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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小暑)와 명리 이야기

등록일 2024-06-26 18:56 게재일 2024-06-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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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Coexistence’.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가 소서(小暑)다. 태양의 황경이 10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7월 6일(음력 6월 1일)이다. 음력으로는 6월의 절기다. 소서는 하지와 대서(大暑) 사이에 있다.

소서(小暑)라는 말은 ‘작은 더위’라는 뜻이다. 태양이 가장 높게 오래 떠 있는 절기는 하지다. 일반적으로 하지가 가장 무더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날씨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는 때는 소서와 대서 사이다.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를 데우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소서와 대서에 이르러야 진정한 무더위를 느낄 수 있다.

소서는 장마와 관련이 매우 깊다. 소서를 전후해서 우리나라에 장마전선이 머문다. 이 무렵부터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하천이 넘치고 논이 잠수돼 종종 피해가 발생한다. 소서는 밭매기로 분주한 시기다. 하지 때 보리를 수확한 밭에 팥이나 콩, 조와 수수를 심었기 때문에 밭의 김을 매어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서 때 논매기를 했지만, 요즘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의 김을 매지 않는다.

소서의 속담은 ‘소서가 넘으면서 새 각시도 모 심는다’, ‘소서의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등 모내기와 관련이 많다. 왜냐하면 소서인 7월이 되면 모내기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가가 있으면 마을 전체가 힘을 모아 모내기를 했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좋은 전통에서 생겨난 관습이다.

소서(小暑)는 미월(未月)이 시작되는 절기다. 미월(未月)의 미(未), 한자를 풀이하면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나무의 형상을 본뜬 글자다. 나무가 성장을 다한 상태, 이제 더 이상 자랄 일이 없는 나무이기에 ‘아니다’라는 뜻이 나왔다. 이와 함께 미래, 장래의 뜻도 있다.

명리학에서 미(未)는 오행으로 토(土)에 해당하므로 미토(未土)라고 부른다. 미(未)를 어두울 매(昧)로 보기도 한다. 미월(未月)의 양기가 더 자라지 않고, 음의 기운이 자라서 만물이 쇠해 가는 어두운 시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한창인 미월(양력 7월)이지만, 계절 순환의 이치로 이미 가을을 맞이할 준비하고 있다. 음양 교차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다.

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양은 평화를 상징하고, 무리를 지어서 살고, 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이다. 양(羊)은 무리지어 살아가기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무리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해심이 많고 마음도 여리다. 우울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기도 한다. 은근히 고집이 있어 한 번 마음먹으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토(土)의 성질로 대인관계가 무난하며, 중재하고 화해모드를 조성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계하(季夏)의 달, 즉 6월(음력)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미(未)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달의 방위는 중앙이며, 미(未)는 오행상 토(土)에 해당한다. 색깔은 황색이며, 숫자로는 5다. 맛은 단맛이며, 냄새는 향내다.

천자는 누런 옷을 입고, 누런 말을 타며, 누런 옥을 차고, 누런 깃발을 세운다. 천자는 후토(后土) 즉, 토지 신에 제사를 지내며, 제물은 심장(心腸)을 먼저 바친다. 이 달의 오행인 토(土)를 생하는 것은 화(火)다. 화는 심장을 나타내므로 제물로 바치는 이유다.

이 달에는 나무가 바야흐로 무성하게 자라는 시기다. 벌목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제후들을 모아 토목공사를 일으켜서도 안 된다. 백성들을 동원하고, 군대를 일으키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을 받는다고 믿었다. 이때는 흙이 축축하고 날씨는 찌는 듯이 더우며 때때로 큰비가 내리니,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화(火) 기운이 성하고, 수(水) 기운이 약해지기에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잦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소서와 대서 사이에 삼복더위가 있다. 삼복(三伏)은 초복과 중복, 말복을 말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7월 15일), 네 번째 경일이 중복(7월 25일),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이 말복(8월 14일)이다. 삼복은 24절기는 아니지만 오랜 풍습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복날에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사람의 기력이 쇠하기에 보양식으로 주로 삼계탕을 즐겼다.

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한 이유는 경(庚)은 음양오행으로 볼 때 차가운 금(金)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가을이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품은 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자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음양오행 사상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소서 때는 온갖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는 시기다. 생선 종류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는 조림, 구이, 찜으로 먹는데 애호박을 넣어 끓여 먹으면 맛이 있다. 애호박에는 단물이 나고, 민어는 기름이 한창 오를 때여서 첫 여름의 입맛을 상금하게 돋워주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또 밀을 수확한 뒤여서 국수와 수제비도 즐겨 먹었다.

인간의 생명은 형(形), 기(氣), 신(神)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형(形)은 생명이 머무는 곳이며, 기(氣)는 생명을 채우는 것이며, 신(神)은 생명을 통솔하는 것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제자리를 잃으면 세 가지 모두 손상이 된다. 즉, 몸에서 형기신이 각각 제자리에 머물고 상호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의 삶이 온전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 여름은 극심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각자 건강과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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