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23번째가 소한(小寒)이다. 태양 황경이 285도에 위치하며, 2024년 1월 6일(음력 11월 25일)이 소한이다.
소한은 양력으로 1월 6일부터 19일까지다. 이때 우리나라는 일 년 중 가장 추운 기간이다. 한겨울의 극심한 추위가 지속되며, 한랭한 기운으로 인해 날씨는 맑으나 기온이 가장 낮다. 음력으로는 12월에 접어들지만, 음력 11월부터 축적된 음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다. 정초한파(正初寒波)는 이 무렵의 추위를 묘사한다.
소한의 한자 뜻을 보면 ‘작은 추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경향이 있다. 속담으로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 또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등이 있다. 그만큼 대한보다 더 매서운 추위라고 말한다.
양력으로 보면 소한은 새로운 해가 시작되며, 가장 먼저 오는 절기다. 추위가 절정인 관계로 감기와 몸살에 주의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따뜻한 기운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먹거리가 건강에 좋다. 따뜻한 생강차나 단호박 같은 음식도 괜찮다. 옛날에는 도미를 먹었지만, 지금은 추운 겨울철에 제 맛인 과메기를 많이 찾는다. 제주도 귤도 제철 과일로 각광을 받는다. 비타민C가 풍부하여 감기 예방과 기침에도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영(?~BC 500)은 5척도 안된 키에 응구첩대(應口輒對)와 외교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다. 접견 의식이 끝나자, 초영왕이 귀한 합환귤(合歡橘)을 안영에게 내놓았다. 안영이 껍질째 귤을 먹었다. 초영왕은 제나라 사람들은 귤을 먹어보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껍질도 벗기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영은 왕께서 벗겨 먹으라는 분부가 없는데 어찌 맘대로 껍질을 벗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외교에서는 단순히 높은 지식뿐 아니라, 뛰어난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일화다.
또한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귤은 회수 이남에는 귤이지만, 회수 이북에서는 탱자(枳)가 된다. 그것은 토질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란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중국 명대 말기 풍몽룡(1574∼1646)이 지은 연의소설 ‘동주열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계동(季冬), 즉 12월이 되면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축(丑)의 방향(동북쪽)을 가리킨다. 축(丑)은 한자로 풀이하면 ‘묶여 있다(끈 뉴紐)’는 뜻도 있다. 양기가 위에 머무르면서 아직 내려오지 않고, 만물은 묶여 아직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달의 수는 6이고, 맛은 짠맛이며, 냄새는 썩은 내다. 우물에 제사를 지내고, 제물로는 신장(腎臟)을 먼저 올린다. 이달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까치가 집을 지으며, 장끼가 까투리를 찾아 울어 재끼고, 닭이 꼬꼬댁거리며 알을 낳는다. 색은 검은색이다. 천자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말을 탄다. 계절에 합당한 행위가 자연재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 또는 동기상응설(同氣相應說)이 그 시대의 지배적 사상이었다.
명리에서는 축토(丑土)는 ‘서리가 내린 땅’이며, 물상으로는 ‘묵묵히 전진하는 소’의 형상이다. 소한은 겨울 중 가장 추울 때다. 겨울에 출생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강한 물 수(水)의 음기운을 타고났기에 대체로 거두고 수렴하는 기운이 강한 편이다. 물의 속성처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한다.
축(丑)은 동물로는 누런 소다.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의 땅이므로 소가 휴식하는 기간이다. 동토지만 생명의 씨앗을 품고 길러내는 성품을 지니고 있다. 기다림에 탁월한 특성을 갖추고 있기에 대기만성형이다. 그 힘을 발산할 때는 혁명적인 저력이 있어 개혁가의 기질도 있다. 그렇지만 부지런하고 여유 있는 동물이기에 묵묵히 노력하는 끈기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달은 축월(丑月)에 접어드는 시기다. 과거에는 ‘썩은 달’이라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달이기 때문이다. 축월에는 정리해야 하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기이기에 마무리해야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축월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마디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소한은 축월(丑月)의 시작이며, 겨울 터널의 끝을 향한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있고, 추위가 극에 달하면 따뜻함이 멀지 않는 것이다. 명리학에서 역(易)의 의미는 극(極)에 이르면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곤란을 당하여도 절처봉생(絶處逢生)하는 마음으로 긍정과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