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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시 인구 50만 둑 터지면 큰일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포항 주소갖기 릴레이 챌린지’ 운동이 성과를 내고 있다. 포항시 인구는 지난 2015년 51만9천58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그 후 매년 2천명 이상 감소했다. 올 1월 말에는 50만2천736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3월 3일을 기준으로 50만3천216명을 기록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인구가 많이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회복세를 보인 것만으로도 포항시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첫 주자로 나서 시작한 포항사랑 주소갖기 운동에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준 결과로 평가된다.포항은 그동안 철강공단의 장기적인 침체와 청년층 유출, 지진 등의 영향으로 인구감소현상이 지속돼 왔다. 5년여 사이에 인구가 1만7천여명 줄어든 것은 위기경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포항시 인구는 조만간 50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구가 50만명 이하로 줄어들면 대도시 수준의 각종 특례지원을 받지 못해 도시위상이 크게 떨어진다. 경북도를 대신해 포항시가 직접 처리하는 사무특례혜택이 사라지고 재정교부금도 절반으로 줄어 들어 시민들이 손해를 본다. 구청과 경찰서, 소방서 등의 행정조직에도 변화가 생겨 공무원도 감축시켜야 한다. 포항시가 인구 50만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현재 포항시뿐만 아니라 경북도내 대부분 시·군이 인구감소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도내 23개 시·군 중 80%가 넘는 19개 시·군이 소멸위기지역에 속하고, 7개 시·군은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발표됐다. 출산율이 줄어드는데다 인구가 수도권으로만 몰려들고 있으니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기업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등 모든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다. 국회 의석을 비롯한 수도권 권력이 갈수록 비대해져 국가 자원배분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대부분 수도권에서 하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의 문제는 결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인 난제를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놓은 형국이다. 비수도권 소멸에 대한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2021-03-07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 불안감 잠재워야

정부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한 이후 접종 후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백신접종 후 사망한 사례도 벌써 8건이나 발생해 코로나 백신접종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쉽게 가실 것 같지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의하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등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신고 건수가 총 3천689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일 누적 접종자 31만4천656명의 약 1% 수준이다. 백신접종 후 사망신고도 8건으로 늘어났다.보건당국은 이상반응 및 사망의심 신고 등과 관련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백신접종과 인과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징후들로 인해 국민 다수가 백신접종에 대한 안전성을 불신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지난해는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백신접종이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00여명 발생하고 백신의 상온노출 등 유통상 문제가 알려지면서 무료백신 접종률이 64%로 떨어졌다. 전년 73%보다 크게 낮은 수치였다.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4월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6월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감염증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다.보건당국은 향후 진행될 백신접종에 대한 불안감 및 거부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백신접종 후 신고된 각종 이상반응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9월 국민의 70% 1차접종,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란 목표 달성에 근접하기가 쉽지 않다.정부는 10만명 당 환자 수를 기준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간소화하고 다중이용시설 운영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정부 생각대로라면 지금 수준은 2단계에 해당돼 식당, 카페 등의 운영시간 제한이 없어지고 8명까지도 모임이 가능해진다.아직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하루 300∼400명씩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대응에 어느 한쪽도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백신접종이 코로나 종결에 최고 수단이라 생각하고 보건당국과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2021-03-07

봄, 새롭게 깨어나라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춘삼월, 이제 완연한 봄이다. 경칩(驚蟄)도 지났다. 동면하던 동물들도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는 음력 정월-인월(寅月)은 만물이 생동하는 깨어남의 절후이다. 흔히 경칩에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말을 한다. 어디 동면을 하는 동물이 개구리뿐일까. 뱀, 거북 등 양서류와 파충류도 땅속에서 잠자고 박쥐, 고슴도치는 가사상태로 겨울을 나고 곰들도 얕은수면 상태 속에서 겨울잠을 자며 새끼도 낳아기른다.겨울 가뭄에 바짝 마른 개울을 찾았더니 산개구리 몇 마리가 벌써 뛰어다니고 새싹 돋는 풀숲을 헤쳐보면 까만 개구리가 툭 튀어나온다.어저께 비가 내린 탓에 축축하게 물기를 머금은 낙엽들을 말리려고 들추어 보니 그 속에 파릇하게 봄을 준비하는 꽃창포의 여린 잎들이 깨어나고 있었고, 여름이면 연보라 꽃을 피우는 비비추도 연두색 새순을 올리고 있었다. 따뜻하게 봄기운 받으라고 모두 긁어내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어린싹들이 낙엽을 덮고 더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리며 힘을 기르고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이불을 벗긴 것은 아닐까?’하고는 얼른 덮어두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생종인 여러해살이풀이니 그 추위쯤이야 훌훌 이겨내겠지. 깨어나라. 봄이 왔다. 축축한 해묵은 낙엽 속에서 꾸물거릴 때가 아니지않느냐. 개구리도 긴 잠을 깨고 눈 녹은 물이 고여 있는 갯가에서 짝짓기하고 투명한 알들을 낳는데….기계면 언저리에 있는 시골집을 나와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고 드라이브 스루 나들이를 나섰다. 기계천을 따라올라 한티 터널을 지나고 자호천을 끼고 달리며 창밖을 기웃거려보니 개천에는 겨울 가뭄에 물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련히 봄기운이 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죽장에서 상옥으로 가는 길의 초입, 입암리의 선바위도 가사천 개울을 보며 봄을 기다리는 듯하고 상옥 마을을 굽이돌아 진달래 꽃망울 보며 고갯마루에 서면 경북수목원도 봄을 맞고 있다. 청하에 들어서면서 기청산식물원에 들리니 빨간 동백과 노란 산수유의 웃음 속에 동강할미꽃이 고개를 살짝 들고 있다. 봄의 기운이다.동물의 겨울잠은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기온의 변화로 주위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고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동물들이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다. 그 활력 징후를 보면 각성상태라고 한다. 동면에 들면 몸의 내부상태 즉, 심박동수와 호흡량을 조절하는 호르몬 등이 있기 때문이다.요즘 우리나라 정세를 보면 계절 변화의 우려 속에도 국민은 아직 잠을 자고 있는 듯하다. 아니, 배고프고 추웠던 시절을 힘겹게 보낸 것을 모두 잊고 풍요와 자만에 빠져 멋모르고 마신 축배에 너무 빨리 취해버린 듯, 숙취의 잠이다. 그 활력 징후는 어떨까.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듯 우리도 사회적 잠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이다. ‘항상 깨어있으라’는 성경 구절이 와닿는다.경칩 전후, 고로쇠나무에서 얻는 수액은 술독을 푸는 데 좋다고 한다. 한 모금 시원히 마시고 숙취도 풀고 뼈도 굳건히 하여 더 따뜻한 이 봄의 훈기를 느껴보자. 우리 모두 새롭게 깨어나자.

2021-03-07

살구꽃 필 무렵

류영재포항예총 회장산골에 살다보니 아침마다 자연스레 창밖의 풍경들을 살피게 된다. 우리 집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풍경 중 으뜸은 큰 살구나무의 늠름한 모습이다. 어제는 살구나무 가지 끝에 물이 차오르고 있음을 살짝 느꼈는데, 오늘 아침에는 붉은 생명의 기운이 완연하였다. 이제 곧 연분홍 살구꽃이 만발할 것이다. 창가에 앉아 나무열전이라는 책을 뒤적거리다 ‘살구나무와 공자의 교육철학’이라는 대목에 눈길이 닿았다. 공자가 자주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하여 학문을 배워 익히는 곳을 ‘행단’(살구나무 뜰)이라 하는데, 지금은 살구나무가 은행나무로 변했다고 한다.지난해 통계자료를 보니 국가별 GDP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로 기록되어 있었다. 작은 국토면적에 부족한 자원, 게다가 분단국가라는 불편한 현실 등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낸 결과이다. 이처럼 놀라운 성장을 견인한 힘은 우리의 우수한 인적자원이며 그 바탕이 교육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높다. 그 까닭은 교육적 성취가 신분상승의 가장 유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산업화로 인하여 ‘이촌향도(離村向都)’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전까지 우리는 벼농사 중심의 농업사회였다. 농사를 짓는 집에는 반드시 마구간이 있었으니 농사에 황소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힘센 황소는 농사에 꼭 필요한 존재이면서 가난한 농가의 재산목록 1호이기도 하였다. 집안의 기둥인 장남의 손에 그 소의 고삐를 쥐어주며 대학 진학을 하락하던 농부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그래서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했다던가.교육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 그러나 이제는 그 방법을 수정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교육의 특징은 입시위주의 정답 찾기, 압축식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압축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창의성과 인성이 실종된 이런 방식의 교육은 다변화된 현실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 최근 스포츠계의 ‘학폭’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나 인명 경시, 성폭력 등의 심각한 문제들이 교육의 현주소와 깊게 맞물려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창의력의 발현과 바람직한 인성의 형성을 기대할 수 없다. 창의적인 교육은 공부 방식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공자는 수시로 제자들을 야외에서 가르쳤는데, 주로 살구나무 아래였다고 한다.필자가 유년을 보낸 시골마을, 담장을 공유한 바로 옆집에 큰 살구나무가 있었다. 마을 곳곳에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등 유실수가 많았는데, 가지를 꺾거나 심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떨어진 과실을 주워 먹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 이웃집 뒤꼍에서 주워 먹었던 달고 찰진 살구 생각에 입안에 군침이 돈다. 열매의 씨방이 개를 죽일 수도 있어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살구, 올해도 어김없이 살구꽃 피는 봄은 오고 꽃샘바람도 매섭게 불어올 것이다.자연의 섭리를 가르치는 교육이 올바른 인성의 형성에 꼭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2021-03-07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이환위리(以患爲理)

김학동 예천군수지난해는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로 매우 힘들고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계속된 경기침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했고,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국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예천군은 군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튼튼한 방역위에 경북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시켰다.임기 초부터 강조해 온 ‘변화와 도전’이 행정 전반에 녹아들었으며, 사소한 민원도 놓치지 않고 군민의 시선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사업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예천 도약을 위한 발전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해이다. 또한 지역에 산재돼 있던 현안들을 속속 해결 하는 등 예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냈다.지난 해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곳은 스포츠 분야이다.아시아육상연맹이 주최하는 2022년 아시아U20육상선수권대회를 군 단위 최초로 유치했다. 이 대회는 아시아 45개국이 22개 종목 선수 및 임원 1천500여명 규모가 참가하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수백억 원이 기대된다. 11월 3일에는 대한육상연맹의 육상교육훈련센터를 유치해 연간 16만5천여명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예천을 방문하게 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올해에도 예천군은 이환위리(以患爲理) 정신으로 ‘변화와 도전’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이환위리는 ‘목표를 향한 길에 예상치 않은 고난이나 장애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한다’라는 뜻으로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군정운영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군민복지와 지역발전을 위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져 있다.예천군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원도심 활성화이다.신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갔고, 이어서 찾아온 코로나19로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도시재생뉴딜사업, 전선지중화사업, 공영주차장 조성, 간판개선사업에 속도를 더할 예정이다.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구(舊) 예천읍행정복지센터를 리모델링해서 역사·문화전시관, 도시재생지원센터, 청년희망키움센터, 시니어아카데미 등의 시설을 배치해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거점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동본리 상설시장에는 공공임대 상가와 공영주차장이 있는 예천한우특화센터를 만들고, 서본리 구 119안전센터 부지에는 건물을 신축해 장난감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 작은도서관 등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복합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지난해 연말에 착공한 전선지중화사업과 주차장 확보 그리고 간판개선 사업으로 원도심을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으로 만들어 상가 고객과 방문객을 늘려간다면 원도심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도청이전과 통합신공항 이전시대를 맞아 경북의 중심도시로 우뚝 성장할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예천군은 역사· 문화·예술 분야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박서보 화백 미술관 건립이다. 지난해 8월 28일 미술관 건립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올해 1월 14일 작품기증 협약과 함께 공증까지 완료했다. 단색추상화의 거장인 박서보 화백의 작품과 세계적인 건축가의 건축물이 만나 미술관이 탄생한다면 경북 북부지역 관광의 대표적인거점이 될 것이다.예천군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에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시련 앞에서 더욱 강인해지는 예천 정신으로 이겨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공동체, 예술과 문화가 마음껏 융성할 수 있는 예천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03-07

선비들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관동팔경을 돌아보는 것은 선비들의 버킷리스트였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꼭 가고 싶었던 곳이라 만 19세가 되면 짐을 꾸려서 강원도로 향했다. 젊어서 못 떠나면 40대 중반의 문인이 되어 길을 나서기도 했고, 그때도 못 떠나면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구경을 했다고 한다. 그 길에 나도 서 보았다.관동이란 대관령의 동쪽이라는 뜻이다. 큰 고개를 넘어 여행하는 선비들이 챙겨 갔던 것은 해시계와 나침반과 작은 지도였다. 그리고 멋진 경치를 보고 그림과 시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내야 하기에 여행용 문방구류도 필수였다. 한양에서도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여행길이라 아주 작게 만든 벼루와 먹과 붓으로 무게를 줄이고 짐은 되도록 가벼이 가져갔을 것이다. 지금 나는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걸어서가 아닌 선비들이 천리마라고 깜짝 놀랄 자동차를 타고 팔경 중 하나인 울진에 있는 망양정으로 향했다.팔경을 한반도 지도를 놓고 보면 위에서부터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고성의 삼일포(三日浦)는 북한에 있다. 그 아래에 고성의 청간정(淸澗亭)은 둘째가 근무한 부대가 고성에 있어서 면회 시간에 맞추느라 들렀다. 조선 선비들도 금강산을 둘러보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그 아래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삼척의 죽서루(竹西樓)는 수학여행으로 가 보았다.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은 가까워 몇 번 다니러 갔지만, 그곳에서 가까운 망양정은 이번이 초행길이다.강원도로 가는 국도에서 내려서니 왕피천을 따라가라고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한다. 입장료도 없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언덕을 200m쯤 오르니 날아갈 듯한 누각이 나타났다. 왕피천이 동해를 만나 강의 이름을 반납하고 태평양의 품에 안기는 곳에 위치한 망양정이다. 관동팔경 중에 최고의 경치라 칭찬을 받을만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정자의 기둥은 풍경을 품은 액자의 프레임이다. 옛사람들은 그 안에 산과 강과 바다를 함께 넣어 걸어놓고 즐겼다. 품이 아주 넓었다. 그 품에 앉아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한껏 들이켰다. 어디선가 풍경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바람 소리길’이 나왔다. 망양정에서 울진대종이 매달린 종루까지 가는 길에 대나무숲 사이로 풍경을 문처럼 매달아 놓아 바람이 지날 때마다 협주가 시작된다. 댕그렁댕그렁, 사그락사그락. 천천히 걸으며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계단에 앉아 소리에 마음을 기울였다.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관동팔경을 하나하나 설명해놓은 입간판이 있다. 선비들의 그림으로 예전 풍경을 보여주고 바로 옆에 현재의 사진으로 이렇게 변했어요 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덟 곳 중에 북한에 있어서 가 보지 못한 두 곳의 풍경이 보지 못해서인지 더 절경으로 보여 통일이 되면 꼭 가야겠다고 내 버킷리스트에 저장했다.이렇게 경치가 좋아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여기가 송강 정철이 노래했던 그 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는 평해현에 있던 것을 울진 현령이 거긴 월송정이 있으니 하나만 나눠달라 철종에게 읍소해서 옮긴 것이라 한다.동해안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망양휴게소가 나온다. 동해안의 휴게소는 음식 맛집이기보다 대부분 뷰 맛집이다. 특히 망양휴게소는 바다로 통창을 내놔서 바다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전망대도 있어서 그곳에 망원경으로 더 먼 곳의 수평선을 볼 수도 있다. 이 자리가 송강 정철이 바라보았던 관동팔경이라는 설이 있어서 지나는 길에 꼭 들러 정철이 되어 본다.산을 즐기고 기록한 유산록(遊山錄)은 선비들의 여행 후기였다. 70여 편의 유산록을 참고하여 국립춘천박물관은 정선과 김홍도를 비롯한 여러 선비들의 그림 위에 상상을 덧입혀 관동팔경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음악과 어우러진 풍경이 살아 움직였다. 그 옆에 슬그머니 내 유산록 한 구절을 내려놓는다. /김순희(수필가)

2021-03-07

코로나 개강

3월 하면 떠오르는 것은 뭣보다 3·1절. 그러고 나면 그 다음날 운동장에서 ‘조회’하던 옛날 광경. 그 다음엔 봄이 왔는데도 늘 추웠었다는 기억. 그때는 3월에도 손발이 시렸다. 그러니까 3월 하면 아직도 ‘맹렬하게’ 남아 있는 추위를 뚫고 학교에 가서 조회를 하고 새 교실에서 새 책을 받고 새 친구들과 왁자지껄, 우당탕탕 놀아제껴야 제 맛이었다. 대학이라서 수업이 없는 날도 있다. 월요일 하고 수요일에 수업이 있는 과목에 3.·1절이 월요일 차례가 되었다. 화요일을 건너뛰어 수요일, 3월 3일이 첫 개강날이었다.‘어김없이’ 며칠 전에는 봄을 시샘하는 늦겨울비가 제법 내려 3월을 맞을 준비는 다 된 것도 같았는데, 캠퍼스에 학생들이 ‘없다’. 이번 학기도 지난 학기, 지지난 학기처럼 ‘줌(zoom)’으로 수업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겨울방학중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 한산한 캠퍼스를 가로질러 연구실 있는 건물로 향한다.코로나가 창궐하면서 건물들은 죄다 ‘자물쇠’가 채워졌다. 신분증, 전자 ID카드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다. 바로 옆에 시스템 관리팀을 부를 수 있는 벨이 있지만 ‘규정’이라서 절대로 열어줄 수 없단다. 신분증을 잊어버린 날은 다른 사람이 드나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다.학생들과 수업을 하려면 먼저 ‘줌’ 어플로 ‘새 회의’라는 것을 개설하고, 그러면 생성되는 회의 ‘주소’를 학생들에게 문자로 전송해 주어야 한다. 수업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이 주소를 따라 단체 ‘회의실’에 입장하게 되고, 그러면 이것이 인터넷 수업이 된다.겨울 내내 연구실을 정리한다, 한다 해놓고 그대로 3월을 맞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요즘 학생들은 ‘줌’으로 자기 사는 방의 풍경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는데, 나 또한 지금 내 얼굴 뒤에 ‘가상배경’을 깔아놓고 수업을 해야 할 판이다.이번 학기부터는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아 미리미리 출석부도 출력해 놓고 강의계획서도 꺼내서 첫 개강 수업 준비도 하고 일찌감치 ‘줌’ 수업 주소도 학생들에게 전송한다.학생들 명부를 보는데 학번이 ‘2020’인 학생들이 많다. 작년 코로나 ‘개시’ 시절에 대학에 들어와 올해로서 2년째 ‘줌’ 수업으로 공부하고 캠퍼스는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찾아오는 ‘운 나쁜’ 친구들이다. 더 잘, 더 자세히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앞으로 코로나가 물러가도 대학이 이런 메커니즘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인다.결혼식, 장례식은 확실히 그럴 것 같은데, 과연 일상은? 간단치 않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온 충격이 참으로 큰 것이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3-04

파렴치

한자어가 우리말로 국어화한 단어가 간혹 있다. 숭늉은 숙냉(熟冷)에서 나왔고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에서 나왔다. 얌체는 염치(廉恥)라는 한자어에서 출발했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뜻이다.이 염치가 다시 얌치로 어형이 바뀐다. 어감의 차이는 있으나 의미는 별 변동이 없다. 그러나 얌치라는 말이 얌체로 바뀌면서 염치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의미도 달라졌다.말이란 세월과 시대 흐름 등에 따라 변형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염치는 파렴치라는 말을 낳는데 염치를 부숴버렸다는 뜻이니 염치가 전혀없는 무례한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다. 부끄러워할 치(恥)자는 귀(耳)와 마음(心)으로 이뤄진 글자다. 남의 비난을 들으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의미로 해석한다.2012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말이 있다.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 홀로 깨어 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 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당시 우리 사회에 번진 지도층의 혼탁함을 비판했던 표현이다.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이 신도시 후보지에 100억원의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투기 의혹과 함께 후폭풍이 심각하다. 집값 폭등에 가슴앓이를 했던 서민에겐 온몸의 힘이 빠지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정부의 집값 안정책이 불신받게 될 처지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을 규명을 엄명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았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나왔다.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되면 무주택 서민의 분노를 잠재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국민을 기만한 참으로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04

윤석열의 결심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총장임기 만료를 4개월 남겨두고 사표를 던진 윤석열 검찰총장 얘기다.집권여당의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장악 노력에 제동을 걸었던 윤 총장이 마침내 정치를 시작할 결심이 선 모양이다. 집권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움직임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직후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행보를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4일 오전 대검찰청사앞 현관에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해 정치행보에 본격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이에 앞서 전날 보수세력의 본산인 대구를 찾은 윤 총장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사회적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뒤 중수청법을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법)이라는 4자성어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하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윤 총장의 전격 사퇴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있다. 그동안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윤 총장이 돌연 대구고검을 방문해 중수청 설립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국민’과 ‘헌법’을 명분으로 권력에 대항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사퇴카드를 던졌으니 대선경선 구도에 파란이 예상된다. 윤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15.5%의 지지율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3.6%)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정계 진출의 뜻을 굳힌 만큼 추후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이제 관심사는 윤 총장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야권의 대권후보군에 합류할 것이냐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로는 4·7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실상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권실세의 비리를 폭로하는 등의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진영에 합류하는 방안이다. 부산표심을 겨냥해 내놓은 가덕도 특별법은 성추문으로 물러난 전임 오거돈 시장 집안이 가덕도 땅을 사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별무효과가 됐고, 서울시장 선거도 신도시 개발정보를 빼돌린 LH직원들의 땅투기 정황이 밝혀지면서 야권에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왠지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급박하게 돌아간다. 대권후보 부재로 곤궁한 처지였던 야권 입장에서 윤석열의 결심은 반가운 흥행호재가 됐다.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에게도 이제 대선향방이 흥미진진해졌을 듯 싶다.

2021-03-04

수성사격장, 권익위 중재력에 기대 크다

경북 포항시 수성사격장에 대한 국민권익위의 중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8일 국민권익위는 장기면 수성사격장의 민군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조정회의를 열고 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군 당국의 아파치헬기 사격중단을 요청했다. 군 당국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현재 사격장에 대한 헬기 사격훈련이 중단됐다. 그러나 헬기 사격 훈련이 중단된 가운데 해병대가 수성사격장 일대에 대한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는 것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주민 반발 등 논란이 일어났다.지난달 26일에는 권익위 이정희 고충처리 부위원장이 수성사격장을 직접 방문하고 주민 뜻에 따라 군사시설 지정을 위한 행정절차 진행도 중단해 줄 것을 군 당국에 요청했다. 이번에도 군 당국은 권익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성사격장 갈등이 충돌보다는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수성사격장은 1960년에 지어진 훈련장으로 그동안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마을에서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유탄, 불발탄, 화재 등으로 60년을 시달려왔다. 국방과 국가안보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해 온 주민이다. 특히 군 당국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시되던 주한미군 사격훈련이 그곳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장기면 주민들의 반발이 더 커졌다. 주민들은 이제 수성사격장의 이전이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국방부와 한미연합사 등을 방문해 주민 2천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도 제출했다. 국민권익위에도 민원해결을 위한 청원을 했다.권익위는 지난달 18일부터 장기면 사격장으로 인한 소음, 진동, 수질오염 등 주민피해 사실 확인에 나서고 있다. 권익위는 “한국의 안보와 한미동맹, 그리고 60년간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주민의 권익과 생존권을 모두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입장에서 청취하고 설득력 있는 해결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사격훈련 중단과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절차도 중단됐으나 일시적 중단일뿐 주민의 요구가 관철된 것은 아니다. 이제 주민들은 권익위의 중재만 믿고 기다리는 입장에 있다. 권익위 중재력에 포항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21-03-04

주목받는 경북도의 ‘탄소중립시대 선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3일 경북도 동부청사에서 “경북 동해안을 그린경제 생태계로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전력생산 거점 역할을 하는 동해안의 잠재력을 이용해서 그린경제 관련 인프라를 조성한 후 경북도가 탄소중립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대한민국 탄소중립 SUN벨트’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SUN벨트에는 청정에너지, 배터리ESS, 수소에너지, 미래 원자력 중심의 저탄소 에너지믹스 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도지사는 이날 동해안 5개 시·군별 발전방향도 제시했다. 이른바 ‘E·A·S·T 플랜’이다. 이 플랜은 그린에너지(green Energy), 신해양 개척(Advance of the sea), 스마트 수산(Smart fisheries), 해양레저관광(Tourism of marine leisure) 등 4개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모두 11조3천400억원이 들어간다.포항은 친환경 산업인 수소연료전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곧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수소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돼 산업부는 수소기업과 그 지원 시설을 집적화하고,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 관련 설비 등을 지원하는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할 수 있다. 경주에는 혁신원자력연구단지를 조성해 초소형 SMR(혁신형 원자로) 등 미래원자력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영덕에는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를 조성해 풍력발전과 관련 산업을 유치하고, 울진에는 수소에너지 실증·생산단지를 조성해 수소연료와 차세대 에너지 개발을 할 계획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생태관광섬으로 보존해서 100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생각이다.우리세대는 지금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기후문제로 그린경제가 화두로 떠오른 이후 수소산업과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후에는 ‘탄소중립’이 나라마다 최대 현안이 됐다. 경북도가 이러한 국제적인 현안에 발맞춰 동해안을 탄소중립지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시의적절하다.

2021-03-04

자원투자의 개가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포스코가 3년 전 인수한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가 리튬 가격 급등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2018년 3천100억 원에 인수한 호수에 매장된 리튬을 생산해 현 시세를 적용해 판매시 누적 매출액이 35조원에 달하며, 이는 중국 탄산리튬 현물 가격이 올해 급등한 덕분이라고 한다.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리튬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포스코는 지난해 말 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t보다 6배 늘어난 1천350만t임을 확인했고 이는 전기차 약 3억7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자원외교에서 가장 미래세대 전략적 측면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리튬 확보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로 포스코와 함께 남미 에콰도르의 소금호수 산을 구매하며 2천억 원을 지출하였고, 이는 당시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고, 기업비리, 세금 낭비라는 주장이었지만, 결국 포스코가 산 소금호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2011년도부터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준비하고 자원외교를 펼쳐 자원을 확보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먼 앞을 내다본 혜안이라고 본다.최근 미·중의 무역전쟁이 가속화 되면서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자국 내 희토류 처리 가공시설 건설 사업에 300억원 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고 한다. 처리 가공시설 완공 시, 미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세계 수요의 25%를 책임질 것으로 나타났다.향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군사 장비와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기술 부품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제한에 대비해 자급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자원 확보에 필요한 외교정책, 기술, 자금지원 등과 함께 인재양성도 중요해 보인다.여러 가지 다양한 공학분야 중에서도 묵묵히 ‘에너지자원 공학’을 공부하는 공학도들이 있다. 이들이 일선에서 향후 자원 확보를 위해 뛰고 있는 인재들이다.필자는 대학에서 산업경영공학 이전에 에너지자원공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다.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세계전역을 돌면서 자원 확보를 위해 애쓰는 엔지니어 동문들을 보면서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있다. 사실상 자원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활에 필수품인 전기공급, 자동차도 도로를 달릴 수 없고, 공장 등이 가동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수품이 된 핸드폰도 만들 수 없다.포스코 자원투자의 개가를 보면서 에너지자원 기술에 대한 학문적 뒷받침과 인재양성, 연구투자, 기술투자들이 절실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한 것이다. 미래는 자원전쟁과 자원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

2021-03-04

경칩(驚蟄)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놀란다는 경칩이다. 양력으로는 삼월 초순이니 실지로 봄이 시작되는 절기다. 흔히들 개구리가 놀라서 잠을 깨고 나온다고 하는데 개구리는 물론 벌레가 아니다. 벌레들은 대부분 알이나 번데기로 월동을 하고 애벌레나 성충으로 겨울잠을 자는 것은 장수풍뎅이, 무당벌레, 노린재 등이다. 24절기가 처음 만들어진 중국의 화북지방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그런 벌레들은 물론 개구리가 나오기에도 이른 때이다.벌레든 개구리든 놀란다는 표현이 좀 의아하다. 봄기운이 돌아서 얼었던 땅이 풀리면 동면하던 벌레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깬다고 해야 더 적절하지 않겠는가. 놀라서 잠을 깬다는 건 갑자기 어떤 충격을 받았을 때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봄비의 차가움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얼었던 땅을 녹이는 봄비라면 새삼스럽게 차가움을 느낄 정도는 아닐 터이다. 물리적 충격 때문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놀라움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총욕약경(寵辱若驚)이란 말이 있다. 노자 도덕경의 한 구절로, 사랑(寵)을 받든 수치(辱)를 당하든 놀란(驚) 것처럼 하라는 것이다. 얼핏 들어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그보다는 총애를 받든 수모를 당하든 담담하고 초연하라는 말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런 일에 놀라기까지 한다는 것은 어딘가 군자답지 못하고 경망스러워 보일 터이다. 도덕경의 해설서에는 ‘경계하라’는 의미로 풀고 있지만 왠지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명상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알아차림’의 상태를 가장 바람직한 경지로 본다. ‘마음 챙김’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알아차림은 시시각각 자신과 세상을 깨어있는 의식으로 지각한다는 뜻이다. 둔감하게 지나치거나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오해 따위로 사물이나 현상을 여실하게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온갖 괴로움과 불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살아 숨 쉬는 것에서부터 생각, 감정, 오감으로 부딪치는 모든 것에 각성의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함부로 판단하거나 추측하지 말고 과장이나 흥분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명한 진리에 도달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라는 말도 있지만, 세상만사에 놀란 것 같은(若驚)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가장 천진무구하고 생기로운 삶의 모습일 것이다. 미세한 봄의 기미에도 놀란 것 같이 하고, 보잘 것 없는 풀꽃 하나에도 경이로움을 갖는 것에 생명의 참뜻이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그저 사소하고 미미한 것이 아니라 우주와 생명의 본질과 에너지에 닿아있는 것이기 때문에.벌레와 개구리뿐 아니라 나무와 풀도 동면에서 깨어나는 계절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을 시시각각 놀랍게 느끼며 살 일이다. 그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되고 소통한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실한 사람은 큰 것에도 충실하기 마련이다. 작은 것에도 불충한 사람에게 어찌 큰 것을 맡길 수가 있으랴. 불통과 비리와 파렴치가 판을 치는 정치판을 바꾸는 일도 국민 각자의 사소한 자각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2021-03-04

3.1운동 102주년의 의미와 독도! 그리고…

길종성(사)영토지킴이독도사랑회 회장·독도홍보관장·2004년 건국 최초 울릉도~독도 수영종단 추진위원장매년 이맘 때가 되면 일본정부와 극우단체들은 대한민국의 독도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날조된 발언들로 대한국민을 자극하고 있다.특히 일본은 2월22일을 국적불명의 보지도 듣지도 못한 엉터리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해 활동하고 3.1절이 되면 일본정부와 극우세력들은 반성은커녕 과거사를 왜곡하며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역사 왜곡형태에 일본정부가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일본 전범기업들은 학자적 양심을 저버린 램지어교수를 매수해 엉터리 역사논문을 지원하고 램지어는 일본기업의 알량한 지원금으로 왜곡된 논문으로 일제강점기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위안부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일에 동조하고 있다.더욱이 이를 학문적 견해라며 방조하는 하버드대학 총장의 행태는 학문적 자유라는 장막 뒤에 숨어 교육자적 양심을 저버린 행태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일본의 행태도 행태지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처신에 일침을 가하고자 한다.정치권은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침탈 행태, 그리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에 제대로 항의하고 앞장서는 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되나?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더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자들이 할머니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감싸고 보호하는 행태를 볼 때 일본은 뭐라 하겠는가? 정말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필자는 19년째 독도수호 활동을 하면서 황당한 일들을 많이 겪는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일부 생색내기와 인기 영합주의식 활동에만 치중하려는 정치권이 정말 답답하고 한심하다.위안부 문제를 위해 활동한다는 정의기억연대에는 엄청난 보조금을 지원해 왔던 정부지만 국가 사무를 대신하는 독도 단체들에 대해선 예산이 없다며 등한시하는걸 보면 독도수호가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다.이제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도 변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과의 마찰, 외교적 문제 등을 이유로 독도문제에 미온적이라면 국가사무를 대신해 활동하는 독도단체들에 대해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정부는 독도단체들이 국가를 대신해 강력한 대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사죄와 반성을 통한 진일보한 생각을 해야 함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독도침탈 야욕과 역사 왜곡에 혈안이 되어 있다.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문제에 따질 것은 따지고 잘못된 부분은 강력히 요구하며 미래세대에 대한 발전적 문제와 아시아 동반 국가로서 함께 가야 할 일이라면 양날의 칼처럼 대응하면 될 것이다.3.1운동 102주년을 맞아 정부와 정치권은 더는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독도단체들에 대해 국민적 행동과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2021-03-04

동파육(東坡肉)과 성계육(成桂肉)

탄탄 스님불교중앙박물관 관장용인대 객원교수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근접한 동남아조차 여행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여행이란 호기심을 충족하고, 여행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간혹 여행국의 음식을 이해하는 것도 인문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중국의 항저우를 가면 당송 팔대가이며 북송의 대문장가인 소식(1037~1101)의 호(號)를 붙인 ‘동파육(東坡肉)’이라는 이름난 요리가 있다. 소동파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하여 황저우의 단련부사로 좌천되었을 때 그가 개발하여 유명해진 음식이다.손수 음식을 해 먹으며 궁핍하게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오랜 친구 마정경이 찾아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에 정신이 팔려 그를 대접하려 불 위에 올려놓은 돼지고기를 깜빡 잊고 있었다. 나중에 졸아 버린 돼지고기가 오히려 더 맛있게 변해 일품요리가 되었다는 것이다.동파는 돼지고기를 예찬하는 ‘식저육(食猪肉)’이라는 시를 남긴다. 서호의 둑이 무너져 범람할 위험에 처하자 조정에 상소하여 서호를 재정비 하였는데, 이때 항저우의 백성들이 감사의 표시로 돼지고기를 바쳤다. 동파는 자신이 개발한 방식으로 정성껏 요리하여 백성들과 나누어 먹으니 모두들 그 맛에 탄복하였으며, 이후 그의 호인 ‘동파’를 붙인 ‘동파육’이라는 항저우의 유명한 향토음식이 탄생하게 되었다. 바로 항저우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돼지고기를 오래도록 졸여 즐긴 요리가 ‘동파육’의 원형이다.식저육이란 시 후반부에 요리법까지 일러준 것을 보면 동파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난 듯하다. 어찌 되었거나 가진 자들이 즐기지 않고 가난한 이들은 요리를 할 줄 몰랐던 값싸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그의 애민 정신이 돋보인다.우리 나라에서도 돼지고기 요리에 인명을 붙인 ‘성계육(成桂肉)’이 있다. 이는 개성의 무당들에 의하여 전국 각지에 전파된 것이다. 당제(堂祭)에 올린 돼지고기를 음복할 때 칼로 마구잡이 난도질하고, 혹은 머리를 내치기도 하며, 배를 가르고 살점을 뭉텅뭉텅 썰어 고기를 마구 씹어 먹는다.이 험한 표정은 이성계에 대한 복수를 하는 듯하다. 이는 최영 장군을 신으로 모시는 무당들이 장군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성계육’을 씹는 것이다. 민중은 원한을 삭이며 오래도록 성계육을 씹었다고 전해진다.이렇게 ‘동파육’과 ‘성계육’은 감사와 복수의 뜻을 담고 있으며 그 의미는 다르지만, 돼지 고기요리에 인명을 붙인 스토리를 품은 텔링의 음식이다.

2021-03-03

바람의 手채화

소소리바람이 옷깃을 차갑게 파고들더니 어느새 샛바람(春風)이 불어온다. 샛바람이 가지 끝을 간질이면 꽃이 눈을 비비며 깨어난다. 꽃이 피면 이를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심술을 부린다. 이어 산과 들에 봄기운이 완연하면 명지바람이 불어와 온누리를 따뜻하게 쓰다듬는다.봄바람은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의 마음도 깨운다. 하늘 맑고 바람 좋은 날, 우리네 아낙은 겨우내 때 묻은 이불 홑청을 뜯고 두꺼운 옷을 꺼냈다. 우물가에서 빨래를 방망이로 두드리고 치대고 차박차박 발로 밟았다. 때가 빠지면 빨래를 헹궈 두 손으로 쥐어짰다. 물기 빠진 빨래를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었다. 바지랑대를 높이 치켜세우면 높다란 빨랫줄에서 빨래가 휘날렸다. 그러고 나면 겨우내 찌들었던 마음까지 상쾌해졌다.가는바람: 약하게 솔솔 부는 바람.간들바람: 부드럽고 간드러지게 부는 바람.갈바람: 가을바람.강바람: 비는 내리지 아니하고 심하게 부는 바람.강쇠바람: 첫가을 부는 동풍.갯바람: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건들바람: 초가을 선들선들 부는 바람.고추바람: 살을 에듯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꽃바람: 꽃이 필 무렵 부는 봄바람.꽃샘바람: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에 부는 쌀쌀한 바람.높새바람: 동북풍을 달리 이르는 말.도리깨바람: 도리깨질을 할 때 일어나는 바람.꽁무니바람 : 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마파람: 뱃사람들의 은어로, 남풍(南風)을 이르는 말.명지바람: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내기바람: 산비탈을 따라 세게 불어 내리는 온도가 높거나 건조한 바람.높새바람: 동북풍을 달리 이르는 말.박초바람: 배를 빨리 달리게 하는 바람.벼락바람: 갑자기 휘몰아치는 바람.서늘바람: 첫가을에 부는 서늘한 바람.서릿바람: 서리가 내린 아침에 부는 쌀쌀한 바람.선들바람: 가볍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손돌바람: 음력 10월 20일께, 억울하게 죽은 뱃사공의 원혼이 몰고 온다는 매서운 바람.소슬바람: 소나무 사이를 스쳐 부는 바람.솔솔바람: 부드럽고 가볍게 계속 부는 바람.하늬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황소바람: 좁은 틈으로 세게 불어 드는 바람.흘레바람: 비를 몰아오는 바람.가을이 오면 하늬바람이 불어왔다. ‘하늬’는 하늘바람으로 갈바람 또는 가을바람이라고도 한다. 옛말로는 가슬, 가실, 秋風인데, 뱃사람들은 이를 가수알바람이라고 불렀다. 먼 하늘에서 솔솔 불어오기에 실바람이며 선선하기에 선들바람이다. 서리가 내리면 서릿바람이 불고 이어서 손돌바람이 분다. 겨울이 오면 문풍지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부는 바람만 바람이 아니다. 가마를 타고 가면서 쐬는 바람은 가맛바람, 신이 나서 엉덩이를 흔들며 걸으면 궁둥잇바람, 여자가 극성스럽게 설치면 치맛바람, 신이 나면 신바람, 춤에 빠지면 춤바람, 쓸데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헛바람이다. 그뿐인가. 산과 들로 놀러 가면 소풍이고 투기하러 떼를 지어 몰려가면 광풍이다. 몽고풍, 왜색풍, 복고풍, 바람을 닮은 현상도 바람이다.바람의 이름에는 우리네 삶의 정서가 배어 있다. 바람에 따라 삶도 달라졌다. 재를 넘어 문틈으로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황소바람이라고 부른다. 모내기할 즈음 부는 아침의 동풍과 저녁의 북서풍을 피죽바람이라고 하는데, 이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들어 밥은커녕 피죽도 못 먹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음력 10월 20일께 불어오는 몹시 매서운 바람은 손돌바람으로 억울하게 죽은 뱃사공의 원혼이 몰고 온다고 믿었다.바람은 때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 이름이 다르다. 덴바람, 댑바람, 도래바람, 돌개바람, 회오리바람, 된새바람, 들바람, 마칼바람, 맞바람, 몽고바람, 벼락바람, 갈마바람, 용숫바람, 짠바람, 흔들바람, 산들바람, 흙바람, 갑작바람, 날파람, 꽃바람, 새벽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문바람, 윗바람, 싹쓸바람(태풍), 틈새바람….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은 구석구석 가리지 않고 쏘다니며 제 할 일을 한다.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화신花神을 깨우고 가지 끝 꽃눈을 간질인다. 심술이 나면 꽃샘바람을 불어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명지바람으로 쓰다듬는다. 그러다 먹구름을 몰고 우르르 몰려와 나무의 멱살을 흔들고 지붕을 날려버린다. 때로는 몸을 비틀어 하늘로 용솟음친다.바람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바람이 없다면 세상은 활기를 잃고 적막해진다. 바람이 아니면, 누가 씨앗을 퍼트려 산과 들을 푸르게 할 것이며 누가 청둥오리를 높이 밀어올려 히말라야 산맥을 넘게 할 것인가. 누가 사막을 쓰다듬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소녀의 머리칼을 누가 휘날려 소년의 숫기를 깨울까.보이지 않는 손, 바람은 산들바다를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바람이 그린 手채화이다. /김이랑 문학평론가

2021-03-03

우리 새싹들에게

강길수수필가우리 두 새싹, 태극이와 광복아!너희들 만난 지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또 보고 싶구나. 너희 아빠들 자랄 때 보다 우리 새싹들이 더 보고 싶으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할아비와 할미에겐, 너희들이 가장 소중하고 큰 행복이란다. 지금은 세상이 어찌 변할지 모를 혼돈시대다. 하여, 우리 새싹들에게 무언가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될 마음으로 이 편지를 쓰련다.일주일만 있으면 3월이 되는구나. 봄이 온다는 뜻이지. 입춘과 우수도 지났으니 지금도 봄일 테지만, 경험상 3월부터 봄이라 하고 싶다. 할아비 유년기의 봄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 하나가 있다. 바로 새싹이란다. 고향 산골에 3월이 오면, 앞산 뒷산의 눈이 녹아 개울마다 도랑마다 맑은 물이 졸졸졸 흘렀지. 우리 집 앞 양지바른 밭둑 이곳저곳엔, 연둣빛 새싹들이 불쑥불쑥 솟아올랐고…. 어린 할아비는 매일같이 새싹들을 만지기도 하며 노는 게 마냥 즐거웠단다.오늘, 할아비는 너희 할미와 텃밭에 갔었다, 지난 늦가을과 초겨울에 심은 양파와 마늘이 궁금해서였지. 전에 안 보이던 마늘 새싹이, 메말라 보이는 이랑에 다문다문 너희들 손가락처럼 솟구쳐 오르는 게 아니겠니. 할미는, “와! 마늘 새싹 났구나! 아이고, 귀여운 것들….” 하며 뛸 듯이 좋아하였다. 할아비는 연두색 마늘 새싹을 보는 순간, 손으로 만져보며 꼭 너희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옛날, 고향에서 좋아했던 봄 새싹의 기억이 덩달아 되살아나더구나. 텃밭 가꾸기를 처음 시작할 때, 비록 적게 거두더라도 할아비 유년 시절 보던 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단다. 즉, 비닐과 농약은 쓰지 말고 해롭지 않은 거름만 쓰자고 말이다. 심은 씨를 하늘이 길러주는 대로 받아먹어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지. 사람들은 이런 할아비의 생각을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땅이 작을수록 농약과 비료, 비닐도 써서 수확량을 늘려야지 배부른 소리’라고 말이다. 하긴 텃밭이 크고 살림살이가 밭에 매여 있다면, 할아비도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우리 새싹들아!무엇보다, 너희들에게 유해물질 없는 먹을거리를 조금이라도 먹이자는 마음이 앞섰단다. 올여름 네 돌을 맞을 태극이와, 올봄 두 돌이 올 광복이가 할아비 할미가 노지재배로 거둔 푸성귀를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 물론 잘 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생태계를 희생하며 이룩한 지구촌의 현대 과학 문명이, 되레 생명이 살기 어려운 생태계를 만든다는 자각도 뒤따랐단다. 오늘날 점증하는 기후변화는, 푸른 별 지구가 사람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울부짖음이 아니겠니?서구(西歐)에서 부는 웰빙(well bing), 로하스(LOHAS), 슬로시티(slow city) 같은 운동은 지구의 경고에 대한 사람의 응답이라 여긴단다. 할아비가 어린 날 경험한 우리 농촌은 그야말로 친 생태적 삶을 살았지. 사람과 가축의 힘만으로 농사를 짓기에, 하늘이 주는 자연 먹을거리를 얻어먹으며 소박하게 살았으니까 말이다. 유불선(儒佛仙) 사상이 어우러진 전통 우리 사회는 그 자체가 웰빙이요, 로하스며, 슬로시티였단다. 불행하게도, 지구촌 생태 운동은 아직 역부족으로 보이는구나.할아빈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변화란 원죄’를 너희들에게 물려주게 된 기성세대로서, 그 죄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구나. 지구촌이 작년 초부터 겪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은 그 벌이 아닐까 싶어 겁이 난단다. 정치인들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은 안중에도 없이, 편 가르기만 일삼고 있다. 어찌 한 나라의 국민이 내 편만 있고, 내 편만 옳겠니? 나랏빚이 산더미처럼 늘어나도 퍼줄 생각만 하는구나, 나라 곳간을 제대로 챙기는 정치인과 관료는 안 보인단다. 불안한 나라 앞날을 생각하면, 할아비는 우리 두 새싹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우리 새싹들아!하지만 앞으로 세상이 더 암울해지더라도 너희들은 절망하지 말고, 희망으로 살아내기를 바라고 믿는다. 하느님은 사람에게,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역사가 가르쳐 주기 때문이란다. 애국가에도 있듯이, 하느님은 우리 새싹들과 우리나라와 푸른 지구를 꼭 지켜주고 도와줄 테니까. 봄, 여름, 가을을 다 품은 새싹처럼….

2021-03-03

문제는 숫자보다 본질에 있다

장규열한동대 교수올 것이 왔다. 오래전부터 예견하였던 인구절벽이 이제는 손에 잡힌다. 새 학기 신입생을 채워야 하는 대학들은 이미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였다. 전국에서 무려 175개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여 신입생 유치에 비상등이 켜졌다. 추가모집에도 미달이 속출한다는 게 아닌가. 비수도권 지방소재 대학들에게는 위기가 절벽으로 느껴질 만큼 가파르다. 정원을 채우는 일이 다급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살펴야 할 문제는 혹 없을까. 우리 대학들은 거의 같지 않은가. 이름만 달랐을 뿐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트렌드와 유행을 좇아 서로 흉내만 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교육부의 지원에 기대고 지침을 따르느라 저마다 특별함을 혹 잊은 것은 아닐까. 대학뿐일까.지역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균형발전은 말뿐인지 온 나라는 수도권 소식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구위기를 가늠하는 인구소멸지수가 있다. 20세에서 39세 사이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지수가 0.5 이하면 소멸위험, 0.2 이하면 소멸고위험으로 읽는다. 경북에는 23개 시군 가운데 군위, 의성, 청송, 영양, 봉화, 청도, 영덕 등 7개 지역이 소멸고위험, 그 밖에 12개 지역이 소멸위험으로 구분되었다. 포항도 0.63으로 주의단계에 처하여, 현재 진행중인 ‘포항시인구 51만회복운동’의 계기가 되었다. 수도권집중 현상과 인구감소 상황이 가져온 전국적인 문제이겠지만, 지역은 스스로 문제의 근원을 살펴야 한다. 중앙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라오느라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부분도 혹 있지 않을까.대학도 지역도 본질을 회복하여야 한다. 대학은 대학마다 특성을 찾아내어 다른 대학들과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전공영역에서 남들과 다른 특화된 부분을 찾아야 하며, 교육철학과 교과과정 등에서도 분명히 다른 지향점과 접근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아무리 멀어도 독특한 무엇을 가진 대학에는 학생들이 찾아오게 된다. 구미 각국의 대학들이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에서 배워야 한다. 전공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담아 백화점식 운영을 하는 특색없는 비차별적 대학경영은 인구감소와 함께 그 운명을 다하였다.지역은 어떨까. 인구숫자도 급하지만, 우리 지역이 매력을 가지지 못하는 까닭부터 찾아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떠나는 이유를 물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삶을 영위하게 할 것인지 궁리하여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색있는 문화가 보이고 꿈을 실어 매진할 수 있는 독특하고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떠나지 말라고 애원할 게 아니라 떠나지 않을 까닭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지역을 벗어나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친지들이 고향을 찾아 돌아올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남들에게 다 있는 무엇으로 할 게 아니라, 다른 곳에는 없는 매력을 구사해야 한다. 숫자보다 본질을 돌아보아야 한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2021-03-03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재고하는 것이 맞다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 원전지역민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 전찬걸 울진군수를 비롯한 울진군민 대표들은 지난 2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런 국책사업 중단에 울진군민들의 권리를 외면당하고 있다”며 강하게 정부를 비난했다. 울진군민 대표들이 이날 서울까지 가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사업허가 기간을 연장한 것은 사업종결을 위한 연장절차”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열흘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한수원이 신청한 2023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혀, 원전 공사재개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남겨둔 상태였다.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지난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그동안 2번의 환경영향평가 공청회까지 거쳤지만, 문재인 정부 탈원전 로드맵에 신규 사업 백지화 대상으로 포함됐다. 사업주체인 한수원이 그동안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은 토지 매입비와 두산중공업 사전 기기 제작비 등 7천7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울진군민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신한울 3·4호기를 신규 사업 백지화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그동안 적법성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와 울진군의회 원전관련특위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위법성 검증을 위한 국민감사를 청구해둔 상태다. 울진군민 대표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 건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해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진지역은 현재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엄청난 고용난과 인구감소, 경제 파탄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추구하는 탄소중립국 실현을 위해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즉각 재개돼야 한다. 그리고 사업 주체인 한수원은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전면에 나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추진해야 한다.

2021-03-03

터무니없는 백신 가짜뉴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접종이 이뤄진 이후부터 백신접종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극성이다.대표적인 게 치매환자가 맞으면 신경계에 이상반응이 나타나 치매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인 백신이 단백질 분자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DNA를 조작하기 때문에 백신을 맞으면 신경계에 이상반응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까지 덧붙인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전제부터 틀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의 염기서열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요한 염기서열, 스파이크 단백질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끼워넣은 것이며, 단백질 분자 운운하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다.또 “코로나 백신안에는 DNA변경장치가 들어있다.” “백신을 맞으면 DNA가 변형돼 인간이 아닌 기괴한 다른 종이 된다.” “백신접종을 핑계로 국민들에게 전자칩을 심으려 한다.” 등 온갖 음모론으로 가득찬 가짜뉴스가 SNS로 무차별로 퍼지고 있다.의학적으로 주입된 백신의 유전물질은 분해되기 때문에 사람의 유전 정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전자칩은 동물한테 하는 게 있지만 인식표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어쨌든 이같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자 반복되는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언론이 공포감을 조성해 백신을 맞게 세뇌시킨다” “백신을 거부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 70%이상의 접종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백신 가짜뉴스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가짜뉴스에 현혹돼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3

행정통합, 지역민 관심 끌어올리는 게 관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두 가지 청사진이 제시됐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방안으로 대구경북특별광역시와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두 가지의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특별광역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등하게 통합하는 방안이고, 특별자치도는 대구시를 특례시로 조정하고 대구시 산하 7개 구를 준자치구로 변경하는 안이다. 공론화위는 이번에 제시된 기본계획안을 바탕으로 여론수렴에 나서 4월말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적어도 7∼8월께는 주민투표에도 붙일 예정이라 한다.그러나 문제는 시도민의 관심과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부담이다. 대구와 경북의 더 큰 미래를 위해 통합하자는 범시도민의 뜻이 처음만큼 열기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4월 보궐선거와 최근 불거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상정 불발, 또 코로나 사태와 중수청 입법논란 등 전국적 대형 이슈가 지역현안을 덮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특히 찬성이 우세했던 통합론이 찬반이 비등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부담으로 등장했다. 통합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난해 4월 여론조사에서 시도민의 찬성 여론은 반대 여론의 배를 넘었다. 대구는 46.9%, 경북은 55.7%의 찬성률을 보였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긍정적 의견이 상당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40.2%, 반대 38.8%로 오차 범위내에 머물렀다.공론화 논의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인지 알 수 없으나 시도 통합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촉구돼야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의 통합은 일극화되는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단위의 필살 전략 중 하나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보자는데 있다. 여론조사에서 찬성을 보낸 사람도 강력한 지방정부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첫째 찬성 이유로 들었다. 지역의 명운을 건 대구경북 통합론이 지역민의 관심 부족으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성공을 말하기 어렵다. 마음먹고 시작한 통합론 지역민의 관심부터 끌어올리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2021-03-03

교육 지우기 2 - 온라인 수업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생님, 어디서 노란 박수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었어요. 오랜만에 연 창문 사이로 노란 바람이 불어와 저를 데리고 갔어요. 바람이 멈춘 곳에서 봤어요, 봄을 안내하는 산수유꽃을요!”고등학교 2학년이 된 제자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온 것은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이다. 백신 접종 소식보다 필자는 제자의 봄 편지가 훨씬 더 반가웠다. 정치 좀비들에게 감염된 괴물 이야기가 아니면 이야깃거리가 없는 나라에서 제자의 편지는 산소 같은 선물이었다.“선생님, 산수유의 노란 응원에 답하기라도 하듯 개나리도 노란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필자는 몇 달째 시를 쓰지 못하고 있다. 시를 쓰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시는 멀리 달아났다. 시를 잡기 위해 허둥대는 마음은 조급증만 낳았다. 조급증은 억지를 불러왔고, 억지는 결국 세상을 향한 필자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그래서 필자는 봄이 오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제자의 편지를 읽고서야 필자도 산수유의 노란 박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봄을 들인 제자의 넉넉한 마음이 고마웠다.하지만 고마움은 곧 미안함으로 변했다. 제자의 절규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절규하는 학생이 문자를 보낸 제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학생의 절규 소리가 마치 진혼곡처럼 들린다. 억지 교사들은 그 소리에 귀를 닫았다.“선생님! 올해 또 온라인 수업한대요. 작년처럼 온라인 수업하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혼자서도 EBS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그게 어떻게 학교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배우지도 않은 과제를 하는 게 어떻게 학교 수업이에요? (….)”비록 문자 메시지였지만, 아이의 울분이 느껴졌다. 말줄임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필자는 정확히 알았다. 2020년 3월 17일, 필자는 온라인 수업을 정규 수업 시수로 인정해달라는 민원을 교육부에 냈다. 돌아온 답은 생각해보겠다는 상투적인 말뿐이었다. 그런데 답변이 온 바로 다음 주에 갑자기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뉴스가 특보로 나왔다. 그렇게 시작한 온라인 수업이 1년이 지났다. 2020학년도 온라인 수업은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었다는 핑계라도 있다. 그럼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2021학년도 온라인 수업은 어떨까? “초중고 원격수업, 올해 쌍방향 수업 확대 전망”이라는 뉴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뭔가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업의 탈을 쓴 수업 아닌 온라인 수업이 여전히 올해도 진행된다는 것이다.학교에 가지 않는 게 당연함이 된 지금,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학생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수업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이다. 더 이상 학생 없는 억지 가득한 교사 편의 중심의 온라인 수업은 안 된다. 학생을 학교에서 내모는 온라인 수업 자체를 당장 멈춰야 한다. 아니면 학교에서 학생이 사라지는 비극을 곧 맞게 될 것이다.

2021-03-03

램지어의 위안부 관련 논문은 반드시 철회돼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존 마크 램지어(J.M.Lamseyer)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18세까지 일본에서 자랐고 현재는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일본 미쓰비시 연구 기금 교수이다. 미쓰비시는 일제 강점 시 조선 노동자를 강제 징용시킨 대표적 기업이다. 그의 ‘태평양 전쟁 시의 성 계약’이라는 논문의 골자는 일본 종군 위안부제는 자발적 매춘 행위이며 일본 정부와는 관련 없는 민간의 계약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편파적 망언이 논문이라는 이름으로 게재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램지어의 이 같은 주장은 종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양식 있는 내외의 학자들까지 비판하고 있다. 대구에 생존해 있는 이용수 할머니뿐 아니라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다. 미국의 한국사와 일본사를 전공한 학자들까지 반론을 제기하고, 일본의 학계와 시민 단체들까지 그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버드 대학의 총장은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했지만 논문에 대한 계속되는 반발 앞에 그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급기야 미 하원에서도 램지어의 주장은 보편적인 인권에 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사회과학 논문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할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램지어는 당시의 지원자와 민간 운영 업자 간 계약서를 통해 자발적 매춘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종군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군 당국과는 무관한 자유 계약이라는 게임이론으로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하에서 식민지 조선에서 계약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 증거도 없다. 그의 주장은 일본 관방장관 고노의 1993년 위안부모집에 군 개입을 인정한 담화에도 배치된다. 그는 조선에서의 위안부 계약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그는 ‘실수’는 인정했지만 불행히도 논문의 철회의사는 없는 듯하다. 특히 특정이념이나 단체의 입장을 옹호하는 그의 논문은 일종의 정치 선전물이다. 더욱이 미쓰비시 기금을 받고 일본 극우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의 논문은 진실성(integrity)을 상실했다. 그는 일본 간토 대지진 시 조선인 대학살 사건도 조선인의 책임이란 취지의 글을 쓴 적도 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그의 주장은 논문으로서 생명이 없다. 서방 선진 자유 국가의 논문은 언제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물론 그의 입장을 옹호 지지하는 학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편향된 이번 논문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사적 이익 목적의 논문은 비판을 통해 폐기되었다. 과거 유신체제를 옹호한 H, G 교수의 입장은 당대뿐 아니라 아직도 법학계의 오점으로 남아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 모 대학 토목과 교수의 북한 금강산댐의 서울 수공작전에 대비한 평화댐 건설 프로젝트는 사실을 부풀린 허위임이 드러나 폐기된 적도 있다. 공익과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학자의 논문은 반드시 검증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일본 극우 입장을 대변하고 아시아 여성 인권을 유린한 램지어의 논문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 학계도 지혜를 모아 총력 대응할 시점이다.

2021-03-03

레임덕

레임덕은 임기 종료를 앞둔 지도자의 권력공백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본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제용어였으나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정치용어로 바뀌었다.레임(lame)은 절름발이라는 뜻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권력자의 통치력 저하를 기우뚱거리는 오리걸음에 비유한 표현이다.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시작으로 정치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시비가 불붙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한 당·정·청의 이견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관련부처의 반기 등이 레임덕의 실체라는 주장을 한다.특히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검찰개혁과 관련 “대통령의 한 말씀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은 레임덕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 국가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공무원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국정 수행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국선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떨어져 생기는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재직기간을 단축하는 법까지 제정했다.역대 모든 대통령이 임기말이면 알게 모르게 레임덕을 겪는다. 차기 권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며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다. 최근 불거진 당·정·청 불협화음을 집권 여당의 세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이유다.“대통령이 no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등 레임덕을 지적하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여당에선 “지지율 40%를 내세워 레임덕은 없다”고 대응한다. 그러나 레임덕을 논란으로 삼은 것만으로 이미 레임덕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레임덕은 밤사이 내린 눈처럼 소리 없이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02

시드니의 개나리

이창훈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고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19도 시간을 멈추지 못한 채 세월을 지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춘 3월을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개나리가 샛노란 잎을 틔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개나리는 봄의 전령뿐 아니라 샛노란 꽃으로 무장해 오고가는 길손의 눈길을 사로잡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에 더욱 아련하다.개나리를 보면서 문득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이민을 가 호주 시드니에서 성공한 교민이 있었다. 그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누렸지만, 항상 향수병에 시달리는 등 마음속 깊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이듬해 봄이 됐고 그는 개나리가 만개하기를 기다렸다. 깨끗한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개나리의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보다 더욱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첫 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됐다. 한국처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가 아예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뿌리가 일정한 저온기간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전문용어로 ‘춘화현상(Vernalization)’이라 하며 튤립과 백합, 라일락,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봄철 한때 지나가는 자그마한 식물도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춥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거친다.개나리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판과 정치판을 들여다 봤다.지금 지역의 화두는 어떤가. 사라져 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군위의성에 유치했지만, 첫삽도 뜨기 전에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굴러들어온 돌에 튕겨나갈 위기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초법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결과다. 이는 권력욕에 눈이 먼 정치권이 법과 이성을 깡그리 무시한 채 힘의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정상적으로 거치면서 성장해 온 이성과 합리성을 갖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야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다.올바른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휴지통에 들어간 좌파사상으로 무장된 세력들이 진보라는 미명 아래 대거 정관계에 진입하면서 선무당이 생사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이들은 철저한 사상무장으로 각종 분야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로 자신들의 논리가 최고의 선인양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면서 국책사업마저 뒤집고 있다. 이런 판을 깔아준 국민도 문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는 정치인은 자신의 당리당략보다 먼저 국익을 생각해야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이들 정치인을 ‘춘화현상’을 거치지 않은 시드니의 개나리로 보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시드니의 개나리도 일정기간 냉장고에서 저온기간을 거친 뒤 심으면 꽃이 핀다고 한다. 작금의 정치인을 냉장고 넣어 저온숙성을 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있다. 이로움(利)이 보이면 의로움(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2021-03-02

포항지진 피해시민에게 충분한 보상 이뤄져야

이강덕 포항시장이 정월 대보름인 지난달 26일 지진피해 조사가 진행 중인 흥해지역을 방문, “지진특별법 취지를 살려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피해주민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폭넓게 피해금액을 산정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와함께 “지진 직후 매우 혼란한 상태에서 입증자료 확보 없이 수리를 진행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지원대책도 필요하다”며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요원들에게 입증서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인근의 피해를 고려해 금액을 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지난 2017년 11월 15일 5.4의 규모로 발생한 포항지진은 국내 지진 사상 최대의 피해를 기록했다. 타 지역민들은 잊어버릴 수 있겠지만, 포항시민들에겐 4년 전의 지진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특히 포항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열발전소 측이 수많은 전조 증상이 있었을 때 공사를 멈췄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서 포항시민들에겐 더욱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해 9월 21일부터 시작된 지진피해에 대한 보상신고 접수는 오는 8월21일까지 계속되며, 포항시는 4월 말쯤에는 보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진피해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생활 안정대책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지진피해자들은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 피해내용을 차근차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피해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관련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재산 피해는 사진과 수리비 영수증이 입증자료가 되며, 정신적 피해는 병원 진료비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된다. 지진피해가 심했던 흥해와 장량을 비롯해 포항시청, 남구청, 북구청에는 변호사, 손해사정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단이 지진피해를 접수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상담을 해 주고 있으니 이 창구를 적극 이용하면 된다. 이 시장의 당부처럼 포항지진피해조사단은 입증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피해자 입장에 서서 보상금액을 산정해 주길 바란다.

2021-03-02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의료선진화 전기 삼자

감염병 전문병원 대구 유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해 6월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대구는 두 번째 도전만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달 26일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감염병 전문병원 권역선정위원회에서 대구는 인천을 제치고 경북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지역으로 선정됐다. 아직 질병관리청의 공식 발표는 없다. 그러나 이달 열릴 감염병 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대구시로 통보될 것으로 알려졌다.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의 연구와 환자 진료 및 치료, 전문가 양성·교육 등을 맡는 연구기능의 병원이다. 2017년 2월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고 8월에는 조선대병원이 호남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지난해는 양산 부산대병원과 순천향대부속 천안병원이 영남권과 중부권역의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바있다. 지역별로 볼 때 대구(경북권)가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그나마 경쟁을 뚫고 성공적 유치가 이뤄진 것은 다행이다. 대구시가 지향하는 ‘메디시티 대구’의 체면을 세웠다고 하겠다. 대구는 일찍부터 의료산업을 대구의 중심산업으로 선정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설립하는 등 의료관련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경북대 등 4개 대학이 운영하는 종합병원과 풍부한 인적자원 그리고 뛰어난 의료인프라로 대구의 의료수준은 전국 최고다. 특히 지난해 대구에서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사태에서 대구의료진이 보여준 대응력은 대구의료계의 저력을 여지없이 입증했다. 하루 7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던 페닉상태의 대구지역 코로나 사태는 지역의료진의 노력으로 불과 두 달만에 신규감염자 제로 상태로 주저 앉혔다. 드라이브 스루방식의 진단검사와 생활치료센터 도입, 진단키트 개발 등 지역의료진과 의료산업의 기막힌 조화로 한국의 팬데믹 상황을 막아냈다.감염병 전문병원의 대구 유치는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 대구로서는 의미있는 성과다. 코로나 사태로 축적한 의료경험을 활용할 기회가 생기고 부족한 감염병 전문의 양성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일정에 따라 종합병원간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전이 전개되겠으나 이것 또한 지역의료발전에 긍정적인 일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를 계기로 대구가 지향하는 메가시티의 위상이 더 한층 높아지길 기대한다.

2021-03-02

우리는 폭력이 아닌 접촉을 원한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요즘 날씨는 추웠다가 따뜻했다를 반복하며 우리를 시험한다. 세상은 폭력과 고통과 관련된 뉴스들로 시끄럽다.차들은 막혀있고 사람들은 욕설한다. 그 대기 위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고 있다.사람들은 회색빛 대기 위를 마스크를 쓰고 종종걸음친다. 집에서는 이웃들이 내는 소음에 귀를 틀어막는다.감정은 갈 길을 잃고 우울해하다가 화를 내며 소리까지 치게 한다. 이것은 공포영화보다 더 두려운 우리의 현실이다.요즘은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사건이 우리의 눈과 귀에 들어오고 있다.단어 상으로 폭력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때린다는 행동적인 모습이 연상되게 된다. 누군가 쓰러지고 코피가 나고, 팔과 다리가 부러지고 등등. 폭력 행위의 결과로 신체가 손상되면 병원치료를 받으면 일정 시간이 되면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회복되게 된다.그렇지만 그 폭력의 과정에서 마음도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자신도 마음의 아픔을 잘 인지하지 못하며 시간이 흘러서 증상이 생겼을 때 비로소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고통을 타인들은 알 리가 더더욱 없다.사람들은 ‘왜 이제 그 사실을 이야기하냐?’고 묻는다.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오랜 시간이 흘러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크다.나는 심리상담 장면에서 소위 ‘왕따’ 사건을 많이 접한다. 상담하다 보면 왕따 사건이 공식처럼 내재하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왕따에는 폭력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 경험한 왕따나 폭력에 대해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밤에 악몽을 꾸기도 하고,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가 어렵다고도 한다.심리학자 등은 이러한 마음의 상처에 주목했다. 대중적인 용어로는 트라우마라고 하지만 진단기준에 부합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되려면 1)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외상사건, 2) 그 사건이 반복해서 생각나는 침투증상(기억, 꿈 등), 3) 재경험 및 회피 반응(외상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회피하려고 함), 4) 생각과 감정의 부정적인 변화(자신, 타인, 세상의 우호성에 대한 가정이 박살 남), 5) 과민반응(예, 수면의 어려움, 놀람 등)을 보여야 한다.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다시는 사랑과 행복을 꿈꿀 수 없게 된다. 마음의 병도 생기게 되어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불면, 중독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곁에 정신과적 진단명을 붙이고 살아가는 그들은 누군가가 행한 폭력의 희생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코로나 시대, 폭력과 고통이 난무한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우정이 필요하다. 따뜻함이 필요하다.‘서로 간 마음의 접촉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2021-03-02

2·28 민주운동기념일

김규종 경북대 교수지난 2월 28일은 61번째 맞은 2·28 기념일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타오른 민주주의를 향한 봉화가 나라 전체로 번진다.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자 이승만의 예정된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청춘들의 피 끓는 함성이 달구벌에 울려 퍼진다. 조병옥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급사하는 바람에 이승만은 당선이 확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자유당의 부통령 후보 이기붕은 장면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특히 대구에서 그런 양상이 강했다고 한다.올해처럼 1960년 2월 28일도 일요일이었다. 그날 장면 후보의 유세가 신천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자 대구의 8개 고등학교에서는 일요일 등교라는 희한한 고육책을 감행한다. 이런 불의하고 참람(僭濫)한 행태에 반대하여 경북고, 대구고, 대구여고, 경북여고, 경북사대부고, 대구농고, 대구공고, 대구상고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팔청춘 고등학생들이 주역이 되어 독재자 이승만에게 목숨을 걸고 투쟁한 것이 2·28이다.2·28운동은 3월 8일 대전으로, 3월 15일 마산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저항운동의 씨앗으로 작동한다. 마침내 2·28은 위대한 4·19혁명을 촉발하여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영원히 빛내게 한다. 2·28은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최초의 민주주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13년 동안 독재의 외길로 일관한 이승만을 권좌에서 축출한 기폭제가 대구의 청년학도들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 뜨겁다.당시 항쟁에 참여한 장주효 선생의 말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구고 2년생이었던 장주효 선생은 경북고 학생대표 등과 거사를 모의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죽음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던 상황을 말씀하시면서 “장가도 못 가고 죽는 게 가장 한스러울 것 같았다”고 회고한다. 만 18세 소년들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눈앞에서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한편으로 담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천진스러웠던 그들!2·28과 관련하여 인상적인 분은 ‘2·28 행진곡’을 작곡한 백남영 선생이다. 능인고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동료 김장수 선생이 작사한 가사에 곡을 붙인다. 평양 출신으로 만주에서 활동하던 그는 6·25 한국동란에 대구로 피란 와서 주저앉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그는 김장수 선생과 함께 대구에서 ‘4·19의 노래’도 만들었지만, 기억해주는 이가 없는 실정이다.언제부턴가 대구와 경북이 수구의 본산처럼 각인되고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1946년 10월의 대구 봉기가 제주의 4·3과 직결되어 우리나라의 아픈 현대사 첫 장을 대구가 연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1960년 4·19 대혁명의 진원지였던 대구는 오랜 세월 자유와 민주를 향한 열렬한 투쟁의 본산이었다. 그러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30년 군부독재의 서슬로 풀 죽은 형국이 되어 30년이 지났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30년이면 한 세대가 종언을 고하는 법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불변하는 것은 없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동토(凍土)의 대구에도 산수유와 홍매, 백매 환하게 피어나기를 고대해본다.

2021-03-02

인간은 시간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독일 작가인 미하엘 엔데(1929~1995)는 1973년 ‘모모’를 쓰면서 일약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동화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는 동화를 통해 화폐와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 사회를 풍자했다.요즘엔 스마트폰만 켜면 그 속에 들어 있는 시계 앱으로 전 세계가 시간대에 따라 똑같은 ‘시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니,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는 패션 아이템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시간은 더 이상, 시계의 태엽과 톱니바퀴가 째깍 거리는 소리의 감각으로 실감되는 것이 아니라 12과 12, 합쳐서 24라는 큰 숫자와 60의 작은 숫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동기화된 시간 감각에 대한 확신으로 체감된다. 각자가 갖고 있는 조금은 다른 시간의 리듬을 상징했던 시계의 재깍거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생기는 서로의 시간의 차이에서 오는 일종의 여유는 이제 우리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 되었다.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시간에는 본래 눈금조차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하루만큼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하는 자연의 변화도 존재하고, 하루, 또 하루가 쌓여 생기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 1년, 2년의 시간적 흐름도 존재하며, 인간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 ‘나이’라는 형식으로 한 해 씩의 시간이 지나간다는 식으로 시간을 감각한다는 형식은 물론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존재해왔다.인간은 이처럼 자연이 부여하는 시간 감각 외에 또 다른 제도적인 시간 감각을 만들어낸다. 하루의 시간에 눈금이 생겨서 오히려 그 눈금의 형식이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사건에 선행하고, 365일이 1년이 되어, 달력이나 일력의 형식이 오히려 계절의 변화에 선행한다. 게다가 도무지 시작을 알 수 없었던 인류의 최초에 기원을 잡아, 그 기원으로부터 하나하나 쌓아나가 인류 문화의 시작에서부터 2021년에 이르는 하나의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인류는 한 시간이 가지고 있는 노동력이라는 관점으로 노동의 시간을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도 있게 되었고,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한 방향으로 진보해 나가는 미래에 대한 전망 역시 가질 수 있게 된다.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는 이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근대적인 시간성에 대한 우화이다. 어느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모모에게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듯, 나이를 묻지만 모모는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 모모에게 있어 시간은 그저 자신이 가진 넘쳐나는 재산일 뿐, 자기를 증명하는 정체성의 형식이 아니다.그러다가 모모가 정착한 이 마을에 갑자기 회색 신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시계와 달력으로 시간을 재고 동기화하는 것을 넘어서, 시간에 화폐적 가치를 부여하여 시간의 가치를 완전히 바꾸어 버린다. 이런 ‘시간도둑’들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은, 사실은 노동을 해서 벌 수 있었던 얼마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돈’이 되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시간에 대한 감각은 사라지고, 시간과 맞바꾸어 교환된 ‘돈’만이 남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휴식이나 놀이 같은 시간의 허비가 실은 벌 수 있었던 ‘돈’에 대한 기회비용이었다는 죄의식이 남게 된다. 그 죄의식 속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거나, 누군가를 따뜻하게 바라보거나, 길가에 피어 있는 꽃냄새를 맡거나 하면서도 그것이 생산적인 시간인가 아니면 낭비하는 시간인가 생각해버리게 되는 것이다.시간을 자신이 가진 재산처럼 써서 감옥에 갇힌 모모가 그곳을 탈출하는 과정은 물론 동화적인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게 시간은 규칙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재산이다.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한 시간은 ‘시급’이라는 화폐의 가치가 모두인 가치가 아니라 무엇이든 채워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다. ‘모모’는 바로 그런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간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