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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입추(立秋)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열세 번째가 입추(立秋)다. 태양의 황경이 13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8월 7일(음력 7월 4일)이다. 음력으로는 7월의 절기다. 입추(立秋)는 대서(大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있다.입추(立秋)는 ‘가을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봄을 알리는 입춘, 여름을 알리는 입하, 겨울을 알리는 입동과 같이 계절이 바뀜을 알려주는 절기다. 이를 입(入)절기라고 하는데, 계절이 시작하는 절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름 기운이 강하게 남아 있다. 가을로 들어서려면 아직 한 달 이상이 남았다. 이런 시간 차이는 복사열 때문이다.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간혹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음력 칠월칠석이 지나면 밤에는 열대야가 식어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때때로 태풍이 올라오면 거친 바람과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지만, 입추가 지나면 뜨겁고 덥지만 습하지 않은 날이 지속된다.1년 벼농사의 성패가 이 때의 날씨에 달려있다. 입추는 벼의 성장에 중요한 절기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야 낱알을 살찌울 수 있고, 벼가 제대로 누렇게 익어가기 때문이다. 입추에서 처서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 예로부터 각 고을마다 비가 내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청제(祈晴祭)를 지냈다.입추와 처서 사이에 칠석(七夕·양력 8월 10일)이 있다. 칠석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라 예로부터 길일로 여겼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오작교(烏鵲橋)를 건너 만나는 날이다. 칠석날 내리는 비는 기쁨의 눈물이요, 다음날 내리는 비는 헤어지면서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 한다. 여름 하늘에 은하수를 중심으로 동쪽에 견우성(독수리자리), 서쪽에 직녀성(거문고자리)이 있다. 두 별은 약 16광년 떨어져 있다. 전설로만 전해진 사랑 이야기다.‘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때는 벼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 ‘어정 7월, 건들 8월, 동동 9월’이란 말도 있다. 모를 심고 난 뒤 7월에는 어정어정 거리고, 8월에는 농한기라 건들거리며, 9월에는 발을 동동 구른다는 표현이다.입추는 입춘에서 시작된 만물이 성장을 마감하는 시기가 되고, 동시에 추수를 위해 기운을 안으로 응축시키는 결실을 준비하는 때다. 유종유시(有終有始)가 연결되는 시점이 입추인 것이다. 유종(有終)은 유시(有始)를 위한 미래의 준비가 되며, 내일의 약속이다. 운이 바뀔 때 길흉이 크게 표출되는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년)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맹추(孟秋)의 달, 즉 음력 7월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신(申)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달의 방위는 서쪽이며, 신(申)은 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한다. 색깔은 흰색이며, 숫자로는 9다. 맛은 매운 맛이며, 냄새는 비린내다. 맹추가 시작될 때 대문으로 기운이 들어오기에 대문에서 제사를 드린다. 제물로 간(肝)을 먼저 올린다. 간(肝)은 오행에서 목(木)이다. 금(金)이 목(木)을 이기기에 제물로 사용한다.천자는 흰 옷을 입고, 흰 말을 타며, 흰 옥을 차고, 흰 기를 세운다. 입추는 가을이기에 금(金)의 기운이 왕성하므로 모든 복장, 의식, 행사 등에 금(金)의 색깔인 흰색을 사용한다. 가을의 정령(政令)을 내려 불효자와 불손한 자, 그리고 난폭한 자와 오만하고 교만한 자를 색출하여 벌함으로써 이 달의 기운에 보조를 맞춘다.입추가 드는 날에 천자는 삼공, 구경, 대부들을 거느리고 서쪽 교외에서 가을을 맞이한다. 농사가 결실을 거두기 시작하니 천자는 햇곡식을 맛보게 되는데, 먼저 종묘에 올린 다음 먹는다. 관리들에게 명하여 세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고, 제방을 완전하게 하고, 강둑을 잘 살펴 수해에 대비하게 한다. 또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감옥을 수리하게 하여 간사한 자를 잡아가두고, 재판을 신중히 하여 송사를 공평하게 한다.명리에서 입추(立秋)는 신월(申月)이며, 가을의 시작을 의미한다. 오행으로는 신(申)이며, 금(金)에 해당한다. 신(申)의 글자는 펼 신(伸)에서 파생되었다. 시간은 오후 4시경이고, 달로는 8월이니 ‘만물이 활짝 편다’(伸張)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특히 지지 신(申)은 천간에 경(庚)에 해당된다. 경금(庚金)을 숙살지기(肅殺之氣)라 한다. 숙살지기는 가을의 쌀쌀하고 살벌한 기운을 말한다. 살(殺)에서 풍기듯이 만물의 성장을 멈추게 된다. 그래서 가을 햇살은 뜨겁지만, 습기가 적어 덥다기보다 따갑다는 느낌이 더 든다. 이때 벼도 영글어가고, 열매를 더 단단하게 하고 골고루 성장시키는 것이다. 사실 가을 햇살이 여름 햇살보다 더 무서운 힘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숙살지기의 기운 때문인지 이 시기부터 미뤄 왔던 사형을 집행한다. 중국 한나라 때부터 입추에서 입춘 전까지 사형을 집행할 수 있었고, 입춘이 지나면 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사마천 ‘사기’ 혹리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왕온서라는 사람이 있었다. 젊은 시절 사람을 죽여 암매장하고, 남의 무덤을 도굴하는 등 악행을 저질렀다. 이후 관리가 되자, 도적을 체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도적을 잡아 뇌물을 준 자는 죄가 백가지라도 처벌하지 않았다. 승진하여 하내군 태수까지 오른다. 하내군 호족 가운데 간악한 집안을 파악하고, 한무제의 재가를 얻어 처형한 자의 피가 10여 리나 흘러내렸다고 한다.입춘이 되자 왕온서는 발을 구르며 이같이 탄식했다. “아! 겨울을 한 달만 늦출 수 있다면 족히 사안을 만족스럽게 처리할 수 있었을 터인데….” 살상을 통해 위세를 부리고, 백성을 아끼지 않은 것이 이와 같다. 결국 부정부패로 고발을 당하자 자진하였고, 오족(五族)이 처형됐다. 그의 집에는 재산이 천금이나 쌓여 있었다. 법령이 많이 세밀해질수록 도적이 많은 법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의 결과는 지금도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2024-07-17

대서(大暑)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열두 번째가 대서(大暑)다. 태양의 황경이 12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7월 22일(음력 6월 17일)이다. 음력으로는 6월의 절기다. 대서는 소서와 입추(立秋) 사이에 있다.대서(大暑)는 ‘큰 더위’라는 뜻이다.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때다. 소위 찜통더위, 불볕더위라고 한다. 소서 때부터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동서로 걸쳐지기 때문에 큰 장마가 자주 발생한다. 장마가 끝날 무렵 고온다습한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며, 밤에는 열대야 현상 때문에 잠을 청하기에 괴로움이 따르는 시기다.농촌에서는 장마철에 부쩍 자라난 잡초를 베어 퇴비를 장만하고, 논밭에 무성한 김매기에 여념이 없다. 가을보리를 베어낸 터에 콩이나 팥 등을 심어 이모작을 하기도 한다. 속담으로는 ‘염소 뿔도 녹는다’가 있다. 즉, 무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대서 더위에 녹는다는 이야기다. 또 농사일로 가장 바쁜 때기에 ‘소서, 대서 하루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는 말이 있다.대서에는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고, 채소가 풍족하다. 참외와 수박 등 과실이 풍성하며, 과일이 가장 맛있을 때다. 한여름 태양 아래 단맛이 차오르지만, 비가 자주 오면 단맛이 희석된다. 수박은 가뭄 뒤에 제 맛을 낸다고 해 대서의 수박을 가장 좋게 쳤다. 저녁 땅거미가 내리면 박꽃은 하얗게 피어나고, 새벽 햇살에 호박꽃과 나팔꽃도 핀다. 또한 대추, 밤, 호두도 영글어간다. 산에는 으름과 다래가, 산길에는 산딸기가 익어간다.명리학에서 대서는 미월(未月)에 해당하며, 소서와 대서를 포함하고 있다. 미(未)는 오행으로 토(土)이며 조토(燥土)다. 즉,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다. 미시(未時)는 화(火)기운이 정점에 달하고, 하루 중 가장 더운 때다. 양기가 왕성한 가운데, 음기도 서서히 일어나 만물을 생육하고 기르는 기간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떨치나 이미 가을을 향하고 있다. 음양의 극적인 대립으로 인해 장마와 태풍이라는 자연현상을 자주 보여준다.사주에 미(未)가 있는 사람은 화(火)의 불타오르는 성질로 인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희생정신이 있다. 뒷끝이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기 방어적이고 민감한 성격으로 모성애가 남다르다. 자신과 가정을 위해 무엇이든 축적하려는 성향이 있다. 폭발력과 급한 성격으로 인한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교와 화술이 뛰어나 구설수가 따른다. 또한 남의 간섭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외톨이가 될 수 있으니 자중해야 한다.대서(大暑)를 전후해 민간에서는 햇볕에 옷을 말리고, 사찰에서는 경서를 꺼내어 습기를 제거하기도 했다. 무더운 낮에 갑자기 폭우가 내린 뒤에 미꾸라지들이 마당에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진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해먹으면 기운이 솟구친다는 속설이 있다.대서 때에는 흙이 습하고 뜨거워지며 종종 큰비가 내린다. 이때부터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니 구석진 곳에서 귀뚜라미가 보이고, 매가 후려치는 연습을 하며, 썩은 풀이 반딧불로 변한다고 한다. ‘태평어람’에서 허신은 ‘풀이 음기를 얻으면 죽는다. 음(陰)이 지극해지면 그 가운데서 오히려 양(陽)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썩은 풀이 반딧불로 변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한다. 즉, 한대(漢代) 사람들은 썩은 풀 주변에 반딧불이 모여드는 광경을 보고 썩은 풀이 반딧불로 변한다고 생각한 것이다.대서 기간에 백중(百中·음력 7월 15일)이 있다. 백중은 불교에서는 우란분절이라고 하며, 스님이 수행하는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이때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봉행하기도 한다. 이 무렵에 갖가지 과일과 채소가 많아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고 해서 백종(百種)이라고도 칭한다. 또한 돌아가신 조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음식, 과일, 술을 차려놓고 천신(薦新·철따라 새로 난 과일이나 곡식을 처음으로 신위에 올리는 일)을 하였으므로 ‘망혼일’이란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미(未)는 주역으로 보면 천산둔(天山遯)괘다. 위로는 양효가 4개 있으며, 아래로는 음효가 2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다. 흔히 소인의 세력이 자라나는 괘로 풀이한다. 소인이 아래로부터 득세해 올라오니 군자가 그 세(勢)에 밀려 스스로 물려나는 은둔의 괘라는 것이다. 그래서 ‘둔(遯)’이란 괘명이 됐다.‘설문해자’에 의하면 둔(遯)은 착(辶)자와 돈(豚)자가 합쳐진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돼지가 우리에서 뛰쳐나와 도망하는 것은 더 이상 갇혀 있다가는 굶어 죽게 생겼기 때문이다. 챙겨줄 주인이 없으니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원래 돼지는 가(家)의 상징이다.‘가(家)’란 글자는 돼지(豕)를 기르며 한 울타리(宀)에 모여 사는 혈연집단을 묘사하는 글자다. 둔(遯)은 국가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돼지가 우리를 벗어나 도망하는 것으로 비유한 셈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천산둔괘는 하늘 아래 산이 있는 형상이다. 산은 높고 낮음이 있다. 그러므로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인간사로 말하면 지위가 다른 사람이 함께 서 있는 것과 같다. 낮은 산이 높은 산을 보고 욕심을 낼 리야 없지만, 인간사는 그렇지 않다. 어차피 산의 높이가 같을 수 없듯 사람의 지위도 같을 수 없는 일이고 보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 외는 다른 길이 없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욕망은 파멸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법이다.주역은 인간사와 자연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다간 자칫 전체 맥락을 놓치기 쉽다. 인간사로 말하면 부부관계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지만, 자연에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없다. 자연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어렵다. 인간사에서도 시대의 부침에 따라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대서의 무더운 여름도 다가올 처서(處暑)에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이치를 알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2024-07-10

소서(小暑)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가 소서(小暑)다. 태양의 황경이 10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7월 6일(음력 6월 1일)이다. 음력으로는 6월의 절기다. 소서는 하지와 대서(大暑) 사이에 있다.소서(小暑)라는 말은 ‘작은 더위’라는 뜻이다. 태양이 가장 높게 오래 떠 있는 절기는 하지다. 일반적으로 하지가 가장 무더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날씨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는 때는 소서와 대서 사이다.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를 데우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소서와 대서에 이르러야 진정한 무더위를 느낄 수 있다.소서는 장마와 관련이 매우 깊다. 소서를 전후해서 우리나라에 장마전선이 머문다. 이 무렵부터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하천이 넘치고 논이 잠수돼 종종 피해가 발생한다. 소서는 밭매기로 분주한 시기다. 하지 때 보리를 수확한 밭에 팥이나 콩, 조와 수수를 심었기 때문에 밭의 김을 매어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서 때 논매기를 했지만, 요즘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의 김을 매지 않는다.소서의 속담은 ‘소서가 넘으면서 새 각시도 모 심는다’, ‘소서의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등 모내기와 관련이 많다. 왜냐하면 소서인 7월이 되면 모내기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가가 있으면 마을 전체가 힘을 모아 모내기를 했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좋은 전통에서 생겨난 관습이다.소서(小暑)는 미월(未月)이 시작되는 절기다. 미월(未月)의 미(未), 한자를 풀이하면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나무의 형상을 본뜬 글자다. 나무가 성장을 다한 상태, 이제 더 이상 자랄 일이 없는 나무이기에 ‘아니다’라는 뜻이 나왔다. 이와 함께 미래, 장래의 뜻도 있다.명리학에서 미(未)는 오행으로 토(土)에 해당하므로 미토(未土)라고 부른다. 미(未)를 어두울 매(昧)로 보기도 한다. 미월(未月)의 양기가 더 자라지 않고, 음의 기운이 자라서 만물이 쇠해 가는 어두운 시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한창인 미월(양력 7월)이지만, 계절 순환의 이치로 이미 가을을 맞이할 준비하고 있다. 음양 교차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다.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양은 평화를 상징하고, 무리를 지어서 살고, 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이다. 양(羊)은 무리지어 살아가기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무리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해심이 많고 마음도 여리다. 우울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기도 한다. 은근히 고집이 있어 한 번 마음먹으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토(土)의 성질로 대인관계가 무난하며, 중재하고 화해모드를 조성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계하(季夏)의 달, 즉 6월(음력)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미(未)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달의 방위는 중앙이며, 미(未)는 오행상 토(土)에 해당한다. 색깔은 황색이며, 숫자로는 5다. 맛은 단맛이며, 냄새는 향내다.천자는 누런 옷을 입고, 누런 말을 타며, 누런 옥을 차고, 누런 깃발을 세운다. 천자는 후토(后土) 즉, 토지 신에 제사를 지내며, 제물은 심장(心腸)을 먼저 바친다. 이 달의 오행인 토(土)를 생하는 것은 화(火)다. 화는 심장을 나타내므로 제물로 바치는 이유다.이 달에는 나무가 바야흐로 무성하게 자라는 시기다. 벌목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제후들을 모아 토목공사를 일으켜서도 안 된다. 백성들을 동원하고, 군대를 일으키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을 받는다고 믿었다. 이때는 흙이 축축하고 날씨는 찌는 듯이 더우며 때때로 큰비가 내리니,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화(火) 기운이 성하고, 수(水) 기운이 약해지기에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잦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소서와 대서 사이에 삼복더위가 있다. 삼복(三伏)은 초복과 중복, 말복을 말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7월 15일), 네 번째 경일이 중복(7월 25일),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이 말복(8월 14일)이다. 삼복은 24절기는 아니지만 오랜 풍습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복날에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사람의 기력이 쇠하기에 보양식으로 주로 삼계탕을 즐겼다.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한 이유는 경(庚)은 음양오행으로 볼 때 차가운 금(金)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가을이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품은 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자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음양오행 사상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소서 때는 온갖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는 시기다. 생선 종류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는 조림, 구이, 찜으로 먹는데 애호박을 넣어 끓여 먹으면 맛이 있다. 애호박에는 단물이 나고, 민어는 기름이 한창 오를 때여서 첫 여름의 입맛을 상금하게 돋워주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또 밀을 수확한 뒤여서 국수와 수제비도 즐겨 먹었다.인간의 생명은 형(形), 기(氣), 신(神)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형(形)은 생명이 머무는 곳이며, 기(氣)는 생명을 채우는 것이며, 신(神)은 생명을 통솔하는 것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제자리를 잃으면 세 가지 모두 손상이 된다. 즉, 몸에서 형기신이 각각 제자리에 머물고 상호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의 삶이 온전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 여름은 극심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각자 건강과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2024-06-26

하지(夏至)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열 번째가 하지(夏至)다. 태양의 황경이 9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6월 21일(음력 5월 16일)이다. 음력으로는 5월의 절기다. 하지는 망종과 소서(小暑) 사이에 있다.하지(夏至)는 여름 하(夏)와 이를 지(至)를 써 ‘여름이 다 왔다’라는 뜻이다. 지구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때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뜨지 않는다. 태양이 황도상 가장 북쪽인 하지점에 이르게 되며, 지구 표면이 받는 열량이 가장 많아진다. 더위가 지속되기에 하지 이후에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가 온다.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난다. 하지가 지나도록 모심기를 하지 않으면 그해 농사에 큰 지장이 생긴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는 다르다’고 할 정도로 못 미기를 서두를 시점이다.이때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므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는데, 조선시대에는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했기에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장마가 오면 뿌리채소들이 상할 수 있기에 미리 수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에 수확하는 작물로 대표적인 것은 감자다. 3월 중순에 감자를 심으면 하지 무렵 알이 굵고 단단해진다. 이때 수확한 감자를 햇감자 또는 하지감자라고 했다. 감자는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해야 오래 보관할 수 있다.여름은 오행 가운데 화(火)에 속하고, 확산하는 기운이 강한 오행이다. 화(火)는 오장 중 심장을 관장하고, 토(土)를 생(生)하므로 맛으로는 쓴맛과 단맛을 적당히 취하는 것이 좋다. 쓴맛이 더해진 채소와 단맛이 풍부한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이다. 이 무렵에는 매실 수확이 한창이다. 이 시기에는 사슴의 뿔이 빠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무궁화가 꽃을 피운다.하지(夏至)부터는 낮이 서서히 짧아지고, 음기가 점차 생겨나면서 음과 양이 서로 그 기세를 다투게 된다. 그러므로 ‘음과 양이 다툰다’고 말한다. 또한 하지에는 생성을 주관하는 양(陽)이 극성의 상태에 이르지만, 그와 동시에 죽음을 주관하는 음(陰)이 점차 자라나게 된다. 때문에 생과 사의 경계가 갈라진다고 말한다.하지는 오(午)에 해당하는 달이며, 오(午)는 주역으로 천풍구(天風姤)괘에 해당된다. 천풍구(天風姤)는 위로는 양효가 다섯 개 있고, 아래로는 음효가 하나 있다. 구(姤)괘는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음효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는 형국이다. 마치 새로 등장한 소인에 대한 경계와 스스로의 반성을 주제로 삼고 있다. 또한 음효가 제일 아래에 있어 바람기 있는 여자로 비유한다. 힘없는 초효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나머지 다섯 효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는 역시 바람기 있는 여자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전체적 흐름으로 볼 때 음효가 자라나면 상대적으로 양효의 세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여자는 일종의 비유로, 음기를 의인화한 것이다. 음기가 앞으로 왕성히 자라날 것인 만큼, 적어도 음기를 북돋우는 어리석은 일은 해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상전(象傳)에는 구(姤)괘의 괘사에 대해 ‘하늘 아래 바람이 부는 것이 구(姤)괘니, 제후는 명을 내려 사방에 알린다’라고 했는데, 다분히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바람은 세상 모든 것과 빠짐없이 접촉하고 교류하면서 나아간다. 이런 바람의 모습에서 윗사람의 뜻이 아랫사람에게 파급되는 모습을 연상하는 것이 상전의 내용이다. 허나 바람이 엉뚱한 방향으로 불게 되면 나라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경고도 담겨져 있다.오월(午月)은 음양의 문(門)으로서 일음시생(一陰始生)의 음양이 교체하는 시점이다. 또한 오(午)는 ‘교착하다’, ‘거스르다’, ‘거역하다’는 뜻도 있다. 오(午)는 동물로는 말(馬)이다. 말은 이러한 변동과 변화에 약하기 때문에 잘 놀라는 특성이 있다. 말은 주인을 잘 몰라보기 때문에 아무나 올라타면 달리는 기질이 있다. 말(馬)은 겁이 많고, 낮에 주로 활동하는 동물로 누워서 자는 법이 없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사주에 오(午)가 월(月)이나 일(日)에 있는 사람은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성과를 낼 때는 파도가 밀려들 듯이 실적을 내지만, 하강곡선에 이르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특성도 있다. 그러나 강한 기운이기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 굳세고 꿋꿋한 기상을 가지고 있다.오화(午火)의 기본 성격은 도화(桃花)를 가지고 있고, 활동영역이 넓은 반면 성격이 급하다. 오화가 잘 발달하면 적극적이고 예의가 바르고 인간관계가 좋다. 화 기운이 많으면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이나 성격이 급해서 싫증을 빨리 내는 단점이 있기에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하지에는 낮이 길어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그러한 습관은 건강과 부와 지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간적 미덕이나 탁월함은 훈련과 습관을 통해 얻어진다. 우리는 미덕이나 탁월함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던 일을 한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2024-06-12

망종(芒種)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아홉 번째가 망종(芒種)이다. 태양의 황경이 7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6월 5일(음력 4월 29일)이다. 음력으로는 5월의 절기다. 망종은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다.망종(芒種)은 바야흐로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보리가 익어가고 매화가 열매 맺기를 시작하는 때다. 산에는 뻐꾸기가 울기 시작한다. 밭 근처에서는 오동나무꽃, 이팝나무꽃,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또한 감나무에 꽃이 핀다. 인동꽃, 다래꽃, 달래꽃도 피어난다.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뜨거운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서 가뭄이 지속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망종(芒種)이란 벼나 보리처럼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합한 시기라는 의미다. 여기서 ‘망(芒)’은 벼나 보리처럼 까끄라기를 말하며 ‘종(種)’은 그러한 작물을 뜻하는 바, 곧 밀과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심을 때라는 것이다. 망종은 고생스럽고 힘든 농번기이지만, 지난날 높고 험난한 보릿고개로부터 해방되는 날이기도 했다. 또한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정도로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다. ‘보리는 망종 삼일 전까지 베라’라는 말이 있는데,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을 담고 있다. 보리는 익어서 늦기 전에 거두어 들어야 하고, 미처 모내기를 못했다면 마무리해야 했다. 조, 기장, 콩,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고 양파, 마늘, 감자를 수확하는 것도 이 시기다.우리 속담에 ‘망종 넘은 보리, 스물 넘은 비바리’는 시기가 지난 것은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망종 보리와 여자의 나이를 빗대 속되게 표현한 것이다. ‘망종 날씨가 궂거나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 또는 ‘망종 날에 우박 내리면 시절이 좋다’라는 말이 있어 한 해 농사가 풍년일까 흉년일까를 날씨로 점을 쳐 보았다.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6월 6일이 현충일인 이유는 망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고려 현종 5년(1014년), 당시 거란과의 여요전쟁(麗遼戰爭)으로 수많은 장병들이 사망하자, 망종 날이면 유해를 집으로 돌려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던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이날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선조들은 망종을 가장 좋은 날로 여기고, 조상들의 보살핌에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나라를 위해 죽은 장병들의 제사를 주로 이 시기에 지냈던 것은 전사한 장병들의 제사를 망종(芒種)에 지낸 전통을 고려한 것이었다. 1956년 6·25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현충일을 제정할 당시의 6월 6일이 망종이었다. 6·25전쟁을 상기하며 옛 풍습에 따라 호국영령의 합동 위령제를 올리기로 한 날인 6월 6을 현충일로 정하고 1956년부터 시행했다.망종은 오월(午月)이 시작하는 절기다. 오(午)는 명리에서 화(火) 기운이 있어 오화(午火)라고 부른다. 오화(午火)는 망종의 뜨거운 여름 햇살을 의미하는 지지(地支)다. 사주에 오화가 있으면 망종의 날씨처럼 뜨겁고 화끈한 기운이 있다고 본다.오(午)는 오화(午火) 또는 도화(桃花)라고 불린다. 본래 복숭아꽃, 복사꽃을 지칭하므로 도화살(桃花殺)이라 한다. 예전에는 도화살이 있으면 끼가 많고 음란하고 색정이 강하다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도화살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개성과 끼를 발산하는 재주 많은 모습 때문에 방송이나 연예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요즘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한다. 오월생은 대체로 활동적인 사람이 많지만, 자신이 불공평한 대접을 받고 있고 삶의 질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외형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면은 까다롭고 알 수 없는 자신 만의 생각에 늘 젖어 있다. 공동체 생활보다는 독신주의가 많다. 그래서 내면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하염없이 겉도는 단점도 있다.그러나 세상의 모순된 현실을 변화시키고, 소외되거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도 있다. 자신 만의 이념을 가지고 겉으로는 사회와 잘 어우러져 살고 있는 듯해도 속으로는 항상 외로움이 많은 것이 흠이다. 때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지위나 감투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기도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중하(中夏)의 달, 즉 5월(음력)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오(午)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달의 방위는 남쪽이며, 수는 7이다. 맛은 쓴맛이며, 냄새는 그을린 내다.천자는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말을 타며 햇병아리 고기에 곁들인 기장을 맛보고 복숭아를 먹는데, 이를 먼저 종묘에 올린 다음 먹는다. 백성이 쪽풀을 베어 옷감에 물들이거나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 이때는 초목이 아직 완전히 다 자라지 않았기에 한창 자라고 있는 초목을 상하게 하지 못하려는 조치였다.예로부터 통치자는 백성의 삶을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정령(政令)을 시행하였다. 계절에 맞지 않는 정령을 시행하면 오곡이 익지 않고 온갖 해충이 발생하여 나라에 기근이 들기 때문이다. 백성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정치를 사사로움이 없게 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 군자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자신의 가난함을 잊는다. 그러므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2024-05-22

소만(小滿)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여덟 번째가 소만(小滿)이다. 태양의 황경이 6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5월 20일(음력 4월 13일)이다. 음력으로는 4월의 절기다. 소만은 입하와 망종(芒種) 사이다.소만(小滿)은 한자로 ‘작은 것이 가득찬다’라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조금씩 여름 기운이 차올라온다는 뜻으로 지난 겨울에 심었던 밀, 보리, 마늘, 양파 등의 열매가 영그는 때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성장하여 가득찬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번에 뿌려놓은 싹이 이제 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벼농사를 위한 모내기를 시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소만이라는 말은 모든 만물이 자라나서 세상을 가득 채운다라는 의미인데, 소만은 식물이 잘 자라는 시기다. 햇볕이 가득하고 모든 식물의 색깔이 연초록으로 변한다. 가을에 심어놓은 보리를 베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를 하는 때다. 따라서 이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진다. 밭농사는 김매기를 하고, 벼농사는 모판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농사 준비에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예전에는 이 시기가 가장 불행했던 때다. 바로 보릿고개의 아픈 추억이 있었다. 작년에 수확한 밭작물도 다 먹었고, 들나물과 산나물도 씨앗을 맺으니 먹을 것 없고, 보리 수확은 아직 더 기다려야 했으니 모진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지금은 먹을 것이 차고 넘친다. 추수한 보리, 밀, 죽순, 봄나물인 씀바귀, 냉이, 시금치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시대로 바뀌었다.이 시기에 봉선화가 피면 잎과 꽃을 찧어내고 백반을 넣어 손톱에 물을 들였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과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래 이 풍속은 오행설에 붉은색(赤)이 사귀(邪鬼)를 물리친다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또 풋보리를 몰래 베어 그슬리고 밤이슬을 맞힌 다음 먹으면 병이 없어진다는 속설도 있다.속담으로는 ‘소만(小滿)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가 있다. 계절상으로 봤을 때 여름이라 따뜻한 시기이지만, 이따금씩 차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 노쇠한 사람이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가 있기에 경고의 의미가 있다.소만은 사월(巳月)의 중앙에 해당하는 절기이다. 사월은 양기가 힘차게 활동하는 시기로 만물이 힘찬 에너지를 뿜어내며 정열적으로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표출하는 시기다. 사월은 모내기철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집 나간 사람도 사월에는 들어온다는 말도 있다.동물로는 뱀이다. 뱀은 징그러우면서도 끌리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꺼림과 끌림의 이중성으로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사화(巳火)의 특성이다. 그 매력에 가까이 가서 친하게 지내려고 하고 마음을 놓고 지내다가 갑자기 변덕으로 상대를 곤경에 빠지게 하는 성질이 있다.하지만 단정하고 잘 다듬어진 용모를 갖고 있다. 겉으로는 화끈해 보일 수 있지만, 일을 추진할 때는 세밀하고 침착하고 논리적이고 예의가 바르다. 주어진 환경 변화에 따라 업무를 파악하고 전체를 장악하며, 업무환경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 놓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장애물을 거침없이 통과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뱀은 앞으로만 가지 뒤로 물러서는 점이 없는 것처럼 이런 기운이 넘치는 달이 사월이다.사월의 뱀은 양기의 상징이다. 성질이 급하고 화(火)의 기운이 강한 사람들은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한다.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니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이 성향에 어울린다. 주역으로 보면 중천건(重天乾)괘에 해당한다. 여섯 효(爻)가 모두 양(陽)으로 64괘 가운데 가장 강하고 튼튼한 괘다. 주역을 대표하는 괘다. 초구(初九)는 물에 잠긴 잠룡(潛龍)에서 시작하여 상구(上九)는 항룡유회(亢龍有悔)다.‘문언전’에서는 항(亢)자를 ‘나아가는 것만 알고 물러서는 것을 모르며, 존속하는 것만 알고 멸망하는 것을 모르며, 얻는 것만 알고 잃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라고 해석한다. 사실 나아감과 물러섬을 항상 잊지 않고 동시에 살필 수 있다면, 분명 보통사람이 아니다. 더욱이 한창 잘나갈 때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미리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뛰어난 인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문언전’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성인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진퇴와 존망을 알고서 그 바름을 잃지 않을 사람이라면 아마도 성인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분은 귀하나 지위가 없고, 높이 있어도 다스릴 백성이 없으며, 어진 이가 아래에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 때문에 움직이면 후회가 뒤따른다. 다시 말해 ‘지극히 융성할 때 그 지나침을 살핀다’라는 말이 주역의 큰 뜻이다.초구 잠용은 물에 잠긴 용은 배우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상태다. 상구 항룡은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가 겸손히 은퇴할 줄 모르면 반드시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구부득고(求不得苦)는 원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이다. 부족한 것이 충족되면 얼마 있지 않아서 권태에 빠진다. 권태를 벗어나고자 다른 무엇을 욕망하면서 다시 고통에 빠지게 되니, 인간의 삶이란 고통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인간은 맹목적인 애욕이 있어 부족한 것을 취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욕망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같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024-05-08

입하(立夏)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일곱 번째가 입하(立夏)다. 태양의 황경이 4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어린이날인 5월 5일(음력 3월 27일)이다. 음력으로는 4월의 절기다. 입하는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해당한다.명리학에서는 동지(冬至)를 새해로 보지 않고, 입춘(立春)을 새해로 본다. 하늘은 이미 새해가 되었지만, 땅은 입춘이 되어서야 새해가 되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만큼 시차가 필요한 것이다. 입하(立夏)의 입(入)은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를 표현한다. 실제로 이전 기운인 봄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지구에서 여름이 되려면 한 달 반의 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 태양열이 지구를 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복사열 때문이다.입하(立夏)를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涼), 맥추(麥秋)라고 한다. 초여름으로 진입하는 시기이기에 맹하(孟夏), 초하(初夏)라고도 부른다. 입하가 되면 봄은 서서히 물러나고, 산과 들은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청개구리가 여름을 알리면서 울고, 땅에 숨어있던 지렁이가 바깥으로 나오는 때다. 못자리에는 벼 싹이 터져 자라고, 보리 이삭이 추수를 기다리기에 농사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시기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맹하(孟夏)인 입하는 음력 4월 진월(辰月)이다. 이 시기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진(辰) 방향을 가리킨다. 이달의 방위는 남쪽이며, 수는 7이다. 맛은 쓴맛, 냄새는 그을린 내다.입하(立夏)는 불(火)의 덕이 왕성하며, 색깔은 붉은색이다. 이달의 생물은 깃털 달린 것이고, 양기가 왕성하게 작용하면 비늘 달린 것이 사라진다. 깃털 달린 것 중에는 봉황이 으뜸이다. 하늘타리가 돋아나고, 씀바귀가 무성하게 자란다.천자는 삼공, 구경, 대부들을 이끌고 몸소 남쪽 교외로 나아가 여름을 맞이한다. 궁궐로 돌아와서는 상을 내리고, 제후를 봉하고, 예악을 정리하고, 좌우 신하들을 대접한다. 태위에게 명령하여 국가의 준걸을 천거하게 하고, 벼슬과 녹을 내린다. 토목공사를 하지 않고, 큰 나무는 벌목하지 않고, 전답과 산림을 관리하는 관원에게 명령하여 농토와 들판을 순시하면서 농사일을 권장하게 한다. 또 야생 짐승이나 가축을 멀리 쫓아내 짐승들이 곡식을 상하지 못하게 한다. 냉이가 죽고 보리가 익으면 가벼운 죄를 판결하여 경범죄로 처리한다. 때에 맞는 정령을 시행함으로써 백성의 살림살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입하 때 하는 우리의 세시풍습은 쌀가루와 쑥을 한데 버무려 쪄먹는 떡, 이른바 쑥버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먹기도 한다. 마을에 따라 색다른 음식을 마련해 농사꾼들의 입맛을 돋우기도 하였다. 속담으로는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가 대표적이다. 입하 때 못자리를 만들게 되는데, 이때 바람이 불어 볍씨가 한쪽으로 몰리게 되면 못자리의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입하는 사월(巳月)의 시작에 해당하는 절기이며, 여름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나무(木) 기운을 받아 뻗어 나가던 줄기는 성장을 멈추고 화려하게 잎을 펼친다. 본격적인 불(火)의 기운이 펼쳐지기에 천지만물이 충만한 양기를 받아 성장한다. 사주에서 사(巳)가 강한 사람은 맹렬한 에너지가 돋보인다. 물러날 곳도 물러날 이유도 없어 물러서지 않는 기운이 있다. 즉, 어떤 일에도 포기하지 않는 기운을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많다. 두려움과 거침이 없는 편이다.사화(巳火)의 상징 동물은 뱀이다. 뱀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대체로 눈에 잘 띈다. 양기가 너무 지나쳐 발이 없이도 잘 다니고 날기도 한다.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외골수의 측면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은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다. 방정환 선생은 1923년 색동회를 발족하였다. 민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아동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색동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문화 운동단체다. ‘어린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시작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이 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어린이들을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 그만큼 당시에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힘든 일을 시키거나, 때리고 욕하는 것이 다반사인 처참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전에는 어린이를 ‘아동’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은 그 당시로는 시대를 앞서간 대단히 선구적인 생각이었다. 일종의 어린이 권리선언이다. 1946년에 5월 5일로 바뀌었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1888~1965)의 장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봄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나며, 동물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는 계절이다. 하지만 길고 긴 동토에서 새싹을 피우려는 고통을 인내하면서 자라난 것이다. 모든 동식물이 생존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연에 적응한 것만 생존한다. 자연의 섭리만 있을 뿐이다.입하는 생존한 것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해 수분, 영양소와 함께 따뜻한 온기와 햇볕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도 이해, 배려, 보살핌,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이 필요하다.

2024-04-24

곡우(穀雨)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가 곡우(穀雨)다. 태양의 황경이 3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4월 19일(음력 3월11일)이 곡우(穀雨)다. 봄철의 마지막 절기다.곡우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하며, 곡식을 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농사철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절기다. 봄비가 내려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뜻도 있다.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속담으로는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에서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와 같이 농사 또는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한다.곡우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날씨는 따뜻하고 습해져서 강우량은 증가한다. 쌀 성장과 성숙에 결정적이며,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시기다. 농촌에서는 이 시기에 모내기한 논을 정비해 물을 가두고, 조와 같은 늦깎이 작물을 심는다.곡우에 관한 전설이 있다. 이 시기에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의 삶이 힘들어지자 비가 오기를 지극정성으로 빌었다. 정성에 감동한 젊은 용이 강에서 나와 하늘로 치솟아 구름을 모으고 비를 만들어 가뭄을 해소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용의 자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곡우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채로운 용 모양의 연을 만들어 하늘 높이 날렸다. 이렇게 용 연날리기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농경 문화권에서는 자연이 인간의 삶에 깊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풍년을 위해 애쓰는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엿볼 수 있다.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 충남 해안 격열비열도(格列飛列島)까지 올라온다. 이때 서해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한다. 이 조기는 아직 살이 적지만, 연하고 맛있다. 이 때문에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이 몰려든다.전남 영광에서는 한식사리 또는 입하사리 때보다 곡우사리 때 잡히는 조기에 알이 많이 들어 있어 맛이 좋다고 한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는 속담은 곡우가 지나서 잡힌 조기 즉, 곡우사리의 맛이 최고라는 말이다. 여기서 조기(助氣)란 이름이 ‘사람의 기(氣)를 북돋우는 효험이 있다’고 해서 유래됐다고 한다. 조기는 제사상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제수다.곡우는 봄철의 마지막 절기로, 농작물이 성장하기에 좋은 기후를 가져온다. 이러한 곡우의 의미와 전통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축제와 음식 등이 이어지고 있다. 차(茶) 중에는 곡우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라고 한다. 곡우 이후에 딴 차에 비해 품질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곡우제를 지냈다. 곡우제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형태의 차이가 있지만, 한 해의 농사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는 같다.곡우는 음력 3월이므로 음양오행으로 보면 진토(辰土)에 해당하며, 음에서 양으로 넘어오는 경계의 시점이기에 양의 시간을 관장하는 힘이 있다. 권력과 지배욕을 가지고 있으며,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허무맹랑한 비전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어 현실감이 부족하다. 또한 스케일이 지나치게 커 허세가 드러나기도 한다.동물로는 용(龍)이다. 서로 다른 존재를 아우르는 힘이 있어 비난을 수용하고, 불협화음도 잘 조정한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기도 한다. 위급할 때 오히려 차분하며, 과감한 결정을 잘 내린다. 용은 변덕이 심하기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겉과는 다르게 내면에 어둠을 안고 살아가는 단점도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주역으로 보면 택천쾌(澤天夬)다. 상왈(象曰)에는 ‘하늘 위에 연못이 있는 것이 쾌(夬)괘이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은덕을 아래에 베풀며, 덕에 머물러 있는 것을 피한다’라고 했다. 하늘에 무거운 구름이 잔뜩 드리운 것과 같으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마치 단비가 대지를 적시듯 은택을 아래로 베푼다는 것이다. 군자는 덕에 머물러 있는 것을 피한다고 한다. 즉, 덕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쾌(夬)는 나누어 결단하는 것이라고 설문해자가 설명한다. 다시 말해 소인과 군자의 무리가 섞여 있다면 둘을 구별하여 어느 한 쪽을 과감히 도태시키는 것이다. 소인의 욕심을 경계하는 괘로 설명한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단초이기도 하다.변화하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은 타인과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타인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서로를 나누고 차별하는 순간부터 고통의 싹은 이미 자라나기 때문이다.

2024-03-13

청명(淸明)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다섯 번째가 청명(淸明)이다. 태양의 황경이 15도에 위치하며, 올해는 4월 4일(음력 2월 26일)이다. 음력으로는 3월의 절기다.청명을 한자로 풀이하면 맑을 청(淸)에 밝을 명(明)이다. 날씨가 맑고 하늘이 차츰 밝아진다는 뜻을 의미한다. 음양오행에서도 청명에서 곡우까지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후(初候)에는 오동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며, 중후(中候)에는 종달새가 나타나며, 말후(末候)에는 무지개가 처음 보인다고 한다. 완연한 봄빛으로 가득한 화창하고 따사로운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음력 3월인 진월(辰月)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진(辰) 방향을 가리킨다. 해질녘에 칠성수(七星宿)가 남쪽 하늘 가운데 나타나며, 새벽녘에 견우수(牽牛宿)가 나타난다. 이달의 방위는 동쪽, 수는 8, 맛은 신맛, 냄새는 누린내다.이 달은 생기가 왕성하여 양기가 활발하게 발산되고, 구부리고 있던 새싹이 모두 밖으로 나오는 때다. 그러니 묵은 곡식은 창고에 남겨둘 수 없다. 이에 천자는 관리에게 명하여 곡식 창고를 열어 가난한 자를 도와주고, 식량이 떨어진 자에게 빌려주게 하며, 재물 창고를 열어 제후들에게 예물로 보내 훌륭한 선비를 초빙하고, 어진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인재를 구하게 했다. 또한 사공(司空)에게 봄비가 내려 낮은 곳의 물이 차오를 수 있으니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들판을 잘 살피고, 제방을 수리하며, 물길을 소통시키고, 도로를 정비하라고 명했다. 날씨가 포근해지면 해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나 백성들의 굶주림을 살피는 것은 물론, 인재 등용을 중요하게 생각한 대목을 엿볼 수 있다.청명 다음날인 4월 5일은 한식(寒食)이다. 동지가 지나고 105일째 되는 날이다. 한식을 한자로 풀이하면 차가운 밥을 먹는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에 따르면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과 360개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 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 했다.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의 충신 개자추가 공을 세우고도 벼슬을 받지 못하자 면산(綿山)으로 은둔했다. 나중에 문공이 잘못을 깨닫고 개자추를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질렀지만 끝내 타 죽었다는 고사에서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서 찬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한식은 잡귀들이 꼼짝없이 묶여있다고 해서 ‘귀신 맨 날’ 즉, 손 없는 날이라 했다. 그래서 산소에 잔디를 새로 입히거나, 비석이나 상석을 세우기도 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도 땅에 꽂으면 잎이 돋는다’는 말이 있다. 청명 다음날인 4월 5일은 식목일이기도 하다. 한때 공무원과 학생들이 식목일에 산에 가서 나무를 심은 적도 있었다.이때는 봄을 완연히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에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볍씨 소독과 모판을 만들기 위해 논에 물을 대고, 써레질과 논둑과 밭둑을 손질한다.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풍년이 들고, 궂으면 흉작을 예상했다. 어촌에서도 마찬가지로 풍어를 기대한다. 한식날 새벽에 천둥이 치면 서리가 일찍 오고, 저녁에 천둥이 치면 서리가 늦게 온다는 믿음도 있었다.‘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다. 하루 먼저 죽으나, 하루 늦게 죽으나 별 차이가 없음을 말한다.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청명과 한식에 불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천지의 음양이 바뀌는 시기라서 기후가 불안정하고,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반드시 불조심을 해야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명리학적으로는 청명부터 진월(辰月)이 시작된다. 진월은 봄의 마지막 달이다. 물을 머금은 토(土)다. 봄의 기운을 갈무리하여 다음 사월(巳月) 여름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계절 중에서도 가장 생명력이 강한 시기다. 그래서 진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왠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일도 잘 풀리는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명리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음양의 기준으로 볼 때 춘분을 기점으로 음이 양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본격적인 양의 기운이 득세하니 꽃도 피고, 씨앗을 파종할 수 있는 것이다. 확연히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 봄은 젊음의 계절이고, 시작이다. 사람의 인생으로 치면 이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신혼기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젊어서 부지런히 일도 하고, 자식도 낳아 키우고,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하듯이 말이다.청명에 우리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지 한번 뒤돌아봐야 할 것 같다. 독신주의가 득세하고, 아이 낳는 것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생각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선다. 봄에 열심히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거둘 것이 있다는 단순한 이치를 거스르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2024-02-28

춘분(春分)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네 번째 절기가 춘분(春分)이다. 태양의 황경이 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3월 20일(음력 2월 11일)이다. 음력으로는 2월의 절기다.춘분은 경칩(驚蟄)과 청명(淸明)의 중간에 있는 절기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다. 태양의 중심이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어서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어 거리가 가장 짧은 때라서 춘분이라 한다.춘분의 한자를 풀이하면 ‘봄을 나누다’라는 뜻이다. 흔히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라고 말한다. 낮이 조금 더 길다. 이때부터는 날씨가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아직 음력 2월이라 바람이 많이 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직도 바람은 차다. 이는 바람신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 한다.춘분 이후 본격적으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봄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풍습이 전해져 왔다. 춘분에 씨앗을 뿌리면 잘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개구리가 울기 시작한다고 하여 그 소리를 듣고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꽃이 피고 나뭇잎이 돋아나며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열리면서 활력을 되찾는 시기다.농경사회에서는 날씨의 변화를 잘 예측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춘분날의 날씨를 보아 농사의 풍작과 흉작, 그리고 수해와 가뭄을 점치기도 했다. 이때는 목(木) 기운인 양(陽)이 왕성하기 시작하니 음(陰)의 지배를 받는 것을 더 좋게 여겼다. 그래서 이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으면 음양의 조화가 잘 되어 질병이 없고 곡식이 잘 자란다고 믿었다.춘분은 음력 2월이므로, 주역으로 보면 뇌천대장(雷天大壯)괘다. 대장(大壯)의 대(大)는 양(陽)이고, 장(壯)은 왕성하다는 뜻이다. 위에서는 천둥이 치고, 아래에는 하늘이 있는 모습이다. 즉, 하늘 위에서 벼락이 치는 모습의 대장(大壯)은 그 기운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것이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형상이다.잡괘전에서는 ‘대장괘는 멈춘다’라고 했다. 힘이 넘쳐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 힘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힘이 넘칠수록 이롭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곳으로 간다면 피해는 심각해지는 것이다.결국은 절제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힘을 써야 하는 이유다. 마치 하늘 위에서 우레가 치는 것이 대장(大壯)괘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예(禮)가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군자는 넘치는 힘을 보고 자신을 절제하여 도리에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이다.우리는 흔히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마치 호사다마(好事多魔)와 같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는 반드시 조짐이 먼저 나타난다. 이 조짐은 미세하고 은미한 것이기에 반드시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히 해야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묘(卯)월에 태어난 사람은 음의 성질이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경우,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현명하고 이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힘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에는 이해타산적인 마음도 숨어 있다. 하지만 토끼가 뛰어다니듯 명랑하고 부지런한 성격의 소유자다.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는 자신감이 있게 행동한다. 어떤 난관에서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뜻을 펼치는 기운이 있다. 특유의 유연성으로 문제 해결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너무 자신만만하기에 자칫 실수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단점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춘분을 전후해서 세계 여러 곳에서 축제를 연다. 옛날에는 마을에서 춘분제를 지내면서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춘분제는 삼국시대에 시작됐으며, 조선시대에도 계속되었다. 봄을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벚꽃을 소재로 삼는 벚꽃축제를 으뜸으로 여겼다.중국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극락왕생의 기간으로 여겼다. 또 일본에서는 춘분을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날로 여겼고, 벚꽃축제를 즐기는 공휴일로 삼았다. 중동지역에서는 춘분을 ‘누루즈’라고 부른다. 우리의 설날 같은 명절이다. 기독교에서도 춘분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있던 파스카(유월절)가 이스라엘 전통에서는 춘분축제에 해당했다. 기독교의 부활절도 춘분을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진다. 춘분이 지난 뒤 보름달이 뜨는 날 다음에 오는 일요일이 부활절인 것이다.춘분은 전 세계인이 즐기며 기념하는 축제날이다. 그만큼 봄을 중요시했고, 한 해의 시작점으로 보았다. 이때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새 생명이 발동하는 중요한 절기이기 때문이다.

2024-01-17

경칩(驚蟄)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가 경칩(驚蟄)이다. 태양의 황경이 34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3월 5일(음력 1월25일)이다. 음력으로는 2월의 절기다.만물이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켜고 깨어난다는 절기가 경칩(驚蟄)이다. 경칩의 한자를 풀이하면 놀랄 경(驚)과 숨을 칩(蟄)이다. 원래는 ‘열다’, ‘일깨우다’는 의미의 계(啓)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 했다. 하지만 한무제(漢武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휘(避諱)하기 위해 놀랄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서(漢書)에 나온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 권5 ‘시칙’에 보면 음력 2월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묘(卯) 방향을 가리키고, 방위는 동쪽이고, 수는 8이며, 맛은 신맛이다. 이달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복숭아와 오얏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며, 꾀꼬리가 운다.천자는 청양(靑陽)의 태묘(太廟)에서 조회를 하면서 관리를 시켜 가벼운 죄를 지은 자는 방면하게 하고, 죄수의 손발을 묶은 족쇄를 풀어주게 하며, 볼기를 치는 형벌을 사용하지 않게 하고 송사를 금지시켰다. 또한 어린아이를 돌보아 주고, 고아나 자식 없는 노인을 보살핌으로써 ‘구부러진 어린 싹들’이 잘 자라나게 하며, 길일을 택하여 백성이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했다.이 시기에 천둥이 치기 시작하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모두 깨어난다. 동면하던 동물과 곤충들이 슬슬 지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고, 따뜻하고 성장하는 목(木) 기운이 찾아온다. 초목에 싹이 돋아나듯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부활의 의미가 있다.경칩에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는다. 이때 겨우내 추위로 허해진 양기를 보충하고, 허리가 아픈데 좋다고 해서 새 생명인 개구리알을 먹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셨다. 이 시기의 수액에는 땅의 정기와 봄의 양기가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관습이 생겼다고 본다. 다시 말해 땅의 정기인 토(土)는 신체에서 위에 해당하므로 위장병에 좋다는 이유에서다.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칩에 젊은 남녀가 사랑을 고백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마주봐야 열매를 맺기에 ‘사랑나무’로 불렸다. 가을에 은행을 모아 두었다가 경칩에 사랑의 징표로 주고받았다. 은행은 남녀의 화합을 상징하는 표시다. 지금의 밸런타인데이와 유사한 형태지만 지금은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명리에서 경칩과 춘분은 묘(卯)월에, 음력 2월(양력 3월)에 해당한다. 묘(卯)는 목(木)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묘(卯)는 무성하다. 즉, 양기가 생겨 번성한다는 뜻도 있다. 세시풍속으로 경칩에는 갓 나온 싹을 보호하기 위하여 농사를 짓는 밭에 불을 피우는 것을 금지하였다. 산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어서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도 하는 시기다.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거나 ‘정이월에 김칫독이 터진다’는 속담도 있다. 경칩이 우수와 함께 아직은 겨울의 냉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봄으로 가는 절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묘(卯)는 동물로 토끼다. 토끼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길만 다닌다.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기 위해 굴을 세 개 판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있다. 그만큼 치밀하고 명석한 동물이다. 묘시(卯時)는 오전 5시와 7시 사이이므로 출근이나 등교하느라 늘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대다. 그래서 이때 태어난 사람은 항상 부지런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류대창명리연구자 하지만 무슨 일이든 시작은 잘하지만 마무리가 약한 것이 흠이다. 유시무종(有時無終)이다. 평소에는 잡생각이 많아 머리가 늘 피곤한 경향을 나타낸다. 변덕이 심하여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음력 2월 초에는 바람의 신인 영동할미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가 올라간다. 농촌이나 어촌에서는 바람의 피해를 면하기 위해 풍신제(영등제)를 지냈다. 이를‘바람 올린다’고 한다. 풍신(風神)이자, 농신이므로 이렇게 풍신제를 올리면서 농사의 풍년과 고기잡이 만선을 기원하고, 가정이 무탈하기를 빌었다. 특히 어촌에서는 비바람 때문에 위험한 달이라서 조업을 하지 않았다. 이달에 결혼하면 바람난다는 속설도 있어 피했다.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절기에 맞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연에 순응하여 각종 재난을 피하고 풍요를 기원했다. 곡식은 봄에 저절로 싹이 트지만, 반드시 사람의 노력이 있어야 오곡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조들은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생활의 지혜를 축적했다. 이를 미신이라고 경멸할 수는 없다.

2024-01-03

우수(雨水)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두 번째가 우수(雨水)다. 태양의 황경이 33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도 2월 19일(음력 1월 10일)이 우수(雨水)다.우수(雨水)는 봄이 시작되었지만, 땅에 아직도 겨울의 기세가 드센 시기다. 절기로는 봄에 해당하지만, 찬 기운은 아직 물러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그 시점에서 내리는 비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우수(雨水)는 눈 대신 비가 내리며, 강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수에 내리는 비는 온 천지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24절기 가운데 비 우(雨)가 들어있는 절기는 우수(雨水)와 곡우(穀雨)다. 우수의 비는 겨울 추위를 녹이는 비이고, 곡우의 비는 씨앗을 뿌리라는 의미다. 이 시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봄 가뭄이 온다고 한다. 봄 가뭄이 닥치면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기는커녕 말라 죽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봄비는 농사를 비롯한 만물의 생장에 큰 영향을 주기에 비 우(雨)를 넣은 듯하다. 특히 농경문화권에서는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실하다.우수에 내리는 비는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여주는 비다.‘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도 있다. 또한 언 땅을 녹여주면서 흙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을 깨우는 역할도 한다. 만물이 우수의 비로 인해 눈을 뜨고, 얼었던 흙도 윤기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농촌에서는 담벼락을 수리하고, 밭도 손질하면서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음력 1월은 주역으로는 지천태(地天泰)괘에 해당한다. 지천태괘는 위로 음효 3개(☷)가 있고, 아래로는 양효 3개(☰)가 올라오고 있는 모양이다. 물상으로 보면 땅속에 숨어있는 양기가 땅 위로 올라오는 형국이다. 경복궁 교태전(景福宮 交泰殿)은 경복궁의 내전으로, 왕비의 침전(寢殿)으로 사용되었던 전각이다. 전각의 명칭인 교태(交泰)는 지천태괘(泰卦)의 천지교태(天地交泰)에서 유래한 것으로,‘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롭게 화합하여 만물이 생성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에 있는 땅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아래에 있는 하늘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서 서로 화합하는 모습이기에 즐거울 태(泰)가 되는 것이다. 지천태괘의 반대는 천지비(天地否)괘다. 하늘은 위로 올라가고, 땅은 아래로 내려가서 영원히 만날 수 없고, 화합할 수 없으니 아닐 부(否)가 되는 것이다.명리에서 인월의 인(寅)은 동물로 호랑이다. 시간으로는 새벽 3시에서 5시까지다. 어둠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특히 종교인들이 새벽예불이나 새벽기도로 하루를 여는 때다. 호랑이가 여명(黎明) 무렵에 먹이를 사냥하러 나서듯이 낯선 환경에도 두려움이 없고 진취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어려움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창의적인 일을 시작하면서 역동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저력을 가지고 있다. 인월에 태어난 사람의 장점이기도 하다.새해를 정월(正月)이라 부른다. 즉, 한 해를 바르게 살려면 첫걸음이 반듯해야 하기에 정월이라 불렀다. 호칭 하나에도 교육적이고 자기성찰이 되도록 했던 것이 우리 문화의 전통이다. 2024년에는 설날(2월 10일)이 지나면 우수, 그리고 정월 대보름(2월 24일)이 이어진다. 1년 열두 달 중 가장 큰 달이다.이 시기에 달풀이 또는 월령체(月令體)라는 노래를 불렀다.‘정월(正月)이라 십오야(十五夜)에 망월(望月)하던 소년들아, 망월도 하려니와 부모봉양 늦어진다’는 부모의 은덕에 보답하려는 정성 가득한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쥐불놀이, 달집태우기와 보리밟기 등 풍속을 즐겼다. 달집태우기는 달집이 훨훨 타야 마을이 평안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지금은 지자체에서 관광 또는 홍보 차원에서 행사하고 있다. 보리밟기는 서릿발에 뜬 보리를 살짝 밟아 통풍을 차단함으로써 뿌리가 마르거나 썩는 것을 방지하는 농사일의 한 가지다.옛날 농촌에서는 우수 즈음에 장(醬)을 담갔는데, 정월(正月)에 담그는 장을 으뜸으로 쳤다. 우수에 장을 담그면 약 40일 후인 청명과 곡우 사이(대략 4월)에 장물과 된장을 가를 수가 있어 된장을 발효하기에 최적의 날이 되므로 우수에 담근 장을 으뜸으로 쳤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이 시기에 장을 담가야 맛과 색이 변하지 않기에 추위에도 불구하고 장 담그기가 행해졌다. 세월이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이때를 맞춰 장을 담그는 가정도 더러 있다. 시기로는 우수 전후 삼일, 정월 마지막 날인 오일, 그믐, 손 없는 날(음력 중 끝자리가 9와 0인 날)이다. 오전에 장을 담그면 장에 벌레가 생기지 않아 좋은 날이라고 여겼다.중국에서는 원소절(原宵節)이 정월 대보름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문 앞에 초롱을 달고, 오색 천으로 장식하여 불꽃놀이를 즐겼다. 마치 불타는 나무와 은색 꽃 같다는 뜻으로 화수은화(火樹銀花)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농경 문화권에서는 절기에 맞춘 놀이와 풍습을 통해서 마을 사람들의 협동심과 향토 사랑을 키웠다. 정월 대보름은 새해를 맞이한 뒤 처음 보는 큰 보름달이다. 달은 여성과 대지와 물을 상징하므로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가 많았다. 추운 겨우내 지친 몸과 마음을 춤과 노래로 달랬던 것이다. 오늘날 함께 즐겼던 절기 풍습이 점차로 잊혀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수 천 년 동안 이어진 놀이와 풍습은 쉽사리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몸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2023-12-27

입춘(立春)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가 입춘(立春)이다.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2월 4일(음력 12월 25일)이 입춘이다.입춘은 24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음력 1월에 해당하며, 새해를 상징한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의 기준이 되는 첫 번째 절기로 큰 의미가 있었다. 명리 사주에서는 입춘을 일 년의 시작점으로 보기에 2024년 2월 4일 이후에 태어나야 갑진년(甲辰年) 용띠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서양 점성술에는 춘분(春分)을 일 년의 시작점으로 본다. 태양의 황경이 0도이기 때문이다.입춘은 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명리학에서는 인월(寅月)에 해당한다. 인월은 절기로 입춘과 우수(雨水)를 포함한다.한자 인(寅)을 풀이하면 씨앗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올라오는 형태다. 언 땅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을 트는 시기가 인월이며, 시작점이 입춘이다. 절기 중에서 설립(立)자로 시작하는 절기는 입춘,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이 있다.입춘은 만물의 움직임이 시작하는 시점으로, 봄을 의미하는 목(木) 기운이 태동하는 시기다. 날씨는 아직 춥지만, 입춘은 글자 그대로 ‘봄이 일어나는 시기’다. 이때 농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거름 준비하기와 종자 손질하기다. 건실한 종자를 찾고, 종자가 뿌리를 잘 내리도록 땅에 영양분을 주는 것은 한 해 농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입춘은 봄의 시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항상 꽃샘추위를 동반한다. 이런 날씨를 반영하듯 ‘입춘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이 무렵 추위가 매서워 장독이 얼어서 깨진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한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음력 1월인 정월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인(寅) 방향을 가리킨다. 봄의 시작이므로 오행으로는 목(木)에 해당하며, 덕(德)을 상징한다. 방위는 동쪽이다. 수(數)로는 8이고, 색으로는 청색이다.입춘 날에 천자는 상대부들을 거느리고 동쪽 교외에서 봄을 맞이하고, 사당을 수리하고 신위(神位)를 청소하며, 귀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복을 빌며, 희생물로는 수컷을 사용한다. 이달에는 벌목을 금지하고, 새 둥지를 부수거나 태(胎) 속의 새끼를 죽이지 못하게 하며, 어린 사슴을 잡지 못하게 하고, 부화 중인 알을 취하지 못하게 한다.계절에 맞는 정치를 하는 것은 농경사회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바람으로 자연과 인간생활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1월 인월은 주역으로는 지천태(地天泰) 괘다. 땅인 곤괘는 위에 있고, 하늘인 건괘가 아래에 있다. 음(陰)은 가고, 양(陽)이 오니 길하고 형통하다는 뜻이 있다.천지가 교차하고 해와 달이 만나는 계절이라 만물이 형통하다. 그래서 지천태 괘가 나왔다면 모든 일에 원만하다고 볼 수 있다. 인월에 태어난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전진하는 태도는 지천태의 장점이기도 하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인(寅)은 동물로 호랑이다. 호랑이는 힘과 권력을 상징한다. 또한 먹이 사냥 때문에 이동이 많아 외지에 살며, 행동이 빠르고, 포부도 크다. 새해 첫 달이라 이제 막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한 면이 있다.성장기를 맞이한 만큼 난생처음이라는 말처럼 많은 어려움과 고초가 있으나, 고난과 시련 앞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굳은 의지와 신념이 요구된다.옛날에는 입춘첩(立春帖)에‘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글귀를 써서 대문에 붙이고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입춘을 기점으로 크게 길할 것이다. 양기를 바로 세움으로 해서 경사가 넘칠 것이다’라는 뜻이다. 입춘 날, 입춘 시(2024년 2월 4일 17시27분 이전에)에 입춘첩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속담도 있다. 음식으로는 파, 마늘, 달래, 부추, 무릇 등 다섯 가지 매운 나물 오신채(五辛菜)을 먹었다. 첫 절기에 맵고 쓴 오신채를 먹어 삶의 쓴맛을 미리 깨우치고 참을성을 키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입춘은 한 해의 시작이므로 다른 절기보다는 점(占)에 관한 기록이 많다. 입춘이 음력설보다 빠르면 그해 봄은 춥다고 한다. 입춘이 음력 섣달에 갇혀 있는 형국에서 비롯된 속설이다. 입춘의 일진(日辰)에 따라 농사를 예측하기도 한다. 일진이 갑을(甲乙)이면 풍년이고, 병정(丙丁)이면 큰 가뭄이 일어난다. 임계(壬癸)면 큰 홍수가 일어난다. 또는 입춘 날에 맑고 바람이 없으면 풍년이 들고, 눈이나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도 한다.입춘이 지나면 곧바로 설이다. 새해에는 덕담으로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 아닐까? 소외된 사람을 위해 많이 베풀면 그 보답도 좋지만 원한을 많이 쌓으면 돌아올 재앙도 깊을 것이다. 적게 베풀고 큰 보답을 바란다거나 원한을 쌓고서 후환이 없길 원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결코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지나간 일을 살펴보면서 닥쳐올 일을 예측하게 되는 것이다.

2023-12-20

대한(大寒)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24번째가 대한(大寒)이다. 태양의 황경이 300도에 위치한다. 다가올 대한(大寒)은 2024년 1월 20일(음력 12월 10일)이다. 대한은 24절기의 마지막이다.대한은 한 해를 마감하고, 입춘(立春)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절기다. 사주명리에서도 입춘을 기점으로 띠가 바뀐다. 대한(大寒)의 한자 뜻을 보면 ‘큰 추위’지만, 실제로는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는 시기다. 오히려 소한보다 춥지 않은 편이다. 대한에서 15일이 지나면 입춘이기 때문이다.대한은 음력으로 본다면 연말에 해당한다. 옛날 사람들은 대한을 계절이 바뀌는 때라 여겼다. 이날 밤에는 방이나 마루에 콩을 뿌려 악귀를 쫓아내고, 무사히 새해를 맞이하는 ‘해넘이’ 풍습이 있었다. 또한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는 속담도 있다. 대한의 다음 절기가 입춘이므로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더라도 이를 극복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다.제주도에는 새해 풍습으로 신구간(新舊間)이 있다.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를 말한다. 이 기간에는 지상에 내려와 있던 신들이 하늘로 잠시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금기로 생각하던 일을 해도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집수리, 나무 베기, 묘소 고치기, 이사 등 생활 주변을 정리했다.명리에서 음력 12월은 축월(丑月)이다. 소한과 대한이 축월에 해당된다. 주역으로는 지택림(地澤臨)괘다. 상괘 곤(坤)은 대지를, 하괘 택(澤)은 연못을 상징한다. 대지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는 형상이다.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모습으로, 군주가 백성을 대하는 모양이다. 소위 군림(君臨)하는 형태다. 대지와 연못의 물이 서로 의존하는 친밀한 관계를 말한다. 마치 끝없이 백성을 보호하고 포용하는 모습이다.괘 위에는 음효(陰爻) 4개가 있고, 아래로는 양효(陽爻) 2개가 올라오는 형상을 하고 있다. 임(臨)은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롭다고 해석한다. 아직도 강한 음(陰)이 남아있어 양(陽)이 정지한 것 같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쌓는 시기임을 말하고 있다.명리에서 축월(丑月)에 태어난 사람은 대개 몸의 기운이 찬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다는 것은 응축하는 성향이 있어 억울한 감정이나 우울한 기분을 배출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전진하는 태도가 가장 큰 장점이다. 조금만 더 참으면 음과 양의 기운이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사주에 축(丑)이 있으면 이와 같은 성향이 있어 끈기와 지구력이 좋은 편이다. 늘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으며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많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12월 말이 되면 태양은 12차(次)를 돌고, 달이 기(紀)를 다 돌며, 별자리가 하늘을 일주하면 1년의 운행을 마친다고 한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황도 부근을 따라 12개의 성수(星宿)를 정해 놓고 이들 각각을 차(次)라고 했다. 기(紀)는 달과 태양이 만나는 시점을 뜻했다.그러므로 이 시기에 농민들을 조용히 지내게 하면서 부역 같은 데 동원하는 일이 없게 한다. 천자는 공경대부들과 국가의 제도나 법을 정비하고, 시령(時令)을 논의하면서 새해를 기다린다. 그 당시 법은 세상의 규범이자, 통치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기준이다. 법을 세우는 것은 법을 어기는 자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고, 상을 주는 것은 마땅히 상을 줄 자를 위한 것이었다.법이 정해진 이후에는 규정에 합당한 자는 상을 주고, 규정을 어기는 자는 벌을 준다. 이때 존귀하다고 벌을 가볍게 해서는 아니 되며, 비천한 자라고 해서 형벌을 무겁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적인 길이 열리고, 사적인 길은 막히게 된다.그래서 추운 12월에 가을의 정령(政令)을 시행하면 때에 맞지 않게 이슬이 내리고, 갑각류 동물에게도 재앙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의 변화는 인간사회에 나타날 수 있고, 인간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이 자연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계절에 맞는 정령을 시행하는 것이 그 당시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였음을 엿볼 수 있다.그러므로 통치자는 곤궁한 사람을 구제하고 부족한 사람을 채워주면 이름이 나고, 이로움을 일으키고, 해로움을 제거한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를 징벌하고, 포악한 자를 막으면 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주로 국가의 재난이나 그해 농사의 풍년이나 흉년에 대비한 것이다.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이 그 시대에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2023-12-13

소한(小寒)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23번째가 소한(小寒)이다. 태양 황경이 285도에 위치하며, 2024년 1월 6일(음력 11월 25일)이 소한이다.소한은 양력으로 1월 6일부터 19일까지다. 이때 우리나라는 일 년 중 가장 추운 기간이다. 한겨울의 극심한 추위가 지속되며, 한랭한 기운으로 인해 날씨는 맑으나 기온이 가장 낮다. 음력으로는 12월에 접어들지만, 음력 11월부터 축적된 음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다. 정초한파(正初寒波)는 이 무렵의 추위를 묘사한다.소한의 한자 뜻을 보면 ‘작은 추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경향이 있다. 속담으로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 또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등이 있다. 그만큼 대한보다 더 매서운 추위라고 말한다.양력으로 보면 소한은 새로운 해가 시작되며, 가장 먼저 오는 절기다. 추위가 절정인 관계로 감기와 몸살에 주의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따뜻한 기운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먹거리가 건강에 좋다. 따뜻한 생강차나 단호박 같은 음식도 괜찮다. 옛날에는 도미를 먹었지만, 지금은 추운 겨울철에 제 맛인 과메기를 많이 찾는다. 제주도 귤도 제철 과일로 각광을 받는다. 비타민C가 풍부하여 감기 예방과 기침에도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영(?~BC 500)은 5척도 안된 키에 응구첩대(應口輒對)와 외교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다. 접견 의식이 끝나자, 초영왕이 귀한 합환귤(合歡橘)을 안영에게 내놓았다. 안영이 껍질째 귤을 먹었다. 초영왕은 제나라 사람들은 귤을 먹어보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껍질도 벗기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영은 왕께서 벗겨 먹으라는 분부가 없는데 어찌 맘대로 껍질을 벗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외교에서는 단순히 높은 지식뿐 아니라, 뛰어난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일화다.또한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귤은 회수 이남에는 귤이지만, 회수 이북에서는 탱자(枳)가 된다. 그것은 토질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란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중국 명대 말기 풍몽룡(1574∼1646)이 지은 연의소설 ‘동주열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계동(季冬), 즉 12월이 되면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축(丑)의 방향(동북쪽)을 가리킨다. 축(丑)은 한자로 풀이하면 ‘묶여 있다(끈 뉴紐)’는 뜻도 있다. 양기가 위에 머무르면서 아직 내려오지 않고, 만물은 묶여 아직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이달의 수는 6이고, 맛은 짠맛이며, 냄새는 썩은 내다. 우물에 제사를 지내고, 제물로는 신장(腎臟)을 먼저 올린다. 이달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까치가 집을 지으며, 장끼가 까투리를 찾아 울어 재끼고, 닭이 꼬꼬댁거리며 알을 낳는다. 색은 검은색이다. 천자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말을 탄다. 계절에 합당한 행위가 자연재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 또는 동기상응설(同氣相應說)이 그 시대의 지배적 사상이었다.명리에서는 축토(丑土)는 ‘서리가 내린 땅’이며, 물상으로는 ‘묵묵히 전진하는 소’의 형상이다. 소한은 겨울 중 가장 추울 때다. 겨울에 출생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강한 물 수(水)의 음기운을 타고났기에 대체로 거두고 수렴하는 기운이 강한 편이다. 물의 속성처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축(丑)은 동물로는 누런 소다.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의 땅이므로 소가 휴식하는 기간이다. 동토지만 생명의 씨앗을 품고 길러내는 성품을 지니고 있다. 기다림에 탁월한 특성을 갖추고 있기에 대기만성형이다. 그 힘을 발산할 때는 혁명적인 저력이 있어 개혁가의 기질도 있다. 그렇지만 부지런하고 여유 있는 동물이기에 묵묵히 노력하는 끈기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이달은 축월(丑月)에 접어드는 시기다. 과거에는 ‘썩은 달’이라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달이기 때문이다. 축월에는 정리해야 하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기이기에 마무리해야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축월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마디에 위치하기 때문이다.소한은 축월(丑月)의 시작이며, 겨울 터널의 끝을 향한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있고, 추위가 극에 달하면 따뜻함이 멀지 않는 것이다. 명리학에서 역(易)의 의미는 극(極)에 이르면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곤란을 당하여도 절처봉생(絶處逢生)하는 마음으로 긍정과 희망을 가져본다.

2023-12-06

동지(冬至)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22번째가 동지(冬至)다. 태양 황경이 270도에 위치하며, 올해는 12월 22일(음력 11월 10일)이 동지다.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다. 이때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추위는 대략 이 무렵부터 강력해지기 시작한다.중국의 율력융통(律曆融通)에 의하면 입춘을 세수(歲首·새해)로 정한 중국 하(夏)나라는 인시(寅時)로, 소한(小寒)을 세수로 정한 상(商)나라는 축시(丑時)로, 동지(冬至)로 세수로 정한 주(周)나라는 정자시(正子時)로 하루의 시작을 정했다고 한다.동지가 반드시 음력 11월에 있었기 때문에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불렀다. 중국에서는 동지를 한 해의 기준으로 삼도록 했으나, 한대 이후로 입춘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동지가 든 달이 반드시 자월(子月)이 되도록 설정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중국이나 중국이 만든 역법을 받아들인 나라에서는 동지가 드는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올해는 12월 22일 12시 27분이다.동지(冬至)의 뜻을 한자로 풀어보자면 ‘겨울에 이르다’라는 뜻이다. 겨울의 한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을 의미한다. 동시에 해가 다시 길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한 해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예로부터 ‘작은설’이라고 했다. 고려 때는 동지를 설날로 지정했는데, 충성왕 때 설날을 음력 1월 1일로 바꾸었다.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동짓날 민간에서 하는 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팥죽을 먹는 것이다. 왜 동지에 팥죽을 먹을까? 팥죽에는 신앙적인 의미가 있어 귀신을 쫓는 기능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동짓날 집 안에 있는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서 팥죽을 쑤어 집의 대문이나 문 근처에 뿌렸다고 한다.동지 팥죽은 단팥죽이 아니다. 찹쌀로 새알 크기 만한 새알심을 만들어 팥죽에 넣어 먹는다. 그리고 나이만큼 새알심을 먹는 풍습도 있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과 연관이 있다.전통적으로 이날 팥죽을 쑤어 먹고 소똥과 팥죽을 대문과 마당에 뿌렸다. 이는 악귀와 액운을 내쫓는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비롯됐다. 또한 동지를 작은설로 부르며 크게 축하했다. 민간에서는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이는 옛날에 동지를 정월(正月)로 삼은 풍속에 따른 것이었다.음력으로 11월 10일까지 드는 동지를 애동지, 아기동지라고 불렀다. 올해는 양력 12월 22일이 음력으로 11월 10일이라 애동지에 해당된다. 옛날에는 애동지에는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지 않는 대신에 팥 시루떡을 만들어 먹었다. 동지에 먹는 붉은 팥죽은 옛날부터 액운을 막는 절기 음식이다. 악귀가 붉은 팥을 싫어해서다.동지를 기점으로 하여 점차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많은 곳에서 축제일로, 또는 1년의 시작일로 삼았다. 서양에서도 낮이 점점 짧아지는 현상을 태양이 죽어가는 것으로 봤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는 현상을 태양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하여 태양신을 기리는 동지축제도 있었다.자월(子月·11월)의 절기인 대설과 소한의 중심에 동지가 있다. 명리에서는 12지지 중 첫 번째가 자(子)이다. 방위는 북쪽이고, 색은 검정이다. 시간으로는 자시(子時·23~01시)이므로 기운이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통감외기(通鑑外記)에 보면 자(子)를 곤돈(困敦)이라 했다. 곤(困)은 궁핍하다는 뜻이며, 돈(敦)은 소생하는 기틀이다. 그래서 옛 운(運)은 이미 다하고, 새로운 기틀이 다시 일어남을 뜻하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자(子)는 차가운 어둠에 웅크리고 있지만, 시기가 도래하면 불어난다는 뜻도 있다. 즉, 만물이 땅에서 불어난다는 것처럼 땅 아래에서 새끼를 치고 싹이 나는 기운이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동물로는 쥐다. 쥐는 번식력이 강하여 계속 불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혜롭고 총명하고 끼가 많다. 그리고 생존에 유리한 조심성이 발달했다. 직업으로는 야간 활동이나 연구, 보안계통이나 은밀한 일에 적합하다.맹자의 ‘이루장구’ 하편에 ‘상고시대에 11월 갑자 초하루 야반(夜半·00시)을 동지로 역원을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다시 말해 한 해의 진정한 새해 첫날은 동짓날이 시작되는 시간대인 자시(子時·23~01)의 중간인 자정이 새해의 시작이다. 또한 동지는 주역에 지뢰복(地雷復) 괘에 해당하므로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한다. 즉, 동지가 새해의 생명 기운을 태동하는 때이기에 동지를 새해로 정한 것으로 추측된다.올해도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 이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에게 온정과 관심을 가지는 동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3-11-29

대설(大雪)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21번째가 대설(大雪)이다. 태양이 황경 255도에 위치하며, 올해는 12월 7일(음력 10월 15일)이 대설이다. 대설(大雪)은 다른 때보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날씨와는 잘 맞지 않다. 그 이유는 중국 역법이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대설(大雪)은 한자의 뜻, 그대로 큰 눈을 의미한다.대설에 눈이 오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상서로운 눈이라고 해서 좋아한다. 한겨울이 오기 전인 12월에 내리는 눈이 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설(大雪)에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재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는 말이 있다. 대설 때 눈이 많이 오면 푸근한 겨울을 난다는 속설도 전해진다.이 시기는 물이 얼어붙고, 점점 추워지는 완연한 겨울이다. 겉으로는 음기가 충만해 보이지만, 땅속은 양기를 잉태하고 있다. 만물에 음기가 가득 차면 변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마치 밤이 있어야 낮이 있는 이치다. 눈이 쌓이면 이불 역할을 해주어 땅속의 양기를 보호한다. 사람들도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휴식하며 안으로 양기를 길러 다음해를 준비하는 것이다.대설부터 본격적인 농한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농사일이 없다. 농가에서는 농사일을 마치고 한가한 시기다.이때 콩을 삶아 메주를 쑨다. 장맛은 메주가 좋아야 하므로 이 시기에 집집마다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다고 할 만큼 정성을 들인다. 인간의 삶이 계절의 변화와 긴밀한 이유다.대설은 자월(子月)의 시작에 해당하는 절기다. 자월은 대설과 동지가 포함된 달로, 12월 7일경부터 1월 8일경까지다. 사주명리에서 자(子)는 오행으로 수(水)이며, 동물로는 쥐다.자(子)는 주역 괘로 보면 지뢰복(地雷復) 괘에 해당한다. 땅을 상징하는 곤괘가 위에 있고, 우레를 상징하는 진괘가 아래에 있다. 땅속에 우레가 잠겨 있다는 것은 땅속에서 생명의 기운이 활발하게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맨 아래에서 양효(陽爻)가 있고, 나머지 5개는 음효(陰爻)로 이뤄졌다. 맨 아래의 초구가 양효(陽爻)이므로 천지가 음(陰)의 기운으로 가득 찬 가운데, 이제 막 양기가 다시 시작하는 효다. 비록 떠나 있으나 멀리 간 것은 아니며, 다시 돌아오니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그러므로 지뢰복(地雷復)의 복은 회복하다고 할 때의 복(復)자를 썼다.명리에서 지지 자(子)는 어둠이 깊어져도 생명의 싹을 품고 있다.지뢰복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존재하는 왕성한 생명력과 희망을 나타낸다. 결국 아무리 추워도 결국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마치 몸살을 심하게 앓고 난 뒤 몸조리를 하듯이 삶의 에너지가 땅속에 묻혀 있는 겨울에는 휴식하면서 기운이 흩어지지 않도록 양생하는 시기다.사주에 자가 있거나 자월에 태어난 사람은 총명하고 감추어진 재능을 가지고 은밀하게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낭비를 싫어하고 실용적인 성격이다. 생명력과 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둠 속에서도 싹트는 힘에서 비롯된 성향이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중동(仲冬)의 달, 11월이 되면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자의 방향(서북쪽)을 가리킨다. 얼음은 점점 단단해지고 땅은 얼어 터지기 시작하며, 간단(鳱鴠)이 울지 않고 호랑이가 교미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간단’은 산새의 이름이다. 이달에는 음기가 극성하므로 울지 않는다. 호랑이는 양 속의 음이다. 음기가 무성하게 되면 무리끼리 서로 발정하게 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이 시기는 해가 짧아지면서 음양이 다투는 시기이니, 군자는 목욕재계하고 조용한 곳에 머물며 몸을 고요히 하고 음악과 여색을 멀리하여 욕망을 억제한다. 그리하여 신체를 안정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통치자는 위로 하늘에 순응하고 아래로 토지의 생산력에 힘쓰되, 시절에 맞는 일을 행하므로 백성은 그것에 따름으로써 그날의 길흉을 알고 각기 지니고 있는 용기(龍忌)를 나타낸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천인감응(天人感應)설을 표현한다. 인간의 생활도 자연과 조화로운 가운데 풍요로움과 안락이 있음을 말한다.복(復)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나라의 주권은 기득권층에서 백성으로 돌아오는 정책을 펴야 존립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도 기득권층의 빗나간 탐욕과 부정부패 때문에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명분으로 발생한 것이다. 결국은 백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통치자는 사회가 다시 정의롭게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23-11-22

소설(小雪)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20번째가 소설(小雪)이다. 태양이 황경 240도에 위치하며, 입동과 대설 사이다. 올해는 11월 22일(음력 10월 10일)이 소설이다. 소설(小雪)의 의미는 이날 첫 눈이 내린다는 뜻이다.소설은 순음(純陰)의 달인 해월(亥月 음력 10월)이라 날씨가 황급히 추워지는 시기다. 얼음이 얼고, 첫 눈이 내리는 등 첫 겨울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11월 말까지 약간의 따스함이 남아있어 농촌에서는 야외에서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겨울이 빠르게 오건 늦게 오건 소설(小雪) 때가 되면 비가 눈이 되면서 겨울이 성큼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이때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다. 나무의 겨울나기를 위한 자연의 순리다. 어촌에서도 배를 띄우려 하지 않는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를 ‘손돌추위’라고 한다. 산짐승이 먹이를 찾아 밭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까치와 텃새들이 유난히 설치는 절기가 소설이다.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이 덜 춥다고 하지만, 정도의 차이지 춥기는 매한가지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소설의 추위는 다음 해의 농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날씨가 춥지 않으면 병충해가 늦게까지 창궐해 보리농사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된다는 뜻이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의 핵심은 시령(時令)사상이다. 시령사상이란 통치자가 1년 열두 달마다 그달에 나타나는 자연계의 여러 변화를 일일이 주목하면서 자연의 변화에 합당한 정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음력 10월이 되면 방위는 북쪽이고, 숫자는 6이다. 이때부터 물과 땅이 얼어붙기 시작하며, 꿩이 바다로 들어가 무명조개가 되고, 무지개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천자는 북쪽 교외로 나아가 겨울을 맞이한다. 돌아와서는 국가를 위해 죽은 자들의 자손에게 상을 내리고, 홀아비와 과부들을 보살핀다. 신위(神位)에 기도하고, 거북점과 시초점을 치고, 주역 괘의 조짐을 관찰해 길흉을 살피게 한다.이달에는 크게 술을 마시면서 겨울 제사를 지낸다. 천자는 하늘의 신에게 내년의 복을 빌고, 토지신에게도 정성스럽게 빌고 제사를 지낸다. 이 일들이 끝나면 조상신에게도 제사를 지내고, 농부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휴식하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러한 풍습은 농경사회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우리 농촌에서는 입동과 소설이 드는 음력 시월에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수고하고 보살펴준 가축, 사람, 자연 등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행사가 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뒤 마을의 안녕에 감사하면서 햇곡식과 햇과일로 제사를 지낸다. 나라에서는 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각 가정에서는 한 해 농사를 무탈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가신(家神)과 조상들에게 감사의 예를 올린다.음력 시월은 가장 풍요로운 시기이므로 열두 달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달이라는 뜻에서 상달(上月)이라 불렀다. 상달에 이르면 함께 애쓴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빚진 것을 갚는다. 살아있는 인간들에게 뿐만 아니라 동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천지의 모든 존재와 죽은 이들, 신령들을 모두 챙기는 행사다. 유교 제례의 하나인 시제(時祭)도 지낸다. 이는 5대조 이상의 선조들에게 지내는 제사로 묘소에서 지낸다.상달고사는 여성들이 주관하는 큰 행사였다. 고사를 지낼 때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는 조상단지, 성주단지, 터주단지 같은 신주단지에 추수한 햇곡식을 갈아 넣는다. 이곳을 책임지는 신령들에게 시루떡과 물을 올리며 지난 한 해 무사히 지낸 것에 감사하고 다음해의 안녕을 기원한다.그리고 봉양을 받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모든 혼백에게도 조금이나마 가을의 풍요로움을 같이 나눈다. 이렇게 상달에 이르면 정성이 들여지고, 겨울나기를 위한 김장까지 끝나면 비로소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다.시월상달, 해월에 시작되는 겨울의 시간은 외부활동 대신에 수공예와 같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열중하고, 겨울이 깊어질수록 정신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명리에서도 겨울은 죽음과 같은 시간이라고 하지만, 활발한 신체활동을 멈추고 쉬게 하는 의미도 있다.추울 때 벽에 틈이 생기면 찬바람이 들어와 감기에 걸리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魔)가 들어와 고통을 초래한다. 항상 흔들림 없는 경(敬)의 마음을 유지하도록 힘써야 한다.

2023-11-15

입동(立冬)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19번째가 입동(立冬)이다. 태양이 황경 225도에 위치하며, 태양의 복사량이 점점 줄어들어 날씨가 차가워진다.한자어로는 설 입(立), 겨울 동(冬)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다. 올해는 11월 8일(음력 9월 25일)이 입동이었다. 낙엽이 모두 지고 추워지기 시작한다.사주명리학에서 입동과 소설을 포함한 양력 11월(음력 10월)은 해월(亥月)이다. 입동은 지지(地支)의 해(亥)에 해당하며, 해월(亥月)이 시작한다. 해월부터는 양(陽) 기운이 사라지고, 음(陰) 기운만 지배하여 천지 간에 차갑고 어두운 기운만 가득 차게 된다. 만물이 활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회남자(淮南子) 권3 ‘천문(天文)’에 의하면 “추분(秋分)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立冬)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라고 하였다. 동면하는 동물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풀도 겨울을 나기 위하여 잎의 수분을 빼내고 누렇게 말라간다. 나무는 겨울에 대비하여 잎을 떨어뜨린다. 벌레도 알을 까놓고 자취를 감추는 때다.예전에는 농촌에서 입동 전에 밀, 보리와 마늘 양파 파종을 모두 끝내야 한다.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무를 캐서 무청으로 시래기를 엮고, 덜 자란 무로 동치미와 짠지를 담근다. 총각무는 수확해서 총각김치를 장만한다. 그리고 무말랭이와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로 장작 패기, 창문 바르기 등 기나긴 겨울을 지내기 위한 준비를 했다.입동에 하는 가장 큰 일은 김치 담그기와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볏짚으로 묶어 걸어두는 메주 만들기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치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이때 만든 김장 김치를 독에 넣어 구덩이를 파고 땅에 묻어 보관해 오랫동안 먹었다.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김장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김장할 때 사용하는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로,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에 소개되고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일본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전후로 들어와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선 초기까지 먹은 김치는 동치미에 가까운 무로 만든 발효식품이었다고 한다. 배추는 1850년경 청나라에서 들어와 본격적으로 재배되어 우리가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 미꾸라지는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한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고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고 한 듯하다.특히 입동에는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벌였는데, 이때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고 하였다. 또한 시루떡을 장만하여 나누어 먹었다. 팥의 붉은 색이 액운과 귀신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농가에서는 행운을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웃들과 함께 나누었던 풍속이 이제는 추억 속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입동은 주역에서 중지곤(重地坤) 괘에 해당한다. 곤(坤)은 만물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이며, 만물을 성장시킨다.만물을 증진시켜 이롭게 하고 완성시키는 유순함으로 올바름을 굳게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크게 형통하는 모습이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여 만물을 포용하여 모든 것을 낳고 기르는 위대한 생명력을 가진 것이 땅이며, 어머니다. 땅의 부드러움은 강한 것을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중지곤(重地坤) 괘는 6개의 효(爻)가 모두 음(陰)으로 이루어졌다. 하늘과 땅이 음으로 가득한 완전한 음(陰)의 상태다. 음(陰)이 지극하면 변화한다. 변하여 또 하나의 양(陽)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명리학에서 11월은 해월(亥月)이다. 해수(亥水)는 수(水) 기운이 강해 음(陰)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해(亥)는 동물로 돼지며, 강한 수(水)의 힘과 지혜를 의미한다. 그래서 사주에 해(亥)가 있으면 끈질긴 인내심이 있어 자기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하며, 혼자 묵묵히 실력을 쌓는 경향이 있고 지구력도 남다르다.입동은 나무의 죽음이 아니라,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고 스스로 땅속으로 되돌아가는 비장한 시기다. 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눈부시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사람은 가을 단풍놀이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행복을 만끽하는 한편, 나무는 화려한 모습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상태다.저녁놀의 아름다움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태양은 지지만, 또다시 떠오른다. 아름다움과 추함, 태어남과 죽음은 다름이 아니다. 음양의 구분이 없는 차원이 무극이다.

2023-11-08

24절기(節氣)와 명리(命理) 이야기

우주의 현상과 질서인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한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자연 변화의 규칙에 순응하여 이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천체의 주기적 변화를 관찰하여 시간을 구분하고 날짜를 매겨 기록한 것이 역법(曆法)이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太陰曆)과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太陽曆)을 절충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자연현상 가운데 풍열습조한(風熱濕燥寒)의 변화 원리를 담아낸 것이 절기(節氣)다. 절기에는 인간의 생존과 활동을 위한 조건이 되는 시간, 날짜, 온도, 습도 등의 정보가 모두 담겨져 있다. 절기는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0도인 날을 춘분으로 하여 15도 이동했을 때를 청명으로 구분하는 등 15도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90도인 날이 하지, 180도인 날이 추분, 270도인 날이 동지다.명리학은 계절에 따른 자연과 사람 사이의 기운을 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절기는 명리학의 기준이 된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농경문화이기에 계절의 변화가 삶에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농경문화에서 절기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농사짓는 일이 계절의 시간과 흐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절기는 양력 즉 태양력을 사용한다.명리학에서 한 해의 시작은 입춘이다. 양력으로 새해 1월 1일이 아닌 입춘일(2월4∼5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는 이유는 농경사회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관점에서 새해는 봄을 알리는 때로 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절기에는 농사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즉, 황하지역의 기후에 맞추어졌다.명리학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낮과 밤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인간의 삶에 적용시켰다. 어떻게 하면 풍족하고 질병이 없이 장수할 수 있을 지 긴 세월을 거쳐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음양과 오행, 계절의 순환과 반복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축적하여 원리를 찾아내어 인간의 삶에 반영하였다.중국 고대의 천문학 자료 중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 ‘천문’편은 가장 오래된 자료로 손꼽힌다. 천문(天文)에 대해 고유(高誘)는 “천문에 문(文)이라는 것은 상(象)이다. 하늘은 일의 발생에 앞서 먼저 조짐의 형상을 드러내 보인다. 해와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오성(五星), 그리고 혜성 등으로 사람에게 미리 꾸짖고 경고한다”고 해석했다.이 자료에서 우주의 생성과 발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기본 요소를 기(氣)라고 보았다. 또한 자연계와 인간계의 상관관계에서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서는 각 계절에 합당한 정치를 시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세성(歲星, 목성) 또는 태음(太陰, 달)의 운행에 따라 인간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우주(宇宙)를 설명하는 문헌으로는 진나라 상앙의 스승이었던 시교(尸佼 기원전 390~330)가 저술한 시자(尸子)가 있다. ‘상하사방왈우(上下四方曰宇),왕고래금왈우(往古來今曰宙)’. 위아래 사방을 ‘우’라고 말하고, 예로부터 지금까지를 ‘주’라 한다. 회남자에도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라고 하며, 사방과 위·아래를 ‘우’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우(宇)는 공간이고, 주(宙)는 시간이다. 즉, 시공간(時空間)을 말한다.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성격 형성에도 계절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봄 태생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기운을 맞으므로 생동적이다. 여름 태생은 불처럼 확산시키고, 오지랖도 넓고 일도 잘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 태어났음에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사주에 차가운 금수(金水) 기운이 강해서 그렇다. 다시 말해 여름 태생답지 않게 소극적이고 안전한 것만 선호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가을 태생은 결실을 맺고 열매를 수확하는 때에 태어난 것이다. 가을은 열매가 여물고 사람도 성숙해지는 시기로 목표를 완성하는 시기다. 겨울 태생은 수확한 작물을 보관하고 저장하여 다음해 종자로 사용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기다. 사람은 이러한 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이유로 명리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안영의 ‘안자춘추’에 나오는 남귤북지(南橘北枳)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또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귤이 변해서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즉,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동일한 것이라도 그 성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인간도 주위의 환경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만큼 태어난 장소와 계절의 중요성을 말한다.회남자 ‘인간’ 편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변방에 사는 노인이라는 뜻으로, 세상만사에 변화가 많아 어느 것이 화(禍)가 되고, 어느 것이 복(福)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이와 같이 변화무쌍하여 앞날을 예측하기 혼란할 때는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