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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 쥔 민주당과 ‘지록위마(指鹿爲馬)’

등록일 2022-04-19 18:24 게재일 2022-04-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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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아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제출됐다. 국가 사법체계의 핵심적인 기구인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률 개정안이 어떻게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에서 한 사람의 반대의견도 없이 발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현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다. 중국 진나라 시절 조고는 황제도 눈 아래 둘 정도로 절대권력을 쥐고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행사하고 있는 입법권력과 마찬가지다.

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조고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행사는 민생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은 백성의 반란으로 이어졌다.

절대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가졌다 해서 이를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국민이 민주당에 ‘입법독재’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는 야당과의 절충과 타협이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보다 더 무섭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핵심은 2가지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다룬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또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직무에 대해 공소제기와 유지만 남겼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이 삭제되면서 검사가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사라졌다.

최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 2부 부장검사는 사표를 내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 시장 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후진적인 병리현상이 판칠 것이라고 예고하는 소리다.

민주당 의도대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달부터 언론사 사회부 출입처에서도 검찰청은 빠지게 생겼다.

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은 언론에서도 취재할 내용이 없다. 대신 지금은 갓 수습을 뗀 기자들이 주로 출입하는 경찰서는 중견기자들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기소를 하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되는 사건들을 추적해서 취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공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지 않고 해외출장(23일부터 10일간 미국·캐나다 순방)을 가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검수완박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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