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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마치며

등록일 2022-11-21 18:02 게재일 2022-11-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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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 연재소설 ‘Grasp reflex’
‘Grasp reflex’를 본지에 연재한 소설가 김강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작은 것들’(공저) 등을 썼다. /삽화 이건욱
‘Grasp reflex’를 본지에 연재한 소설가 김강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작은 것들’(공저) 등을 썼다. /삽화 이건욱

올 1월부터 본지에 연재된 소설 ‘Grasp reflex’가 지난주 끝을 맺었다. 연재를 시작할 즈음 김 작가는 “두 개체가 조우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우연의 방식이거나 혹은 한 개체가 다른 개체가 있는 곳으로 한 발 내딛는 것. 쓰는 이와 읽는 이의 경우는 어떤가?”라고 물으며, “우연은 차치하자. 자, 여기 문학이 있으니 와서 보시오. 하며 좌판에 앉아있는 것은 아닌가? 쓰기만 하시오, 내가 찾아가겠소. 이런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이 지점에서 나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겠다. 일어나야겠다. 걸어야겠다”는 소설가로서의 결심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제 연재가 마무리되는 시점. 아래는 작가가 보내온 원고 ‘연재를 마치며’다. 문학에 관한 김강 작가 나름의 정의와 앞으로의 출간 계획까지가 담겨 있기에 가감 없이 게재한다. <편집자 주>

 

이야기가 내게 와 나의 손을 빌려 문자로 모습을 드러내고 나의 입을 통해 마지막 문장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군가가 나를 보았다면 ‘기괴한 표정이다’라 말했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반가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입 꼬리를 바짝 올리면서도 눈은 아래를 향했고 찌푸린 미간 탓에 양쪽 관자놀이의 피부가 당겨졌지요.

왼쪽 가슴이 쿵쿵쿵 뛰었는데 그것이 기뻐서인지, 아니면 두려워서인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기다렸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에 반가울 수밖에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책임감, 같은 것들이 반가움과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곧 글을 전하는 이 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한다는 전제는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선한 행위, 존재할 가치가 있는 어떤 일이 되도록 강제합니다. 그것은 쓰는 이, 그의 손을 빌려 나타난 이야기에 의미를 입히고 살아 숨 쉬게 합니다. 진정한 마침표가 됩니다.

또한 그 전제로 인해 작가는 자신이 내어 놓은 글이 만나게 될 독자를 염두에 두게 되고 자신이 내어 놓은 글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것은 글쓰는 이 자신의 관점에서지요. 쓰는 이는 독자를 보아가며, 눈치를 보며 타인의 입맛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는 부류가 아니니까요.

 

어떤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그 지점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어느 순간 기회가 왔고, 마침표를 찍은 지 제법 시간이 지난 이야기를 달랠 수 있었습니다. 내게는, 나와 이야기에게는 경북매일신문 연재가 그 기회였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졌던 이 기회가 다른 글 쓰는 이에게도 마땅히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즈음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문학은 무엇입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문학은 질문입니다. 진실과 당위에 대한 질문입니다.”

진실은 기억의 영역이며 당위는 미래의 영역입니다.

기억 속에서 찾아낸 진실, 그 진실은 당위의 근거이며 미래를 예정합니다. 기억으로부터 미래가 시작됩니다.

이 장편소설은 지금 우리 세계, 다가올 우리 세계에 대한 질문입니다.

2022년이 지나고 2023년에 들어설 무렵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비로소 제게는 다음 질문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저는 그것을 이야기로 내어놓는데 열중할 것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이 장편소설이, 저의 질문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을 기대합니다.

 

촌스럽지만 꼭 하고 싶은, 이 자리가 아니면 하기 힘들 것 같은 감사 인사를 위해 지면을 빌립니다.

지난 1년여 동안 매주 화요일자 경북매일 신문을 모으고, 저의 연재소설을 가위로 오려 스크랩을 만드신 아버님께, 매주 화요일 ‘아들, 파이팅!’, 문자를 보내주신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며 관리자인 그녀와 두 아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매주 연재소설을 읽고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신 독자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시기에 귀한 지면을 소설가에게 내어준 경북매일신문, 편집자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게 따듯한 새해,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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