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같은 직장 구성원 간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얼마나 허술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포항에서는 지난달 직장 상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기 전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토로하는 육성 녹음이 공개돼 충격을 준 적도 있었다.
같은 직장 내에서 범죄의식 없이 행해지기 쉬운 성희롱이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한 번의 성적 언동이라도 심한 경우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성폭행이나 성추행, 성희롱을 포함하는 성범죄가 고발캠페인인 ‘미투운동’으로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직장 내에서 드러나지 않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적잖다. 조직 내에서 행해지는 비열한 성범죄는 한 개인의 인권과 삶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다. 최근 발생한 공군 여부사관 사건처럼 제대로 된 조사나 피해자 보호 조치도 없이 적당히 입막음으로 넘어가려 할 경우 후폭풍이 발생한다.
포항시도 밝혔지만, 성 관련 범죄는 철저한 진상 조사 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한 처벌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쉬쉬하면서 당사자 간에 합의하는 식의 안일한 처방에만 그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성폭력의 근절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평소에 성범죄 예방교육을 통해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