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대통령을 선택하는 프레임

등록일 2022-01-05 20:18 게재일 2022-01-06 18면
스크랩버튼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밝았다. 육십간지 중 서른아홉 번째로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올봄에는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올해의 흑호(黑虎)가 되기를 바라는 여야의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호환마마(虎患媽媽)가 가장 무서웠다. 그런데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호환보다 더 무섭다. 천연두는 박멸됐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변화무쌍하다. 아직도 호환마마가 옛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나라를 안전하고 부강하게 만들어 준다면 유권자들은 기꺼이 한 표를 던질 것이다. 팬데믹 여파에도 마스크 쓰고, 비닐장갑 끼고 지난 총선 때 투표했던 국민들이다. 이번에는 정말 잘 뽑아야 한다면서 마음을 다잡지만, 올해 대선은 역대 최악의 대선으로 불리고 있다. 대권을 거머쥔 후보가 구원의 빛을 비춰줄지, 호랑이보다 무섭게 괴롭힐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투표에 나서는 이들은 저마다 ‘프레임(frame)’이라는 안경을 걸쳤다. 심안의 시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테두리 안에 마음이 갇히기도 한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 달라지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도 바뀐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거철엔 유권자의 무의식을 선점하기 위해서 프레임 전쟁이 벌어진다.

대통령을 선택할 때 상당히 효과적인 프레임이 있다. 그것은 ‘최초 타이틀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단순해 보이지만, 시대정신과 결합하면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

최초의 인권 변호사 출신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최초의 대기업 CEO 출신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감성적으로 상징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한몫했다. 전직 대통령 탄핵 후 집권한 첫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겹쳐 있다.

현재 거대 양당의 두 여야 후보들은 어떤 프레임으로 보여지고 있을까?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일 잘하는 행정가의 면모를 내세운다. 그는 최초의 민선 도지사 출신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적폐 수사를 지휘하며 정권에 맞섰던 결기를 부각시킨다. 그는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최초 타이틀 프레임에 벌써부터 흠집이 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휘말렸다. 최초 타이틀의 감성 스토리가 퇴색하고 있다.

이쯤 되면 새로이 보여줄 프레임도 군색해진다. 앞으로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처뿐인 영광으로 최초 타이틀을 달성할 것이다. 대권을 잡은 승자는 최초 타이틀에 깃든 시대정신은 꼭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투표자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도 아니면 최악을 피하자는 심리가 있다.

선택이 어려울 때는 또 다른 프레임을 찾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다는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을 내려놓고 “누구?”가 아닌, “왜?”의 프레임으로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가져볼 때이다.

노승욱의 세상쓰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