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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뜨거웠을 용암의 꿈, 주상절리

윤영대수필가 경북 동해안은 지질 명소가 많다. 지질공원의 개념은 2004년부터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10년 제주도가 제일 먼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고, 환경부가 정하는 국가지질공원 13곳 중 경북은 3곳, 그중 하나가 경북 동해안이다. 원생대의 울진부터 신생대의 경주까지 낙동정맥의 동쪽 해안은 융기로 인한 해안단구와 퇴적암, 화성암 또 바다가 갈라지고 용암이 분출하여 냉각된 흔적인 주상절리(柱狀節理)가 지구 생성의 꿈을 보여주며 바닷가에도 육지에도 있다.경주로 갈 때마다 신비롭게 보아온 달전리 주상절리가 근래 들어 흔적이 희미해지는 듯하여 계곡을 더듬으며 가까이 가봤다. 이 주상절리는 포스코 단지 매립용으로 석재를 채굴하다가 발견된 곳으로, 천연기념물 제415호이다. 약 200만 년 전 신생대 3기 말에 생성된 현무암의 6각 기둥 주름이 높이 20m 폭 100m 규모로 80도 경사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휘어져 병풍 모양으로 둘려진 곳인데 그 틈새에 작은 나무들이 자란 탓이다. 엉겅퀴 꽃이 아름다운 잔디밭에 앉아 옛날 용암이 흘러내렸을 뜨거웠던 이곳을 상상해보며 고개를 들어 고요한 달전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아본다.경주 양남 해안도 주상절리의 야외박물관이다. 드라이브를 즐기며 읍천항으로 가서 조용한 포구 한켠에 주차하고 둘러보니 벽화 그려진 방파제와 빨강 하양 초록의 등대가 곱다. 하서항까지 1.7km의 ‘파도소리길’을 걸으며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보기로 한다.입구의 나무 계단을 올라가 조금 걸으니 긴 출렁다리가 걸려있다. 언덕에는 예쁜 펜션들이 바다를 보고 있고 발밑의 파도 소리 들으며 걷노라면 확 트인 절벽 위에 우람한 전망대가 보인다. 1층 전시실을 둘러보며 2017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536호의 이야기를 머리에 담고 4층으로 올라가면 주상절리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아래 활짝 편 부채꼴 주상절리가 파도에 씻기며 흥겨운 노랫가락을 들려주는 듯하다. 좌우로 펼쳐진 까만 바위들도 정겹다. 내려와 오솔길을 걷다가 몽돌해변에서 작은 돌탑도 쌓아 봤다. 길섶에 핀 야생화들을 만져보며 1km 남짓한 바닷길을 걸으면 위로 솟아오르고 기울어지고 누워있기도 한 여러 모양의 주상절리가 떡가래처럼 포개어져 있다. 그 위에 기대어 억겁의 시간을 가늠해 보기도 하며 하서항까지 왔더니 긴 방파제 끝에 빨간 ‘사랑의 자물쇠’ 조형물이 있다. 그 안에서 아내와 팔 벌려 하트 모양을 찍고 되돌아오는 길, 솟아있는 주상절리 위에 앉은 흰갈매기 떼는 바닷가에 꽂아둔 하얀 꽃다발 같다.오는 길에 문무대왕암을 보러 백사장에 내려가니 무슨 소원을 비는지 굿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감은사지도 들러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쌍탑을 돌아보고 대종천 어귀의 이견대에 오르니 만파식적이 들리는 듯하고….해거름 무렵 해안도로를 달려 구룡포 삼정리 주상절리로 갔다. 1억3천만 년 전 화산폭발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한 현무암의 모습이 규모도 크고 좋은데 잘 가꾸었으면 한다. 이 호랑이 꼬리의 뜨거웠을 열기가 우리 한반도에 고루 퍼져 새로운 동북아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빌어본다.

2021-07-04

일과 낭비, 그리고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에게 일은 무엇일까? 일의 의미는 인류역사와 함께 변해왔다. 중세시대에 일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에게 내려진 하나님의 저주를 상징했었다. 그래서인지 계급이나 신분체계가 분명한 이 시대 사람들에게 일이란 그저 괴롭고 싫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틴루터,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이 일을 하나님의 부르심인 ‘소명’으로 격상시켰고, 일은 천직이라는 생각으로 확산되면서 각 분야에 장인과 전문가가 등장했으며, 일에 대한 보람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근대적인 직업관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현대사회에서의 일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에디슨은 ‘나는 살면서 단 하루도 일한 적 없이 모두가 재미있는 놀이였을 뿐이다’라고 했으며, 아인슈타인은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하고 싶다면 일을 놀이처럼 하고, 놀이를 일처럼 하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산업혁명을 만들어내고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지능화로 상징되는 4차산업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대체로 일은 노력과 땀으로 놀이는 즐거움과 흥미로 여겨지지만, 일터인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고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자신의 성장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기업에서의 일은 ‘고객입장에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를테면 생산과정에서 고객의 요구나 주문에 따라 투입한 재료가 변형, 변질, 분리, 결합되면서 바뀌어 가는 과정에 가공되고 있는 제반상태를 ‘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낭비는 ‘고객입장에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정의되며, 생산과정에서 재료가 가공을 하지 않고 이동하거나 정체되는 상태를 말한다. 즉, 가공하지 않는 이동과 정체는 원가상승의 낭비요인으로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우리가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가는 낭비를 어느 정도 줄이는가에 달려있다. 여러 업체에서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도 원가에 차이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 생산과정에서의 정상과 이상상태 즉, 일과 낭비를 누구든지 현장에서 인지하여 불량과 장애를 줄이고 지속적인 개선을 유발하여 낭비를 최소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하고 유지하는 회사가 필자의 견해로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라고 본다. 1937년 설립하여 84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끊임없는 개선활동을 통해, 최근 10년 이상 20조원 전후의 영업이익 창출과 매년 포츈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일이나 직장은 삶의 척추 같은 것이다. 일손이나 일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보람을 찾으며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거의 매일 일하고 있는 기업의 생산과정에서 일과 낭비를 명확히 인식하고 평소 항상 나아진다는 마인드로 낭비를 줄이고 꾸준히 개선해 나간다면, 일에 대한 열정과 아울러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021-07-04

등대가 부는 피리

무엇이든 오래된 곳으로 가자 하니 잠시 생각하던 남편이 알겠다는 듯 차를 몰았다.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에 찍힌 목적지는 감포항이었다. 이 사람이 내 마음을 꺼내 보았나? 어제, 그제 나는 감포항을 그린 그림을 보고 왔다. 경주예술의전당에 화가 손수택이 그린 ‘감포 풍경’이 전시 중이다. 고흐전을 보러 갔다가 맞은편 전시실에 또 다른 전시회가 있다 해서 우연히 옮긴 발걸음 끝에 발견한 작품이었다. 초가지붕이 바닷가 산자락으로 다닥다닥 붙어선 1958년의 감포항이 나를 그림 앞에 한참 머물게 했다. 그때도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던 번성한 항구였구나 싶어 몇 채나 되나 눈대중으로 가늠해보았다.그림 속 초가는 다 사라진 항구에 다다랐다. ‘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이란 뜻의 송대말 등대였다. 겉모습부터가 특별한 한옥의 모습이다. 수령이 몇백 년은 돼 보이는 소나무 사이로 기와지붕에 탑 모양의 등대를 머리에 인 등대가 보였다. 포항에 사는 덕분에 등대는 아무 때고 만나지지만 한옥으로 지어진 것은 처음이다. 송대말은 해송 군락지이다. 이곳을 한국관광공사에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지정했다는 명패 앞에서 나도 사진을 찍었다.등대 둘레에 데크를 따라 바다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오래전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던 이들의 사진이 붙었다. 1943년에는 두루마기를 입은 어르신이, 1944년에는 검은 제복의 동료끼리, 1972년에는 단발머리 감포중학교 여학생들이 흑백사진으로 이곳에 소풍을 왔었다고 알려준다. 1986년의 등대와 감포항의 모습에는 색깔이 덧입혀져 감포항의 지난 세월을 함께 전해준다.등대 아래에 바닷가는 바위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파도의 간지럼을 타느라 하얗게 까르르 거렸다. 그렇게 밀려온 파도는 바위 사이를 드나들 수 있고, 튜브를 탄 아이들은 안전하게 떠내려가지 않게 막아주는 턱이 놓인 풀장이 있었다. 수년 전 남편은 친구들과 이곳에 와 물놀이를 했다고 했다. 자연 풀장인가 했더니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주상절리 바위와 바위 사이에 시멘트 구조물을 세워 축양장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어민들이 잡아 온 가자미, 전복, 광어, 고래, 돔 등을 보관했다. 담을 높게 만들어 물개도 키웠고 지붕을 만들어 덮어 뒀다. 축양장 위쪽 바위에는 화양정이라는 정자를 만들어 다다미방 열 칸을 만들어 바다와 솔숲으로 이어진 길을 오가며 망망대해를 감상했다. 정자에 앉아 횟감을 골라 먹으며 한국 색시에게 수발을 들게 했다. 그 여인이 ‘아리’라는 여인이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하야시는 해방되자 본국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배가 떠나려는 순간, 그녀의 오빠가 나타났고 아리는 총으로 하야시를 쐈다. 오누이는 독립운동 중이었고 그동안 시중을 들며 번 돈은 독립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아픈 이야기가 이곳에 전한다.일본인들은 축양장 해산물을 일본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선박사고가 잇따르자 암초 위에 등간(燈竿)을 설치했다. 그들이 물러난 뒤 감포 어업협동조합원들은 새로운 등간을 설치했다. 감포항을 이용하는 선박이 날로 늘어나 정부는 1955년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 송대말에 무인등대를 점등했다. 2001년 12월에 유인등대로 변경된 후, 해양수산부가 다시 2018년 11월에 무인으로 전환했다. 경주시는 이제 송대말 등대를 해양역사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 중이다. 올 10월이면 사람들에게 개방할 것이라 한다.감포라는 명칭은 지형이 감(甘)자 모양으로 생겼고 또 감은사가 있는 포구라 하여 감은포라 부르다가 음이 축약되어 감포가 되었다. 송대말 등대에서 감포항구를 내려다보면 다섯 개의 등대가 한 눈에 담긴다. 이름의 유래를 담아 항구에 감은사 탑을 음각한 등대를 두 개 세웠다. 하얀 등대에 감은사 삼층탑을 파냈더니 그 속에 파란 바다가 들어앉는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푸른 하늘이 들어오기도 해 구름 떼가 넘실대기도 한다. 뻥 뚫린 삼층탑 사이로 휘익 바람이 지난다. 만파식적의 음파가 송대말 등대까지 들려온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김순희(수필가)

2021-07-04

강(江)을 잇다, 사람(人)을 잇다

엄태항​​​​​​​​​​​​​​​​​​​​​​​​​​​​​​​​​​​봉화군수 봉화군 봉화읍의 시가지 지도가 확 바뀔 전망이다. 내성천 경관전망 인도교가 지난 5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봉화읍 내성천을 잇는 길이 116m의 인도교와, 전국 최초로 하천 한가운데 세워지는 높이 66m의 전망타워는 봉화읍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봉화 미래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봉화군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봉화군의 미래 발전 모습을 스웨덴 말뫼의 ‘눈물’과 ‘변화’에서 찾고 있다.말뫼는 스웨덴 제3의 도시이자 조선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항구도시였으나, 197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에 밀려 쇠퇴한 도시가 되었다. 당시 말뫼에 있는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며 세계 최대의 인양 능력을 가진 골리앗 크레인을 내놓았다.2002년 현대중공업은 이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여 울산에 설치했고, 크레인이 해체되어 운송선에 실려 가는 날, 수많은 말뫼 시민들이 이 장면을 눈물로 지켜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는 조선 산업으로 흥한 말뫼의 쇠락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 되었다.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의 말뫼는 어떤 모습일까? 신 산업정책으로의 과감한 대전환, 강도 높은 연금·복지제도의 개혁 등을 통해 현재 말뫼 인구는 당시보다 5만여 명이 더 증가했으며 북유럽 도시 중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며 유럽을 대표하는 친환경 에코시티로 탈바꿈되었다.무엇보다 이러한 대변화의 중심에는 대형 크레인이 위치하던 자리에 당시 크레인의 높이(128m)를 훌쩍 뛰어넘는 북유럽 최고 높이(190m)와 독특한 모양의 ‘터닝 토르소’가 말뫼의 랜드마크로 우뚝 위치하고 있다.봉화군은 말뫼의 랜드마크인 ‘터닝 토르소’에 주목해 한국의 말뫼를 꿈꾸며 현재 봉화군의 청사진을 치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봉화읍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내성천은 물야면 선달산(1천236m)에서 발원해 영주시와 예천군을 거쳐 문경시에서 낙동강에 합류되는 길이 110km의 낙동강 지류로써 봉화군민의 삶을 지탱해준 생명줄이자 전국 한여름 대표축제인 은어축제의 주장소이기도 하다.이곳 내성천에 봉화군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인 내성천경관전망인도교가 들어선다. 사업비 87억원을 들여 내성천 노인복지관과 산림조합을 잇는 길이 116m, 폭 10m의 인도교를 설치하고, 그 중앙에 봉화의 대표 특산물인 송이모형의 높이 66m 경관타워 조성에 착수했으며, 2022년 7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청량산 육육봉과 봉화송이의 콘셉트로 설계된 경관타워는 하이퍼볼로이드 구조(쌍곡면 강관구조)와 강관 돔구조를 연결해 구조적 아름다음을 표현하였으며 경관타워 상층부에는 홍보관과 전망대(24인승 엘리베이터 포함), 경관 조명 등도 설치한다.내성천을 경계로 봉화읍 시가지는 신·구 시가지가 둘로 나눠져 생활권과 상권이 분리되어 있다.길이 116m의 인도교 조성을 통해 단순히 내성천을 잇는 역할을 넘어 내성천을 경계로 분리된 신·구시장 상권을 연결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신·구시장이 내성천 전망 인도교로 연결될 경우 내성천 주변의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새로운 형태의 봉화 관광·레저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내성천 경관전망 인도교 조성사업은 내성천 110km를 대표하는 명물로 지역경기 활성화는 물론 경관타워를 찾는 관광객들과 군민들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내성천 일대의 관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확충을 통해 내성천 新르네상스 시대를 향한 도약을 준비 중인 봉화군이 ‘말뫼의 눈물’을 넘어 ‘봉화의 터닝’이 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21-07-04

기후 재앙

지금 북미지역은 펄펄 끓는 폭염과 열대야로 몸살 중이다. 섭씨 50도에 가까운 살인적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에서는 69명이 목숨을 잃었다.미국 남부 서쪽에서 시작한 이상폭염은 포틀랜드와 시애틀에 이어 지금은 캐나다 서부까지 점령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턴의 최고 기온은 섭씨 49.5℃였다. 리턴은 전날에도 47.9℃를 기록해 세계 폭염 신기록을 갱신했다.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은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골에 막혀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지면을 끊임없이 데우는 초대형 ‘열돔현상’ 때문이라 했다. 그러나 폭염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변화가 주범이라는 데 학자 간에 이론은 없다.지난해부터 전 지구상에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 학자들은 100년간 중국 윈난성 남부를 비롯 남아시아지역 식생이 기후변화로 바이러스를 품은 박쥐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고, 야생동물 포획과 거래가 사람을 감염시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등장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7월 현재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지구상 인구는 390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인류의 목숨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을지 알 수 없다.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박사는 “언젠가 지구는 460℃ 고온 속에 황산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빌게이츠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원자력 발전도 도구의 하나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면 인류는 살인적 폭염과 한파 등 최악의 재앙 속에 조마조마한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지구촌 기후변화에 지구인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01

재난지원금의 딜레마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국민들의 혈세로 만든 재원을 잔치집 떡 갈라주듯 나눠줬다간 민심의 철퇴를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로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에게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결정했다. 당정이 합의한 소득 하위 80%는 가구소득 기준으로, 상위 20%는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한다. 소득 상위 20%에 속해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는 가구는 약 440만 가구이고, 역산하면 1천700여만 가구가 지급 대상이 된다. 1인당 지급 금액은 25만~30만원 정도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위 10% 저소득층 약 200만 가구에는 평균보다 더 지원된다. 여기서 하위 80% 기준선은 소득 기준으로 대략 1억원 정도다. 가구당 소득 1억원이면 중산층 이상 생활이 가능한 데, 재난지원금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야당에서는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봉급생활자들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된 이후 ‘눈먼 돈’구경을 못해본 처지여서인지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포퓰리즘 정책의 무서움이다.이 와중에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법이 끝내 소급 적용 조항이 빠진 채 국회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논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소급 적용 조항을 뺀 손실보상법을 지난달 28일 의결했고, 이 법은 전날 법제사법위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의 퇴장 속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영업 제한 등 정부의 방역 관련 행정명령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보상한다는 게 골자다.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해 8월 이후로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소급 적용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면에는 재원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가 더 컸을게다. 소상공인 피해를 소급적용해 손실보상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100조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가채무의 급증으로 부담스런 정부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선택이다. 정부는 그대신 과거 손실에 대해선 ‘피해 지원’형태로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손실보상’논리로 가면 집합금지,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과 행정명령은 없었지만 실제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한 관광·여행 업종은 다르게 지원될 수 밖에 없고,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19세기 서양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너무 확신에 차서 자기 의견만 고집하지 마라. 어리석은 자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자는 모두 어리석다.”라고 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의는 어느 쪽을 택하든 최선의 방안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게 한다.

2021-07-01

주52시간제 확대 시행… 중소기업들 패닉상태

지난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됐던 주52시간제가 지금까지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지만, 어제(1일)부터는 5인 이상 모든 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경영계는 영세사업장이 주52시간제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거나 시행시기를 미뤄달라고 요구했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국회에서 이미 관련 법 개정을 마쳤기 때문에 시행시기를 더 늦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포항·경주 지역을 비롯해 제도 시행 대상이 된 소규모 업체들은 상당수가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중소기업들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데다 최저임금과 원자재값 상승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자총연합회가 최근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을 앞둔 50인 미만 기업 31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월까지 주 52시간제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고 대답한 곳은 3.8%에 불과했다.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도가 현장 실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원청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경우 원청의 발주물량에 따라 작업환경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매주 근로시간을 미리 예측해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주물량에 맞춰 부득이하게 야근이나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제도 시행으로 야근이나 연장근로를 하지 못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근로자들의 임금감소 역시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안그래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최저임금도 부담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영세업체일수록 주 52시간제 준수를 위해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노동부가 주52시간제 확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대내외 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확대시행은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열심히 먹고살려는 소규모 업체의 경영의지까지 빼앗아가고 있다.

2021-07-01

수도권 거리두기 전격 유예,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 등 수도권의 3개 시도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1주일 유예를 결정했다.코로나19가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돼 일단 거리두기 체제를 오는 7일까지 1주일 더 유지하면서 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수도권은 당초 7월 1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체제로 바꾸면서 첫 주간은 사적 모임 인원을 6명까지 허용하고, 이후는 8명으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또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도 밤 12시까지 늘릴 예정이었다.당국의 발표에 따라 미리 사적 모임을 준비했던 수도권 시민들 사이에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주말을 기해 계획했던 집들이 등 각종 사적모임이 깨지고 식당 등도 예약을 받았던 모임이 취소돼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전국적으로 새로운 거리두기 체제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전국에서 79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4월 이후 68일만에 최대다. 그 중 수도권 비중이 83%를 차지해 수도권으로서는 유예조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경기도 원어민 강사 모임 관련한 영어학원 집단감염이 지속 늘고 델타 변이까지 확인돼 거리두기 완화를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많은 게 사실이다.세계적으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센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 우리는 7월부터 거리두기 체제 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생업과 관련한 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백신접종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완화가 다소 조급하다는 견해와 함께 백신접종자에 대한 실외 마스크착용 완화는 재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거리두기 완화 유예는 결과적으로 당국의 방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시민에게는 대혼란만 초래한 꼴이 되었다.대구와 경북은 다행히 하루 10명 내외 신규환자 발생 등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던 이마트 월배점 사례에서 보듯이 언제든 돌발변수가 있는 것이 감염증이다. 대구와 경북은 어제부터 사적모임이 확대되면서 벌써부터 식당 등이 예약으로 붐빈다 한다. 거리두기 완화가 새로운 불씨가 되는 일이 없도록 수도권의 유예조치를 반면교사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2021-07-01

고집이란 이름의 기관차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일부다. 4년이 지난 오늘, 위에 나열한 공약 중에 하나라도 지켜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모르겠다. 도리어 취임사와는 반대의 길을 쇠고집으로 걸어왔다는 생각이다. 고집불통인 사람은 자기성찰이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속된 말로 한번 꽂히면 독선이나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탈원전정책과 소득주도성장정책, 부동산정책, 대북정책 등이다. 그것이 잘못된 정책이란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초지일관으로 밀고나간 것이 지금까지의 국정이다.탈원전정책만 하더라도 나라에 끼진 손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것이다. 신규 원전건설을 중단시키거나 계획을 백지화하고, 7천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도 경제성을 조작해서 조기 폐쇄했다. 국내 새 원전건설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원전산업 자체를 붕괴시켜 부품산업을 몰락시키고 해외 수출 길을 막는 일이다. 그 결과 핵심부품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에 처하고 전문기술 인력이 해외로 흩어지고 있다. 대학에도 관련학과의 지원자가 없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이 폐쇄의 길로 가고 있다.소득주도성장과 급격한 최저임금상향 정책으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져도 초지일관이고, 단세포적인 부동산 정책은 집값과 세금만 올려놓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병적인 집착을 보인 대북정책은 김정은의 농간에 놀아나는 사기쇼나 연출하면서 다른 나라의 비웃음을 샀다. 얼마 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을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하자, 타임지 기자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역사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자랑이라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자 여기저기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문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잔인한 독재자를 ‘가치 있는 지도자’로 묘사하며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눈 감고 있다고 비난했다.일국의 지도자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호불호를 떠나서 나라의 위상을 생각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가져야 한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일편단심 스토킹에 가까울 정도로 ‘김정은 바라기’를 하는 것은 심각한 결격사유가 아닐 수 없다. 독선과 아집과 망상을 연료로 한, 고집이라는 이름의 기관차가 달려가는 곳은 어디인가?

2021-07-01

안타까운 교수촌의 꿈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20년 전 포스텍에는 교수촌을 건립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돌았다.대부분 환경 선진국 미국 등에서 학위를 한 교수들의 머릿속에는 산기슭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별장 같은 집들의 꿈이 익어갔다. 그리고 전체 교수의 반에 가까운 100여 명의 교수들이 관심을 표명했다.포스텍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으겠다는 박태준 회장의 우수 교수 유치와 포스텍 교수들에 대한 배려의 일환이었다.교수들은 포스코 관련 한 개인의 초곡지구 소유의 땅을 아주 저렴하게 분양 받았다. 당시 분양 받지 못한 교수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멋진 ‘포스텍 교수촌’의 꿈은 그렇게 무럭무럭 익어갔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아직 ‘꿈의 교수촌’은 건립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교수촌 아파트 건립 문제로 교수들도 포함된 사업시행자 측과 분양받은 포스텍 교수들 간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사업 시행사가 바뀌면서 기존에 약속됐던 교수들에게 땅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아파트 무상공급 조건이 배제 되었고 상황이 혼잡해졌다.교수들은 시행사가 땅을 현물투자로 받으면서 주주인 포스텍 교수들을 외면한 채 소수 주주들만 총회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땅을 담보로 고액의 돈을 빌렸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주주 교수들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사업 시행사 측은 교수들에게 인감 등을 통해 업무 전권을 위임받았고, 개인들에게 아파트 무상 공급하는 것은 주택청약법에 따라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런 가운데 교수 주주들이 사업 시행사를 대상으로 낸 고소건이 검찰에 1년여째 계류되고 있어 진전이 안 되고 있다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로 갈라선 교수들 간의 갈등도 바라보는 동료 교수들과 포스텍 구성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포스텍은 설립 초기부터 세계적인 대학 건립의 꿈을 안고 모인 교수들의 단합된 힘으로 끌어온 대학이다. 그러한 교수들을 믿고 학생들도 모여들었고 그리고 한국을 이끄는 대학으로 성장해 왔다.지금 포스텍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특화 대학이며 국제 평가기관에 의해 세계 30위권으로 평가된 유일한 한국의 대학이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립대가 설립되어 전국에 이름을 날리는 명문대로 성장해 왔고 해외에서 그 명성을 떨치는 지역의 자랑이자 한국의 자랑인 대학이다.지금 설립자 박 회장과 초대 김호길 총장의 꿈은 고통을 받고 있다.‘멋진 교수촌의 꿈’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교수들끼리 다투는 모습은 35년 전 포스텍을 포항에 만들었던 그 두 분들의 뜻은 아니다.지금 교수들은 모두 한보씩 양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화합을 보여야 한다. ‘꿈의 교수촌’은 ‘꿈의 포스텍’과 함께 세계적인 명소가 되어야 한다. 당사자 교수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화합을 기대해 본다.

2021-07-01

호미곶(虎尾串)등대

정미영 수필가 비 개인 해수면은 평온하다. 비바람과 씨줄날줄 설피창이로 엮였던 그 많던 빗방울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물의 윤회 속에서 어쩌면 지금 내가 바라보는 바닷물로 거듭 되풀이 되었을 수도 있으리라.빗물에 사라진 길의 경계를 더듬어 걷다가 등대박물관에 다다른다. 그 곳에서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젖어 있는 등대를 만난다. 호미곶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등대로 1908년에 신설 점등되었다. 등탑은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붉은 벽돌만으로 조적된 팔각형으로, 18세기 중반 르네상스식 건축물이다.포항에 살면서 자주 찾아가는 것이 등대다. 무미건조한 현실에서 바다는 늘 동경의 대상이고, 등대는 내게 삶이라는 고해에서 희망의 해원을 향해 불빛을 비추는 이상향의 손짓으로 각인되는 연유 때문이다. 20년 전, 등탑 내부의 108계단을 올라갈 때였다. 각 층의 천장에는 대한제국 황실을 표상하는 오얏꽃 문양(李花紋)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역사 속의 한 시절을 가늠하자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아릿한 것이 올라왔다.등대는 배들을 안전하게 항구로 안내하는 구원자다. 등대의 불빛은 선박들에게 희망의 빛이요, 구원의 빛으로, 12초마다 한 번씩 40㎞까지 뻗어나간다. 호미곶 등대도 114년이나 된 오랜 세월 동안 칠흑 속에서 등명기를 깜박였다. 어선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부지런히 빛으로 타전(打電)을 부치면, 그 뿜어지는 불빛을 보고 멀리 고기잡이를 떠났던 배가 항구로 줄지어 돌아왔다. 가족을 위해 바다와 사투를 벌이고 돌아오는 피로한 어부들을 위로하듯 불빛은 포근하고 따스했다.등대를 볼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떠오른다. 예전에 아버님을 모시고 등대에 불이 켜지는 풍경을 자주 감상했다. 젊은 시절부터 아버님의 삶에는 무시로 태풍이 불었다고 들었다. 세상 바람은 모두 몰려와 아버님의 삶 속을 흔들고 다녔다. 큰집 형수님이 돌아가시면서 부탁한 조카 다섯과 당신의 자식 넷까지 건사하느라 생활에는 늘 짙은 해무가 끼였다.산골짜기의 급류도 종착지인 바다에 다다르면 잔잔한 법이다. 그러나 아버님의 시련은 끝이 없었다. 이제껏 굴곡진 생활을 견뎠으니 남은 생은 완만하고 순탄하게 흐를 일만 남은 줄 알았다. 그런데 한동안 편찮으셨던 아버님이 병원 검사를 받은 결과, 담낭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아버님은 마치 오래되어 기능을 멈춰 버린 등대처럼 보였다.아버님은 한 때, 가족들의 든든한 등대였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었던 아버님이 계셨기에, 자식들은 꿈과 희망을 갖고 삶이라는 바다를 누볐다. 잦은 포말을 만들며 바다가 울어도, 마음이 온통 슬픔으로 쟁여 있어도, 어부들은 바다로 나간다. 그들이 갯내음 비릿하게 풍기는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까닭은 등대가 집으로 오는 길을 변함없이 비춰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등대가 직접 고기를 잡아 만선의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부들의 마음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것처럼.등대를 바라보며, 문득 내 삶의 언저리를 돌아본다. 나는 등대처럼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주위 사람들이 때때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맬 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었는지, 궁금하다. 살면서 문득문득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등대가 되어도 좋을 성 싶다. 그러면 삶의 무게가 버거워 쓰러질 것 같은 사람도, 등대로부터 위안을 얻어 세상을 향해 힘차게 항해할 수 있으리라.아버님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이 달빛에 부서진다. 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어우렁더우렁 달빛 윤슬을 잡으려고 바닷물에 손을 담근다. 해조음과 어우러진 손이 일정한 가락을 타고 중모리장단에서 휘모리장단으로 급물살을 타니, 내 가슴에서 눈이 시리도록 검푸르고도 깊은 그리움이 연신 토해진다.고요히 흐르던 호미곶등대 불빛 하나가 방향을 틀어 내 마음자락을 물들인다. 내 가슴에 아버님의 화신인양 등대 불빛이 환하게 피어오른다.

2021-06-30

금박 물린 저 댕기가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우리네 동화에서 선녀가 입은 옷이 ‘날개옷’이다. 날개옷은 인간에게 꿈의 옷이다. 몸에 무거운 옷이 아니라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는 옷이니, 기능으로 보나 깃털 같은 멋으로 보나 이보다 좋은 옷이 또 있을까 싶다.돌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때때옷을 지었다. 설날에 입는 때때옷은 ‘설빔’이라고 했다. ‘빔’은 ‘비음’의 준말로 꾸민다는 뜻을 가진 ‘비오다’라는 옛말에서 유래했다. 돌빔, 설빔은 옷치레로 꾸밈과 멋을 예절로 여긴 우리네 전통문화이다. 한복을 가만히 음미해보면 우리네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어머니의 손은 참 바지런했다. 저녁밥을 지어 먹이고 설거지가 끝나면 또 일감이 있었다. 사위는 어둡고 방을 밝히는 것이라고는 호롱불뿐이다. 고된 노동에 어깨가 무겁고 눈이 감겨도 어머니는 바늘에 실을 꿰었다. 흐린 호롱불 옆에서는 실 끝이 단박에 바늘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침침한 눈을 비비고 다시 실 끝에 침을 묻혔다. 실을 쥔 손끝에 힘을 주고 바늘귀에 맞추면 자꾸만 빗나갔다. 그렇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 마침내 실을 꿰었다. 아이들이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리며 어머니는 한 땀 한 땀 바느질했다.색동저고리, 풍차바지, 까치두루마기는 남자아이 때때옷이다. 여자아이 때때옷은 색동저고리, 다홍치마, 까치두루마기며 장식으로 머리에 굴레를 씌우거나 댕기를 들였다. 때때옷을 다 갖추어 입힌 뒤에는 남녀 아이 모두 타래버선을 신겼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솔기마다 한 땀 한 땀 담긴 때때옷이야말로 이 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다.섶 - 저고리에서 앞부분과 뒷부분이 겹쳐지는 부분.앵삼 - 어린 사람이 생원(生員)·진사(進士)에 합격한 때 입던 연둣빛의 예복.돌띠 - 어린아이의 두루마기나 저고리의 긴 옷고름.사모 - 고려말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벼슬아치들이 쓰던, 검은 사붙이로 만든 예모.깨끼 - 고려말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벼슬아치들이 쓰던, 검은 사붙이로 만든 예모.떨잠 - 부인들 예장에 꽂는 비녀의 하나(떨새를 붙인 과판 같은 것).떠구지머리 - 조선시대 왕비와 왕세자빈 등이 예장할 때 사용한 머리모양.여여머리 - 조선시대 상류층 부인들이 예장용으로 크게 땋아 올린 머리모양.새앙머리 - 예전, 여자아이가 예장(禮裝)할 때 머리털을 두 갈래로 땋은 머리.스란치마 - 폭이 넓고 입으면 발이 보이지 않는 긴 치마.대란치마 - 조선시대 궁중에서 비(妃)·빈(嬪)이 대례복(大禮服)에 입는 치마.대슴치마 - 조선시대 왕실 및 상류사회의 여자들이 정장할 때 입은 속치마.진동 - 저고리의 어깨선에서 겨드랑이까지 폭이나 넓이.수눅 - 버선 등의 꿰맨 솔기.도투락 - 어린 여자가 드리는 자줏빛 댕기.까치두루마기 - 아이들이 까치설빔으로 입는 오색 옷감으로 지은 두루마기.동정 - 한복 저고리 깃 위에 조붓하게 덧대는 흰 헝겊 오리.도련 - 두루마기나 저고리 자락의 끝 둘레.배래기 - 한복의 옷소매 아래쪽에 물고기의 배처럼 불룩하게 둥글린 부분.아자문, 거들치마, 말기치마, 배자, 철립, 액주음, 단령, 끝동, 고대, 배래, 대님, 동정, 쾌자, 마고자, 단속곳, 속속곳, 다리속곳, 너른바지.한복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린다. 걸을 때는 펄럭이고 바람이 불면 물결처럼 출렁인다. 여인네의 치마는 수양버들처럼 하느작거리고 남정네의 하얀 두루마기는 풀잎처럼 사부작거린다. 넉넉한 품과 옷을 입은 모양새에 면마다 부드러운 주름이 더해져 한복은 아름다운 동적 선형미를 가진다.색상은 한복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민족성을 잘 드러내는 흰색은 가공하지 않아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거기에 천연색을 더하면 더욱 다채로워졌다. 연한 옥색이나 하늘색, 옅은 회색 등으로 명도를 높이면 은은함 색감이 멋의 깊이를 더했다.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는 색동 한복은 원색대비의 절정을 보여준다.새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속에 나부낀다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두 번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김말봉 ‘그네’한복을 잘 차려입고 걷는 부부를 보면 마음이 나긋해진다. 선남선녀가 나란히 낮게 나는 것 같아서다. 이제 하늘은 비행기를 타고 날 수 있으니, 가벼운 한복을 차려입고 하느작하느작 나비처럼 온누리를 느긋하게 비행하는 것도 삶의 멋이 아닐까 싶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6-30

이준석 현상, 새로운 리더십의 과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36세의 이준석이 보수 야당의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준석은 나경원, 주호영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대표로 취임하였다. 개혁과 진보를 앞세운 민주당에서도 볼 수 없던 돌발 사태가 보수 야당에서 발생한 것이다.30대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이 나라 정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국회의원 한 번 하지 않은 이준석 대표는 과연 보수 야당의 개혁을 잘 이끌 것인가. 그는 과연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안철수 현상처럼 거품으로 흐지부지 끝날 것인가.우선 이준석 현상이 등장한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의 당선은 돌출현상이 아닌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초래한 결과이다. 이 나라의 고질적인 서열의 정치, 진영의 정치, 구태의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이 불러온 불가피한 현상이다. 특히 보수 야당은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여당 역시 폐쇄정치, 내로남불 정치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여야 공히 계파 정치, 꼰대 정치는 정치의 효능감을 상실케 하고 그 누적된 불신, 불만이 30대 정치인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이준석의 당 대표 취임 후의 행보는 많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그의 첫 출근시의 자전거 이용은 당대표의 전통적 격식마저 파괴해 버렸다. 그는 박근혜의 키즈임을 자임하면서도 박근혜의 탄핵을 찬성하여 야당의 난제였던 탄핵의 강을 건너뛰었다. 그는 광주를 찾아 5·18의 원혼을 달래고, 노무현의 묘소를 찾아 그의 정치적 업적까지 높이 평가하였다. 그는 공약대로 당 대변인 선발을 토론 배틀 방식으로 채택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당직인선도 무사히 마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러한 30대 이준석의 정치 행태는 정치권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제 1야당은 그간 당의 위기 시마다 비대위 체제를 가동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박근혜 탄핵 후에도 계파 정치는 겉으로 희석되었으나 내부 분란은 잠재되어 있었다.이준석 등장은 야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당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이준석의 당대표 취임은 야당뿐 아니라 집권 여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 내 초선의원들의 입지는 강화되고, 청와대도 20대 비서관을 임명하였다. 결국 이준석의 당대표 취임은 한국정치의 ‘세대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견인케 하고 있다.이준석의 새로운 리더십은 지속될 것인가. 과거 안철수 현상처럼 오래가지 못하고 소멸될 것이란 비판적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준석은 우선 당 대표 경선에 나타난 민심과 당심의 이반 공간을 잘 메꾸어야 한다. 후보 경선과정을 공정 관리하여 그의 리더십을 보다 확충해야 한다. 결국 그는 내년 대선에 승리해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 역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격변하는 이 나라 정치에서 30대 당대표의 리더십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2021-06-30

학생에게 시험 선택권을!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요즘 독서실은 만석이다. 특히 주택가에 있는 독서실은 몇 주 전부터 자리가 아예 없다. 이런 현상은 7월 둘째 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바로 중고등학교 시험 때문이다.독서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냐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청소년들이 밤을 낮 삼아 학문(學問) 연구에 매진하는 나라의 미래가 어떨지는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이런 모습은 교육의 가장 이상적인 목표이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는 나라의 일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반적인 것이 일방적으로 변해가는 이 나라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헛웃음을 친다. 그리고 말한다, 과연 이 나라에 학문이 있기는 있냐고! 대학조차 취업을 위한 암기 시험의 장이 된 판에 중고등학교야 오죽하겠냐고!아마도 이 나라 독서실 모습을 어느 정도는 알 것이다. 많은 사람은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그것이 암기를 위한 맹목적인 공부일망정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학생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물론 대다수 학생은 상상 속 주인공처럼 책 속에서 열심히 자신의 길을 찾는다.그런데 모든 일에는 100%가 있을 수 없듯 독서실 풍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독서실 인근 주택가에 사는 지인은 시험 기간만 되면 학생들의 고성방가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간혹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나가보면 어린 남녀학생들이 서로 뒤엉켜 흡연은 기본이고 음주까지 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한다. 그들을 좋게 타일러 보지만 자신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고, 간혹 어떤 학생은 아저씨가 뭐냐면서 대들기도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필자에게 따져 물었다, 그런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학교에서는 무슨 교육을 하냐고! 집에서는 학생의 그런 모습을 아냐고! 학생을 사지로 내모는 시험은 왜 있냐고!물론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구호가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독서실뿐만 아니라 학교와 가정 주변에서 배회하는 소수의 학생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특정 누군가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잘못된 사회 구조가 빚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한다.코로나19로 제일 힘든 것은 학생이다. 불규칙한 등교와 수업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온라인 수업, 그로 인해 들쭉날쭉한 수업 진도, 그리고 시험! 분명 지금 시험은 시험을 위한 시험에 불과하다. 학사 일정 때문에, 줄 세우기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는 명분 없는 시험!그 명분 없는 시험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정신과 미래와 희망이 병들고 있다. 학생들을 아프게 한 주범인 국가와 사회와 학교와 어른들은 무책임하게 모든 것을 학생 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그들에게 제안한다, 학생의 호칭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정말 학생을 믿는다면, 교육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학생에게 시험에 대한 선택권을 줄 것을!

2021-06-30

균형발전 앞당길 달빛철도, 착공도 앞당기자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에 극적으로 반영됐다. 지난 4월 22일 국토부 초안 발표에서 검토사업으로 밀려났던 달빛내륙철도가 최종안에 포함된 것은 대구와 광주 등 영호남 지자체와 정치권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 덕분이다. 이로써 대구와 광주의 20년 숙원이 해결됐다. 대구∼광주(198.8km) 간은 1시간대 고속철도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두 지역은 일일생활권에 포함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또 동서 화합과 남부내륙 경제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달빛철도의 국가계획 반영은 국토균형발전을 열망하는 지방도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당초 정부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달빛철도를 배제했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4번에 걸쳐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 모두 비용 대비 편익의 문제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경제성만 놓고 본다면 이번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은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의 국토불균형 문제를 지역단체장과 정치권 등이 집중 제기하고 정부도 이를 수용한 결과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을 두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횡축 철도망을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해석을 달았다.이를 계기로 앞으로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이것도 성과로 봐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달빛철도가 통과하는 경북, 경남, 전남, 전북 등 6개 광역시도 거점도시들의 경제 활력화도 기대된다. 대구와 광주간 경제교류와 영호남 교류 증진이 실질적 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벌써 나오고 있다.이번 결정에 대해 대구와 광주는 크게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달빛철도가 완주를 하려면 예타 통과와 예산확보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달빛철도는 처음부터 경제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된 데다 건설비용도 4조5천억원이나 돼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예타 통과와 조속한 추진이다. 지금까지 해온 노력처럼 달빛철도의 조기 착공을 위해 지역 정치권이 다시 한번 발을 벗고 뛰어야 할 것이다.

2021-06-30

청소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고등학생 또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공부와 장래 계획에 대해서 고민과 스트레스가 쌓인 나머지 극단의 선택을 했다는 게 아닌가. 2010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중 31.2명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라고 한다. 그런 중에 청소년 사망원인 첫째가 ‘자살’이라고 한다. 학교 공부는 무엇 때문에 하는가. 행복하기 위하여 하는 게 공부가 아닌가. 즐겁고 행복하려고 나아가는 길에서 불행하여 고민이 쌓인다면 그게 바로 문제가 아닐까. 피어보기도 전에 스스로 생명을 거둘 어두운 생각에 이른다면 이는 사회병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을 살리고 나라를 일으켜야 할 교육의 현장이 사회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어린 생명이 교육과 관련한 고민을 삼키다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음에도 교육을 맡은 이들로부터 이렇다 할 생각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힘들어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는 어른들의 억지가 아닐까. 한 학생의 잘못된 선택 탓으로만 돌리며 거듭 발생할 불행 앞에 눈감을 것인가. 학교와 가정에서 매일 만나는 기대와 요구, 억압과 혼돈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사회는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 나라의 교육과 미래를 설계하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원색적인 논리만 내세울 것인가.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과 상생은 어디로 사라지고 경쟁자들 간의 극심한 아귀다툼으로만 몰아가는가. 일등만 대접받는 풍토는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세상에 할 일이 저렇게나 많은데 공부를 잘 해야만 그걸 할 수 있다는 오해와 착각은 어디서 생겨났을까.학교와 교육당국은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인성과 소양이 다음 세대의 밑천이 되어 남들을 밟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조금씩 손해보더라도 여럿이 즐거울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가르쳐야 한다. 내가 실력을 기르는 까닭이 남들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어서임을 깨우치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 혼자 성공하여 잘 살겠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도록 들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슬픈 뉴스를 접하고 꿈쩍도 않는 학교와 교사는 반성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우리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약육과 강식이 아니라 공감과 배려를 보여주어야 한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공동체와 상생을 이야기해야 한다.오스트리아의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삶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하였다.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오늘 일상이 혹 이해되지 않거든 차라리 저 먼 앞날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긴 여정 인생을 두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꿈을 꾸었으면 한다.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으로 남들과 무엇을 나눌 것인지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꿈이 나를 밀어올려 억압과 스트레스도 거뜬히 이겨내는 당신이 되었으면 한다. 가장 귀한 것은 나의 꿈이 아닌가. 청소년이 살아야 세상이 선다.

2021-06-30

메아리없는 ‘집값하락론’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집값하락론’을 잇따라 주장하고 있으나 시장에서 별무반응, 메아리가 없다.홍 부총리는 최근 한달여 동안 벌써 세번째 ‘집값이 고점에 가깝다’며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지난 달 3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집값이 장기 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2일에도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 “단기적으로 소득과 괴리된 주택가격 상승이 있으나 갈수록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홍 부총리가 ‘집값 하락론’을 꺼내든 건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였다. 그는 지난 3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실질가격 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고점에 근접했다”며 미국의 조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가능성과 국내 대출규제 강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홍 부총리의 전망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대책들이 모두 벽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과천청사 유휴부지 주택 4천호 공급계획은 철회됐고,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1만가구 공급 역시 좌초위기다.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각종 대출규제 등을 통해 거래를 막으면서 거래량 자체는 줄었지만, 집값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 정부가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정책만으로 집값폭등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싶어 의아할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30

대선주자는 국정비전 제시로 資質 검증받아야

내년 대통령선거(3월 9일)를 8개월여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3월 4일 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117일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등 국민의힘과 정치 철학 면에서 생각을 같이 한다”면서 국민의힘 입당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8월말부터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일정에 들어간다.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으로 국민의 힘 대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복당한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전국 8천1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면접조사(인뎁스조사)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의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지난달 28일 사퇴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달 중 출마선언을 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여권의 대선주자들도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여권 내 지지율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늘(1일) 비대면 영상방식의 출마선언을 한 후 곧바로 고향인 안동을 찾는다. 이 지사는 안동에서 1박을 하며 부모님 묘소를 찾은 후 개인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주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정치공작이나 흑색선전 등으로 대선판을 혼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전투구식 후보 경선은 많은 후유증이 발생하며, 국민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한다.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국정분야에 대한 비전제시로 국민에게 자신의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표명과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갈라치기해서 극도의 갈등관계로 만들어 놓았다. 경제성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탈원전 정책을 펴 국가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은 청년들과 서민들의 꿈을 빼앗아 갔다.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서 국가재정을 위기 속에 몰아넣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이러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찬반입장부터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21-06-30

자전과 공전

김규종 경북대 교수 황망하게 상을 치르고, 초제(初祭) 모시고 여드레 만에 돌아온 집 마당에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판의 어지러움이 완연하다. 한 달을 넘긴 공사가 이제는 정리되었으면 한다. 하기야 상당 기간 세차장을 찾지 못한 탓에 승용차도 말이 아니어서 도중에 세차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터. 사람의 손을 타야 하는 게 실상 적잖다.저녁이 다가올 무렵 가방 하나 둘러매고 길을 나선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들로 걸음을 옮기곤 했다. 오늘은 허청허청 발걸음이 무디다. ‘그래, 넌 이제부터 너의 내부에 강고한 의지처를 찾아야 한다.’ 헤어지기 전에 막내 누이에게 전한 말이다. 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모친과 함께한 누이이기에 상실이 누구보다 크다. 차라리 누이를 위로하라!오늘따라 트럭들이 누런 먼지 풀풀 날리며 질주한다. ‘그래, 농번기 아닌가. 내가 잠시 피하면 그만 아닌가.’ 구름장에 가려진 저녁해가 살며시 얼굴 내밀고, 먼 곳에서 뻐꾸기 운다. 한사코 달려드는 하루살이 무리와 떼로 날아가는 오리가 요란하다. 우렁이들은 어린 모의 줄기에 알을 낳아 후예를 기르고 있다. 창공에 여객기 한 대 날아간다.노란 루드베키아가 하얀 망초와 곳곳에 얼려 화사한 정취 선사한다. 아쉬운 낚시꾼 하나가 청도천을 배회한다.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왜가리와 학이 귀소(歸巢) 서두른다. 그들에게 손 흔들다가 잠시 상념에 든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지구별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을 텐데, 왜 나는 그걸 느끼지 못할까.’뉘엿뉘엿 넘어가는 서녘의 태양에 작별 인사하니 해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붉은 구름장만이 그곳에 태양계 주인이 있었음을 웅변한다. 지구는 시속 1,609킬로미터로 자전하며, 107,160킬로미터로 공전한다고 한다. 시속 16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면 속도감이 상당하다. 그것의 10배로 지구는 스스로 돌고 있다.자전의 66.6배 속도로 지구는 태양을 공전한다. 우주선 속도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광활하고 허허로운 우주공간을 팽이 돌 듯 날아가는 푸른 지구별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왜 우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필시 인간이 감촉하기에 지구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 아닐까?!수많은 사람이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세운다. 자신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구는 오늘도 요란하고 시끌벅적하다. 우리도 언젠가 홀연 불귀의 객이 되리라는 자명한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깊이 침윤된 채 그것들의 수인(囚人)으로 존재한다.만약에 우리가 지구별의 미미한 구성원의 하나일 뿐이고, 타자의 도움과 사랑으로 살고 있음을 안다면! 삶은 짧게 주어진 위대한 축복이자 기적이기에 누구를 미워하거나 밀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검붉은 저녁노을이 가뭇없이 사라져간다.

2021-06-29

이 지사의 ‘경북미래 100년 청사진’ 기대한다

28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민선 7기 3주년을 맞아 도정 성과와 향후 방향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소신과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경북의 미래 100년과 관련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탈원전 문제 해결,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은 앞으로도 지속 추진돼야 할 과제임을 밝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먼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임기 중 있은 가장 큰 성과”로 평가했다. 통합신공항은 글로벌 경쟁 속에 대구경북의 위상을 만들 초대형 프로젝트라고 설명하고 이를 통해 산업과 수출, 관광 등이 활성화되고 경북은 세계 속에 도시로서 뻗어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경북 포항의 영일만항과 새로 건설될 통합신공항을 거점으로 해 북방교역의 교두보로 삼는 투포트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원전 집산지인 경북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며 “현재 탈원전에 따른 피해를 조사 중이고 결과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할 계획”이라 했다. 이 지사는 “세계 각국이 원전 건설을 늘리는데 우리의 탈원전 정책이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또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 수도권과 경쟁하고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대구와 경북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행정통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구경북이 주도했던 행정통합 논의가 충청과 부울경 등에서도 필요성을 인식해 이젠 국가적 아젠다가 됐다며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공론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행정의 변화를 위해 연구중심의 혁신 도정을 확대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경북은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전국적으로 지방소멸 선두권이다. 매년 전국에서 10만명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기현상의 국토불균형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도 찾아 해야 할 일이 많다. 국가의 국토균형정책이 근간이 돼야 함은 당연하지만 국가가 하지 않으면 지방이라도 생존을 위한 노력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통합신공항, 탈원전, 행정통합 등은 경북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지사는 남은 임기 동안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지금까지 만든 성과가 탄탄한 기반을 잡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단체장의 엄중한 책무이기도 하다.

2021-06-29

인지저하증

국내 치매환자는 10년간 4배 정도 증가할 만큼 가파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9년 치매로 진료받은 환자는 79만9천명으로 이는 2009년 18만8천명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성이 56만으로 남성 23만보다 2.4배 많고 연령별로는 85세 이상이 가장 많다.60세 미만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40∼59세는 연평균 증가율이 15%에 달했다. WHO는 2050년 치매로 고통받을 사람이 세계적으로 3천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치매 Dementia의 어원은 “정신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능력이 모자라는 게 아니고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뇌기능의 손상을 입어 생기는 병이라는 의미다.과거에는 노망(老妄)이라 불렀다. 늙어서 망령을 부린다하여 노인이 되면 반드시 찾아오는 질병으로 인식했다. 기억력 등 정신을 잃어버리는 질환의 특성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는 별명도 있다. 치매환자 뿐아니라 가족까지 힘들게 하는 병이라 현대의학의 난제로 손꼽힌다.치매예방을 위해서는 머리를 많이 쓰는 활동이 좋다고 한다. 최대한 건설적인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직업 중에는 수학 교사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가장 낮다는 평도 있다.치매라는 이름에 대해 국민의 44%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복지부의 국민 인식조사에서 밝혀졌는데 그 이유는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 한다. 치매 용어를 변경할 경우 대체 용어로는 인지 저하증이 31%로 가장 많았다.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간질은 뇌전증, 나병은 한센병으로 바뀌어 부른 사례가 있다. 국민의 부정적 인식으로 사회적 편견을 유발한다면 치매의 병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29

민주당 지도부의 TK지원 약속 지켜보겠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그저께(28일) 대구와 경북을 찾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민주당에선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김용민·강병원·전혜숙·이동학 최고위원, 윤관석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송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하고 낙동강 기적을 일궈냈던 대구의 경제가 요즘 많이 어렵다. 전통적 산업을 고도화하고 동시에 미래 신산업 기반을 확대하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전제하면서, “달빛내륙철도 사업의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안 나온다고 해서 이런 의미 있는 투자를 안 하면 지방은 계속 수요가 줄고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헌법재판소를 광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대법원 대구이전까지 언급했지만, 아마 이 말에 귀를 기울인 지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현 집권여당이 지금까지 노골적으로 대구·경북을 패싱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하는 행위를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 4월 민주당 이광재 국회의원은 부산에서 “지난 41년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대구 경제는 지금 전국에서 꼴찌다.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며 이 지역 유권자들을 능멸했다. 부산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구시민의 명예를 짓밟는 치사한 행위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급조해서 통과시키면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무산시켰다. 인사·예산 문제와 관련한 이 지역 홀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있다.대구·경북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20% 이상의 표를 줬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배출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대구방문 자리에서 칠곡출신 전혜숙 최고위원이 “민주당이 대구·경북과 어떻게 잘 함께하느냐에 따라 대선과 모든 선거에서 성공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처럼, 집권여당이 앞으로 특정지역을 왕따시키는 행위를 그만두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총력을 쏟으면 대구·경북 민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21-06-29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작가라면 누구나 작품집 원고를 묶어 유명 출판사에 투고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채택되지 않을 경우 친절한 출판사는 원고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을 담아 회신해준다. “이러이러한 부분은 좋았으나 이러저러한 점이 아쉬워 원고를 돌려드린다”고 말해주면 납득이 된다. 도저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는 출판사가 원고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것 같을 때다.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침과 맞지 않다”고 한다든가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출간할 수 없다”고 하면 따져 묻고 싶다. 대체 내 작품이 왜 채택되지 않았느냐고, 영 형편없는 저 아무개의 작품보다 내 글이 못한 게 무엇이냐고.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시즌에도 꾸준히 잘한 한화 불펜 투수 강재민이 선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성적 지표상 다른 선수들보다 모든 부분에서 뒤쳐진 NC 2루수 박민우가 뽑힌 것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선수 선발 전권을 가진 김경문 감독은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하긴 했지만 티브이 중계화면 말고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는 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선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불식될 논란이다.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연일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경선에서 강조했던 공정과 경쟁이 주요 당직자 임명 과정에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호평을 얻는 중이다. 대변인단을 선출하는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의 경쟁률이 무려 141대 1이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16강에 오른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 토론배틀 다음은 ‘정책 공모전’이라고 한다. 인재를 등용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보수야당은 이렇게 새로운 시도로 국민의 이목을 모으는데, 여당은 ‘페라가모 구두’, ‘따릉이’, ‘병역 의혹’, ‘X파일’ 같은 구태 공작 카드만 남발하고 있다. 국민들은 피곤할 따름이다.청와대는 최근 25세 대학생인 박성민 씨를 청년비서관으로 임명했다. 1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박성민 비서관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이준석 돌풍에 어떻게든 대응하고자 부랴부랴 기획해낸 이벤트성 인사로 보일 뿐이다. 자질은 둘째 치고 많은 국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곱씹을 필요가 있다. 선발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느냐는 것이다. ‘낙하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청와대와 여당은 “이준석 대표도 박성민 비서관이 훌륭하다고 말했다”며 박 비서관의 능력과 자질을 주목해 달라 읍소하는 중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정부가 지닌 고질적인 근시안이 드러난다. 국민들 특히 2030세대는 박 비서관의 실력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재가 어떤 선발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임명되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와의 비교도 어불성설인 게 이 대표는 여론조사, 토론회, 당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한 투표 등 전국에 생중계된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쳐 선출됐고, 박 비서관은 느닷없이 임명됐다. 인사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박 비서관 임명을 두고 정부는 ‘젊고 능력 있다’는 피상적 인상만 국민들에게 주장할 뿐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당 활동 외에 취업 경력이 없는 박 비서관이 대학 졸업도 하지 않고 1급 공무원에 발탁된 것 자체가 불공정이라고 말한다. 명문대 졸업생이 5급 행정고시에 도전할 때 보통 3년 이상을 공부하는데, 행정고시는커녕 그 어떤 경쟁도 치르지 않고 고위 공무원이 된 박 비서관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온 노력들이 다 헛되다는 허무함마저 든다고 한다. 실력이 뛰어나다면야 파격 승진도 물론 가능하다.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자격을 의심하는 것이다. 그 실력을 가지고 다른 실력자들과 공정한 경쟁을 벌여 선발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실력만이 자격요건이라면 실력이 입증될 만한 검증 과정이 공개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박성민 비서관보다 더 유능한 청년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무리 뛰어난 스펙을 쌓아도 지원 자격조차 얻을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이 청와대와 박 비서관을 지켜보고 있다. 합당한 인사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부디 제대로 된 청년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그 뛰어나다는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2021-06-28

배달 음식 공짜로 먹는 방법?

한 달 정도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공들이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금요일 저녁이 되면 배달 앱을 열어보게 된다. 클릭 몇 번만으로도 깨끗하게 손질된 샐러드와 채소 주스를 집 식탁 위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으니까. 훨씬 다양한 재료가 섞인 질 높은 샐러드를 먹는 것도 좋거니와 직접 채소를 고르고 씻고 손질하여 믹서기에 갈아야만 주스 한 잔이 완성되는, 그 아주 번잡한 수고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니! 게다가 식사를 마친 뒤 남는 시간엔 취미도 즐길 수 있고, 잠도 빨리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합리적으로 손쉬운 행복인지!그치만 이 편안한 과정을 습관으로 삼는 순간 식사는 끼니를 해치우는 행위로 변질하고 만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미리 반찬을 만들어 두고, 밥을 지어 냉동고에 소분 해 놓는 과정 자체가 확연히 생략되니 일상의 질도 ‘빨리’와 ‘대충’으로 대체된다.게다가 일회용품이 가득 쌓인 쓰레기통을 보자면 대단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단 위기감마저 드는데, 나의 쾌적함을 위해 택하는 것들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괴로울 수밖에.최근 인터넷에선 배달 음식 공짜로 먹는 방법에 대한 글이 화제로 떠올랐다. 음식을 시킨 뒤에 재료가 상했다는 둥, 맛이 변했다는 둥, 열어 보니 알 수 없는 벌레가 들어 있다는 등의 불만을 배달 앱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있지도 않은 문제점을 애써 발설’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 대부분 환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니 결론은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가 배달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별점이나 리뷰를 악용하는 이를 블랙 컨슈머라 부르는데, 나날이 그들은 자신이 가진 별점과 댓글을 권력이라 착각하며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최근 한 블랙 컨슈머가 자신이 주문한 새우튀김이 상했다며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자 이를 대응한 해당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위의 문제가 심각히 불거지면서 각 배달 앱에선 리뷰 전담 대응팀을 꾸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상태다.한 배달 업체 측은 악성 댓글이나 별점 테러가 심각하다 판단할 경우 30일 비공개 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30일간 비공개 처리되는 동안 새로운 리뷰가 쌓여 아래로 밀릴 테니 거의 삭제나 다름없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하는 것일 뿐, 별점 하나에 자신의 인생까지 되돌아보게 된단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불랙컨슈머가 나날이 날뛰는 데에는 이 사람이 블랙컨슈머인지 판단할 수 없는 불투명한 정보 때문일 것이다. 가게의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행사하는 권력에 비해 이 사람이 몇 번째 주문인지, 과연 댓글이 믿을 만한 정보인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단할 수 있는 팩트 체크가 없다.그러니 아이디 옆엔 신뢰성을 확인 할 수 있는 등급이라든지 어떠한 표식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블랙컨슈머는 하나의 가게에서만 별점 테러를 남기는 것이 아닌 여러 가게를 돌며 같은 행위를 반복하므로, 이 사람이 블랙컨슈머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또한 별점 높은 순으로 음식점을 정렬하는 부분도 불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가게를 별점으로 성적을 매겨서 나누어버리는 건 특정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획일화하겠단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고 각 가게마다 음식 맛이 다를 수 있는데, 굳이 별점을 내세워 순위로 나열하는 것이 꼭 필요한 건가 싶다.별점이 높을수록 맛집으로 평가되는 만큼, 별점 조작이나 알바를 고용하여 리뷰 작업을 맡기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는 리뷰가 정보 공유를 하는 공간이 아닌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으로 변질되므로,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정직하게 장사하는 가게와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들뿐이다.이런 말을 할 때마다 누군가는 세상살이 다 그런 거라며, 정직함만으로 세상을 헤쳐 나아갈 수 없단 말을 덧붙이지만. 글쎄, 세상은 왜 헤쳐 나아가야 하는가. 댓글과 별점 테러로 내가 가진 힘만 과시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없는 부분을 보완하며, 나란히 걸어가는 삶도 있다. 그리고 인간은 후의 세상을 꼭 필요로 한다.

2021-06-28

문무왕, 신라 동궁을 창조하다

신라의 통일을 이룬 문무왕.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은 왕실의 권위와 왕조 창건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월지(月池)를 조성(674)하고 동궁(東宮)을 창조(創造·679)한다. 여기에서 동궁 건설은 말 그대로 창조라는 단어가 쓰였다. 얼마나 대단한 것을 지었길래 창조라는 단어를 썼을까? ‘삼국사기’를 살펴보면 창조라는 단어는 총 2회 확인되는데 첫째는 황룡사, 둘째는 동궁이다. 황룡사의 규모와 9층 목탑 등을 본다면, 당시 동궁의 조성이 끼쳤던 사회적 파급력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이러한 동궁을 설명함에 앞서 같은 사적명으로 묶이고 있는 월지를 짚고 넘어가보자. 월지는 근·현대까지 雁鴨池(안압지)로 불렸으며, 2011년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변경되기 전에는 바다에 임해있는 전각이라는 뜻의 臨海殿址(임해전지)로 불려왔다. 이후 지속적인 발굴조사와 여러 연구를 통해 연못의 본래 이름이 월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명칭에 대해 여러 연구자들도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동궁은 그 사정이 조금 다르다. 현재는 동궁의 위치와 영역, 역할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동궁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월지 서편에 위치한 대형 건물지들의 역할과 기능, 실제 동궁의 범위와 위치, 왕궁 내부에 위치한 內帝釋宮(내제석궁)인 天柱寺(천주사)의 위치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먼저 월지 서편 건물지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를 통해 전모가 드러난 A건물지는 경복궁의 근정전과 닮은 내부 구조(내진열의 減柱), 복도(回廊)로 둘러싸인 건물지, 대형 적심, 출입시설에 설치된 踏道(답도) 등의 특징을 통해 정전(正殿)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정의 배경은 A건물지보다 격이 높은 건물이 경주에서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A건물지가 정전의 기능을 수행한다면 왕의 궁성인 월성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점도 동궁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다음은 동궁의 위치와 역할이다. 그림을 참고하면 동궁의 위치로 추정된 곳은 크게 네 곳으로, 월지 서편 건물지와 동편 영역을 포함한 곳을 동궁으로 보는 견해, 월지의 동편을 동궁· 월지 서편은 월지궁으로 보는 견해, 국립경주박물관의 남측을 동궁으로 보는 견해가 기존에 있었고, 최근 동궁과 월지 A건물지의 서편을 동궁으로 보는 견해가 새롭게 대두되었다. 이렇듯 연구자마다 다양한 학설을 제시했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동궁과 월지에서 동궁은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다만 월지 주변에서 확인되는 동궁 관련 유물, 문헌에서 확인되는 동궁관(東宮官) 기구(機構)속에 월지 관련 관청명 등으로 볼 때 월지 주변에 동궁이 있었던 것은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다음으로 동궁의 기능에 대해서 살펴보자. 동궁은 태자의 거처 혹은 교육기관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헌 속 임해전에서 펼쳐진 많은 횟수의 주연(酒宴)을 예로 들며 태자의 교육기관 내에 연회를 베풀던 임해전이 위치한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즉, 외국의 사신 접대나 연회가 펼쳐지는 전각이 있는 곳에 태자의 교육기관이 있는 것이 어색하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절대적인 왕이 군림하고 관할하는 왕궁 내에서 태자의 교육과 연회를 같은 영역에서 치루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의견 또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김경열학예연구사 마지막으로 왕궁 내부에 위치한 사찰, 내제석궁인 천주사의 위치이다. 천주사에 대한 단서는 동궁과 월지 주변에서 발견된 ‘천주’라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 1점이다. 하지만 언제든 위치 이동이 가능한 기와라는 점에서 기와의 출토지가 천주사가 될 수 있는 근거는 빈약하다. 다만 1975~76년 경주고적발굴조사단(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시행한 안압지 발굴조사에서는 다량의 불교 관련 유물이 확인되었다. 본존불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대형 청동제 부처 귀를 시작으로 장식 용도로 추정되는 板佛(판불), 여러 점의 금동제 불상 등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동궁과 월지 주변에 천주사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러한 유물도 천주사의 명확한 위치를 웅변해주지는 않는다. 이 또한 발굴조사 범위의 확장을 통해 풀어가야 할 숙제 중 하나일 것이다.동궁과 월지는 수많은 경주 관광객들이 한번은 꼭 들리는 소위 ‘핫’한 관광명소 중 하나로 자리했다. 동궁과 월지를 발굴조사 중인 필자도 화려한 야경과 고풍스럽게 복원된 건물 사이를 걷노라면 마치 왕이 되어 궁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많은 연구자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수수께끼도 숨겨져 있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동궁과 월지에 관한 여러 수수께끼들을 함께 풀어가며 유적지를 관람하신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2021-06-28

허구와 현실의 소멸하는 경계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할 때 영화 그 자체의 내적인 요소에 집중할 때도 있지만 그 영화의 바깥쪽이 궁금한 영화가 있다. 전자가 영화 속 내용과 상황에 몰입하고 감정 이입을 통해 감상하는 영화라면, 후자는 그 영화가 만들어지던 현장 상황이 궁금한 영화라고 하겠다.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보다는 그 영화가 촬영되었을 때 카메라의 뒤편이 궁금한 것으로,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해석을 하기보다는 제작 현장을 통해 완성된 내용을 바라보고 싶은 영화다.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거나 인공세트를 쓰지 않고 현장에서 촬영하는 방식과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만으로 촬영하는 방식을 통해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이란 영화 스타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위의 제작방식으로 구축해 놓은 것이다.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87년)를 시작으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91년), ‘올리브 나무 사이로’(94년)는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과 영화 현장, 촬영 방식 등에서 다양하게 얽히고 엮이며 ‘코케 3부작(영화가 촬영되었던 지명 이름)’ 또는 ‘지그재그 3부작(영화 속 등장하는 마을의 구불구불한 길들에서 차용)’으로 불린다.가장 먼저 제작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코케에 사는 어린 주인공이 친구의 숙제장을 돌려주기 위해 옆 마을로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이후 1990년 이란 북부에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참사가 일어나게 된다. 이 지진으로 인해 영화 촬영지 였던 코케 또한 지진 피해를 크게 입게 되는데, 감독은 아들과 함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했던 두 소년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코케로 향하는 대부분의 길들은 사라져버렸고, 그곳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들은 차들로 꽉막혀 있다. 길을 찾아 인근 마을을 돌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루 아침에 살던 집이 사라지고, 미로처럼 얽혀 있던 골목과 길들이 사라졌으며, 가족들이 죽었어도 다시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영화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이다.3부작 마지막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스타일로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영화제작을 위해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배우를 캐스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제작 현장이 어떠했다는 것을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영화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지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상황인지 모호해진다. 영화 속에서 어떤 내용의 영화를 만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감독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 편의 영화는 각각의 분명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 속에서 동일한 기억을 지닌 이들이 등장하고, 각각의 영화에 등장하고 사라진다. 촬영장 역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 되었다. 영화는 분명히 허구의 드라마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은 그 허구의 현장에 실제로 영화의 내용처럼 살아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독의 영화는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허물고 카메라 앞과 뒤의 상황들이 혼재되고 뒤섞이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이 묘하게 몰입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지그재그의 길을 오가며 영화는 배우들의 계속되는 실수를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마지막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간다. 바로 세 편의 영화 기저에 깔렸던 반복되는 것 같지만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전진하며 진보하는 삶의 긍정성이다. 사라져가는 경계에 놓인 카메라는 개입하지 않는다. 분명히 감독의 계산된 연출에 의해 촬영됐을 영화겠지만 영화 속에서 감독은 자신의 흔적들까지 지워 나간다. 이를 위해 카메라는 그들 앞에 등장한 낯선 물건이 아니라 늘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 소품처럼 자리잡는다.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반복과 변주를 통해 완성된 영화다. 기존의 영화였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가 반복된다. 완전하고 확실한 허구의 구조를 가진 영화보다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재 상황들을 끌어 들이며 영화는 가장 독특한 사랑 고백과 재미를 선사하는 마지막 장면을 게으른(?) 카메라를 통해 확인할 것이다. 우스우면서도 묵직한 장면이 두고 두고 오래 남는다. /(주)Engine42 대표

2021-06-28

이준석의 혁신정치가 성공하려면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꼰대보수’가 ‘혁신보수’의 역동적 이미지로 변신했다. 여야 구태정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야당에서 먼저 폭발했기 때문이다. 36세의 정치신예, 이준석의 당선은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民心)이 당심(黨心)을 추동한 정치혁명이었다. 졸지에 ‘꼰대진보’로 내몰린 여당은 야당에 뒤질세라 ‘혁신경쟁’에 나서고 있다.이준석의 혁신정치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그는 대표수락연설에서 “공존·공정·혁신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문제해결중심의 국민정당으로 발전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성정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새로운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변화와 자강(自强)’을 주문했다. 지하철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습은 탈권위, 실용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당선된 이후 당원 가입이 평소보다 10배나 상승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큰 기대를 말해주는 것이다.반면에 이준석 대표의 경험부족과 젊은 혈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가 제시한 반페미니즘은 남녀 갈라치기라는 공격을 받고, 능력지상주의는 보수가치의 퇴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후보 인선에 적용하겠다는 자격시험이나 토론배틀은 정치적 흥행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당 체질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노회(老獪)한 보수꼴통들의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허물고 당을 혁신할 수 있는 리더십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는 당의 ‘혁신과 통합’이라는 상충되는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혁신보수와 꼰대보수의 분열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이준석의 혁신정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대표의 올바른 인식과 역할이 중요하다. 그의 당선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정권교체를 위해 세대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당을 혁신하는 한편, 당 밖의 유력 대권주자들을 영입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야권후보 지지율 선두에 있는 윤석열의 영입에 실패할 경우, 당은 균열될 것이고 이준석체제는 무너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당 안팎의 비판과 고언(苦言)을 경청하고 자기성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혁신정치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 중진들의 역할과 책임도 무겁다. 중진들은 경륜과 지혜로서 젊은 대표의 강점은 밀어주고 약점은 보완해주어야 한다. 권력의 이해관계로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다. 중진들이 먼저 낡은 사고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열망, 특히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2030세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혁신에 부응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라. 이미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중진들이 2030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2021-06-28

RE100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여기서 재생에너지는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태양광 발전 시설 등 설비를 직접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RE100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본부인 더 클라이밋 그룹의 검토를 거친 후 가입이 최종 확정되며,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그룹 계열사 8곳(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 지난 해 11월 초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산업통상자원부는 RE100이행을 위한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오는 10월 도입한다고 28일 밝혔다. 현재는 발전사업자나 전기판매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해야 하며, 재생에너지만 별도로 구매할 수는 없다.직접 PPA가 도입되면 기업 등 전기사용자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했음을 인증받아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에 RE100이 꼭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확연해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28

7월 거리두기 완화,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는 7월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4인까지 모일 수 있는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해제하거나 수도권 지역에는 8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17개 시군에서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해제했던 경북은 7월부터는 도내 23개 시군 전지역으로 확대하되 포항, 경주, 영천, 경산 등은 2주 동안 8명으로 인원을 제한키로 했다.한편 대구시는 지역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9일 별도 발표할 예정이나 사적모임 제한 인원은 2주 동안 8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월부터 새로운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마스크 쓰기 기준을 완화한다. 백신을 한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공원이나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또 백신 1차 접종자가 접종 후 14일이 경과했다면 실외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인원 산정에서 빠진다. 백신 접종 만료자가 14일이 경과했다면 실내외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인원 산정 제외 대상이다. 그 외 체육시설 인원 기준도 대폭 완화되는 등 곳곳에서 기준 완화에 따른 일상의 변화가 7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일상생활의 회복이라는 반가운 변화와 동시에 사람 간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고 빈도가 잦아지면서 감염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걱정이다. 정부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의 민생문제 등을 덜어주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 우리의 방역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 세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증으로 가을철 코로나 대유행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경북에서도 7명의 델타 변이 확진자가 확인돼 긴장감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7월부터는 본격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사람의 이동이 크게 늘고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로 방역에 대한 긴장감도 느슨해질 우려가 크다. 백신 접종만이 코로나를 막을 수 있으나 최근 국내 백신 접종률조차 주춤한 상태다. 7월 방역기준이 완화된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방역수칙을 지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2021-06-28

국제적인 로봇산업 도시로 인정받은 대구

대구시가 그저께(27일) 기계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의 국제회의인 ‘RSS 2023’(로봇공학, 과학 및 시스템 콘퍼런스)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RSS 2023’은 아마존, 쿠카, 삼성, 구글, 엔비디아,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 글로벌 로봇 관련 기업과 세계적인 석학 5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다. 이 회의는 지난 2005년 시작된 이래로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열렸으며, 아시아 대륙에서는 이번에 대구가 처음으로 유치했다. 대구가 명실상부한 로봇산업 도시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이번 회의 유치 과정에서는 대구시 국제회의 전담기구인 대구컨벤션뷰로와 최한림 카이스트 교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온라인 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장소에 관계없이 수시로 회의를 했고, 유치제안서는 동영상과 시각자료를 혼합한 온라인 전자책 형태로 제출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대구시의 국제회의 유치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RSS 재단은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잘 갖춰진 대구시 북구 엑스코의 최첨단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회의시설과 수준 높은 방역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와 대구컨벤션뷰로, 한국관광공사의 빈틈없는 지원을 비롯해 대구와 경북에 자리잡은 풍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대구를 개최 도시로 선정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대구에는 현재 세계 7위권 산업용 로봇생산기업인 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해 글로벌 로봇기업인 에이비비(ABB)와 일본의 야스카와전기, 독일의 쿠카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 회의 유치로 대구가 로봇산업 중심도시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기업에는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3월 대구시 북구 엑스코와 경북대 일대 102만㎡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승인했다. 이로인해 엑스코와 경북대 일대는 관광특구에 준하는 혜택과 함께 복합지구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도 받고 있으며, 대구컨벤션뷰로는 국제회의 신규 유치 및 개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앞으로도 국내외 국제회의와 관련한 네트워킹을 더욱 촘촘하게 해서, 이 지역 마이스산업 생태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