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사과하지 마세요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릴 때 앞에 사람이 가로막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죄송하지만 길 좀 비켜 주시겠어요?’라고 말하게 된다. 그렇다고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딱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내 길을 막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부러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니 시비를 따질 일은 아니다. 그저 ‘나가겠습니다. 비켜 주세요.’ 하면 될 일이지 굳이 ‘죄송합니다’를 붙일 일은 없다는 것뿐이다. 여기서 죄송하다는 말은 그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말일 뿐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찰리 아빠의 생각은 다르다. 그런 사과는 하지 말라고 한다.찰리 아빠는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라는 책에 나오는 인물이다. 이 책은 20여 년 전 독일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대본 모음집인데, 작가 우르줄라 하우케의 촌철살인 풍자가 사이다처럼 시원해서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게 된다. 여기에 찰리나 찰리 아빠가 직접 나오는 것은 아니다. 찰리 친구인 아들과 그 아빠 둘의 대화만 나온다. 찰리는 아들의 친구이다. 아들은 찰리 아빠의 이야기를 자기 아빠에게 전하는 방식이다. 추가하자면, 찰리 아빠는 노동자 계층이고, 제목에 나오는 아들의 아빠는 화이트칼라 중산층이다.찰리 아빠는 일부러 한 것이 아닌 일이나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갑자기 손님이 왔을 때 옷차림이 엉성하다고 사과할 필요도 없는데, 연락 없이 방문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묻는다든지 라이터를 빌리는 일처럼 별 일 아닌 일에도 너무 쉽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습관에도 반대한다. 찰리 아빠는 사람들이 쉽게 붙이는 ‘죄송합니다’에 들어있는 진정성 없음과 위선을 들춰낸다. 그러나 아들의 아빠는 그런 사과가 교양 있는 문화인의 태도라며 옹호하지만, 아들은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 준 일도 아닌 일에 습관적으로 죄송하다고 해왔다면서 찰리 아빠의 생각에 동의한다.이렇게 건성으로 하는 사과는 잘하면서 정작 사과해야 할 일에는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아빠는 손님 접대할 음식이 적다고 손님에게는 미안해하고 음식 준비한 아내를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놀린 아이에게는 사과하라고 훈육하지 않으면서 장애인을 놀린 아이를 때린 아이에게만 사과하라고 하는 교장 선생님도 문제다. 사과해야 할 사람에게 사과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에게 사과하는 일이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고의로 공약을 지키지 않은 정치인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왕따 가해자 연예인은 피해자가 아니라 대중에게 사과한다. 부하 직원에게 갑질한 고위 관료도 피해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사과한다.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한다. 정말 사과해야 할 대상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신의 책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어렵다면, 건성으로 사과하는 습관부터 버리는 건 어떨까?

2021-08-30

국민의힘 ‘룰의전쟁’ 시작…심판 중립성 중요

국민의힘이 오늘(31일) 대선경선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9월 15일 1차 컷오프에서 8명, 10월 8일 2차 컷오프에서 4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후 오는 11월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버스가 출발하면서 경선룰에 대한 첨예한 신경전도 시작됐다. 첫 번째 뇌관은 ‘역선택 방지’ 조항이다. 앞서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이미 결론을 냈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일부후보들의 반발로 경준위 활동이 조기에 끝나고 선관위 체제로 넘어가면서 이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됐다. 당 선관위가 이를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후보들이 역선택 방지조항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조항이 경선 결과의 주요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 지지율 2위를 다투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준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쪽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선관위 결정에 따를 생각”이라고 했다.역선택 방지조항은 국민의힘과 무당층에 한정해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여권 지지자들이 경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약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본선 경쟁력을 갖춘 최종후보를 뽑으려면 경선단계에서 보수층과 진보층을 구분해선 중도확장성이 저해된다’는 논리고, 찬성하는 측은 ‘막강한 동원력을 가진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조작을 막기 위해서는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이제 ‘뜨거운 감자’는 당 선관위 손에 넘어왔다. 선관위는 9월 5일 대선후보 간담회를 열어 경선룰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선관위원장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경준위에서 마련한 것은 ‘안’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가감을 하기 위해 하나씩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이 역선택 방지조항 부분을 재론할 경우 선관위 내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어떤 경기든 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정 위원장의 중립적인 자세가 야당경선의 순항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

2021-08-30

포항을 글로벌 배터리 메카로 키우자

포항시가 국내 배터리 산업 선도도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기업 투자유치와 연구개발 등 인프라 조성, 인재양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배터리 산업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특히 포항시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국내 특구 중 유일하게 대기업인 GS건설이 1천억 원대 투자를 결정하고 9월 중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또 포항 블루밸리산단에 건립 중인 사용후 배터리 실증사업과 연구개발 육성을 위한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도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발표한 K-배터리 발전전략에 포항시가 제안한 배터리 파크조성을 위한 RD 전략 등이 그대로 반영돼 있어 포항시의 배터리 산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갈 인재양성 분야도 포스텍, 한동대 등 지역대학과 직업훈련기관과의 협력 분위기도 좋다. 특히 지역대학에 신소재 배터리과 신설도 추진한다고 한다. 배터리는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명운을 걸어야 할 자동차메아커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부품 산업이다. 배터리 기술의 고성능화와 국산화 등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 선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정부가 발표한 K-배터리 발전전략도 대한민국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선도국가로 지향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시마다 배터리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치열한 상황이다.포항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배터리 관련기업의 유치나 연구개발 등이 자유롭고 관련 시설도 많이 투자돼 있다. 본격적인 앵커기업 육성을 위한 전략 마련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철강도시 중심에서 산업 다변화를 노리는 포항으로서는 배터리 산업 육성은 전략적으로 적합하다.문승욱 산자부장관은 “반도체가 우리 몸의 머리와 같은 존재라면 배터리는 동력의 원천이 되는 심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포항시는 이제 배터리 선도도시 달성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한다. 경쟁을 벌이는 여타 도시를 따돌리고 최고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2021-08-30

누가 죄인인가

이바름 기획취재부 지난해 6월 6일 포항교도소 6수용동 하층 26실에서 50대 남성이 숨을 거뒀다. 그가 교도소 운동장에서 쓰러진 지 3일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폭행 흔적이 발견됐고,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20대 남성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라 살인 누명이 벗겨졌고, 법원의 판단에 의해 폭행 혐의도 벗었다. 그는 포항교도소 재소자 사망 사건의 범인이 아니었다.사실 이 남성에게는 살인과 폭행 전과가 있었다. 그날 26실에 있던 다른 재소자들보다 ‘위험한’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가 교도소 내에서 모범생활을 해 수형 등급을 올려 모범수가 됐다는 사실은 그가 살인자였다는 사실과 비교했을 때 무겁지 않았을 것이다. 깃털이나 먼지만큼이나 가볍고 하찮은 내용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모든 증거나 증언이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도 교도관들도, 검사도 이를 무시하고 징벌처분을 내리거나 기소를 선택하지 않았을까.그들은 합리적 의심을 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의심과 의혹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했다. 중(重)범죄자인 그가 사실 50대 남성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수차례 옷을 갈아입혔고, 몸을 씻겼고, 비상벨을 눌러 교도관들에게 이상한 낌새를 알렸던 사실조차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에 사로잡혀 교정시설의 진정한 목적이자 의미인 ‘교화’의 현장에서 눈을 감아버린 채 유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운 셈이 아닌가.20대 남성은 법정에서 “제가 가진 2개의 전과가 말하듯, 폭행을 했다면 누가 보든 말리든 상관하지 않고 때리고 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인과 폭행 전과가 있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인정했다. 교도소에서 속죄하면서 더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법정에 섰다고 했다.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은 오히려 배우고 가진 자들의 몫인가 보다.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교도소 측의 회유가 있었고, 재소자 방치 등 교도관들의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이 칼집에서 꺼내 휘두른 첫 번째 칼날은 엄한 곳을 베었다. 아직 이 사건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포항교도소에서 50대 남성은 왜 갑자기 죽었나. /bareum90@kbmaeil.com

2021-08-29

야당은 마포포럼의 단합 주문 새겨 들어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연구모임인 마포포럼이 최근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당이 단합해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국민께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대표와 대권후보들, 최고위원들이 수준 낮은 공방을 벌이며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마포포럼은 이 대표에게는 “제1야당, 수권정당의 대표는 국가지도자의 반열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했으며, 당 최고위원들에게는 “중립을 지키면서 각종 대담 프로그램 출연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권후보들에게는 “네거티브 언동을 중단하고, 정책 경쟁을 벌여달라”고 주문했다. 마포포럼은 김무성 전 대표와 강석호 전 의원이 좌장인 정책토론모임이며, 전·현직 야당의원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마포포럼의 지적은 타이밍이 맞고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은 내일(31일)까지 대선 후보등록을 끝내고, 9월 15일에는 국민여론조사 100%로 대선 예비후보 8명을 가려내야 한다. 일정이 이처럼 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당 대표와 최고위원, 대선후보캠프는 서로를 불신하며 치열하게 내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마포포럼이 당의 분열 책임자들에게 일일이 주의를 촉구한 것은 갈등상태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다양한 지표와 상황을 보면 내년 대선에서 여야 정권교체가 쉽지 않다. 민주당과 비교해보면 국민의힘은 자금, 홍보, 조직 모든 부문에서 열세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위해 급하게 해야 될 일은 당 지도부는 물론 당원 모두가 나서서 외연을 확장하는데 총력전을 펴는 것이다. 마포포럼이 지적한 것처럼 야당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당 전체의 단합된 힘이다. 이 대표는 얼마전 국민의힘을 디지털 정당으로 만들어 당의 영역을 키우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구상대로 온라인에서 당 지도부와 당원 간에 실시간 의사소통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야당의 소통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이 이 대표를 선택한 본질은 건강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나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의 나이가 젊다고 해서 지금처럼 너무 막 대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다시 ‘꼰대정당’으로 돌아간다.

2021-08-29

충격적인 低出産 흐름, 해법 찾아라

심충택 논설위원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연간 출생아 100명 미만인 곳이 지난 2015년에는 경북 군위군·영양군·울릉군 3곳뿐이었으나, 2020년엔 청송군 등 10여곳이 추가됐다. 이들 지자체는 앞으로 몇 개 남지 않은 학교마저 텅텅 비어갈 것이다. 전국 지자체 모두가 정책과 재원을 총동원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출산율이 늘어나는 곳은 별로 없다.지난해 전남 영광군이 합계출산율 2.46이라는 기적적인 일을 해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의 전국 평균은 0.84다. 인구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 2.1명의 출산율이 필요한데 유일하게 이를 넘어선 곳이 영광군이다.지난 2012년부터 쭉 전국 출산율 1위를 기록한 전남 해남군은 왜 지난해부터 영광군에 1위자리를 뺏겼을까. 감사원이 지난주 내놓은 ‘저출산 성과분석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감사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해남군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받은 여성 10명 중 3명 정도가 출산 6개월 내에 전입했으며, 같은 해 출산장려금 지급 종료 이후 여성 831명 중 180명이 6개월 내에 다른 지자체로 전출했다. 해남군은 2012년부터 출산지원금을 기존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렸고, 둘째 출산지원금도 1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늘렸다. 해남군은 지난해 발표된 2019년 합계 출산율에서 1.89명을 기록하며, 1위를 영광군에 내줬다.영광군은 2019년부터 파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폈다. 출산지원금이 첫째는 500만원, 둘째는 1천200만원, 셋째이상은 3천만원이며, 이외에도 신생아 양육비, 신혼부부 건강검진, 임신부 교통카드, 출산용품도 별도 지원한다. 최근에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까지 나왔다. 창원시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1억원까지 ‘결혼드림론’을 지원하고, 10년 안에 셋째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감사원은 “지역의 출산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외에도 일자리, 주거, 교육여건 개선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모든 지자체가 이같은 여건을 갖추긴 어렵지만, 세종시를 보면 출산율 해법은 보인다. 세종시의 2020년 합계출산율은 1.28명으로 광역자치단체로서는 1위를 기록했다. 특별공급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젊은 공직자들이 몰려 있는데다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비율이 거의 100%에 달해 육아여건이 타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우리나라와 같은 충격적인 저출산 흐름은 사회의 모든 현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육아 부담과 돈 때문에 결혼마저 기피하는 청년들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국가 모든 자원이 빨려 들어가면, 비수도권 지자체 소멸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정부는 출산율 문제를 국가 존폐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특히 여야 대선후보들은 저출산문제 해법을 주요공약에 반영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

2021-08-29

포항지진 피해, 실질적 지원 되게 마무리해야

포항지진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구제 지원금 신청 접수가 이달 말로서 끝난다.작년 9월 시작한 피해구제 접수 업무는 약 1년의 시간 끝에 최종 마무리되나 문제는 피해자의 만족도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다. 지난 19일 기준 접수 신청건은 10만건을 넘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주택피해가 8만9천여건으로 8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인명피해 1천393건, 소상공인 7천467건, 기타 등으로 집계됐다.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3년9개월의 시간 끝에 피해상황 접수가 완료된다. 어느 정도 지진피해가 인정될지 알 수 없으나 지진피해 판정과 지원금이 완료되는 시점으로 본다면 거의 4년 세월이 걸린 셈이다. 포항시도 이런 점을 고려, 포항지진 피해접수에 1건의 누락도 없도록 접수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포항지진은 특별법의 마련으로 피해 금액의 10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로 지열발전 사업자와 감독자의 업무상 과실 등에 의한 인재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지열발전 사업자의 미소지진 고의 누락 및 축소, 은폐 등을 확인했고 관련자 처벌을 사법당국에 요청했다.포항은 아직도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일부 주민이 있나 하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민도 있다.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지진 후유증은 포항에서는 진행형이다. 특히 포항지진은 우리나라 지진 사례에서 두 번째로 큰 지진이자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지진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의한 지진이라는 사실에 국민적 관심도 컸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런 점을 감안, 지난주 지진조사단 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피해에 관한 실질적 구제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폭넓게 피해금액을 산정해 달라”고 주문했다.포항지진은 인재였음에도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진상규명 및 피해구제가 미뤄져 왔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도 수많은 논란을 겪었고 아직 정부차원의 공식적 사과도 없다. 지진발생지라는 오명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집값이 폭락하는 등 도시 전체가 피해자로 전락했다. 포항지진에 따른 피해지원은 이런 면에서 실질 지원으로 이어져야 시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다.

2021-08-29

우산 의전(儀典)

2018년 북미정상회담 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쪽에서 걸어 나왔고 북한의 김정원 위원장은 왼쪽에서 걸어 나와 무대 한복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무대의 중앙은 양국 원수가 동등하다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다. 그러나 국제 외교에서 오른쪽은 상석의 의미가 있다. 미국 대통령이 오른쪽에서 걸어 나온 것은 초강대국에 대한 국제적 예우라 보면 된다.국제간 외교의전은 1815년 비엔나회의에서 원칙이 정해졌고 이것이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정으로 이어져 오늘날 국제사회의 의전관행으로 확립됐다.조선시대 편찬한 경국대전에도 복식, 국가의 전례절차나 조정의 의식, 국빈대접 등에 관한 의전 사항이 규정돼 있으며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한다.지금은 행안부의 정부의전 편람과 관행 등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의전은 국가적 예법으로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특히 외교관계에서 의전은 각 나라의 문화와 고유예법이 서로 달라 자칫하면 국제적 무례를 범할 수 있다. 국제간 외교에 있어 지켜지는 다섯가지 원칙이 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문화의 반영, 상호주의, 서열, 오른쪽이 상석 등이다. 예컨데 여러나라 국기를 게양해야 할 때 주최국의 국기를 중앙에 놓고 나머지는 영어 알파벳 순으로 한다는 것 등이다.법무부 직원이 차관의 우중 브리핑에 무릎 꿇고 우산을 받쳐든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다. 온라인상에는 의전이 아니라 갑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급기야 차관이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공무원 사회의 나쁜 관행적 의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의전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 통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9

준비운동·마무리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운동할 때 빼먹기 쉬운 게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 운동’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운동을 빠뜨리거나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본운동을 마친 뒤에는 피로하다는 이유로 마무리운동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대개 가벼운 달리기나 스트레칭이어서 효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하지만 운동에도 순서가 있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운동 전후에 챙겨야 할 필수과정이다. 준비운동은 바로 몸이 본운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긴장 완화는 물론 운동 손상을 방지하며 운동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크다. 또한 마무리운동은 본운동 후 신체 각 부위의 근육을 풀어주고 피로회복과 재활에도 도움이 된다.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 스트레칭이다.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은 유연성 증가로 운동 손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무리한 동작이나 운동을 하면 근육이 놀라 근육통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지기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준비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본운동을 시작했을 때 겪는 부작용은 더욱 크다. 준비운동은 결합조직과 근육, 건을 포함한 체온을 증가시켜 협응력을 강화시켜준다. 반면 불충분한 준비운동은 근육과 건에 염좌를 일으키기 쉽다. 등척성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한 근육과 하지 않는 근육을 비교하면 준비운동을 한 근육이 더 큰 장력에 견디며, 근육의 탄력성도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준비운동이 본운동의 운동능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골프를 쳤을 때와 스트레칭을 5~30분간 하고 골프를 쳤을 때의 비거리를 비교한 실험에서 초보골퍼는 6~15야드, 프로골퍼는 5.8~10.1야드 가량 비거리가 늘었다고 나타났다. 이같이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몸의 유연성과 근육의 수축력이 좋아지므로 경기결과도 좋아진다는 게 일반적이다.스트레칭 후 조깅을 준비운동으로 한 그룹과 스트레칭만 한 그룹을 대상으로 발목, 슬괵근, 몸통, 어깨의 유연성을 비교했을 때 스트레칭만 한 그룹보다 스트레칭 후 조깅을 한 그룹에서 발목의 가동범위가 유의한 증가를 나타냈다. 몸통에서는 스트레칭만 실시한 그룹이 비교 그룹보다 유연성의 증가를 보였다는 연구의 결과도 있다. 이처럼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지만 두 방법 모두 유연성 증가에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최근 건강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녀를 대상으로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으로 15분간 스트레칭을 한 그룹과 똑같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그룹의 혈중 젖산 농도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은 15분간 휴식을 취해도 젖산 농도가 운동하기 전의 2배 수준에 머물렀고, 반면 스트레칭을 실시한 그룹은 젖산농도가 운동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같이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특히 중요하다. 운동하면 안정할 때보다 심장 박동 수는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 Hg쯤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혈관계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스트레칭은 운동 손상 재활에도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운동 손상 후 5일 후부터는 염증이 가라앉고 회복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 시기에 스트레칭은 재활에 도움이 된다. 손상 부위의 콜라겐 조직을 강하게 하고 신체 부위를 지지하기 위해 조직과 같은 방향으로 자극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근육을 긴장시키고 자극 폭을 넓히는 저항운동도 효과적이다. 근섬유가 서로 엉겨붙지 않고 떨어지게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운동 상해 중 외상을 입은 직후에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적절치 못하다. 그 이유는 손상 부위가 매우 약하게 변해 있으므로 운동 시 쉽게 단열되기 때문이다. 만약 스트레칭을 하면 다친 조직을 쉽게 잡아 당겨 조직의 손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 발생부터 3~5일까지는 얼음이나 찬물로 대사율을 감소시키고 손상 부위의 산소공급량을 줄어들게 하여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이처럼 운동 상해에 대한 치유과정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각 부위별 관절의 가동력 회복뿐만 아니라 근육의 탄성도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 운동이다. 따라서 관절이나 주변근의 치유과정으로 스트레칭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부상 재발이 적은 효과적인 회복방법이 될 수 있다.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잊어버리고 넘어가기 쉬운 과정이지만 습관화하면 운동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고 운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동 후 피로회복과 재활에도 효과가 있다. 스포츠전문의나 스포츠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본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과 본운동이 끝난 뒤 마무리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08-29

남편이 ‘남의 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흔히들 아내들의 모임에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한다.‘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오늘은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위태로움을 막고 내 편이 되기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에 대해 말해 볼까 한다.“남편은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아내인 내가 알아야 한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주변 사람(특히 아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행동 양식’을 보인다. 즉,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에 집중하고 혼자 있으려고 하기에 혼자만의 물리적 공간이나 심리적 공간인 동굴로 들어가 생각하는 로댕이 되려 한다.왜 이런 경향이 생겼을까? 남편은 태초에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사냥을 할 때 강인함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무능함과 허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냥꾼 출신인 남편은 아내에게 나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무능이고 허약함이라 생각한다. 조용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 오늘의 사냥 실패를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한다.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면 스스로 동굴에서 내려와 행복한 마음으로 먼저 입을 연다.그런데 아내는 동굴로 숨은 남편을 걱정 한다. 아내는 남편의 스트레스를 덜어 줄 목적으로 “자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거에요”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악이다. 오히려 남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확률이 높다. 심지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남편은 벌컥 화를 낼 수도 있다.또 아내들이 참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남편들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명 남편의 실수나 잘못인데도 남편은 끝끝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사과하거나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왜 이런 경향이 생겼을까? 남편은 태초에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의 실수와 잘못은 곧 그가 사냥에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면 내 가족이 굶어 죽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가족을 지킬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사냥꾼에게 있어 의미 없는 삶이 되어버린다.따라서, 남편은 “나는 실수할 수 없다. 잘못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나는 나의 실수나 잘못을 시인할 수 없다. 나는 미안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사냥꾼이다”라고 생각한다.그러다보니 남편은 분명히 자신이 실수나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는 인정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 까짓 것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나?”하면서 얼버무린다. 남편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어여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이제 그동안 아내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남편들의 행동에 대해 아내들이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위태로움을 막고 내 편이 되기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를 드리고자 한다. 많은 아내들이 동굴 속에 들어가는 남편들의 행동을 오판한다. 동굴 속의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ㅁ는 것은 아닌지” 또는 “자기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러한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내가 이해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는데 남편이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그가 아직 동굴 속에 있음을 의미하니, 대화를 중단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남편이 동굴 속에 완전히 빠졌을 때에는 그것에 반응하지 말고 아내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한다든지 대화를 나눈다든지 쇼핑을 하자. 물론 지나친 쇼핑은 곤란하다. 남편을 가만히 두면 오히려 남편이 훨씬 빨리 동굴에서 나온다.많은 아내는 자신이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듯, 남편이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때로 아내가 남편에게 “실수나 잘못을 미안하다고 말을 하든지 사과를 해야지, 왜 그렇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다그친다.그러나 그것이 최악이다. 가만히 두면, 남편은 마음으로 깊이 반성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나의 남편이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함을 아내가 이해하기 바란다. 남편이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어여쁜 마음의 선의라는 점을 이해하자. 부부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아내는 남편이 동굴 속에 혼자 있는 것을 지켜 봐 주면 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된다. 이 부분은 지난‘아내의 언어, 남편의 언어’ 칼럼에서 말한바 있다. 아내는 남편의 실수나 잘못을 다그치지 말고 그냥 두면 남편은 뼈저린 반성을 한다. 아내가 남편과, 남편이 아내와, 서로 다름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이해함으로써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루기 바란다.

2021-08-29

맑은 공기 품은 영덕, 2천만 관광객 맞을 준비

이희진 영덕군수 대게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곳은 우리 영덕군이다. 겨울철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게는 우리 지역의 대표 특산물이다. 다만 영덕이 대게로만 알려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남아 있었다.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탁 트인 바다, 청량함을 가득 머금은 푸른 산, 그리고 맑은 공기를 알리고 싶었다.대게와 맑은 자연환경은 분명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7년간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등 다양한 사업 등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경상북도에서 실시한 2021년 2분기 대기오염 경보제 운영결과’에서 미세먼지농도가 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이 있다. 2019년 친환경도시 대상을 수상하면서 2020년 ‘맑은공기특별시’ 선포식을 하고 ‘영덕은 공기가 맑다’를 적극 홍보하기 시작하였다.그 결과 지난해 맑은 공기에 이끌려 영덕군을 찾은 관광객이 1천만명에 이르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영덕군 강구항으로 총 32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왜 강구항 이었을까?영덕대게와 맑은 공기를 품은 자연환경이 그 이유일 것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달리는 자동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답답한 빌딩숲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맑은 공기’를 가진 영덕에 이끌리게 된 것이다.관광객유치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9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1인 평균 1년에 13일을 국내여행을 하며 1일 평균 7만5천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320만명이면 단순히 계산해도 2천400억원 가량을 지역에서 사용한 것으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맑은 공기를 앞세운 영덕군은 1천만을 넘어 2천만 관광객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덕~포항 간 고속도로 조기완공과, 의성~영덕간 철도 등 조기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광역 교통망이 확충되고 나면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어 영덕을 찾는 방문객이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앞으로 늘어나는 관광객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민자유치 활동등도 펼치고 있으며, 지금까지 영덕아이 대관람차, 해상 케이블카, 베스트웨스턴 영덕호텔, 삼사 호텔리조트 등 약 4천억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관광 시설 인프라 조성을 위한 토대를 다져가고 있다. ‘하루 더 영덕에 머물고 하루 더 영덕에서 좋은 추억’을 쌓게 하기 위해 노력중인 것이다.코로나로 관광의 패러다임이 회복과 개별화로 변화되고 있으며 영덕도 발 맞춰 가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에 선정된 인문힐링센터 ‘여명’을 중심으로 웰니스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영해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전국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어, 영덕이 새로운 힐링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영덕이 가지고 있는 유구한 문화와 역사를 발굴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의병항쟁의 상징인 신돌석장군, 고려말 고승인 나옹왕사등 다양한 역사 이야기들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영해 괴시마을은 전국 8번째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영덕의 문화적·역사적 가치는 입증이 되었다.국민 누구나 지친 일상을 벗어나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영덕, 역사와 문화를 꽃 피우고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영덕을 만들어 2천만 관광객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21-08-29

담백하고 간결하게

해가 뜨기 전 출발했다. 고요한 숲에 우리 발소리만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일찍 잠을 깨웠다. 아직 잠이 덜 깬 7번 국도를 달리니 바다에 아침노을이 붉다. 동해에 잠겼던 해가 몸을 막 건져 올려서인지 바다와 주위의 구름까지 물들여 놓았다.가을 여행길에 어울리는 곡을 틀었다. 어제 음악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노래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우~돌아선 그 사람 우~생각나네~’ 정경호의 ‘회상’이 차 안에 울려 퍼진다. 떠나버린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읊조리듯 부른다. 진짜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부르는 열창이 아닌, 배우가 기교 없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백한 수필 같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한 번 더 들었다.예배시간에 이런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순서에 맞춰 강대상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선 집사님, “예수님 우리 집에 멸치젓갈을 담갔는데 지금 딱 맛이 들었으니 한 번 오셔서 따뜻한 밥 한 숟갈에 얹어 맛보아 주세요. 그리고 베란다에 들여놓은 소국이 한창이니 향기도 함께 맡아 주세요.” 시를 써와서 낭독하듯 들려주는 기도가 생전 처음 듣는 기도라 가만히 고개를 들어 어떤 분이신가 하고 살폈다. 보통 장로님들은 나라 걱정으로 시작해서 태풍이 쓸어간 곳의 피해주민 안부를 챙기고, 목사님 말씀에 은혜가 넘쳐나길 염원하며 긴 기도의 끝을 맺는다. 그 많은 기도 중에 몇 해 전에 들은 그날의 기도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건 아마도 그 집사님의 기도가 예수님을 친구라 여기고 드리는 담백한 초대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글도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가 좋다. 한자 말을 주저리주저리 엮어 펼쳐 놓거나 미사여구를 주렁주렁 걸친 어려운 글보다 이야기하듯 쉽게 쓴 글이 좋다. 오늘 찾아가는 숲도 그런 곳이다.사진 찍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곳, 가봐야지 하다 몇 년이 쓰윽 지나버렸다. 이번에는 꼭 가려고 마음을 먹으니 매일 비가 쏟아져 길동무인 남편의 발목을 잡았다. 일기예보를 수시로 찾아보다가 내일이 태풍의 눈인지 하루 맑다고 나왔다. 코로나 걱정도 되어서 사람들 뜸한 새벽에 가서 보고 오자고 부추겼다.7번 국도에서 영덕 상주 간 고속도로에 올랐다. 며칠 내린 비가 하늘로 오르며 구름을 만들었다. 우리가 갈 영양 수비면 방향의 산 중턱에 구름이 걸렸다. 구름 아래 동네 논에 벼가 벌써 알을 채웠고, 고추 고랑마다 반짝 맑은 날이니 식구들 모두 나와 고추 따느라 바빴다.영양 수비면 죽파리 주차장에 다달았다. 대여섯 대 정도 댈 수 있는 주차장이라는 이야기에 우리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 더 일찍 왔더니 다행히 세 번째였다. 차 한 대 정도 올라갈 수 있는 비포장 길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3.2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숲이 나타난다니 천천히 걷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길에 오롯이 남편과 나뿐이었다.며칠 내린 비가 골짜기에 쏟아져 내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시원하게 큰지 귀가 먹먹하다. 한시가 바쁜 매미의 한껏 몸을 떠는소리도 물소리를 뚫고 나왔다. 또 걷자니 구부러진 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코끝에 느껴졌다. 칡꽃 향기다. 세찬 비에 보랏빛 꽃잎을 한 자락 길에 뿌려놓았다. 그 옆에 개머루가 터키옥처럼 파란빛으로 익어간다. 그렇게 물멍을 한참 매미멍을 또 한참, 한 시간쯤 걸으니 어느 순간 어둡던 숲이 환했다. 여기서부터는 자작나무의 세계에요 한다.산 하나가 자작나무의 세계다. 드레스코드가 하얀색인 파티에 초대받았다. 모두가 흰색인 틈에 남편과 나만 색깔 옷이라 확 튀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자작나무가 자신의 순백의 삶을 들려준다. 자작자작, 숲의 목소리는 맑게 끓인 닭곰탕의 맛이다. 막냇동생 백일에 이웃에 돌린 백설기 떡이다. 담백하고 간결하게 하늘로 뻗어가는 문체다. 가을의 문턱에서 듣기 좋은 맞춤 곡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도이다.산을 내려오며 뺨을 만지니 촉촉하다. 가을이 담뿍 묻어 있다. /김순희(수필가)

2021-08-29

이미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윤영대수필가 제16회 도쿄패럴림픽이 열렸다. 22개 종목 539경기에 162개국 4천403명이 참가했고 우리나라는 14개 종목에 159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였다.무관중으로 조용한 가운데 열린 개막식의 주제는 ‘우리에겐 날개가 있다’이고 스타디움은 ‘파라 공항’으로 꾸며졌다. 패럴림픽 엠블럼 ‘아지토스’가 바람에 떠다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개막공연을 보면서 진정한 장애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3-3-3박수의 의미도 알았다. 마음-육체-영혼에 용기를 주어 장애인들이 가진 질병에 대한 회복력과 역경을 극복하는 강인함, 그리고 평정심을 상징한다는 것을….바닥에 표시된 ‘WeThe15’의 의미는 전 세계 인구의 15%가 장애인인 현실에서 ‘장애 차별 종식선언 캠페인’이란다. 입장식에는 휠체어 탄 선수들이 앞장서고 목발 짚은 선수들도 씩씩하게 걸어들어왔으며 얼굴에는 밝은 표정이 가득했다. 우리 선수들도 훈색의 생활한복 차림으로 82번째 들어왔다.이어진 개막식 공연은 ‘한쪽 날개 꼬마 비행기’ 이야기다. 주인공 꼬마 비행기 소녀는 13살, 선천적 신체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섯 대의 비행기도 모두 장애가 있다. 한쪽 바퀴 없는 비행기는 축구선수였는데 사고로 중도절단 장애이고, 작은 날개 비행기는 선천적 소인증(小人症) 장애이며, 긴 날개 비행기는 지적장애 연극배우이고, 수다쟁이 비행기는 청각 언어장애이며 프로펠러 비행기는 뇌성마비 장애인데도 그 유연한 몸놀림이 놀랍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마음의 눈 비행기는 시각장애를 가진 시인 작가이며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비장애인에게는 더 살기 좋은 사회’라고 말한다.개회선언 후 패럴림픽기 입장 때, 파라 앙상블 연주에서 왼손 장애인이 피아노 치듯 하는 기타 연주가 신기하고,오른팔 의수로 능숙하게 바이올린을 켜는 간호사와 ‘여우춤’을 추는 자폐증 무용수, 의족 모델, 시각장애 연주자, 하지장애 무용수 등 15명의 친구들이 보내준 응원의 힘으로 마침내 꼬마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오른다.탁구경기에서 두 팔 없는 선수가 나오기에 ‘어떻게 라켓을 잡지?’하였는데 입으로 라켓을 물고 발가락으로 공을 잡아 올려 서브를 넣었다. 스매싱도 힘찼다. 우리 선수도 하지 장애가 있었지만 그에 비하면 비장애인처럼 보였다.우리 선수가 경기를 치르는 14개 종목 중에 배드민턴과 태권도는 처음 도입되었고 육상,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농구는 휠체어를 타고 하는 종목이 있으며 유도는 시각장애인들의 경기다. 평소 자신을 이겨낸 영웅들이 좋은 성적으로 웃음 가득한 꽃길을 걸어오길 기대하며 우리 모두 응원을 보내자.“금4 은9 동21개의 20위를 꿈꾸겠지만 이기든 패하든 마음껏 즐기다 오세요. 패럴림픽 참가로 당신들은 이미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입니다.”

2021-08-29

취향과 공중

조현태​​​​​​​수필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 제목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이다. 애완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즘은 ‘애완’대신 ‘반려’로 표현이 바뀌고 있다. 반려동물 하면 개나 고양이를 먼저 떠올리고는 하는데 워낙 반려동물이 다양해지다 보니 별별 동물이 다 등장한다. 심지어는 뱀이나 거미 또는 곤충도 사람과 함께 실내에서 산다고 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애완이든 반려이든 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여 집안에서 동거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사람이 특정한 목적으로 길들여 기르는 동물을 가축으로 분류할 뿐 그것이 어떤 종류건 동물이기 때문에 동거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인간우월주위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특히 개의 경우, 한 집에 백여 마리나 기르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돼지나 닭처럼 식용으로 키우는 것도 아니다. 설명을 들어보면 다쳤거나 유기견을 돌보는 중이라고 한다.유기견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다쳤으면 동물병원으로 가야하고, 유기됐으면 올바르게 담당할 전문인에게 맡겨야 할 일이다. 아무런 준비와 지식도 없이 많은 개를 취급하다보니 주변에 엄청난 불편을 주고 있다. 시끄럽고 악취가 너무 심하다. 악취는 파리를 들끓게 하여 이웃이 대단히 싫어한다. 그렇다고 날마다 싸울 수도 없다. 처음엔 항의도 하고 싸우기도 했으나 이제는 아예 배 째라는 투다. 관계기관에 불편신고를 해도 별 대책이 없다. 공무원이 개인의 물건에 관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어떻게 정보를 습득했는지 시끄럽게 짖지 못하도록 성대절제 시술을 하기도 한단다. 개가 짖는 것은 사람이 말하는 것과 같은데 강제로 말 못하게 하는 시술이라니 기가 막힌다.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지 못하게 중성화 수술도 한다는 사실에 화까지 난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이런 사람일수록 개를 먹는 것에 극구 반대한다. 식용으로 키워서 필요한 사람에게만 공급하면 소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육우는 고기로 먹을 것이요 젖소는 우유를 먹으면 되듯 반려견은 한 이불 속에 껴안고 잘 것이요 먹고 싶은 사람은 전문 사육장에서 사 먹을 일이다. 기러기를 사육하여 먹어도 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그가 개를 사랑하므로 누구든지 개를 먹으면 야만인이라 낙인찍는다. 냄새 고약하고 시끄럽게 방치하다가 성대절제술이나 하는 사람은 고상한 문화인인가?바라건대,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개인의 취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전문시설을 만들어 올바르게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이에 앞서 꼭 지켜야 할 것은 개나 고양이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동물을 키워서 돈으로 바꿀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돈에 상관없이 애완용으로 키우다 싫어지거나 감당 못하여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애완동물이 아니었을 터이다.너무 자기 취향에 빠져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잘 한다고 칭찬하며 사료까지 지원하는 모순을 말하고 싶다.

2021-08-29

제 얼굴에 침 뱉는 구미시의원들

김락현경북부 최근 구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A시의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동료 시의원 5명이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가 반려된 사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신문식 시의원 등 5명은 구속된 A시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의회에 제출했다.하지만, 이 징계요구안은 구미시의회 회의규칙 제89조 2항 ‘징계요구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 징계대상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해야한다’는 조항에 의해 반려됐다.그러자 구미참여연대와 구미YMCA, 민주노총 구미지부 등 지역시민단체는 지난 24일 구미시청 현관 앞에서 김재상 의장이 징계요구안 반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시민단체가 기자회견에서 지적했듯이 공무원 징계 시효는 2년인데 시의원 징계 시효는 5일 이라는 것은 비리를 저지른 동료 시의원을 감싸기 위한 잘못된 규칙이다. 시민단체가 잘못된 현안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땅 투기로 구속된 동료 시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도 정당한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이러한 회의규칙을 만든 이들이 바로 구미시의원들이고, 그동안 그 혜택을 충분히 누려왔으며, 자신들이 만들고 누린 그 혜택에 대한 규칙도 모르고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1995년 1월 1일 제정된 구미시의회 회의규칙은 1998년 7월 7일 개정 된 이후 현재까지 11번이나 일부개정이 이뤄졌다. 제8대 구미시의회에서는 2번의 일부개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문제의 제89조 2항을 개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혜택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징계요구안을 제출한 5명의 시의원이 정녕 그 사실을 몰랐다면, 자신들의 무지를 탓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가 김재상 의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의장이 시의회의 수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하기는 하나 원칙과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시민단체는 의장에게 책임을 물을게 아니라 징계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된 5명의 시의원들에게 회의규칙부터 수정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물어야 하지 않을까.구미/kimrh@kbmaeil.com

2021-08-26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낙동강 녹조가 심각하다는 환경단체의 고발이 있었다. 독성물질 검출량이 미국 레저활동 허용기준의 수 백배를 넘는 수준이었다니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토록 심각하게 유해 녹조류로 오염된 물을 대구·경북 시도민이 먹고, 마시고 있다며, 분기탱천한 사람도 많았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환경단체 관계자는 낙동강유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평범한 농부였지만 농업용수로 쓰는 강물에 녹조가 너무 심하다 싶어 직접 강물 채수에 나섰다고 한다. 낙동강은 ‘녹조라떼’로 뒤덮였다고 할 만큼 심각했다는 게 그의 증언이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아직도 이 물을 사람이 먹는 음용수나 농업용수로 써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환경부가 이처럼 주장하는 데는 채수방법 차이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강물의 중앙에서 표층과 중간층, 그리고 아래층 물을 떠서 혼합해 녹조류 수치를 잰다는 것이다. 강 가장자리 표층에는 녹조류가 라떼 거품처럼 뻑뻑한 젤 상태가 돼 있어도 강물이 흐르는 중간에서 채수를 해 검사하니 별 다른 이상이 없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채수 지점도 문제다. 환경부의 채수 지점은 상수원 취수구와 상당히 떨어진 지점이라는 얘기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낙동강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보를 전면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동강 녹조가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20조가 넘는 혈세를 들여 설치한 보를 녹조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서 전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보수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정치적 의도가 일부 포함된 주장이기 때문이다.낙동강 보는 설치할 당시 적지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 홍수피해를 막고, 수변공간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농업·공업용수로 쓰기 위해 만든 게 아닌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4차례나 감사를 벌여 절차나 예산낭비 등 문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보잘것 없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큰 비가 오지 않아 홍수방지 효과를 편익으로 측정할 수 없었기에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더구나 녹조는 낙동강에만 생기는 게 아니다. 4대강 사업으로 정비한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녹조 범벅이 된 우리 강과 저수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땅히 국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과제다.이와 관련, 경북도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들과 함께 지난 2018년부터 86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낙동강 녹조제어 통합 플랫폼’ 개발에 나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으로 녹조를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경북도가 온 나라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녹조 문제 해결에 대한 단초라도 제시하는 성과를 내주길 기대해본다.

2021-08-26

늘어나는 돌파 감염…백신 맞고도 불안하다

경북 의성 공립요양원에 이어 대구가톨릭병원에서도 2차 백신접종을 마친 돌파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와 방역당국이 비상이다. 대구가톨릭병원에서는 25일 42명에 이어 26일에도 40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난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 이후 닷새만에 이곳 병원에서만 1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 중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음에도 감염이 된 돌파 감염자가 44명으로 확인돼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의성 공립요양원에서도 33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그중 24명이 돌파 감염자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전문가들은 돌파 감염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기존 백신이 델타 변이에는 감염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의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변하면서 백신효과가 66%로 떨어졌다는 보고서도 나왔다고 한다.또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는 일반인보다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빨리 떨어지는 것도 이유로 꼽았다.국내 델타 변이의 감염률이 90%를 넘고 돌파 감염이 증가세를 보이자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신접종을 해도 안전치 않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번져 나오고 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라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신 자체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치명률을 낮춰주고 위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 대응”이라 말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안갯속이다. 방역 당국은 4차 대유행이 추석연휴 이후 9월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대구시도 최근 하루 1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잇따르고 종합병원발 집단감염과 돌파 감염 사례까지 터져 나와 비상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병원발 감염은 의료체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 비상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26일에도 전국에 1천800명대 확진가 나왔다. 대구와 경북에서의 빈틈없는 방역을 당부한다.

2021-08-26

부채(負債)의 함정

코로나 사태로 금융대출 받기가 어려워진 일용직 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 등만 골라 돈을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최고 2천%의 돈을 뜯어낸 불법 고리대금업자가 얼마 전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은 대부금의 상환일을 한 달로 정하고 한 번에 100만∼500만원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한 달뒤부터는 이자 명목으로 하루 10만원의 돈을 받아왔다고 한다. 피해자 대다수가 돈 갚을 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였다고 하니 우리 사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빈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분기 기준으로 1조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1년 사이 168조원이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 한다.특히 국제금융협회는 우리나라 가계대출 비율이 GDP 대비 102.8%로 회원국 61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고 했다. 하반기부터 금융권이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 될 수는 있으나 가계부채를 줄일 방법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이런 상황에 국가부채도 내년에 1천조원을 돌파할 것이라 한다. 국가부채나 가계부채 등이 위험수위로 치달으면서 경제계 일각에서는 우려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뒷감당이 가능할 때나 하는 말이다. 과도한 빚은 국가나 개인이나 언제든 위험한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돈 빌릴 데가 없는 경제적 약자가 급전을 쓰다 고리대금업자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빚은 국가나 개인에게 모두 위험천만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6

야당 경선 레이스, 국민관심 집중시켜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12명이 지난 25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비전 발표회를 가지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당초 이번 행사를 두차례에 걸친 정책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캠프가 참석 여부를 놓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겪는 바람에 정견 발표회 형식으로 변경됐다. 많은 수의 후보들이 주어진 시간(7분)에 따라 각자 적어온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발표회여서 상호간의 경쟁력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표내용도 기존 언급된 자신의 공약들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이 저를 정치에 불러낸 이유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져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홍준표 의원은 “현 정권이 만든 공수처, 탈원전 등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퍼주기에만 집중하는 분배 포퓰리즘의 유혹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은 1% 승부로,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 교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이날 발표는 추첨을 통해 장성민, 안상수, 박찬주, 장기표, 윤석열, 홍준표, 황교안, 박진,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유승민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이 자신의 발표를 마친 뒤 자리를 떠 마지막 유승민 후보가 발표하던 차례에는 박찬주, 하태경, 황교안, 최재형 후보 4명만이 남아있었다. 홍준표 의원은 비전발표회 직후 “초등학교 학예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을 정도다.국민의힘은 어제(26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제 본격적인 경선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각 후보간의 경쟁도 전과는 다르게 격화될 것이다. 당 선관위 주관으로 실시되는 경선은 후보간의 정책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자리가 돼야 한다.그러려면 각 후보들을 상호검증하는 열띤 토론이 열려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앞으로의 경선과정이 이번 비전발표회처럼 감동없이 치러질 경우 야당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2021-08-26

학생 없는 캠퍼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캠퍼스에 학생이 사라진 지 2년째 되어온다.대학 시절을 생각하면 친구들과 잔디밭에서 기타 치며 카드놀이 하던 생각, 체육대회 때 농구경기에서 부상당하던 일, 기숙사 파티에서 노래 부르던 기억들이 아름답게 추억과 함께 인생의 즐거운 편린으로 남아 있다.이제 캠퍼스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대학의 가을학기 개강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의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4단계 방역시책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번 학기에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기는 또 어려울 전망이다.필자도 2년째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얼굴으로 보긴 하지만 만나본 적은 없다. 물론, 온라인 강의의 장점도 적지 않다. 준비만 잘하면 교실의 대면 강의 못지않게 질 좋은 강의도 할 수 있고 토론 등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또한 장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강의를 제공하는 교수나 듣는 학생들 모두 편리한 점도 많다.그러나 비대면 강의가 채워줄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대학은 지식만을 얻는 장소는 아니다. 캠퍼스 생활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고 교수들과 대화를 직접 나누면서 그리고 각종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자기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 캠퍼스 생활이다. 그리고 문화를 공유하는 과정이다. 온라인 강의로 지식 전달은 가능하지만 문화의 공유는 어렵다. 문화의 공유는 교과서 학습만으로 되는게 아니며 직접 체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캠퍼스가 비대면 강의에 지쳐가고 있다. 교수회의 교무회의 등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강의는 물론 졸업식, 입학식도 각종 세미나나 교내 집단 행사 등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학생들이 오가는 활기찬 모습이 캠퍼스의 모습이건만 지금 캠퍼스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캠퍼스로 변했다. 교수들도 비대면 강의의 여파로 연구실에 나오는 횟수가 줄어든다.일부 교수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출장이 크게 줄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교수와 학생, 교수와 교수 간의 대화도 사라지고 침묵이 감도는 것이 캠퍼스의 현실이다.이런 와중에 코로나 확진자 수는 연일 증가하고 있다. 싱가폴처럼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선언할 날은 언제 일까? 독감처럼 코로나와 동반하여 살아갈 수는 없을까?신규 감염자 제로의 시간이 언제 올 것인가? 꽃을 피우고 녹음이 푸르르고 싱그럽던 캠퍼스는 곧 낙엽이 쌓일 것이다.언제 학생들과 교수들이 캠퍼스로 돌아올지 기약은 없고 캠퍼스엔 적막이 감돈다.지쳐가는 캠퍼스는 언제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 학생없는 캠퍼스는 이제 막을 내리고 위드 코로나로 다시 캠퍼스의 문을 열 수는 없을까? 참으로 고통의 순간들이 지나고 있다.

2021-08-26

반면교사(反面敎師)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이 소련의 점령 하에 들어가자 이슬람조직을 중심으로 미국 등의 지원을 받은 저항세력들이 10여 년간 반소항쟁을 벌였다. 그 결과 1989년 소련군이 철수하였으나, 군벌들이 내전을 벌이는 등 혼란이 계속되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규율로 무장하고 전국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갔다. 수도 카불의 무력한 기득권층과 북부 양귀비 재배 지역에서 아편매매 수입으로 횡포를 부리던 이른바 마약 군벌들과 경합하다가 1997년에 정권을 잡았다.집권 후 탈레반의 극단적 이슬람근본주의 정책은 세계인의 지탄을 받았다. 부정부패 청산을 명목으로 하는 숙청작업과 함께 대부분의 방송국을 폐쇄하는 등 언론을 탄압하고 종교의 자유를 억압했다. 특히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 것은 여성의 교육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여성들을 집안에 감금시킨 탈레반의 조치였다. 부르카(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검은 옷)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물론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금하고 외출하는 것도 막았다. 2001년 3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바미얀 석불을 폭파시켜 유네스코와 많은 국가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미국은 9·11 테러 사건의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이 아프간에 있는 것을 파악하고 탈레반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탈레반이 그 요구를 일축하자 미국을 위시한 국제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 작전을 단행했고, 그해 12월 탈레반 정권은 축출되었다. 9·11테러 20주기인 지난 4월, 조 바이던 대통령이 20년간 주둔하던 미군의 철수를 선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이 체결한 평화협정에 따른 거였다. 그러나 철수가 다 끝나기도 전에 탈레반은 다시 수도 카불을 점령해버렸다. 평화협정 따위는 걷어차버리고 곳곳에서 끔찍한 살육을 자행했다. 죽기로 싸우겠다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돈을 챙겨 국외로 달아나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국경지역에선 자식만이라도 살리겠다고 철조망 위로 아이를 던지는 여자들도 있었다.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되는 것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뿐일까? 황장엽 선생의 폭로대로라면 남한에는 지금 수만 명의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고, 수십 년 전부터 탈레반을 방불케 하는 종북주사파들의 활동으로 이제는 반공·방첩을 주장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국민들 대다수가 좌경화되었다. 허구한 날 미군 철수를 외치고, 사드배치를 막고, 한미연합 군사훈련까지 못 하게 하는 등 핵무기를 가진 북한 앞에서 정신적으로는 이미 무장해제를 한 상태다. 군대조차 수뇌부부터 국가수호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이대로 좌파정권이 이어져서 그들의 바람대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하고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대한민국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볼 때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닌 것 같다. 표퓰리즘으로 망한 베네수엘라나 안보와 자유수호의 의지가 없어 탈레반에게 나라를 내준 아프간을 반면교사로 배우지 못한다면 결국 그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1-08-26

사랑의 외나무다리

백후자 수필가 “합시다. 러브. 나랑, 나랑 같이.”“좋소. 대답이 늦은 만큼 신중했길 바라오. 이제 무엇부터 하면 되오?”외나무다리 위에 마주 선 두 주인공, 국경을 초월하고 신분을 넘어선 애틋함이 내면에서 고요히 흐른다. 다리 아래로는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개울물이 그들의 마음을 안 듯 모른 듯 무심히 흐른다. 묵계리에서 길안천에 놓인 하리교를 건너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계곡의 물소리가 연인의 속삭임처럼 감미롭게 들린다. 송암계곡을 거쳐 송암폭포에 다다르니 시원하게 내뿜는 물줄기가 가슴팍의 땀까지 식혀준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자연 속에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만휴정이다. 만휴정 안으로 들어가려면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외나무다리는 개울 하나 건너는 길이에 한 사람이 설 수 있는 폭이다. 나보다 일찍 온 연인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외나무다리 위에 마주 선 연인의 모습에서 그 자리에 섰던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보인다. 애틋했던 그 모습과는 다르게 달달하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 장소가 연인들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것 같다. 연인들도 이곳에선 드라마 속 주인공 못지않은 멋진 배우다. 얌전하게 또는 깜찍하게 그 순간을 연기하며 즐긴다. 풋풋하고 사랑스럽다.내가 건널 차례다. 여주인공처럼 조신하게 걷는다. 어깨가 좁고 가냘파서 한복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던 그녀, 그러나 건장한 사내 못지않게 당차고 용맹했던 그녀가 섰던 자리에서 멈춘다. 시대가 주는 아픔에 사랑마저 아파야 했던 그들의 삶이 찐한 연민으로 자리 잡는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서서 사랑타령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냥 건너기엔 아쉬워 나도 여주인공 흉내 내며 추억 한 장 찍는다. 어느새 또 다른 연인 한 쌍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새로 이룰 사랑도 없는 내가 얼른 다리를 건너 만휴정 안으로 들어간다. 안동 만휴정은 조선의 문신 김계행(金係行)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이다. 앞면 세 칸·옆면 두 칸이며, 앞면 쪽 세 칸은 마루 형태로 개방하여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이다. 양쪽 툇간에는 온돌방을 들였는데 학문의 공간으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번잡하지 않고 소박해 보이나 품위가 느껴진다. 옛 정취를 오롯이 담고 있는 그곳에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물소리 새소리 자연의 소리가 맑다. 불어오는 바람에 내 안의 탐욕이 모두 실려 간 듯 마음이 편안하다.보백당 김계행은 청백(淸白)을 보물로 삼았던 인물이었다. 만휴정에 걸린 편액에 그의 청렴한 마음이 한 구절 시로 반듯하게 깃들었다.‘吾家無寶物(오가무보물) 寶物有淸白(보물유청백)우리 집엔 보물이 없으니, 오직 보물이 있다면 청백뿐이니라.’청렴, 이 한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산들바람이 개울물을 타고 올라와 만휴정 우물마루에 앉는다. 보백당 선생이 산들바람과 벗하며 개울 건너 자연의 벗들도 부른다. 물 흐르듯 시 한 수 흘러나오고도 남을 듯하다.만휴정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외나무다리가 보인다. 여전히 사진 찍을 사람들이 띄엄띄엄 줄 서 있다. 다리 위, 마주 선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선 별이 총총히 쏟아진다.“통성명부터.”“아, 나는 고가 애신이오. 귀하의 이름은 아오.”두 주인공의 교차했던 감정이 한 방향으로 흘렀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가만가만 누르며 다가섰던 그 감정을 찾아보려 애썼다. 그 감정, 백분의 일도 찾지 못했다. 어찌 감히 그 감정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차고 넘쳐 개울물을 타고 흘러 폭포수가 되었는걸.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다면 즐겨라. 외나무다리 위에 섰든, 폭포수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섰든 함께라면 무엇이 두려우랴. 그들의 사랑이 그랬다. 사랑이냐, 조국이냐. 그녀는 조국을 택했다. 그는 그녀를 택했다. 그녀는 나라를 지키고 그는 그녀를 지켰다. 둘은 한 방향으로 걸었다. 사랑은 외나무다리를 걷듯 둘이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2021-08-25

들꽃이 피는 자리

뒷산에 생강나무꽃이 노란 꽃을 터트리면,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산과 들에는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 줄지어 들꽃이 피어난다. 만화방창 봄꽃이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나면 여름꽃이 듬성듬성 벙근다. 가을이면 늦을세라 이질풀, 쑥방망이, 구절초, 국화가 한 시절 만발한다. 겨울이면 산에는 눈꽃이 피고 우리집 유리창에는 성에꽃이 핀다.긴산꼬리풀, 두메고들빼기, 갈퀴현호색, 선괭이눈, 매발톱, 뱀톱, 모싯대, 노랑갈퀴, 층층이꽃, 큰까치수염, 큰뱀무, 노랑투구꽃, 고깔제비, 각시붓꽃, 가래수염, 가지꼭두서니, 개망초, 개별꽃, 검정말, 갯패랭이, 금낭화, 금불초, 기린초, 꼬리조팝나무, 꽃마리, 꽃무릇, 나도개감채, 꽃방망이, 꽃기린, 꽃다지, 꼬리풀, 꿩의바람꽃, 노랑어리연, 노랑물봉선, 노인장대, 노린재나무, 노루오줌, 둥근잎꿩의비름, 들바람꽃, 둥굴레, 돌쩌귀, 동의나물, 딱취, 만주바람꽃, 딱지꽃, 모데미풀, 모래지치, 메꽃,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바위솔….들꽃 이름을 음미해 보면 깜찍하고 재미있다. 어김에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색깔, 모양새, 특징 등을 발음에 그대로 살렸다. 들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 같이 독특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앙증맞고 깜찍한 꽃다지, 샛노란 점박이 얼굴로 땅바닥에 착 달라붙은 쇠비름, 돌돌 말린 꽃대가 사르르 풀어지면서 방글대는 하얀꽃마리, 오동통한 잎 사이로 노랑별을 뿌려놓은 돌나물, 꽃잎이 노란 바람개비처럼 빙글대는 물레나물, 하늘 향해 좁쌀을 내뿜는 냉이, 대롱 끝에 하얀 별사탕을 피운 쇠별꽃, 올망졸망 방싯대는 금싸라기 은싸라기 웃음을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애틋해진다.”(김이랑 수필 ‘함백산의 봄’ 중)제비꽃은 제비가 날아올 때 피는 꽃이다. 오랑캐꽃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봄 춘궁기가 되면 북쪽 오랑캐가 내려와 백성을 괴롭혔다.그래서 제비꽃이 피면 오랑캐가 내려오고 제비꽃 뒷모양이 머리 테를 드리운 오랑캐 뒷머리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숱한 외침을 받은 수난의 역사가 꽃말에 들어있는 것이다.옛날옛날 강원도 산골짜기 암자, 스님이 부모를 잃은 아이를 데려와 함께 살았다. 어느 날 겨울나기를 미처 못한 스님이 먹을 것을 구하러 어린 동자승을 암자에 홀로 남겨두고 마을로 내려갔다. 그런데 눈이 많이 내려 암자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모른 동자는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동자는 끝내 앉은 채 굶어 얼어 죽고 말았다.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하자 스님은 서둘러 암자로 갔지만, 동자는 죽은 채로 마당 끝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스님은 동자승을 바로 그 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는데, 이듬해 여름,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났다. 한여름이 되니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해 동자의 얼굴처럼 붉은 꽃이 피어났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동자꽃’이라고 불렀다.옛날옛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을 매던 중, 시어머니가 볼일을 보러 풀숲으로 들어갔다. 볼일을 다 본 시어머니는 늘 그랬듯이 옆에 잡히는 호박잎을 손에 잡고 뒤처리를 했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손에는 호박잎이 아니라 며느리 밑씻개가 잡혔다. 가시 돋친 잎으로 뒤처리를 했으니 얼마나 따가웠을까. 시어머니는 “몹쓸 놈의 풀, 꼴 보기 싫은 며느리년 볼일 볼 때나 손에 잡힐 것이지”라고 원망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들꽃이 보고 싶은 날, 들로 나가 들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나직이 물어본다. 너는 왜 피느냐고, 그러면 꽃은 그냥 웃기만 한다. 되물으면 그냥 바람에 흔들리기만 한다.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보면 들꽃은 그냥 피지 않는다. 산에 피든 들에 피든 음지에서 피든 마음속에서 피든, 꽃은 다 피어야 하는 까닭이 있다.“별똥별 떨어진 자리에는 노란 민들레가 핀다. 노루가 오줌을 눈 자리에는 노루오줌꽃이 피고 제비가 똥을 눈 자리에는 제비꽃이 핀다. 장끼와 까투리가 사랑을 나눈 자리에는 꿩의바람꽃이 핀다. 사무친 그리움이 진 자리에는 상사화가 벙글고 애달픈 사연이 깃든 자리에는 찔레꽃이 핀다. 서러움 북받치는 자리에는 눈물꽃이 터지고 기쁨 넘치는 자리에는 웃음꽃이 핀다.”(김이랑 수필 ‘함백산의 봄’ 중)할머니 무덤에는 할미꽃이 핀다. 구절양장 한숨 쉬며 넘는 고갯마루에는 구절초가 핀다. 신선이 노닐다 떠난 자리에는 배롱나무꽃이 피고, 범이 낮잠 잔 자리에는 꽃범의꼬리가 핀다.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노루목 넘을 때 아버지의 등에는 소금꽃이 핀다.이 땅에 사는 민초는 마음을 들꽃에 담았다. 그리하여 들꽃이 피는 자리에는 사람의 마음이 피고 마음이 피는 자리에는 들꽃이 핀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8-25

유에프오와 국가 지배층의 무의식적 원형

강길수 수필가 일찍이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융은 그가 쓴 ‘현대의 신화’에서 유에프오(UFO) 문제를 다루었다. 왜 융이 1958년 미확인 비행물체를 심리학의 주제로 다룬 책을 냈을까.전에 논술을 공부하면서 ‘현대의 신화’를 읽었다. ‘융’은 ‘유에프오’ 현상이 미확인 상태이므로 ‘풍문(風聞)’으로 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의심할 여지 없이 존재하는 심리적 현상’을 다루고 있다. 심층심리학의 분석적 방법이 보증하는 가능한 한 모든 결론을 ‘풍문으로서의 정신적 소산’에서 끌어내고 있다.하늘에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유에프오 현상은, 2차대전 이후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왔다. 1947년 미국 로즈웰 유에프오 추락 사건의 풍문은 그 대표적 사례다. 심층 심리 연구자 융이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에프오 신드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융에 따르면, 유에프오를 인간이 조종한다면 급속한 비행으로 죽을 수도 있다. 이 점이 ‘유에프오’의 풍문성을 증명하며, 정신적 원인을 갖게 된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해리(解離)되었을 때 즉, 의식과 반대되는 무의식의 내용이 생기면 거기에 정신적 원인이 있다. 이때 비정상적인 확신, 환상, 착각 같은 현상들이 나타난다. 냉철한 판단과 비판적 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무의식은 격렬한 작용을 하여 그 내용이 지각되도록 한다고 말한다.이어 그는, 유에프오 현상을 ‘꿈 해석의 원리’에 따라 해석한다. 사람들에게 지각된 원반 또는 구형의 둥근 대상은 심층 심리학적으로 ‘전체성의 상징’, 산스크리트어로 원(圓)을 뜻하는 만다라(Mandala)에 비유된다. 만다라는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한계를 짓는 원, 보호하는 원, 또는 재난 피하기를 소원하는 원으로 나타난다. 곧, 플라톤의 ‘이데아’이래 ‘태양,’ ‘연금술’, 종교들의 ‘신 상징’으로 나타난 원형(原型)상징이다. 유에프오 풍문은 그 물리적인 실재 여부를 떠나, 신비적인 경향을 기피하고 합리적인 정신이 우세한 현대인의 ‘무의식적 원형’이 된다.지금 우리 사회는, 융이 제시한 유에프오 풍문과 다른 형태의 ‘무의식적 원형’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자칫 사회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586으로 대표되는 세대가 국가 지배층으로 군림하고 나서부터, 국민은 유에프오 신드롬처럼 긴가민가하다. 불안하다. 그들이 어떤 무의식적 원형을 가졌기에….민주화 운동 주역을 자처하는 그들의 행태는, 가히 전체주의를 능가한다. 자신들이 학생 시절 군사독재 체재로부터 억압받았다면, 지배층이 된 지금은 같이해서는 안 된다. 자칭 민주화 세력이기 때문이다. 5·18과 세월호가 무엇이기에 연구도 안 되고, 비판도 할 수 없도록 하는가. 도대체 그들의 민주주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라 명운이 걸린 4·15 부정선거 문제에는 왜 눈길도 주지 않고, 꿀 먹은 벙어리인가.유에프오 풍문의 ‘무의식적 원형’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미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 지배층의 집단 ‘무의식적 원형’은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운다.깨어있는 국민이 일어나야 할 때다.

2021-08-25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의 재평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광복 76주년 홍범도(1868∼1943) 장군이 먼 이국땅에서 귀환하였다. 그는 카자흐스탄 크즐오라다를 떠나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셨다.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나 이국땅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시고 사후 7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만주 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는 영웅적인 전투 승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그의 항일 투쟁을 높이 평가하는데 정작 고국은 그를 외면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서훈 받고 영면에 들었다.평양 출신 홍범도 장군은 머슴살이하는 부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출산 후유증으로 모친은 사망하고 부친마저 그가 9살 때 돌아가셨다. 그도 머슴살이를 하다 190㎝의 장대한 기골로 조선군 나팔수로 선발되었다. 그 후 금강산 신계사에서 승려 생활을 하다 비구니스님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2007년 필자도 금강산 신계사를 다녀왔지만 그가 거쳐 간 사찰임은 전혀 몰랐다. 10년간 포수 생활로 그는 총 솜씨가 뛰어나고 산을 잘 타 ‘나르는 홍범도’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 후 그는 의병 전쟁에 참전하여 주재소 습격 등 많은 전공을 세운다. 일제가 그를 회유하기 위해 그의 부인에게 귀환 편지를 쓰라고 강요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순절하였다.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7일 대한독립군이 최초로 일본군에 승리한 전투이다. 이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은 일제의 75사단의 월강 추월대와 교전하여 일본군 175명을 사살하게 된다. 물론 이 전투는 홍범도 장군 단독 전투가 아닌 합세한 독립군 연합의 승리이다. 독립신문은 이 전투에서 아군 장교 1명과 사병 3명만 희생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이 전과에 관해 일본은 인정치 않는다. 이 전투의 승리는 그해 10월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승리로 직결되고 당시 독립 운동가들의 사기를 크게 북돋아 주었다.일제는 이 전투의 패배로 만주에서 대대적인 독립 운동가 색출 작전을 벌인다. 그는 인근 연해주로 긴급 피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집권한 레닌은 그의 항일 투쟁을 높이 평가하여 권총 한 정과 군복을 선사했다. 러시아는 그에게 작은 국영농장 콜호즈 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는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고려인 약 18만만 명과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한다. 항일 영웅 홍범도 역시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디아스포라 신세가 된다. 그는 고려인의 도움으로 극장 수위 생활을 하다 해방 2년 전 세상을 떠났다.홍범도 장군이 고국에 안장되고 최고 훈장이 추서된 것은 늦으나마 무척 다행한 일이다. 북한이 뒤 늦게 홍범도 장군을 평양에 모시려 하였으나 카자흐스탄 당국과 현지 고려인들이 거부하였다. 북한 당국이 항일 혁명의 역사는 온통 김일성 항일 투쟁역사로만 국한했던 편협한 결과이다. 일부에서 홍범도의 공산당 입당 경력과 ‘자유시 사변’시의 행적을 비판하지만 그의 봉오동 전투 공적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 이는 철 지난 이념 논쟁에 불과할 뿐이다.

2021-08-25

대구 식수원이 독성물질로 오염됐다니 충격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7월 28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주 2차례 대구시민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매곡취수장 앞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을 측정했더니 무려 435ppb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WHO와 미국 환경청은 마이크로시스틴의 먹는 물 기준 1일 허용치를 1ppb로 정해 두고 있으며, 20ppb 이상이면 물놀이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적게는 20배 많게는 200배 가까이 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같은 지점에서 조사했을 때는 0.11ppb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4천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환경단체들은 녹조현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채수 지점의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녹조가 별로 없는 지점을 선택해 수질 오염도를 분석해 왔다고 했다.수질을 조사한 환경운동연합측은 “환경부는 강 중앙의 위, 중간, 아래 물을 떠서 검사한 뒤 문제없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녹조덩어리가 취수장으로 들어가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끔찍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수돗물 정수 시설 성능에 따라 대부분 독성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의 높은 수치는 상수원 안전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은 구미시민의 취수원인 해평취수장 앞에서는 60ppb, 부산의 식수원인 물금취수장 앞에선 8.1ppb가 검출됐다. 대구시민의 식수원이 가장 오염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낙동강 수질 오염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구시민들은 수돗물의 안전성 여부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사실 낙동강의 녹조현상을 직접 보면 누구든지 이 물을 먹어도 되나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해평취수원을 대구 수돗물로 일부 이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동의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구미지역 정치인들의 반대로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또 다시 숙제로 남게 됐다.정부는 낙동강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대구와 부산시민의 건강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낙동강 수질오염을 막는데 총력을 쏟아야 하고, 수돗물 취수장을 비교적 수질이 좋은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2021-08-25

확인 없는 저널리즘은 누더기가 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뉴스가 넘치는 세상이다. 하루 중에도 새 뉴스가 다른 뉴스를 덮을만큼 뉴스거리가 쏟아진다. 미디어가 시민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거리라고 간추려 정리하는 기능을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라 불렀다. 매체의 그 기능이 무색해질 정도로 새로운 소식거리가 많다.그럴수록 언론은 책임있는 기사발굴과 취재 그리고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과 뉴미디어가 범람하여 언론지평이 흔들릴수록 매체는 본연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에 더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이 본질적인 소명을 실천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필자는 ‘사실 확인’이라 부르고 싶다.‘언론의 요소들(Elements of Journalism)을 저술한 코백(Bill Kovach)과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언론의 기본은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기사를 작성하지만, 사실에 근거하고 직간접 취재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한 후에 보도행위가 있어야 한다. 사실을 벗어난 한 자락의 기사가 초래하는 위험은 상상을 넘는다. 미확인보도, 따옴표언론, 가짜뉴스는 모두 기자가 확인을 소홀히 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확인없이 마구 게재된 기사가 만들어내는 피해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언론인이라면 확인하며 글쓰는 일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사실로 확인한 끝에야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며 진정한 알 권리가 확보될 터이다.언론중재법을 두고 걱정하는 소리가 있다. 이해는 하면서도, 국민과 국회가 언론을 무슨 연유로 걱정하게 되었는지 돌아보는 일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언론환경이 온라인과 디지털을 수용하면서 기존 레거시미디어의 책임 바른 언론행위가 디지털미디어의 폐습을 오히려 닮아가면서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이전에도 물론 부적절한 언론행태가 없지 않았지만, 디지털환경이 펼쳐지면서 그 폐습은 급속도로 자리잡았다. 속도경쟁과 특종문화가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만나 ‘확인’은 아예 거추장스러운 일거리가 되고 말았다. 저널리즘의 본령인 ‘사실확인’이 무너진 자리에는 병든 언론이 만연하게 마련이다.언론중재법이 언론재갈법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언론계와 언론인은 이를 계기로 본질을 회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자유의 당당함을 유지함은 물론 충실한 사실확인을 토대로 한 책임있는 저널리즘을 회복해야 한다. 그 어떤 사실확인도 없이 의견과 주장을 게재한 후에 ‘아니면 말고’식의 언론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병폐가 얼마나 깊었으면 오늘같은 국민의 우려를 만났을까 돌아보아야 한다.민주주의를 구현함에 있어 언론의 자유는 기본이 아닌가. 돌아가는 사정을 시민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언론은 사실확인에 성실해야 한다. 언론행위가 구실이 되어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확인을 최우선에 두는 언론행위가 있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사실확인이 분명한 언론을 기다린다. 언론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선다.

2021-08-25

아기 울음소리 없는 사회

우리 사회가 아기 울음소리 없는 사회로 추락하고 있다. 사람이 한 나라의 국력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인구가 지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아파트가 남아돌기 시작해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줄어든 인구 만큼 소비자 역시 줄어들어 자동차 판매량도, 스마트폰 판매량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나라를 지킬 군인 충원도 어려워지고, 경찰과 소방관도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다.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의 0.92명보다 0.08명(-8.9%) 감소했다. 이는 1970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역대 최저기록이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세계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정말 너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0.84명까지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만명대로 내려 앉았다.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합계 출산율은 1.61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들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지난해 우리나라는 27만2천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명(10.0%) 줄어 역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1970년대만 해도 10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 2017년에 30만명대로 추락했고, 지난해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나라의 경제성장이나 국력신장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아기 울음소리 넘치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25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현명한 선택을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던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일부 경북 도의원의 반대의견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20일부터 제325회 임시회를 열고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위한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내달 2일 본회의에 상정될 이 안건은 25일 상임위에 올렸으나 도의원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최종 결론을 다음달 1일로 연기했다.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지난해 7월 군위군 소보면, 의성군 비안면이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결정이 날 무렵, 조건부로 내세운 약속이다. 당시 대구시와 경북도, 시도의회가 약속 이행에 공동합의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에는 대구시의회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의결했고 대구시도 행정안전부에 이를 건의했다.그러나 지난 23일 대구시 새공무원노조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반대 성명을 내는가 하면 경북도의회에서도 도세 위축을 우려한 일부 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군위군서는 대구편입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대구편입을 두고 도민간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4일 간부회의에서 “생니를 뽑아 후손이 잘된다면 생니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 말은 군위군을 떼어주더라도 경북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생니를 뽑는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잘 알다시피 대구와 경북은 매년 수만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절박하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건설로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추진하는 통합신공항 건설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자칫하면 가덕도공항으로 사람과 물량이 쏠려 이곳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통합신공항이 지구촌 곳곳을 누빌 항로를 갖추는 등 경쟁력 있는 관문공항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지역의 산업 유치 길도 당연히 넓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 등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지금은 대구와 경북의 응집된 힘이 있어야 신공항 건설의 동력이 생긴다. 군위의 대구 편입과 관련한 경북도의회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겠다.

2021-08-25

낄끼빠빠 합시다

‘낄끼빠빠’라는 말은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지자”라는 뜻이다. ‘낄끼빠빠’만 잘 해도 어디 가서 욕먹을 일 없다. 사회생활, 특히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게 이 ‘낄끼빠빠’의 지혜다. 학생들 술 마시러 가는 데 꼭 껴서 같이 놀려는 교수님, 친구 커플들 여행가는 데 같이 놀러가겠다는 모태솔로, 결혼식장에 신부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 하객,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오버하는 조연 배우… ‘낄끼빠빠’는 곧 눈치가 있고 없음의 문제다. 염치의 척도이기도 하다.물론 나라고 ‘낄끼빠빠’ 잘 하며 산 건 아니다. 학부 시절 학과에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그 애는 나 아닌 다른 녀석에게 이미 관심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든 마음을 얻으려고 설쳐댔다. 둘이 놀고 싶지만 학과에 소문 날까봐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로 “병철아 너도 같이 놀자” 한 건데, 나는 혹시나 싶어 정말 적극적으로 열심히 놀았다. 얼마나 보기 싫었을까? 지금 돌아봐도 얼굴이 화끈거린다.시간강사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재작년 수업했던 4학년 학생들이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가겠다고 해 나도 마침 제주도에 낚시 가는 일정이 있어서, 학생들에게 숙소와 렌터카를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학비 버느라 아르바이트하며 아끼고 모아 여행 경비를 마련했을 텐데, 졸업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역할은 딱 거기까지여야 했다. 괜한 오지랖을 부려 운전기사를 자청해서는 학생들의 여행 일정 내내 동행했다. 자기들끼리 찍는 기념사진에도 등장하고, 저녁마다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셨다. 얼마나 불편했을까? 미안한 마음 감출 길 없다.그렇다고 끼지 말아야 할 데 끼고, 빠져야 할 데 안 빠지기만 한 건 아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여러 군데 문예지와 문학 단체 등에서 편집위원이나 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내 경력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어떤 형태든 ‘감투’라는 걸 쓰면 사람이 우스꽝스러워진다는 게 내가 가진 아름다운 편견이다. 그 편견이 나를 나로 살게 해준다. 나는 아직도 ‘글은 혼자 쓰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낄끼빠빠’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얼마간 시끄러웠다. 김연경 선수에게 무례한 질문과 감사 인사를 강요한 배구협회 유애자 홍보부위원장이 논란이 됐다. 여자 배구선수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선수에게 “포상금이 얼마인 줄 아느냐”를 계속 묻더니 배구연맹 총재, 배구협회 회장, 금융회사 회장 이름을 줄줄이 읊어댔다. 그러고는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하라고 강요했다. 그야말로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이다. 윗선에 잘 보여 출세의 동앗줄 잡으려는 이들의 과잉충성은 언제쯤 사라질까? 익명으로 돈만 보내고 생색은 내지 않는 성숙한 후원 의식은 언제쯤 자리 잡을까?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당내 계파 간 갈등으로 번져 후보 사퇴한 음식평론가 황교익씨 소동도 ‘낄끼빠빠’ 문제다. 후보로서 자격을 갖추고 절차를 준수했다 하더라도 유력 대권후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신의 지원서 제출이 임명권자에게 일종의 ‘청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관광공사 사장으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고 했는데, 아무리 의욕이 있고, 또 잘 해낼 능력이 있더라도 더 의욕 있고 더 잘 할 사람에게 양보했어야 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9년 강릉국제영화제 구경 갔을 때의 일이다. 개막식에 앞서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됐다. 맨 처음 안성기 배우가 등장해 환호성이 컸는데, 곧이어 국회의원이 레드카펫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고요속의 워킹이 시작되었다. 호텔 사장, 부구청장, 도의회 의원들이 줄줄이 오르자 정말이지 박수는커녕 야유가 쏟아졌다. 이건 뭐 레드카펫이 아니라 수치스런 조리돌림이 되어갈 무렵, 당시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인기 절정이던 김서형 배우가 등장해 죽어가던 레드카펫을 겨우 살렸다. 빛이 난다.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축제에 정치인, 기업가, 지역유지들이 왜 얼굴을 들이미는 지 모르겠다. 과잉의전은 언제쯤 사라질까? 레드카펫 행사 제안을 받더라도 내가 낄 데가 아니라며 거절할 줄 아는 눈치를 높으신 분들에게 기대해볼 수는 없는 걸까? 제발 ‘낄끼빠빠’ 좀 잘 합시다!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