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22번째가 동지(冬至)다. 태양 황경이 270도에 위치하며, 올해는 12월 22일(음력 11월 10일)이 동지다.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다. 이때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추위는 대략 이 무렵부터 강력해지기 시작한다.
중국의 율력융통(律曆融通)에 의하면 입춘을 세수(歲首·새해)로 정한 중국 하(夏)나라는 인시(寅時)로, 소한(小寒)을 세수로 정한 상(商)나라는 축시(丑時)로, 동지(冬至)로 세수로 정한 주(周)나라는 정자시(正子時)로 하루의 시작을 정했다고 한다.
동지가 반드시 음력 11월에 있었기 때문에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불렀다. 중국에서는 동지를 한 해의 기준으로 삼도록 했으나, 한대 이후로 입춘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동지가 든 달이 반드시 자월(子月)이 되도록 설정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중국이나 중국이 만든 역법을 받아들인 나라에서는 동지가 드는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올해는 12월 22일 12시 27분이다.
동지(冬至)의 뜻을 한자로 풀어보자면 ‘겨울에 이르다’라는 뜻이다. 겨울의 한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을 의미한다. 동시에 해가 다시 길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한 해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예로부터 ‘작은설’이라고 했다. 고려 때는 동지를 설날로 지정했는데, 충성왕 때 설날을 음력 1월 1일로 바꾸었다.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짓날 민간에서 하는 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팥죽을 먹는 것이다. 왜 동지에 팥죽을 먹을까? 팥죽에는 신앙적인 의미가 있어 귀신을 쫓는 기능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동짓날 집 안에 있는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서 팥죽을 쑤어 집의 대문이나 문 근처에 뿌렸다고 한다.
동지 팥죽은 단팥죽이 아니다. 찹쌀로 새알 크기 만한 새알심을 만들어 팥죽에 넣어 먹는다. 그리고 나이만큼 새알심을 먹는 풍습도 있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과 연관이 있다.
전통적으로 이날 팥죽을 쑤어 먹고 소똥과 팥죽을 대문과 마당에 뿌렸다. 이는 악귀와 액운을 내쫓는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비롯됐다. 또한 동지를 작은설로 부르며 크게 축하했다. 민간에서는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이는 옛날에 동지를 정월(正月)로 삼은 풍속에 따른 것이었다.
음력으로 11월 10일까지 드는 동지를 애동지, 아기동지라고 불렀다. 올해는 양력 12월 22일이 음력으로 11월 10일이라 애동지에 해당된다. 옛날에는 애동지에는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지 않는 대신에 팥 시루떡을 만들어 먹었다. 동지에 먹는 붉은 팥죽은 옛날부터 액운을 막는 절기 음식이다. 악귀가 붉은 팥을 싫어해서다.
동지를 기점으로 하여 점차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많은 곳에서 축제일로, 또는 1년의 시작일로 삼았다. 서양에서도 낮이 점점 짧아지는 현상을 태양이 죽어가는 것으로 봤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는 현상을 태양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하여 태양신을 기리는 동지축제도 있었다.
자월(子月·11월)의 절기인 대설과 소한의 중심에 동지가 있다. 명리에서는 12지지 중 첫 번째가 자(子)이다. 방위는 북쪽이고, 색은 검정이다. 시간으로는 자시(子時·23~01시)이므로 기운이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통감외기(通鑑外記)에 보면 자(子)를 곤돈(困敦)이라 했다. 곤(困)은 궁핍하다는 뜻이며, 돈(敦)은 소생하는 기틀이다. 그래서 옛 운(運)은 이미 다하고, 새로운 기틀이 다시 일어남을 뜻하는 것이다.
자(子)는 차가운 어둠에 웅크리고 있지만, 시기가 도래하면 불어난다는 뜻도 있다. 즉, 만물이 땅에서 불어난다는 것처럼 땅 아래에서 새끼를 치고 싹이 나는 기운이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물로는 쥐다. 쥐는 번식력이 강하여 계속 불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혜롭고 총명하고 끼가 많다. 그리고 생존에 유리한 조심성이 발달했다. 직업으로는 야간 활동이나 연구, 보안계통이나 은밀한 일에 적합하다.
맹자의 ‘이루장구’ 하편에 ‘상고시대에 11월 갑자 초하루 야반(夜半·00시)을 동지로 역원을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다시 말해 한 해의 진정한 새해 첫날은 동짓날이 시작되는 시간대인 자시(子時·23~01)의 중간인 자정이 새해의 시작이다. 또한 동지는 주역에 지뢰복(地雷復) 괘에 해당하므로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한다. 즉, 동지가 새해의 생명 기운을 태동하는 때이기에 동지를 새해로 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도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 이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에게 온정과 관심을 가지는 동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