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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芒種)과 명리 이야기

등록일 2024-05-22 19:09 게재일 2024-05-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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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作 ‘A comfortable time’

24절기 가운데 아홉 번째가 망종(芒種)이다. 태양의 황경이 7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6월 5일(음력 4월 29일)이다. 음력으로는 5월의 절기다. 망종은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다.

망종(芒種)은 바야흐로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보리가 익어가고 매화가 열매 맺기를 시작하는 때다. 산에는 뻐꾸기가 울기 시작한다. 밭 근처에서는 오동나무꽃, 이팝나무꽃,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또한 감나무에 꽃이 핀다. 인동꽃, 다래꽃, 달래꽃도 피어난다.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뜨거운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서 가뭄이 지속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망종(芒種)이란 벼나 보리처럼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합한 시기라는 의미다. 여기서 ‘망(芒)’은 벼나 보리처럼 까끄라기를 말하며 ‘종(種)’은 그러한 작물을 뜻하는 바, 곧 밀과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심을 때라는 것이다. 망종은 고생스럽고 힘든 농번기이지만, 지난날 높고 험난한 보릿고개로부터 해방되는 날이기도 했다. 또한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정도로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다. ‘보리는 망종 삼일 전까지 베라’라는 말이 있는데,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을 담고 있다. 보리는 익어서 늦기 전에 거두어 들어야 하고, 미처 모내기를 못했다면 마무리해야 했다. 조, 기장, 콩,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고 양파, 마늘, 감자를 수확하는 것도 이 시기다.

우리 속담에 ‘망종 넘은 보리, 스물 넘은 비바리’는 시기가 지난 것은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망종 보리와 여자의 나이를 빗대 속되게 표현한 것이다. ‘망종 날씨가 궂거나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 또는 ‘망종 날에 우박 내리면 시절이 좋다’라는 말이 있어 한 해 농사가 풍년일까 흉년일까를 날씨로 점을 쳐 보았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6월 6일이 현충일인 이유는 망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고려 현종 5년(1014년), 당시 거란과의 여요전쟁(麗遼戰爭)으로 수많은 장병들이 사망하자, 망종 날이면 유해를 집으로 돌려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던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이날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선조들은 망종을 가장 좋은 날로 여기고, 조상들의 보살핌에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죽은 장병들의 제사를 주로 이 시기에 지냈던 것은 전사한 장병들의 제사를 망종(芒種)에 지낸 전통을 고려한 것이었다. 1956년 6·25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현충일을 제정할 당시의 6월 6일이 망종이었다. 6·25전쟁을 상기하며 옛 풍습에 따라 호국영령의 합동 위령제를 올리기로 한 날인 6월 6을 현충일로 정하고 1956년부터 시행했다.

망종은 오월(午月)이 시작하는 절기다. 오(午)는 명리에서 화(火) 기운이 있어 오화(午火)라고 부른다. 오화(午火)는 망종의 뜨거운 여름 햇살을 의미하는 지지(地支)다. 사주에 오화가 있으면 망종의 날씨처럼 뜨겁고 화끈한 기운이 있다고 본다.

오(午)는 오화(午火) 또는 도화(桃花)라고 불린다. 본래 복숭아꽃, 복사꽃을 지칭하므로 도화살(桃花殺)이라 한다. 예전에는 도화살이 있으면 끼가 많고 음란하고 색정이 강하다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도화살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개성과 끼를 발산하는 재주 많은 모습 때문에 방송이나 연예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요즘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한다. 오월생은 대체로 활동적인 사람이 많지만, 자신이 불공평한 대접을 받고 있고 삶의 질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외형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면은 까다롭고 알 수 없는 자신 만의 생각에 늘 젖어 있다. 공동체 생활보다는 독신주의가 많다. 그래서 내면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하염없이 겉도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순된 현실을 변화시키고, 소외되거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도 있다. 자신 만의 이념을 가지고 겉으로는 사회와 잘 어우러져 살고 있는 듯해도 속으로는 항상 외로움이 많은 것이 흠이다. 때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지위나 감투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기도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중하(中夏)의 달, 즉 5월(음력)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오(午)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달의 방위는 남쪽이며, 수는 7이다. 맛은 쓴맛이며, 냄새는 그을린 내다.

천자는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말을 타며 햇병아리 고기에 곁들인 기장을 맛보고 복숭아를 먹는데, 이를 먼저 종묘에 올린 다음 먹는다. 백성이 쪽풀을 베어 옷감에 물들이거나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 이때는 초목이 아직 완전히 다 자라지 않았기에 한창 자라고 있는 초목을 상하게 하지 못하려는 조치였다.

예로부터 통치자는 백성의 삶을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정령(政令)을 시행하였다. 계절에 맞지 않는 정령을 시행하면 오곡이 익지 않고 온갖 해충이 발생하여 나라에 기근이 들기 때문이다. 백성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정치를 사사로움이 없게 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 군자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자신의 가난함을 잊는다. 그러므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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