복지센터 창구에는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초생활수급 상담을 요청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의 연쇄도산 등도 사회적으로 불안한 요인이다.정부나 자치단체가 나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히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고 경제회복도 불투명한 분위기여서 당분간 취약층의 빈곤 문제는 더 악화될 소지도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과 함께 착실히 쌓아온 사회안전망의 존립이 심각히 흔들릴 문제라서 당국의 관심이 더 절실하다. 포항시가 3월부터 두 달간 빅데이터를 활용해 취약계층민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발굴, 지원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삶을 살피는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2021-01-18

자라 보고 놀란 가슴

포항시민에게 지진은 악몽이다.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5.4규모 지진은 포항시민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아직 남아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포항시민 3명 중 2명이 “포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으니 포항지진이 안겨준 트라우마의 위력이 놀랍다 하겠다.2008년 5월 중국 쓰찬성의 규모 8.0 강진은 7만명의 사망자와 40만명의 부상자를 냈다. 450만동의 건물이 파괴되고 도로붕괴, 교통마비, 통신두절 등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했다.지진이 일어난 후 “지진 전 두꺼비떼 대이동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쓰찬성 대지진의 전조가 미리 있었던 것 아니냐는 후일담도 나돌았지만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1년 쓰찬성 청두에서는 실제로 두꺼비 대이동이 도심에서 발견돼 또한번 대지진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속설에는 지진 전조현상으로 개미, 두꺼비 등 동물의 이동이 일어나고 땅 울림이 있다든가 산사태나 단층에 있던 가스가 갑자기 새어나오면서 냄새가 나는 것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경주지진 이후 2016년 7월 부산과 울산시내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와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괴담이 돌았다.20세기 전 과학적 감지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현상을 전조현상으로 보고 지진에 대비했다. 그러나 일부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 지금은 괴담정도로 취급된다.지난 14일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매오징어 떼죽음이 발견되면서 누리꾼 사이에 “지진징후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 사태 등 지구상 이상징후가 곳곳에서 등장하자 요즘 우리 심정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처럼 돼 버린 것 같다. 씁쓸한 기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17

감사원 공격… 소금 향해 ‘짠맛’ 시비하는 격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집 지키는 개’ 취급을 하며 비난하고 나서자 여권이 우후죽순 감사원 때리기에 나섰다. 정부가 2014년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을 놔둔 채 2017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것의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들여다보는 데 대한 반발이다. 감사원은 조직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뿐,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 공격은 소금을 향해 “왜 짠맛을 내냐”고 시비하는 우스꽝스러운 행패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전광훈, 윤석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는 어이없는 말도 했다.더 기가 막힌 것은 여당인 민주당 곳곳에서 “명백한 정치 감사”(양이원영 의원),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송갑석 의원) 등 비난 공세가 파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탈원전’이 얼마나 심각한 실정(失政)이면 저토록 제 발 저린 반응을 드러낼까 싶기도 하다.정부 여당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대통령 주변의 비뚤어진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망가뜨릴지 걱정스럽다”는 비판에 수긍이 간다.천문학적 규모의 국익을 파괴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검증과 책임추궁은 필연적인 국가과제다. ‘대통령의 공약’이니, ‘통치행위’니 하면서 면죄부부터 들고나오는 것은 독재정권 때나 가능했던 구태정치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해 4월 실·국장 회의에서 했다는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감사원은 국가행정의 부패를 막는 최소한의 방부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헌법기관이다. 소금을 향해 “왜 짜냐”고 타박하고, 감사원을 개집 취급하는 한심한 인식수준으로 도대체 뭔들 제대로 해내겠나.

2021-01-17

거리두기 연장, 방역수칙 잘 지키는 게 관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31일까지 더 연장했다. 그러나 일부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수도권 실내 체육시설과 노래연습장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방역 준수를 전제로 영업을 완화했다. 또 카페도 오후 9시까지 실내 취식을 허용하고 종교시설도 소수 대면진행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수도권과는 달리 카페와 노래연습장, 실내 체육시설, 음식점 등의 영업금지 시간을 현행 오후 9시에서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했다. 집합 금지됐던 무도장과 무도학원은 시설면적 제한으로 밀집도를 조정했다.이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속에서 일부업종의 규제를 완화한 것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하루 500명대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자영업자의 고통을 그냥 외면할 수 없는 속 사정도 있다.17일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20명으로 엿새째 500명대를 유지했다. 하루 1천명대를 웃돌았던 지난달에 비해서는 확연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는 1천명 아래로 떨어졌으나 현재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 500명대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500명 정도면 폭발적으로 돌변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현재의 신규 확진자 발생을 감소로 보는 것보다는 정체 상태로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전국적으로 아직까지 집단감염의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BTJ 열방센터와 관련한 확진자가 꾸준히 발견되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자가 756명에 이른다. 아직 1천명이 넘는 사람이 검사를 받지 않아 방역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대구와 경북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두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조금의 방심이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정부가 일부 업종의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풀릴까 걱정이다.다음 달 설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부분적 방역조치 완화가 신경이 쓰인다. 당국의 방역기준 완화는 위험인자 증가와 비례한다. 보건당국의 불가피성 때문에 일부 완화조치가 이뤄졌으나 이젠 국민 각자가 방역수칙 준수로 코로나 확산세를 꺾어야 한다. 코로나 극복까지 아직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2021-01-17

‘사면’과 ‘박해’ 사이

안재휘 논설위원1866년(고종 3년) 천주교 탄압 교령(敎令)으로 인해 베르뇌 주교를 비롯한 프랑스인 사제 12명 중 9명과 다수의 신자들이 체포된다. 사제들에게는 원한다면 본국 프랑스로 보내 주겠다고 제안하고, 신자들에겐 배교(背敎, 천주교 신앙을 버림)하면 석방해 주겠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사제들과 신자들은 이를 능멸로 받아들여 순교의 길을 택했다. 병인박해에서 십자가를 밟기만 하면 살 수 있는 길을 거부하고 잠두봉에서 순교한 교인들은 무려 8천 명을 헤아린다.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정가의 화두로 떠돈다. 애초에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론 애드벌룬을 띄웠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러잖아도 겨누고 있던 친문 세력의 집중포화를 받아 치명적 내상만 입고 무춤한 상태다. 언급을 삼가던 대권 주자 지지여론 1위 이재명 경기지사도 ‘부적절’ 쪽에 무게를 실어 또 한 번 약은 처신을 드러냈다.사면은 선고의 효력 또는 공소권 상실, 형 집행을 면제시키는 국가원수의 고유 권한이다. 헌법 제79조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는 조문에 근거한다. 좁은 의미로는 선고 효과의 전부나 일부 또는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일을 말하고, 넓은 의미로는 대상자들의 복권까지 모두 포함한다.우리 정치사 고비 고비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은 다양한 형태로 행사돼왔다.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정적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쪽으로 단행되지만, ‘끼워 팔기’식으로 우군세력의 정계 복귀문을 열어주는 기능도 함께 해왔다. 대통령의 ‘사면’ 단행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현존하는 정치권 인사의 상당수는 정치무대에서 영원히 사라져 지금 볼 수 없었을 것이다.논란 중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놓고, 집권당 민주당은 부정적인 지지층 여론을 핑계 댄다. 야릇한 일은, 가당치도 않은 사유들을 붙여서 ‘박근혜는 되고, 이명박은 안 된다’고 갈라치는 편견이다.항복문서 내지는 반성문을 내면 용서해주겠다는 식의 논법은 ‘사면권’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하긴 반성문을 쓰고 풀려난 뒤 시대가 바뀌어 대통령까지 오른 인사도 있으니 이런 논란들이 다 무소용하긴 하다. 정적에게는 ‘항복문서’를 전제로 베푸는 은전이 되고, 동지에게는 ‘훈장’이 되는 사면은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방종이다.지난 2019년 5월 21일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일찌감치 꺼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사족이 떠오른다. 문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태도를 보면 아마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인도주의적 결정 영역이라면 ‘형집행정지’나 ‘가석방’도 있다. 여론조사 수치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지지세력의 참섭(參涉)에 좌우되는 사면은 이미 사면이 아니다. ‘십자가를 밟으면 살려 주겠다’는 식의 천박한 권력 갑질은 오로지 인격 말살을 강제하는 가혹한 ‘박해’로 기록될 따름일 것이다.

2021-01-17

포항 신성장 바이오산업 혁신 플랫폼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와 이인리 일원에 148만m2(약 45만평) 규모의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가 조성되고 있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조성되고 있는 산업지구는 첨단 융복합산업의 거점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포항의 3대 바이오 혁신성장 플랫폼인 포항지식산업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가 구축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포항지식산업센터는 총사업비 240억원이 투입되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공지능, 바이오, ICT/SW, 그린에너지 분야의 유망기업 등을 지역에 유치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되는 임대형 시설로 기업 입주시설, 홍보전시실, 대회의실 등을 비롯하여 각종 편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입주 대상기업은 4차산업 관련 기업과 강소특구 연구소기업, 지역전략산업 관련 기업 등이다. 1월 말에 입주공고를 거쳐 총 53개 기업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총사업비 458억원이 투입되어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구축되고 있으며 향후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거점시설로 활용될 계획이다. 모든 생물체의 구조적, 기능적 기본 단위인 세포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세포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백질 및 핵산과 같은 많은 생체분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세포막에는 세포 내외로의 물질수송이나 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신호전달 수용체 등의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으며 세포막 단백질의 기능이상은 곧바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 상용화되고 있거나 개발되고 있는 화합물 신약의 50~60%는 세포막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구축되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극저온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세포막 단백질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암과 감염성, 대사성, 뇌, 심혈관, 희소 질환 등 6대 중증 질환에 대한 항체의약품과 신약 후보물질을 찾기 위한 거점시설로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구축되고 있다.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더불어 향후 1천5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신약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예정이다.그린백신 실증지원센터는 국내 최초로 구축되는 그린백신 생산지원시설로 총사업비 165억원이 투입되어 본관 1개동(지상 3층)과 별관 1개동(지상 1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린백신은 담배와 같은 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생산하는 백신으로 기존의 유정란이나 동물세포를 활용하여 생산하는 방식에 비해 신속하고 안전한 백신생산이 가능해 미래 안전사회를 주도할 유망 과학기술로 인정받고 있다.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의 원인으로 인해 돼지열병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구제역 등과 같은 동물 감염병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19 등의 인체 감염병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하면 4~6주 이내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어 빠르게 퍼지는 감염성 질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독감이나 코로나19 대응 그린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현재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캐나다의 메디카고(Medicago)와 미국의 캔터키바이오프로세싱(KBP)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두 기업 모두 글로벌 담배회사에서 그린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KBP사는 세계적인 담배 브랜드인 BAT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FDA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캐나다의 메디카고사는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지원으로 담배에서 생산한 코로나19 그린백신의 임상 1상을 완료하였으며, 현재 임상2/3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흡연용으로 사용되는 담배는 니코티아나 타바쿰(Nicotiana Tabacum)종이며, 그린백신 생산에는 연구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Nicotiana Benthamiana)종이지만 담배를 활용하여 백신을 생산하는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담배기업이 그린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그리고 2019년에 세계 최초로 담배를 활용한 돼지열병 마커백신을 개발한 국내 중소벤처기업에서도 코로나19 그린백신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국내 원천기술로 개발된 그린백신이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을 것이다.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2019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어 첨단기술기업과 연구소기업이 각종 사업비 지원과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포항 3대 바이오 혁신성장 플랫폼을 기점으로 인근에 한미사이언스, 바이오앱 등 유망 바이오기업이 3천672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향후 바이오, IT 및 첨단신소재 분야 국내외 유망기업이 집적화되고 첨단기술 기반의 제품개발을 통한 매출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포항이 바이오헬스산업 글로벌 거점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1-17

헴프는 무엇인가

손광영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지난해 7월 6일 안동시가 대마특구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대마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즈음에 우리 안동시민들에게 ‘대마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시민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고 향후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대마(헴프)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우리가 흔히 ‘대마’ 또는 ‘대마초’라 부르는 건 ‘칸나비스 사티바 엘’(학명:Cannabis Sativa L.)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칸나비스를 과학적으로 분류하자면 속씨식물문, 장미목, 삼과의 한해살이 식물에 속하며, 세 가지 종(사티바·인디카·루더랄리스)으로 나뉜다. 중앙아시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그 기원을 남아시아에서도 찾는다.그렇다면 ‘헴프’란 뭘까? 대마초나 마리화나를 말하는 걸까? 중독성 마약이 아닐까? 위험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마로 알고 있는 헴프(Hemp)는 칸나비스를 지칭하는데, 이는 환각성 약물로 활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이는 모든 ‘칸나비스’를 의미한다.환각제로 유통되는 칸나비스를 제외하고 대마줄기 껍질(섬유·삼베), 씨앗(헴프씨드) 또는 기름(헴프씨드오일) 그리고 대마속대(건축자재) 등의 칸나비스가 바로 ‘헴프’이다.특히 서양에서 ‘헴프’라고 하면 산업용 칸나비스를 두고 하는 말인데, 주로 섬유산업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뤄왔다. 의료용 칸나비스 또는 의료용 마리화나(MMJ, medical marijuana)는 의사가 환자를 위해 처방하는 칸나비노이드(칸나비스에서 발견되는 화합물)를 말한다.외국에서도 의약품으로 사용하기 위한 칸나비노이드 생산은 정부의 규제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칸나비노이드를 사용한 질병치료의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임상연구도 제한적으로만 허용되어왔다.헴프산업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산업용 대마가 사용되는 섬유, 건축자재, 식품·화장품 등의 산업을 통칭한다. 헴프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헴프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2019년 의료대마를 제외하고도 헴프의 유통량은 46억 달러에 달하며, 2025년에는 266억 달러(한화 약 29조)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34%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대규모 시장인 것이다.헴프산업은 앞으로 △헴프 재배의 합법화 △헴프씨드넛트와 헴프씨드오일의 기능성 및 수요 증가 △다양한 식품응용 분야에서 사용량 증가 △만성질환의 증가 등의 요인으로 더욱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헴프산업의 시장성장 잠재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 활용도가 높아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에 묶여 수십 년째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헴프재배량이 해마다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미국은 건조중량 기준 0.3% 이하의 델타-9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함유하는 칸나비스 또는 칸나비스의 종자 및 모든 파생품, 추출물 등을 ‘헴프’로 정의한다.소위 마약으로 알고 있는 ‘마리화나’(marihuana)는 헴프를 제외한 칸나비스의 나머지 모든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하지만, 한국은 ‘헴프’와 ‘마리화나’에 대한 구분 없이 칸나비스와 그 수지를 원료로 제조한 모든 제품의 개발 및 유통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단,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된 안동시는 제외된다.‘UN마약위원회’(CND)는 대마초 및 그 파생물에 대한 일련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들을 검토하면서, 1961년 이래로부터 강력하게 규제하던 물질 분류인 ‘지정IV’에서 칸나비스를 2020년 12월 2일에 제외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현재 5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약용 칸나비스 프로그램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캐나다와 우루과이 그리고 미국 내 15개 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의 사용이 합법화됐고, 에콰도르는 대마초의 생산, 판매, 사용에 관한 ‘우수 사례, 품질, 혁신 및 연구 개발을 보장하는 규제근거’를 갖추도록 촉구한 바 있다.미국 하원에서는 2020년 12월 4일 수십 년간 이어온 마약정책을 전환하여 마리화나를 비범죄화하고, 비폭력 마리화나 관련 유죄판결을 말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캐나다에선 2018년부터 칸나비스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하여 가구당 4그루의 마리화나를 재배할 수 있고, 기호용 마리화나의 흡연과 섭취도 합법화하였다.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UN 마약위원회에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장 강력한 위험약물에서 대마를 제외하였듯, 대마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미국의 헴프 농업법을 모범 삼아 마약류관리 법상의 대마(칸나비스)의 정의를 헴프와 마리화나로 구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한국 헴프농업과 그에 파생된 헴프산업을 육성하여 세계 헴프산업의 리더가 될 기회를 스스로 잡아야 할 것이다.

2021-01-17

좌우명을 써 본다

윤영대수필가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을 새롭게 하여 올 한해의 목표를 정하고 꼭 이루어 보자고 다짐한다. 또 그러한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마음의 언약을 글로도 써본다. 자신의 가치관, 생활관 등을 마음에 새겨 반성의 재료로 삼는 금언, 격언, 경구 등을 좌우명(座右銘)이라 하는데, 나는 처음에 왼쪽이나 오른쪽에 적어둔다는 좌우명(左右銘)인 줄 알았었다.좌우명이란 뜻의 유래는 공자의 일화가 있다. 공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묘당에 갔을 때 삐딱하게 놓여있는 빈 술독을 보고 그 의미를 물었는데 “비어있을 때 쓰러져있다가 반쯤 차면 바로 일어서고 다 채우면 다시 쓰러진다”는 관리인의 설명을 듣고 ‘교만하게 굴지 말라’는 겸손의 가르침으로 새기며 자신도 그러한 항아리를 만들어 옆에 두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후한의 학자 최원(崔瑗)이 스스로 지켜야 할 글귀를 써서 자신의 오른쪽에 두고 평생을 스스로 가다듬었다는 글 - ‘남의 단점 말하지 말고 자기 장점도 자랑하지 말라’는 좌우명은 문선(文選)이라는 책에 실려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우리도 이러한 좌우명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자기가 마음속에 담아왔던 생각을 새기면 좋지만, 평소 들어온 수많은 선인들의 말씀 중에서 하나 골라 액자나 족자를 만들어 벽에 걸거나 그냥 백지에 써서 붙여두고 매일 보며 다짐하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의지와 염원을 담아 스스로 격려하고 반성하며 올바른 길을 찾을 때 삶의 의욕도 커지고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되리라.‘모든 것은 제자리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머리와 가슴에 넣어두고 되새기며 생활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자리’라는 말은 그냥 ‘움직이지 말고 나아가지 말라’는 ‘부동’의 뜻이 아니다. 자신의 신분에 맞고 자기의 격에 맞는 ‘자기 자리’ 즉, ‘자기가 있는 곳,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곳’이란 뜻으로 때와 장소에 맞게 말과 행동을 삼가며 최선을 다해서 처신해야겠다는 마음 다짐을 말한다.물건도 또한 마찬가지다. 있어야 할 곳에 두고 써야 할 곳에 쓰자는 것이다.나이가 들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쓰고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다음에 찾기가 힘들다. 우리의 뇌는 습관에 따라 몸을 움직이곤 한다. 그래서 쓰고 나면 원래의 있던 제자리에 두어서 찾기 쉽고 유용하게 쓰려고 한다.요즘 입사지원서를 낼 때 자기소개서에도 좌우명을 적으라는 곳이 많아서 젊은이들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나는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좌우명을 하나씩 갖도록 가르치며 ‘항상 최선을 다하라’라고 했지만 나 자신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와 직장에선 교수로, 집에서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내 삶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러한 좌우명으로 살아왔기에 큰 후회는 하지 않는다.새해를 맞아 글귀 하나를 지어 나의 책상 오른쪽 벽에 써 붙이고 가족들에게도 보낸다. ‘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말씨’.

2021-01-17

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기(下)

김현욱 시인지난 글에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의 ‘팔자 고치는 법’을 소개했다. 적선(積善), 스승 만나기, 독서, 명상(기도), 명당, 자신의 사주팔자를 아는 여섯 가지 방법이 그것이다.첫 번째, 집콕 시대에 비대면으로 적선(積善)하기. 두 번째는 랜선을 통해 좋은 스승을 찾아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이번에는 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는 방법으로 독서와 명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책 판매량이 조금 늘었다고 한다.나도 2021년 1월을 두 권의 책으로 시작했다. 정재승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으로 신축년 독서 마라톤의 출발선을 끊었다. 독서 마라톤이라고 했으니 함께 뛰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마음이 통하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 읽는 게 좋다. 같은 책을 읽고 오붓하게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낱말이나 구절,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는 것이 전부다. 만나서 밑줄 친 부분을 읽으며 소감을 나누면 된다. 다음 주에 지음(知音)을 만나서 오붓하게 책담을 나누기로 했다. 책갈피처럼 설렌다.정재승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서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에 밑줄도 긋고 형광펜도 칠했다.“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 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를 읽고 흠뻑 취했다. 마종하 시인의 시집을 구하고자 했지만 모두 절판이었다. 중고서점을 뒤져 몇 권을 찾았다. 시집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조용헌 교수는 “독서는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고 했다. 운이 나쁠 때는 집에서 책이나(?) 읽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면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대는 운이 나쁜 시대가 맞다. 운이 나쁠 때는 싸돌아다니면 손해다. 집에 편히 누워서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눠보자.정재승 교수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전작 ‘열 두 발자국’으로 나는 이미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동시에 마종하 시인을 소개해줘서 곧 만날 예정이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을 읽고 영화 ‘작전명 발키리’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동급생’의 첫 문장이 압권이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이 첫 문장을 읽고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안 읽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의 결정적 스포일러가 되니 함구.명상은 짤막하게 한 마디만. “왜 명상을 하나요?” 오프라 윈프리가 답했다. “명상은 제 삶을 1000% 나아지게 하기 때문입니다.”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는 방법 4가지를 소개했다. 지금 당장 전화기를 들거나 모니터 앞에 앉거나 책을 펼치거나 방석을 깔면 좋겠다.

2021-01-17

책갈피

읽은 책을 꺼내 넘기니 책이 저 혼자 알아서 한 쪽을 펼쳐 준다. 구멍 뚫린 영화 티켓이 사이에 껴 있다. 그 영화를 보았을 즈음에 읽은 책이라고 내게 귀띔하고 있다. 또 다른 책을 펼치면 언젠가 친구랑 먹었던 점심값 영수증이 들어있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명함이, 마음을 사로잡았던 신문의 칼럼이, 새로운 종이돈에 밀려 사라진 천 원짜리가, 도서관 옆자리에서 친구가 건네던 쪽지가 책 속에서 튀어나와 지나간 그날의 추억을 들려준다. 책갈피는 문득문득 지나간 일을 들려주는 일기장이다.오랜만에 간송 전형필 일대기를 꺼내니 하얀 입장권이 그 속에 잠자고 있다. 터키 여행 중에 데린구유 지하도시 입장권을 보고 순간 머리가 띵했다. 여느 입장권에 있는 사진 하나 없이 하얀 바탕에 지명 하나만 달랑 적어 놓은 터키 정부의 자신감을 보고 한동안 감탄했었다. 데린구유의 멋진 모습을 떠벌리지 않아도 된다는 자부심이 그 하얀 백지 입장권이 말해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티켓은 가방 속 어딘가에 구겨 넣었지만 그 표만은 버리지 않고 여행길에 읽던 책 사이에 끼워 내가 읽은 만큼을 표시했었다.나는 책갈피를 사거나 선물 받고도 사용하지 않는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 어디에 놔두었는지 정작 필요할 때는 내 손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영수증이나 메모지가 책갈피를 대신한다. 책을 다 읽고는 받을 때 아무 생각 없었던 것처럼 무심히 넣어둔 채 덮어 버린다. 오랜만에 책갈피를 보니 그 날, 그 여행길, 그 영화, 그 기찻길이 펼쳐진다. 지난 일기장을 넘겨보는 것 같다.지난 가을, 친구들과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가방에서 어젯밤 읽은 수필집을 꺼냈다. 동행한 친구들에게 밑줄 친 문장을 읽어주며 내가 느낀 기쁨을 전하려고 했다. 책장을 넘기자 책갈피가 끼인 곳이 펼쳐졌다. 순간,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의 손이 책갈피로 향했다. “이거 내꺼지 싶은데?” 하며 손때 묻은 꽃무늬 책갈피를 앞뒤로 넘기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책갈피를 얼른 빼앗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머지 친구는 박장대소를 했다.김순희수필가도서관에서 한옥에 관한 책을 빌렸었다. 책을 펼치자 그 사이에서 문제의 책갈피가 들어 있었다. 예쁜 꽃그림이 있고, 뒷면에 숫자가 있는 걸 보니 누군가 달력의 그림을 오려서 만든 수제 책갈피였다. 귀퉁이가 낡은 것을 보니 오래 간직한 듯 했다. 이런 센스 있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이라 책만 반납하고 책갈피는 내가 가졌다. 그런데 여기서 그 주인을 만나다니, 친구는 꽃그림이 있는 달력을 보면 자주 오려서 책갈피를 만들어 둔다고 했다. 그 후 나는 전시장에 갈 때면 팸플릿을 꼭 챙긴다. 화사한 그림이 나오도록 오려서 독서회 회원들에겐 책갈피로, 지인들에게는 선물상자 속에 메모장으로 썼다.연말에 달력을 주는 이가 있으면 명화나 꽃 사진이 들어가 있는 것이면 넉넉히 챙긴다. 2020년 달력 중에는 친정집 달력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물방울을 그리는 화가 김창렬 화백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딸이 좋다고 너스레를 떠니 금방 벗겨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달력에 숫자를 보는 게 목적이 아니니 1년 동안 걸어두고 보다가 해가 지나면 달라고 했더니, 잊지 않으시고 챙겨 보내셨다. 몇 장은 작은 액자에 넣어 친구에게, 몇 장은 책갈피를 만들어 새해 만나는 이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며칠 전 김창렬 화가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책갈피를 만든다. 가위를 들고 하나씩 오릴 때마다 받을 사람 이름을 떠올리며 혼자 행복해 한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내가 더 기쁜 작업이다.수필집에 있던 낡은 꽃그림 그것은 내가 지켜냈다. 지금도 그 책갈피는 내 일기장 한 쪽을 장식하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내가 만든 꽃갈피 하나씩 챙겨 넣으려 한다. 누군가에게로 가서 그 사람을 미소 짓게 할 수만 있다면 그때 내가 훔친 책갈피 값을 치르는 일일 터이니.

2021-01-17

철강 산업도시 포항, 친환경 녹색생태도시로 탈바꿈

이강덕 포항시장포항시는 최근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을 챙기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리려는 웰빙(well-being)과 힐링의 바람 속에서,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곳곳을 초록의 숲이 어우러지는 친환경 녹색도시로 변모시키고 있다. 그동안 철강 산업도시로만 알려졌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성껏 심은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 숲이 되고, 그 숲에서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생기고 산새들과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되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포항시는 올해 철길숲을 효자에서 유강에 이르는 2.7㎞ 구간을 연장해 형산강의 상생인도교와 연결한다. 이어 시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포스코대로를 비롯한 이동 도로를 녹색 숲길로 확장해 사람 중심의 그린웨이 생명력을 이어갈 계획이다.또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산으로 ‘환경’ 관련문제 극복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조성을 최종 목표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고,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눈에 띄는 부분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성과다. 지난 2019년 22마이크로그램(㎍)/㎥이었던 미세먼지가 지난해 16마이크로그램(㎍)/㎥으로 감소했다.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를 확대 시행을 비롯해 실시간 악취 모니터링을 통한 상시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악취 유발 사업장의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또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한 운행제한, 노후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과 전기자동차 보급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철강산업단지 주변에 스마트 녹색생태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입주기업에 대한 악취방지시설을 지원하고, 포스코의 사일로(Silo)와 탈질설비(SCR) 준공을 통해 오염 배출물질을 80% 이상 줄여 나간다. 이 밖에도 구무천을 비롯한 생태하천 복원사업과 철강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설치, 형산강 생태복원사업 등 수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안전한 친수 공간 확보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겠다.맑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스마트 관망관리 시스템 구축 등 ICT 기반의 상·하수도 관리로 24시간 안심할 수 있는 스마트 물관리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속적인 수돗물 모니터링과 검사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또한 산업폐기물 매립장 증설문제와 장기 수성사격장 문제 등 최근 이슈화가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시민들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서 문제해결 노력을 기울이겠다.특히 복개로 인해 심각한 오염단계에 있는 양학천, 칠성천, 학산천, 두호천 등 4개 하천을 각각의 테마를 가진 하천으로 체계적으로 복원해,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휴식공간을 제공할 복안이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수생태계의 회복과 자연친화형 도시 공간 창출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드높이고, 쇠퇴한 구도심의 도시재생을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공약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시범사업인 학산천의 추진과 모니터링을 통해 양학천과 칠성천, 두호천 등 나머지 하천에 대한 복원사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관련해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치수적으로 안정성이 있는 하천 복원 △깨끗하고 풍부한 물이 흐르는 하천 복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명력 있는 풍부한 하천 복원 △시민들의 소통과 화합, 가족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하천 복원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하천 복원 등 구체적이고 장기적으로 실천 가능한 5대 정비목표를 설정하고 시민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겠다.이밖에도 지난해 전국 최초로 착공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거와 복지, 통합과 소통, 도시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공동체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중앙동 일원은 내년까지 청소년 문화의 집과 청년창업 플랫폼을 구축해 스마트 콤팩트 도시의 모델로 조성하고, 송도동 일원의 경우는 2024년까지 첨단해양산업 R&D센터를 건립해 경제자립과 도시의 활력을 증진하는 등 ICT기반의 해양산업 플랫폼을 조성하겠다.

2021-01-17

유튜브 ‘쓸데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공중파, 채널티비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유튜브를 보면 하루하루가 긴박하기만 하다.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 일원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하기만 하다.벌써 며칠째 유튜브를 통해서 미국 대선 현황을 지켜보고 있는지 모르는데, 그래도 유튜브가 아니고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주는 데가 없어서일 것이다. 이 중에는 오보도 많고 가짜도 많지만 있었던 일을 해석하고 며칠 뒤 일을 예측하기도 하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보고 듣게 되는 것이다.그런데도, 내가 유튜브 쓸 데 없다고 과장 섞인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요즘 들어 유튜브가 전례없이 뜨겁다 못해 거칠고 험악해졌기 때문이다.특히 미국 대선 문제, 국내 정치 문제를 둘러싼 유튜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프로를 올리는데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쓰는 말이며 표정이며 몸짓이 무서울 정도로 변했다.정작 더 큰 문제는 마냥 자유로울 것처럼만 여겼던 유튜브가 사실은 이면적인 정치공학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CNN 같은 거대 여론 주도 매체들의 공통된 문제다.며칠 전 놀랍게도 트위터에서는 ‘트통’의 계정을 영구삭제하고 그 편 드는 사람들 계정도 많이도 없앴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팔러’라는 새로운 인터넷 매체로 옮아갔고 그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옮겨가 버렸다고도 한다.이것은 독일 수상도 우려를 표명했다던데, 사실상 검열이고 언론 자유의 억압인 것이다.세상을 살아갈수록, 뭔가 세상의 안쪽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게 되면 될수록 사람살이는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편에 서는 것도 어렵고, 어느 쪽에도 편들지 않고 사는 것도 어렵다. 중심을 잡고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디지털 세상이 더 민주적이고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던 낙관은 이제 디지털 전체주의, 디지털 통제 사회에의 공포로 변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어떻게 하면 이 ‘쓸데없다’는 과장법에서 벗어날 수 있으련지?그래도 내일 나는 또 유튜브를 보게 될 것 같다. 미국 대선도 어느 쪽이 최후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나마 시시각각 뭔가라도 던져주는 곳은 유튜브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속된 말로 영혼이 털려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해야겠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1-14

세한도(歲寒圖)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미술품 소장가인 손창근 씨가 대를 이어 간직해온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보 180호인 세한도는 1844년 58세의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문인화이다. 귀양살이하는 자신을 잊지 않고 사신의 통역관으로 중국에 갈 때마다 최신의 서적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그려 보낸 것이다. 세한도는 이상적 사후에 민 씨 일가로 넘어갔다가 일본인 후지스카의 손에 들어간 것을 서예가 손재형이 간곡하게 부탁하여 양도받았다고 한다. 그 후 사채업자 이근태를 거쳐 개성 갑부였던 손세기가 수집한 것을 아들 손창근 씨가 소장해오다 기증을 한 것이다.세한도란 제목은 논어 자한편의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에서 따온 것인데,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라야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추사는 세한도의 발문에서 이상적에게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을 보면,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더 잘 대해 주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더 소홀히 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의 곤경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나의 곤경 이후의 그대는 역시 성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만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그림을 받은 이상적이 청나라에 가져가서 장악진(章岳鎭), 조진조(趙振祚) 등 문인 16명의 찬시(讚詩)를 받은 데다, 뒷날 김준학의 찬(贊)과 오세창, 이시영의 배관기(拜觀記) 등이 함께 붙어서 세한도는 10m가 넘는 긴 두루마리가 되었다. 지금까지 전해진 내력이 파란만장한 만큼 문화재적 가치는 더 높아져 값으로 매길 수가 없지만 굳이 따진다면 1천억 원도 넘을 거라 한다. 나는 물론 세한도의 진본을 본 적이 없다. 본다고 한들 일천한 감식안으로 그 예술적 가치나 담겨 있는 고매한 정신과 품격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그래서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지 특별하고 절실한 감동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추사의 그림보다 내가 더 감동하는 세한도는 겨울 들판이다. 겨울 들판에는 송백(松柏) 대신 억새와 갈대, 쑥대 같은 마른 풀들이 한 올 미련도 회한도 없이 허허로운 모습으로 삭풍에 전신을 내맡기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 밑에는 혹한에도 얼어 죽지 않고 월동하는 풀들도 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사는 데까지는 살아 있으려는 생명이 참 엄연하다. 더 경이로운 건 이 황량한 들판에서 겨울을 나려 온 철새들이다. 가끔씩 고니와 기러기도 보이지만 대부분이 청둥오리들인데, 수백 마리가 군무를 펼치며 날아와 들판에 내려앉는 걸 보며 오씩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콤바인으로 추수해 낟알초차 없는 이 얼어붙은 들판에서 도대체 무얼 먹고 영하의 엄동을 견디는지, 방한복을 껴입고 들길을 걸으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시리다. 고상한 품격이나 높은 뜻이 아니라, 그냥 생명의 엄연함이 시리게 와 닿는 것이다. 걸핏하면 죽네 사네 소란을 떠는 인간들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나약하고 엄살이 심한가. 나는 오늘도 살아있는 세한도를 한 바퀴 돌아왔다.

2021-01-14

코로나 백신과 확률 게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코로나 백신!미국을 시발점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뉴스가 들린다. 백신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50대 남성 의사가 화이자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맞고 16일 만에 사망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한국도 곧 백신접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공포가 아닐 수 없다.뉴욕타임스는 플로리다주의 산부인과 의사 그레고리 마이클 교수가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을 맞고 2주 만인 지난 1월 3일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은 기저 질환이 없었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며 “이전에는 다른 약물이나 백신에 반응을 보인 적 없으며,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마스크를 쓰며 가족과 환자들을 보호했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성명을 내고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그러나 백신에 대한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의 50% 가까이 백신접종을 거부한다는 보도도 있고 흑인, 라틴계 등 유색인종일 경우 더 불신이 심한 상황이라고 한다.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공포에 이어 백신 공포가 잇고 있다.필자의 친구들도 백신을 맞겠다는 숫자가 반정도 밖에 안되니 백신에 대한 불신은 도를 넘는 듯 하다.여기서 확률과 공포감의 관계를 설명하는 확률게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확률게임의 대표적인 예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공포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항공기 추락사고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고공공포증 환자는 꽤 많다.항공사고의 경우 확률은 작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거의 전원이 사망하므로 공포가 훨씬 크다. 사고의 확률은 적지만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매우 큰 것이다. 현재 백신에 대한 공포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확률은 낮아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공포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대만과 같은 정부에 비하여 한국 정부가 초기 코로나 대응 실패가 백신에 대한 불신에 한몫하고 있다.그러나 국민들도 지나친 백신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확률게임에서 보듯이 각자의 공포지수의 문제일 뿐이다.우리는 매일을 확률게임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 낮은 확률이라도 사고는 항상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고 살듯이 백신접종의 문제도 그렇게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임상시험과 실제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이번 사례와 관련된 안정성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백신접종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이번 코로나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2021-01-14

구룡포 과메기

구룡포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는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포항을 대표하는 별미 음식이다. 과메기는 꼬들꼬들한 식감에 미역에 감싸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감칠맛 때문에 겨울철만 되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과메기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1918년 서울의 신문관(출판사)에서 발행한 소담집에 나온 내용은 이렇다.동해안의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우연히 청어가 눈이 꿰인 채 얼말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가 고파 먹었더니 그 맛이 너무 좋아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청어 눈을 꿰어 얼말려 먹었다는 것이 유래가 됐다고 전한다. 아마 동해안 어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개발된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관목(貫目) 청어’란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구룡포에서는 목을 메기라는 사투리로 불렀는데 처음에는 관메기로 불리다가 ‘ㄴ’자가 날아가고 과메기로 정착한 것으로 본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를 원료로 생산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줄면서 꽁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꽁치를 덕장에 달아놓고 바닷바람에 냉동과 해동을 반복해서 말린 자연의 손길 탓인지 과메기의 영양상태는 그 어떤 음식보다 좋다.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 지방산인 DHA와 EPA, 오메가3가 풍부하여 노화를 예방해주고 뇌세포를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특히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예방과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포항시가 코로나 사태로 소비가 주춤해진 과메기의 소비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 TV 등을 통한 홍보와 함께 쇼핑몰을 통한 파격 할인행사도 한다. 포항의 별미 구룡포 과메기의 소비 진작을 기대해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4

오지 않는 철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서울시장 선거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여야가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 승부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이제 최대 화두는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다. 현재 국면은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당 외부 인사의 합류가 가능하도록 경선룰까지 바꿨다.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보궐선거 후보 본경선을 전국민경선 100%로 치를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그림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하는 형식으로 후보경선을 치러 야권 단일후보를 내자는 것이다. 반면 안 대표는 중도 외연확장을 위해 입당이나 합당에 반대하면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직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야권 후보가 단일화돼야 한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안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가 가능할까.미래를 알려면 과거 정치적 행보를 되짚어보자. 안 대표는 그동안 우파 보수쪽에는 거부하거나 자신만을 고집하고, 좌파진보에 대해서는 후보를 양보하거나 사퇴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 2006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으나 야멸차게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선언도 않은 상태에서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50%까지 치솟았으나 지지율 5%에도 미치지 못한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에 사퇴해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선물했다.최악의 패착은 2018년 6월 13일에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였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시장이 3선도전에 나섰고, 야당에선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해 3파전으로 치러졌다. 최종 득표율은 박원순 52.7%, 김문수 23.3%, 안철수 19.5%였다. 당시 김문수·안철수 두 야당 후보간 단일화작업이 진행됐지만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야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끝내 단일화가 무산됐다. 가뜩이나 그때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진 데다, 선거 바로 전날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김정은 간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야당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해도 두 야당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기만 했다면 승부는 박빙이거나 뒤집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은 최근 SNS에서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페이스에 끌려들어가고 있다며 “철수는 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차용한 표현이다. 김 전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하는 단일화의 의미가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상처받은 서울민심을 아우를 수 있도록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선거를 치르는 방법뿐이다.‘오지않는 철수’를 향한 구애가 뜨거울수록 철수의 마음은 멀어질 뿐이다.

2021-01-14

고용절벽 최악… ‘반기업 정서’부터 바꿔야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은 고용절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넘치는 실업자, 치솟는 실업률, 세금으로 부양하는 관제 일자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정부는 숫자만 채우는 단기고용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점점 노골화해가는 여당의 ‘반기업 정서’가 문제다. 모든 기업의 성공을 견인하는 정책은 외면하고, 성공한 기업의 이익을 빼앗을 궁리부터 하는 잡권당의 의식구조가 도무지 한심하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천652만6천 명으로, 2019년에 비해 62만6천 명이나 줄었다. 대신 실업자는 19만4천 명이나 늘어나 113만5천 명에 달했다. 고용률은 59.1%(1.7%p 하락)로 60% 선이 무너진 반면 실업률은 0.7%p 상승해 4.1%에 닿았다.내용은 더 나쁘다. 증가한 건 관제 일자리들뿐이고 고용률도 65세 이상 노인들만 늘었다. 질 좋은 일자리의 대명사인 제조업은 11만 명이나 줄었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61만1천 명 감소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4만6천 명 증가했다.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19만 명 이상 늘어나 72만5천 명에 달한다.정부의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12월 고용 악화는 예견된 일”이라는 핑계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정부·여당은 각종 입법과 행정조치로 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일만 탐닉하고 있다. 코로나로 수익을 올린 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번 돈 내놓으라“는 ‘이익 공유제’는 또 뭔가.벌써 몇 년째 백수인 청년들은 취업적령기 자체를 넘기고 있다. M세대, Z세대가 아닌 ‘코로나 백수 세대’가 양산되는 중이다. 고용절벽을 벗어날 유일한 길은 민간의 고용역량 증대밖에 없다. 민간기업이 자발적인 투자의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유권자의 표를 훑어낼 선동정치의 개미지옥에 빠져서 ‘반기업 정서’에 기대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나랏돈 퍼 돌리는 일만 탐닉하는 이 한심한 정책 기조를 확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캠페인이 필요하다.

2021-01-14

대구경북 민원서비스 최하위 기관 각성해야

소속기관의 대민 서비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민원창구다. 민원서비스를 담당하는 민원창구는 소속기관 행정의 최일선 업무이기도 하지만 그 기관의 얼굴이기도 하다. 국민권익위와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304개 기관(중앙 44시·도교육청 17 광역.기초자치단체 243)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해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대구와 경북에서는 최우수 등급인 ‘가’등급을 받은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과 김천시, 상주시, 영주시 등이 그나마 ‘나’등급을 받아 체면을 겨우 유지했다. 전체 대상기관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인 ‘마’등급에 경산시, 군위군, 봉화군, 울릉군, 의성군, 대구 달서구, 대구 중구 등 7군데나 포함돼 충격을 주었다. 대구시는 ‘다’등급, 경북도는 ‘라’등급을 받는 등 대구와 경북의 다수 기관들이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한다.이번 민원서비스 평가는 지난 1년 동안 추진한 민원서비스 실적을 종합 평가한 것이다. 민원행정 관리기반, 민원행정 활동, 민원처리 실적 등을 서면과 현장방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반영했다.특히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배려와 국민의 정책 참여 노력, 고충민원의 적극적 처리 과정 등을 중점 반영했다고 한다.행정기관의 민원서비스가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불친절이나 소극적 업무처리 등으로 종종 민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 자치단체의 민원서비스 평가가 중하위권에 몰려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전국 행정기관간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공무원 스스로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다.요즘은 민원공무원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민원서비스에 대한 불평은 담당공무원의 공직자로서 성실함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민원인을 대하는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상당분야에서 비대면 문화가 늘어났다. 게다가 디지털 분야가 확대되면서 민원업무도 대폭적인 국면전환이 예상된다. 대구경북지역 자치단체는 민원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시대변화에 대응하는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번 평가를 대오각성의 계기로 삼아 시도민에 봉사하는 공직상 정립에 나서길 바란다.

2021-01-14

세례의 신비를 살아가는 삶

정석수 신부대구가톨릭 치매센터 원장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인간이 알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를 간단하게 계시(啓示)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내 주셨는데, 그 모습은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스승의 참 모습을 간략하게 요한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을 때 성부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듣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로써 성부의 사랑을 받는 아들이요 성부의 마음에 드는 아들로서 온 천하에 선포되었습니다.세례를 받은 예수님은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제자들에게도 허용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허용된 세례는 바로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그 자리에 이르기 위하여 먼저 자신을 버리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십자가가 아니라 자신의 십자가를 깨닫고 지고 스승을 따르는 삶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리스도께서 이루셨던 의로움을 우리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 의로움에 이르는 길에는 인간적인 고뇌가 따를 것입니다. 세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일에는 하느님의 영, 성령의 도움이 필요로 합니다. 성령의 도움에 힘입어 사람은 공정을 펴고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보듬어 주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고 되살릴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하느님의 일에 동참하는 시골처녀 마리아는 천사를 통해 성령께서 자신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덮어 줄 것이라는 천사의 아룀을 듣습니다. 성령을 충만히 받게 된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은 잉태의 순간에서부터 성령을 충만하게 지니셨고, 그 성령께서 세례 때 예수님께 머무르심을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온 인류를 위한 성령의 원천”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아담의 죄로 닫혔던 하늘이 열렸고, 마침내 물이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창조의 서막입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 교리서 536항에 보면,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하여 빠스카의 그리스도와 성사적으로 닮게 됩니다. 따라서 삶에서 빠스카의 삶을 이루기 위하여 겸손하게 낮추고 속죄하는 신비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됩니다.세례를 통하여 예수님은 새로운 삶,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삶의 첫 일성은 회개와 하늘나라의 다가옴입니다. 그리고 그 사업에 함께 할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의 삶의 태도를 통하여 배우고 성장합니다. 그 첫걸음마는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고 젤 먼저 하신 일은 광야에서 기도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까지 기도를 합니다.

2021-01-13

김해신공항 공익감사로 편파성 여부 가려야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12일 감사원을 찾아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결과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대구경북시도민 6천200명의 서명서도 제출했다. 동남권 신공항 이해당사자인 대구경북으로선 당연한 대응이다.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이 내린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누가봐도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며 내용도 황당하다. 법적 절차뿐 아니라 이미 결론 난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한 행태는 놀라울 지경이다.김해신공항안은 2016년 국토부의 의뢰로 국제적 권위기관인 프랑스 파리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최종 결론 내린 평가다. 이 평가에는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동의를 했다. ADPi의 최종 평가에서 김해공항 확장이 1위를 했고 밀양, 가덕도 순으로 결론났다.ADPi는 공항운영, 접근성, 경제성 등 전략적 고려와 사회·경제적 영향, 환경, 비용과 리스크 등을 종합 평가했다고 밝혔다.가덕도는 바다 매립으로 건설비가 많이 들고 국토 남단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새로운 검증과 절차도 없이 가덕도를 신공항 건설지로 몰아가는 것과 특별법 제정을 서두는 행위는 분명한 정치적 편파며 국책 사업에 대한 대국민 신뢰 추락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이해당사자인 대구경북민의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도 있다.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 청구한 내용은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설치 및 운영의 적법성 여부와 검증위원회 판단의 전제가 된 자료의 오류, 검증 결과의 부당성 등 따져야 할 것이 많다. 특히 검증위의 결론으로 도출된 국론분열과 예산 낭비의 문제는 공익을 심대하게 해친다는 점에서 반드시 검증돼야 할 부분이다.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지역의 이해관계가 연관된 문제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 국토부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수용한다면 행정소송과 위헌법률 심판청구 등의 절차도 밟아야 한다.국가의 정책이 힘이나 정치적 이유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지역간 갈등으로 비화, 예산의 낭비를 떠나 국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정부의 오판이 없도록 감사원 감사의 공정한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2021-01-13

공포지수

공포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가리키며, SP 500 지수옵션에 대한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기대 지수를 나타낸다. 영어로는 ‘VIX(Volatility Index)지수’로 표기한다.1993년 미국 듀크 대학의 로버트 E. 웨일리 교수가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기 위해 처음 개발했다. 주로 시장상황에 대한 정보, 수급과 함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수치로 나타낸다. 예를 들면 VIX 30(%)이라고 하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변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흔히 VIX지수를 ‘공포지수(fear index)’라고도 부른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의 변동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것이고,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후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VIX지수는 보통 20∼30 정도 범위가 평균 수준이고, 40 이상 50에 근접하면 바닥권 진입의 징조로 해석돼 주가 반등이 이뤄진다.우리나라에서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를 공포지수로 여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3천고지를 넘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포 지수’가 7개월만에 최고치인 35.65를 기록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상승장속에 공포지수의 급상승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흥분한 증거이니 ‘묻지마 주식투자’를 삼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13

대학은 이십대만 가르친다고?

장규열 한동대 교수코로나19가 모두 삼켜버렸다. 3차 대유행이 약간 고개를 숙이고 백신과 치료제가 떠오르면서 조금씩 저무는가 한다. 하지만 글로벌세상이 펼쳐지면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가도 싶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긴장하게 하는 뉴스 자락이 있다. 대학입시.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 다양해져 정시 비중이 줄었지만, 학생을 기다리는 대학의 관점으로는 여전히 중요한 입시시즌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극소수의 수도권 대학들을 제외한 대학들의 정시경쟁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방대 경쟁률은 미달을 감수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문제는 어디서 왔으며, 대학은 어찌해야 하는가.힘든 경제환경과 각박한 사회현상은 젊은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낳기 힘들게 하였다. 2000년에 330만이었던 학령인구수가 2020년에는 240만명이 되었다. 학령인구가 거의 30퍼센트나 줄어든 셈이다. 올해 대입정원을 모두 합치면 55만명이라는데, 입시에 응하는 수험생수는 53만명이라고 한다. 수험생이 더 적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대입수험생이 줄어들면서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기가 어렵게 되었다. 상아탑을 자처하며 고학력 졸업생들을 배출해 내던 대학들은 이제 사활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성과 재능을 대학이 지속적으로 배출해 낼 수 있을까.대학교육이 끝이 아니다. 디지털문명이 심화되고 4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평생을 살기는 어렵게 되었다. 20대초반에 좁은 한 분야를 전공삼아 획득한 학사학위는 긴 시효와 효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존재이유를 증명하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나때는 말이야’는 통하지 않는다. ‘내가 다 해본 것’도 이제는 없다. 학문영역의 경계도 무너지는가 하면 전공분야의 구분도 선명하지 않다. 대학생들은 이미 ‘자유전공’을 만들어 스스로 여러 학과의 과목들을 혼합하여 학위를 취득하곤 한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처럼 뒤떨어진 발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젊은 이십대를 가르쳤던 대학은 이제 모든 세대를 교육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새롭게 배울 것들을 세상의 손에만 맡겨둘 수가 없다. 대학이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지식이 윤리적 기준과 제도적 타당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에 이롭게 기여하도록 대학이 나서야 한다. 사회적 책임성이 결여된 지식의 오류를 수정하는 일도 대학이 맡아야 한다. 책임있는 ‘평생교육’이 대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은 이제 모든 세대가 함께 호흡하며 끊임없이 나누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세대 간의 나눔과 다양한 집단 간의 토론도 아우르는 ‘소통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배움과 소통이 일어나면 대학의 내일은 오히려 밝다.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공론의 장을 대학이 만들어 낼 가능성에도 기대를 건다.어제 대학이 젊은이를 기르는데 까닭을 걸었다면, 내일 대학은 사회가 책임있게 움직이도록 이끄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1-01-13

삼중수소 논란, ‘과학’으로 밝혀 ‘책임’ 물어야

민주당이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국회 조사’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월성1호기 검찰 수사를 물타기 하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도 유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 문제를 정치권이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학’으로 밝혀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 정부는 왜 인근 주민들을 ‘긴급대피’시키지 않나.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삼중수소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월성원전 폐쇄는 불가피했음이 다시 확인됐다”고 주장한 데 이어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물론 국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이 ‘삼중수소 유출 의혹’으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지역 방송사는 지난 7일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 기준치(4만 베크렐/L)의 최대 18배가 검출됐다”며 외부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곧바로 “해당 지점의 관리 기준치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고 밝혔다. 4만 베크렐/L은 외부에 배출할 때의 ‘배출 관리 기준’인데, 원전 내부 특정 지점 측정치를 이와 비교했다는 지적이다.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SNS에서 방송보도 등과 관련, “극소수(환경) 운동가가 주장한 무책임한 내용”이라며 “결론은 삼중수소 외부 유출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 노조도 이날 “여당이 검찰의 월성원전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정치적 물타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저급한 술수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성원전 괴담 소동은 지난 2008년 MBC PD수첩의 과장 보도로 촉발된 광우병 사태의 혼란을 연상시킨다.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진실을 밝혀 음모가 있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온 나라를 일순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선동정치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2021-01-13

부활한 성탄 트리

강길수수필가몇 해를 망설였다. 일을 미루는 버릇이, 삶에 큰 마이너스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불치병처럼 고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자신뿐 아니라, 한 생명에게 큰 잘못을 하고 말았다.접이식 작은 톱을 들고, 몇 년 동안 미루던 일을 하러 간다. 그 생명 앞이다. 낮은 밭둑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던 터라, 제법 늠름하다. 행사 때 묵념하듯 속말로 사전 고해성사를 한다. “소나무야, 미안하다. 이제 더는 너를 여기에 둘 수 없구나. 어릴 때 옮겨 주지 못해 더 미안하다. 부디, 다음 생은 좋은 곳에 자리 잡으렴….”사람이라면 아동기에 해당할 소나무다. 밑동 둘레가 두 손으로 움켜잡으면 굵기가 조금 남을 정도로 컸다. 밑동에서 허리춤 정도 올라가면 원줄기가 두 개로 갈라졌다. 톱날을 소나무 밑동에 들이민다. “쓱싹쓱싹….” 톱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소나무의 몸을 자르기 시작한다. 아는지 모르는지 소나무는 반응이 없다. 순한 양같이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싶기도 하다. 아니, 소나무는 비명 지르며 절규하는데, 사람인 나는 알아듣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소나무가 내는 비명소리와 내가 알아듣는 소리의 주파수가 달라서 말이다. 톱날이 톱밥을 밖으로 뱉어내자, 소나무가 속에 간직한 비밀의 향내가 번져 나왔다. 실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다. 군 제대 후, 고향에서 한 해 가량 취업 준비 겸 농사일을 도우며 지냈다. 그때 산에 나무하러 가는 길에, 방해되는 가지를 톱으로 자르며 맡아 본 뒤 처음이다.두 팔은 열심히 톱질하는데, 마음속은 복잡하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들기 때문이다. 네가 예전 시골서 자랐더라면 멋진 디딜방아의 방아채와 다리로 쓰였을 텐데 아깝다든가, 베어낸 너를 텃밭 어디에 쓸데는 없을까 하는 궁리, 하필 좋은 산 다 두고 밭두렁에 나서 무지막지하게 요절을 당하니, 너도 참 박복하다는 둥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문다. 부모 소나무들이 사는 산까지는 직선거리로 200m는 될 터다. 한데, 솔방울 안 씨앗의 작은 날개로 예까지 날아왔다고 생각하니 믿기지 않는다.밑동을 다 베자, 소나무는 밑 밭이랑으로 속수무책 쓰러졌다. 앞길이 창창한 소년 소나무의 생이, 인간인 내 욕구에 따라 마감되는 모습이다. 이 소나무의 씨앗은 무슨 뜻으로, 바람 타고 이 먼 곳에 정착했을까. 자연은 하늘의 뜻을 따를 터. 그렇다면 하늘이 경영하는 자연 질서란 뭐란 말인가. 뒷정리를 위해 가지들을 쳐내고, 둥치도 들어 치울 수 있을 정도로 잘랐다. 떨어진 솔방울들을 모아 건너편 언덕으로 던졌다. 그냥 두어 이곳에 또 나면, 다시 뽑아내거나 옮기거나 베어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두 주 만에 텃밭에 다시 왔다. 자른 소나무 밑동이 궁금해 그곳에 갔다. 덮어 두었던 작은 솔가지를 들어냈다. 잘린 단면이 보기 미안해 나도 모르게 덮었었다. 나이테를 살펴보았다.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오륙 년은 되어 보였다. 잘린 껍질과 줄기 사이에선 송진이 눈물로 배어 나오고 있다. 가슴이 짠했다. 낮은 곳에 쌓아둔 가지들에게 눈이 갔다. 역시 푸르다. 잘린 둥치는 푸른 가지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이 슬픈 나무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방법 곧, 다른 쓰임새로 부활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났다. 머릿속의 알고리즘이 빨리 회전한다.‘그래.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구나. 예쁜 가지를 가져다가 살아있는 성탄 트리를 만들자. 트리에 꽃과 눈, 별을 장식하여 손자들에게 보여주자.’ 하는 아이디어가 뒤이어 떠올랐다. 쉬는 화분에 어울릴 가지 두 개를 골랐다. 아이들 성장하고 나서부터 집에 거의 성탄 트리를 마련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 오랜만에 플라스틱 나무가 아닌, 산 소나무 가지로 트리를 세우고 솜과 조화 등으로 아담하게 꾸몄다.비록 작은 가지 둘이지만, 소나무는 새 생명으로 우리 집 거실에 되살아났다. 땅속 물과 공기와 햇빛으로 사는 생명은 끝났다. 하지만, 소나무는 사람들에게, 성탄과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는 살아있는 성탄 트리로 부활하였다.크리스마스 날, 부활한 성탄 트리 위로 푸른 별빛 한줄기 찾아오겠지….

2021-01-13

‘태평송’을 위한 변명 - 실리 외교의 수를 놓다, 진덕여왕

여성의 삶이 점점 주목받는 사회이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나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제 몫을 다해온 여성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우리 지역을 살다간 유·무명 여성들의 발자취를 따라 소회를 풀어가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연구자들이 닦아놓은 연대기식 여성사가 아니라 그 숨결을 찾아나서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김살로메 작가가 들려줄 예정이다. 여성들이 걸어간 길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장이 될 것이다. 독자들의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편집자주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완벽한 객관성이란 없다. 명확한 잣대가 있는 게 아니라 서술자가 취하는 이데올로기의 방향에 따라 그 관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진실은 하나지만 기술되는 내용은 주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진덕여왕에 대한 연구자들의 기록을 대할 때 독자로서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짧은 재위 기간에 반비례라도 하듯 국제 정세의 역동성에 휘말린 여왕의 시간을 살펴본다. 여왕이 남긴 오언율시 ‘태평송(太平頌)’을 통해 여성 리더로서 느꼈을 고충을 공감하고 싶었다.여자가 왕이라는 이유로 당나라는 선덕여왕에 대해 트집을 잡았다. 이 기회를 이용해 상대등 비담이 난을 일으켰지만 김춘추·김유신에 의해 십여 일만에 반란은 진압되었다. 와중에 선덕여왕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고, 여왕의 사촌인 승만 공주가 왕으로 추대 되었다. 성골 출신 마지막 왕인 진덕여왕(재위 647~654) 7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국제적 정세 한가운데서 고군분투했을 여왕을 생각하며 능 가는 길을 재촉했다. 경주 현곡의 야산, 오솔길을 따라 200여m를 올랐다. 초행의 객이 감행하기에는 다소 외진 구릉에 햇살을 받은 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봉분 허리를 감싼 둘레돌 사이사이에 듣던 대로 돋을새김한 십이지신상의 흔적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었다. 이러한 무덤 양식은 8세기 이후의 것이기에 이곳이 진덕여왕의 무덤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태평송에 나타난 역사적 의미와 여왕의 인간적인 고뇌를 짚어보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못했다.당시 국제 정세는 위급했다. 조여드는 백제의 공격에 조정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전쟁마다 김유신의 연승으로 이어졌지만 국권을 수호하려면 당과의 협력은 필수였다. 진덕여왕은 김춘추를 비롯해 유능한 인재들을 사신으로 보내 당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했다. 당의 의관을 좆았고, 태화(太和)라는 독자적 연호가 있었음에도 당의 연호와 책력을 따를 만큼 당 체제를 적극 수용했다. 즉위 4년인 650년, 백제와의 승전보를 알리려 춘추의 아들인 법민왕을 당 고종에게 파견하면서 지어 보낸 시가 그 유명한 ‘태평송’이다.‘높디 높은 황제의 포부 빛나도다. 전쟁을 그치니 천하가 안정되고, 전 임금 이어받아 문치를 닦으셨네. (중략) 계절마다 기후가 고르고, 해와 달은 만방을 두루 도네. 산악의 정기 어진 재상 내리시고, 황제는 신하를 등용하도다. 선대왕들 한 덕을 이루니, 길이길이 빛나리 우리 당나라.’더할 나위 없는 아부로 가득한 내용이다. 후대인으로 가슴이 아픈 것은 여왕이 손수 시를 지은 것은 물론 비단을 짜고 수까지 놓았다는 점이다. 삼단 콤보로 행한 이 굴욕적 외교 방식은 주체적 여성 시각으로 볼 때 치욕에 가까운 방식이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당시 천자국을 향했다지만 진심에서 나온 방식은 아닐 것이다. 섬세한 여성성을 외교에 적극 차용할 수밖에 없었던 진덕여왕의 심정은 어땠을까.이러한 여왕의 외교술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외교적 수사였음을 적극 변호하고 싶다. 풍전등화의 국운 앞에 실체 없는 명분이 무슨 소용일 것인가. 국제적 제휴의 손길이 필요했던 여왕으로선 그보다 나은 실리적 외교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김살로메 소설가여왕의 이런 정성이 당 고종을 감동시킨 것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 당 고종은 여왕의 죽음 앞에 예를 갖춰 애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시늉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방식, 현명한 소통법이 아니었을까.살다보면 굴욕이 최선의 공격일 때도 있고, 치욕이 최상의 전략일 때도 있다. 굴욕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낮아짐 없이 펄럭이는 깃발이 어디 있을까. 하산 길, 왕릉 동쪽으로 ‘동녘골’ 저수지가 보였다. 혹시라도 진덕왕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 못 주변을 살폈다. 구체적 실체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바스락바스락 무언가 교감을 원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한겨울 얼음장 조이는 소리였다. 마치 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옥좌의 부담감을 감내해야 했던 한 여인의 뒤늦은 고백처럼 그 소리, 귓전에 오래 머물렀다.

2021-01-13

학교가 답이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인천 ‘라면’ 형제, 정인이, 혹한 속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3세 아이” 등 최근 우리 사회에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황당한 기사를 보았다. 필자를 당황스럽게 만든 기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CEO 월드의 기사였다. 이 회사는 신생아 사망률, 병원 수, 학교 수, 미취학 아동 수, 문맹률 등을 지표로 삼아 ‘아이가 태어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발표했는데, 웃기게도 우리나라가 97.26점으로 노르웨이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과연 이 기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동 학대’라는 항목을 넣어도 과연 결과는 같을까? 기사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 산부인과는 산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작년 사상 첫 인구 감소, 출생 27만 사망 30만 명 ‘데드크로스’”천문학적인 세금을 퍼붓고 있지만, 인구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찾고 있지만, 기껏 내놓는 정책이 또 재정지원이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진작에 해결됐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 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았다. 어쩌면 아래 기사 내용처럼 국가 소멸은 시작됐는지도 모른다.“지방 소멸 이미 현실이 됐다. 전남 828개교, 경북 729개교 ‘폐교’”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참담한 뉴스 속에서 살아야 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희망이라고! 하지만 앞 사건들에서도 보듯이 그 희망들을 우리 스스로가 처참하게 짓밟고 있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보다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다. 물론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복 지수다. 아이가 행복하면, 어른도 행복하다. 어른이 행복하면 어쩌면 인구문제는 저절로 해결될지도 모른다.그럼 아이들이 행복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아래에 있다.“인천 ‘라면’ 형제 형 오늘 퇴원, 빨리 학교 가고 싶어요. 친구,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모든 학생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또 학교에 가서 행복한 나라! 그런 학교가 전국에 단 한 곳이라도 있다면, 인구문제는 물론, 학교 폭력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혁신 학교, 미래 학교 등을 말하면서 떠들어대지만, 이 나라에는 그런 학교가 없다. 자유학년제를 비롯해 지금도 많은 교육 실험이 전국 학교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런데 성공한 것은 단언컨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학교를 믿지 않게 되었고, 주인을 잃은 학교는 불행과 혼돈의 장이 되어버렸다.그래도 답은 학교밖에 없다. 학생들은 마루타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낯선 교육 이론이 판치는 실험 학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시험 맹신 학교! 새해에는 이런 학교들이 없어져 학생들이 학교 다니는 것이 행복한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

2021-01-13

미국 의회 민주주의를 훔쳐 간 트럼프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워싱턴의 미국 의회당을 폭도들이 점령했다.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극우 보수 세력이 점령한 의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시위자들은 경찰의 저지를 무시하고 높은 담벼락을 넘어 의사당 회의실을 점령해 버렸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의자에는 미국 총기 소지자협회장이 걸터 앉았다.현장에서 4명이 사망했다. 한국 국회는 여야 몸싸움의 ‘동물 국회’로 비판받았는데 미국 의회는 완전 ‘탈법 국회’가 되어 버렸다. 미국 의회 민주주의가 점령당한 모습에 세계인들은 모두가 놀라고 있다. 어쩌다 미국의 의회 정치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을까. 여태껏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모델이었고, 그들 스스로도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미국 민주주의가 이렇게 추락한 것은 분명 트럼프에게 책임이 있다.​​​​​​​스스로 대선 패배를 인정치 않고 선거가 도난당했다던 트럼프가 초래한 비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47.7%의 표를 얻고도 낙선했다. 그는 내심으로 원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군중 앞에서 의회로 행진을 하자고 선동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그의 처신이다. 그는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치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인격의 졸렬함이 드러난 최악의 비극이다.몇 해 전 광화문 태극기 집회를 스쳐 지나간 적이 있다. 이상한 것은 태극기 사이에서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 모습이었다. 미국 성조기까지 동원한 것은 한미 동맹을 과시하거나 보수성향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번 미국 집회에서도 성조기와 함께 “USA”를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한국의 축구 경기 시 붉은 악마들의 “대-한-민-국”과는 비슷한 소리였다. 그러나 시위자들의 USA는 미국 의회 난입의 파열음이라면 우리의 대한민국은 한국인의 저력이었다. 이번 의사당 난입은 성조기와 미국의 국호마저 동시에 모독했다.사실 대통령 트럼프의 그간 정치행적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았다. 그의 아메리카 우선주의는 인종차별주의로 귀결됐다. 그는 우방과의 방위비 협상에서도 철저히 돈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기후 협정에도 탈퇴하고 이란과의 핵 협정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모두가 부동산 재벌다운 그의 정치 행각이다.본란을 통해서도 필자는 트럼프 식 정치를 여러 번 경고한 적이 있다. 그의 선거 결과 승복은 빠를수록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링컨 대통령이 주창한 ‘인민을 위한 정치’를 ‘트럼프만을 위한 정치’로 변질시켜 버렸다.20일 취임할 바이든 대통령이 해결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미국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튼튼한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주의적 정책은 철저히 폐기해야 한다. 힘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결별해야 미국의 위상은 회복될 수 있다. 동맹국까지 거래의 수단으로 이용한 트럼프 식 외교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 바이든은 실추된 미국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미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비정상적인 정치 행각은 정치 지도자의 품성과 자격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2021-01-13

월성원전 삼중수소의 진실

황성호 경북부라듐이라는 방사선 원소를 발견한 것으로 잘 알려진 ‘퀴리 부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얼마 전 개봉됐다. 라듐은 우라늄보다도 200만 배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물질로 의학, 생물학, 유전학 등 많은 부분에 사용되고 있다.이러한 방사선 물질은 오늘날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멀게는 살균과 멸균, 품종개량, 화재감시기 등에, 가깝게는 질병 진단을 위한 엑스레이, CT, 암 치료 등에 사용되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그러나 모든 것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듯이 핵폭탄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우리는 흔히 기회비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 희생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건강검진을 위해 사용되는 엑스레이 촬영이나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방사선 치료가 그 좋은 예이다.부작용을 알면서도 방사선을 우리의 몸에 쪼임(조사·照射)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얻기 위해 사용한다. 더 많은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요즘 발전소 주변 삼중수소가 이슈가 되고 있다. 삼중수소는 라돈과 같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로 매우 미미한 수준의 방사선 피폭을 일으킨다.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일상생활 중 호흡, 음식, 자연으로부터 연간 약 2.4mSv 수준의 자연방사선을 받고 있다. 핵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소에는 자연계의 수준을 넘는 삼중수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그러나 월성원전의 삼중수소로 인해 1년간 지역주민이 받는 방사선 피폭량(0.0006mSV)은 엑스선 1회 촬영 시 피폭량(0.01mSv)의 100분의 6 정도에 불과하다. 바나나 몇 개를 먹는 수준과 같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보편적 기준과 우리나라 규제요건에도 한참 모자라는 수치이다.원자력발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많은 이득이 있을 것이다. 삼중수소의 부작용을 알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시하고 통제해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무조건 기피하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아닐 것이다./ hsh@kbmaeil.com

2021-01-12

움직이고 어울리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해마다 새해 소망의 단골 중 ‘건강’이 빠지지 않는다. 더욱이 2년째 지리멸렬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건강 보다 더 중요한 화두가 또 있을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코로나 종식’이나 ‘마스크 벗기’ ‘경제 회복’ 등이 급선무로 대두되지만,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건강이야 말로 누구나 일년 내내 아니 평생 바라는 우선적인 염원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일신의 건강이 확보돼야 일상을 지탱하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예전부터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몸이 건강해야 온전한 삶이 가능하고 건강한 신체는 장수와 직결된다. 인간의 건강한 삶과 생명연장을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텔로미어(telomere)에 대한 연구나 건강식단, 건강보조제 등이 학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세포 분열 후 짧아진 텔로미어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며, 이 효소가 잘 활성화된다면 건강 장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즉,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움직이냐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가 달라지며, 나이가 들수록 무조건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항간에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 소식하기, 스트레스 안 받기, 체내의 활성산소 줄이기, 칼로리 제한, 충분한 수면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고 꾸준히 지켜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의지가 약하거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일에 쫓기고 바빠지는 현재의 곤고한 삶에서 오는 괴리가 커져 많은 사람들이 건강수칙을 간과해버리는지도 모른다.필자도 비슷한 처지지만, 적어도 두 가지만큼은 꾸준히 실천하며 나름대로의 건강법(?)을 터득해 나간다고나 할까? 그것은 곧 움직이고 어울리기다. 자연만물도 움직임이 있음으로써 오묘한 작용과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듯이, 사람도 움직임이 있어야 육신에 생기와 활력이 생기게 된다. 건강과 직결되는 움직임은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50대가 운동 안하는 30대 보다 텔로미어가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만큼 운동은 건강의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위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다. 즉, 가족이나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관심과 사랑, 사회와 주변에 대한 봉사, 그리고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다. 이를테면 가족애를 쌓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우정을 넓히며 사회나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과 나눔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커지게 되면 ‘좋은 호르몬’이 생성되어 건강수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결국 편안한 어울림으로 친화력을 높이고 공헌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것도 심신의 건실함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생명연장의 꿈은 다 같이 오래 사는 건강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와사보생(臥死步生)을 염두에 둔 적절한 운동, 어울림으로 친근한 신뢰 쌓기, 공익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선한 영향력으로 불로장생을 추구해보자.

2021-01-12

북극한파

김규종 경북대 교수일주일 가까이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다. 요즘은 대구나 청도 기온이 다를 바 없다. 예년 같으면 청도 최저기온이 대구보다 4∼5도 정도 낮았는데, 그런 차이가 사라졌다. 영하 18도 가까운 추위를 경험하는 일은 행운이다. 내가 좋아하는 기온이 영하 18도이기 때문이다. 바람 한 점 없이 쨍한 날 아침에 맞는 영하 18도의 상큼함은 형언하기 어려운 기쁨이다.우리나라 추위에는 언제나 바람이 동반한다. 날이 추워질 기미를 알려주는 것도 바람이고, 기온이 오를 징조를 통지하는 것도 바람이다. 겨울에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날이 차가워질 것이고, 차갑던 날에 바람이 잠잠해지면 포근해지기 마련이다. 이 땅에 살면서 체득한 이치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인들이 기장(機長)의 인천공항 일기예보에 환호하다가, 공항 바깥에 나오자마자 괴로워하는 데에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유라시아 대륙의 내부에 있는 도시들, 예컨대 베를린이나 모스크바 혹은 이르쿠츠크에는 바람이 드세지 않다. 그곳의 추위는 바람 없이 생짜로 내려가는 한기(寒氣)에서 발원한다. 영하 30도의 베를린과 영화 28도의 이르쿠츠크, 영화 25도의 흑룡강 추위의 경험은 인상적이었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일상을 영위하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겨울을 맞이하고 보낸다.언론에서는 이번 추위의 원인 제공자가 북극이라면서 ‘북극한파’라는 별칭(別稱)을 부여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 기온이 상승하고, 찬 기운을 막아주던 제트기류는 상대적으로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그대로 남하해 한파가 닥쳤다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가 불러온 기후재앙의 결과로 이해하면 속 편할 듯하다. 스웨덴의 18살배기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강력한 저항운동이 절실해 보이는 까닭이 여기 있다.북극한파가 가져다준 선물도 소중하다. 한국인들의 지리적 이해도를 강화한 점을 들 수 있겠다. 한반도 남단, 그것도 서울과 경기도 인근의 미소(微小)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시선을 확장한 공이 크다. ‘우물 안 개구리’도 유분수지, 날이면 날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타령이 끊이지 않는 나라의 좁디좁은 소견이 가관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북극이라는 지명과 그곳의 맹추위가 잠자는 한국인들의 협소한 의식을 일깨운 셈이다.이런 정도의 추위를 감내하고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의 확장은 덤이다. 극동 러시아의 야쿠티아 자치 공화국에 자리한 오이먀콘 초등학생들은 영하 52도 아래로 떨어지면 등교하지 않는다. 영하 56도까지 내려가야 휴교한다고 알려져 있다. 눈보라 치는 영하 50도의 날씨에 학교에 가는 7~12살짜리 아이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과잉보호가 넘쳐나는 이 나라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여름에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병해충이 이번 추위로 상당수 절멸했을 가능성도 있다. 덕분에 올여름에는 모기나 각다귀가 조금은 적을 듯하다. 세상사 대차대조표는 결국 영(零)이다. 조금은 여유롭게 북극한파와 대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