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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박지현의 정치적 좌절

등록일 2022-07-10 16:50 게재일 2022-07-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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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의 청년 정치인 두 명이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1985년 생 이준석은 서울 과학고를 거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정치 엘리트이다. 2012년 박근혜 키즈로 영입되고 2021년 한국 최초로 보수 정당의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는 당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등 내노라는 다선의원을 물리치는 이변을 보였다.

민주당의 청년 정치신인 박지현 역시 N번방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하다 이재명 대선캠프에 발탁되고 20대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공통적으로 정치적 좌절과 위기에 처해 있다. 이준석은 성상납 의혹사건으로 당 윤리 위원회의 6개월 당원 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지현 역시 6개월 당 경력 부족으로 당 대표 출마 자격을 얻지 못했다. 사건의 경중으로 봐선 이준석 대표의 자격 박탈이 훨씬 심각하지만 이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두 번이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선거 전이라 두 분이 형식적으로 화해했지만 진정한 화해인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미봉책인지 알 수 없다. 당시 이준석 대표의 빈번한 튀는 행동은 불안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 이준석 대표는 보결선거, 대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보수 정당에서 매우 취약한 ‘이대남’ 득표로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따랐다.

민주당 박지현 역시 당 여성 부원장으로 발탁되어 이재명 캠프를 거쳐 민주당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대녀’라는 여성 표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평가도 상당했지만 그들의 역할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모두 서열화되고 경직화된 당 구조에서도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확실히 전달하였다.

이준석은 지선 승리 직후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박지현 역시 당 공동 비대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정치적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역할을 부정적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은 관료화되고 폐쇄적인 우리 정당 정치의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정치에서 소외되어 무관심한 20∼30 청년 세대를 정치적 관심층으로 돌려놓았다. 특히 보수 정당의 이준석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했을 뿐 아니라 당 개혁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최초의 자격시험, 배틀 토론을 통한 대변인의 선출, AI 윤석열 등 종전의 보수 정당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책 어젠다를 관철시켰다. 그의 30대 당 대표 당선만으로도 보수 야당의 이미지를 탈색하는데 상당히 기여하였다.

박지현 역시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한 진보 민주당의 개혁에 상당한 자극제가 되었다. 그들의 돌출적인 언행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여야 모두 정당개혁이나 정치 개혁의 촉진제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청년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기 앞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당원 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는 당 대표직 사퇴를 압박받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준석의 기존의 정치 행태로 볼 때 그가 조용히 대표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벌써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 청구, 법원의 가처분 신청 등 자구책을 강구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윤리위원회 징계에 앞서 오래전부터 ‘윤핵관’의 압력을 비판해왔다. 대선과 지선의 승리 후에도 그는 축하 한 번 받지 못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였다.

우리 정치사의 사상 초유의 당대표 중징계 결정을 그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 내분은 명약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의 징계파문은 임기 초반의 윤석열 정부의 지지도 추락과 맞물려 당을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박지현 전 공동위원장의 민주당 대표 출마 좌절은 민주당의 내홍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 파동은 상당할 것이다.

이준석 성상납 의혹은 결국 경찰의 조사 등 법에 의해 흑백이 드러날 사안이다.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의 정치적 좌절과 정치적 위기는 이 나라 정당 정치의 발전의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청년 정치인들의 개혁 요구는 폐쇄적이고 경직화된 우리 정치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없을까.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계파 정치, 팬덤 정치, 패거리 정치의 굴레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 수준도 문화도 저만큼 앞서 가는데 우리 정치만은 아직도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에서는 지역갈등, 계층 갈등, 젠더 갈등에 이념 갈등까지 더하여 아직도 갈라치기 정치로 치닺고 있다. 두 청년 정치인의 정치적 좌절을 바라보면서 이 나라 청년들의 좌절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2의 이준석과 박지현이 등장하여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력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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