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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해(乙亥)

등록일 2022-07-06 18:08 게재일 2022-07-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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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온作 ‘Here where we live’

육십갑자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을해(乙亥)이다. 천간(天干)은 을목(乙木), 지지(地支)는 해수(亥水)다.

을해(乙亥) 일주는 일명 부평초, 즉 물 위를 떠다니는 풀잎의 모양이다. 온화하고 인내심은 강하나, 의지력은 약한 편이다. 의타심이 강한 편이고, 생존력이 뛰어나 성취를 위해서 노력하는 형이다. 강한 자존심에 비해 줏대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따라서 자존심을 줄여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을목(乙木)을 등라계갑(藤蘿繫甲)이라 한다. 천간(天干) 중 을(乙)과 갑(甲)이 같이 있는 사주를 말한다. 을목(乙木)인 등라(藤蘿), 담쟁이덩굴이 갑목(甲木)인 소나무를 휘감아 의지한다는 뜻이다. 소나무와 같이 곧게 자라는 나무는 홀로 성장할 수 있지만, 넝굴식물은 소나무와 같은 기댈 곳이 있어야 타고 오른다. 이와 같은 이치로 명리학에서는 등라계갑(藤蘿繫甲)이라 말한다.

등라계갑이 사주에 있으면, 혼자의 힘으로 어려운 출세를 하거나 재물을 모으는데 형제나 친구 등의 힘을 빌려서 취할 수가 있다. 타인을 의지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재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족한 면을 타인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중국 ‘경자(景子)’편에 나오는 글이다. ‘복자천’이 중국 노나라 단부지방을 다스릴 때, 날마다 거문고를 타면서 느긋하고 한가롭게 지내고 집무실에는 별로 나가 앉은 적이 없었는데도 단부를 훌륭하게 다스렸다.

한편 ‘무마기’라는 사람이 단부를 다스릴 때는 날마다 하늘의 별들이 스러지기도 전에 집무실에 나가고,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게 빛날 때가 되어야 잠자러 돌아오곤 하였다. 그는 낮이나 밤이나 편히 쉬는 날이 없이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 직접 처리해야만 했다.

어느 날 ‘무마기’가 ‘복자천’에게 단부를 훌륭하게 다스릴 수 있었던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복자천’이 “내가 다스린 방법은 다른 여러 사람들의 지혜와 능력을 빌리는 것이었다네. 자네는 오로지 자기 스스로의 능력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의 능력에만 의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은 일을 혼자 힘들게 처리해야 하고, 다른 여러 사람의 지혜와 능력에 의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편하고 한가롭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자기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옆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옮기는 것이다. 남에게 일을 맡길 때는 의심이 생기면 맡기지 말아야 하며, 일단 일을 맡기면 믿고 성패에 관계없이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지(地支) 해(亥)는 11월 초겨울에 해당하며, 색깔로는 검은색이다. 동물로는 돼지다. 일명 흑돼지라 할 수 있다. 초겨울이라 을목(乙木)은 성장을 멈춘 시기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기에 돼지에게는 배고픈 시간이기도 하다.

흑돼지라면 제주도 흑돼지가 떠오른다. 2015년 3월 17일에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었고. 우리나라 토종 돼지 종자 중의 하나인 제주 흑돼지는 내륙과 떨어진 독립된 환경에서 다른 품종의 돼지와 계통(系統)이 섞이지 않았고 오랫동안 생존한 제주 고유의 재래가축이다.

사주일주에 해(亥)가 있으면, 인복이 많고, 선천적으로 낙천적이며, 평소엔 온순하며 다정다감하나, 한 번 뒤틀려 고집을 피우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돼지띠는 억압하며 앞으로 강제로 끌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를 칠 수도 있으니 살살 달래며 이끌어주는 것이 이롭다.

돼지모양새가 온순하며 특이하게 생겨, 잡식성이라 먹성도 좋고 순해 보이기도 한다. 돼지는 뚱뚱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뚱뚱한 사람을 놀리는 단어로 돼지가 사용되지만, 돼지와 관련된 인물이나 대상을 묘사할 때 탐욕스럽지만 머리가 좋은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영국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1945년 8월 17일 출간된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조선이 해방된 해이다. ‘동물농장’을 살펴보면, ‘동물농장’에서 돼지를 농장 동물들 가운데 제일가는 지성을 갖춘 동물로 묘사했다. 농장의 모든 동물에게 존경을 받고, 가장 나이가 많고 연로한 수퇘지 ‘메이저’는 ‘두 다리로 걷는 놈은 전부 적이며, 네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동물은 모두 우리의 친구이다.’라며 동물을 제외한 모든 이는 적이라 이야기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돼지 외에는 글자를 몰랐던 다수의 동물들은 이러한 ‘메이저’의 주장에 동조하고, ‘인간이 없는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동물들에게 전달하며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며 죽는다. 마침내 농장에서 농장주 인간 존스를 쫓아내기 위해 수퇘지 스노블과 나폴레옹이 혁명을 일으킨다. 혁명에 성공한 초기 스노블이 있던 시기의 동물농장은 인간이 운영할 때보다 훨씬 살기 좋았던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스노블이 나폴레옹과의 권력다툼에서 쫓겨난 후에는 동물농장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다.

돼지 나폴레옹은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며 동물을 통제하기 시작하였으니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한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하위계층을 끌어들여 혁명을 일으킨 중간계층이 결국은 자신들의 신분상승 도구로만 이용한 뒤 다시 피지배계층 위에 군림하는 지배계층이 된 것이다. 동물주의 실현을 외치면서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동물농장에서 인간을 축출하고 동물만의 세상을 이뤄냄으로써 완벽하게 실현한다. 나폴레옹은 결국에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로 마지막 남은 계명까지 바꾸어 버린다.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 결과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와중에도 돈을 번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겠다. 옛 말을 소개하면 득지본유(得之本有). 얻었다고 하나, 원래 있었던 것이고. 실지본무(失之本無). 잃었다고 하나, 본래부터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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