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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4차 대유행 전국화, 거리두기 강화 서둘러야

수도권에 대한 초강력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시행에도 1주일 연속 하루 1천명대 신규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보건당국은 이런 추세라면 8월 중순까지 하루 2천300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80% 이상 발생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금은 비수도권으로 세를 넓혀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하루 1천명대 신규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15.2%이던 비수도권 비중이 13일 현재는 27.6%까지 높아졌다. 확진자 수로 보면 거의 3배 가량 늘었다. 대구와 경북 등 비수도권 모두가 확산세 방지에 비상한 각오가 있어야 할 때다.부산과 대전에 이어 제주, 충남이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였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도시는 여전히 1단계 거리두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시가 15일부터 2단계로 격상할 계획이나 2단계로 상향한다 해도 8인 모임이 가능하고 식당과 유흥시설의 이용시간은 밤 11시까지 허용된다.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같은 거리두기 언밸런스로 수도권 시민이 주말을 이용해 규제가 약한 지방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많다. 특히 7월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원정 유흥과 함께 피서객들이 비수도권 쪽으로 몰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대구에서도 밤 12시까지 영업이 가능한 주점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12일 0시 기준으로 3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는 그 중 15명이 유흥주점과 일반주점 관련 확진자로 밝혀졌다. 이들 확진자의 최초 감염은 수도권 확진자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발 감염세가 전국적으로 기세를 넓히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거리두기 언밸런스로 원정 유흥과 같은 풍선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서둘되 보다 정교한 방역조치들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도권 4단계 조치와 관련해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대통령의 말대로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가 짧게 끝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델타 변이가 급속히 확산되고 경로를 알 수 없는 신규 확진자 수도 크게 치솟고 있다. 4차 대유행이 이미 비수도권까지 넘어온 수준이다. 백신접종을 앞당기고 정교하고 강력한 조치로 코로나 조기 종식을 이끌어내야 한다.

2021-07-13

우주여행 시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괴짜 CEO’로 통한다. 뉴욕 한복판에 탱크를 타고 콜라를 쏘아대며 버진콜라 광고를 하는 등 상식과 통념을 깨는 행동으로 세상의 이목을 끈 인물이다.그는 2009년 세계 최초 민간 우주여객선 스페이스십을 공개하고 우주여행 상업화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1일 그는 자신의 회사가 만든 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 왕복비행에 성공해 화제를 뿌렸다.이날 브랜슨 회장이 탄 비행선은 상공 14km를 올라가 모선에서 분리되고, 자체 추진력으로 88km 상공을 더 올라갔다. 지구의 가장 끝자리이자 우주와의 경계지점에서 3∼4분 정도 지구 모습을 구경하고 무중력 상태도 경험하며 무사 귀환했다.우주여행은 현대과학의 기술로는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됨에 따라 일반인은 우주여행을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그러나 우주 산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점차 생기면서 민간 기업의 우주 여행 계획이 이젠 속속 시작되고 있다.이날 우주여행을 마친 브랜슨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우주 비행선으로 내년부터는 본격 우주관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1회 왕복 비행에 25만달러(약 2억8천만원)짜리 티켓 600장을 예약 판매했다고 한다. 미국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러의 CEO 일론 머스크도 자신들이 세운 우주탐사 회사 우주선을 이용해 8월과 9월 각각 우주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류의 꿈인 달 착륙을 성공시킨 뒤 우주여행은 인류의 또 다른 꿈이었다. 상상에 머물렀던 우주여행의 시대가 바야흐로 개막을 알리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13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우연찮은 기회에 접했던 ‘화엄일승법계도’. 의상(義湘)은 화엄종의 대가이자 스승인 지엄(智嚴)스님의 지시에 따라 ‘화엄경’ 80권을 줄여서 ‘대승장’을 저술한다. 하지만 지엄은 각고의 노력으로 의상이 지은 ‘대승장’을 화로에 던져 불살라버린다. 하지만 화로에는 210글자가 불타지 않고 남는다. 지엄이 그것을 의상에게 주어 문리(文理)가 통하도록 한 것이 7언 30행 210자로 전해지는 ‘화엄일승법계도’ 혹은 ‘법성게(法性偈)’다.얼마 전에 210자 전체의 뜻을 이해하고, 모든 문장을 한문으로 기억하여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15분 내외의 시간을 들여 ‘화엄일승법계도’를 써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블로그에도 ‘법성원융무이상’으로 시작하는 ‘법성게’를 소재로 글을 남기기 시작한다. 그것을 마무리한 것이 어저께 일이다. 마지막 문장은 ‘구래부동명위불’이다.좋은 글이나 시구 혹은 표현은 기억해야 제맛이 나는 모양이다. ‘화엄일승법계도’를 통째로 기억하기 전에도 몇몇 문장은 기억한 일이 있다. ‘일중일체다중일’이나 ‘일미진중함시방’ 같은 구절이 그렇다. ‘하나에 전부가 들어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들어있다’는 것과 ‘티끌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표현이 그러하다. 하나와 전체, 티끌과 우주를 관통하는 지적 통찰!분별이 심해지는 탓에 분별하되, 차별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나이 먹는다는 일은 이래서 우울하다. 대상을 시시콜콜 따지고 분류하면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선과 악을 분별한다.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마음이 그리로 향한다. 공자가 ‘이순(耳順)’을 설파한 것에는 까닭이 있는 게다.‘화엄일승법계도’ 가운데 특히 마음에 와닿는 글은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본성을 지키지 아니하고, 인연 따라 이룬다는 의미다.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의 본성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한사코 지키려고 하거나, 그것에 의지하고자 한다. 왜냐면 타고난 본성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며,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의상은 그 반대를 설파한 것이다. 타고난 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연이라는 말이다. 인연을 다른 말로 풀면 연기(緣起)가 된다. 달리 말하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소멸하기에 저것도 소멸한다는 인과율이다. 우리의 생성 원인도 인연이자 연기이며 인과율이다. 부모님의 인연 따라 우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현대인은 자신의 의지와 욕망으로 대상이나 관계를 결정하려고 한다. 강력한 본성이나 특출한 능력 가진 사람들이 그러하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볼멘소리와 투쟁과 아수라판이 벌어진다. 성취되지 못한 욕망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어리석음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본성을 누르고 인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욕심을 내려놓고 인연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려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창밖 천둥소리가 비구름 부른다.

2021-07-13

못 속에서 찾은 보물들

문무왕은 삼국시대 통일의 과업을 달성하면서 궁궐인 월성과 그 주변을 정비하였다. 이 시기에 개발된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멸망할 때까지 태자의 공간이 되고, 연회를 베푸는 장소가 되는 등 궁궐인 월성과 함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신라 멸망 이후 못 속에 잠겨 있던 이 찬란한 문화들은 1975~76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전신인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발굴되었다.70년대의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의 수량은 총 3만 점에 달한다. 유물들은 연못 내부 건물지 가까이에서 많이 출토되었다. 출토된 유물들은 동궁과 월지의 존재와 그 연대의 근거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신라의 건물지에 쓰인 기와와 건축부재,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용기와 숟가락, 풍류를 즐길 때 쓴 주령구와 배 등 유물들은 신라인의 생활이 녹아있다.‘동궁과 월지’라는 이름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안압지’라는 명칭이 있다. 이 명칭은 2011년 ‘동궁과 월지’로 변경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물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동궁은 679년에 창건되고, 동궁아, 세택, 월지전 등 동궁 소속 관청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월지에서 출토된 ‘동궁아일(東宮衙鎰)’명 자물쇠, ‘세택’명 목간 등 월지 주변에 관청들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의봉사년개토(儀鳳四年皆土)’명 기와와 ‘조로이년(調露二年)’명 벽돌은 중국 당나라 황제 고종의 연호로 유물이 제작된 연대를 알려준다. 당나라 황제 고종의 13개의 연호 중 ‘의봉’과 ‘조로’는 9, 10번째로, 각각 679년, 680년에 해당된다. 이 연대는 ‘삼국사기’ 동궁 창건 연대와도 일치한다. ‘삼국사기’ 기록, 출토된 유물들의 연구를 통해 2011년 ‘안압지’를 포함한 ‘임해전지’라는 사적명은 ‘동궁과 월지’로 변경되었다.동궁과 월지의 입구에서 걷다 보면 연못 서편으로 복원된 건물지 세 동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나 현대에 복원한 건물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은 연못에서 출토된 부재들을 통해 복원한 것을 알 수 있다. 기둥 위 지붕을 받치기 위한 공포의 부재인 첨차와 주두, 난간을 장식한 살대 등의 건축부재는 모두 출토유물을 복원한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은 봉정사 극락전으로 고려시대의 것이다. 온전한 건물의 형태는 아니지만 이보다 오래된 한국의 전통 건축을 보여주는 것이 월지에서 출토된 건축부재이다.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죽은 이를 위해 만들어 무덤에 부장하는 유물과는 다르게 신라인들이 실제로 쓰던 생활유물들이다. 촛불의 심지를 자르는 가위 하나도 문양을 새겨 화려하게 만든 것을 보면 신라인들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신라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생활용품은 이웃나라 일본까지 수출되었다. 앞서 설명한 가위와 형태가 유사한 것이 일본 나라 동대사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월지 출토품과 유사한 숟가락과 금속 용기 등도 발견되었는데, 숟가락은 수출 시 흠집이 나지 않게 닥종이로 10개씩 곱게 싼 채로 보관되어 있었다. 일본 왕족과 귀족들이 신라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752년에 작성한 ‘매신라물해’라는 문서는 정창원에서 발견되어 다른 유물들과 함께 당시의 신라와 일본 교역을 잘 보여준다.동궁과 월지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관람경로를 걷다보면 돌을 쌓아 만든 연못과 조경수들 그리고 조경의 불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월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긴 것은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월지에서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배경삼아 오락을 즐기던 신라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주령구이다. 주령구는 총 14면이고, 손에 잡히는 사이즈로 참나무로 제작되었다. 주령구의 각 면에는 삼잔일거(술 세 잔 한 번에 마시기), 금성작무(소리 없이 춤추기), 음진대소(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등 주연석상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문구들이 새겨져 있어 신라인들의 풍류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이수정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발굴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기록, 보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책, 디지털 매체 또는 박물관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수 천, 수 만 년 전의 유물이 땅에 묻혀있었다는 신기함과 유물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유물이 언제 만들어졌고, 이 유물을 사용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많이 축적되어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못 속에서 찾은 보물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보물을 만들고 사용한 신라인들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 동궁과 월지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한 연구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신라문화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70년대 발굴지역의 추가 조사와 함께 주변의 확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출토된 유물들이 앞으로 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된다.

2021-07-12

길을 벗어나야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것들

어렸을 적 동화를 통해 그 속에 들어 있는 깊은 세계 속으로 들어갔던 경험은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어린 시절 ‘헨젤과 그레텔’을 읽었던 때의 느낌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어두운 숲 속에서 어린 그레텔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던 헨젤이 막막함을 느끼던 부분을 읽을 때면, 그 세계 속 어느 곳인지도 모를 곳의 숲길을 나도 함께 마주 걷는 듯했고, 헤매던 그들이 알록달록한 과자로 된 집을 발견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함께 환호하며, 어딘지 모를 미심쩍은 위험에 대한 예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동화 속에 들어 있는 세계가 나에게 완전한 몰입의 경험을 주었던 것은 그때가 세계에 대한 감수성이 좀 더 풍부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와 너조차 아직 완전히 구분되어 있지 않던 시절, 어린 독자는 동화 속 세계의 어린 아이들이 겪었던 두려움과 놀람, 그리고 기쁨과 공포를 마치 내 것인 양 받아들이며 숨죽이곤 했다.누구나 그렇듯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이상 그러한 상상의 세계의 동기화로부터 벗어난 때, 다시 손에 잡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의 세계는 사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세계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동화의 내용이 바뀔 리 없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가 더 커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세상을 미세하게 분해하여 받아들이는 이른바 마음의 해상력이 좀 더 촘촘해지게 된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마련이고, 동화책에 찍혀 있는 고정된 문자들 사이로 빠져 들어가 그 단단한 언어의 연결을 유연하게 만들고, 반짝거리게 만드는 아이들의 재능은 어른이 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때 그 재능이 자리 잡고 있던 곳에는 실제 세상에 대한 경험 같이 어디를 봐도 당연한 것들이 채운다.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였던 야코프 그림(1785~1863)과 빌헬름 그림(1786~1859) 형제는 독일 지역에서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동화를 쓰곤 했다. 그들이 쓴 이 ‘헨젤과 그레텔’ 역시 구전되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대개 떠도는 이야기가 그렇듯이 그 속에는 당시 유럽 사회에 떠돌던 공포, 즉 가난으로 인해 유아를 숲에 방치하여 살해하던 비정한 부모에 대한 소문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끔찍한 공포를 담고 있던 그림 형제의 원작은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완화되었다. 즉 시대가 지나며 바뀌는 것이 어른이 된 동화의 독자만이 아니라 동화 그 자체이기도 했다. 이 동화 속에서 헨젤과 그레텔은 두 번 버려진다. 자기들을 버리려 한다는 계획을 알아낸 헨젤은 첫 번째에는 흰색 조약돌을 주워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아버지가 나무를 하러갈 때, 길 위에 하나씩 떨어뜨린다. 아버지는 도망치고, 칠흑같이 어두운 숲길에서 흰색 조약돌은 ‘반짝’ 빛난다. 마치 그 길이 유일하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듯. 이 부분을 읽었던 어린 마음은 그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헨젤의 재치가 마치 내 일인 양 대견하기만 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그 길이 단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만 하는 길이라면 그것을 과연 마냥 기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두 번째로 헨젤과 그레텔은 또 숲에 버려지지만 이때는 시간이 없어 먹으려고 싸둔 빵부스러기로 길을 표시해둘 수밖에 없었다. 한없이 가벼운 빵부스러기는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새들이 다 먹어버린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운명은 한없이 가엾지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보증이 사라지지 않고서야 그들의 눈앞에 과자의 집은 나타날 수 있었을까. 길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고는 새로움도 위험도 없다, 고 어른이 된 마음이 생각한다. /홍익대 교수

2021-07-12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반복되는 야근과 회식과 쥐꼬리만 한 월급은 그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더듬이를 잃어버린 곤충처럼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인생의 방향감각 상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매일 아침마다 ‘지옥철’에 끼여 출근을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매일 밤마다 폭탄주에 스트레스와 분노를 섞어 삼켜야 하는지, 성공에 대한 강박과 실패에 대한 불안으로 왜 밤잠을 설쳐야 하는지,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직장 생활을 계속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는 게 왜 즐겁지가 않은지….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고,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것으로 그 질문들에 답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태평양에서 조난당한 두 남녀가 바다 위에서 만난다. 튜브에 몸을 의지한 채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여자는 어딘가에 있을 섬을 찾아 헤엄쳐 가고,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남아 계속 맥주를 마신다. 며칠 뒤 여자는 죽을 고생 끝에 섬에 도착하고, 남자는 술에 취한 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다. 몇 년 후 이들은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여자는 열심히 헤엄친 자신과 아무것도 안 한 남자가 똑같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저자는 하루키 소설의 한 장면을 통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며, 열심히 안 했다고 해서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서 강요하는 대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인내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노력과 최선과 인내는 초조함과 불안과 스트레스만을 가져다줬다. 그 불행한 결과를 그는 ‘노력의 배신’이라고 부른다. 노력은 항상 인생을 배신하기 마련인데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반드시 이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괴로워진다는 것이다.회사를 그만 둔 그는 “노력하지 않는 삶”,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그저 즐겁게 둥둥 떠다니는 여행 같은 삶”을 시작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빈둥거리다 맥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그러다보면 금방 저녁이 되고, 또 밥을 먹고 누워 잔다. 경쟁도, 성공과 실패도, 노력도, ‘노오력’도 없는 생활…. 늘 짧기만 하던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창밖으로 하루의 빛이 변하는 풍경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바람 소리와 햇살의 냄새에 눈과 코와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고교 시절 미술 입시반이었던 그는 “홍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무려 4수 끝에 홍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인생이 완성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홍대’만 바라보고 경주마처럼 달려간 4년 동안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다. 친구들을 잃고, 20대의 추억들을 잃고, 시간을 잃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간 백수로 지냈다. 또래들보다 7년쯤 뒤처졌다는 ‘지각 인생’에 대한 자괴감은 직장 생활을 할 때 극에 달해 ‘나만 낙오하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모아둔 돈도 없고 집도 없다고?”, “결혼은 대체 언제 할 거냐?”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까지 견뎌야 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내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임을 깨달은 저자는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 남들이 가리키는 것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말한다. 취업난, 대출빚, 결혼 포기…. 실패는 당신들이 노력하지 않은 결과가 결코 아니니까 고개 숙이지 말라고, 사람에겐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 남들과 속도를 맞추려 애쓰지 말라고, 자기 속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지독한 경쟁사회도 바뀔 것이라고.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자기’를 잃어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이 책은 2018년 출간 이후 3년 넘게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지키고 있다. 진짜 제목은 ‘하마터면 남을 위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아닐까? 내가 강의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밤새워 과제를 내고, 창작을 하고, 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울고 웃고,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고, 비좁은 기숙사나 고시원에서 잔다. 나는 그 학생들의 열심이 오직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2021-07-12

우리의 피로는 어디로 실려가는 걸까

금요일 오후 일곱시 반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퇴근 시간이니 당연히 빈자리가 있을리는 없을 테고 서서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치지 않았으면, 누군가 내 가방을 휙 치고 지나가지 않았으면,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하고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하필 그날은 휴대폰도 꺼진 상태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멍하니 바깥을 보거나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일 뿐이었다.집으로 가는 데엔 한 시간이나 걸리므로 그날따라 왜 하필 불편한 신발을 신었을까 스스로를 자책하던 와중 한 역에서 열차가 멈췄다. 이윽고 사람들이 우르르 타기 시작했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분이 자연스레 비어 있는 임신부 좌석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선 통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는데 다소 조용하던 열차 안에 통화 내용이 울려 퍼지니 자꾸만 그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사실 늘 흔히 봤던 광경이지만 그날따라 왜 이렇게 짜증이 솟구치는지. 그 사람의 말투, 다소 높은 목소리, 과장된 행동 등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이외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듯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기 바빴는데 순간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건지, 이대로 어디에 당도하는 지 도저히 분간 할 수 없어 결국 도중에 낯선 역에 내려 숨을 골라야 했다.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땔 기억한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대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있었다. 크고 높은 건물, 화려하고 깨끗한 공간, 티비속에서만 보던 유명 맛집들,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는 카페들이 근사해보였다. 특히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각자의 일에 충실하고, 그 충실함 속에서의 자신만의 여유를 발견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란 시골의 적막과 심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시골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내내 누구도 만나지 않을 수 있다. 워낙 사람이 적으니 아침이든 저녁이든 늘 조용하다. 가만히 바깥에 앉아 있으면 적막함이 귀를 가득 메우는데 그 느낌이 소름끼치게 싫었다. 손쉽게 진공 상태의 우주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기분이었달까. 그렇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누구와 말하지도 않고 영영 도태될 것만 같단 위기감이 이십대 초반까지 내내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그런 내가 자처해서 서울로 향한 까닭은 사회 구성원에 속해 있단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게다가 서울은 무엇이든 빨랐다. 앱으로 장을 보면 한 시간 이내에 물건을 가져다준다거나 새벽 세시에도 원하는 브랜드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집 앞만 나가도 브랜드 카페가 무수히 줄지어 있으며, 웬만한 패션 브랜드 쇼룸도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은 무엇이든 원하는 걸 빠르게 손에 쥘 수 있는 곳. 재화만 있다면 곧 단순해지는 곳. 하지만 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달려야 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부해야만 겨우 한 움큼 편리함을 쥘 수 있었다. 권력은 곧 재화이나 이런 심플함 속에 속해 있지 않는 이들은 가감 없이 도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던 때였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그리고 나날이 내 안에 커다랗게 자리 한 건 무심함이란 감정이었다. 인상이 좋다는 말로 시작하는 물음을 뒤에 있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 몸이 불편해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을 가만히 보는 것. 휴대폰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인 지하철에서 앞 사람이 내 발을 밟을 때, 익숙하다는 듯 짜증을 안으로 집어 삼키는 내 모습엔 일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어느 날은 의자에 앉아 있다 뒤로 넘어진 할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있다. 그 분은 자신이 넘어졌다는 거에 화가 난 건지 도와드리려 붙잡는 내 손을 내팽겨 치고 말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어 재차 묻는 대신 입을 꾹 닫고 말았다.애매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피곤이 되는 듯한 이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단 걸 알고 말았다. 피로를 잠시 잊기 위해서 단순함을 택한다는 것도. 무더위가 한 김 식은 밤이 되면 하루를 잘 개어 둔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조금씩 보이는데, 취미를 즐기면서 무심함에 대해 생각한다. 이 고민의 끝엔 깨달음의 안락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2021-07-12

‘백신접종 할인’아시나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맞은 여름 휴가철, ‘백신접종 할인’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행·관광업계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어 백신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부도 백신접종자에 대한 할인혜택에 앞장섰다.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휴가 기간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 프로그램 입장료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해주고,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를 면제했다. 국립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 주요 공공시설도 백신 접종자에게 이용 요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해 준다. 자자체들도‘백신 접종자’할인혜택을 제시하고 있다.경북도는 도민들 중 백신 접종자에게 공립 자연휴양림 숙박료를 50% 할인해 준다. 경남 창녕군은 각종 관광지 입장료에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강원도관광재단, 승우여행사가 협업해 16일 출시한 ‘강원 트레킹 여행 구독 상품’은 백신 접종자에게 30% 파격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행사와 관광업계도 나섰다. 전국 테마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8월 말까지 최대 2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백신 1회 이상 접종자가 대상이며, 1인 1회, 동반 1인까지 할인 적용된다. 백신 이벤트 패키지는 휴가철에 맞춰 관광형·휴양형으로 나뉜다. △전국 전통시장 팔도장터관광열차 기차여행 △산림관광자원과 연계한 기찻길 옆 숲 여행 등 총 20여 가지다.경주 올인원 특급 호텔 코오롱호텔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사우나 1인 무료 이용권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클라우드 스파 1인 무료 이용권을 증정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나 여름휴가 비용절감을 위해 백신접종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12

대통령 후보들에게 드리는 고언(苦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후보들이 출마의 변에서 말하는 공정과 정의, 화합과 통합, 자유와 민주 등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적 수사(修辭)였다.대통령이 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돌변하니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었다. 정의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선택적 정의’였고, 민주는 ‘다수의 독재’로 변질되었으며, 통합은 내편의 결집에만 관심을 두었으니 나라는 완전히 두 동강 나버렸다. 그러니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에게 “이것도 나라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임자들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수행 능력’과 ‘높은 도덕성’인데,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첫째, 국정철학과 시대정신이다. 철학이 없다는 것은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후보들은 집값·청년실업·불공정 등과 같은 당면과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음을 깨닫고 미래 가치를 위해 변화와 혁신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산업화·민주화시대에 갇혀있는 후보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만 부른다.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국민을 지도하지 못하면 반대로 국민이 대통령을 지도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둘째, 권력의 오만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이 대통령을 망친다.”는 ‘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을 명심하라. 권력은 마약과 같다. 권력에 취하면 자기통제와 자기감시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의 주변에는 목숨 걸고 직언하는 충신은 없고 권력을 쫓아다니는 불나방들만 우굴 거린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통령의 독선을 바로잡아 줄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절실하다. 후보들은 그의 비판적 역할을 법적·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셋째,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표리부동(表裏不同)과 언행불일치 때문이었다. 정치지도자의 생명은 ‘신뢰’다.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를 누가 따르겠는가?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국민을 속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잃은 권력은 국정의 동력을 잃게 된다.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대통령은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편 가르기와 흑백논리, 내로남불과 아전인수(我田引水)는 당신들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특정 이념에 갇혀 진영논리를 펴는 사람이 어떻게 ‘대화와 타협이 원칙인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지역·이념·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한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확증편향은 국론분열을 심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반드시 ‘공정·균형·통합의 정치철학’이 확고히 내면화되어 있어야 한다.

2021-07-12

대선 레이스 시작…公約대결로 혼란 막아야

어제(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올랐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240일 이전인 12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당선되는 후보자는 두 달 뒤인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이미 선거 전초전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거론되는 여야 대선후보는 20여명에 달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예비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6명의 대선후보를 압축했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강 구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사다. 야권에서는 대선후보가 14명에 이르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황교안 전 대표, 하태경·윤희숙·김태호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앞두고 있다. 장외에서는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일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부친상을 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곧 정치참여 선언행사를 가질 전망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도 대선 예비후보로 거론된다.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은 국민의힘 경선 참여 전에 대구·경북에서 첫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 모두 당내세력이 약해 대구·경북의 민심과 당원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 전 원장은 취약한 정치기반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 출신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어떻게 방어에 나설지도 관심사다.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대선전초전은 네거티브 공세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아내와 장모 얘기, 여배우 스캔들과 바지 이야기가 선거전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민심을 일시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사실 네거티브 공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논쟁이 대선전의 주요의제가 돼선 곤란하다. 상대후보와 그 가족의 약점을 들춰내 대통령에 당선되겠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 관심을 두는 것은 주요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굵직한 정책과 공약이다.

2021-07-12

신한울 1호기 허가, 탈원전 정책 전환점 되길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가 조건부 운영 허가를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에 대한 추가실험 결과보고 등 4가지 조건을 달았지만 정부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 허가가 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북도도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허가로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던 울진 경제도 다소 숨통이 틜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착공한 신한울 1호기가 지금처럼 지각 승인난 것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원인이 있다. 지난 2014년 12월 운영허가 신청한 것이 6년7개월이 지난 뒤 그것도 4가지 조건을 달아 승인됐으니 정상은 아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8월 공정률 99%에 달했다. 당장 가동이 가능한데도 운영 허가가 미뤄져 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한 때문이다.신한울 1호기와 똑같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은 이보다 2년 늦게 착공했음에도 안전 점검을 끝내고 지난 3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같은 한국형 가압경수로 방식인데 바라카 원전은 가동되고 우리는 안 된다면 원전의 안전성보다는 정부 정책기조에 기인한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가치는 하루 최대 20억원이라 한다. 1년이면 7천300억원에 이르고 당초 계획대로 가동했다면 2조원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신한울 1호기 가동이 늦어지는 바람에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라 하겠다. 게다가 올 1월쯤에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만 났더라도 올 여름 전력공급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와 우리를 더 씁쓸하게 한다. 올 여름은 작년과 달리 무더위가 예상되고 코로나 위기 회복에 따른 산업전력 수요 증가도 예상돼 벌써부터 여름철 전력난이 걱정이라 한다.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미 신한울 3·4호기 등 다수의 원전이 공사 중단되거나 보류 중이다. 정부가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지만 원자력만큼 효과적인 대체수단이 없다는 사실은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국민의 70%가 원자력 발전 이용에 찬성하고 있다. 늦었지만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를 계기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새로운 생각의 전환점을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7-12

고속도로 가짜 순찰차 없앴으면…

박창원​​​​​​​수필가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경광등을 켠 가짜 순찰차가 여기저기 보인다. 아마도 경찰청에서 고속도로 운행 차량의 과속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했으리라. 그러나 이를 볼 때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를 속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꼭 저래야 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우리에겐 고속도로에서의 과속운전 예방을 위한 ‘가짜 단속’의 씁쓰레한 역사가 있다. 아마 1990년대였으리라. 과속이 예상되는 도로변에는 모형 스피드건을 든 경찰인형이 서 있었다. 예산을 많이 들여 전국의 주요 도로에 설치했다. 커브길을 돌아 나오는 순간, 앞에서 경찰인형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장면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운전자가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가짜라 해도 운전자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형상에 사람들이 반발을 했고, 결국 얼마 못 가 경찰인형은 모두 철거되는 운명을 맞고 말았다.그 이후엔 가짜 무인단속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었다. 이 역시 과속운전을 방지할 목적으로 전국에 약 2천500대가 설치되었다 한다. 카메라가 들어 있지 않은 가짜 카메라였다. 사람들은 어느 게 가짜 카메라이고, 어느 게 진짜 카메라인지 모르기 때문에 카메라 모양만 보면 속도를 줄여야 했다. 하지만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가짜 카메라를 이용하여 실제 단속하는 것처럼 해 국민을 속이는 것은 물론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일자 2000년대 후반에 모두 철거했다.그러고 나서 최근에 다시 가짜 순찰차가 등장했다. 백색과 청색이 섞여 있는 순찰차 모형 위에 적색과 청색 경광등이 번쩍이는 모습이야말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속도위반 단속을 하는 순찰차로 보인다. 가까이 와서야 가짜 순찰차임을 알아차리고는 선진국에 진입한 요즘도 저런 식으로 단속을 하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가짜 순찰차를 설치하면 운전자의 과속을 방지하고, 나아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 생각이다. 국민들에게 목적만 좋으면 수단은 정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염려가 있다. 속도위반 단속을 위한 경찰인형, 가짜 단속 카메라, 가짜 순찰차의 공통점은 ‘가짜’라는 점이다. 모두 국가가 대놓고 국민을 속인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식의 가짜는 우리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직의 가치가 훼손되면 거짓이 늘어나게 되고, 거짓이 판을 치면 범죄가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정직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영국 속담에 “하루만 행복해지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결혼을 하라. 한 달 동안 행복해지려면 말을 사고, 한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져라.”라고 했다. 정직은 이처럼 숭고하다. 우리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고속도로의 가짜 순찰차는 없애야 한다.

2021-07-12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늦장마에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해, 올해는 34년 만에 가장 늦은 ‘지각장마’가 전국을 상처 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의 4차 유행 조짐으로 가뜩이나 불안하고 우려되는 마당에 인명피해와 물적손실을 가져오는 수마마저 덮치니 설상가상이다. 수시로 바뀌는 기후를 탓할 수야 없겠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재난에 근본적인 대비와 예방조치, 신속한 복구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기후문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삶을 위협해온 기후변화는 문명과 개발에 따른 숲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되돌아오는 자연의 역습이 아닐까 싶다. 큰 관점에서 보면 빙하기와 온난화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지구촌의 새로운 팬데믹도 결국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으며, 어쩌면 우리는 요즘 바이러스가 가져온 ‘역설적 평화’의 위기 속에 위태위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아무리 날씨가 변덕스럽고 기후변화가 심해도 사람의 마음 보다야 더하겠는가? 하루 동안 푹푹 찌는 폭염 속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휘몰아치다가 사정없는 장대비에 앞을 못가리는데, 어느새 여우비가 꼬리치더니 그림 같은 무지개가 드리워지는 걸 적지 않게 목격한 적이 있다. 또한 변화무쌍한 날씨 못지않게 자주 변하고 바뀌게 되는 사람의 마음이나 돌연한 행위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아왔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도 이쪽저쪽으로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생각이 수시로 기울어지게 됨을 누구라도 몇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그래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水深可知 人心難知)고 했을까? 그만큼 사람의 마음은 복잡미묘하며 생각에 따른 행동이 갈팡질팡할 수도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그렇기에 우리는 사람을 대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때는 늘 조심하고 신중하며 한결같음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한가지 일을 두고도 상반된 견해에서 오는 저돌적, 배타적인 생각 보다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배려와 포용의 마음이 훨씬 현명하고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사람은 마음이 흐르는 대로 말하거나 움직이게 된다. 느낌이나 끌림도 결국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무언가에 관심이 있거나 마음이 가는 쪽으로 생각이 모아지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각이나 행위가 어긋나고 치우치는 것은 평소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의 상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예컨대 하루 아침에 걷잡을 수 없이 틀어지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 오해나 공감 부족에서 오는 폐단이 아닐까 싶다.갈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듯이(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봐야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지 않고 세류(世流)에 휩쓸리지 않는 마음이라면, 격의 없이 소통하고 흐르는 마음 따라 더불어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다.

2021-07-12

용이 사는 마을

구룡소를 돌아 구룡포로 향했다. 근대문화역사거리에 자리한 ‘우전’ 향이 좋은 찻집으로 가는 여정이다. 봄비가 내리는 곡우 즈음 딴 첫 잎을 비가 주인공인 여름에 천천히 우리기로 했다. 호미곶 둘레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아름다운데 7월이 시작될 때 특히 어여쁘다. 노란 부채 같은 꽃을 한껏 펼쳐 든 모감주나무 가로수 덕분이다. 장맛비가 활짝 핀 꽃잎을 떨구어 길이 노랗게 물들었다. 모감주 군락지 위로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니 물안개도 피어오른다.근대문화역사거리의 밤은 고요하다. 낮 동안 사람들의 수런거림이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거리도 찻집도 우리만의 것이 된다. 우전이 연둣빛으로 우러나는 향만이 사위를 채운다. 찻잔에 산수화가 그려져 있다. 두 개의 산이 둘레를 감싸고 산을 향해 기러기 떼가 날아간다. 찻잔 중심에 어부가 나룻배에 노를 젓고 있다. 차를 따르면 연한 물빛이 호수에 가득 차올라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우전이 향을 더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보따리가 필요하다. 동해에는 오래전부터 살았던, 아마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머물며 바다를 지키고 있는 용의 전설들이 가득하다. 아홉 마리의 용이 헤엄치며 놀았던 동해면 구룡소, 열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다, 한 마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떨어진, 그래서 구룡포라는 이름이 된 곳, 오늘 이곳에서 우전의 향을 깊게 한 용 이야기는 감포의 사용굴 단용굴에 사는 다섯 마리 용의 전설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해서 걷는다는 해파랑길 코스 중에 감포 깍지길에 숨어 있는 명소이다.사룡굴에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청룡, 백룡, 적룡, 흑룡 등 네 마리가 살았고, 단용굴에는 감포 마을을 지키는 황룡이 살고 있었다. 연기를 좋아해 향로가 되고 싶었던 황룡은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때 좋은 연기를 피워 줄 수 있는 향로가 되고 싶었다. 용 한 마리가 연꽃 봉우리를 물고 있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떠올랐다.이들 다섯 마리 용은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켰고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쳐 보호해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무대왕이 죽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한 뜻이 동해에 사는 용들에게 흩뿌려져 임진왜란 때는 이 용굴 속에서 많은 사람이 몸을 피할 수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강제 징용당해 붙들려 갈 뻔했던 오누이가 이 속에 숨어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이곳은 또 다른 전설이 있다. 하늘나라에서 죄를 지어 추방된 용이 용굴에서 옥황상제가 다시 불러줄 때를 기다리며 수양을 하고 있었다. 늠름한 용의 모습에 반해버린 바다 곰이 수양하는 용을 위해 이무기들을 물리치면서 굴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노릇을 했다. 또 바다 곰은 용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등 천 일이나 밤낮없이 자맥질하며 보살폈다. 그러나 옥황상제의 용서를 받은 용은 바다 곰을 외면하고 승천해 버렸다. 바다 곰은 하늘만 바라보며 누운 채 식음을 전폐하고 기다리다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진심을 다해 용 이야기 한 부분을 장식한 곰바위도 찾아보라는 당부도 곁들였다.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옛 기록에는 이밖에도 용에 관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처용가로 잘 알려진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중 하나이다. 수로부인이 용에게 납치됐을 때 백성들은 ‘해가(海歌)’라는 노래를 함께 불러 수로부인을 구해 냈다. 용에 관한 기록이 이처럼 많은 것은 우리나라가 오래전부터 농경 문화권에 속해 왔다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용은 바다나 강, 연못, 늪 같은 물속에 살며 비와 바람 같은 여러 가지 기상 현상을 관장한다는 신격화된 상상의 동물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의 모습이 승천하는 용과 같다고 해서 용오름 현상이 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용의 전설까지 녹여서 차를 마시고 찻집을 나서니 밤이 깊었다. 근대문화역사거리에 깔린 조명이 용의 비늘같이 반짝이며 우리 발길을 안내한다. 밤마실을 끝내고 돌아가는 발걸음까지 지켜주는 듯했다. /김순희(수필가)

2021-07-11

새로운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다

장욱현영주시장 영주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불 문화의 고장이다.유교의 대표적 상징인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불교 문화의 한 획을 그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가 있다.이 두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보물들이다.유불문화가 공존하는 다소 희귀한 역사를 가진 고장 영주는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준 전통이자 문화이며 앞으로도 이어가고 승계 해야할 소중한 자산이다.이런 문화적 자원은 현대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형태의 문화산업과 콘텐츠로 도시 모델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이런 기반속에 현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있는 미래형 산업구조를 양성해 백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지방소멸 시대를 막고 자손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안겨주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우리에게 큰 시련을 주었다.그러나 코로나19시대에 영주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발전하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영주시가 거둔 성과중 무형의 자산이 가장 크며 영주에 대한 이미지 변화에 성공한 점이 제일 큰 성과라고 본다.영주시의 분야별 주요시정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활력 넘치는 산업경제도시 건설이다.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첨단산업도시로 바꿔, 대내외에 관심을 이끌어 낸 점과 영주시를 투자의 대상으로 만든 점 등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것이다.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대한민국 최고의 베어링산업 기반 구축, 경량합금소재 부품 기반구축 등 첨단산업으로 지역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등 경제영토를 확장해 지역의 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우리의 백년 먹거리의 중심이 될 것이다.국가산단과 같은 미래형 산업은 전국적인 현상인 수도권 인구 집중화에 의한 지방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수 있다.영주시는 지방소멸 시대를 막기 위해 인구를 지탱하고 키우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국가산단은 바로 그중 한부분이다.변화는 아침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때론 무모해 보일지라도 새로운 시도와 계속된 도전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 이다.영주의 새로운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첨단산업의 중심도시, 대한민국 대표 문화 관광도시로 쉼 없이 나아가는 곳이 바로 영주시의 현재 모습이다.수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영주시가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힘을 모아준 시민들의 노력이 중심이 됐다.미국의 저술가이며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가 1980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에서 토플러는 3개의 물결 이론을 설명했다.농경사회로의 변화, 산업사회로의 변화,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로의 이론을 보이고 있다.즉 새로운 구조의 탄생은 단 하나의 절정에 이른 대변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세월에 걸친 여러장소와 여러가지 차원에서 수많은 개혁과 충돌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새로운 변화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며 모든 변화는 우리자신들부터 시작해야 한다.이런 변화의 주체는 현재 우리가 중심이다.새로운 미래는 우리가 열어가는 것이다엘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은 오래전의 이론일수도 있다.지방은 소멸하는 사회, 어느 작가가 말한 지방은 식민지다란 말과 달리 지속가능한 도시 영주, 지방이 주체가 되는 도시 영주를 위해 함께 뛰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행복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2021-07-11

유력인사들의 어이없는 모럴 해저드

심충택 논설위원 포항출신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 등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검이 지난주 사표를 내자,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희대의 사기꾼과 부적절한 교류를 한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특검은 ‘렌트비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지급시기가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박 특검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뇌물 수사’ 전문가로 불렸던 박 특검이 이번에는 뇌물 소지가 있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지난 2017년 연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는 수행원 역할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직원들을 통해 선물 배달을 시킨 후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겼다. 포르쉐 차량을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뒤 박 특검의 아파트까지 운전해서 그의 운전기사에게 차량 키를 전달한 사람도 이들이다.경찰은 김씨가 선물을 보냈다는 28명의 명단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명단이나 범죄 혐의가 발표된 것은 없지만, 경찰에 제출된 선물리스트에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검찰, 경찰, 언론계 등 각계 유력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이들 중 일부에게 자동차와 고급시계, 골프채 등을 건넸다고 한다. 현직 검사와 경찰의 경우 수사 진척에 따라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현직검사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계기로 검찰 내 스폰서 문화를 점검해 보겠다는 입장이다.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까지 접촉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의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경찰은 몇몇 언론사 기자들도 김씨의 사기행각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내사를 하고 있다.경찰은 명단을 확보한 인사들이 받은 금품에 대해 대가성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물내용을 볼 때 현재로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 법률을 적용할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사기꾼 김씨를 만나 식사한 적이 있는 홍준표 의원은 “정치를 하다 보면 지지자라고 하면서 만나는 수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만났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민원인에게 커피 한 잔 얻어먹는 것도 꺼리고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지지자’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식사대접을 받을 특권은 없다.이 사건은 흔히 권력집단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검경, 주요언론사가 외부 유혹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기꾼과 사회 유력 인사들의 유착 의혹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2021-07-11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공간이란 뜻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가상공간의 개념은 그동안 꽤 많이 생성돼 왔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단순 게임이나 가상 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세상의 문제를 직접 가상공간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5G 상용화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젠 우리도 멀지 않아 가상공간의 세상에서 살 날이 올 거라는 전문가의 예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지금의 인터넷처럼 누구나 메타버스 속에서 살아갈 시대가 곧 닥친다는 뜻이다. 과거 공상과학이라고 믿었던 일이 이젠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DGB금융 그룹이 얼마 전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영진 회의를 개최, 화제가 됐다. DGB 관계자는 “급변하는 디지털 트렌드 변화를 경험하고 디지털 문화에 앞장서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금융사 간에는 벌써 메타버스 세상에 맞설 준비에 한창이다.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는 메타버스, 아바타, 세컨드 라이프 등 다양한 용어와 개념을 태동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소설에 등장한 아바타는 2009년 영화화 되면서 “디지털 속의 또다른 나”라는 뜻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의 버전이다”는 말이 정설로 다가온다. 급격한 세상 변화가 우리를 어지럽게 한다. 통신기술의 발전도 놀랍지만 그 뒤에 숨어서 세상을 바꾸는 데는 코로나 팬데믹도 한몫한다는 사실이 더 우리를 놀랍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11

수도권發 코로나 비상, 대구경북도 심상찮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12일부터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간 수도권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부산, 경남 등 지방으로 확산 조짐을 보여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서울 등 수도권은 12일부터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돼 오후 6시 이후부터는 3인 모임이 허용되지 않는다. 결혼식은 친족만 참석할 수 있고 식당, 카페, 영화관 등은 밤 10시 이후 영업이 제한된다. 초중고는 이날부터 원격수업에 들어간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시민의 일상 불편은 두말할 것 없다.한자릿 수 유지 등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대구에서도 11일 0시 기준 23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 대구에서 20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27일 만이다. 갑작스런 신규 확진자 증가는 최근 수도권에서 시작한 코로나 대유행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이 돼 시민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11일 발표된 지역별 코로나 신규 확진자 발생은 경남 63명, 부산 53명, 대전과 충남 각 31명 등이며 대구 23명과 경북 12명이다. 비수도권에서도 188일 만에 300명 선을 넘었다. 비수도권의 하루 신규 확진자 비중도 연일 20%를 넘고 있다. 수도권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비수도권으로 점차 확산세를 뻗혀가는 추세다.특히 사람의 이동이 많아지는 여름 휴가철이 본격 시작돼 이런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일부 해수욕장이 9일부터 문을 열었고 다음 주부터는 전 지역 해수욕장이 개장한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세 방지에 포항시 등 관계 당국이 고심 중이라 한다.또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젊은층 중심으로 대구 등지로 원정 유흥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도 또한 걱정거리다. 대구에서는 벌써 동성로 술집 관련 집단감염이 현재까지 13명으로 밝혀졌다.무엇보다 방역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 지자체 재량에 맡겨짐에 따라 지자체의 책임감도 그만큼 커졌다는 생각으로 방역에 임해야 한다. 백신 접종 속도도 높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 확실한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 단계 상향도 검토해보아야 한다. 어떤 것이 효과적인 선제 대응책인지 고심하고 선제 대응 시기를 놓쳐 확산세를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1-07-11

세계가 포항의 배터리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과 경북도, 포항시는 지난 8일 포항시청에서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전지 양극재 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협약식을 체결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번 투자협약으로 2024년까지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내 12만m²에 6천억 원을 투자해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립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앞으로 이 공장 건립으로 2차전지 분야의 대규모 후속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포항공장이 건설되면 포스코케미칼은 기존의 광양·구미 공장과 함께 국내에 연산 16만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전기차 약 180만여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한 번 충전시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다.포스코케미칼은 현재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도 2천500억 원을 투자해 연산 1만6천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3년 가동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공급하는 기업이다.2차전지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를 말한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와 함께 리튬, 니켈, 흑연원료 등의 자원개발과 선제적 투자, 소재연구 개발로 2차전지 사업경쟁력을 높여왔다. 정부는 현재 2차전지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주력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 몸의 머리 같은 존재라면, 배터리는 동력의 원천인 심장에 비유될 정도로 배터리산업이 차세대 주요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2차전지 매출은 2030년이 되면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다.포항시는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차세대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으며, 이미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공장을 비롯해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양극재 공장 등을 유치했다. 포스코케미칼이 3년 후 양극재, 음극재 생산 공장을 모두 가동하면 경북도와 포항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돼 그야말로 글로벌 배터리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2021-07-11

삼복더위에 삼복(三福) 짓고

윤영대수필가 34년 만의 ‘지각 장마’가 잠시 멎으니 뜨거운 삼복더위가 몰려온다. 삼복은 가을 기운이 오다가 무더위에 세 번 엎드린다는 뜻으로 24절기는 아니다.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로 올해는 7월11일, 중복은 네 번째, 그리고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인데 그달을 넘기면 월복(越伏), 안 넘기면 매복(每伏)이라고 한다.이제부터 한낮 기온은 30℃를 오르내리며 우리 몸도 더위에 지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삼복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열로 열을 다스린다고 여러 가지 ‘복달임’을 해왔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지만 보신탕이라고 개장국을 찾아 먹었고 요즈음은 삼계탕이 대세다.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함께 인삼, 대추, 마늘을 넣고 푹 삶아 먹는 맛이 한여름의 보양식으로는 으뜸이다. 장어도 구워 먹고 전복죽도 끓여 먹으며 몸을 다스리기도 한다. 또 시원한 콩국수도 좋고 벽사의 효험을 바라며 팥죽을 먹기도 하며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삼복더위는 하지 때 시작하여 유두(流頭)를 지나 백중(百中)날 무렵에 한풀 꺾인다. 이 무더위에 잠자리도 호박잎에 앉아서 쉰다고 하니 무리하지 말고 휴식도 취하자. 코로나 재확산으로 가족과 벗들과 마음껏 나들이도 못 하겠지만 휴가철을 맞아 바캉스도 즐겨야 할 것이니 북적대지 않고 조용한 곳, 시원한 물가를 찾아 천렵이나 탁족을 하거나 폭포수로 물맞이하며 무더위를 피해 보는 것도 ‘복놀이’다.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델타 변이까지 번지면서 우리 생활에 또다시 혼란을 가져오고, 하루 확진자가 1천3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며 수도권엔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었다. 비록 체온 가깝게 더워지는 날씨에 불편하겠지만 방역대책을 잘 지켜서 안전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마음을 합쳐야 한다. 짜증 나는 뉴스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피곤하게 하더라도 맑고 푸른 자연을 떠올리며 서로의 마음을 정화시켜 나가는 방법도 찾아야겠다.속담에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라고 했으니 옛날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 원두막에 앉아 더위에 풀이 죽어있는 소들을 보며 애처로웠을 테고, ‘삼복지간에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할 정도로 힘이 빠졌으리라. 코로나 바이러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확산이 잘된다고 하니 에어컨 바람도 조심해야 하며 덥더라도 자주 환풍을 시켜야 할 것이다.이 삼복의 계절엔 뜨거운 폭염이 땅을 달구고 폭우가 자주 내리붓고 또 폭풍을 몰고 오는 태풍도 올해는 1~3회 예보되고 있다. 국지성 호우에 산사태나 침수와 같은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폭염·폭우·폭풍의 삼폭(三暴)이 몰려오는 삼복더위에 짓눌리지 말고 나만의 생각으로 세 가지 복, 삼복(三福)을 지어보자. 첫째 복은 코로나 감염을 피하는 건강복일 테고 두 번째는 사람 복, 거리두기로 뜸해진 만남도 비대면으로나마 자주 얘기를 주고받으며 인복을 쌓고 세 번째 마음의 복, 그 맑은 심복을 지어보자.시골집 대문 옆 능소화가 곱게 피었다. 뒷밭의 대나무로 죽부인을 만들어 껴안고 참숯 베개를 베고 누워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 삼복더위와 코로나 사태, 이 또한 지나가리라.

2021-07-11

엄마, 나야

최미경 ​​​​​​​동화작가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 나야. A는 그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질 않았다고 했다. 몽롱한 상태로 오전을 써버리고 쳐지는 몸 상태를 흔들어 깨울 요량으로 집 근처 찻집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진동벨을 만지작거릴 때 바로 그 때 띠릭,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고 한다. 엄마, 나야. A가 응. 왜, 라고 문자를 넣자 휴대폰이 고장이 나서 AS센터에 맡겼어. 친구 핸드폰이야. 라고 문자가 들어왔고 A는 딸아이의 문자를 보며 다시 응. 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평소 A는 자신의 딸과 이와 비슷한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아무 의심 없이 문자를 계속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AS센터에 맡긴 휴대폰 수리비를 보내야 한다며 A의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원격지원을 해서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문자를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자신은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그러다 몸이 너무 좋질 않아 한의원 진료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도 휴대폰은 원격지원 상태로 연동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딸이 아닐 거라는 의심은 1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잠깐 연동이 끊어지면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전화를 받았다고 “너, 지금, 보이스피싱이야!” 라는 소리에 당장 핸드폰 전원을 껐다고 그러고서 한동안 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A는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휴대폰이 원격지원 된 한 시간 동안 은행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30만원, 50만원, 40만원 등 일정하지 않은 금액들이 타 계좌에 송금되는 사이 은행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인근 경찰서에서 A의 주소를 알아내 집을 찾아왔지만 연동상태에서 휴대폰은 그저 돈을 송금하는 기계 역할만 할 뿐 전화의 기능은 하지 못했기에 A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야 말로 지옥과 같은 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서 A는 침이 마르는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집에 와서 정말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딸애가 대구에서 온 거야. 문을 열고 들어와서 씩씩하게 웃으며 아무 일 없지? 라고 하고 둘이서 이야길 한참 하다 갑자기 딸애가 펑펑 우는 거야. 엄마 어떻게 된 줄 알았다고. 회사에서 연락받고 포항으로 오는데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그랬어. 처음엔 무서웠지. 그런데 이젠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바보 등신 같아서 미워 죽겠어.” A는 새로 바꾼 휴대폰을 바라보며 얼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20대 젊은 여성이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을 끄집어냈다. 통장을 다시 만들고 카드를 재발급 받고 휴대폰을 다시 구입해야 하고 그러는 동안 수차례 경찰서와 은행을 오가며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졌고 그 불안을 꺼뜨리고 증오를 가라앉힐 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A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보이스피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빠에게 혹은 누군가의 딸에게 그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전화를 연결하고 있다. 교활하고 악랄한 수법으로 말이다. A여, 그리고 착한 우리들이여. 아무 잘못 없는 자신에게 죄를 묻지 말자.

2021-07-11

정확한 사랑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몇십 년 내에 지구는 멸망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지구 환경과 관련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 식물들의 생장속도를 높여서 지구의 숲은 1981년부터 2016년까지 40%가 늘어났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거북의 등껍질, 코끼리의 상아는 두 동물을 멸종시킬 뻔했지만 인공소재의 발견으로 멸종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몸속의 기름이 어둠을 밝히는 등잔불의 연료로 쓰인 까닭에 멸종위기에 몰렸던 바다의 고래도 그린피스가 아니라 석유가 등장해서 살렸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상징이었던 북극곰의 개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데 도대체 이런 과학적인 근거들은 무시하고 왜 종말의 경고들만 우리에게 전달됐을까?더 놀라운 건 에너지 이야기다. 석유에서 전기로 ‘에너지 변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21세기의 흐름이다. 2021년도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LNG(32.3%), 석탄(27.1%), 원자력(19.2%), 신재생에너지(15.1%)의 발전비율을 목표로 한단다. 친환경이라는 전기자동차가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전된다는 것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전기차가 친환경이 되려면 서울에서 30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주행하는데 서울면적의 77%를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가능하단다. 한나라의 수도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 수 없으니 지방의 산골짝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엄청난 삼림훼손과 환경오염이 생긴다는 것이다. 풍력은 ‘새들의 지옥’이 된다. 바람을 타고 나는 새들이 풍력 발전기날개에 부딪혀 엄청나게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친환경 에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소비가 꾸준해야 전력공급이 원활한데 신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면 전력 공급체계가 복잡해진다. 태양광패널로 자가발전을 하다가 장마 같은 시기에만 기존 전력을 쓰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얌체고객들이 생긴다. 고객도 줄고 공급량도 불규칙해져 기존의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그 손실비용을 누가 떠안게 될까? 세상을 구할 것 같던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오염에 경제적 불평등까지 양산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직 기술적인 해결과제가 많은 에너지를 지구멸망을 부르짖으며 강요하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만 지구를 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환경구루’로 불리는 마이클 샐런버그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부키 2021’에서 환경종말론을 너머 ‘환경 휴머니즘’을 이야기 한다.환경 종말론은 마치 일종의 세속종교가 되어 신도들에게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까지 제공한다. 우리는 사랑 없는 공포, 구원 없는 죄책감을 설파하며 문명과 인류를 증오하는 비인간적인 이 신흥종교를 넘어 인류의 번영과 환경보호가 함께 달성되는 ‘환경 휴머니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 삼림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탐욕과 오만의 결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발전과정의 부작용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나는 자연인이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배경에 꼭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보인다. 그 걸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민둥산을 지금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으로 만든 이야기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외국의 지원금으로 산에 나무를 심는 것과 함께 석탄광산을 개발했다고 한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아야 나무가 무사히 자랄 수 있다는 발상에 자금지원을 해준 외국인들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나무를 연료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야생멸종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한다고 담장을 치고 태양광패널을 쓰라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이야긴가. 서구의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이 거쳐 온 발전과정을 무시한 채 지금 선진국의 생활기준을 들이민다. 자신들은 수력발전소의 혜택을 보면서 야생동물이 사는 숲이 잠긴다고 아프리카의 수력발전소 건설은 반대한다. 총칼로 자원을 약탈하던 식민지가 끝나자 이제는 ‘환경식민주의’로 또다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친환경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생산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따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44번 이상을 재사용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어업용 그물이고 비닐봉투 같은 생활쓰레기는 고작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실천한 방식들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었던 것은 아닐까? ‘정확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아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애정 어린 눈과 깊이 있는 통찰로 변화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것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2021-07-11

일본의 생태 범죄에 의해 희생된 독도 바다사자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일본 정부가 2018년 도쿄 중심부에 개관한 영토주권전시관 주관으로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지방 순회전을 연다고 한다. 전시회 포스터에 따르면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바다사자(강치)를 포획하고 있는 사진을 내세우며 독도에서 바다사자 민간인 조업 활동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울릉도·독도가 주 서식지이었던 바다사자(학명 : Zalophus japonicus)는 생물분류상 식육목 기각아목 바다사자과 바다사자속에 속하는 해양포유류로서, 흔히 강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울릉도·독도를 비롯한 일본 연안 등에 분포한 것으로 알려진 바다사자는 방어, 멸치, 정어리, 고등어, 대구, 민어, 오징어 등을 먹이로 하며, 번식 시기는 4~6월, 임신기간은 약 11개월로 1년에 1회 새끼 한 마리를 낳으며, 성적인 성숙연령은 4~5세, 수컷이 세력권을 갖는 시기는 약 9세경으로 연구되고 있다. 바다사자 중 대형 수컷 성체는 몸길이 약 240cm, 몸무게 490kg에 달하며, 암컷 성체는 몸길이 180cm, 몸무게 120kg에 달한다.바다사자로 추정되는 기록들은 우리 역사에 다수 등장한다. 태종실록 1417년 기록에는 울릉도 거주민이 수우피(水牛皮)라는 소처럼 생긴 바다에 사는 동물의 가죽을 토산물로 바쳤다고 하였으며, 1694년에 삼척영장 장한상의 울릉도 체류 보고에는 울릉도 남쪽 해안 동굴에 다수의 가지어(可支魚)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1800년대 후반에 주로 배를 건조할 목적으로 울릉도에 들른 거문도를 비롯한 전라도인들은 독도에 들려 해구(海狗)라는 바다 동물을 잡았다고 증언한다. 독도 서도 북쪽에 위치한 큰가제바위, 작은가제바위라는 바위 지명은 울릉도에서 가지, 가제라고 불렀던 바다사자에서 유래하였다.독도는 일본인들의 잔혹한 바다사자 학살 현장이다. 1890년대 초부터 울릉도로 가다가 독도에서 수백 마리 바다사자를 목격한 일본 오키인들은 러일전쟁 직전에 가죽이나 기름 값이 치솟고 있었던 상황에서 일본에서 가죽과 기름 수요가 발생하면서 독도 바다사자에 주목하였다. 독도에서 본격적인 바다사자 포획은 죽도어렵합자회사를 설립한 나까이 요사부로를 비롯한 일본인들에 의해 190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독도에서 일본인의 바다사자 잡이는 대한제국 조정의 어떠한 허가도 없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일본측 기록에 따르면, 1904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200마리의 바다사자를 잡는 등 1941년까지 약 15,000마리의 바다사자를 포획하였다. 이러한 무자비한 바다사자 포획으로 당시 독도는 바다사자의 피 냄새가 진동했다고 하며, 심지어 일본 해군에서는 바다사자 포획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1년에 한 마리 새끼를 낳는 바다사자는 1941년에 일본인이 포획한 바다사자가 불과 약 16마리일 정도로 일본인의 남획으로 독도에서 바다사자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였다.해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도 독도에서 바다사자가 나타났다는 울릉도 주민 증언이 있었지만, 결국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서는 1994년에 독도 바다사자를 멸종 동물로 분류하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4월 독도 서도 북쪽 가제굴에서 독도 바다사자 뼈로 추정되는 동물 뼈를 채취하여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채취 뼈가 독도 바다사자 뼈인 것을 확인하여, 국제유전자정보은행에 독도 바다사자 뼈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바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바다사자에 대한 1950년대 사진자료와 일본인의 남획 기록 및 증언 자료만 보유하고 있었으며, 독도 바다사자 멸종으로 인해 유전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비록 독도 바다사자는 아니지만, 최근 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 연안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울릉도 및 독도 연안에 물개, 물범 등 해양포유류 들이 간혹 출몰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동안 동해안에서 발견된 대부분 물개가 사실상 그물에 걸려 죽은 채였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독도 또한 해양포유류 서식에 치명적인 폐그물 같은 해양쓰레기가 적지 않다. 독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독도 연안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해양생태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독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 교육과 관련법에 의한 해양환경 보호 명예 감시원 위촉과 울릉도(독도) 해양생태해설사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해양포유류를 비롯한 대형바다동물은 바다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존재들로서 해양 생태계 건강성을 대변하는 척도이다. 이제 독도는 단순히 우리 영토이기에 지키는 대상에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독도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자그마한 실천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영토주권 수호이며, 바다사자 남획이라는 생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게 독도를 관리하는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2021-07-11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추진하는 정부가 비난 받는 진짜 이유

김락현 경북부 최근 정부가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한안경사협회와 많은 시민들로부터 ‘국민 눈 건강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지난달 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온라인 안경판매 서비스 등을 ‘한걸음 모델’ 신규 대상과제로 선정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걸음 모델’을 통해 국가전문자격시험을 통과한 안경사가 있는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도수 안경을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게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하지만 ㈔대한안경사협회 등의 반발로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 이해당사자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사실 정부의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한번 시도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많은 논란만 일으키고 무산됐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당시는 도수 안경이 아닌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였다.2019년 정부의 온라인 판매 시도 이후 생각지도 못한 상식밖의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현행법상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정부가 국내 온라인판매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국내에서 온라인 불법판매로 법정에 선 업자가 “해외직구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국내 온라인판매만 처벌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한 상황이다.정부가 경제 논리를 내세워 추진했던 정책이 오히려 혼란과 불법을 부추긴 꼴이다. 그것도 국민의 ‘눈 건강’과 직결된 정책을 탁상행정으로 처리한 것이다.특히, 콘택트렌즈는 BC(곡률), PWR(도수) 등은 메이커나 렌즈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안과 또는 안경점에서 검안과 처방을 받아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음에도 해외직구를 통해 판매규제가 없어 소비자들만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콘택트렌즈 해외직구 쇼핑몰은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다시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번 따져봐야 한다.정부는 규제만 푼 것이고, 선택은 소비자가 한 것이니 결국 모든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인가.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져버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kimrh@kbmaeil.com

2021-07-08

대통령 자질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내년 3월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스무 명을 넘는다고 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말고는 매스컴을 많이 탈수록 좋다는 말도 있듯이, 그 중에는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름이라도 알리려고 나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면면들을 보자 하니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보다는 권력욕에 눈먼 자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아무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상당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릇된 생각이나 부족한 능력 때문에 나라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1948년 7월 20일 제헌국회에서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래 지금까지 열두 번째 대통령을 겪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집권한 대통령도 있고 과도기에 잠시 대통령 직을 맡았던 사람도 있다. 시대와 처지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을 터인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놓고 기반을 다진 두 대통령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는 생각이다.이승만 대통령의 투철한 반공의식과 국제적 식견은 대한민국을 세우고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을 설득해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도 당시의 절대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열악한 조건과 중구난방인 민심을 결집해서 나라의 경제적 기틀을 마련하는데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공과가 엇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두 대통령의 공로는 어떤 허물로도 다 가릴 수 없는 업적이었다.산업화도 민주화도 상당수준 달성하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OECD 국가인 지금은 과연 어떤 대통령이 적당할까. 개혁이나 혁명을 외치기보다는 기왕의 성과를 잘 살리고 모자라거나 잘못된 분은 착실히 개선해 나가는 일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선진국형 지도자가 요구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식의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지는 충분히 절감했다. 나라의 안정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식과 품위 있는 인격의 소유자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 중요한 덕목은 인재등용의 안목과 공정이다. 사심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소위 ‘캠코드’ 인사가 민심을 갈라놓고 국정을 망치는 걸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각 분야마다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유능하고 덕망 있는 인재들을 등용해 소신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맡기고 지원해야 한다. 수석이나 보좌관들도 눈치나 보고 아첨하는 자들이 아니라 언제든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특히 민감한 문제나 나라의 명운이 걸린 사항은 외부 전문가들까지 초청해서 며칠이고 밤샘토론이라도 벌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세계정세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도 갖추어야 한다. 그럴 능력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마음을 열어 놓고 배울 자세가 된 사람이라야 한다. 다행히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국민들의 의식과 수준이 문제다.

2021-07-08

올림픽 보이콧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올림픽 보이콧이 정치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항하여 올림픽을 보이콧 하자는 주장이다. 올림픽 보이콧 역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에 항의하기 위하여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열린 1980년 하계 올림픽에 미국, 캐나다, 서독, 한국, 일본을 포함한 서방 진영 수십 개의 나라가 불참을 했다. 미국이 불참하면서 서방국가들이 이를 따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는 소련, 동독, 알바니아 등 동구권 15개국이 올림픽을 보이콧 하였다. 정치에 의해 스포츠가 희생되고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사건이다.최근 들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도쿄올림픽 조직위 조치에 대항해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분개감은 이해하지만 또다시 정치를 스포츠와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독도를 자기 영토로 주장하는 일본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억울한 심정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되어 왔다. 그런 심정이라면 일본과 수교도 끊고 무역도 중지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억울한 심정이다.그러나 불철주야 올림픽의 메달을 향해 질주한 선수들은 어떨까? 개인 자격 참가는 허용하자고 하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대만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태권도 선수가 대만국기를 가슴에 달지 못하고 시상대에서 쏟아낸 그의 눈물은 잊을 수 없다. 올림픽 메달은 선수에게도 국가에도 영광의 순간이 된다.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에서 도핑문제로 러시아는 국가 단위 참가가 허용되지 않아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참가했다. 이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시상대에는 오륜기가 게양됐고, 금메달을 따더라도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메달을 따고도 국기가 올라가지 않고 국가가 울려 퍼지지 않는 그들의 착잡한 모습은 지금도 투영된다.해방 이후 70여 년간 계속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생떼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지지를 끌어내려는 속셈이다. 이에 동정적인 국가나 개인들도 세계에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도를 문제 삼아 스포츠 행사를 보이콧 한 적은 없다. 그것은 독도문제의 진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정치와 스포츠를 연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생떼를 쓴다고 반대로 생각할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그 심정은 이해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에 대한 규탄은 일회성이 아니다. 그들의 부당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여러 방안으로 규탄해야 한다.이제 올림픽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한 한국선수단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할 시간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2021-07-08

이건희 미술관, 애초부터 지방은 안중에 없었다

대구시를 비롯 전국 30여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했던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가 결국은 서울로 결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건희 미술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을 최종 후보지로 한다는 결정을 7일 발표했다.국토균형 발전과 비수도권 주민의 공평한 문화 향유권 기회를 요구했던 지방주민의 간절한 소망은 그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하고 서울 일방의 결정에 산산조각이 났다. 공정한 절차과정도 없이 후보지가 결정된 것에 대한 실망도 크지만 중앙 정부가 바라보는 지방 경시에 대한 편견이 고질화 됐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특히 대구시 등 영남권 5개 자치단체장이 합의하고 요구한 비수도권 대상 공모에 대해 일언반구의 해명도 없는 정부의 결정은 지방은 애초에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황희 장관이 “지방에 둘 경우 국고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발언에서 이미 짐작은 했지만 문체부의 너무 안이한 결정에 지역민으로서 느끼는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이 문제를 논의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구성원 7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사람이다. 이것만으로 공정성은 벌써 잃었다. 애초부터 비수도권은 후보지는 물망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고 지방자치 단체의 사활을 건 유치경쟁은 그들의 결정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이런 경우다.대구시 등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가 반발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비 전액 부담을 내걸었던 대구시는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물품의 입지를 서울로 결정한 것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반발했다. 부산시는 정부의 결정에 반발해 이건희 미술관과는 별개로 세계적 미술관 분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지방도시의 이런 반발을 정부는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인구와 경제 등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국토 불균형의 문제가 더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전국 2천800만 비수도권 주민의 반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공업도시 빌바오의 부활을 꿈꿨던 지역의 실망을 달랠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2021-07-08

소설같은 ‘가짜 수산업자’ 사기사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가짜 수산업자 사기꾼 김씨 뉴스와 관련한 최불암 시리즈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최불암이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금동이가 가정환경조사서를 내밀었다. 금동이는 아버지의 직업이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 직업을 뭐라고 쓸까요?” 아들의 마음속을 꿰뚫고 있던 최불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이놈아, 수산업이지 뭐야. 붕어를 만들잖아” 폭소를 터트려야 할 이 유머에 활짝 웃지 못한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의 시즌이 다가오니 온갖 모사꾼들이 서울 여의도 정치권 주변에 흘러넘친다. 사기꾼들이 자칫 눈뜨고 코베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곳이 바로 여의도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이번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전직 언론인의 탐욕을 이용해 소개받은 정치권과 법조계 인맥을 지렛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들여다 보면 사기꾼들이 자신의 주변을 어떻게 포장하는지 알 수 있다. 김씨는 지난 2016년 다른 사기죄로 수감됐을 당시 교도소에서 만난 언론인 출신 A씨(59)를 통해 출소 후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을 소개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방’에서 만난 인맥으로 유력 정치인 가족까지 속여 수십억원을 빼앗는 사기범으로 진화한 셈이다.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오랜 세월 기자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은 정치인들에게 ‘감방동기’라는 설명없이 김씨를 소개해 줬다.김 씨는 우선 사기행각을 위한 밑작업으로 현직 검사, 총경급 경찰,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뿌렸다. 박영수 특별검사에게는 포르쉐 차량을 제공했고, 박 특검으로부터 소개받은 이 모 부장검사에게는 고가의 시계와 현금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수산업자라며 대게, 전복 등 고가의 수산물을 선물로 보내 친분을 쌓는 수법을 썼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도 자택으로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수산물 매매 사업 투자를 미끼로 11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4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은 구속된 김씨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날 경찰에 자신이 검사와 총경급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하면서다.경찰은 이 부장검사와 배모 총경,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청탁금지법은 청탁 금지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받는다. 지역 정치인 중에서 사기꾼 김씨를 만난 주호영·홍준표·김정재 의원은 모두 그의 말과 행동에 의혹을 느껴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중진의원인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0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기당하는, 소설같은 일이 벌어졌다. 탐욕은 사람의 눈을 가린다.그렇게 보면 이번 사건도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란 세평이 가슴을 울린다.

2021-07-08

“포항지진 시민대책위 역할 아직 안 끝났다”

포항시가 그저께(7일)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집행위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지진피해 보상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피해신청 접수가 오는 8월 31일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해, 집행위원들의 건의사항과 피해주민들의 추가적인 민원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여서 시민들의 관심을 끈 간담회였다. 사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밝혀지게 된 것은 범대위의 역할이 컸다. 범대위는 지난 2019년 3월 지진피해 회복을 위한 대정부 협상 창구 일원화와 지진피해 특별법 제정 운동 등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자발적으로 구성됐다. 범대위를 중심으로 포항시민 1천여명은 국회 앞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이날 시위에서 범대위는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이 정부의 지열발전소 건설이 원인임이 밝혀진 만큼 정부와 국회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피해 배상 등의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날 간담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대공·공원식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집행위원 20여명에게 포항지진 피해회복을 위해 애써온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지진피해구제 접수 및 지원금 지원현황과 지열발전소부지 안전관리사업 추진 등 지진피해구제 주요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집행위원들은 “피해주민들의 완전한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포항시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범대위는 완전한 피해극복을 통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는 포항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집행위원들의 말처럼 포항시민들은 여전히 지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국내 지진 사상 최대의 피해를 기록했다. 타 지역민들은 잊어버릴 수 있겠지만, 포항시민들에겐 4년 전의 지진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특히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 측이 수많은 전조 증상이 있었을 때 공사를 멈췄다면 피할 수 있었던 재해라서 시민들에겐 더욱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이런 측면에서 포항시가 지열발전소 부지를 매입해 지진관련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2021-07-08

무관용 원칙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 켈링과 제임스 윌슨이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이후 사회 각 분야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는 등 꽤 높은 반응을 얻었다.이론의 내용은 간단하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작은 무질서 상태를 방치하면 더 크고 심각한 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1994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 원칙을 도입하여 가벼운 범죄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를 선언했다.뉴욕시는 지하철 내 각종 낙서를 지우는 프로젝트를 5년간 꾸준히 전개했더니 뉴욕의 범죄가 50%가량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줄리아니 시장은 노상음주, 방뇨, 구걸, 윤락 등 경범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 우범지역이었던 할렘가의 범죄율도 크게 낮추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에 인용되던 깨진 유리창 이론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후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다. 뉴욕시의 지하철 낙서 지우기가 뉴욕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 것에 대해 직접적 원인인지에 대한 회의적 반론도 적지 않게 나왔다.그러나 깨진 유리창 이론이 사회 질서 유지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되면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문재인 대통령은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되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방역지침 위반 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 지시했다. 위급한 코로나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겠지만 당국의 거리두기는 그대로 두고 단속에만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단속만 강화하고 사태가 호전되길 바란다면 인디언 기우제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