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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호국의 달

우리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무덤에 꽃을 장식하며 남북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던 데코레이션 데이에서 유래 돼 기념일로 정해졌다.미국은 이날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고 국민은 전몰장병을 기리기 위해 거리에 나와 꽃을 뿌리는 행사도 한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1월 11일을 현충일로 삼는다.우리는 24절기 중 9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망종(芒種) 날을 현충일로 잡았다. 예로부터 손이 없다는 청명과 한식에는 사초와 성묘를 하고 6월 6일 망종에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전해졌다. 망종은 보리가 익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때라 농경사회에서 가장 좋은 날로 손꼽힌 날이다.정부가 6월 6일을 현충일로 잡은 것은 이런 전통 풍습과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이 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함으로써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마침 6월은 1일이 의병의 날이고 29일은 제2연평해전 추모일이 겹쳐 호국보훈의 정신을 살리기에 적합한 달이다. 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 희생정신을 통해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에도 좋은 때다.어제가 현충일이다. 북한의 침범으로 발발한 전쟁에 희생된 전몰장병과 순국선열의 고귀한 호국정신을 되돌아 본 시간이었다. 특히 이달은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돼 어느 시기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 것도 의미가 있다.대구 경북에는 호국의 정신을 기릴 많은 보훈시설이 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나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낙동강 승전기념관,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등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한 번쯤 이곳을 방문, 그들의 호국정신을 새기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06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도심의 황폐화,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로 인한 통행거리의 증가와 낭비적 교통수요의 발생, 도시 내 대기오염의 증가와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도시계획가와 도시 전문가들의 뜻이 모여 시작된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思潮)이다.뉴어바니즘은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도 악화시킨다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대두한 개념이다.뉴어바니즘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를 잉태한 이러한 문제 인식은 미국 도시들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매우 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도시들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도 매우 적절한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도시들도 개별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 도시들의 개발과정을 시차(時差)를 두고 답습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우선 미국 도시들의 경우를 보면 승용차의 대량 보급과 함께 미국인들의 쾌적하고 넓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려고 도시 외곽지의 택지개발을 추진한 결과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보편화됐고, 도심은 야간에는 불이 꺼진 유령의 도시가 됐다. 그 결과 미국 도시들의 도심은 범죄의 온상이 됐고, 주거기능은 쇠퇴했다. 그리고 도심에 남아 있는 일부 주거기능은 저소득층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기에 급급했다.우리나라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공급을 위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주택단지를 개발함으로써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을 증가시킨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이러한 사례는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주택공급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다 보니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 증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도심의 쇠퇴를 가져온 것은 물론이고, 도심에서 주거기능이 거의 사라짐으로써 학교가 폐교되고 야간에는 도심이 활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이처럼 도심의 주거기능 축소,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도시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뉴어바니즘이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로 나타난 것이다.그리고 뉴어바니즘은 1990년대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도시계획 기법을 통해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했다.예를 들면 스마트 도시성장(smart urban growth), 압축도시(compact city), 혼합적 토지이용(mixed land use), 대중교통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들 수 있다. 스마트 도시성장은 신개발지의 개발보다는 기개발지 내에서 주택, 상업, 업무 기능의 개발을 강조함으로써 신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도 스마트 도시성장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압축도시는 도시의 무질서한 외연적 확산 대신에 기개발지나 신개발지를 개발할 때 고밀도로 개발함으로써 자연환경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고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유도해 시민들의 통행거리 감소와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그러나 무분별한 압축도시의 개발은 녹지공간의 확보를 저해할 수 있어 개발밀도의 선택과 녹지공간의 확보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혼합적 토지이용은 도시 내에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는 시민들의 원거리 통행을 발생시키고 교통비용의 증가와 에너지의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 아래 토지이용의 무분별한 분리 입지보다는 토지이용의 적절한 혼합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다.대중교통 중심개발은 도시철도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지역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고밀도 도시개발을 유도해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중교통 중심개발도 궁극적으로 도로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뉴어바니즘을 현실에 접목하도록 시도한 이러한 도시계획 기법들은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돼야 한다. 도시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해 도시관리계획과 각종 사업계획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을 구체화해 적용돼야 한다.특히 많은 도시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이 도시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이제 대구·경북지역의 도시들도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기법들의 도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2021-06-06

‘홈 트레이닝’ 바르게 하고 계신가요?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실내 및 야외에서 하는 운동시간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살천지’,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운동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그래서 집안에서 자기의 체중이나 소도구를 운동 부하로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 인구가 늘고 있다.그런데 집에서 간편하게 하는 운동일지라도 잘못된 자세나 동작은 통증 발생과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관절의 비대칭 변화는 점차 근육들을 변형시켜 신경의 기능까지 저하시킨다. 게다가 잘못된 호흡은 운동효과는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간편한 홈 트레이닝도 제대로 알고 해야 하는 이유이다.스쿼트(Squat) 운동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맨몸 운동 중 하나이다. 스쿼트 운동은 우리 몸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다리와 엉덩이를 만들어주고 혈액순환의 개선과 건강한 관절과 뼈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스쿼트 운동은 무릎과 허리 부위에 통증과 부상이 따를 수도 있다.스쿼트 운동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잘못된 자세로는 먼저 무릎이 전방으로 지나치게 쏠려 발끝 선을 넘어서는 것인데,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체중이 무릎에 과하게 실리게 되어 무릎 부위에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허벅지가 안쪽으로 회전하면서 무릎사이 간격이 좁아진 형태인데, 이런 경우 엉덩이와 허벅지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무릎통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허리를 포함한 어깨가 둥글게 말린 자세는 허리에 압력이 가중되어 허리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스쿼트 운동의 올바른 자세는 우선 다리를 어깨넓이나 조금 더 넓게 벌리고 허리를 곧게 세운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며 가슴과 등을 반듯하게 편 자세로 의자에 앉듯이 무릎을 구부린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자세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쉬운데, 처음에는 상체를 약간 전방으로 기울이다가 동작이 익숙해지면 차츰 편 자세로 변형하면 된다.그런 다음 허벅지와 지면이 수평을 이루면 호흡을 내쉬며 일어선다. 이때 복부에도 힘을 주면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허리는 굽히지 않도록 한다.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보다 약간 속도를 내는데, 내려갈 때와 올라갈 때의 비율은 1.5 대 1이 효과적이다. 물론 초보자, 또는 재활에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1 대 1 비율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스쿼트 운동에 참여하는 주요 신체부위와 그에 따른 동작을 정리해보면,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며 허리는 부드럽고 곡선을 유지하며 펴준다. 무릎은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며 최대한 90도를 유지하고, 엉덩이는 의자에 앉는 기분으로 앉는다. 특히 호흡이 중요한데, 앉으면서 들이마시고 일어나면서 내쉬는 것이 효과적이다.스쿼트 운동은 방법도 중요한데, 자기 체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릎을 붙이고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 간격이 2.5cm 이상이면 무릎내반슬, 즉 ‘오다리’라 한다. 오다리의 경우 발을 모으고 하는 ‘내로우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내로우 스쿼트는 일반 스쿼트에 비해 다리 내전근에 자극이 커서 내전근이 약해 무릎과 다리가 벌어진 상태인 오다리를 교정하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서 넙다리곧은근, 척추세움근 및 가쪽넓은근이 더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나이가 많고 근력이 적어 스쿼트 동작이 어렵다면, 다리를 어깨 너비보다 더 벌리는 ‘와이드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와이드 스쿼트는 발 사이 간격이 넓다보니 자세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릎에 힘이 덜 들어가는 편이라 다소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에게 적합하다. 스탠스 너비가 넓어지면 무릎관절을 굽히는 근육(뒤넙다리근, 햄스트링근)이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의 결과도 있다. 다만, 어깨 너비 2배 이상의 ‘쩍벌’ 수준으로 다리간격을 벌리고 하면 엉덩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이같이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하체 근육들이 있다면, 내로우 스쿼트이든 와이드 스쿼트이든 운동 방법을 선택해서 조절하면 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내로우 스쿼트나 와이드 스쿼트는 통증과 부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스쿼트 동작을 했을 때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리는 미니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리게 되면 연골판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운동은 부적절한 감각정보를 중추신경에 전달하여 잠재적 상해를 야기할 수 있다. 비대칭 자세로 스쿼트 운동을 지속하게 되면 잘못된 감각정보로 인해 허리, 무릎, 대퇴이두근 등에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간편한 홈 트레이닝도 정확한 자세와 동작을 제대로 알고 해야 약이 된다.

2021-06-06

장미, 함박웃음 메시지 내다

강길수 수필가 요즈음은 아침마다 즐겁다. 또, 당황스럽다.“어서 오세요. 잘 다녀오시고요. 호호!”하고 함박웃음 머금은 인사를 받으며 출입문을 나서기 때문이다. 문 오른쪽, 담장과 서로 벗 삼아 기대어 활짝 핀 얼굴들이 초록 손을 흔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담장과 그 벗이었다. 한데, 올해는 왜 유달리 사람을 더 사로잡으려는 듯 일제히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일까.웃는 벗과 어우러진 담장이 이렇게 아름답고, 고마운 줄 올해 처음 알았다. 원래 아름다운 모습에다, 절박한 시대의 메시지까지 덤으로 선물하니 어찌 기쁘고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1년 반 이상 이어지는 안개 속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강제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국민의 일상을 많이도 집어삼켰다. 총체적 난국에,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로 겨우 속풀이나 해야 하는 무기력한 우리 민초들의 일상….반복되는 무기력 앞에서도 눈을 뜨게 한 6월의 함박웃음 머금은 상기된 얼굴들. 둘러보니 웃는 얼굴들이 우리 아파트담장뿐 아니라 공터 펜스 아래도, 학교 담장에도, 방송국 화단에도, 동네 공원에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근년 들어 봄꽃들이 한꺼번에 더 일찍, 더 활짝 피어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봄엔 이팝꽃이 유달리 하얗게 오더니, 올핸 장미꽃이 상기되어 웃는 얼굴로 아침마다 달려왔다.장미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근자에 왜 한꺼번에 활짝 피어날까. 사람들은 봄꽃들 앞에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무심하겠지. 나처럼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인간과 공동운명체이면서 가장 큰 생태계 구성원인 식물의 경고이자, 메시지가 아닐까. 인공위성이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성간을 날고, 소행성과 화성에도 착륙하여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우리 사는 푸른 지구별이 잘못되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우리는 다가올 5G(generation) 이동통신과 그 이후 시대를 코로나19로 앞당겨서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온 분야를 더 자동화되고, 더 빠른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만든다. 그러면 오프라인 곧, 대면 관계가 거의 필요 없는 유토피아를 이루어 간다’고 인간은 지금 뻐기고 있지는 않을까. 현실 세계가 가상 세계이고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가 되는 새로운 세상을,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이 욕심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아가 인체와 기계가 결합한 포스트휴먼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들 눈에 지구 어머니가 애써 참아내고, 눈물 흘리는 모습이 보일까. 그렇다면 저 장미꽃들의 매스게임 같은 함박웃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아름다운 부름을 듣고 애틋한 메시지를 보며 당장 실천해야 한다. 제발 지구환경을 지키고 개선하는 대명제 앞에 나라 간, 정치세력 간, 문화나 종교 간의 이해득실을 따져서는 안 된다. 우선 지구 어머니를 구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미는 지금 아우 꽃봉오리를 맺을 겨를도 없이 일제히 피어올라 6월의 하늘과 산하, 마을과 도시에 함박웃음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다. ‘우리 함께 지구별을 구해내어요!’ 라고….

2021-06-06

‘호국문화의 길’을 걷다

윤영대 수필가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맘때가 되면 6·25 전쟁의 상흔이 생각나고 그 일선에서 산화해간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받들고 싶어진다.올해 6월 6일은 66회 현충일이다. 추모의 마음을 다짐하기 위해 현충탑을 찾아보니, 6·25 전쟁의 최후 보루가 되어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대반격의 기점이 되었던 포항지역에는 28곳의 현충 시설이 있다.먼저 수도산 덕수공원에 있는 충혼탑으로 갔다. 나루 끝 철길 숲이 시작되는 오른쪽 산길 옆의 하얀 충혼탑 표석을 따라 깨끗한 꽃길을 올라 넓은 계단을 오르면 작은 광장이 나타난다. 육·해·공·해병 그리고 경찰과 학도의용군이 태극기를 높이 들고 힘차게 외치는 좌우 청동 군상 두 개가 중앙에 조용히 선 횃불 모양 탑을 지키듯 한다. 알고 보니 호국영령들의 눈물을 표현한 물방울 조형물이 무궁화 꽃 기단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전투 장면이 길게 새겨진 뒷벽 부조의 뒤로 가면 위패봉안실에는 6·25때 전사한 군인 등 호국영령 2천295위의 위패가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셔져 있다. 탑 앞에 놓아둔 하얀 국화 앞에서 손 모아 묵념을 했다. ‘잊지 않겠습니다.’‘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내려와 그린웨이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포항여고 앞 ‘학도의용군 6·25전적비’로 갔다. 6·25 당시 포항여중 전투에서 펜 대신 총을 잡고 교복을 입은 채 싸운 71명의 학도의용군을 기리기 위해 5년 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8월 그날 새벽, 북한군과의 전투 상황을 묘사한 아트타일 벽화로 둘러쳐진 잔디밭에는 한 손으로 비둘기를 날리는 학도병 동상과 이우근 학도병의 애끓는 편지가 새겨진 동판이 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라고 절규한 학도병은 끝내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학도병의 편지에 끌리듯 발길을 돌려 탑산에 있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으로 갔다. 짙은 6월의 녹음에 싸인 둥근 기념관은 군번도 없이 산화한 어린 꽃봉우리 47명 등의 영령들이 봉안되어있는 성스러운 곳이다. 조용히 들어가서 정면의 학도의용군들 사진에 목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박격포, 소총, 따발총 등의 무기와 함께 학도명단과 학생증 등 유품들을 살펴보고 현충 시설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자료와 책자를 건네준다.오른쪽 숲길 입구, 학도병 자식을 애잔한 손짓으로 잡으려는 어머니 동상 옆으로 계단을 조금 올라간 산마루에는 ‘포항지구전적비’가 힘차고 좀 더 오르면 청동 부조의 ‘전몰학도충혼탑’이 우뚝 서 있다. 뒤돌아 내려다보니 동해의 푸른 바다가 평화롭다. 마지막으로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미 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와 ‘포항지구전투전적비’로 가서 흐릿한 비문을 손으로 어루만져 읽고 바닷가에 서서 포항지구 전투를 상상해 본다. 요즈음 SNS에는 숙연히 추념해야 할 현충일이 대체공휴일 논란으로 법석댄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021-06-06

수성사격장 소음측정, 해결 실마리 찾기를

민·군간 갈등을 빚어온 포항시 수성사격장에 대한 소음피해 측정이 3일부터 시작됐다. 연초부터 민·군간 갈등 조정에 나섰던 국민권익위는 2일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소음피해 측정에 나선다”고 밝히고 “결과에 대한 신뢰성, 투명성 보장을 위해 소음측정에 갈등 주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초 5일로 잡았던 측정 기간을 총 27일로 대폭 늘렸으며 주한미군 아파치헬기를 포함 해병대 포, 전차, 지뢰, 박격포 등 훈련용 무기 전반에 대한 소음을 측정키로 했다. 측정치는 주민의 고통을 실제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최고 측정값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포항 수성사격장은 지난 2019년 경기도 포천에서 진행 중이던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 주민 합의 없이 이곳으로 이전되면서 민군간 갈등을 촉발했다.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에 반대하던 주민과 군부대 사이에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의 폭은 더 커졌고, 지금은 수성사격장 완전 폐쇄를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는 상태다.주민과 군부대간의 갈등이 국민 권익위에 접수되면서 지난 1월부터 권익위가 갈등 조정에 나서고 있다. 권익위의 적극적 개입으로 사격훈련이 중단되고, 주민의 편에서 소음문제 등을 듣겠다는 권익위의 뜻이 전달되면서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문제는 또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높다.특히 권익위가 이 문제를 두고 국방과 주민 피해에 대한 접점을 어떻게 이뤄낼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포항 수성사격장은 1960년대 해병대 이전과 함께 이곳에 사격장이 들어섰다. 마을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은 사격훈련에 따른 불발탄, 유탄, 화재 위험은 물론 소음으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오로지 국가 안보와 국방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 왔을 뿐이다.그러나 국방부가 국방을 앞세워 더이상 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은 무리다. 50년 이상 소음과 위험으로부터 시달려온 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대책이 있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권익위의 소음피해측정 조사는 수성사격장 존폐를 가를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권익위가 중재에 나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대화국면으로 돌아선 것은 권익위의 역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민군 상생의 길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1-06-03

아듀! 대백 본점

대구시민에겐 대구백화점보다는 대백이란 이름이 훨씬 더 친숙하다. 1944년 창업주 구본흥 회장이 설립한 대구상회에서 출발해 1969년 주식회사 대구백화점으로 변신했던 동성로 소재 대백 본점이 이달 말로서 영업을 끝내고 역사의 길목으로 사라진다.대백 본점은 폐점에 앞서 6월 한달동안 본점 1층에 마련된 특별공간에서 고별 전시회를 개최한다. 대백 77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각종 사진물과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대백에 대한 대구시민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대백 본점은 대구 최초의 백화점이면서 대구시민에게는 쇼핑센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역사 공간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이곳에 세워진 백화점은 동성로에서 최고의 만남의 장소다. “대백 정문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관용어로 쓰일 정도였다. 대구시민의 대백 사랑 또한 유별했다. 전국에서 지역에 본사를 둔 백화점이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남아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백화점과 쌍벽을 이뤘던 동아백화점이 2010년 이랜드 그룹에 인수되면서 대백은 지방에 남은 전국 유일의 기업이다.1973년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했다가 대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했다. 1997년 IMF 사태 때는 부산의 5개 백화점이 폐점되고 광주 화니백화점이 부도를 냈으나 대구 백화점업계는 명맥을 이어갔다. 특히 대구백화점은 지방유통업체로서는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되는 기록을 세웠고 1984년 유통업체 최초로 은탑산업훈장도 받았다.대구시민과 함께 52년을 동행한 대백 본점의 폐점은 대기업에 밀려난 지역백화점의 퇴출이라기 보다 대구시민의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추억 장소가 사라진다는데 더 큰 아쉬움이 있다. 대백 본점의 고별전이 유난히 마음을 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6-03

문재인 정부 3대 실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시행된 여러 경제정책들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정책을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 아마 부동산정책이 1번이고, 그 뒤를 이어 일자리정책과 탈원전정책이 꼽힐 듯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대변되는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패착 중 패착으로 매겨질 법하다.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은 취임4주년 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했다. 실패 원인은 뭘까. 공급정책이 아닌 수요억제책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부동산값이 뛰는 것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많이 사서 문제니까 다주택자들이 사지 못하게 수요 억제를 하면 주택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인간의 욕망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책은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언젠가 수요가 들불처럼 일어서 급등하는 시장이 연출되고 만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3억에서 8억으로 뛰어오른 서울의 아파트 값 폭등 앞에 고개를 숙였다. 또 취임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놓고 매일같이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요즘 일자리 만들기에도 실패했음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산업의 영역에 따라 경기 회복이 불균등하고, 일자리의 양극화가 뚜렷하며, 무엇보다 일자리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아직 30만 개의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년과 여성의 구직난이 계속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난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탈원전정책 역시 세계적인 원전건설기술 보유국인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혔다.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한국 표준형 원전은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국에서 스스로 ‘원전의 위험성’ 운운하며 건설을 포기한 원전을 수입할 나라는 없다. 또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은 모두 가압경수로 방식이다. 원자로에서 물이 담긴 용기에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 데우거나 끓이는 중탕(重湯)방식으로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니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적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탈원전정책을 내걸고, 건설이 완료된 신한울 1·2호기 가동을 가로막고, 합법적으로 추진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조차 재개하지 않고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으로 탄소제로의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실제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가동이 불가피하다면서 탈원전 때문에 석탄, 갈탄을 때고 있는 독일과 메르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갈 길은 먼데, 해가 저무는’ 처지가 된 문재인 정부가 저질러놓은 3대 실책을 어떻게 주워담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2021-06-03

김병욱 의원 감형…이제 지역구활동 열중하길

대구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조진구)는 3일 오전 정치자금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 남·울릉)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및 선거비용에 관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90만원을, 선거비용과 관련이 없는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받은 형이 최종 확정되면 김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선거에 영향을 끼친 부분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15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선거운동이 금지된 기간 중 당협협의회 회의에 참석, 확성기를 이용해 사전 선거운동을 벌였고 회계 처리자와 회계 통장 등 공직선거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거자금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집회 등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양형 조건을 고려한 결과 원심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김 의원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3월, 당원 집회에 참석해 스피커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법률에 정해진 이외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법률에 정해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을 위해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선관위에 미리 통보한 통장이나 회계책임자를 통하지 않고 선거비용을 지출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김 의원은 올들어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일도 있었다.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당했지만 지역구 주민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다. 김 의원이 이날 법정을 나오면서 “더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 사실상 소송문제도 마무리 됐으니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역구를 위해 뛰어주길 기대한다.

2021-06-03

모내기 풍경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모내기철이다. 논배미마다 물을 가득 싣고 트랙터로 써레질을 하여 이앙기로 모를 심는다. 소를 몰아 논을 갈고 손으로 모를 심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이앙기 몇 대가 드넓은 들판에 모내기를 끝내는데 불과 일주일 남짓 걸린다. 손으로 일일이 모를 심는 데는 온 동네 사람들을 총동원해도 한 달이 넘게 걸리던 시절과는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모내기철은 농번기 중에도 가장 바쁜 때였다. 보리를 베고 타작을 하는 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논에도 이모작으로 보리를 심었으니, 그것을 베어내고 나서야 논을 갈아 모를 심었다. 초등학생들까지 일손을 도우라고 가정실습이란 명목으로 일주일가량 휴교를 했다.모내기를 하려면 당연히 물이 있어야 한다. 봄 가뭄이라도 들면 저수지가 없는 천수답 주인은 하늘만 쳐다보며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길도 온 들판을 다 적시기에 넉넉하지 않으면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끌어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들판에서 밤샘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물꼬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제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걸 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지금은 저수지 정비는 물론 들판 곳곳에 관정까지 뚫어서 전기 스위치만 올리면 양수기가 작동을 하도록 되어 있으니 웬만한 가뭄쯤은 걱정이 없다.모심기는 혼자서 할 수가 없었다. 품앗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심기일 것이다. 웬만한 논이면 열 사람 이상의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돌아가면서 손을 모아 모를 심어주는 품앗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할 때에는 흥을 돋우는 노래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동네마다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한둘은 있어서 일하는 분위기를 흥겹게 한다. 새참으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돌리고 매기고 받는 모심기노래에 맞추어 모를 심다보면 노동의 고단함을 잊을 수가 있었다. 들이 넓은 우리 고장에선 모심기 노래를 비롯한 농요가 발달했는데 기계 영농으로 사라진 풍경이 되었다. 다행히 최근에 농요보존회를 발족해서 그 명맥을 이으려는 분들이 있어 여간 반가운 마음이 아니다.달라진 영농방법은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요즘 들판에는 개구리가 거의 없다. 트랙터로 갈고 써레질 하는 바람에 땅속에서 월동하던 개구리들이 무사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제초제와 살충제의 살포로 메뚜기 같은 곤충들과 수생벌레들이 드물어져서 그것을 먹이로 하는 새들도 개체수가 줄었다. 이맘때쯤이면 강남에서 돌아와 분주하게 날아다닐 제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 높이 솟아올라 지저귀던 종달새 소리를 들은 기억도 까마득하다.1960년대까지는 농업이 우리나라의 주요산업이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농업인구였던 것이 1970년대부터 급감해서 지금은 전체인구의 5%이하로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기계영농의 도입으로 전통적인 농촌문화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오랜 세월 이어오던 모내기 풍경이 사라진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뭔가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21-06-03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을까?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요즘이다. 사기꾼들이 궁궐 앞에서 “우리는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을 짭니다”라고 외친다. 사기꾼들은 베틀을 놓고 옷 짜는 시늉만 하다가 드디어 옷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임금 앞에서 옷을 입어보라고 했다.임금의 눈에는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바보가 되긴 싫었다. 눈치를 보는 신하들은 보이지 않는 옷을 두고 온갖 아양을 떨었다. 의기양양한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다. 감히 한마디 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한 어린아이가 외쳤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최근 착공식이 열린 한전공대가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표를 의식해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대통령이 된 후 밀어붙인 경우인데 주변의 누구도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취학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5년 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공기업을 이용하여 대학을 새로 짓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미 전국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여러 개 있는데, 또다른 특성화 대학을 만든다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하고 주변에서 바른말을 했어야 했다. 한전공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면 좀더 신중하게 공청회 등을 거치고 학계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고 시간을 두고 진행해도 되는데 졸속 진행되는 것은 정치논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대통령의 공약이나 말 한마디가 헌법이고 법률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과거 왕권시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최근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무리하게 일들이 추진되고 있는데,“벌거 벗었다”고 용기있게 말하는 관료는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 정책은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임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국민을 진정 위하고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그런 안정된 국가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저 정치인들의 인기전술에 그리고 대통령의 공약과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현 내치 형태는 정말로 걱정스럽다.그런데 왜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바른말 하는 그런 용기있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합리적 사고에 의한 사회, 경제, 정치상황을 판단하여 직언을 할 수 있는 양심있는 관료가 절실히 요구된다.포스텍 명예교수들이 한전공대를 한번 방문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겠다.그리고 이제 시작된 한전공대에 직언을 해주어야 한다. 포스텍은 정치적인 전략으로 세워진 학교가 아니다. 서울 아닌 지역에 진정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을 만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지어진 학교이다. 이 경험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벌거벗었다”라고 우린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2021-06-03

기자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까

장규열 한동대 교수 기자에게 물어보자. 판단은 독자가 할 것이므로 기자는 생각을 기사에 적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만 전달하고 생각을 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팩트만 충실히 전하면 되는 것이지, 벌어진 일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라는 원칙이란다. 생각은 기자의 몫이 아니라는 주장. 팩트를 중심으로 당신이 목격한 사실만으로 기사를 적으며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하라는 권고.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야만 할 듯도 하다. 언론이 전하는 기사가 독자의 의견에 영향을 주게 되면, 왠지 언론이 독자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판단할 공간과 여유를 언론에 선점당하는 느낌이 들어 언론은 정말 그래야만 할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그냥 사실만 전하라, 생각은 우리가 한다.20세기 초반 월터리프먼(Walter Lippmann)은 ‘기계적 중립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아니며, 피상적 중립이라는 모호한 결과를 낳게 되어 건강한 담론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하였다. 기사작성에 있어 기자의 양심을 숨기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태도는 언론을 통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중립적인 기사작성이 허구적인 구호에 불과할 것임을 예견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원칙들(The Elements of Journalism)’을 저술한 코백(Bill Kovach)과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언론인이 명심해야 할 열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언론인은 개인적 양심을 표현할 의무가 있다(Journalists have an obligation to personal conscience.)’고 하였다.‘표현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를 넘어 ‘표현해야 하는’ 적극적 책임을 천명하였다. 모든 언론인은 사안을 대함에 있어 윤리와 책임에 따른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양심과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여야 하고,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같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확하고 공정하며 독자중심으로 생각하는 독립적이며 용기있는 기사를 생산하기 위하여, 기자는 자신의 관점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을 만나 폭증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관점들을 책임있게 전달하고 해석하면서 본인의 양심과 소신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공정함과 정확함을 유지하면서 견해를 당당하게 표출하여 타인과 견주는 용기가 오늘 언론에 요청된다는 것이다.‘양심의 표현’이 혹 언론의 객관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언론의 객관성은 이제 취재와 보도에서 공정함과 투명함을 유지하며 팩트를 철저하게 검증하여야 할 책임을 의미한다. 객관성은 중립성을 뜻하지 않는다. 객관성이 의견없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독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독자는 소비자주권을 발휘하여 뉴스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다양한 관점을 포괄적으로 섭렵하면서 건강한 판단에 이르도록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발휘해야 한다. 생각이 살아있는 언론을 꽃피워야 한다. 언론이 싱싱해야 민주주의가 산다.

2021-06-02

트래블 버블

트래블 버블은 방역우수 국가 여행객에 대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내부는 자유롭지만 거품(Bubble)처럼 외부와는 방역 차단막이 있다는 의미에서 트래블 버블이라 불린다.세계 어느 나라 예외없이 해외여행객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가격리기간 없이 해외여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트래블 버블제도가 관심을 끌고있다. 트래블 버블 시행은 국가간 상호주의 제도인 만큼 방역 역량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현재 단기 체류 관광객은 아예 입국이 안 되고, 특별입국의 경우에도 현지에서 평균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은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커 해외여행이 어렵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방역 역량이 인정된 국가에서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을 받거나 백신을 접종했을 때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진다. 일부 국가는 관광수입을 위해 트래블 버블을 시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북유럽의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가 가장 먼저 ‘발틱 트래블 버블’을 시행했고, 대만과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도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지난 4월 트래블 버블을 통해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지난해 트래블 버블을 맺었던 홍콩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연기되고 있다.국내에서도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가 트래블 버블 제도 추진을 검토했지만, 코로나 확산 우려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로선 트래블 버블이 유력한 국가로는 방역상황이 좋은 싱가포르, 괌, 뉴질랜드 등이 후보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하루빨리 전세계가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어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02

안동 하회마을 전동차운행 중단 당연하다

문화재청은 지난 1일 “안동시가 하회마을 입구에 차단기 설치를 요청한 사항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했다. 문화재 보호와 관람객 안전을 위해 오는 10월 이내에는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에서 이제 골프장 카트와 유사한 전동차를 타고 골목을 누비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문화재청은 정식 차단기 설치 이전에 임시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며, 무분별한 전동차 운행을 제한하기 위해 차량 관제 시스템도 설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문화재청에서는 전동차들의 문화재 훼손은 문화재 보호법상 고의성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안동시도 “농지를 불법으로 메워 전동차 대여업을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조치 등 행정조치를 하고 있지만 벌금이 약해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해왔다.현재 하회마을에는 6개 업체에서 전동차 160여 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운전미숙으로 인해 올 들어서만 20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며칠 전에도 하회마을에서 전동차를 운전하던 50대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 2명과 해설사를 덮쳐 3명이 다치고, 마을 내 기념품판매점 가판대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전동차를 피하던 화물차가 보물 제414호인 충효당을 들이받아 기와지붕과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도 났다. 충효당은 1551년 지어진 서애 류성룡의 종가 고택으로 사고 후 담을 새로 쌓았다. 지난 4월 8일에는 전동차를 탄 관광객이 하회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북촌댁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하회마을은 지난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특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양반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즐겨 찾는 인기 관광지다. 경관이 수려한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하회마을에는 풍산 류씨 후손들이 아직도 거주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전통 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과거의 문화를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회마을이 역사적인 가치를 잃지 않도록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한다.

2021-06-02

이건희 미술관 ‘빌바오 효과’ 대구서 가능하다

스페인의 쇠퇴한 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하여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난 것을 빌바오 효과라 부른다.1980년 불황이 불어닥친 빌바오는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이 붕괴되고 실업률은 한때 35%까지 치솟아 범죄가 증가하고 주민이 떠나는 도시로 몰락했다. 절망의 도시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손을 맞잡고 미술관 건립에 나서면서 이 도시는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난다.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창의 정신이 힘을 보탰다.빌바오에서 보듯이 도시의 재탄생은 산업분야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가진 창의력과 주민들의 끈질긴 집념 등으로 기적을 일궈낼 수 있다. 특히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콘텐츠로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대구는 27년간 GRDP(지역내 총생산) 전국 꼴찌다. 250만 도시는 매년 수만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으나 이를 막을 현실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초집중이라는 기형적 한국 현실에 기인하고 있는 문제지만 중앙 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도 없다.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있으나 지방에 분산해야 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중앙 정부는 인구와 교통의 편리성을 이유로 수도권에 모든 것을 세웠다. 2019년 120조원이 투입되는 SK반도체 클러스트 공장 후보지가 대표적이다. 경북 구미와 충청권에서 유치전을 벌였으나 수도권 규제 제한에도 용인이 후보지로 결정됐다.이건희 국립미술관 유치를 위해 대구시가 파격적 제안을 했다. 이건희미술관 및 관련 시설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구시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대략 소요비는 2천500억원에 이르며 시비와 시민 성금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또 삼성과 관련한 대구의 모든 스토리를 관광 인프라로 동원해 대구에서 빌바오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 열망에 부응하고 문화 향유권 신장과 국가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사명감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이자 삼성 창업의 본향이다. 연고 측면에서 대구를 따라 갈만한 곳은 없다. 대구시의 파격적 제안은 국가균형발전의 열망을 담은 것이기도 하지만 빌바오 효과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도 반영했다. 대구시 제안에 담은 깊은 뜻을 중앙 정부는 잘 헤아려 주어야 한다.

2021-06-02

선한 영향력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인류의 위대한 발견 중에 하나가 항생제의 시초가 된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고 폐렴과 같은 세균성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어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처칠과 그의 부모에게 돌렸다. 처칠이 어렸을 때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플레밍이 물에 뛰어 들어 처칠을 구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처칠의 부모는 플레밍이 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결국 페니실린을 만들게 되었다. 처칠과 플레밍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력이 인류를 구한 셈인데 당시에는 아무도 이런 결과가 올 줄을 예측하지 못했다.서정주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치고, 무서리가 내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밤을 보낸다고 했다. 국화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개체의 활동이 서로 영향력을 주어 한 송이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자연만물은 개별적으로 존립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이 연결되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가이아 이론과 연기설은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에 따른 거리초월현상실험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아원자의 미립자 하나를 쪼개면 두 개가 서로 반대쪽으로 수십 수백㎞로 달아나면서 회전하는데 그 중 하나가 회전 방향을 바꾸면 신기하게도 반대편에 있는 입자도 같이 방향전환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라이언 왓슨은 따로 떨어져 사는 같은 종의 원숭이 중 한쪽이 학습한 기술을 다른 곳에 사는 원숭이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대로 답습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였고 셀드레이크도 비슷한 연구에서 같은 형태의 종에게서는 학습이 되지 않아도 시공간을 초월해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실험결과를 얻어 그것을 형태공명이라 명명했다. 삼라만상의 개별적인 활동이 타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헤겔은 자각적 정신 또는 세계정신이라 했고 이런 정신으로 사는 개인을 보편적 개체라 했다.이렇듯 개체인 나 한 사람의 사소한 언행과 생각은 언제 어디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파괴적 영향력을 지니는 보편적 개체로 각자의 삶을 자각하게 하고 세계정신으로 이끌게 된다. 내 뱉는 숨 하나, 표정 하나, 손짓 하나, 말 한마디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타자에게 생과 사의 영향력을 끼치는 자각정신이요 세계정신임을 생각하면 그 무엇 하나라도 무심하거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송이 국화도 삼라만상이 연합하여 피울진데 이런 나의 개별적이고 개체적인 삶이 우주전체에 선한 영향력이 되어 한 송이 평화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2021-06-02

대보름날 망우리야

불의 문명이 찬란하다. 원자력 발전소, 석탄 발전소가 곳곳에 있어 어디를 가든 휘황한 네온사인과 화려한 조명이 세상을 밝힌다.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컴퓨터, 자동차, 누구나 불의 문명을 구가한다. 하지만 지하에 묻혀 있어야 할 화석연료가 열로 바뀌면서 빙하가 녹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미세먼지가 창궐해 숨통을 조인다. 문명의 역습이다.화마(火魔)의 습격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체르노빌 폭발 사고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데,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원전이 폭발해 주변이 온통 방사능으로 뒤덮였다. 일본 정부는 폐발전소의 오염수를 처리하지 못해 바다에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죽어가고 있다. 재앙이 재앙을 낳는 것이다.밥을 하고 쇠를 녹여 쟁기를 만들던 인류의 불장난은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러나 화약으로 폭탄을 만들고 핵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생산하고 우라늄을 농축해 핵폭탄을 만드는 불장난은 문명을 한 방에 파괴한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 이라크전, 후쿠시마, 사고가 나면 통제하지 못할 기술을 남용한 대가이다. 무모하게 불장난하는 자에게 불은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우리에게 불의 기억은 따뜻했다. 아궁이, 부뚜막, 구들, 아랫목, 호롱불, 화롯불, 군밤, 군고구마…, 모두 온기를 지닌 낱말이다.대보름날이 다가오면, 버려진 깡통을 주우러 다녔다. 못으로 깡통에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를 이으면 불통이 되었다. 깡통 안에 불이 붙은 나무를 넣고 빙빙 돌리면 내 머리 위에도 보름달이 떴다. 오른팔로 돌리고 왼팔로 돌리고 거꾸로 돌리고, 몸도 따라 돌다 어지러워 머리도 빙글빙글 돌고,망우리 망우리야 대보름날 망우리야가난한 살림살이 달님처럼 부풀어라별똥별 별똥별아 밤하늘에 별똥별아오늘은 별비되어 머리위에 쏟아져라밤이 새카맣게 타도록 쥐불놀이를 하다가 불통을 하늘로 던졌다. 불통은 긴 불꼬리 날리며 떨어지고 별똥별이 머리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러고 나면 화톳불 곁에 모여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었다. 지직지직 화톳불을 꺼지면 얼굴에 검정을 묻힌 도둑고양이처럼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꿈에 집에 불이 났고 오줌을 누어 시원하게 불을 껐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지랑대 높이 지도 한 장 올렸다.불땡 - 화력(불땀).불질 - 아궁이 등에 불을 때는 일 또는 총·포 등을 쏘는 일.알불 - 재가 섞이지 않은 불씨.불목 - 온돌방 아랫목의 가장 따뜻한 자리.부삽 - 아궁이나 화로의 재를 치거나 불을 담아 옮기는 데 쓰는 작은 삽.잉걸불 - 장작에 불이 붙어 이글거리는 모습을 일컫는 말.후림불 - 불똥이 튀어 번지는 불, 비화(飛火).불머리 - 불길의 위쪽 부분.부넘이 - 아궁이 안쪽 구들 아래로 불이 넘어가는 고개.화톳불 - 한데서 장작을 모아놓고 태우는 불.소줏불 - 소주를 너무 마셔 코에서 알콜 기운이 푹푹 나오는 현상.모깃불 - 모기를 쫓기 위해 풀 따위를 태워 연기를 내는 불.불땀머리 - 나무가 자랄 때 남쪽을 정면으로 향했던 부분.불소나기 - 불똥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부지깽이 - 불을 땔 때, 불을 헤치거나 끌어내거나 하는 데 쓰는 막대기.아궁이에 장작을 때면 나중에 잉걸불이 남는다. 발갛게 달아오른 숯을 화로에 가득 담아 방안에 놓으면 차가운 외풍이 물러갔다. 화롯불에는 알밤이 빠지지 않았다. 알밤 한 톨도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식구가 둘러 않았다. 잘 익은 밤을 까며 도란거리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겨웠다. 호롱불 아래 앉아 해진 양말을 깁던 어머니는 밤 한 톨 먹고도 배가 부르다며 손사래를 쳤다.“태백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겨울바람은 호랑이보다 무서웠다.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찬바람은 어찌나 매서운지,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먼 산길을 구불구불 걷다 보면 아랫목 생각이 굴뚝같았다. 소년들은 화톳불을 피우고는 그 위에 돌멩이를 올렸다. 돌멩이가 뜨거워지면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온기 한 줌이 얼마나 소중한지 온몸으로 느낀 추억 한 토막이지만 돌아보면 그것은 차가운 세상으로 나갔을 때 36.5°의 체온을 지키기 위한 연습이었다.”(김이랑 수필 ‘구들’부분 발췌)여름밤에는 모깃불이 타닥타닥 잔별을 튀기고, 겨울에는 밥그릇이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당에는 호야등이 환히 밝히고, 방안에는 호롱불이 그림자를 흔들고, 고기 잡는 개울에는 관솔불이 비추고, 골짜기에는 서리한 강냉이 구워먹는 화톳볼이 타오르고, 보슬비 오는 날에는 앞산에 도깨비불이 번쩍거리고,불을 적절히 쓰던 시절의 불장난은 따뜻했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6-02

글꽃

배문경수필가 카톡이 날아왔다. 열어보니 어머니가 살림에 필요한 물품을 올려놓으셨다. 띄어쓰기는 없고 연이어 붙인 낱말들이 긴 연의 꼬리처럼 느껴진다.작년 초 어머니는 글을 배워보고 싶다고 하셨다. 연세가 여든 가까운데, 괜한 고생을 하신다 싶었다. 가까운 곳에 한글 가르치는 장소가 있다는 현수막을 보셨던 모양이다. 흔쾌히 문해학교에 등록하신 후 배우러 다니셨다. 어머니는 보고 읽는 것은 되지만 글자는 발음대로 쓰셨다. 글자 하나하나가 삐뚤빼뚤하게 늘어졌다. 두 글자가 써진 단어를 쓰며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으셨다. 아이들 한글 깨치기와 비슷했지만 열의는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작은 상을 방에다 가져다 놓고 집중해서 연습하곤 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쉬는 날이 많아 집에서 교재로 연습했다. 더러는 단톡에 단어를 올렸는데, 문장은 아니고 단어나열에 그쳤다. ‘희설타우유올리기름’ 아이가 쓴 글 같았지만 연이어 쓴 글자가 재밌었다.언젠가 컨벤션센터행사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유치원생이 그린 것 같은 작품이 전시된 것을 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고 그 옆에 짧은 단상을 적었다. 노인들의 시화작품 전시였다. 글을 배우니 너무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는데 꽃과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쓰고 그릴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그 심정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뭉클했다.어머니 세대가 그랬다. 고통스러운 일제의 지배가 끝나나 싶으니 동족상잔의 전쟁이 터졌다. 먹고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죽지 못해 살아온 세대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공부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노동으로 자식들을 뒷바라지한 세대다. 이제 자신을 위해 글씨를 배우고 그림을 그려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한다는 것은 말년의 행복이다.우리 삶에서 성공과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교육 부족이라고 했다. 특히 읽고 쓸 수 없다는 것은 앎에서 고립된다는 뜻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4%가 문맹이고 문맹의 2/3 가 여성이다. 전 세계 국가의 39%만이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배우려 해도 교육 시스템이 부족하다.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란 책과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는 한나와 마이클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고, 나이 차이에도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이후 마이클은 문맹인 한나에게 ‘오딧세이’와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를 읽어준다. 한나는 자신이 글자를 모른다는 것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글자를 몰라도 되는 직업을 선택하며 마이클을 떠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책임자로 일을 한다. 이 일로 감옥에 투옥되고 법정에서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면서 무기징역을 받는다. 글자를 모른다고 실토했다면 4년의 구금으로 끝날 일인데.이후 다시 만난 마이클이 책을 읽은 테이프를 감옥으로 보내자 발음과 글자를 보면서 한나는 글을 깨쳐간다. 글자를 익힌 그녀는 마이클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보낸다. 마이클은 한나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하지만 한나는 쌓인 책을 밟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문맹이 주는 비극은 관객의 심금을 오래도록 울렸다.단어와 단어가 연결되어 문장이 된다. 문장과 문장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의미가 된다. 글은 나의 마음과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기호이다. 글은 쓰고 읽는다는 수준을 넘어 문학적 작품이 되기도 한다. 영어권에서 영어를 모른다면, 한국에서 한글을 모르면 살아가기 힘든 것과 같다. 자신의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보다 답답한 일이 있을까.근무를 마치고 어머니가 써서 보낸 글자대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물건을 담을 때마다 어머니가 쓴 단어 하나하나가 띄워 쓰기 된다. 음식에 흰 설탕을 솔솔 뿌리는 어머니의 손길과 우유를 따라 마실 아이들과 올리브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는 계란프라이와 볶음밥이 만들어질 것이다.어머니가 보낸 글자가 맛난 글자로 거듭난다. 표현은 서툴지만 진솔한 마음을 담은 글꽃이 핀다.

2021-06-02

북미 관계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트럼프 대통령 시대는 북미 관계의 획기적인 변화 조짐이 보였다. 그것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위한 전술인지 북한 비핵화 집념인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트럼프는 방한 시 판문점에서도 김정은을 잠깐 만났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수시로 서신을 통해 상호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결국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북한의 통치자를 최초로 인정한 대통령이 되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는 낙선했으며 북미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바이든의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운 대북 정책이 5개월 만에 발표됐다. 그 골자는 과거 오바마 시대 대북정책기조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접근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식 탑다운 방식보다는 실무적 단계적 대북 접근방식을 통해 실효를 거둔다는 내용이다. 바이든은 대북 특사로 한국계 미국 외교관 성김을 임명하여 북핵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은 대북 제재는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는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의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고 그들의 응답이 기대되는 시점이다.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면 선대선(善對善)의 원칙으로 미국과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대미 협상의 최종 목적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하나 미국이 이를 인정치 않는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제재의 해제를 통한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당면한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의 족쇄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비핵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이처럼 북미 관계는 상호 요구 조건과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퍼즐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북한의 대미 정책 구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과거 외교 행태로 미루어 그들의 북미 협상의 선택 시나리오는 제한되어 있다. 그 하나는 현상 유지 정책이며, 다른 하나는 대미 협상의 전단계로 대미 강경책을 펼칠 가능성이다. 전자는 북한이 처한 대내외 위기 앞에서 대내 결속을 다지면서 대미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 전술이다. 후자는 대미 강경책으로 그들의 탄도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적 카드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문재인 정부 초기의 운전자 론이나 중재론도 작동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대미 협상 외에는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방책을 견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의 대북 정책은 불행히도 한반도 문제의 종속변수일 뿐 독립 변수가 아니다. 우리가 북에 매달릴수록 북한은 남한 배제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도 대북 무관심이나 무시 전략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때로는 통중봉북(通中封北)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우리 끼리 정신’이나 ‘민족 공조’는 그들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21-06-02

환경위기시계와 교육위기시계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 “지금 우리나라는 몇 시일까요? 문제를 해결한 팀은 손을 들어 주세요!”선생님의 질문에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필자를 제외하고 모두 어두웠다. 그 표정을 이해하지 못한 필자는 연신 손목시계만 보았다.“각 팀에서 찾은 시간을 학습지에 적어주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확인하겠습니다.”학생들은 팀별로 모여 마지막으로 팀원 간 의견일치를 본 다음 학습지에 시간을 적었다. 역시 이해를 못 하는 것은 필자뿐이었다. 선생님이 지나갈 때 학생들은 의연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쓴 시간을 보여주었다. 교단으로 온 선생님은 모든 팀이 정답을 맞혔다고 하였다. 그 순간 환호성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숙연해졌다.“지금 우리나라 환경위기시계의 시간이 얼마인지 다 같이 말해볼까요!” “9시 46분입니다.”환경위기시계라는 말에 필자는 갑자기 뒤통수를 뭔가로 세게 맞은 듯 멍했다. 지금까지 생태교육을 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강연 아닌 강연을 했던 필자이다. 그런데 환경위기시계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학생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그래서 강연장 맨 뒤로 가서 빠르게 환경위기시계를 검색했다. 미안함에 손이 떨렸다.“전 세계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생존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중략) 환경위기시계는 ‘00:01~03:00→불안하지 않음, 03:01~06:00→조금 불안함, 06:01~09:00→불안함, 09:01~12:00→매우 불안함’으로 구분해 표시한다. 환경위기시계가 나타내는 12시는 ‘인류생존이 불가능한 마지막 시간’, 즉 ‘인류 멸망 시각’을 의미한다. 2020년 한국은 09:56이다.”검색 글을 보면서 필자의 입에서는 놀람의 탄성이 멈추지 않고 나왔다.“12시의 의미가 지구 멸망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입니다.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진지(眞摯)함이 결연(決然)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의 끝부분에 선생님은 물었다.“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청소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아이들은 저마다의 각오를 외쳤다. 그중에 한 학생의 말이 유독 크게 들렸다. “우리가 힘을 합쳐 환경위기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합니다.”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는 학생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주말 동안 필자는 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튼 뉴스에서 P4G 정상회의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줄임말인 P4G! 이번 서울 회의의 주제는 ‘포용적인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이라고 했다. 필자는 오히려 그 회의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사실을 참가국 정상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교육위기시계가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몇 시일지?

2021-06-02

유월의 노래, 유월의 기도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6월이다. ‘유월이 오면’이라는 스무 행짜리 도종환 시인의 시의 첫 여섯 행을 옮겨 본다. 이즈음의 나무들은 더이상 앳된 빛을 띠는 신록이 아니다. 바야흐로 봄은 가고 여름이 왔다. 녹음(綠陰)의 사전 풀이처럼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고 이 녹음은 점점 짙어질 것이다. 얼마 더 지나면 장마가 시작되겠고, 장맛비를 피해 들어간 나무 그늘은 적잖은 비가림이 될 터이다. 시간은 이렇게 잘도 가고 온다. 그런데, 계절을 느끼는 마음들은 사뭇 복잡하다.시집 ‘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1986)에 실린 위 시는 6월을 아프게 그리고 있다. 헤어져 사는 이들이 느끼는 절절한 그리움이 그 아픔의 원천인 것이다.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대상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인이 이렇게 노래하고 그리지 않아도 우리 겨레 많은 이들에게 아프고 쓰린 흔적을 남기고 드러내 주는 달이 6월이란 사실이다.며칠 뒤 6일은 망종(芒種)이자 현충일이고, 25일은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상처로 남은 한국전쟁이 시작된 날이다.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은 남북으로 갈라진 채 7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들에게 가장 절절하겠지만, 전쟁은 휴전이라는 말로 지금도 진행형의 상황이며. 전쟁의 후유증은 우리 모두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 있고, 상처 또한 아물지 않은 상태이다.그렇지만 사랑과 따뜻함으로 이어진 가정의 달 5월이 가자마자 아프고 슬픈 6월을 맞는다고 속상해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아픔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승화시킬 힘이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남과 북이 적대적 대치와 긴장을 풀고 사랑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도록 하자고 하면 안이하고 감상적이라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길이 우리 겨레가 나아갈 길이 분명한데, 암, 그리로 가야지. 하기야 이래저래 갈라져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이 휴전선 남쪽의 모습인데 남과 북이 하나되는 길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영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S. Bridges)는 ‘When June is come’이라는 시에서 “아, 삶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이라고 6월을 노래했다. 6월을 즐기는 그가 부럽다. “유월이 오면, 온종일 / 나의 사랑과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 산들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 놓은 / 햇빛 찬란히 비치는 높은 궁전들을 바라보리라”라는 흥얼거림은 우리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이다.그래도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라는 성경 이사야서 2장 4절의 말씀이 이 땅에 실현되기를 나는 기도한다.

2021-06-01

다시 생각하는 지구온난화

산호섬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몰디브는 현재 20년째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훌후말레섬이라는 이곳에는 현재 5만명이 이주해 살고 있다. 앞으로 20여만명이 사는 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라 한다.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수도 말레의 인구를 이곳으로 분산시킨다는 것이 몰디브의 구상이다.몰디브 주변 1천여 섬의 80% 이상이 해발 1m 이하에 자리 잡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몰디브 섬의 상당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등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지표면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1850년 대비 지구의 평균 온도는 1도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학자들은 지금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면 이르면 7년 뒤인 2028년에는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다.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인간과 자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미 수차례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기온상승과 더불어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대기오염, 생태계 다양성 훼손 등 숱한 환경 변화의 문제를 야기한다.지진이나 해일 등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우리 현실로 다가올 거란 얘기다. 인간은 직접 일이 닥치기 전에는 이를 실감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지속적인 환경 문제 제기에도 지금의 지구는 여전히 병들어 가고 있다.서울에서 열린 P4G 정상회담이 끝났다. 환경문제에 대한 지구촌의 각성을 촉구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새겨보는 시간이라도 됐다면 다행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01

대구·포항 바이오랩 유치경쟁은 뭘 보여주나

불과 며칠 전까지 한 식구라며 행정통합을 추진했던 대구시와 경북도가 ‘K-바이오 랩허브(바이오랩)’사업 유치를 두고 또 다시 갈등관계에 들어갔다. 정부가 최근 바이오랩 구축을 추진할 지자체를 모집한 결과, 공모진행 전부터 유치의사를 밝힌 경북 포항, 인천, 대전, 충북 오송 외에 대구, 강원등 8곳이 추가로 신청서를 냈다. 바이오랩은 실험시설, 사무 공간, 네트워킹 등을 제공해 바이오분야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국비 2천500억원, 지방비 850억원을 투입해 사업추진에 나선다. 포항시는 이미 지난 4월 초부터 바이오랩 유치 실무추진단을 조직해서 조직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무추진단에는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한동대 생명과학연구소, 포항테크노파크,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바이오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4월 중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만나 바이오랩이 포항에 들어서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대구시는 지난달 27일 대구첨복재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바이오랩 유치를 위한 전략 고도화 토론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토론회에는 대구첨복재단, 대구테크노파크, 한국뇌연구원, 기술보증기금,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벤처투자사 관계자 등 10여 개 기관이 참여했다. 바이오랩이 미래도시의 성장동력과 연결돼 있는 만큼 각 지자체들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현재 대전이나 인천 등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지자체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경북지역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이다. 지역정치권에 의하면 포항시에서 대구시 측에 해당 사업을 동반신청하자고 제안했는데 대구시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행정통합을 추진해 왔다.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한 몸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바이오랩 유치경쟁을 보면서 두 지자체가 말로만 통합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2021-06-01

백신 접종률 높이는 게 코로나 종식 지름길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31일 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과 김신우 대구감염병관리지원단장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현재 대구지역 백신 접종률은 9.1%로 전국 평균 10.5%에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다. 이달 3일까지 예약을 받는 60세 이상 74세 미만 어르신 접종 예약률도 57.9%로 전국 평균 68.3%에 못 미치고 있다. 대구시장의 백신 접종률 진작을 위한 담화는 이처럼 부진한 지역사회의 백신 접종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권 시장은 담화를 통해 “코로나 감염병의 고리를 끊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백신 접종뿐”이라 했다. “백신 접종이 부진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과잉불신 때문인데 이대로 가면 우리 공동체가 또다시 코로나19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했다.이달부터 정부도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구시민의 낮은 접종률은 지역사회의 감염병 예방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대구시가 백신 접종자에 대해 건강검진권 제공을 검토하고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경우라도 국가 보상 외에 대구시가 추가로 책임질 것 등을 약속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다. 시민의 협조가 필요한 때다.최근 대구지역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위중하다. 연일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1일에도 42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그 가운데 4명은 유흥주점 관련자다. 유흥주점 관련자는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여일이 지난 현재 누적 확진자가 24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 관련자도 누적자가 60여명이다.백신수급 불안 문제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추가 도입이 결정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다. 11월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지금부터 할 일이다.코로나19가 안겨준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안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파산 위기에 허덕인다. 가능한 빠르게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해야만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2021-06-01

조국을 위한 희생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6월 1일은 의병의 날로 의병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에서 제정한 기념일이다. 외국의 침략에 맞서 민중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저항 조직을 의병이라고 한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전쟁에 참여하는 독립군에 해당한다.의병이 가장 크게 일어났던 때는 임진왜란과 구한말시대다. 전국에서 일어난 의병은 임진왜란 초기에는 관군을 능가했고 관군이 일본군을 상대하지 못할 때 의병은 엄청난 전쟁의 승리를 올렸다. 대한제국 시대에는 일제 침략에 맞서 전국적인 의병 항쟁이 일어났다. 제1차 의병 항쟁은 갑오개혁 이후 단발령이 선포되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러일 전쟁이 끝날 무렵 일어난 의병활동은 대규모 항일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지역 영덕에서 의병대장 신돌석 장군의 전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벽산 김도현 선생은 지역에 큰 의미와 교훈을 남긴 의병장이다. 벽산 선생은 극렬한 저항을 보여주고자 절명시를 남기고 순국하셨다.6월 6일은 현충일이다.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 잃어 그들의 혼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현충일과 망종은 6월 6일이다.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亡種)과 현충일이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부터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곡식을 수확하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날을 망종으로 생각하였고 망종인 이 날은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터에서 전사한 애국지사의 넋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다. 망종은 나라를 지킨 영웅에게 제를 올리는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망종’인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의병의 날과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필자가 학창 시절에는 6월에는 늘 기념식을 했다. 운동장에서 현충일 노래를 부르면서 작은 영웅에 대한 넋을 위로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기념식을 하지 않는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영웅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부동산 투기와 주식을 하면서 집 장만을 위해 ‘영끌’을 하지만 결혼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율은 0.84명이다.현충일은 관공서와 민간기업 그리고 가정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조기 게양은 조의를 표하는 날, 태극기를 다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조의를 표하는 날이 바로 현충일이다. 조기를 게양하는 이유를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조기게양을 하고 조국을 위해 돌아가신 영령들에 대한 넋을 기리는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세상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인데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 은혜와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복잡한 요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과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우리나라도 이제는 용기를 가지고 덕이 넘치는 젊은이가 나, 개인보다 국가를 생각하는 민족의식을 가지는 그날까지 국가와 직장 그리고 가정 개인이 일치단결하여 호국영령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2021-06-01

보는 것과 듣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봄날이 저문다. 불후의 명곡 ‘봄날은 간다’가 귓전을 쨍하니 울리는 시점이다. 왔으니 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하되 봄이 오는 것은 반갑지만, 가는 것은 아쉽다. 우리에게 ‘보는 것(봄)’의 향연을 차고 넘치도록 선사한 화사한 봄날이 퇴장을 준비하는 시절이다. 하기야 소만(小滿)은 벌써 지났고, 6월 5일은 망종(芒種)이다.너른 들을 걷다가 어디선가 새 울음소리 들린다. 유심히 들여다보아도 소리는 들리지만,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저런 새소리를 금방 구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숨 절로 나온다. 그러다가 문득 물 위를 걷듯 달리듯 뛰듯 분망하게 돌아다니는 꼬마물떼새 두 마리. 청아하고 높은 음색의 소리 주인공은 그들이다.작고 여윈 녀석들에게서 저리 높고 맑은소리 나오는구나, 생각하니 형상과 소리의 부조화와 불협화가 떠온다. 크고 두터운 생명의 소리는 낮고 둔탁하며 위압적이다. 작고 여린 생명체의 소리는 날카로우며 앳된 서정과 동행이다. 그런데 홀연히 들려온 저들의 소리는 예상과 달랐으니, 형상과 소리의 어긋남이다.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의 거리에서 오는 불협화는 유쾌함과 당혹감을 선사한다. 당연한 기대치를 단박에 박살 내는 현장감을 뭐라 해야 할 것인가! 묵직하고 살집 좋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날카롭고 새된 목소리를 들을라치면 경이로울 때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예단은 언제나 금물이다.대상을 인식할 때 동원하는 최초의 감각기관은 눈이다. 시각이야말로 정보를 수신하고 판단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오감 가운데 으뜸이 시각인 것은 당연지사. 오죽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법전(法典) ‘경국대전’에서도 최악의 장애를 ‘맹인(盲人)’으로 판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하지만 보는 것, 즉 외관(外觀)은 우리를 속인다. 조선 선비 이직의 말처럼 ‘겉 희고 속 검은 이’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외모에 정신을 놓고 실패를 경험한다. 시각을 보완하는 가장 적절한 감관(感官)이 청각인 까닭은 거기 있다. 소리를 듣고 대상을 온전하게 판단하는 것이다.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누구에게나 고유한 목소리가 있다. 소리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교양과 성품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각에 압도된 나머지 청각신호에 대체로 태무심(殆無心)하다. 봄날은 보는 것의 나날들이다. 그 봄날이 간다. 보는 것의 시간이 흘러가면 열매 맺는 계절, 여름이 다가온다. 이 시기에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시각이 아닌 청각이다.요즘 부쩍 꾀꼬리와 소쩍새 울어대고, 개구리는 밤늦도록 울면서 시절을 알린다. 저런 낱낱의 생명체에게 허여된 시절이 오고 가면서 자연의 순환과 우주 운항은 어김없이 진행된다. 이제 여름의 노래에 귀 기울일 때다!

2021-06-01

‘조선’을 찾아 떠난 숭고한 순례의 여정

최남선이 1925년 3월부터 약 50여일에 걸쳐 지리산 근방의 각 지역을 순례하고 집필하여 백운사에서 1926년에 출판한 기행문.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사실 아무 특색도 없이 그저 그곳에 놓여서 그렇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뿐인 것만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는 이미 내가 누군가와 그곳에서 만나며 관계를 맺으며 교섭해나갔던 경험들이 그대로 쌓여있게 마련이다. 가족이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는 자연스레 그들이 남겨둔 물건들, 상처들, 사건들이 흔적처럼 남아 켜켜이 쌓이기 마련이다.물론, 그곳에 우리 마음의 어떤 부분이 실제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쌓이는 곳은 사실 우리의 마음이다. 층층이 남은 그날의 감상들, 단단히 묶인 감정들, 분위기나 냄새 등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만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단지 벽에 난 생채기는 그날의 마음을 흔적처럼 남기고 있는 것뿐이다. 이사 갈 때쯤이 되어 우리가 그런 흔적들이 가득한 집을 둘러보면서 여기에 우리 가족의 기억이 가득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우리가 어딘가 여행을 떠나 늘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여행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런 낯선 공간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그네들이 남긴 흔적들이다. 시장에는 몇 번이고 고쳐 묶어둔 자국이 있는 천막을 묶은 끈이 있고, 어린 손자들의 손으로 그려진 작은 꽃이 벽 한 쪽에 귀퉁이 한 쪽이 조금 떨어져 붙어 있기도 하다. 그 공간을 살아가면서 그네들이 남겼던 삶의 기억들이 여행자들에게는 한편으로는 동질감으로, 한편으로는 이국의 정취로 다가온다. 여행이란 결국 누군가 그 공간을 점유했던 사람들의 삶의 기억들을 기념물 같은 흔적들을 통해 잠시나마 돌아보는 행위라 규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기행이나 유람 등 어딘가에 가서 그처럼 옛사람들의 자취를 돌아보고, 새롭게 자신이 느낀 정취를 더하는 행위로서 여행기라는 글쓰기는 인간이 말과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계기와 마찬가지 기원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말과 글을 가지고 무엇을 했을 것인가. 저 먼 고개 너머를 가보고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가, 무엇이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말과 글을 통해 전하는 경험은 바로 그 요체인 것이다.지금까지 옛사람이 남겨둔 수많은 기행문 또는 여행기가 존재하지만, 최남선(1890~1957)이 1926년에 발간한 ‘심춘순례’의 자리는 유독 빛난다. 조선의 ‘국토’를 순례의 대상으로 새롭게 발견했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순례’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한 종교적 함의를 감안한다면, 이 시기의 최남선은 바로 조선의 국토에 대한 태도를 마치 종교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3·1운동 당시 투옥되었을 때의 최남선(왼쪽). 최남선은 1925년 3월 하순부터 지리산 근방의 각 지역을 순례하고 주로 백제의 흔적을 중심으로 이어진 각 사찰들 속에 흔적처럼 남겨진 한민족의 기억을 복원하고 찾아내고자 애썼다. 그는 서문에서, “조선의 국토는 산하 그대로 조선의 역사며 철학이며 시며 정신입니다. 문자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억입니다. 조선인의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 위에 박혀 있어서 어떠한 풍우라도 마멸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조선 국토에 남겨진 민족의 기억이 단지 책 속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속에 남겨진 문화적 기억의 흔적 속에 널리 남아 있음을 간파했던 것이다.최남선의 이러한 시도는 이후 그가 남긴 일련의 기행문, ‘백두산근참기’, ‘금강예찬’등으로 이어졌거니와, 그가 발견한 순례의 정신은 현진건의 ‘고도순례경주’, ‘단군성적순례’ 등으로 이어졌다. 그들에게 있어 조선의 국토는 바로 순례의 대상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홍익대 교수

2021-05-31

신라시대 사람은 누구인가? - 인골이 알려주는 그들의 모습

현대 사회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가 직접 보기도 하며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그러나 과거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 모습을 알기는 쉽지 않다.이러한 모습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유적에서 출토하는 인골(人骨)이다. 유적에서 출토하는 인골을 통해 얼굴, 체격, 질병의 흔적,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을 형질인류학 혹은 체질인류학으로 하나의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그러나 산성이 강한 한반도의 특징으로 인해 인골이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경주지역에서 신라시대의 인골이 출토하는 지역은 7곳 정도이다. 출토하는 유적은 80년대 월성의 해자에서 발견된 해자를 제외하면 고분 속에서 확인되고 있다.그러나 전신의 골격이 출토되지 않고 있어 당시의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알려주지 못 하고 있다.인골이 남긴 힘든 상황 속에서 월성유적의 조사 과정에서 전신의 골격이 온전한 2구의 인골을 확인했다. 인골은 성벽의 축조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2기의 인골은 모두 전신을 곧게 편 상태로 한 구는 하늘을, 다른 한 구는 또 다른 인골을 바라보는 형태로 출토했다. 그리고 발 아래부분에 토기도 함께 확인됐다.출토한 인골은 앞서 언급한 형질인류학적인 접근을 통해 성별, 생활습관, 특징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먼저 2기의 인골은 남자와 여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와 같이 태어난 연도에 대한 정보가 없이 골격만 남은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가면 생기는 다양한 뼈의 변화를 통해 연령을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50대의 숙년(熟年)으로 사망과 관련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생전에 많은 노동 활동을 한 흔적도 보인다. 지속적인 운동은 근육도 발달시키지만 근육이 뼈에 붙은 부분도 발달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으로 착각할 만큼 뼈가 발달해 있어 노동의 강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뼈 조직의 발달은 남녀를 구분하기 힘들게도 한다. 여성으로 판별한 것은 골반에서 임신과 관련한 흔적이 발견되어 남녀로 구분할 수 있었을 정도로 육체노동을 지속적으로 했던 사람으로 생각된다.치아를 통해서는 성장기의 영양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 했던 것을 알 수 있다.성장기에 영양 공급이 좋지 않을 경우 치아의 표면에 선과 같은 홈이 보이게 된다. 월성에서 확인된 2기의 인골 모두에게서 이런 흔적이 확인되는 점은 어린 시절을 곤궁하게 살았던 흔적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식료는 쌀, 보리와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하는 농경민의 경우는 치아에 충치가 많이 생긴다. 이에 반해 수렵채집민과 같이 곡물류가 적은 식생활인 경우 치석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구의 인골에서도 치석(齒石)과 치주염(齒周炎) 흔적이 확인되는 등 곡물류의 섭취가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보인다.이러한 결과들을 두 사람은 지배층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어린 시절에 원활하지 못 한 식량 사정과 상당한 강도의 육체노동을 지속했던 사람이다. 이는 당시의 평범한 신라시대 사람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신라시대에서는 상당히 장수한 사람인 것으로 생각된다. 김헌석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현재 삼국시대 사람의 평균적인 수명은 알려져 있지 않다. 고분에서 출토하는 인골들이 지배층인임에도 30-40대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월성에서 확인된 2기의 인골은 50대의 사람들로 피지배층인 당시의 가장 많은 신라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그럼 왜 2기의 인골이 성벽 속에서 나오게 되었을까? 현재 인골이 출토된 상황을 보면 성벽의 기초를 만드는 작업이 끝나는 시점에 묻힌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기는 인골의 발 아래 있던 토기를 통해 4세기에서 5세기의 시점으로 생각되고 있다. 아마도 월성의 안전한 축조를 위해 희생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지금까지 고분에서 주로 확인되던 인골은 당시의 지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에 반해 월성에서 확인된 인골은 신라시대의 피지배층의 모습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우리는 아직 신라인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나가야 한다. 월성에서는 해자에서도 다수의 인골이 확인됐다. 이러한 인골들도 정리된다면 신라시대 사람들의 생활고 모습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그리고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가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21-05-31

누림과 기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6월의 시작이다. 날이 갈수록 푸르싱싱함은 짙어 가는데 보리는 어느새 누렇게 익어간다. 보리가 익으면 타작을 해서 수확하는 이맘 때를 맥추(麥秋)라고도 하지만, 가난하고 힘겨웠던 시대의 ‘보릿고개’라는 춘궁기의 비애와 궁핍의 설움이 서린 때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신산의 세월을 지나 비록 코로나의 난국이지만, 생활 전반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여유와 풍족의 삶을 살아가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즐기거나 누릴 것들이 많은 유월이라서 누리달이라 했던가?초목은 무성해지고 밭에는 곡식들이 착하게 자라고 있는가 하면, 무논엔 어린 모들이 가녀린 몸짓이나마 가을날의 결실을 기약하며 초록의 언어를 쓰는 듯하다. 맑푸른 날씨에 들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의 근심도, 코로나의 시달림도 가벼운 바람 결에 날아가는 듯하다.지역별 여러 축제나 행사, 작은 모임 등이 코로나의 괴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침체와 단절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코로나의 사슬에 묶여 긴장과 우울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할 것인가?하루에도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시대와 상황은 늘 바뀌고 달라지기 마련이다. 변화에 유연한 적응과 방역의 선제적인 대처 속에 목적과 취지에 맞는 아이템을 특성화시켜 나간다면, 얼마든지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6월은 기리는 달이기도 하다. 나라를 지키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 이 땅의 무수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누세월 피로 물든 산하는 침묵하고 있지만, 누대에 걸쳐 우리는 위국헌신의 넋과 뜻을 기리고 잊어서는 안된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해마다 6월이면 국립묘지에서는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엄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기 위해 한달 간 묘역 전개소에 작은 태극기를 꽂아 둔다고 한다.호국보훈의 얼과 뜻을 되새기기 위해 필자는 최근 동료들과 함께 인근의 영천호국원엘 가서 비석 닦기와 태극기 꽂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영천호국원은 수많은 국가유공자와 참전용사들이 안장된 국립묘지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호국원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현충탑 앞 분향소에서 단체로 참배를 한 후, 3구역 봉안묘역에서 5천300여기의 묘비를 일일이 닦고 미니 태극기를 가지런히 꽂으며 추념의 마음을 되뇌었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봉사자들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정성스럽게 태극기를 꽂고 비석을 닦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갸륵한 마음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여겨졌다.새로운 누림과 면밀한 기림으로 활기와 존숭을 더해가는 나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리고 즐기되 신중하고 요란하지 않게, 기리고 위하되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평온한 유월을 보내기를 기대해 본다.

2021-05-31

안전, 기업 생태계의 뿌리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아무런 사고없이 살아가길 꿈꾸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가정도 적지 않다. 우리는 매일 같이 뉴스를 통해 여기저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소식을 접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작년의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무려 2천62명에 이른다고 하니 안타깝고 걱정스럽기만 하다.불안하고 위험한 현장의 중대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을까?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사고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과 고민으로 필자는 중소기업의 안전관리를 십 수년간 컨설팅해 왔었다.이에 ‘안전한 공장 만들기’의 노하우를 알리고 공유하여 범국가적으로 사회와 산업현장의 무재해가 달성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안전이란 위험에 노출될 염려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실상 산업현장을 살펴보면 수많은 위험요소가 잠재되어 있고 작업자들이 곳곳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가령 어떤 회사는 STS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초기에는 자재들이 여기저기 복잡하게 방치돼 있고 바닥에는 압연유가 흘러 상시 미끄러운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작업자는 안전화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작업현장을 다니다가 미끄럼으로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되는 곳으로, 회사는 안전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근원적이고 체계적인 안전활동으로 10년이 넘도록 단 한 건의 경미한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무재해 공장을 실현하고 있다. 그 결과 안전우수공장으로 선정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이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터득한 안전 성공 노하우는 첫째,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시켜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감염증을 막기 위한 나와 타인의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 써야 한다는 인식이다. 즉 현장에서도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불편하더라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해야 작업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둘째, 위험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학습과 훈련을 통해 안전기준을 잘 이해하고, 현장이 그 안전기준에 부합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현장을 관찰할 때 비로소 곳곳에 숨어있는 잠재 위험요소가 보이기 시작한다.셋째,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문제해결은 현장이 답이다’는 말처럼 현장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문제 이면의 심층적인 근본원인들을 밝히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작업을 없애는 방법이나 수작업을 자동화하는 방법, 인체공학적인 작업방법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안전은 기업생태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뿌리가 굳건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기에 이제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누군가가 시키고 지도하는 ‘관리안전’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있게 실천하는 자율적인 ‘자주안전’ 중심으로 안전 뿌리가 튼실하게 뻗어나가길 기대해본다.

202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