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상한가요?

등록일 2022-07-12 18:05 게재일 2022-07-13 18면
스크랩버튼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버스를 기다리다가 /‘병신인가 베’하며 쳐다보는 눈길이 / 부담스러운 날은 / 길 위에 돌부리가 / 무진히도 많이 솟아났다 // 보이는 것은 / 어느 하나 다를 게 없다 / 세상이란 다 이런 건가 보다 / 눈멀고 귀먹어 살면 그만인 것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최명숙 시인의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들은 절로 떠난다’(미리내, 2001)에 수록된 시 ‘희망’의 첫 2연이다. 뭔가 ‘나’와는 다른 모습, 어쩔 수 없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움직임에 던져지는 타인의 시선에 시인은 눈을 떨궈 길 위에 솟아오른 돌부리를 본다. 일상적으로 오가는 길에 돌부리가 비 온 뒤 죽순처럼 갑자기 많이 솟아오를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이 ‘유난히’ 더 부담스럽게 느껴진 날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결에 힐끗 바라보는 눈길이, 비하한다는 생각 없이 함부로 던지는 말이 장애를 가진 이에게는 걸려 넘어지는 돌부리도 되고, 가슴 깊이 꽂히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안 보고 안 들으면 그만이겠지만, 보이고 들리는 것을 어떻게 할까. 눈멀고 귀먹어 살자고 장애 가진 이 스스로를 체념하게 만든다면 그것 또한 말 없는 폭언이요, 행동 없는 폭행이 아닐까?

UN은 1981년에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1992년 12월 3일부터 공식적으로 세계 장애인의 날을 시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4월 20일에 제1회 장애인의 날 행사를 열고, 10년 뒤인 1991년 4월 20일에 장애인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였다. 장애인의 날이 생긴 지 40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지 30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기초가 세워지고 홀로 설 수 있게 된다는 이립(而立)이 지나고, 흔들리지 않고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도 지난 것이다. 그러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도, 장애자를 돌보고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도 아직 제대로 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장애인이 연기자로 등장하고,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tvN 채널에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방영한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한지민 씨가 연기한 영옥의 쌍둥이 언니 영희의 역할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캐리커처 작가이자 배우인 정은혜 씨가 맡아 연기했다.

ENA 채널과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태국, 대만, 일본,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7월 9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아이 엠 샘’, ‘포레스트 검프’, ‘레인맨’, ‘나의 왼발’ 등의 외국 영화와 ‘말아톤’과 같은 한국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이 주인공이면서 더욱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TV 드라마는 이 작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이러한 드라마 또는 영화를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장애인들에게 돌부리나 화살이 아닌 쪽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이재현의 달골말결(月谷言紋)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