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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옥정(噴玉停)

등록일 2025-07-09 20:11 게재일 2025-07-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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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별밤명상’

마을에 다다르며 천천히 읽었다

봉좌(鳳座) 용계(龍溪) 분옥(噴玉)

개념으로 정명(正名)된 관념은 현실을 상징한다

봉황과 용을 대체 누가 보았는가

튀어오르는 맑은 물이 옥과 같다는 것은

물성(物性)과 세속에의 입신양명에 대한

스스로 자처한 지속적인 소외라 나는 해석했다

선비는 목숨을 저당잡힌 위태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의지는 굳건하나 현실은 냉소적이었을 것이다

얼어죽어도 글을 읽겠다는 마음이 마루에 가득하다

녹음과 낙엽이 공존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것을 햇살은 거두어두지 못한다

뒤로 열린 하늘을 두고 물과 산을 바라본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마음이 깊으면 글은 저절로 담길 것이다

현실과 본질, 사직(社稷)과 사림(士林)은

대체적으로 대척점이다

한양에서 멀어져 이 좋은 곳에 머물 결심이었다면

나는 잊고 후학에 머물러야 하리라

우리가 쉽게 생각한 존재들이 우리를 지탱해 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러나 무시당할 존재는 없다

다만 마음의 아름다움과 의지의 표상으로

날마다 서툴더라도 잡풀이라도 뽑을까 한다

그래도 불알 떨어질 일은 없으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라 싶다

땅을 짚고 솟아오르는 맑은 물이 되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하여 나는 분옥정에서 소신(所信)을 소신(小信)으로 개혁했다.

이 시는 분옥정 혹은 용계정사의 역사적 평가와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시인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분옥정은 너무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하늘을 뒤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심(洗心)하고 풍경에 젖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거기서 죽어도 좋을 듯 합니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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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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