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공 콩팥 시장의 최대 소비자는 노인들이니까요. 생체 시험이라는 것이 결국은 소비자와 비슷한 조건에서의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거든요. 젊은 사람한테 인공 신장을 달았더니 부작용 없이 오래 살더라. 이런 결론은 당장은 의미가 없는 거지요. 그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길고. 지금 인공 장기회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육십오 세 이상 혹은 칠십 세 이상 환자들에게 시술했더니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좋고, 오래 살더라.’ 같은 결론이지요. 또 있습니다. 인공 콩팥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 치명적인 결과, 예를 들면 수술 받은 사람이 죽는다든지 하는 일이 생겨도 노인이면 다른 이유를 가져다 붙이기 편하잖아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시장이 포화되면 그때는 고개를 돌려 젊은 환자들도 쳐다보겠지만. 뭐, 세상이 그렇습니다.
의사를 만나고 돌아온 허 형사는 컴퓨터에서 우현에 관한 자료를 찾아냈다. 우현은 허 형사가 조사했던 사건의 주범이었다. 인공 장기 회사에서 자사의 인공 장기를 사용해 달라 부탁하며 인공 장기 금액의 십오 퍼센트를 현금으로 의사에게 제공했던 사건이었다. 그 돈의 배분을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조사하다 드러났다. 우현은 그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 우현의 단독 범행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우현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체 금액이 컸었다.
허 형사가 우현에게 다시 전화를 했을 때는 우현이 실형을 살고 나온 뒤였다. 경찰에서 조사받는 동안 내가 제법 잘 대해 줬었지. 녀석이 혼자 뒤집어쓰려는 게 눈에 보였지. 우현이라면 아내의 인공 장기 이식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허 형사의 전화를 받은 우현이 다음 날 허 형사를 만나러 왔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한 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 했었는데, 먼저 전화를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좋은 일로 만났던 것도 아닌데. 내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허 형사가 우현을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좋은 일, 나쁜 일이 어디 있습니까? 허 형사님과 저와의 인연이 있을 뿐이지요. 그것보다 사모님 몸이 좋지 않다 하셨지요.
우현이 서둘러 말을 꺼냈다.
-사모님이라 할 것까지는 없고. 집사람이 1형 당뇨 환자야. 그런데 콩팥 기능이 한계에 다다랐다 하더라고. 의사가.
허 형사가 그동안의 일을 우현에게 이야기했다. 아내의 증상, 의사가 했던 말들,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허 형사가 이야기하면 우현은 그렇지요, 아, 맞는 말씀입니다, 하고 맞장구를 치며 들었다. 허 형사가 하는 이야기를 끊지 않고 모두 들은 우현이 말했다.
-전화 정말 잘하셨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공 장기 이식입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우현은 인공 장기 거래 업체를 세웠다.
-허 형사님도 짐작하고 있으시겠지만, 어디 그 일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참, 허 형사님을 믿으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지금 이거 사건 조사하시는 것 아니지요? 저를 다시 잡아가려는 건 아니겠지요?
-오늘은 형사가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로 상담하는 거야.
허 형사가 답을 했다. 우현이 말을 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우현에게 내건 조건에 관한 이야기였다.
-회사에서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저 혼자 뒤집어쓰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기를 원했습니다.
우현은 그 대가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회사에 물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겨우 오 년 치 월급을 퇴직금 조로 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는 못 한다고 했지요.
우현이 요구한 것은 회사로 들어오는 중고 인공 장기의 거래를 독점할 수 있는 권리였다. 회사에서 수거한 중고 인공 장기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인수해서 외국에 다시 되팔거나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독점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회사와 우현은 십 년간의 독점권과 삼 년 치의 월급, 정상적인 퇴직금 지급으로 합의를 했고, 우현은 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에서 나온 우현은 인공 장기 거래 업체를 세웠다.
-중고?
허 형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누군가가 한 번 쓴 것이니까 중고지요. 하지만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안전도 그렇고.
우현은 입술을 삐쭉거리고 양쪽 어깻죽지를 들어보였다.
-그래도 누가 한 번 쓴 건데. 다른 것도 아니고 몸에 들어갔다 나온 건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허 형사가 우현에게 다시 물었다.
-네. 그렇다니까요. 세척을 하거든요. 세척을 하고 나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세포 하나, 단백질 한 조각 남겨놓지 않거든요. 제가 이거 한 지가 올해로 만 오 년이 다 되어 갑니다. 문제가 있었으면 벌써 난리가 났겠지요. 저는 벌써 이 사업을 접었을 거고. 주로 중국 쪽으로 많이 넘어가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제품의 질이나 부작용 관련해서 컴플레인을 받아 본 적 없다니까요.
우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허 형사는 중국이니 그런 것 아니냐, 노인들한테 쓴 것이니 부작용이 생겨도 알지 못했던 것 아니냐며 물었다.
/김강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