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찰수사권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에 나서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검찰에서도 과거 권위주의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면서 잘못된 수사관행을 폐지하고,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검찰에 대한 기대요구가 한층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결국 외부에 의해 검경 수사권조정이 강제적으로 이행됐고 이제 검찰수사권 폐지 논의에까지 이르게 됐다.
검찰에서 수사 관련 업무를 20년 넘게 담당해 온 검찰 수사관의 입장에서 지난날 주어진 사건들에 대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몰두에 온 지금까지의 수고가 수사권폐지로 모두 헛되고 부정되는 것 같아 그저 황망할 따름이다.
하지만, 지난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검찰권 행사로 인해 작금의 상황이 초래됐음을 검찰에 속한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자숙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검찰수사를 담당해 온 사람으로서 검찰수사권 폐지로 인한 검찰 수사에 대한 순기능마저 없어져 앞으로 형사사법기능 저하에 따른 폐해가 힘없는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앞서게 된다.
일반 서민, 경제범죄 관련 경찰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청 형사부에 주로 근무한 경험에 비춰보면, 최근 경찰에서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부합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수사해 완성도 높은 수사기록이 송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 내 일선 수사부서의 인력부족과 정해진 사건처리기한 등 녹록지 않은 현실 상황에서 복잡하거나 쟁점이 많은 사건에 대해서는 부실하거나 증거관계가 왜곡되는 등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건이 송치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례로 수사한 경찰송치 사건 중 건설현장에서 함바식당을 운영하던 신용불량자 A씨가 노령의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사기를 친 사건이 있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고, 피의자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명확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송치됐다.
당시 피해자는 노령의 여성으로 평생 모은 전재산을 A씨에게 사기당한 후 실의와 절망감에 병석에 누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고, A씨는 혐의가 없다며 기고만장한 상태였다.
검찰에서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면서 추가조사를 진행한 결과, A씨의 혐의가 확인돼 A씨를 상대로 재조사를 진행하자 그때서야 범죄사실에 대해 자백했고 이후 법정에서 실형까지 선고된 적이 있었다.
만약, 이 송치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수사할 수 없었다면 송치기록에 드러난 증거자료만 보고 사건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A씨는 현재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다니면서 어디에선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범죄 수사는 누가 잘하니까 거기 다 맡겨두자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경찰이 잘 할 수도 있고 검찰이 잘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경찰이 일차적으로 수사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한번 검토해 수사한 후 죄가 있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한 처벌이 가해지도록 하고, 억울한 사람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검찰수사권 폐지와 관련된 논의는 국민의 관점에서 선량한 국민이 범죄로부터 보호받고 범죄자는 죄에 상응하는 법의 집행을 받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지 지금과 같이 졸속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