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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0월말 위드 코로나…희망고문에 그쳐선 안돼

코로나19와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식의 방역체제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회에 나와 “우리나라의 위드 코로나 가능 시점을 10월 말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60%를 돌파한 백신 1차 접종률이 성인 80% 이상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10월 말을 위드 코로나 전환점으로 본다는 것이다.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 이상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며, 그 시기는 2차 접종이 완료되는 11월말 쯤이 적당하다고 했다. 유럽 등은 이미 위드 코로나 방역체제로 들어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고 일상의 회복을 즐기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포한 이스라엘은 지난 4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하루 1만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위험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이 나라 보건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과 입국자 관리, 확진자 모니터링, 백신접종, 신속한 검사 등을 방역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위드 코로나 체제를 견지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장기화하는 팬데믹 상황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희망하는 국민도 지금으로선 최상의 방책으로 여긴다. 코로나 속에 일상을 찾고 희생을 최소화하자는 위드 코로나 전략은 그래서 반드시 성공돼야 한다.그러나 유럽 국가 사례에서 보듯 위드 코로나 체제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적지 않은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방역체제 전환에 따른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럽 국가의 사례를 연구하고 치밀하고도 과학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그동안의 정부 방역체제가 규제 만능으로 흘러 자영업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반발한다.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가 또 다시 국민에게 희망고문하는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로만 K방역을 외칠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할 성과를 내야 K방역이라 자랑할 수 있다.

2021-09-08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셜앱인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있다.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대거 발의된 상태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법안은 각각 지난해 12월, 올 1월 발의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 간 중복 규제·규제관할권 다툼 문제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해 퀵서비스,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카카오는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이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포털에 국내 언론 뉴스를 무료 전재하면서 키운 영향력으로 광고 등을 독식하며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상생경제를 도외시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고장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8

대구취수원 갈등 이젠 TK정치권이 풀어라

대구수돗물 일부를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공동 사용하는 문제가 그저께(7일) 대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유력주자인 정세균·이재명·이낙연 후보 모두 대구취수원 다변화 문제에 대해 찬성입장을 나타내며, 구미의 현안해결에 대한 공약도 제시했다. 대구취수원 다변화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정 후보는 총리로 재직하던 지난해 2월 대구가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고통을 겪을 때 3주간 대구에서 숙식하며 방역활동 전반을 지휘했다. 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구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깨끗한 물 문제다. 30년간 풀지 못한 취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해 대구에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민께는 취수원 이전으로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구미시민께는 KTX 구미역사 신설로 보답하겠다. 상생의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구취수원 다변화문제와 관련해 대구와 구미가 갈등을 겪는 부분은 정부가 적극 나서서 중재하고, 상수도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정부 주도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해평취수장 대구·구미 공동사용문제는) 국무총리 시절 긴 시간 논의 끝에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그 협약이 진전돼 얼마 전 구체적 합의에 이르렀다. 물 문제 해결은 이웃 지자체간의 상생을 위한 타협이고, 환경오염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결단이자 역사적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대구수돗물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문제는 지난달 12일 장세용 구미시장이 조건부로 수용하면서 원만히 해결되는 듯했지만, 최근 구미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26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KTX 구미역사 신설’ 등 구미지역 현안해결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돼 취수장 공동이용 협정이 조속히 체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오염된 대구 수돗물을 낙동강 상류에서 취수하는 문제는 누가 봐도 현안 중의 현안이다. 취수원 문제로 얽힌 대구·구미간 갈등은 이 지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

2021-09-08

위드코로나를 기다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코로나19가 질기다. 인류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은지 500일이 다가오는데 도무지 물러설 기색이 없다. ‘뉴노멀’이라지만 세상은 몰라보게 바뀌었고 관계도 조금씩 틀어져간다. 만나고 어울리며 부대끼고 정겹게 돌아가야 할 인간사가 ‘사회적거리두기’로 차단되고 단절되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할 길이 있을까 싶다.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는다지만 일터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느낌은 그리 고운 게 아니다. ‘원격진료’가 세심한 의료진의 손길을 대신할 수 있을까. 비대면강의가 넘실거리지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물론, 교우들 간의 정서마저 끊어진다.가을학기 개강을 했지만 교정의 모습도 벌써 을씨년스럽다. 북적이는 강의실과 낭만넘치는 캠퍼스풍경은 오간데가 없다. 학생들이 근처에 있는 듯 하지만 강의현장에는 사람이 없다.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비대면접촉으로 마감할 것인지. 학생들이 학교와 강의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어긋난 나머지 바람직한 모습을 영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공교육의 현장에도 같은 우려가 없지않아 온라인수업의 확대는 물론, 학교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교는 왜 다니는 것이었을까?학교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공부’에만 있을까. 코로나19 와중에 학력저하가 걱정되고 학력격차가 벌어질까 마음이 쓰이지만, 학교의 존재이유가 ‘학력’에만 있었을까. 학교에서 진짜로 배우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만나고 헤어지며 어울리고 나누는 가운데 깊어가는 인간애를 배우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미움과 갈등도 어떻게든 헤쳐가며 애증이 쌓이는 학우들과의 관계형성. 그것 뿐인가. 학생과 선생, 교수와 제자 사이에 무르익는 정서와 관계는 교풍을 만들고 전통을 세워가는 다리가 아니었을까.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백신접종과 방역효과와 함께 이제는 보다 유연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차단과 단절에만 기대는 방역은 인성을 무너뜨릴 위험에 봉착하였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함께 생산성 높은 대면업무도 다시 불러와야 한다.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시들어가는 캠퍼스 분위기도 기운을 다시 차려야 한다. 학업보다 훨씬 중요한 관계형성을 배우도록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썰렁한 여러 마당을 사람들로 새롭게 채워야 한다. 문화가 융성하고 사회가 역동성을 찾도록 방역의 기조를 살폈으면 싶다.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사람이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회복하도록 또다른 판을 짜내야 한다.학교와 일터 그리고 장터는 사람으로 북적여야 제맛이 아닌가. 만나지 못한 사이 혹 상처받은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하고, 포스트코로나의 뉴노멀이 만남을 버거이 여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충격과 두려움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지혜롭게 극복하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 위드코로나로 다가서면서, 뉴노멀이 인간의 본성을 망각하지 않도록 잘 설계해야 한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2021-09-08

청소년 창업 교육이 답이다!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자연은 모든 것을 비울 준비를 시작했다. 비움으로써 영원한 성장을 이루는 자연! 자연에 없는 단어 중 으뜸은 미련이다. 미련 없이 이륙하는 단풍의 모습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다.나라에도 비움 현상이 심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청년 일자리!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겐 청년 취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을 검색하면 지금 이 나라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청년 실업률 10.7% 치솟아, 21년 만에 최대치!”행복해야 할 취업이 트라우마가 된 지금, 청년들에게 희망은 없을까? 그들에게 희망을 줄 모범 답을 어느 기업가가 제시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런데 이 말에 맞장구를 칠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이 나라 교육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대거리를 안 하면 다행이다.청소년 희망 직업 조사 결과만 봐도 교육이 청소년의 꿈을 얼마나 고정관념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청년 실업률은 당장 지금 발생한 문제가 아닌 누적된 문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청년 취업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많은 청년이 실업의 굴레 속에서 좌절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해결 방법은 뭘까?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의 교육을 비우는 일이다. 이 일에 미련을 두면 안 된다. 미련을 두는 순간 변화의 취지는 변질하고 만다. 입시라는 거대 공룡이 우리 교육을 장악한 지 오래다. 지금부터 그 공룡의 부피를 줄이면서, 그 자리에 진로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을 넣어야 한다. 의자 뺏기 놀이처럼 기존에 있는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간에 새로운 의자를 만드는 힘을 청소년들에게 길러줘야 한다.맹모삼천지교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에 있어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에 있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청소년 때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청소년의 진로 세계관은 무한대로 넓어질 것이다. 이미 교육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 교육을 의무 교과로 편성하여 운영 중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CEO들이 바로 어려서부터 창업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자연은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든다. 청년이 될 청소년에게도 미리 창업 교육을 한다면, 그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창업을 절대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계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청소년 비즈쿨 프로그램 등 청소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들을 정규 교과로 들여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이 마음껏 창업에 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창업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창업 교육이 청년 실업을 극복할 답이다.

2021-09-08

우리 산의 생태가 살아나고 있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산림청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63%를 산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대구 앞산은 필자의 아파트 코앞에 있다. 50년대 중반 어린 시절 필자의 고향 산은 모두 황폐한 민둥산이 많았다. 우리는 어른들을 대신해 민둥산에 나무 심기 부역을 다녔다. 나무라고는 없는 황토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어딜 가나 산림이 울창하다. 십여 년 전 북한 개성공단 야산에 나무를 심은 적이 있다. 필자가 본 북한의 산은 대부분 내 어릴 때 보았던 민둥산이다. 북한 주민들이 땔감으로 벌목한 결과이다. 비만 오면 북한의 비 피해가 큰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다. 고향 산의 산림이 너무 우거져 산소 잃은 사람도 상당수다. 대구 앞산에서도 이제 산 짐승을 종종 볼 수 있다. 올 초 어느 따뜻한 봄날 앞산 순환도로에서 멀지 않는 산비탈길을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에 넘어진 아카시아 고목 위에 귀여운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정겹게 앉아 있었다. 황갈색 줄무늬의 새끼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어미를 기다리는지 새끼 고양이는 가까이 가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집 뒷마당에서 밤늦게 울던 도둑 고양이들이 떠올랐다.앞산에는 용두, 고산, 강단, 안지랑, 큰골 등 계곡이 많다. 골골마다 길의 경사가 다르고 풍광 역시 다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단골은 도로만 건너면 바로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필자는 고라니를 수차례 만났다. 노루나 고라니는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 왜 도망치는지를 몰라 다시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전 궁둥이의 흰털이 아름다운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보았다. 그날 저녁 산을 내려오는데 고라니의 외마디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끼를 찾는 것인지 배고픔인지 알 길이 없었다.지난달에는 큰 골로 산행을 갔다 멧돼지 무리를 만났다. 덩치가 큰 어미는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멧돼지는 필자를 먼저 보았는지 가파른 길로 새끼를 데리고 도망쳤다.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키웠던 까만 토종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산 입구에는 멧돼지를 만나면 조용히 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전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동네까지 출몰한다는 기사도 읽었다. 오늘 본 멧돼지도 새끼의 먹이를 찾아 내려오다 도망친 것일까.고향집 돼지우리에 키우다 늑대에게 잃어버린 귀여운 돼지가 생각났다.대한민국 산은 이처럼 산림의 생태가 복원 되었다. 우리 산이 살아 있음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우리나라는 넓고 황량한 러시아나 미국과도 다르다. 우리는 어딜 가나 차로 10여분이면 아름다운 강산을 접할 수 있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의 산하는 잘만 가꾸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국토의 삼면이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북의 철길이 열리고 동해와 서해길이 연결되면 우리는 아름다운 관광국이 될 수도 있다. 산림당국이 일찍부터 우리 산에 경제성 있는 나무로 조림까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2021-09-08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요즘 포털사이트에는 올라오지 않는 것이 없다. 각종 뉴스와 오락을 비롯해 인간이 구하는 온갖 내용이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얼마 전부터 ‘책’의 골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어차피 책과 시작한 인생살이, 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에 관심이 가는 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삽화까지 곁들인 소개란이 제법이다.글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사서 읽어야겠군, 하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광고와 비슷하면서도 광고를 넘는 출판사들의 내공이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런 글 가운데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네이비실 군사훈련 과정 가운데 침대를 정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이 훈련생들의 첫 번째 과제라고 한다.침대를 정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잠들었던 공간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은 사소하지 않다. 자신이 만들어낸 지난 밤의 흔적을 정리-정돈하는 것과 그것을 배제한 채 다른 일과에 착수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우리 일상은 생산공정의 일관작업처럼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인생에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삶은 소소한 일상의 반복에 토대를 두고 조용히 진행된다. 잠자고 밥 먹고 씻고 일하고 사람 만나고 쉬고, 이런 일상의 무수한 순환에 기초하여 인간의 평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일상의 흐름에서 어느 한 가지가 빠지거나 소홀해진다면 그다음 일과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늦잠에서 깨어난 아침 풍경을 떠올려보면 자명해진다. 흐트러진 잠자리를 내팽개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서둘러 옷을 걸치고, 일터로 황망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에게 평온하고 생산적이며 안정적인 하루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다. 침대를 잘 정리한다는 것은 그 하루의 일상을 차분하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일을 뜻한다.침대 정리라는 사소한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자신의 신변조차 허투루 넘어가는 인간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은 그깟 일로 사람을 평가하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대범하고 담대하며 그릇이 큰 인간은 그런 시덥잖은 일은 두루뭉수리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일찍이 노자는 “아름드리나무도 작은 싹에서 생겨나고, 구층 누각도 삼태기 하나의 흙에서 비롯되며, 천릿길도 발아래서 시작한다”는 말을 남겼다. 크고 중요한 모든 것의 출발은 하나같이 작고 미소한 것이다. 사소한 일상 혹은 습관 하나 통제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위대한 사상가나 정치가 혹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그래서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거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대면하는 아주 작은 일상에서 자기에게 보여주는 성실한 자세는 다가올 먼 미래에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다. 일컬어 ‘수적천석(水滴穿石)’ 아니겠는가?!

2021-09-07

이런 공존

강길수 수필가 장마철보다 지루한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출근길이다. 처서 아침이다. 학교 뒤 담장 곁을 지나가는데, 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지막한 작은 나팔꽃 한 송이다.자세히 바라다본다. 나팔꽃 덩굴은 삼사십 센티미터 정도 자란 망초 대를 감고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남보랏빛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나팔꽃 줄기와 망초의 대는 담장 콘크리트 벽과 보도블록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싹터 올라 자라났다. 둘 다 어려 보인다. 용케도 미화원의 풀 뽑는 손길도 피했다. 그러잖아도 근자에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한데, 이 척박한 환경의 틈에 망초와 어우러져 살면서 꽃을 피우다니 반갑고, 기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네댓 해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우리 아파트 낮은 담벼락에 나팔꽃이 많이도 피어났었다. 짙은 핑크빛과 남보랏빛 나팔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침마다 축제를 벌였다. 떠오르는 해님 따라 새로 밝은 아침을 노래하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우리 기쁘게 살아내어요!’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했었다. 그런 날엔, 나팔꽃 생기를 듬뿍 받아 하루가 더 즐거웠었다.기쁜 마음 안고 사무실로 향했다. 여남은 걸음을 가다가 문득,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퇴근길에 찍자’하는 생각이 나자 ‘아침나절이 가면 나팔꽃은 지잖아!’하고 속말이 나왔다. 되돌아가 핸드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별반 변한 게 없는데,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드는 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또, 주어진 메마른 환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살아내는 망초와 나팔꽃이 사람보다 나아 보였다. 서로 자기만 살려고 한다면, 둘 다 저리 성하게 자라 꽃피우지 못했을 테니까.저녁에 집에서 핸드폰 사진을 열어보았다. 구석구석 새로 살피고 싶어서였다. 망초도 안개꽃보다 작은 흰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나팔꽃 줄기는 망초의 온몸을 휘돌아 감고 올랐다. 처음 볼 때는 나팔꽃과 그 잎 두어 개, 망초 잎과 약간 휘어질 듯 서 있는 망초 대와 그 머리의 흰 꽃들이 전부였다. 열악한 틈에서 움터 자라나고, 꽃피워 열매 맺으려 서로 보듬고 살아내는 나팔꽃과 망초. 그 삶 안에 우리 생태계와 우주가 하나 되어 녹아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무한소와 무한대가 하나로 이어 있듯이….이방원의 하여가와 성삼문의 단심가가 떠오른다. 그런 건 인간 욕망덩어리일 뿐, 저 나팔꽃과 망초가 어우러져 사는 삶에는 비교될 수 없다. 모든 존재의 만남은 우연이면서 또, 필연이다. 나팔꽃 씨앗과 망초 씨가 공교롭게 저 담장 밑 틈바구니에 나란히 떨어진 것은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함께 싹트고 자라나는 일은 필연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만일 저 망초가 인간이라면, 자기 몸을 저렇게 칭칭 감아 오르는 나팔꽃 덩굴을 가만히 놔둘까. 적폐로 몰아세우지 않을까.인간은 자연을 배우며 살아야 할 존재다. 지구란 행성의 생태계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내야 할 공동체 일원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나팔꽃과 망초의 공존처럼….우리나라도, 국민도 이렇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2021-09-07

여당 순회경선, TK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더불어민주당 주요 대선후보들이 대구·경북 지역 경제가 그동안 전·현 정권으로부터 홀대를 받아 심각하게 낙후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오는 11~12일 실시되는 대구·경북지역 순회경선을 앞둔 득표전략이긴 하겠지만, 정치권과 지자체는 여당의 최종 대선후보 공약에 이 지역 현안이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5일 대구 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경북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기존 정치 세력이 하지 못한 일을 이재명이 하겠다”면서 TK 6대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내용은 미래형 자동차산업과 로봇산업 육성, 구미~대구~포항권 이차전지 소재산업 벨트 구축 등이다. 이낙연 후보도 지난 6일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인 대구·경북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대구·경북이 IMF를 거치면서 싼 임금의 노동력을 찾아 지역기업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제조업의 위상이 많이 축소됐다”고 밝히면서 “대구·경북을 광역경제 생활권으로 묶어 신(新) 제조업 수도를 겸하는 메가시티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공약실현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지원단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도 같은 날 “대구·경북 침체엔 전 정권의 책임도 무관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엔 낯부끄럽다”고 밝히면서, 경북 전역 무료버스 사업 시행, KTX 구미역 신설 등을 공약했다.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지난 3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구 경제가 전국에서 꼴찌다.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며 TK 지역민을 조롱하던 때와는 판이한 분위기여서, 여당 주요 대선후보들의 TK 공약이 지역민들로선 일면 위로되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구·경북은 인사나 예산, 국책사업 등에서 수많은 패싱을 당해 왔지만, 이전 보수정권에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대구·경북 정치권과 지자체는 이번 대선에서 여당 주요후보들이 득표를 위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질 때 TK현안이 이들의 주요공약집에 포함되도록 총력전을 펴야 한다.

2021-09-07

7조 투자 이끈 포항시, 산업구조 다변화 轉機로

포항시의 기업투자 규모가 최근 4년동안 6조8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19조5천억원 상당에 달해 타 시도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포항시민은 물론 경북도민 모두가 반가워해야 할 소식이다. 포항시는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포항제철의 성장과 함께 도시가 발전해 왔다. 국가기간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철강생산업체로 등장하면서 지금은 세계 최대규모 철강생산업체로 발돋움했다. 포항시는 포스코의 독보적 성장에 힘입어 국제적으로 철강도시로 이름을 올렸다.이번 포항시의 투자가 특별히 반가운 것은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분야 등 신성장산업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경기에 따라 지역의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단선적 경제구조에서 복합적 경제구조로 변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은 특구지정과 국가연구시설 및 실증단지 등을 갖춘 타지역과는 차별화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어 기업의 지속적 투자도 예상된다. 양극재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에코프로는 영일만 산단에 이차전지 소재분야에 2025년까지 1조7천억원을 투자하고 연이어 5천억원도 증설할 계획이라 한다. 공장이 완공될 경우 인력 채용규모가 3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GS건설이 1천억원 규모로 이달 중 영일만 산단내 공장 착공에 들어가며 포스코 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 공장을 동시에 발주시킨다는 계획이다.또 한미사이언스도 그린바이오산업 중심인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3천억원을 투자,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할 계획으로 있다.포항시의 전략적 투자 유치로 포항시는 4년이란 단기간에 기업유치 효과를 극대화 했으며 뿐만 아니라 첨단 신성장 중심의 산업지형으로 바꾸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신성장산업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등 포항산업 지형의 대변혁을 통해 제2 영일만 기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포항시는 그간의 노력으로 경제분야에서 이룬 가시적 성과를 잘 관리하여 포항이 탄탄한 경제 산업도시로 다시한번 도약하도록 해야 한다. 영일만신항과 블루밸리산단 등 뛰어난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 전국 최고 신산업도시가 되도록 팔을 걷어부쳐야 할 것이다.

2021-09-07

니캅 속 여성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20년 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남성없이 외출도 못하게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탈레반 정권은 이와 관련 과거처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들이 속속 발표하는 여성관련 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한 여성이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져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내 사립대학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니캅(niqab)착용을 강제했다는 외신도 들어오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여대생은 니캅을 착용하지 않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으며 남녀 간 수업은 분리가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커튼을 쳐서 서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교사만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한다.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위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 카불시내에 4명의 여성이 종이 한 장씩을 들고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직은 탈레반이 시위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없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보장 시위가 더 확산된다면 어떤 형태의 시위 진압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슬림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마치 가시밭길 같이 험난해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7

여태 능소화는 피었는데

김락기시조시인 · 칼럼리스트 능소화는 야릇하다. 재택생활에서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머나 가까우나 강렬한 다홍빛 원색으로 메며든다. 도색적·뇌쇄적 매혹을 풍긴다. 지금 하추교역기 꽃들이 사방에서 피고진다. 나라가 온통 꽃 세상천지다. 세계 10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는 사계절 내내 꽃들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집 발코니에는 제라늄꽃이 핀다. 몇 달 전 수십 년 만에 한강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강변에 펼쳐지는 야경은 장관이었다. 저녁이 이슥하자 빌딩 숲에 켜지는 청사초롱 꽃들이 뭇별처럼 반짝이며 이내 속가슴을 후벼들었다. 밤낮없이 피는 꽃들 가운데 능소화는 이즈음 어디서나 쉬이 볼 수 있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로 읊거나 필묵으로 치는 제재다. 1930년대에는 ‘서울에서 사직동 덕흥대원군 사당 담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꽃이었다.’고 문일평의 ‘화하만필’은 이른다. 꽃말 ‘명예’나 별명 ‘양반꽃’이 어울리는 까닭이다. 나는 한때 이를 문인화로 치면서, 담장을 낀 길녘이 능소화와 잘 어울림을 느꼈다.“능소화 드리우고 호박넝쿨 덮이어도/토석담 그 골목이 왜 그리도 무료한지/담벼락/기대고 서서/꿈 그리던 몽상들∥성벽 담이 높다 해도 단풍 들고 눈 내리면/묻어두던 정감들이 서럽도록 그리워서/예서 또/거닐어보는/그때 여느 발자취.” 내 졸음 ‘돌담길’ 부분이다. 10여 년 전 군위 팔공산 자락 한밤마을을 지날 때 감회다. 어떤 블로그에는 능소화가 피어 있는 고향마을 돌담길에 남아 있는 유년시절, 서럽도록 그리운 한 폭의 풍경화라고 평했다. 담벼락이나 큰키나무 가지들을 된통 휘감고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하고 장대하다. 치렁치렁한 원추꽃차례-청록색 이파리와 주황 또는 선홍빛 꽃떨기가 보색 대비되어 인상 깊게 여운이 밴다.지금까지 오늘날 우리나라의 겉쪽 풍경이었다면, 나라 안쪽 모습은 어떤지 보자. 작년 4·15 총선거에 대한 무효소송 재검표 현황을 예로 든다. 인천 연수을·경남 양산을·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등이 진행되었다. 국민이 믿는 최후의 보루는 대법원의 공정한 재판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선거소송은 180일 이내에 처리토록 되어 있다. 이와 달리, 주심 대법관의 얄궂은 행태에 민심의 꽃들이 분노로 시들고 있다. 공병호 박사 같은 분들이 피를 토하듯 부정선거라고 열변한다. 이상하리만큼 주류언론은 침묵한다.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는 지난 8월 24일 ‘자유민주주의 근간, 헌법의 기초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열망과 각오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국민의 3대 주권 중 투표권이 유명무실화된다면 저항권을 넘어 혁명권이 실행될지 모른다. 시들다 지친 꽃들이 태풍처럼 돌변할 수 있다. ‘능소화’가 이름 그대로 하늘을 원망만 하랴. 싱싱한 채로 떨어지는 꽃을 문일평은 주목했다. 시조 올린다.‘꽃 같은 세상’꽃네는 애시당초/꽃 세상을 꿈꿨거늘//행여나 아니어라/속내 몰래 저어하면//떨어진/저, 저 꽃잎들/핏빛으로 물들라.

2021-09-07

촉법소년, 우리 모두의 문제

최근 한 동영상을 보았다. 외제차를 훔쳐 달아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차에서 내린 이들은 한 눈에도 앳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들이었다. 차를 왜 훔쳤냐는 기자의 질문엔 손가락 욕설과 입에 담기 힘든 욕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 중 2명은 촉법 소년으로, 훔친 차로 운전을 했지만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이란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촉법소년이란 만 10세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이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 소년은 죄질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소년재판을 받게 되지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촉법 소년이라 분류되며 범죄를 저질렀을 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을 받게 될시엔 범죄의 강도에 따라 보호관찰서로 인계되거나 정해진 시설로 넘겨지는 시설위탁처분, 소년원 송치처분등이 내려진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의아한 건 어떠한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거다.이러한 너그러운 법안을 악용해 촉법소년들은 더한 범죄를 저지른다. 과거 서울에서 차를 훔친 8명의 청소년들은 대구까지 내달렸으며 경찰과의 추격 도중 대학생이던 배달기사의 오토바이를 쳐선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결국 얼마 못 가 붙잡혔으나, 경찰서 안에서 셀카를 올리며 ‘한 달 뒤에 보자’는 글을 sns에 올려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이들은 이전에도 주유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나거나, 차량을 절도하는 행위를 반복했음에도 촉법소년이라 매번 풀려났다고 한다. 결국 운전대를 잡은 청소년만 소년원으로 송치되었으며 나머지 소년들은 경찰 조사 후 곧장 훈방되었다.아주 오래 전부터 소년 범죄나 만행은 대두되어왔지만 날이 갈수록 죄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의 성에 대한 관념 또한 옳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최근 CCTV가 없는 지하실에 또래 여학생을 데려가 성추행한다거나, 동영상을 몰래 찍어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일례가 또 발생했다. 또래 아이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하는 사건은 십여 년 전부터 끊임없이 문제되곤 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니 안타깝다.N번방 사건의 일부 가담자 중엔 촉법소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피해자는 깊은 상처를 가슴 속에 묻으며 영원히 사회 복귀에 실패하지만, 가해자는 어린 나이에 잠시 비행을 했단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과 교화를 통해 사회 복귀에 안전하게 성공한다. 깨끗한 전과 기록으로 사회에 복귀하여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법이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이다.촉법소년의 범죄 유형은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의 강력범죄 죄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만 13세부터 꾸준히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검찰청은 3회 이상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현재 여러 나라에서도 소년법을 나이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는데, 검색해본 결과 스코틀랜드는 촉법소년에 해당되는 연령을 8세 미만이라 규정했으며 미국의 일부 주에선 7세 미만 정도로 해당 연령이 낮은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촉법소년들의 잇따른 만행에 형사 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물론 어느 정도 가이드 기준이 있어야겠지만 단순하게 나이로 죄질을 달리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 최선인가 싶다. 나이와 무관하게 죄는 죄고 저지른 건 실수가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 저지른 범죄에 중점을 두어 합당한 처벌과 교육을 받아야 한단 생각이다. 이 문제는 꼭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극적인 영상을 창출해내는 어른의 책임, 법적 교육의 부실 문제나 가해자를 묵인하려는 태도와 가벼운 비행이라 치부하며 넘어가는 어른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영화 ‘시’에 등장하는 양미자는 세상은 아름답고 시는 숭고한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손자가 성폭행으로 한 여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단 걸 안 뒤론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음을 알게 된다.대부분의 어른, 특히 가해자의 부모들은 불쾌한 현실에 눈을 돌리거나 상황을 덮기 바쁘지만 양미자는 추악한 현실에 두 눈을 맞추어 고통에 응한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자세히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모두가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다.

2021-09-07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

얼마 전 급하게 돈 들어갈 데가 있어 은행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승인을 거의 앞두고 급여 소득 증빙 차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서류를 발급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직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지난 2년간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 연구원으로 4대 보험 혜택과 함께 고정 급여를 받았는데, 그게 종료되면서 건강보험 자격에도 변동이 생긴 것이다. 세 곳의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지만,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로 분류되어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까지만 적용이 되고 건강보험은 해당되지 않는다.인문학 연구자들은 대학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그야말로 ‘잉여인간’이 된다. 박사학위까지 받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제 와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30대 중후반을 넘긴 나이다. 시간강사를 속칭 ‘보따리장수’라고 부르는 것은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강의 시수대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이번 학기 세 학교에서 다섯 개 강좌 총 14시간 수업을 한다. 시간당 강의료는 3만5천원에 불과하다. 다 합해봐야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박봉이다.세 시간짜리 수업 하나를 위해 강의록을 만들고, 교재 연구를 하고, 강의 및 평가 계획서를 작성하고, 학생들의 과제물을 읽고 일일이 피드백을 해준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 25분짜리 수업 영상 세 개를 촬영하고, 자막을 입히고, 인코딩을 하고, 인터넷 강의실에 업로드하는 데 1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거기에다 아동학대 예방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청탁금지법 교육, 교수법 특강, 산업안전 교육, 장애 인식 개선교육 등 온갖 교육까지 이수해야 한다. 교강사 업적평가에 포함되기에 밤을 새워서라도 영상 강의를 다 시청해야만 한다. 녹록지 않지만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도 그 노력을 좋게 봐줘서 매번 강의평가 때마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작년에는 학교 전체 교강사 중에서 강의평가 3등 했다. 그래도 강의료는 3만5천원이다.박봉보다 더 서글픈 것은 시간강사를 그저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대학과 정부의 인식이다. 며칠 전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이수하러 교육부 중앙교육연구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직급명’을 필수 입력해야 해서 직급코드 조회란에 ‘강사’라고 쳤더니 ‘전임강사’는 나오는데 시간강사는 없었다. 전임강사가 아닌 나는 어떤 직급명을 택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직급없음(방과후강사)’을 클릭했다. 교육부의 직급코드 데이터베이스에 시간강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출강하는 한 학교에서는 내게 ‘캡스톤디자인’이라는 교과목을 맡겼다. 학과에도 처음 도입되는 수업 모듈을 시간강사인 내가 잘 알 리 만무하다. 용어조차도 생소하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산업체와 협업해서 무언가 실용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산학 협력 프로젝트다. 시를 읽고 쓰는 문예창작과 시 창작 수업을 산업체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담당 강사인 내가 직접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협업할 산업체를 선정하고, 과제 신청서와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지원받는 과제 경비 정산을 해야 한다. 학과에는 최대 2천만원의 지원금이 나오고, 산업체 담당자와 학과 전임교수에게는 멘토 수당이 지급되지만 정작 교과목 운영 강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강사들이 처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해 강사 자리는 2만여 개 줄었고, 정부는 사립대 시간강사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개정된 강사법대로라면 대학은 강사에게 1년 이상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하면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을 적용하고,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강사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해 처우는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강사에게 수업 외 업무까지 떠맡긴다. 게다가 대학들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강사 수를 줄이고, 초빙교원과 겸임교원을 늘리는 편법으로 강사법을 무색하게 하는 중이다.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당근마켓에서 2006년식 낡은 스쿠터를 40만원 주고 사서는 배달대행 부업을 시작했다. 엄마한테는 괜히 말했다 싶다. 배달 라이더들 사고가 많은 요즘,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 한들 엄마는 걱정하실 것이다. 속이 탄 엄마는 “공부를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할 일이 그것밖에 없어?” 말했고, 나는 “공부를 많이 해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거야” 대답했다.

2021-09-07

몸과 마음 사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근 20일째 가을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우려와 이변도 뒤따르고 있다. 집중호우가 수시로 내리고 태풍이 쏟아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부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또한 일조량이 부족해 곡식과 과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예찰과 더욱이 장기적인 우천과 흐릿한 날씨가 주는 우중충함으로 코로나 블루의 침울함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를 가을의 길목이다.사람이 보고 듣고 맡고 맛보며 느끼는 등의 감각은 순전히 외부적인 현상과 사물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희소식을 듣거나 맛난 것을 먹으면 기쁘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감각기관의 촉수에 따라 인식과 느낌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동일한 현상을 두고도 달리 여길 수 있음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어떤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몸으로 느끼거나 받아들인 것을 마음이 알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인지과학(認知科學) 측면에서는 인간이나 생물의 인식과정을 대상으로 한 지식의 표현, 추론기구, 학습, 시각·청각 등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다. 하지만 몸이 느끼는 것을 마음마저 일치시켜 함께 느끼기란 결코 만만찮고 쉽지 않은 일이다.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직감적으로 움직이는데, 마음은 태평이고 무덤덤할 때가 많다. 또한 행실은 바르고 착한데 마음은 악하고 독한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곧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이며, 마음은 가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몸은 원하는데 마음이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 그것은 곧 진심과 진솔함이 아닐까 싶다.옛 현인들은 몸과 마음의 일체와 수양을 위해 수신과 도야를 일삼으며 마음의 밭에 진실의 나무를 심고자 노력했다. 진실되고 너그러운 마음의 바탕에서 건실한 나무가 튼실히 자라난다고 굳게 믿었다.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은 하나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감각적, 감정적 상태와 신체적 변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많다. 이를테면 사랑에 가슴이 뛰고, 슬픔에 창자가 끊어지며, 분노에 피가 치솟는다고 하는 것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몸과 마음 사이에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명상(瞑想)’이 있다.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고 번잡함을 가라앉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명상은, 사유와 관조를 통해 성찰하는 일종의 마음수련이라 할 수 있다. 알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듯이, 평온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비추어보면 코로나에 찌든 심약함도, 구름처럼 드리워진 우울감도 말끔히 치유되지 않을까?

2021-09-06

1인가구, 그리고 가족의 재구성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에 5년마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제1차 (2006∼2010)와 제2차(2011∼2015), 그리고 제3차(2016∼2020) 가족정책 성과를 기반으로 한 가족 환경변화에 따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기존 ‘공동체로서의 가족 지원’에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구체적으로 첫째, 가족의 다양성을 반영했다.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 가족 유형에 따라 차별하지 않으며, 비혼 및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좀 더 유연한 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둘째,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보장이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이나 사각지대 없이 가족에 대한 지속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셋째,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존중한다. ‘공동체로서의 가족 지원’에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1인가구가 30.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1인가구 정책지원이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 그 간 세대별 1인가구에서 제안한 정책 이슈로 20~30대는 주거지원 및 주택정책, 지역사회 안전, 결혼 진입 장벽 해소와 결혼문화 개선이었다. 40~50대는 준고령자 취업훈련 및 직업알선 연계 활성화, 지역사회 다양한 자녀돌봄 인프라의 구축 및 정보제공, 긴급 위기지원서비스 확대 및 지역사회안전망 구축, 가부장적 성 역할 및 가족문화의 전환 캠페인 확산, 다양한 가족의 삶을 수용하는 성숙한 사회문화 조성이었다. 70대 이상 노년세대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빈곤문제 해결, 고령 1인가구의 가족유대감 유지 강화 및 사회적 통합 제고 노력 등을 필요로 하였다. 때문에 1인가구 주요정책은 크게 주거지원과 (특히 여성 거주자를 위한) 생활안전을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었다. 1인가구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문제로 생활안전이 대두됨에 따라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생활안전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금까지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이 대부분 주택구입 등을 위한 자금지원 및 주택공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입주민을 위한 적절한 주거환경의 유지·관리 및 이에 대한 정기적 점검 등을 다루는 주택정책은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여성 안심택배서비스 등도 무인 택배함의 설치·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택배함의 유지·관리 및 택배함 이용 등과 관련된 개선점·한계점에 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족이 과거와 달리 질적으로 변화했지만 사회적 지원체계는 가족 기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젠 제도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1-09-06

8만 원짜리 그림 5천억 원에 팔리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미술품들 중 가장 비싼 것은 어떤 작품일까?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이다. 그렇다면 ‘모나리자’의 가격은 얼마일까? 이 작품은 한 번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알 수 없다. 그런데 ‘모나리자’가 얼마인지 대략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작품의 보험가를 살펴보면 된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하는 작품들은 만에 하나 발생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추정가격이 산정되는데 이것을 보험가라고 한다. ‘모나리자’의 보험가는 1962년 기준 1억 달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지난 60여 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환산하면 무려 8억6천만 달러가 넘는다.그렇다면 지금까지 미술시장에서 ‘공식적’으로 팔린 가장 비싼 작품은 무엇일까?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다. 2017년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에서 레오나르도의 작품 ‘살바도르 문디’(1500년경)가 4억5천3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그림을 구매한 사람은 사우디 왕자 바드르 빈 압둘라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이미 몇 차례 경매에서 거래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인 프란시스 쿡은 1900년 이 작품을 구입했다. 그림은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레오나르도의 작품이 아니라 그의 제자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월이 흘러 1958년 쿡의 손자가 이 그림을 45파운드, 약 8만원에 팔아 버렸다.같은 그림은 2005년 다시 경매를 통해 1만 달러에 판매됐다. 대대적인 복원과정을 거친 후 ‘살바도르 문디’는 레오나르도의 작품으로 감정됐고, 그림은 이후로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작품의 가격이 치솟게 된다. 2013년 스위스인 아트딜러 이브 보비에가 8천만 달러에 그림을 구입했고 같은 해 러시아 사업가가 1억2천750만 달러를 지불해 새로운 주인이 됐다. 그리고 2017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천33억 원에 낙찰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해 어느 투자회사가 그림을 매입했고, 한참동안 행방이 묘연해진 그림은 2019년 6월 사우디 왕세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4월 1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사우디 왕자의 호화 요트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작품 가격이 치솟은 시점과 요인은 분명하다. 2005년 이뤄진 복원과 레오나르도의 작품이라는 감정 결과가 작품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권위 있는 미술사학자와 전문가들이 감정에 참여했을 것이다.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적 분석도 이뤄졌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조금의 오류 가능성도 없이 완벽하게 진품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이전의 모든 측정치와 감정은 추정일 뿐이다. 최고의 권위자들이 잘못 판정해 위작을 진품으로 거래된 경우도 다수 있다. 국내에서는 어느 작품을 두고 미술가는 위작이라 주장하고 소장 미술관은 진품이라 주장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반대로 위작범이 체포돼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이라 주장한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이 모든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돈, 욕망, 허영이다. ‘살바로드 문디’가 정말 레오나르도의 작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다만 돈에 대한 욕망이 미술을 통해 허영을 일깨우면 8만 원에 팔렸던 그림이 5천억 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진작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욕망에 비례해 그림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다.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15억원에 낙찰됐다. 판매가가 결정되는 순간 액자 안 캔버스가 아래로 밀리면서 그림이 잘게 절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일이 벌어진 이후 작품의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다. 뱅크시의 작품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올 10월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고 한다. 추정가는 64억에서 96억 원 사이라고 한다./미술사학자

2021-09-06

월성 동쪽에 황룡사는 어떻게 지어졌나?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는 시 ‘황룡사(皇龍寺)’에 ‘층층이 사다리 휘감아 하늘로 오르려하니 주변의 온갖 산수들 한눈에 들어오네...(생략)... 동도를 굽어보니 수많은 집들 벌집이나 개미구멍인양 더욱 아득하네’라고 표현하였다. 선덕여왕 때 세워진 황룡사 구층목탑을 의미할텐데 구층목탑을 올라갈수 있는 사다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하고 얼마나 높았으면 집이 벌집이나 개미구멍처럼 보였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신라 경문왕 12년(872년)에 황룡사 목탑을 중수하면서 심초석 사리공 사리내함에 새긴 기록 찰주본기(刹柱本記)에는 ‘(탑의) 철반 이상은 높이가 7보이고 그 이하는 높이가 30보 3자이다’라고 하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환산하자면 약 80m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니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그렇게 보일만도 하다. 구층목탑의 규모만 보더라도 황룡사는 신라사찰의 가장 큰 규모의 국가사찰이자, 호국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황룡사는 신라 진흥왕 553년부터 고려 고종 1238년 폐사되기 전까지 약 680년 동안 이어진 호국사찰이었다. 단일 사찰이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몇백 년 동안 명맥을 이어져오기란 쉽지 않다. 황룡사가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비결의 실마리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아닐까? 고려시대 편찬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그 어떤 사찰보다 황룡사에 대한 창건부터 중수, 폐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국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으리라.창건과 관련된 기록에는 “553년 2월 진흥왕이 월성 동쪽에 궁궐을 짓고자 했으나 황룡(黃龍)이 나타나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여 사찰을 짓고 황룡사(皇龍寺)로 했다”는 것이다. 즉, 원래 황룡사가 자리한 곳은 궁궐을 짓기 위함이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찰로 사업변경이 이루어진 것이다.황룡사는 국가의 계획하에 국가 주도로 건립된 국찰이었고, 당시 불교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사찰로 백고좌회(百高座會·국가적 행사로 개최된 큰 법회), 연등회 등 중요한 국가행사를 담당한 곳이기도 했다. 진흥왕의 염원을 품고 건립된 이후 안타까운 폐사를 맞이하기까지 신라인의 마음속에 황룡사는 단순히 종교적 의미의 사찰뿐 아니라 신라인들의 정신이 투영된 곳으로 고려시대로 왕조가 바뀌었어도 사찰이 갖는 의미는 쉽사리 사라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황룡사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탔을 때 당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그렇다면 황룡사는 지금의 자리에 어떻게 건립되었을까? 지금의 황룡사는 위엄 있었을 건물지와 함께 금당에 자리 잡고 있었을 장육존상 그리고 구층목탑의 웅장함은 볼 수 없지만 큰 주춧돌과 대석을 통해 옛 황룡사의 전성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발굴조사 결과를 통해 황룡사의 면적은 약 8만㎡ 이상으로 확인되었는데 면적만 보더라도 당시 황룡사가 얼마나 거대했을지는 상상이상일 것 같다. 그런 황룡사가 세워지기까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위해서만 많은 공력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즉, 황룡사가 들어서기 위한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재료 그리고 시간을 쏟아낸 대공사는 불가피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1976~1983년 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황룡사가 들어선 일대는 본래 저습지였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즉, 군데군데 늪지처럼 물이 고여 있어 사람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버리진 땅을 당시 사람들은 흙과 돌을 날라 채워가며 지금의 황룡사 부지를 조성하였다. 이를 황룡사 ‘대지조성층’이라 부르는데 성토된 깊이가 2m가 넘는 곳도 있다. 조성방법 또한 주목 할 만하다. 건물을 세울 때는 건물지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데 주변의 흙을 깎아 평탄화 시키거나 부족한 흙은 가져와 기초를 다진다. 황룡사는 습지였기 때문에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모여있는 물 위로 돌과 흙을 부어 성토하였다. 성토 방법은 다양하지만 황룡사는 주로 비스듬하게 경사지도록 흙을 부어 점차적으로 대지를 넓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굴조사 결과를 보면 본존불을 모시는 금당의 경우 경사성토된 곳을 다시 굴착한 후 수평으로 다시 흙을 반복하여 판축하여 건물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정여선 학예연구사 이런 방식으로 황룡사는 건물지의 중요성과 규모에 따라 성토된 흙을 되파기 하여 다시 채우거나 경사로 성토된 위에 건물을 건립하였다. 또한, 회색니질의 습지층 위에는 솟아올라오는 물을 다스리기 위함인지 자갈이나 사람 머리만한 돌을 깔거나 채운양상이 확인되기도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당시 기계의 힘을 빌려 대지를 조성한것도 아니었을텐데 그 거대한 면적을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지금도 황룡사를 가보면 금당지, 목탑지, 중문지 등 주요 건물지는 주변보다 높게 주춧돌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큰 주춧돌을 통해 그 위에 기둥과 지붕의 규모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아래 습지를 메우고 건물을 세운 많은 신라시대 사람들의 노력이 스며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1-09-06

몬티 홀 문제

몬티 홀 문제(Monty Hall problem)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국산영화 ‘D.P’에 나오는 퍼즐 문제로, 미국의 TV 게임 쇼 ‘거래를 합시다(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퍼즐이다. 퍼즐의 이름은 이 게임 쇼의 진행자 몬티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퍼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해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에 참가했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 문 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참가자가 자동차를 가지려할 때 원래 선택했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바꾸지 않는 것이 유리할까?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정답을 맞출 확률이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참가자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지 않을 때 자동차가 있는 문을 선택할 확률은 1/3이지만,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면 확률은 2/3으로 증가한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고를 확률이 1/3이지만 사회자가 문을 열어주면 1/3 확률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확률이 옮겨져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2/3가 되기 때문이다.몬티 홀 딜레마는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전통 경제학 가정의 허를 찌르는 사례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후보를 고르는 것도 몬티홀 문제에 비견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6

아프간의 비극이 한국에 주는 교훈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아프간의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다. 시민들은 패닉에 빠져 공항으로 달려갔고, 아수라장이 된 군중 속에서 두 살 아기는 압사하고, 미군 수송기에 매달렸던 청년들은 모두 추락사했다. “아기라도 살려 달라”고 철조망 위로 자식을 건네는 엄마의 모습이 눈물겹다. 게다가 IS의 자폭테러로 수백 명이 사상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된 카불의 비극이다.누구를 탓하랴.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허울뿐인 30만 정부군이 6만 탈레반에게 백기 투항했다. 결사 항전하겠다던 대통령은 국민을 버리고 참모들과 함께 해외로 도주했고, 그의 동생은 탈레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대통령부터 콩가루 집안인데 누가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는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정부가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줬는데도 그들은 스스로 포기했다.”고 한 이유다.아프간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현실주의 안보전략이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가안보의 최선은 ‘자신의 힘’이며, 차선은 ‘동맹의 힘’이다. 하지만 동맹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줄 뿐이다. 바이든은 “아프간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고 하면서 “국익이 없는 곳에 계속 머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록 동맹이라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거나, 동맹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한미동맹도 ‘미국우선주의’와 충돌되지 않도록 잘 관리되어야 한다.나아가 정치지도자에게는 ‘솔선수범’의 교훈을 준다. 전시에 영국은 지도층이 제일 먼저 전장으로 달려갔지만, 아프간은 대통령이 제일 먼저 도망갔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어떤가?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내로남불’과 ‘흑백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망국의 길이 아닌가? 무엇이 잘못되면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자격이 있는가? 여당의 전 대표가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흐리다.”고 한 궤변을 보면 ‘솔선수범’이 무엇인지를 알 리가 없다.국민에게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민주공화국의 흥망은 권력 주체인 국민에게 달려있다. 도산 안창호는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요, 바로 나 자신”이라고 했다. 확고한 주인의식의 발로다. 국민이 항상 깨어 있어야 아프간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외침은 자유의 향유에 수반하는 국민의 책임과 희생을 일깨워 준다.아프간의 비극은 1975년 베트남 비극과 판박이다. 두 나라는 똑 같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미군이 철수하자 붕괴했다. 6·25때 흥남철수와 카불의 난민철수도 다르지 않다.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평화협정과 미군철수의 의도가 이제 명백해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오늘의 비극은 어제의 역사를 망각한 대가다. 우리의 내일을 위해 아프간의 비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1-09-06

인센티브 적용 추석방역, 일상회복 시험대다

정부가 추석연휴 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접종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키로 하면서 향후 코로나19 방역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부는 다음달 3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지역은 4단계, 비수도권지역은 3단계를 유지하되 6일부터 사적모임 기준 일부를 완화했다. 수도권은 접종완료자를 포함해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하고 대구와 경북 등 비수도권은 접종완료자 4인을 포함 8인까지 만남이 허용된다.수도권의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도 밤 9시에서 밤 10시로 연장했다. 수도권에서는 식당과 카페에서만 허용되는 완화기준이 3단계 지역인 비수도권에서는 식당, 카페뿐 아니라 PC방, 노래방, 헬스장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에도 적용된다.특히 추석연휴 전후 1주일간은 가정에서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 8명까지 가족모임이 가능하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도 환자와 면회객 모두 접종완료자일 경우 방문 면회도 허용한다.정부는 앞으로 한달간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되면 내달부터 일상에 가까운 방향으로 방역조치를 더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이 낀 방역기간의 성과를 예의주시해 강화냐 완화냐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인센티브 완화 조치는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출구전략이다. 현재 34% 수준인 접종완료률이 앞으로 가파르게 오른다면 이 정도의 인센티브 적용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성급한 것인지 일상으로 안정적으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인지는 지금부터 두고 봐야 한다. 전문가도 위드 코로나로 가기위해서는 방역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일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접종완료률이 50%에 도달하지 못해 성급하다는 견해도 있다.최근 일주일간(8월 29일∼9월 4일)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하루 평균 1천671명으로 전주보다 30명이 줄었다. 아직도 4차 대유행의 기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희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는 백신접종 속도를 높이고 국민은 정해진 방역수칙을 잘 따라야 한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의 방역 결과가 코로나 방역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2021-09-06

어린이집 폐원 속출…‘보육의 公共性’ 아쉽다

저출산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경북도내 어린이집 폐원이 속출하고 있어 걱정이다. 도내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은 어린이집이 그나마 젊은 부부를 잡아 놓을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어린이집의 안정적 운영기반 확립을 위해 보육정책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올해 8월말 기준 경북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은 1천637곳이다. 지난 2018년 1천976곳에서 2019년 1천844곳, 2020년 1천725곳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면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어린이집은 25곳에 그쳤다. 어린이집 폐원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경북지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0명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둘째 아이를 낳는 부부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산율 0.84명보다는 높지만,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경북도내 출생아는 매년 평균 1천500명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울릉군의 출생아 수는 30명을 기록하며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그다음 영양군 52명, 군위군 59명, 청송군 78명으로 나란히 출생아 수 전국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출생아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니 어린이집들이 원생을 채우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어린이집은 아이를 키우는데 필수적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어린이집 폐원을 남의 일처럼 방관해선 안 된다. 농어촌지역, 특히 조손가정의 경우 어린이집은 보호자가 안심하고 일을 하고,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어린이집 원생수가 한명이 남더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다. 같은 나이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느냐, 유치원에 가느냐에 따라 지원이 달라져 각종 선거 때마다 보육계에서는 통합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데 이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 있는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해서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2021-09-06

성냥의 추억

지금은 라이터에 밀려 추억의 물건이 됐지만 성냥에 얽힌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많다. 성냥은 1880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약 100년 가까이 서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부싯돌을 금속에 마찰하거나 나뭇가지를 서로 맞비벼서 불을 일으켰던 시절을 생각하면 성냥의 발명은 서민생활을 일깨우는 혁신적 역사다. 19C 말 개화승 이동인이 일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온 것이 한국에 들어온 계기다. 당시 성냥은 한통 값이 쌀 한되 값과 막먹을 만큼 비쌌다. 그래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1910년 이후 일본인에 의해 인천과 부산 등지에 성냥공장이 설립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됐다.6·25 전쟁 이후 전기가 귀하고 정전이 잦았던 시절, 성냥은 가정의 필수품이다. 서울에서 정전이 한 번 일어나면 갑성냥 3만갑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성냥은 가정마다 필요해 집들이 선물로도 잘 팔렸다. 성냥 불처럼 살림이 확 일어나라는 뜻이다. 성냥값이 오르면 요즘 석유값 인상처럼 신문에 가격 인상이 늘 보도되곤 했다.라이터가 나오고 성냥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던 1970년대 말까지도 전국에는 300여 개의 성냥공장이 있었다. 경북 의성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이 하나 있었다. 성광성냥 공장으로 1954년 공장이 설립돼 2013년에 문을 닫았다. 한 때 160명의 종업원이 이곳에서 일을 해 의성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했다.이 공장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한 경영인의 뜻에 따라 지금은 이 공장이 의성군에 기증됐다. 의성군은 역사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화유산이 꼭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냥공장도 우리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볼 문화로서 가치는 충분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5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흔들리지 말고 추진해야

군위군 대구 편입안에 대한 경북도의회의 투표 결과가 이도 저도 아닌 찬반 모두 불채택으로 결론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2일 경북도의회는 의원 57명이 투표해 군위군 대구 편입안에 채택 28표, 불채택 29표, 반대안에는 채택 24표, 불채택 33표로 부결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도의회의 의견을 “찬성·반대 의견없음”의 형태로 사실관계만 적시하고 행안부에 건의할 예정이라 한다. 군위군의 대구편입은 통합신공항 이전의 전제조건이다. 지난해 7월 대구시와 경북도, 대구시의회, 경북도의회가 편입을 약속했고, 특히 경북도의원 53명은 이에 동의하는 서명도 했다. 이번 도의회의 결론은 도의원 스스로가 약속을 깬 것이다. 정치적 신뢰가 무너지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도민을 대표한 의회가 책임을 회피한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위기감을 주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대구시·대구시의회와 달리 경북도의회가 도출한 결론은 신공항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도의회의 의견없음이 신공항 건설에 발목을 잡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행안부가 의견이 없다는 도의회의 결론을 두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해 줄지도 의문이다. 통합신공항 추진에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이번 결과로 행안부가 주민투표에 붙일 가능성도 있으나 20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문제와 정치적 갈등이 분출할 소지가 있어 행안부 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군위군민과 군위군 통합신공항추진위가 “대구 편입없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도 없다”는 주장을 펴며 경북도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반발 기류도 심상찮다. 통합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신공항은 대구와 경북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프로젝트다. 특히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할 일도 태산같다. 이번 경북의회의 결론은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우려를 주었다. 그렇다고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지가 꺾이어서는 안 된다. 신공항 건설이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2021-09-05

전통시장 대형 화재, 왜 자꾸 되풀이되나?

명절을 앞두고 영덕군 영덕읍에 있는 전통시장인 영덕시장에서 4일 새벽 대형화재가 발생해 상인들의 피해규모가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농어촌지역의 경기가 바닥인 때에 추석 대목만 보고 근근이 버텨온 상인들은 이번 화재로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점포에 설치돼 있던 냉각기 누전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덕시장은 생선과 과일, 채소 등 다양한 물품을 파는 상설시장이자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 전통시장이다. 불이 난 이날은 5일장이 서는 날인데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어 상인들이 물품을 많이 들여놓아 피해규모가 더 컸다. 이 불로 총 78개 점포 중 48개 점포가 전소되고 30곳은 그을림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연기를 흡입한 주민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 외에는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은 옆 상가 건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시장을 둘러싼 상가나 주택도 강한 열기에 물품이나 간판 등이 녹아 피해를 본 곳이 많다. 영덕군은 시장과 가까운 오십천 옆 둔치에 임시로 시장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 빠르게 4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상인들이 신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각 기관별 지원 대책을 세운 것은 잘한 일이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을 만나 어려움을 듣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약속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장지원상담소를 설치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사항을 안내했다. 경북도와 영덕군 및 유관기관은 폐기물처리, 시설 안전 점검, 임시영업 시설 조기 설치 등을 지원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관계당국은 피해 상인들이 하루빨리 충격을 딛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각 기관별로 업무분담을 해서 적극 지원하길 바란다.전통시장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 대형화재는 누전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오래된 전선들은 물기에 젖으면 합선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최근들어 상당수 전통시장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정비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시설이 낙후돼 화재에 취약한 곳이 많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에 대한 소방당국의 점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1-09-05

권력이 신문사에 재갈을 물리면…

심충택 논설위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판사가 자의적으로 판결할 수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5배 징벌할 수 있는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확정되면 기자들의 취재 자세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 국회, 지방의회를 주로 출입하는 정치부기자나 행정기관, 검찰, 경찰 등이 주 출입처인 사회부 기자들은 절벽과 같은 취재장벽이 생긴다.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주로 신문사 정치·사회부 기자들이 권력기관의 부패행위나 비리내용을 끈질기게 취재해 사회의 건전성 유지에 공헌해 왔는데, 언론중재법이 개정되면 이러한 근성 있는 기자들을 구경하기가 어렵게 된다.일부 메이저급을 빼고는 우리나라 신문사 재무구조는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취약하다. 대부분 수입을 정부나 지자체, 대기업, 건설사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최근 들어 광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신문사 광고 파이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기자들이 만약 자신이 쓰고 있는 기사가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과연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혹시 판사를 잘못 만날 경우 자칫 패가망신은 물론, 소속 신문사 존폐문제까지 걸려 있는데, 기사 한 건 때문에 이러한 모험을 할 수 있는 기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언론중재법이 개정돼 기자들이 권력비리에 대한 폭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순기능적일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신문사가 권력비리 행위에 대해 침묵을 지켜도 현실은 그대로 존재한다. 오히려 악화된다.신문사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비리를 끈질기게 파헤치는 기사를 쓰지 않았을 경우, 어둠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정계층의 의전원 입학 비리 행위는 국민들이 까마득히 모를 것이다.권력을 견제하는 신문들이 생존을 위해 침묵을 선택하면, 우리나라는 하루아침에 친여권 매체들이 만들어 내는 ‘가상세계’가 실재(實在)를 압도해 버리는 사회가 된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이러현 현상을 ‘하이퍼 리얼리티’라고 했다. 하이퍼 리얼리티는 대중이 가상세계를 더 실재인 것처럼 인식하고 사는 것을 말한다.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대중매체가 만들어 낸 카피(모사)된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현실을 모사(模寫)된 이미지의 세계, 즉 허구 혹은 환상일 뿐이며 가짜가 진짜를 대신하는 세계라고 보는 것이다.그는 대표적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론이 만들어낸 모사된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실재하고 있는 현실은 권력에 의한 부정부패, 부도덕, 비리 행위로 가득 차 있는데, 언론은 빙산의 일각 같은 사건을 들춰내 마치 우리 현실 속에 이러한 병리현상이 특정 정치인에게만 국한된 것처럼 다뤘다는 것이다.대중이 현실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창문인 언론은 사회의 병리현상을 밝혀내고 치유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다. 권력에 도취된 일부 정치인들이 신문사에 재갈을 물려 침묵을 강요하면, 우리 국민은 ‘문(文)비어천가’를 부르는 친여권 매체에 둘러싸여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가상세계에서 살 수밖에 없다.

2021-09-05

새로운 먹거리, 대체육 시장의 성장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 롯데리아의 미라클 버거, 맥도날드의 맥플랜트, 버거킹의 플랜트 와퍼 등 이미 우리 주변에는 대체육을 사용한 버거가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체육은 대부분 콩, 밀, 버섯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며, 최근에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모양을 만드는 배양육이나 식용곤충의 단백질을 가공하여 만든 대체육 등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식물성 대체육은 이미 선진국에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9년 창업한 비욘드미트는 2019년에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로 평가되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팝 가수 케이트 페리가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한 임파서블푸드는 2020년 말까지 1조 5천800억 원의 투자유치를 하는 등 기업가치는 약 4조5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국내에서는 풀무원이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의 유사한 식감과 맛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식품 5종(올가홀푸드),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출범하고, 대체육 햄(콜드 컷)과 대체육 너겟(노치킨 너겟)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노치킨 너겟은 출시 한 달 만에 10만 개가 완판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농심, 롯데푸드 등의 기업에서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으로는 식량안보, 건강, 환경문제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다. 인류는 고기를 먹기 위해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축을 도축해 식량으로 섭취하는 데 1년에 닭 500억 마리, 소 10억 마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세계 인구수는 2021년 78.7억 명에서 2030년 84.3억 명, 2060년 99.6억 명, 2100년 112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43.4㎏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96억 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육류 소비량은 매년 1.3% 증가해 2018년 304만t에서 2050년에는 455만t으로 늘어나게 되고, 결국 고기 수요를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또한 1㎏의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곡물 7㎏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현재 세계에서 생산된 곡물의 33%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식량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세계 기아인구는 당초 전망보다 2배 늘어난 2억7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식량안보 외에도 좁은 사육장에서 많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가축질병이나 항생제 사용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얘기되고 있다. FAO에 의하면 소고기 225g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이 자동차 55대가 1.6㎞를 주행할 때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16.5%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양 중에서 고기와 관련한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61%가 넘고 있어 고기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미래 식량이나 건강, 환경문제 등에 대응하여 대체육을 미래 주요 유망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대체육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제3차 농림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2020~2024)(안)과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 안건인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관계부처 합동, 2020)’에서 중점 연구개발 분야 중 배양육, 식물성 고기, 식용곤충 등의 핵심기술을 선정하여 기술개발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현재 세계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배양육은 동물의 근육줄기세포 또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배양하고 이를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모양을 만들어 사람들이 먹는 육류 제품과 흡사하게 만드는 제품으로 작년 12월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배양육 닭고기(너겟)가 식품으로 승인받는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배양육은 첨단과학기술이 집적된 제품으로 우리 경북 포항에는 포스텍, 한동대학교 등 줄기세포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보유한 우수한 연구진과 벤처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어 전 세계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배양육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를 시생산할 수 있는 cGMP(current GMP) 및 기업지원시설을 구축할 예정으로 인공장기나 배양육 산업과 같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유망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 시설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구축된 포항지식산업센터 내에 조성될 예정으로 바이오프린팅, 줄기세포 및 대체육 관련 유망 기업 유치와 함께 기술사업화 지원과 제품개발 지원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 기업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21-09-05

가정 내 폐의약품은 약국으로!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상비약, 개봉하고 투약했다가 남은 연고 및 안약, 증상이 호전되어 남은 약 등 다양한 이유로 가정에서 약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대부분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때마다 폐의약품 처리방법을 알고 올바르게 배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의원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 1천4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청구 자료를 종합해 산출한 추정치에 따르면 버려진 의약품 규모가 2천180억원에 달했다. 또한 55.2%가 쓰레기통·하수구·변기통에 처리한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36.1%는 그냥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바르게 약국·의사·보건소에 반환한다는 답변은 고작 8.0%에 불과했다. 사실상 90%가 버려진다고 보인다.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하게 폐의약품이 버려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미국, 벨기에 등의 국가들은 폐의약품 처리에 관한 법령 및 기준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 관할 지자체에 처리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처리계획을 수립·수거·처리 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폐의약품은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14조 4에 따라 생활폐기물 중 질병 유발 및 신체 손상 등 인간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폐기물로 정의 된다. 각 지자체에서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 환경조성과 지역주민의 건강보호 및 환경보호를 위해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 228개 지자체 중 83개(36.4%)만이 조례를 제정한 상태이다.폐의약품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 가정에서 하수구를 통해 버려진 폐의약품은 수중 생태계에 쉽게 노출되며 종량제 봉투로 배출된 폐의약품의 일부는 매립되어 유해성분이 침출수를 통해 토양으로 직접 유입되거나 지하수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된다.우리가 흔히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상당 부분 차지 할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하천오염물질 중 50%가 의약 물질이다. 항생제는 해조류의 군락구조와 먹이사슬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기형 어류의 원인이 되며,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에스트로겐과 같은 내분비계 물질은 어류의 성을 바뀌게 하여 번식능력을 잃게 한다.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은 무척추동물과 해조류에 독성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실제 프랑스 베르툴레 지역에서는 2012년에 스테로이드 생산 공장에서 나온 약물로 인해 주변 하류의 물고기 60%가 중성으로 변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서도 아스피린으로 불리는 아세틸살리실산과 진통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소염진통제로 쓰이는 나프록센, 디클로페낙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었다. 또 낙동강 상류 안동호에서 하류 물금·매리취수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22개 지점에서 뇌졸증 치료제 주성분인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되었으며 의약품이 수처리 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어 먹는 물에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다.환경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약물 오남용의 위험도 매우 크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큐시미아·디에타민 등 일부 마약류는 버려지지 않고 식욕억제제 등 다른 용도로 온라인 중고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불법유통까지 조장되고 있다.그러니 국민들은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방법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물약, 시럽형으로된 액체류는 한 병에 모아 새지 않도록 뚜껑을 꼭 잠그고 알약은 포장된 종이, 비닐은 따로 분리해서 알약만 한곳으로 모아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가루약의 경우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니 봉투에 담긴 그대로 버리면 되고 연고, 안약, 코스프레이 등 특수용기에 보관된 약은 무리하게 내용물 비우지 말고 그대로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지자체별로 폐의약품 수거방식이 다 달라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폐의약품 처리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수거 처리체계가 미비하고 홍보도 부족하다. 또한 올바른 폐의약품 수거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다반사이며 알더라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시민단체인 대구경북녹색연합은 라디오캠페인을 통해 가정 내 폐의약품 안전수거를 알리는 캠페인을 가져 시민들에게 알렸고 아파트에도 폐의약품수거함을 비치해 효과를 보았다. 또 대구시 약사회와는 시범약국(60개소) 운영하며 가정 내 폐의약품 안전수거에 앞장서고 있다.하지만 정부에서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책임소재를 떠넘기고 있고 지자체에서는 환경관련과(자원순환과, 청소과)와 보건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더 이상 손 놓고만 있지 말고 하루빨리 관련 법을 개정해 이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2021-09-05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것

조현태​​​​​​​수필가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언어를 가만히 들어보면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못 들은 척하기도 그렇고 그냥 묵과하기도 꺼림칙하다.‘허걱’, ‘가삼’ 같이 사전에도 없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도 불편하거나 의사전달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 같다)처럼 문장을 이루는 단어 첫 글자만 모아서 말 줄임 형 용언을 마구 만들어 사용한다. 나로서는 얼른 알아듣지 못하는 어휘들이지만 저희들끼리는 잘 소통하는가보다.한 술 더 떠서 이러한 말들을 쉽게 알아듣고 다양하게 사용할수록 재치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대화라고 착각하는 듯하다.뿐만 아니라 각종 간판이나 유명한 기업체 이름 대부분이 외국어 또는 영문 약자를 버젓이 걸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어색해 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더 기가 차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대중매체라고 하는 텔레비전에서조차 토크쇼 프로그램에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라고 표기한다.뿐만 아니라 외래어로 버블현상, 콘서트, 컨셉, 아이템 같은 단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을 만큼 토착화하여 우리말처럼 쓰인다.청소년 교육을 맡은 사설학원이나 학교에서조차 은어나 비속어가 난무하여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그런 대화에 동참하고 있다. 오히려 은,비속어를 섞어가며 유창하게 대화하는 현장이 더 친근한 분위기인 것처럼 부추기고 있다.이것이 나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하단 말인가. 언젠가 이 문제를 지인들과 토론하다가 ‘세계화 추세’라는 반격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도 있다. 한국 상품이나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영어권 상품이나 문화에 당당히 도전해야 할 일이다. 슬며시 영어를 뒤집어쓰고 영어권 흉내나 내면서 내놓는 상품이라면 이미 반은 굴복하고 들어가는 기분이다.세계화에 대응할수록 품질이 우수해야 승산이 있지 않은가. 품질로 치면 한글만큼 빼어난 언어가 어디 있는가. 이 좋은 글자를 주인인 우리가 변형하고 잘못 사용하여 푸대접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수십 년 세월을 두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이쯤에서 진단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글로벌시대에 지구촌 인류로 살아가는 지금, 외국인에게 정확한 우리말을 해야 마땅하다.어쭙잖게 머리글자만 모아 괴상한 신조어를 만들어 말한다면 어떤 외국인이 알아들을까. 아무리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복잡하지 않기를 바라는 생활이라 할지라도 정확한 표현과 의사전달이어야 올바른 대화라 할 수 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한글이 다른 외국어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으니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에 조금씩 정복당하여 우리말의 주인이 되지 못할 것만 같은 위기감이 든다.

2021-09-05

우편 요금이 올랐다

윤영대수필가 지난 9월 1일부터 우편요금이 인상됐다. 2019년 5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일반우편료가 380원이던 것이 430원으로 50원이나 오른 것이다. 2001년에 엽서 140원과 규격봉투 170원이었던 것이 매 2~3년마다 20~30원씩 올라 이제 그때 요금의 2.5배가 넘는다.우정사업본부는 ‘소포사업 내실화와 국제물류 활성화 등 수익성 제고와 물류체계 개편, 인력 운영 및 우체국망 효율화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했으나 부득이 요금조정을 하게 됐다’고 밝히며 깊은 이해를 당부했다. 그 요인으로는 모바일 전자 고지 전환에 따른 우편수요 감소와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을 문제로 꼽는다.IT시대의 정보교환과 전달방식의 비대면·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우편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에 따른 우편 영업손실이 지난해 기준 1천239억 원이었으며, 우편량은 2002년 55억 통으로 최고치를 보였다가 매년 점차 감소하여 2020년엔 31억 통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우리집만 보더라도 은행카드, 보험, 전화, 전기 등 자동납부 내역과 세금 및 각종 공과금, 회비 납부 고지서가 매달 10개 정도로 우편함을 채우고 있었지만 전자 우편으로 바꾸어 달라는 권고를 따라주어 현재는 배달되는 우편물이 반 정도이다. 이는 종이 사용줄이기 등의 환경문제 해결을 실천하려는 것으로 맑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다.우편요금은 우편물 종류에 따른 31개 구간에 50원씩 인상되어 일반우편의 경우 우편엽서는 350원에서 400원으로, 규격봉투는 380원에서 430원으로 올랐다. 이는 25g까지로 A4용지 4매 기준이며 일반 등기는 여기에다 등기수수료 2천100원을 추가하면 되는데, 이 수수료는 이미 작년 7월 1일 1천800원에서 300원 인상되었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10여 개 국가에서도 인상하고 있다니 디지털 시대를 맞은 세계적 추세인 모양이다. 개인이 한 통 부치는데 50원 인상은 큰 금액은 아닐지 몰라도 납부 내용을 일일이 고객에게 고지해야 하는 은행이나 단체는 부담될 것이지만 환경보호 차원의 경비를 분담한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우편요금이 바뀌면 새 우표가 발행되는데 이번에도 430원 520원 2천530원짜리 세 종류가 발행되었다. 520원 우표는 규격 외 봉투에 편지를 넣어 보낼 때 붙이려는 것이다. 일반 우표 도안은 태극기와 무궁화이고 등기우편용에는 청자 주전자가 디자인되어 우표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솔솔한 재미도 주고 있다. 또 우편요금 변동과 무관하게 규격 우편에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영원 우표’도 있다. 2013년에 처음 발행된 후 2015년에는 50여 종에 가까운 영원 우표를 계속 발행한 적이 있다.나도 우표수집을 즐기고 있어 새 우표가 나올 때마다 우체국에 가서 손편지를 보내는데 침 발라서 부치던 옛 시절을 생각하며 한 장씩 우표를 정성껏 풀로 붙여 보낸다. 요즘 이메일, 카톡 등으로 얘기를 주고받지만 하얀 봉투에 예쁜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일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430원으로 나의 마음을 3~4일 내로 배달해 주는 우편은 가성비도 최고다.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