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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계해일주(癸亥日柱)

육십갑자 중 육십 번째 마지막 계해(癸亥)다. 천간(天干)의 계수(癸水)는 비와 이슬 또는 생명의 물이다. 지지(地支)의 해수(亥水)는 차가운 음력 10월의 기운이다. 동물로는 검은 돼지다.계해일주는 음의 기운인 수(水)가 왕성하고, 천간과 지지의 마지막 자리이고, 새로운 시작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많은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신중한 성격에 다정다감하고 유순하다. 누구에게나 친밀감을 주며, 순수하면서도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성격이다. 아울러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나, 주체성이 강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슴없이 하는 스타일이다.맑고 깨끗한 용모와 뛰어난 말솜씨를 가졌다. 총명하고 지혜로워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매사에 치밀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마치 물 흐르듯 논리 전개가 뛰어나다. 거짓이 없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정직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민하게 움직인다. 반드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만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특징이 있다.내성적이고 침착하지만 의외로 신경이 예민하고 집념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다. 의외로 개방적이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융통성과 포용력이 있고, 정에 약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지고지순한 인정을 베풀기도 한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맹자의 사단(四端) 중 하나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의 안타까운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어린아이가 우물 안에 빠지려고 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사람들은 놀라고 걱정스런 마음을 가진다. 대부분 못 본 채 하지 않고 아이를 구할 것이다. 그들은 어린아이의 부모에게 보상을 바라는 것도 칭찬을 듣거나 원성을 듣기 싫어서가 아닌 것이다. 단지 본능적으로 선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독일 출신 유대인이며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 무능을 낳고, 또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말한다. 즉 ‘악의 평범성’을 말한다. 악(惡)은 의외로 평범하다는 것이다. 그 평범한 악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마치 조직의 명령에 순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여과 능력도 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사고의 무능이 이성과 보편적인 공감능력을 마비시키고, 말과 행동에서 무능을 낳는다. 그 결과 많은 피해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계해일주 남자는 한 길로 꾸준히 나아가면 성공할 수 있는 운이고, 부인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량 기질이 있어 가정에 소홀할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 여자는 본인의 힘을 가지기 위해 남편을 출세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결혼 후 외간 남자를 만난다거나 야반도주할 가능성도 있다. 성정이 강하여 배우자를 무시하는 성향도 있다. 대체로 남녀 모두 신수가 훤하고 깔끔한 편이다.계해(癸亥)의 해는 동물로 돼지며 다산의 왕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고사 지내는 날에도 돼지며 제사상에도 산신제에도 법계에 소통하는 것이 돼지다. 그래서 복돼지라고 한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계(癸)와 받는 것을 좋아하는 해(亥)는 환상적인 궁합이 된다. 하지만 의도는 착하고 선하지만, 뜻과 야망이 커서 사람들을 다 챙기지 못한다라는 의미도 내포한다.계(癸)는 천간의 마지막이고, 해(亥)도 지지의 끝이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물 수(水)다. 그래서 깊은 바다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온갖 물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서 정화된 깨끗한 물을 60갑자 중 첫 번째인 갑자(甲子)로 흘러 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물이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그치지 않는구나’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되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종착지는 망망대해다. 그래서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남다를지도 모른다.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인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유토피아 소설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저술했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 정신과 신대륙의 발견에 영향을 받아 바다 저편의 새로운 세계를 그리워하며 이상향의 생활을 표현했다. 경험과 관찰을 통해 자연과학을 중시하던 시절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베이컨의 유명한 말이다. 앞서 플라톤이 처음으로 사라진 도시 ‘아틀란티스’를 언급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주인공은 페루에서 출발해 중국과 일본을 향해 가던 중 폭풍을 만나 표류한다. 그때 우연히 숲이 무성한 섬을 발견한다. 그곳은 ‘벤살렘’이란 나라로 미지의 섬이다. 거기에는 눈부신 과학과 문명으로 백성들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며, 모든 기만과 속임수와 거짓말을 혐오한다. 섬의 등불 역할을 하는 ‘솔로몬 학술원’에서 다뤘던 상상의 과학기술이 상당 부분 현대에 이르러 현실화되었다. 베이컨은 과학적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한 경험을 강조한 철학자였다.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벤살렘’을 통해 그려낸 것이다.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오염을 야기 시켜 지구가 날로 황폐해지고 있다. 또한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들, 특히 핵과 같은 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자하는 욕구가 많아졌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명리학이다.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고 조정하는 것이 유전자라고 말한다. 유전자는 감정과 이성도 없는 생존 그 자체다. 우월한 유전자만이 생존하여 생명을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생존하는 동안 앞날을 예측하고자 유전자는 탁월하게 진화할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2023-10-25

임술일주(壬戌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아홉 번째는 임술(壬戌)이다. 천간(天干)의 임수(壬水)는 모든 지혜를 잉태시키려는 넓은 호수 같은 물이다.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만물을 수장하고 마감하는 흙의 기운이다. 동물로는 검은 개다. 임술일주는 백두산 천지처럼 깊으며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다.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형태가 없어 보이나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 친절하고 착해 보인다. 하지만 강한 성격으로 호전적이고 강단이 있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경향이 있다.삶은 권력 지향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무섭게 변한다. 또한 재물과 인연이 깊고 돈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상당히 계산적이고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한다. 이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익이 된다면 의리도 저버린다. 돈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끈기와 지속성과 지구력이 있어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한편으로 굉장히 강직한 성품이다. 그만큼 자기 삶에 있어 타인에 의존하거나 기대기보다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살려고 한다. 사람들을 휘어잡는 힘이 강하여 모든 일을 법과 권력의 힘에 의해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손해를 보거나 스스로 자멸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최고라는 자만심 때문에 주변의 말을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사마천 ‘사기’ 상군열전에 나오는 상앙은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위나라에서 중용되지 못하자, 진나라에서 현명한 선비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나라 효공을 도와 변법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뒷날 천하를 통일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상앙은 군주의 절대권력 확립에 필요한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귀족들의 세습적 특권을 박탈하고,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상 논의도 금지시켰다.상앙은 여섯 자 되는 나무를 남문에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을 준다 하였으나 아무도 옮기지 않자 50금으로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그것을 옮겼다. 그에게 50금을 주고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은 상층부가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법을 어긴 태자를 처형하려 했다. 하지만 태자 대신에 태자 태부의 목을 베고, 태사의 이마에 묵형을 내렸다. 그 다음날부터 진나라 백성은 모두 법령을 지켰다.상앙이 진나라에서 재상이 된 지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군주의 종실이나 외척 중에서 원망하는 자가 많아졌다. 숨어 지내는 선비 조량이 상앙을 찾아와 말했다. 은둔하고 있는 현명한 사람을 세상에 나오도록 하여 왕에게 추천하고, 노인을 공경하고, 고아를 보살피며, 공을 세운 자는 그에 합당한 지위를 주는 것이 당신한테 이롭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제 공(功)을 이루었으니 물러나 전원에서 조용히 살 것을 충고하였다.상앙은 권력과 재물에 취해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진나라 효공이 죽고 태자가 혜문왕이 되었다. 결국 반대세력이 상앙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밀고하였다. 마침내 그는 거열형을 당했다. 사마천은 ‘상앙은 타고난 성품이 잔인하고 덕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위해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했다. 그의 경제정책도 눈여겨볼만하다. 하지만 그는 전통 유교사회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임술일주의 남자는 남자다운 외모와 덩치가 크고 강한 인상이 많다. 배우자와의 연이 박하고 몸이 병약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이성이 많아 외도로 불화가 생길 수 있다. 결혼 후 발복한 경우가 있다. 여자는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지만, 성격은 호탕하다. 무능한 남편을 만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을 놓고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돈 씀씀이가 헤프고 이성을 좋아하기에 노년에 외롭고 힘든 삶을 살 수 있다.임술일주는 임(壬)은 제방으로 쌓여있는 큰 호수며, 댐을 연상시킨다. 제방 안의 물은 돈을 의미하며, 잘사는 사람이 많다. 술(戌)은 집을 지키는 충직한 검은 개다. 충성스럽고 책임감이 뛰어나다. 마치 가을에 호수 곁에 있는 개의 물상으로 쓸쓸함과 고독감이 묻어난다. 개는 주인을 잘 만나면 애완견(犬)이 되고, 병들면 버려지는 유기견(犬)이 된다. 최악의 경우는 보신용으로 끌려가는 개 구(狗)가 된다. 그래서 환경 변화에 예민한 편이다.특징으로 출세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대인관계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매사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방법으로 일에 빠져 외톨이가 되어 가정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항상 주위를 살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그와 같은 예는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1829∼1910)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모범적으로 살았고 고위직 법관이었던 주인공이 불치의 병을 앓고 삼 개월 만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죽음이 임박한 그는 고독 속에서 살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우글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 그는 이 끔찍한 고독을 과거의 상념에만 의지해서 견뎌냈다.그렇지만 죽기 전에 그가 가장 슬퍼한 것은 죽어가는 가운데서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인간적으로 손을 내밀지 않은 고독감과 위선이었다. 그가 느낀 고통은 화려한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이었고, 지인들과 가족들 속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그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병수발을 드는 하인 게라심 한 명 뿐이었다.그와 평소에 가까웠던 사람들은 그의 부고를 듣자마자 슬퍼하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의 자리를 누가 대신 차지할지, 그로 인해서 자신들은 어떤 이익이 될지 빠르게 계산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묘 자리 값을 최대한 적당히 책정했고, 반대로 그의 죽음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물질적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뒤돌아보게끔 하는 이야기다.불안한 자는 사랑받길 갈구한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한 자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길 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현재 자신에 대해 강한 불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음으로써 이대로 괜찮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함이다.

2023-10-18

신유일주(辛酉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여덟 번째는 신유(辛酉)이다. 천간(天干)의 신금(庚金)과 지지(地支)의 유금(酉金)은 모두 금(金)의 성질로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이며, 은장도 같은 형상이다. 동물로는 흰 닭이다.신유일주는 완제품 보석처럼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위험한 아름다움이 내재해 있다. 섬세함과 잔인함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숙살지기를 품고 있다. 숙살지기는 가을의 쌀쌀한 기운을 말한다. 이는 만물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실제로는 성장에너지를 거두어 저장하는 행위이기에 열매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살리는 기운이기도 하다.건전한 사람이 많고, 자립심이 강하여 혼자 힘으로 성공하는 자수성가형이다. 고난이 찾아와도 굳센 마음으로 이겨내는 힘이 강하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만큼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갈등을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경이 예민하고 냉정하기에 고요하고 평온한 것을 좋아한다.특징으로는 직관력이 발달하고 주관이 확실하여 부지런하며 강직한 성품이다. 자기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면 다 믿어버리는 기질이 있다. 한 번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질 때문에 크게 성공할 수 있지만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60갑자에 3대 고집(을묘, 임자, 신유)이 있다. 그 중에서 신유가 가장 강하다. 고집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고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성미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조선시대 이광려(1720∼1783)는 벼슬이 참봉에 불과했지만, 덕행과 학식이 높아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백성을 배고픔에서 구하려는 고집과 집념으로 고구마 재배에 뛰어들었다. 중국에 가는 사신이나 역관에게 종자를 부탁했으나 허사였다. 그래서 일본 통신사로 가는 조엄에게 부탁해 고구마 한 포기를 구해 집에서 시험 재배했으나 실패했고, 동래부사 강필리에게 부탁해 몇 포기를 구했으나 또 실패하고 말았다.이광려는 실패했지만 그의 구민(救民) 노력에 감명을 받은 강필리가 뒤를 이었다. 따뜻한 남해안 지역에 고구마를 심어 성공했으나 북상하지 못했다. 이어 김장순이 등장하여 선종한이라는 사람과 합작해 서울에서 시험재배에 성공한다. 서경창이라는 사람은 아무 지위도 없는 선비였다. 그는 실학을 연구하면서 식량문제 해결에 노력하여 북쪽지방의 가난한 백성들도 고구마의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다음 차례로 전라도 관찰사 서유구는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종저보’를 저술한다. 그에 의해 고구마는 남쪽 거의 모든 지역으로 전파된다.이런 숱한 노력의 결과로 1900년대 초 고구마는 전국적으로 재배되었다. 그나마 뜻있는 선비들의 수백 년에 걸친 고집스러운 노력 때문에 고구마 토착화가 이루어졌다. 고구마에는 이 땅의 가난한 백성들을 기아에서 구하고자 했던 이름 없는 선인들의 땀과 노력과 집념이 묻어 있다.신유일주 남자는 재주가 있고 자립심이 있으며 인정을 베풀 때는 봄눈 녹듯이 다정하다. 허나 냉혹하고 잔인한 면도 내재하고 있다. 머리가 좋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결혼할 때 여자의 외모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한다. 여자는 자기를 보석처럼 빛나게 해주는 남자를 선호한다. 남편을 친구나 동료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고, 금전에 대한 집착이 강해 알뜰하며 낭비가 없는 편이다. 남녀 모두 고집으로 충돌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신유일주의 유(酉)는 닭이며, 12지지 중의 대장이다. 그래서 우두머리를 뜻하는 추(酋)로도 쓰인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라는 닭이다. 대단한 집념이 있는 싸움닭이며, 죽는 줄 알면서도 나름대로 정의감으로 외길을 가는 성격이다. 닭의 역할은 어둠의 시기에 새벽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혁명적 기운이다.천간 신(辛)은 음(陰)에 속하는 여자다. 찬바람이 휙휙 부는 마지막 잎새처럼 앙팡지며, 추운 겨울도 끝까지 버티는 맵고 찬 보석 같은 여자다. 타인을 위해 대가없이 희생하는 구도자적 정신도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면 어딘가 취한 것 같다고 해서 술 주(酒)에도 사용된다. 배우자를 끝까지 사랑하며, 사별하면 다시 배우자를 찾는 것도 닭 유(酉)의 성질이다.남자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어딘가에 의지해서 취해야만 사는 사람. 남자가 그러한 여자를 만나거나, 여자가 그러한 남자를 만나면 정말 멋있는 일이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 소설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주인공 올렌카다. 올렌카는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여자였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올렌카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하던 때에 전형적으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극장의 공연매니저 쿠킨을 만나게 된다. 그가 힘들어 하고 짜증내는 모습을 보면서 연민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와 결혼한다. 그가 죽자 올렌카는 다시 우울해진다. 그러던 중 목재상 프스토발로프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잉꼬부부로 소문난 그들을 죽음이 갈라놓았다.그러나 올렌카의 사랑은 또 이어진다. 대상은 다르지만 사랑의 속성은 동일하다. 자기 집 별채에서 세 번째 사랑을 찾은 것이다. 세 들어 살고 있는 수의사 스미르닌은 군대를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몇 해가 지나 수의사가 어린 아들 샤샤와 함께 돌아왔다. 올렌카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모성애의 기쁨에 빠져 행복해 한다.올렌카가 귀여운 것은 그녀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고 누군가와 함께할 때 행복해 한다. 자크 라캉의 ‘타자의 욕망’이 자신의 욕망으로 둔갑하여 자신의 욕망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견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남편의 생각인 것이다. 혼자가 된 그녀는 늙어가지만, 어린 샤샤를 만난 후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주려고 한다. 사랑받길 원하는 자는 상대가 자신을 다시 한 번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보내주기를 바란다.

2023-10-11

경신일주(庚申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일곱 번째는 경신(庚申)이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과 지지(地支)의 신금(申金)은 모두 금(金)의 기운으로 단단하고 거대한 바위며, 강직한 쇳덩어리며, 가을기운이다. 동물로는 원숭이다.경신일주는 자존감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의협심이 남다르기 때문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미다. 무슨 일이든 한 번 결정하면 즉시 시행하여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다. 추진력이 좋아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려는 성향이 강해서 자수성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혈기왕성하고 사회생활에서도 중심에 서서 크게 권위를 떨치며 성공하는 일주로 재물복도 좋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강한 기세에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으로 안하무인이 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행동으로 남의 눈 밖에 나서 왕따 당하기 때문에 잘나갈 때 더욱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항상 마음을 수행해야 한다.경신은 양에서 음으로 넘어온 기운이며,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지는 쓸쓸한 가을에 해당한다. 금(金)의 속성이 있어 차갑고 단단하고 견고한 성질을 가진다. 그러기에 쇠는 용광로를 통해 화려하게 재탄생하는 창조적인 힘을 겸비하고 있다. 모든 일에 경쟁의 논리로써 일을 추진해 내는 강한 힘이 있다. 승부욕이 뛰어난 혁명가의 기질도 겸비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일주라고 볼 수 있다.그리스신화에서 철을 잘 다루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 에 난 아들이다. 신이 다리를 저는 데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그가 태어났을 때 너무 못생겨 헤라가 올림포스에서 내던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우스와 헤라의 부부싸움에 헤라 편을 들다 제우스가 걷어차서 렘노스섬에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테티스와 에우리노메의 보살핌을 받으며 대장장이 기술과 제련기술을 연마했다고 한다.헤파이스토스는 어머니 헤라에게 황금의자를 선물했다. 의자에는 잠금장치가 있어 거기에 앉은 헤라는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을 약속하고 올림포스로 데려왔다. 모자는 화해하고 올림포스에서 살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 아프로디테(일명 비너스)는 사랑을 상징하는 신이다.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아내 아프로디테보다 대장장이 일에만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밀회를 나눈다. 이 사실을 아폴론이 헤파이스토스한테 귀띔해준다. 그는 밀회장소에 청동을 가늘게 짠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어 움직일 수 없게 하여 여러 신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준다.그는 제우스의 황금 옥좌, 왕홀, 제우스의 벼락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아킬레우스의 갑옷, 포세이돈의 삼지창, 헤라클레스의 갑옷,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화살 등도 만들었다. 신이든 인간이든 만들어 달라고 하면 뚝딱뚝딱 만들어 주는 그리스신화의 최고 대장장이 신이다. 그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최초로 여성 판도라를 만들기까지 했다. 마치 인공지능(AI)같은 존재다. 창조가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었다.경신일주의 남자는 자신의 강하고 독단적인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럽고 여유로운 배우자를 만나면 평탄하다. 자신의 색정과 독선적인 성격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해로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여성은 본인이 가정을 꾸려가는 여장부 스타일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솔직담백하지만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이 많다. 이를 잘 받아주는 남자를 만나야 순탄한 생활을 할 수 있다.경신일주의 신(申)은 동물로 원숭이다. 재주 많고 심술궂은 원숭이는 말도 잘하고 성격도 쿨하고 화끈하며 놀기도 잘한다. 남으로부터 인정과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자유분방하지만 배짱 하나는 좋은 편이다. 자기과시를 너무 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경거망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옛날에 경신일에 하는 경신기도(庚申祈禱)가 있었다. 도교(道敎)에서는 이날 아무런 형체도 없이 사람의 몸에 기생하는 삼시충(三尸蟲)이 사람이 잠든 사이에 외출한다고 믿었다. 외출한 삼시충이 곧장 하늘로 올라가 상제에게 그 동안의 죄상을 고해바치는 것이다. 상제는 죄질에 따라 벌을 주는데, 벌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밤새도록 술 마시고 놀았다고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경신일에는 잠을 자지 않아야 하는데, 이상한 것은 이날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잠을 안자고 견디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새도록 악기를 연주하거나 염불하는 관습이 행해졌다. 도교신앙에서 비롯된 경신수야(庚申守夜)는 원래 중국 송나라에서 행해지던 풍속을 고려도 받아들였는데, 왕으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따르지 않는 자가 없었다. 고려 때는 60일에 한 번씩 일 년에 여섯 번 밤샘 축제를 벌였던 것이다.조선에서도 성종17년(1486년) 11월19일 경신 날에 왕이 대신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잔치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경신연회가 없어진 것은 영조 33년(1759년)이었다. 밤샘을 금지시키는 대신 등불을 밝히고 근신하면서 밤을 새우도록 명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경신일에 밤을 새우는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지금도 수행자들 사이에서 간간히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전통이란 참으로 끈질기다. 도교적 전통에서 시작된 경신수야는 고려를 거쳐 조선 영조 때까지 60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시작은 종교적 이유였지만, 나중에는 온 백성이 즐기는 풍속이 되었다. 생활에 지친 백성들은 일년에 여섯 번은 고된 삶에서 해방이 되는 그들만의 축제로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에 기독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3-10-04

기미일주(己未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여섯 번째는 기미(己未)다. 천간(天干)의 기토(己土)와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토(土)기운으로 뜨겁고 메마른 흙이다. 또한 정원이며 작은 텃밭이다. 동물로는 황금 양이다.기미일주는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하며 독립적이고, 성격은 온화하다. 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개척정신, 투쟁심, 명예심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각오로 값진 성과를 얻어내는 자질이 있다. 대체로 사회적인 일에는 끝까지 이루어내는 힘이 있으나,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은연중에 남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노련하지 못하지만 패기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허나 한 번 감정이 격해지면 물불을 안 가리고 울분을 터트리지만 항상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특히 특유의 배짱과 뚝심, 용기로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출세 지향적 삶을 추구하며, 자기 개발에도 충실한 사람들이다.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늘 공부를 많이 하고 교양을 쌓고 정신수양도 많이 한다. 손재주가 남달라 전문기술 분야로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기미(己未)는 음기운인 토(土)이며, 흙이다. 흙은 만물을 낳아서 자라나게 하는 품성이 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화하기 때문에 더러움에서 깨끗함을 창출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채근담 전집 24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굼뱅이는 몹시 더러우나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결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반딧불로 변화하여 여름밤 밝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굼뱅이는 징그럽고 더럽지만, 매미는 깔끔하다. 썩은 풀은 냄새나고 더러우나, 반딧불은 황홀한 빛을 낸다.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다. 매미는 땅 속에서 굼뱅이로 7년을 살다 매미로 된 후 일주일에서 삼주일 살고 죽는다. 반딧불의 알이 썩은 풀더미 속에 떨어지면 반딧불은 썩은 풀을 먹고 자란다. 여름밤의 반딧불은 무척 아름답다. 항상 변화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씨앗은 땅 속으로 들어가 싹이 되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땅의 어둠을 견디어 낸다. 고난을 참아내면서 찬란한 결실을 이루어내는 것이다.인간의 마음도 그냥 내버려두면 욕망의 싹이 자라 어느새 잡초로 우거진다. 탐욕이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굼뱅이에서 매미로, 썩은 풀에서 반딧불로 탈바꿈하는 것과 같이 비록 지금 힘이 들지만 과거와 현재의 미혹과 속됨에서 벗어나 밝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움과 수양을 통해 항상 깨어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기미일주의 남자는 배우자 덕이 없는 편이다. 밖에서는 무골호인이나 집에서는 무뚝뚝하고 폭군 기질이 있다. 일복이 많아 분주하며 남의 일에 많은 신경을 쓴다. 여자는 고집이 있고 남자 알기를 우습게 보는 기질이 있다. 남편 복보다는 사회활동을 하는 게 적격이다. 남녀 모두 늦게 결혼을 하면 좋다. 사회적인 성공이 있더라도 배우자와 갈등이 있기 쉬우니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기미일주의 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소위 ‘사막 위의 별’이라 한다. 많은 사람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원래 양(羊)의 기운은 가르치는 것과 돌보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거기다가 천간 기(己)라는 기운은 뻗어주고 확산하는 양(陽)의 기운을 수렴해서 챙기는 음(陰)의 기운으로 변동하는 변곡점의 기운이다. 사막의 안내자처럼 사람들을 인도하고자 하는 기운이 있다. 화수분 같은 사람이다.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오직 마음으로 찾아야 해”라고 여우가 말한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마르지 않는다. 땅 밑에서 물이 계속 솟아 올라오는 분지(盆地) 즉, 남방의 사막 오아시스가 바로 화수분이다. 오아시스는 원하는 일, 원하는 곳을 향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기미(幾微)이지 완성은 아니다.기미일주는 기운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보는 사람들이다. 기미년(1919년) 3월 1일에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일제의 억압에서 분연히 일어난 한민족의 독립운동이었다. 전국적인 범위에서 각계각층을 망라하여 전개된 3·1운동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한민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다.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이민족에 대한 끈질기고 강렬한 독립투쟁정신을 고취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민족의식과 민족정신에 새로운 자각과 힘을 주어 민족 자립의 기초를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중국에서는 3·1운동 영향으로 1919년 5월 4일 중국 북경 학생들이 일으킨 반일투쟁,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혁명운동이 일어났다. 학생운동에서 민중운동으로 번진 소위 5·4운동이다. 학생, 지식인, 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 서구 열강의 불공정한 태도에 분노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 행동이었다.한반도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중국은 5·4운동을 전개했지만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중국은 공산주의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민주국가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어 시민들은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독재체제에서는 국가의 권력이 우선되므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시민의 자유를 추구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체제를 선택해야 할지 자명하다.

2023-09-20

무오일주(戊午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다섯 번째는 무오(戊午)다. 천간(天干)의 무토(戊土)는 황토색을 가진 높은 산이다. 지지(地支)의 오화(午火)는 봉화대의 횃불 같다. 동물로는 누런 말이다.무오일주는 뜨거운 용암을 품고 있는 화산의 물상이다. 겉으로 보기에 침착한 선비의 모습이다. 마음속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정함을 가지고 있다. 생각이 많아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다. 우직하고 자존심이 강하지만, 변덕스럽지는 않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며, 거짓말은 하지 않는 편이다.친구를 좋아하며 신용과 의리를 중요시 여긴다. 허나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호불호가 분명하여 타인에게 미움을 사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속이 드러나지 않아 우직한 곰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두뇌 회전이 빠르다. 또한 스태미나가 넘치기에 운동선수를 하거나 취미로 운동을 하면 좋다.장점으로는 독립심과 자존심이 남다르고 강건한 기상으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갖춘 지도자 모습이다. 주어진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감 있어 일을 추진할 때 지속 능력이 좋지만, 주변 사람들과 갈등과 고통이 수반된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결능력이 탁월해 잘 대처하며, 주변 사람들도 도와주는 타입이다. 하지만 강압적이고 독단적이며 폭력적인 이중적 모습도 보여준다.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이 1939년에 발표한 ‘분노의 포도’가 있다. 1929년에 경제대공황이 시작되고 미국 중부에는 극심한 가뭄과 모래폭풍이 덮친다. 옥수수 농사를 망친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경제 파탄과 자연재해에서 트랙터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여 저소득층은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이야기의 주인공 톰 조드는 실수로 살인하여 4년을 복역한 뒤 가석방 된다. 돌아오는 도중에 어릴 때 목사였던 케이시를 만나 동행하면서 고향의 소식을 듣는다. 집은 가뭄과 은행 빚에 의해 쫓겨나기 직전이다. 구직광고를 보고 낙원의 땅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케이시도 함께한다.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까지는 수 천 킬로미터가 되는 먼 길이었다. 서부로 가는 인파 행렬 속에서 조부모가 세상을 뜨고 톰의 형과 임신한 여동생의 남편이 자기 살 길을 찾아 사라져 버린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가족들은 막연한 기대를 품고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거기도 일하려는 사람은 많고, 기업화된 농장들은 담합해서 임금이 턱없이 낮아져 있다. 굶주린 아이들은 병들어 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결국 노동력 착취에 반발해 노동자들은 조합에 합류하기 시작하고, 파업을 이끌던 케이시가 삽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톰 역시 이 사건에 연루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어 가족 곁을 떠나게 된다.작가는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라고 쓰고 있다. 톰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잃더라도 가족만은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가난에 허덕이며 절망하면서도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만은 놓지 않으려 애쓴다. 소외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희생하고 앞장서 싸울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 희망의 가능성은 여전히 공동체, 즉 가족에게 있음을 톰의 어머니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무오일주 여자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활발한 활동성을 가지며 일의 추진력이 좋아 여장부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잘 꾸미기도 하지만, 배우자의 외모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는 겉으로 보면 마초 같은 모습과는 달리 알뜰하게 챙기는 성향이 있다. 미인과 인연이 많아 연애를 잘하는 편이다. 공명심이 있어 쓸 필요가 없는 곳에 돈을 쓰기도 한다. 남녀 공히 성적 유혹에 빠질 위험성이 있어 자신을 다스리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무오일주는 만물의 생명력이 깃든 광활한 땅의 이미지를 하고 있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의 모습이다. 말이 하늘의 기운이 가장 무성한 무(戊)를 만났으니 조화롭고 활기찬 기운이다. 마치 큰 산 위를 뛰어 달리는 말과 같다. 진취적이고 정열적이며 화끈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야생마 같은 물상으로 어디에 구속되기보다는 자유 분방함을 즐긴다.또한 말은 깔끔한 동물이다. 발정도 일 년에 한 번만 하고, 인공수정도 안 된다. 그런데 말이 문제가 좀 있다. 우리가 머리 나쁜 사람을 보고 ‘말대가리’라고 하는데, 이 말은 주인을 몰라본다는 것이다. 그냥 올라타는 놈이 주인이다.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다. 미래나 과거가 아닌 현재에 충실하다. 어떤 규격이나 틀도 없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각종 제약에서 벗어나는 성향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힘과 정열을 어디에 쓰느냐가 관건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조선시대에 4대 사화(士禍)가 있다. 첫 번째가 무오사화다. 1498년(연산군 8년) 무오년에 벌어진 일이다. 성종실록을 편찬하면서 사초에 삽입한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이 단종의 죽음을 애도한 제문이라는 이유로 훈구세력이 사림의 대표 김종직 일파를 처단한 사건이다. 김일손은 처형되고, 그의 스승이었던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했다.권력 다툼에는 항상 피 냄새가 난다. 훈구파를 비판하며 등장한 세력이 사림파다. 권력을 뺏기 위해 지키기 위해서는 반대파를 숙청하는 일이다. 김일손은 춘추의 필법으로 사관의 책무를 지키기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조선은 특별히 명분을 중시하는 사회였다. ‘선비를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일 수는 없다’라는 말은 체통과 명분을 중시했던 사회였기 때문이다.지금도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처리하고 있다. 명분이 정의롭다면 그들의 도덕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연 시행자들은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사람일까라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의와 부당함에 분노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침묵하면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3-09-13

정사일주(丁巳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네 번째는 정사(丁巳)다. 천간(天干)의 정화(丁火)와 지지(地支)의 사화(巳火)는 같은 화(火)기운으로, 빛과 열이 혼합되어 화려하고 찬란하다. 동물로는 붉은 뱀이다.정사일주는 타오르는 불꽃같은 형상이지만, 해 질 녘의 모닥불이며 뜨거운 용광로와 같다. 활동적인 불기운이 아니라, 정제된 불기운이다. 만사를 합리적이고 인간적으로 처리하여 처세에 능하기 때문에 큰일을 도모하고 성취하는 재능이 있다. 권력의지가 강하고 활동이 정열적이며 개성이 뚜렷하나 끈기가 약하다. 하지만 꺼질 줄 모르는 열정만은 남다르다.현실적 감각이 뛰어나 금전 감각이 밝은 편이다. 판단력도 좋아 종종 주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러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싫증도 빨리 내고 뒷심이 부족한 편이다. 초심과 달리 종종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인내하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 현명하겠다.한편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신의를 지키고 존중해주면서도 자기 자신을 은근히 자랑하는 스타일이다. 성격이 명랑하고 쾌활하며 낙천적이다.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성격은 불같지만 쉽게 누그러지는 호탕한 성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강한 상대를 보면 도전하고자 하는 승부욕도 가지고 있다.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임금인 문후가 사냥터를 관리하는 관원에게 사냥하러 갈 날짜를 정해서 미리 알려주었다. 사냥하기로 한 날, 위문후는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마침 그때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런데도 위문후는 사냥하기로 한 날임을 기억하고 문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위의 신하들이 “오늘 술도 기분 좋게 마셨고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어딜 가시려고 그렇게 차비를 하십니까?”라고 물었다.위문후는 “사냥터 관리인에게 오늘 내가 사냥 간다고 알려 놓았다오. 오늘 비록 술을 마셨고 비가 오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그는 끝내 사냥터 관리인에게 가서 직접 이번 사냥은 쉰다고 말해 주었다.‘위문후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약속에는 신분의 고하가 없는 법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편안함에 매몰된 사람은 쉽게 약속을 파기하는 경향이 있다.정사일주 남자는 경제력이 충분해도 지나친 욕심과 고집으로 배우자가 힘들어 할 수 있다. 경제권을 아내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여자는 성격이 화끈하며 치장과 변신에 능하고 독설도 서슴지 않기에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어야 만족하기에 고독하게 혼자 사는 경우가 있다. 남녀 모두 결혼은 만혼이 좋다. 부부다툼으로 인하여 이별수가 있으니,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져줄 수 있어야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정사일주는 보름달 아래 붉은 뱀의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느낌이 강하고, 혼자 다니기를 좋아해 어딘가 비밀이 많고 속마음을 잘 비추는 법이 없다. 하지만 밝고 놀기 좋아한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버티는 악착같은 면도 있다. 쇠약하거나 시들어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불멸의 일주다. 뒷담화로 욕할지언정 앞에서는 포용력이 넘치고 친화적이라 인기가 좋은 편이다.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지만 어울리기를 좋아한다.또한 화려한 색상의 의상이나 눈부시고 사치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 성공과 권력에 대한 욕구가 남다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상대에 대한 기억을 아주 잘하며, 상대가 베푼 작은 선행도 감사하고 잊지 않는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일이 있으면 이를 앙갚음하기 위해 원한을 가지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스콧 피츠제럴드 (1896∼1940)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있다. 1920년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급격한 성장을 이룬 미국 경제와 물질 만능주의가 난무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했다. 군 입대와 가난 때문에 이별해야 했던 애인 데이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당시 금주법을 악용하여 불법인 밀주를 통해 막대한 부를 얻게 된다.개츠비는 데이지가 사는 강 맞은편에 거대한 주택을 마련한다. 개츠비는 밤이 되면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바라보며 불이 꺼질 때까지 바라본다. 그녀와 다시 만나길 고대하며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연다. 언젠가 그녀가 방문하리라는 기대감으로 살아간다. 데이지는 부유한 톰과 결혼을 했고, 딸아이까지 있었다.개츠비는 우연히 자기 집 근처에 사는 데이지의 사촌 오빠 닉을 만난다. 닉은 개츠비가 오래전 연인이었던 데이지를 아직도 못 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닉을 통해 개츠비와 데이지는 5년 만에 만난다. 개츠비는 인생을 걸고 데이지에게 모든 걸 바치려 하지만, 데이지는 사랑에 응답하지 않았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어느 날 개츠비는 데이지가 사랑한 사람은 톰이 아니라 자신이라며 언쟁을 벌이게 된다. 기분이 언짢은 데이지가 자리를 뜨자 뒤쫓아 간 개츠비는 그녀가 모는 자동차를 함께 타고 가는 도중에 톰의 정부 머틀을 차로 치어 죽이게 된다. 톰은 머틀의 남편 윌슨에게 개츠비의 짓이라고 알려준다. 윌슨은 개츠비를 살해한다. 개츠비의 장례식에 데이지는 오지 않았다. 닉과 게이츠 아버지 등 두 세 사람만이 참석했다. 그 후 닉은 고향에 돌아간다.1920년대 미국사회의 도덕적, 윤리적으로 타락한 치부를 드러내며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타락과 이상을 쫓다가 신분 장벽으로 좌절된 한 젊은이의 삶을 담고 있다. 교활한 사람, 비겁한 사람은 간혹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들은 심오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너무도 단순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100년이 지난 우리 사회도 그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가난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로 출세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코인, 주식,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갈망하고 있다. 신분상승으로 인해 상류기득권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그 방법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몰락의 길인 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2023-09-06

병진일주(丙辰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 세 번째는 병진(丙辰)이다. 천간(天干)의 병화(丙火)는 불길이 맹렬하게 타는 모습이다. 지지(地支)의 진토(辰土)는 물을 머금은 옥토(沃土)다. 동물로는 붉은 용이다.병진일주는 물상으로 비옥한 대지 위에 떠있는 태양이 밝게 빛나는 모습이다. 거기에는 물이 있어 풀과 꽃들이 피는 생명력이 넘치는 땅이다. 마치 봄철 모내기하는 풍경이다. 만물을 생육하는 역할을 하고, 길러내고 치유하는 부성애나 모성애를 가지고 양육을 잘하는 일주다.예의와 신의가 잘 조화되어 있다. 예의를 중요시하며, 남을 존경하면서도 자기를 잘 나타내려는 경향이 있다. 명랑쾌할하고 낙천적이며 불같은 성정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면도 있으나, 일을 처리하는데 투명하고 성실 근면한 모습을 보이며 자상하고 친절하다. 타고난 재주와 재능이 뛰어나 그것을 잘 단련시킬 수 있으므로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의 직업에도 강점을 보인다.병진일주의 태양은 식물이 잘 자라는 땅을 만나 아낌없이 키우는 것이 제 역할이다. 또한 묵묵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어 잘 베풀고, 어려운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대체적으로 주변의 평이 좋은 편이다.이런 인물로는 춘추시대 초나라에 손숙오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어릴 때 밖에서 놀다가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았다. 옛날 중국에서는 쌍두사(雙頭蛇)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속설이 있어 손숙오는 쌍두사를 죽여서 땅에 묻어버렸다. 집에 돌아와서 밥도 먹지 않고 근심하자,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손숙오가 울면서 대답했다. “오늘 제가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았습니다. 예부터 이런 뱀을 보면 죽는다고 했으니 저는 곧 죽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어머니가 물었다. “그 뱀은 지금 어디 있느냐?” 그러자 손숙오가 대답했다. “그 뱀을 또 다른 사람이 보면 죽을까 걱정이 되어 죽여서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이 말은 들은 어머니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내가 듣기로 남모르게 덕을 베푸는 사람은 반드시 보답을 받고, 남모르게 선행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복을 받는다고 한다.”여기서 음덕양보(陰德陽報)라는 고사가 나왔다. 훗날 손숙오는 초장왕의 책사가 되었다. 용기와 지혜로 깊은 사려를 지녔던 인물이었다. 둑을 쌓고 많은 저수지와 개간지를 만들어 쌀 생산력을 증가시켜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힘썼다. 그는 맡은 일에 부지런했으며, 항상 청빈한 삶을 살았다.병진일주 여성은 기품이 있고, 외모가 수려한 경우가 많다. 자식이 태어나면 남편과는 인연이 약해질 수 있다. 몸도 병약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남자는 자존심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잔소리 하지 않고 묵묵히 믿어줄 배우자를 선호하며,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편이다. 다른 이성에 눈을 돌리는 단점이 있다. 남녀 모두 배우자에게 불만이 있으니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 편안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병진일주의 진(辰)은 동물로는 용이다. 변화무쌍한 용(龍)의 특성상 변덕이 심할 수도 있다. 용은 안다. 자신이 이제는 승천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고 준비해 왔다. 지금은 태양이 있으므로 비가 오고 천둥과 번개가 치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병진은 아주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고독하기도 하다. 스스로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승천할 기회는 온다는 것을.영국의 작가 대니얼 디포(1660∼1731)가 1719년에 발표한 해양모험소설 ‘로빈슨 크루소’는 고독과 기다림의 상징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체류한 기간이 무려 28년 2개월 19일이다. 무인도에 표류했다가 탈출하는 날까지의 기간이다. 섬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생존하면서 때가 오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그 당시 1688년에는 영국이 군주제에서 의회 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들을 폐지시킨 명예혁명 정신은 계몽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다. 유럽인들의 자유와 번영을 위한 제국주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던 시기였다.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바다로 떠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여행이며 모험이지만, 곧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대니얼 디포는 찰스 2세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제임스 2세가 가톨릭을 신봉하자, 그를 폐위하자는 몬머스의 반란(1685)에 참가했으나 참패했다. 그 결과 영국에서 추방되어 3년 간 유럽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 후 윌리엄 3세가 이끄는 개신교 세력이 제임스 2세를 몰아내는데 성공을 하는 명예혁명(1688)이 일어나자, 디포는 영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재개했으나, 엄청난 빚을 지고 파산하게 된다. 그러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썼다.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영국인 선원이 지금 칠레의 영으로 되어 있는 마사티에라는 태평양의 한 섬에 조난 되어 4년 간 생존한 실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자기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소설을 집필했다. 출간되자 크게 성공을 거둔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로빈슨 크루소는 스스로 자기 일을 만들어 거기에 몰두하면서 외로움과 싸우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 모습은 캘빈주의를 따르는 철두철미한 장로교 신자의 입장에서 묘사된 것이다. 구원은 인간의 노력이나 행위와 상관없이 전적으로 신의 은총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시각이다.작가는 ‘우리가 소유하지 못해 느끼는 불평은 모두 우리가 소유한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말한다. 무인도에서는 오직 생존에 몰두하기에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삶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항상 타인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항상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은 지옥이다’라고 말한다. 바쁜 와중에도 그런 시선을 피한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타인이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력을 방해하고, 지금 하고 있는 생각으로부터 딴 곳으로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를 알고, 나의 삶을 살고 싶다면 해볼 만한 시도이다. 오늘의 고통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는 용기를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23-08-30

을묘일주(乙卯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 두 번째는 을묘(乙卯)이다. 천간(天干)의 을목(乙木)과 지지(地支)의 묘목(卯木)은 같은 목(木)기운으로 봄에 솟아나는 푸른 새싹의 모양이다. 동물로는 토끼다.을묘일주는 풀밭과 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초원의 물상이다. 매우 명랑하고 인정이 많은 편이다. 풀과 같이 연약한 화초이고 넝쿨처럼 다른 것에 의존하여 생존하기 때문에 외유내강형으로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성향이다. 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티를 내지 않지만 실제로는 상처를 잘 받는 여린 심성이다.내면은 상상력이 아주 뛰어난 소녀의 마음이다. 천진난만하고 밝고 생글생글하지만 마냥 애 같지는 않다. 안으로는 은근한 끈기가 있고, 자기주장이 매우 강해 주관을 잘 바꾸지 않으며, 좌절이 와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상당한 고집의 소유자다. 을묘는 3대(을묘, 임자, 신유) 고집 중 하나다.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생활력이 있으며, 환경적응 능력도 뛰어나다. 겉으로는 작고 연약해 보일 수 있지만, 성격이 강직하여 누구도 고집을 꺾을 수 없다. 뿌리가 강하니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강인함은 아니다.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따라서 사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문제 해결에서 탁월한 역할도 한다.19세기 영국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 ‘제인 에어’를 썼던 샬롯 브론테(1816∼1855)는 직접 어린 시절에 겪었던 경험을 기록했다. 주인공 제인 에어는 고아 여자아이고 고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녔다. 교장 선생님이었던 템플 선생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했던 여성이었다. 반면에 학교를 운영하는 이사장은 브로클허스트 목사였다. 템플 선생과 이사장의 대화 한 장면이다.브로클허스트 목사가 화난 듯이 말했다. “템플 선생! 점심식사에 빵과 치즈가 함께 배급된 사실을 발견했소. 이게 어찌 된 거죠? 규정을 살펴보았지만 그동안 점심으로 이런 식사가 배급된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소. 이런 개혁을 누가 시작한 거요? 무슨 권한으로?”템플 선생이 대답했다. “그 상황은 제 책임입니다. 아침식사가 형편없어서 학생들이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점심식사 때까지 아이들을 계속 굶길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 탄 음식 대신 빵과 치즈를 아이들의 입에 넣어줌으로써 비천한 그들의 몸을 살찌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불멸의 영혼을 얼마나 굶겼는지에 대해서는 선생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소.”브로클허스트 목사가 말을 멈추자 템플 선생은 아래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거두고 앞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브로클허스트 목사는 학교의 지출을 줄이게 했으면서도,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사치품을 구입하는 데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에 전염병이 돌았을 때 템플 선생은 아픈 아이들과 함께 질병에 맞섰지만, 브로클허스트 목사는 전염병이 사라질 때까지 학교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19세기 영국사회는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중산층 자녀들은 소녀전용 기숙사에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의 목적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덕목, 즉 남성의 조력자가 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기숙사 학생에 대한 템플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은 성장기 소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샬롯 브론테는 소설에서 여성도 자신의 존재를 찾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당시 여성의 행복은 남성에 의해 결정되고, 남성에게 헌신함이 행복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과 자주성을 유지한다. 을묘일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많이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을묘일주 남성은 인생에서 한 번쯤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다. 여러 여자와 사귄 후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바람을 피우면 잘 걸리지 않는다고 고전에서 말한다. 여성은 연하의 남자와 사는 경우가 많다. 어린 남자를 챙겨주려는 마음에서 연애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남녀 공히 배우자 운이 약한 편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이성관계가 복잡할 우려가 있고, 유혹에 잘 넘어가기 때문에 냉정해야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을묘일주는 하늘에서 봄비가 내려 초목이 성장한 푸른 풀밭을 뛰어다니는 토끼가 연상된다. 풀밭의 토끼는 근심이 없다. 얌전하고 귀가 커서 남의 말을 잘 듣는다. 아주 일찍 일어나 토끼 굴에서 나온다. 토끼는 어려움이 닥쳐도 아주 냉정하게 잘 처리한다. 폴짝하고 뛰어 넘으며, 아주 큰 난관에 부딪쳐도 냉정하다. 뒷다리가 길고 앞다리가 짧으니 어려운 인생살이에 산을 만나도 잘도 넘어간다. 단, 남들 같으면 콧노래를 부르면서 내려오는 쉬운 길을 토끼는 부들부들 떤다. 그래서 엉뚱한 것에 소심하고 겁먹는 기질이 있다.우리나라 고전 가운데 ‘별주부전’이 있다. 바닷속 용왕이 위독한 병이 걸렸다. 유일한 약이 토끼간이다. 충직한 신하 별주부는 용왕을 위해 토끼를 데려오지만, 위험에 처한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앙큼한 말로 용왕을 속이고 도망간다. 병에 걸린 용왕을 통해 조선후기 정치권력의 탐욕과 거짓을 풍자한 이야기다.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백성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매순간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살기 위해 애써야 하는가?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 어깨의 뻐근함이 가중될 뿐이다.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인 행동만을 고집한다면 만사가 힘겹고 점점 버티기조차 버거워질 것이다.사람들이 동물과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동물과 어린아이는 아무런 근심 없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살아간다. 마음은 언제나 지금, 현재의 마음뿐이다. 그렇기에 근심도 권태도 없다. 지금 이 순간만의 행복을 선망하기 때문이다.

2023-08-23

갑인일주(甲寅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 한 번째는 갑인(甲寅)이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과 지지(地支)의 인목(寅木)은 같은 목(木)기운이며, 물상으로 보면 언 땅 위에 자란 굵직하고 힘찬 나무다. 강직한 인상을 준다. 동물로는 호랑이다.갑인일주는 나무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도끼가 부러질 정도로 강하다. 방해물이 있어도 머뭇거림이 없다. 말도 잘하지만 직설적이다.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올곧은 성격으로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기 일에는 적극적이며 일단 시작하면 고집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다.세상의 고난을 이겨낸 뒤 많은 것을 성취하는 기운이다. 좋은 결실에는 성패의 굴곡이 따른다.하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만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독단적인 면이 있다.한편으로 사회활동에 많은 정열을 쏟아 붓는 성격으로 가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성실한 데다 지도자 자질이 있어 자수성가형이다.갑인일주는 철학적인 사고를 좋아하는 편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신념과 내면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성향이 있다.이러한 성향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 벅차기에 단점이 될 수 있다.그렇기에 주어진 환경에 따라 예민하게 자기중심적으로 판단을 한다. 즉흥적으로 결정을 하고 후회하며, 또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그러기에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갖추어야 한다.중국 명나라 초기 유기의 ‘욱리자’ 영구장인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수라는 장사꾼이 강을 건너다가 배가 무언가에 부딪혀서 가라앉았다. 간신히 물 위에 뜬 널빤지를 잡고서 큰소리로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마침 지나가던 어부가 구해주기 위해 배를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장사꾼은 살았다는 생각에 “나는 이 강가에 사는 돈 많고 세력 있는 사람이요. 당신이 나를 구해주면 금 백 개를 주겠소”라고 말했다.어부가 그를 구해내서 강 언덕에 내려주자 장사꾼은 어부에게 금 열 개만 건네주는 것이었다.어부는 “당신이 금 백 개를 준다고 하지 않았소”라고 항의했다.장사꾼은 얼굴색이 달라지면서 “아니, 이 사람아. 자네 같은 고기잡이가 하루에 몇 푼이나 버는가? 잠시 수고하고 금을 열 개나 벌었으면서 적다고 투정하는 것인가?”라고 오히려 화를 벌컥 냈다. 어부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배를 저어 떠나갔다.그 후 어느 날 그 장사꾼이 물건을 싣고 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고기를 몰아들이기 위해 설치해 놓은 좁은 통로의 바위에 배를 들이받고 말았다. 마침 그곳에 지난번의 그 어부가 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였다. 결국 그 장사꾼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영영 떠오르지 않았다.뭍에 서 있던 사람이 “왜 장사꾼을 구해주지 않았소”라고 묻자, 어부는 “저 사람은 자기 입으로 준다고 했던 금을 주지 않는 사람이오”라고 대답했다. 욱리자는 “사람들이 장사꾼은 목숨보다도 재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기에 믿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정말로 그런 일이 있구나”라고 말했다. 맹자도 “사람이 가야 할 길은 어차피 사람이 가려서 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작은 이익 때문에 신용을 저버릴 경우 오히려 큰 우환을 만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갑인일주의 여자는 여장부의 기질이 있어 가정보다는 사회활동에 적합하다. 자존심이나 자기주장이 너무 뚜렷해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하니 고독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남편보다 자식에게 애정을 쏟으며 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남자는 부인이 능력 있고 잘 생겼으며, 처가 덕도 본다. 허나 배우자를 무서워하고, 배려심이 부족하니 애정이 깊지 않다. 결과적으로 집보다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니 주의해야 한다. 남녀 모두 친구 같은 아내나 남편으로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갑인일주의 인(寅)은 호랑이다. 울창한 숲에 있는 호랑이 형상이다. 활기찬 생명의 시작 즉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는 기운이며, 강한 활동력과 추진력이 있다. 모험심이 강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다. 겉모습은 친해지기 어렵지만, 친해지면 다정하고 진중한 면이 있다.음 기운에서 양 기운으로 바뀌는 인시(寅時·새벽 3시)는 야행성 동물인 고라니, 노루, 사슴 등이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때 호랑이는 먹이 사냥을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배고픈 호랑이가 된다. 그러나 배고프고 고독한 호랑이는 어떻게는 살아남는 요령이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이 세상에 말이 그냥 나오는 법은 없다. 속담에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물은 남아 있는 법’이란 말이 있다. 그 심한 갑인년 흉년에도 물은 남았다는 말이다. 또는 아무리 흉년이라도 물마저 말라 버리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제주도에는 물이 귀하여 이런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제주도 방언으로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게 물이여’에서 온 것이다.배고픈 만큼 서러운 것이 없다. 우리들도 지난날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식탁에서 인사말은 ‘많이 드세요’다. 굶주림의 시대가 만들어 낸 인사말이다. 인간은 먹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가 힘이 든다.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의 마지막에는 항상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발생하니 유념해야 한다.철학자 니체는 인간의 욕망을 ‘푸줏간 앞의 개’로 표현했다. ‘푸줏간 앞을 서성이는 개의 시선을 닮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눈앞의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과 푸줏간 주인의 시퍼런 칼이 두려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의 모습에서 인간은 욕망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젊었을 때는 욕망을 채우면서 살아야 하고, 늙어서는 부단히 욕망을 빼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 최고의 지혜가 아닐까?

2023-08-16

계축일주(癸丑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 번째는 계축(癸丑)이다. 천간(天干)의 계수(癸水)는 깨끗하고 찬 물이며, 비 또는 연못이다. 지지(地支)의 축토(丑土)는 얼고 습한 땅이다. 동물로는 소다.계축일주는 겨울 땅 위에 차가운 비가 내리는 물상이다. 냉한 성분과 음기를 강하게 품고 있어서 끈기와 오기, 집념이 남다르다.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한 기준과 이상이 있어 모든 일에는 끝까지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조용하고 말이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어 남들이 알아줄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않는다.노련하지 못하지만, 패기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출세 지향적 삶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개발에 충실하다. 여기에 공부와 교양, 정신수양도 함께 연마하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가정에는 소홀히 할 수 있다.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본인의 공력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심하게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견디는 힘이 강하다.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성격 때문에 사서 미움을 받는다. 특히 타인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자기 주관이 명확해 타인의 간섭을 싫어하고,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도 있다. 흥분된 마음을 내려놓고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장자’ 외편 ‘산목편’의 ‘빈 배’를 보자. 한 사람이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다가 빈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속이 좁은 사람일지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만약에 배에 사람이 있다면 그는 피하라고 소리를 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또 다시 소리칠 것이고, 결국에는 화를 내며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이 모든 일은 배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나 배에 사람이 없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를 내지도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그대에게 상처를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심청사달(心淸事達)이란 격언이 있다. 마음이 맑고 고우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작금의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 그것이 우리의 딜레마인 것이다. 상책이 없다면 차선책이라도 써야한다. 자신이 처한 위치를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여 정당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한다면 인생살이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계축일주 남자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는 형이다. 부인 복은 좋으나 가정생활이 순탄하기는 힘이 든다. 본인의 바람기와 이성관계에 주의해야 한다. 아내가 종교, 예술 분야에 종사한다면 대체로 해로할 수 있다. 여자는 남편이 가정에 충실하고 능력이 있지만 본인의 행동이 거칠고 차가워 보일 수 있어 다정다감한 생활은 힘이 드니 신중해야 한다. 남녀 공히 무정해질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계축일주의 하늘 계(癸)는 무조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비가 내리듯이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땅은 살림꾼인 소 축(丑)이다. 말없고 부지런하고 힘도 좋아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소다. 소는 위가 네 개라서 삭이고 또 삭이는 되새김질을 하며 참고 참는 성질이 있다.겨울 소이기에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나설 때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해야 한다. 소는 시작이 굼뜨지만, 시간이 걸려도 끈기와 집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사교성이 있거나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설렁한 느낌이 들지만, 속으로는 얼음송곳 같은 섬뜩함도 가지고 있다.자(子)는 북쪽이고 겨울이지만, 축(丑)은 동쪽이고 봄을 향하고 있다. 앞으로 조금 나아지는 희망을 기대하지만, 언제 추위가 올지 모른다. 마치 동장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는 것이다. 소같이 순한 엄마가 한 번 성질을 내면 집안이 온통 풍비박산이 된다. 그래서 한 마디 입을 열면 참고 참았던 독기가 뿜어 나오는 독설가가 된다.계축일주는 길흉반반(吉凶半半)이다. 터트려서 좋을 것이 있고, 터트리지 않고 삼킬 것도 있는 법이다. 소 축(丑)이 천간 계(癸)의 낙처를 소화하자니 되새김질을 많이 하다가 토해내고 마는 그런 기운이 작동하는 때다. 혹은 미루던 일들이 시절인연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류대창명리연구자 ‘계축일기’는 조선 중기 1613년 계축년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일기다.‘계축일기’는 인목대비 폐비사건이 시작되었던 계축년(광해군 5년)을 기점으로 일어난 궁중의 비사다. 현명한 광해군이 계축년에 참고 참았던 것을 터트렸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얻지 못했다.‘계축일기’의 작자는 미상이고, 인목대비를 모시는 궁녀나 궁중에서 일을 하는 나인이 쓴 책으로 추정된다.‘계축일기’는 일방적인 견해이고, 광해군 입장에서는 전혀 다를 수가 있다.인목대비는 김제남의 딸로 19세에 51세 선조의 계비가 되어 정명공주와 영창대군을 낳는다. 선조가 57세에 죽자 광해군이 즉위한다. 인목대비의 아버지인 김제남이 영창대군을 추대하여 모반하려 한다는 무고(誣告)로 김제남 부자와 영창대군은 참혹한 죽음을 당한다. 인목대비는 서궁(덕수궁)으로 쫓겨나 폐비가 되며 그 뒤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11년 만에 인조반정으로 복위되는 이른바 궁중비사이다.사람은 무엇을 위해 상대를 헐뜯는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인가? 아니다. 자신의 권력 유지와 탐욕으로 인해 행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고변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불행과 고통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어떤 말일지라도 하나하나의 말에는 어느 정도 선입견과 편견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말의 액면 그대로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뒷면에 감추어진 의미까지도 민감하게 알아채야 한다. 그래야만 불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23-08-09

임자일주(壬子日柱)

이지안作 ‘Protective 2’ 육십갑자 중 마흔아홉 번째는 임자(壬子)다. 천간(天干)의 임수(壬水)는 측량할 수 없는 바다의 심연이며, 지지(地支)의 자수(子水)는 겨울밤의 싸늘한 물이다. 동물로는 검은 쥐다.임자일주는 대양처럼 깊고 넓어 만물을 감싸는 형상이다. 만물을 수용함과 동시에 쓸어버리기도 가능하기에 진취적이고 의욕적이다. 배포가 남다르게 크면서도 용기가 있어 사람들을 잘 다루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한다. 매사 적극적이고, 보다 앞서나가려 한다. 그러나 결코 가벼운 언행은 하지 않는다. 비밀이 많고 끈질긴 면이 있어 인인자중(忍忍自重)한다.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면모도 함께 볼 수 있어 한 번 화를 내면 절제가 잘 되지 않는다. 자존심과 더불어 경쟁심도 강하여 타인들을 주로 경쟁상대로 여기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마음은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으며, 빠르게 흐르는 강물이다. 절대 가벼운 성정이 아니며, 끈기와 인내심을 겸비하고 있어 속이 깊고 과묵한 성격이 많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충분한 생각을 한 뒤 말과 행동을 한다. 대체로 직관과 영감이 탁월해 논리적 사고보다는 감각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넓고 깊은 바다 같이 평상시에 평온해 보이지만, 누군가가 해코지를 하면 고집이 대단해지고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독단적 성격이 된다. 그러나 물의 특성으로 지혜롭게 흘러간다. 기본적으로 감성적인 면이 있어 로맨틱하다고 할 수 있다.황순원(1915∼2000)의 단편소설 ‘소나기’가 있다.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청순하고 깨끗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꽃이 핀 가을 들판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소년과 소녀는 원두막으로 피한다. 빗줄기는 세찼고, 철 지난 원두막은 너무나 허술했다. 소년은 차라리 수수밭에 세워둔 비좁은 수숫단 속으로 들어갔다. 그만 소녀가 안고 있던 꽃묶음을 망가뜨린다. 소년이 꺾어다줄 때마다 한 송이도 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한 꽃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지금 망가져버린 꽃으로도 행복하다. 꽃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행복감을 느끼려 했기 때문이다.소녀가 며칠째 개울가에 보이지 않았다. 소년의 주머니 안에는 언젠가 소녀가 자기를 향해 던진 조약돌이 들어 있었고, 조약돌을 만지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아니 그는 조약돌을 만지면서 소녀의 체취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그러다가 소나기가 내리는 날 소년을 만난 소녀는 그날 얻은 열병으로 죽는다. 마을 갔다 돌아온 아버지의 말을 통해 소녀가 죽기 전에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옷은 소나기로 물이 불어난 개울을 업혀 건널 때 소년의 체취가 얼룩으로 묻어 있던 옷이다.소녀에게도 마지막까지 중요했던 것은 느끼는 것이었다. 느끼려는 사람은 마음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법이다. 우리들 삶에서도 소나기로 인해 불어난 강물 때문에 등에 업고 건네준 소녀 한 사람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임자일주 남자는 사회생활을 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좋으며, 결혼 후에도 이성 관계로 인해 풍파를 많이 겪게 된다.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나, 집안에서는 폭력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다. 여자는 집안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운이니, 복을 지으면 하고자 하는 일에 좋은 결실이 온다.일상생활에서 “임자 만났데”라는 말이 바로 임자일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 아무리 강한 일주라도 임자일주에게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 정도로 강한 모습이다. 또한 나이 든 사람들이 부부가 되는 짝을 임자라고 부른다. 임자란 말은 인간이나 물건이 적임자와 연결되어 능력이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때 사용한다. 시쳇말로 ‘개가 개장수 만나는’ 식으로 자신의 급소를 잡은 원수를 만날 때도 쓴다.임(壬)은 천간 중 하나로 수(水)에 해당한다. 수(水)는 숫자로 1이다. 물에서 생명이 시작되므로 물을 첫 번째로 보는 것이다. 자(子)는 지지(地支) 가운데 첫 번째이자 물이다. 그러므로 ‘임자 만났다’는 말은 ‘최고를 만났다’‘제일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뜻이 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임자에서도 천간 임(壬)보다 지지에 있는 자(子)가 더 근원적인 뜻을 함축하고 있다.임자일주는 추운 겨울 먹이를 찾아 분주히 돌아다니는 검은 쥐의 모습이다. 배고픔과 추위에서 벗어나려면 무모한 짓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자성어에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즉 도둑을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의미다.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는 경고다. 그 결과는 몰락으로 끝이 난다. 마치 물에 빠진 생쥐가 되는 것이다.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너무 큰 욕망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파멸한다.하지만 작은 욕망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도 못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더 나은 상황을 욕망한다.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결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결점과 약점을 혐오하고 외면하기에 급급하다. 행여나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사실 결점과 약점은 가장 좋은 스승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를 조용히 귀띔하며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2023-08-02

신해일주(辛亥日柱)

육십갑자 중 마흔여덟 번째는 신해(辛亥)다. 천간(天干)의 신금(庚金)은 보석 같은 작은 금속이나 칼이다. 지지(地支)의 해수(亥水)는 물빛이 맑아 푸르고 맑고 지혜롭다. 동물로는 흰 돼지다.신해일주는 금백수청(金白水淸)이다. 백금이나 다이아몬드며, 맑고 청청한 물의 형상이다. 깔끔한 성격에 신용과 의리를 제일의 덕목으로 삼을 만큼 약속을 잘 지키며, 언행이 바른 편이다. 씩씩한 성격에 예의를 잘 지키며,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고, 허튼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가을바람처럼 겉으로 쌀쌀하고 냉랭한 듯하며, 속으로도 칼날처럼 날카로운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미지가 차갑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철하다. 신금(辛金) 자체가 이미 완성된 귀금속으로 태어났다는 뜻이다. 마치 고귀한 여왕 같은 존재다.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 사랑에 대한 욕심이 많고 집착이 강하다. 반대로 상대가 나에게 집착하면 냉철하게 끊어버리는 냉정한 면도 있다.60갑자 중 미남미녀가 많은 대표적인 일주며, 서구적인 미모가 많다. 보석을 물로 깨끗이 씻어 광채가 나듯 대체로 용모가 준수하고, 행동에 품위가 있다. 또한 미적 감각이 탁월하여 옷을 입어도 세련되고 귀티가 난다. 머리가 좋아 선견지명이 있어 늘 남들보다 앞서가는 성향이 있으나, 의외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성품이다.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황공은 겸손함이 지나쳐서 비굴할 정도였다. 황공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다. 황공도 두 딸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자라나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딸들이 못생겼다고 낮추어 말하곤 하였다. 그랬더니 딸들이 못생겼다는 소문이 멀리까지 펴져서 결혼할 나이를 넘기게 되었는데도 청혼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마침 위나라에 광곤이라는 노총각이 모든 것을 팔자 탓으로 돌리고, 황공의 맏딸에게 청혼을 했다. 그리고 첫날밤에 비로소 얼굴을 대하고 보니 천만 뜻밖에도 신부는 아름다운 미녀였다. 뒤에 집으로 돌아온 광곤이 사람들에게 “황공께서 겸손하기를 좋아하셔서 헛소문이 퍼진 것인데, 실제로 가서 보니 처제가 더 아름다운 것 같았네”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청혼을 하였다. ‘윤문자’대도 상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한편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은 늘 우리를 현혹시킨다. 이와 함께 아름다움도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신해일주 남자는 외모가 좋고 재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 큰 문제없이 해로한다. 다만 호색가로 외도를 하거나 숨겨둔 여인이 있으니 처신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자는 잘생긴 외모에 꾸미기를 좋아하며, 인정욕구가 강해 연애를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결혼 후 남편을 무시하고 밀어내는 기운이 강하여 헤어지는 일이 발생하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녀 공히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이나, 성실하고 섬세하다. 신해일주는 동물로는 흰 돼지다. 가을에 서리가 내린 풍경으로 고독을 느끼는 성품이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거친 숨을 몰아쉬는 멧돼지처럼 저돌적인 투지와 끈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수록 더 힘이 넘치는 난세호걸이다. 난관에 봉착하면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 매력이다.신해일주는 돼지 해(亥)가 하늘의 매서운 기운인 신(辛)을 만나는 물상이다. 중국의 손문 등이 신해년(1911년) 10월에 봉기를 했다. 1910년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는 것을 보고 개혁에 나선 것이다. 돼지 년에, 돼지 달 10월에, 10일에 일어난 혁명이라고 신해혁명이며 쌍10절이다. 청 왕조를 무너트리고 민중이 주인이 되었다는 중국 최대의 국경절이다.신해년(1911년)에 청나라 타도를 목표로 손문이 삼민주의를 내세워 동맹회를 중심으로 혁명운동을 추진한 결과, 우창에서 군대가 봉기함으로써 신해혁명이 일어났다. 루쉰(1881∼1916)의‘아Q정전’은 신해혁명 시기 ‘아Q’라는 인물의 인생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그는 성 밖 낡은 절간에서 살면서 마을에서 날품팔이를 하고, 번 돈을 술과 도박에 써버리는 인물이다. 툭하면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Q’가 신해혁명에 가담하여 인생역전을 하려다가(그나마도 도적 패거리와 결탁한 것) 나중에는 하지도 않은 강도짓에 서명함으로써 총살당하는 이야기다. 류대창명리연구자 타인의 불행을 동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영양분 삼아 살아가는 중국인이 곧 ‘아Q’다. 노비라는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으면서 반항할 줄 모르는 ‘아Q’는 오히려 자기와 같은 위치에 있는 약자를 무시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주인이라는 강자의 위치로 올라가서 자기 밑 사람들을 압박하리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곧 중국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루쉰은 권력자나 외국인이나 주인에게 충성하는 중국인을 물에 빠진 개라 했다. 물에 빠진 개라고 해서 때리지 못한다는 법이 없으며 그럴수록 더 때릴 것을 주문한다. 그놈이 물에 빠진 것을 세례(洗禮)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잘못을 뉘우쳤을 것이니 다시는 사람을 물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오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오히려 이 개를 더 두들겨 패라고 주문한다. 신해혁명 후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제멋대로 기어 올라와 사람을 물어뜯게 되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나타냈다.개인이 광기에 사로잡히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뤘을 때, 혹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에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너무나도 당연히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는 항상 좋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요구된다.

2023-07-26

경술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일곱 번째는 경술(庚戌)이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은 금(金) 기운 가운데 가장 세며,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불타는 평원이다. 동물로는 하얀 개다.경술일주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냉정하나 내면은 온화하며, 정신적으로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마치 산 위에 불쑥 솟아오른 흰 바위 봉우리 모습으로 기상이 높고 변절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집념과 투쟁심이 매우 강한 일주다. 타고난 리더십으로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여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머리도 좋아 공부를 잘하며, 몸이 건장하여 운동에도 소질이 있다. 지성미의 매력을 풍기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 인기가 높다. 명예와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명분 없는 일은 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평소에 잘하다가도 한순간 성질을 못 참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경술일주는 보름달이 떠있는 물상으로 풍류를 즐기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며 감성적인 성격이다. 안으로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동시에 성취욕도 강하여 성공한 경우가 있지만, 옹고집으로 독불장군이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만년에는 외롭고 고난에 빠지므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이와 같은 사례로 미국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노인과 바다’가 있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도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긴 항해 끝에 청새치와 마주하게 되고, 며칠에 걸친 사투 끝에 잡게 된다. 하지만 상어 떼로 인해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그는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고 말한다. 늙은 어부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 약해진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헤밍웨이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 눈’에 나오는 표범처럼 강한 노인상을 산티아고에게 투영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 내용은 어느 작가가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우연한 사고로 괴저병에 걸려 다리가 괴사(壞死)해가는 이야기다. 죽음을 예감하며 느끼는 공포와 회한이 녹아 있다.첫 구절에 “킬리만자로는 5천895미터 높이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신의 집’을 뜻하는 ‘은가예 은가이’라 불린다. 서쪽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이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쓰고 있다.경술일주 남자는 추진력이 좋고, 독불장군 스타일의 지도자형이다. 관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해결하는 책임감도 뛰어나다. 여자는 남자를 건사할 만큼 힘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무능한 경우가 많으며, 착하고 조용한 사람을 선호한다. 남녀 공히 시원시원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많다.경술일주의 술(戌)은 동물로는 백구(白狗)다. 개 술(戌) 기운으로 보면 하늘이 경(庚)을 치는데, 겁 없는 개(戌)가 홀로 맞이하는 격이다. 개는 전투견이거나 경비견 등 살벌한 기운을 가졌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화가 치밀면 칼을 휘두를 정도로 아주 무섭게 돌변한다. 마치 부조리한 꼴은 못보고, 다 쓸어버릴 기세다. 그러니 건드리지 말고 그냥 풀어두어야 한다.평소 말이 없고,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에 품은 뜻은 아주 크다. 기본적으로 폭력성이 있어 끝내 재물도 얻고 성공도 하지만, 결국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러나 거친 인생을 살수록, 많은 경험 할수록 성장하는 타입이다.현대사회의 폭력성은 학교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소위 ‘학폭’으로 사회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소설가 전상국(1940-)의 소설 ‘우상의 눈물’은 새로운 학교 폭력을 다룬다. 고등학교 2학년 재수생 최기표는 악마의 자식이자, 폭력의 화신이다. 그에게는 독재자의 모든 특성이 남김없이 구비되어 있다. 담임은 기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부 1, 2등하는 형우에게 반장을 맡기고, 기표는 달래어 부반장을 시킨다.한 사건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반장 형우가 자발적인 부정행위로 최기표를 도운 것이 발단이다. 달라고 하지도 않은 떡을 주어 자신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전치 2주의 린치를 당한 형우. 이 일로 형우는 영웅의 길을, 기표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형우의 복수는 겉으로 아주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속으로는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담임선생의 침묵 하에, 기표는 가난 속에서도 지극한 효성과 뛰어난 의리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면서 악마의 자식에서 졸지에 천사로 둔갑된다. 형우는 기표의 삶이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로 포장시켜 매스컴에 조명을 받게 한다. 이 미담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단계에 이른다. 마침내 영화사 제작팀이 찾아올 무렵에 기표는 홀연히 사라진다. 여동생에게 “무섭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글을 남긴 채.여기에 두 개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 기표의 폭력은 드러난 물리적 폭력이다. 형우의 상처는 2주 동안의 입원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담임선생과 반장 형우의 폭력은 진실과 호의로 가장했기에 폭력성이 한층 절망적이고 치명적이다. 기표처럼 악랄한 존재도 무력화시킨다. 기표가 “무섭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절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는 타인을 알아가고 가까이 사귀어 신분을 공고히 하는 것을 사교 혹은 교제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의 순수성을 잃어간다. 심지어 비열해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인해져야 한다. 타인의 주장이나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자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리는 단호함과 용기,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런 자만이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2023-07-19

기유일주(己酉日柱)

육십갑자 중 마흔여섯 번째는 기유(己酉)다. 천간(天干)의 기토(己土)는 규모는 작아도 비옥한 땅이다. 지지(地支)의 유금(酉金)은 귀금속이나 날카롭고 단단한 금속이다. 동물로는 황색 닭이다.기유일주는 보석이 가득 묻힌 땅의 형상이다. 이제 막 출생한 갓난아이이며, 깨끗하고 순박한 성품의 소유자다. 어린아이처럼 감정적이고 호기심도 많고 다소 겁도 많은 편이다. 언행이 가벼울 때도 있지만, 온화하고 꾸밈이 없어 사람들에게 호감을 산다. 예술적인 면에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화술에도 능해 대인 관계도 원만하다. 외모나 성품이 좋은 인상을 주는 캐릭터다. 사회생활도 잘 적응하여 무난하게 뜻을 이뤄 성공과 출세가 빠른 편이다. 신용을 중시하며 남에게 믿음을 주고자 노력하는 경향이다. 자기가 맡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여 남에게 신뢰를 준다. 특히 부모로부터 유산, 예술, 기술적 재능과 사업 등 좋은 기운을 물려받을 수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기유일주는 명랑하고 창의력이 넘친다. 재주와 개성을 많이 갖고 있는 일주다. 냉철하게 분석을 잘하는 성격으로 매사 원칙을 중시한다. 솔직하고 거짓을 싫어하며, 확실하고 정확한 것을 선호한다. 허나 너무 예민해서 생각과 번민이 많고 쉽게 감정에 치우쳐 스스로 쓸쓸함과 고독에 빠져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따뜻하고 온유한 성품에 다정다감하여 사랑을 느끼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다.프랑스 태생 생텍쥐페리(1900∼1944)가 쓴 소설 ‘어린왕자’를 생각해 본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하여 어린왕자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랑과 소유, 그리고 인간의 고독을 극복하는 과정이 어린왕자를 통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어린왕자가 사막에서 여우를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는 여우를 보며 얼마나 예쁜지 몰라 다가갔다. “이리 와서 함께 놀자. 난 지금 몹시 슬퍼….”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 “‘길들인다’라는 게 뭐지” “사람들 사이에 잊혀진 것들인데….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인간은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익숙해지는 과정 속에서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사랑이란 감정이 발전하게 된다.어린왕자에게 언제 올 건지를 말해 달라는 여우. 만나면 몹시 기쁠 거라는 기대감에 미리부터 즐거워할 것이라며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라고 여우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대상이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혹시 잊지는 않았는지?기유일주의 남자는 포용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진솔한 대화를 즐긴다. 지혜롭고 미모를 겸비한 아내를 만나 처가의 덕도 볼 수 있다. 여자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단정한 이성에게 매력과 호감을 느낀다. 가끔 남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아이를 낳으면 자식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남편을 밀어내며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 집안 살림도 잘하고 요리와 손재주에도 능하다. 남녀 공히 매너와 체면을 중시한다. 기유일주는 닭이 들판에서 노는 형상이다. 닭이 먹이를 쪼아 먹고 땅을 파헤치기를 좋아하듯이 통찰력과 관찰력이 뛰어나고 예민하다. 사람을 보는 눈도 정확하다. 활동성이 강해 부지런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표현능력이 좋아 자칫 오지랖이 넓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목소리가 좋아 성우나 아나운서처럼 듣기 좋은 음색의 소유자가 많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기본적으로 귀티나 부티가 나는 사람이다. 매너를 지키며 자신이 받은 만큼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변에서 좋게 생각한다. 너저분한 것을 싫어하고 깔끔한 성격으로 복잡한 것을 싫어해 날카로운 모습도 보인다. 또한 한순간의 실수로 남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해서 그동안 쌓은 공덕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다. 내면이 불안하고 갈등이 심해 판단을 잘못하여 실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하지만 보석이 흙에 묻혀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약자에게는 잘 베풀지만, 강자에게는 날카로운 언행으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우유부단하지만 특유의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장자 외편 ‘달생’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성자가 왕을 위하여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왕은 “열흘 만에 닭을 싸움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아직 헛되이 교만하여 기운을 믿고 있습니다.”열흘이 더 지나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아직도 상대방의 울림이나 그림자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입니다.” 열흘이 더 지나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안됩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열흘이 더 지나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완전히 평정을 찾았습니다. 나무와 같은 목계가 되었습니다. 그의 덕은 완전해졌습니다.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보기만 해도 달아날 것입니다.”교만과 조급함을 버리고, 남의 소리와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는 버려야 한다. 즉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목계지덕(木鷄之德)이다.“느끼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말이 있다. 느끼는 감정 없이 스치는 시간들을 ‘삶’이라는 고상한 언어로 부르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그것이 ‘삶’이라면 개도 고양이도 살아간다. 동물에게는 느낌의 고뇌가 있던가. 그들은 살아있는 존재일 뿐이다. 인간만이 그 끈을 놓지 못하고 고뇌의 기억을 성숙으로 이끄는 지혜가 있다.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주려고 한다. 오직 사랑만이 구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만이 굽은 것을 펴고, 회복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진정한 창조력을 갖춘 사랑이야말로 완벽한 구원자다.

2023-07-12

무신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다섯 번째는 무신(戊申)이다. 천간(天干)의 무토(戊土)는 높고 큰 산이며, 바위산이다. 지지(地支)의 신금(申金)은 광물이며, 가을의 결실을 나타낸다. 동물로는 황금 원숭이다.무신일주는 가을 산 속에 광석을 품고 있는 형상이며, 기암괴석이 있는 바위산이다. 넓은 평야에 오곡백과가 여물어 가는 풍경이다. 화려했던 시절은 저물고 고독과 서러움이 다가오는 시기이다. 한 곳에 소속되길 원하며, 친구와 주변사람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하고 인정이 풍부하다. 대체적으로 성격이 우직한 편으로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대인관계가 원만한 게 특징이다.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술자리나 모임을 즐기는 편이다. 먹을 복이 좋아 명예보다 재물 인연이 많다. 학문보다 돈에 관심이 많다. 큰돈을 꿈꾸는 재능이 많은 사업가형 타입이다.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배포가 남다르다. 거기에다 허세와 허풍도 있다. 잘 나갈 때는 통이 크다는 말을 듣지만 실속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포용력과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이 있어 집단 내에서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하지만 태평하고 낙천적인 성격에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일을 펼치기를 좋아한다. 허나 독단적인 성격과 배운 지식이 얕기에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 못하고 실수가 잦은 편이다. 충고를 싫어하며 단독으로 쉽게 결정하는 것이 결점이다.한나라 유안이 지은 회남자 수무훈편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원숭이를 잡아 요리해서 이웃사람들을 불러서 대접했다. 이웃사람들은 개장국인 줄 알고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그것이 원숭이 고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먹은 것을 모두 토해버렸다. 이웃사람들은 정말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치에 맞는지를 알고 행동해야 한다. 모르고 먹으면 약이 되지만 알고 먹으면 독이 되는 경우다.무신일주의 남자는 듬직하고 과묵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성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아내에게 잘해주는 형이다. 배우자 복도 괜찮은 편이다. 여색을 밝히는 편으로 주의가 요망된다. 여자는 얼굴이 둥글둥글한 귀여운 상으로 피부가 깨끗하다. 자식을 낳고 나면 배우자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어 고독하게 된다. 남녀 모두 이성에 관심도 많고, 싫증도 잘 낸다. 외도하기 쉬운 성격으로 조심해야 한다.무신일주의 신(申)은 동물로는 재주 많은 황금 원숭이다. 지혜와 재주가 갖추어져 있다. 머리가 좋고, 특히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 호기심이 강하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기에 무언가를 연구하여 창조하려는 욕구가 강하여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 기획능력이 탁월하여 윗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늦게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한다.역마의 기질이 있어 돌아다니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난다고 하여 바쁘게 사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교류가 많은 관계로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인정욕구가 남다르다. 정도 많아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한다. 문제는 남의 일에 참견하고 끼어들어 곤란을 겪을 경우가 있다. 보는 것마다 관심을 가지며 재주도 좋아 잘 배우며 그만큼 실수도 잦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바로 잡지 않으려는 고집이 단점이다.무신일주는 항상 여유 있고 넉넉해 보이지만, 감정적인 면이 강하여 남 밑에서 지시를 받는 걸 견디지 못한다. 또한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 하는 성격으로 남의 충고를 싫어한다. 또한 물상으로는 큰 산에 매장된 광맥이다. 산에 매장된 좋은 금맥도 캐내어 제련을 해야 훌륭한 제품으로 생산되듯, 탁월한 재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조력자를 두고 일을 펼치면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다. 그 과정은 험난하지만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한다.그와 같은 사례로 줄탁동시(5550啄同時)가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려면 안쪽에서 부리로 알을 쪼아야 한다. 어미닭은 밖에서 보고 같이 쪼아준다. 알이 갈라지면서 병아리가 수월하게 밖으로 나온다. 만일 어미 닭이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알을 쪼면 병아리가 죽을 수도 있다. 반대로 병아리가 나오려고 안에서 열심히 쪼아대는데 어미닭이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병아리는 죽고 만다.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조력자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요 기회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평소에 기량을 키워나가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망설임이 없이 짊어지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청소년 성장소설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1877~1962)의 ‘데미안’이 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가치관이 변화한다. 거기에는 주변인물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주인공 싱클레어는 꿈속에 나타난 새를 그려 친구이자 조력자인 데미안에게 보냈다. 데미안의 답신은 이러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아브락사스는 유대교에서 선의 신을 의미하는 야훼와 악마의 신인 사탄을 합친 개념이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아직 선과 악을 초월하여 자유로운 내적 자아를 찾지 못한 채 금욕과 절제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 친구 데미안은 밖에서 알을 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사람은 저마다 성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개인 고유의 특성이기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고작 수십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수명, 그 중에서도 단기간에 겉으로 드러난 성향과 언행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마치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금방 수긍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을 테니까. 이렇듯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은 그날그날 누구를 만나는가, 어떤 기회와 마주치는가에 따라 들쑥날쑥 변모한다.

2023-07-05

정미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네 번째는 정미(丁未)다. 천간(天干)의 정화(丁火)는 아름답게 불꽃이 타는 모닥불이며 촛불이다.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뜨겁고 메마른 땅이다. 동물로는 양(羊)이다.정미일주의 정(丁)은 한자로 보면 씩씩한 장정(壯丁)의 의미다. 성할 정(丁), 즉 왕성함과 강성함을 내포하며 정수리라는 뜻이다. 고고할 정(丁), 그리고 바로 잡거나 고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미(未)는 나무에 어린가지가 뻗은 모양이며,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유쾌하고 명랑하다. 단아하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 행동하려는 속성이 있다.물상으로는 모래사막의 건조한 땅. 정오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정점을 이르는 형상이다. 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투쟁심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각오로 값진 결과물을 얻어내는 기질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항상 고민과 갈등이 수반된다.또한 매력적이며 끼를 발산하려고 하며, 말도 조리 있게 잘하며 총명하다. 자기 스스로를 규율하고 질서를 지키려고 하며,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속을 내보이는 경우가 드물어서 아주 친하지 않는 이상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다.정미일주는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하다. 팍팍한 현실에서 역경을 참아내는 인내와 버티는 힘이 장점이다.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초인이다.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인간의 삶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낙타의 삶이다. 낙타는 타인에게 순응하는 삶을 산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고된 사막을 걷는다. 등에 맨 짐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왜 그 짐을 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평생을 주어진 역할에 맞게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낙타의 삶이며,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다.두 번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사자의 삶이다. 하지만 항상 긴장과 불안 속에 있기에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삶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어린아이 같은 삶이다. 천진난만하며 호기심이 충만하고 두려움이 없다. 사소한 갈등이나 슬픈 과거에 대해 금방 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삶이며 놀이다.정미일주의 여성은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도도하며 매력적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가정살림을 잘하는 편이다. 남자로 인한 문제 또는 손실이 있을 수 있으니 이성문제에 주의해야 한다. 몸이 약할 수 있으니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남성은 외모가 좋은 분이 많다. 성미가 급한 편이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이성을 유혹하는데 뛰어나다. 직업변동이 많은 편이다. 추진력이나 실력이 좋아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다정다감한 모습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은 흠이다.정미일주의 미토(未土)는 양기에서 음기로 넘겨주는 중간 역할을 한다. 아직 미완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까닭에 음력 6월은 과일이 성장하여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여물지 않고 맛이 들지 않아 아직 햇빛이 더 필요한 단계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일지라도 사실은 고독한 편이다. 혼자만의 아픔이나 슬픔을 곱씹는 성격으로, 어둡고 우울함과 온화하고 배려가 공존한다.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사주에 양이 있는 분은 본인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완성되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직 미완이다. 그래도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간다. 이러한 특성으로 한 곳에 집중하는 장인정신을 가진 인물이 많다.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로 독립적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성향이다. 나이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면이 있다.양(羊)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동화에서 보면 순한 이미지로 나온다. 예민한 성격으로 무리에서 이탈하면 곤경에 처해진다. 양 중에는 천연기념물 산양이 있는데, 높은 산악지대에서 살아간다.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김정한(1908∼1996)의 소설 ‘축생도’는 무리에서 이탈한 상황이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농촌에서 힘들게 사는 분통이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바람에 젖 붓는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하게 된다. 몇몇 병원을 전전한다. 치료비가 나올 것 같지 않은 가난한 농사꾼 부부의 몰골 때문에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한다. 할 수 없이 가축병원을 찾게 된다. 결국은 수의사한테 응급수술을 받고 간신히 목숨은 건진다. 그러나 수의사는 이 일로 보건의료법에 걸려 처벌을 받는다.동물의 질병만 다루는 수의사가 감히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 행위를 했다는 게 죄목이다. 분통이네가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의사들이 당국에 신고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뱁새가 황새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수의사는 고통 받는 사람을 차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조건 없이 의사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수의사를 단죄할 수 있을까?오로지 권력의 야욕으로 황새처럼 날려거나, 향락의 허영으로 황새처럼 걸으려는 뱁새들이 있다. 뱁새가 감히 황새를 넘보는 것은 그저 분수를 지키지 못한 실족 정도가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축생도에서처럼 가랑이가 찢어질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뱁새들을 우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옛말에 ‘고갈지어 상유이말(51C5渴之魚 相濡以沫)’이라 했다. 물이 마른 곳에 들어 있는 고기들이 침을 내어 서로를 적셔 준다는 뜻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기회가 균등하게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누구나 용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태어난 환경과 장소가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23-06-28

병오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세 번째는 병오(丙午)다. 천간(天干)의 병화(丙火)와 지지(地支)의 오화(午火)는 양 중의 양이며, 태양같이 밝고 뜨거운 기운을 모두 가졌다. 동물로는 붉은 말(馬)이다.병오일주는 해가 온 세상을 비추듯이 굉장히 공평하고 밝고 명랑하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숨김이 없고 진취적이므로 적극성을 띤다. 솔직한 성격이라 마음속에 있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타입이다. 상대방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가정사는 집안에 분란이 일어나기에 조심해야 한다.또한 칭찬과 정에 약하다. 칭찬을 하면서 부탁하면 거의 들어준다. 친구를 좋아해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고도 자존심 때문에 돌려달라는 말을 못한다. 병오일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둘 중 하나는 죽자고 결투를 신청하는 것과 같다. 마치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어설픈 충고를 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격앙되는 단점이 있다.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으로 타인을 자기에게 끌어들이고 동화시키는데 능력을 잘 발휘한다. 리더십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성의 기운 즉, 프로 기질이 있어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극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매우 정렬적인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밀어 붙이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성격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자유롭고 자기 신념이 있으며, 낙천적인 삶을 산다. 그와 같은 인물로는 ‘돈키호테’가 있다.16세기 스페인의 세르반테스(1547∼1616)가 소설 ‘돈키호테’를 썼다. 사람들은 정상 궤도에서 어긋나 괴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부정적인 의미로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돈키호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돕는 정의로운 편력기사였다. 따뜻한 인간성과 절대적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풍차를 거인으로 본 돈키호테는 부하 산초한테 풍차를 거인이라고 했다. 그러자 산초는 거인이라뇨? 그건 풍차입니다. 팔로 보신 것은 날개인데 바람의 힘으로 돌아서 맷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이런 종류의 모험을 알지 못하는 너에겐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건 거인이라고 일축했다. 돈키호테가 보는 풍차는 약자를 괴롭히며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악의 상징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약자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가는 정의의 상징이다. 자유와 정의를 지키는 진정한 기사였다.그는 “편력기사의 임무는 괴로워하는 자나, 사슬에 묶여 있는 자나,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에 눈을 돌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도와주는 것이란 말이다”라고 산초에게 말한다. 그의 비문에는 ‘그가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다’고 적혀 있다.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서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자기의 운명을 택해야 한다. 돈키호테는 편력기사의 삶을 선택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삶의 의미와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꿈과 도전이 없이는 성공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스펙과 돈에 목을 매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돈키호테는 괴짜로 보일 수 있다.병오일주 여성은 시원시원하고 항상 밝게 웃는 인상이 많다. 애교가 많아 보이지만 무뚝뚝하다. 밖에서 활동하면 성공할 수 있으나, 남성의 유혹에는 약하다. 남성은 호탕하고 박력 있게 일처리를 하며 스케일과 포부가 크다. 그러나 독선적으로 자기중심적 성향이 있어 지탄을 받아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예의 없는 태도를 싫어한다. 특히 뜨거운 기운 때문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과음은 금물이다.병오일주의 적토마는 붉은 말을 상징한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이기에 힘과 속도에서 탁월한 특성을 나타낸다. 삼국지의 관우와 여포가 타는 말이 적토마다. “여포는 늘 좋은 말을 몰았는데, 이 말은 적토(赤83DF)라 불리며 능히 성으로 달려가서 해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 중에 여포가 있고 말 중에 적토가 있다고 했다”고 ‘정사 삼국지’ 여포전에 나온다.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헤르메스 로고에도 말이 등장한다. 마부가 빈 마차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명예를 소중히 하고 품격 있는 고객을 모시겠다는 표현이다. 1837년 티에리 헤르메스가 창립하여 현재까지 내려오는 브랜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는 상업의 신이며, 부를 가져오는 신이다. 헤르메스는 탁월한 제품력과 창의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으며, 스타마케팅이나 신선한 감각의 광고를 통한 이슈화로 성공했다.중국 명초에 유기가 지은 ‘욱리자’ 천리마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욱리자의 말이 훌륭한 망아지 한 마리를 낳았다. 이웃 사람들이 그에게 “이놈은 틀림없는 천리마일세. 이놈을 꼭 임금 마구간으로 보내게”라고 일러주었다. 욱리자는 너무나도 기뻐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였다. 류대창명리연구자 그는 수도로 망아지를 데리고 간 뒤, 임금에게 바치는 절차를 밟아서 임금 말을 관리하는 관청에 들여보내 놓았다. 얼마 후 임금은 자기의 말을 관리하는 책임자에게 각 지방에서 바친 특산물을 조사해 보라고 하였다. 책임자가 특산물 대장을 열어서 조사해 본 뒤, 욱리자가 보내준 망아지에 대하여 임금에게 “이 놈은 확실히 훌륭한 말입니다만, 기주(冀州)에서 태어난 말이 아니라서 임금님의 말 대장에 올릴 수 없었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리고는 그 말을 궁궐 밖에다 두고 길렀다.‘욱리자’라는 책은 원나라 말년 변혁기의 시대상황을 담고 있다. 사회현실에 대한 폭로와 통치자에 대한 질책, 그리고 백성의 고통에 대한 동정 등을 잘 나타낸다. 재능과 포부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없었던 정치적 실의에 따른 분함과 원망의 정서를 나타낸다. 인사등용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 지역 출신이나 학교가 아니기에 천대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인간의 삶이란 가문이나 전통이나 혈통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행위로 만들어가는 각자의 창조물이다. 그러므로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변화를 유발한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경멸하는가.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감정을 품는가. 이러한 일상의 행동이 삶의 방식이 나를 만들고 끊임없이 개조한다. 마음과 인간성뿐만 아니라, 육체마저도 변화시킨다. 현재 나는 그 결과이며, 내일의 나는 지금부터 행하는 하나하나의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2023-06-21

을사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두 번째는 을사(乙巳)다. 천간(天干)의 을목(乙木)은 아름다운 꽃이나 유연한 나무다. 지지(地支)의 사화(巳火)는 계절적으로 여름의 시작이다. 어린나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동물로는 푸른 뱀이다.을사일주는 뜨거운 태양 아래 화려한 꽃밭처럼 밝고 명랑하다.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동산처럼 사고에 부드러움과 유연함이 있다. 외모는 화초같이 밝고 아름답고, 성격은 세심하고 상대를 배려하므로 주변으로부터 인기가 많다. 때론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가벼워 보일 수가 있다.기본적으로 유쾌하고 명랑한 성격을 갖추고 있다. 말하는 능력이 뛰어나 자기표현에 능하다. 사회적 교섭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많다. 말싸움 해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감정도 풍부하지만 희로애락의 표현이 분명하다. 상상력이 탁월하고 이성적이며, 멋을 잘 부리며, 기분파 기질이 있다. 사치심이 있는 것이 흠이다. 남녀 모두에게 인기와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다.특히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뛰어나며, 기존의 틀을 깨는 기획을 잘한다. 하지만 지구력이 다소 떨어지고, 상대를 은근히 무시하며 자기주장이 강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시작은 잘하지만 마무리가 부족하여 항상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을사일주는 순수한 아이처럼 보여도 내면적으로 냉정하며 현실에 잘 적응한다. 그렇지만 흔들리는 꽃이라 감정의 변화가 심하며, 인내와 지구력이 약한 단점이 있다. 하지만 표현능력이 좋고 끼와 화려함이 겸비되어 있어 이성과 동성에게 호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옷도 센스 있게 잘 차려입는다.중국 전국시대 양주가 송나라에 가서 어느 여관에 묵게 되었다. 여관 주인에게는 첩이 두 명 있었다. 한 여인은 얼굴이 예쁘고, 다른 여인은 못 생겼다. 그러나 못 생긴 여인이 오히려 총애를 받고 있었다.양주가 그 까닭을 묻자 여관의 젊은 주인은 “아름답게 생긴 여인은 자기가 예쁘다고 뽐내고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못 생긴 여인은 자기 스스로 못 생겼다고 겸손하게 낮추고 행동하여 나는 그녀가 보기 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양주는 제자들에게 “자네들도 이 일을 잘 기억해 두어라. 스스로 잘났다고 내세우는 태도를 떨쳐버리고 품행이 훌륭하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당부하였다. ‘장자’ 외편 산목에 나오는 이야기다.양주의 당부는 지금도 강한 생명력이 있다. 물건에는 명품이 있듯이 말과 행동에도 품격이 있다. 언행이 일치할 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호소력과 감동을 준다. 품격 있는 말과 행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개발이 필요하다.을사일주의 사화(巳火)는 뱀이기에 따뜻한 인정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뱀은 따스함과 차가움을 함께 가졌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오묘한 동물이다. 거기에다 뜨겁고 큰 불이 더하니, 자신을 공격하거나 해를 입히는 사람은 냉정하게 잘라내는 성향이 있다. 실제로는 자기중심적이기에 혼자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물상으로는 ‘풀밭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뱀’이다.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을 휘감아 큰 먹잇감도 그대로 삼켜버린다. 어떠한 곤란에도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는 능력의 소유자다. 자기방어 이외에는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는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은 생존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살아간다.남녀 모두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서 이성문제가 잘 발생하는 일주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의 경우는 외모가 뛰어나며, 예술적인 감각과 매혹적인 목소리로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낼만한 매력의 소유자다.화려하고 향기 나는 꽃에는 항상 벌과 나비가 있다. 19세기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1804∼1864)의 소설 ‘주홍 글씨’를 읽어보자. 17세기 엄격한 청교도들이 지배하는 미국 뉴잉글랜드지방(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죄를 다루었다.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키가 크고 젊은데다 아름다운 용모를 겸비한 상류사회 여자였다. 헤스터는 나이 많은 남편을 영국에 두고 홀로 미국으로 이주한다.그녀는 보스턴에서 유능하고 촉망받는 젊은 목사와 사랑에 빠져 임신하게 된다. 청교도 사회에서는 여자의 행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있었다. 간음은 그 사회에서는 죄에 해당한다. 헤스터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처형대에서 간통을 뜻하는 주홍 글씨 A를 가슴에 달고 야유를 당하는 벌을 받는다.헤스터는 자신의 주홍글씨를 당당히 내보이며 죄를 극복하려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외곽에 머물며 탁월한 뜨개질 솜씨로 동네에 힘들게 사는 여자들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타고난 의연함과 봉사정신으로 가난한 이웃과 병든 사람을 돌보게 된다. 죄를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고 속죄를 통해 타인을 보듬고 위안을 준다. 아기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그녀의 사심 없는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가슴에 찍힌 주홍글씨 A는 Adultery(간음)이란 의미에서 차츰 Able(능력 있는 여자)로 인식되었고, 결국에는 Angel(천사)로 받아들여진다. 죄를 숨기고 거룩한 목사로 행세하는 젊은 딤스테일 목사는 점점 병들어가고 쇠약해져 간다. 목사는 설교를 통해 도덕과 사랑을 강조하고,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신임 총독 취임식장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죽는다.주홍 글씨는 세상의 멸시와 조소를 받는 죄의 낙인으로 쓰였다. 헤스터는 이를 존경과 극복의 상징으로 바꾸어 버린다. 죄는 목사이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극복했을 때 진정한 자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인가를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머리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의 일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선악의 범주에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사랑은 선악의 판단 이전에 인간 본연의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의 행위는 선악의 피안에 있다.

2023-06-14

갑진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 한 번째는 갑진(甲辰)이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은 기세 좋게 자란 큰 나무의 모습이다. 지지(地支)의 진토(辰土)는 비옥한 땅이다. 그곳에 뿌리내린 웅대한 나무의 형상이다. 동물로는 푸른 용이다.갑진일주는 하늘에는 천둥이 치고, 땅에는 풀이 있는 연못이다. 속이 깊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으며, 내심 비밀도 많다. 우레가 초목을 치는 형상이니 기세가 등등하다. 고집과 자존심이 강하고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다. 감정이 앞서기에 언행이 거칠 수가 있지만, 뒤끝이 없는 특징이 있다.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 맡아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또한 식복을 타고났기에 욕심이 많고 경쟁심도 상당하여 조금씩 저축하기보다는 한 방에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버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돈 때문에 망할 수가 있기에 평상시에는 남에게 베풀고, 상대방에게 피해주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원한 쌓는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경쟁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일처리에 있어서는 속전속결이지만, 그만큼 포기도 빠른 편이다. 그래도 속마음은 따뜻하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려는 심성이 있어 주변사람을 배려한다면 그나마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갑진은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적극적인 추진력 때문에 사회활동을 하면서 중요한 직책을 맡거나 앞에 나서기를 좋아한다. 명예심이 강하여 쉽게 만족하지 않는 까다로운 성격으로 주위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독선적인 모습으로 주변의 적을 만들어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기에 많은 위기를 겪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그리스 문학의 창시자 호메로스의 영웅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시칠리아 해변에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게 붙잡히게 된다. 폴리페모스는 양을 기르면서 섬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거인 괴물이었다.오디세우스와 12명의 부하들을 동굴에 가두어 놓고 거대한 돌로 입구를 막았다. 매일 끼니로 두 명의 부하들을 잡아먹는다. ‘인육을 드셨으니 포도주를 맛보시지요. 당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라고 건네주면서 이름은 ‘우디스(아무도 아닌)’라고 알려 주었다.포도주에 취하여 잠든 사이에 불타는 장작개비로 외눈을 찔렀다. 그는 몸서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다른 키클롭스들이 도와주러 달려왔다. 동료들이 “누가 그랬냐?”고 묻자 “우디스가 나를 속였어, 나를 죽이려 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시큰둥하며 돌아가 버렸다. 그 때문에 오디세우스는 부하와 함께 양의 배 아래에 매달려 탈출할 수 있었다.오디세우스는 지혜와 용기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도망가면서 그를 놀리듯 자신의 진짜 이름을 이야기하는 우유부단함과 지나친 자만심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외눈박이 거인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다. 장님이 된 그는 아버지에게 복수해줄 것을 애원했다. 포세이돈의 분노로 10년 동안 죽을 고생하다가 부하들은 다 죽고 홀로 귀향한다.인간은 자기가 사는 환경에 따라 모습과 행동이 달라진다. 나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 모양과 풍습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은 그 나름 질서와 관습 속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환경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갑진의 특징은 청룡백호라 변화무쌍하고 변덕이 심하다. 굳센 기운과 강한 성품으로 타인의 도움도 없이 일처리도 신속하고 정확하다. 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질도 있다. 이런 성향 때문에 대립이나 다투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갑진일주 남자는 이성을 보는 눈이 높아 매력적인 여성 또는 미인을 선호한다. 그로 인해 피곤해질 가능성도 있다. 여자도 이성에 대한 운이 있는 편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결혼을 하면 애정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한 태도로 인해 갈등의 소지가 있다. 무능한 남편을 만날 확률이 높아 본인이 가정을 꾸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남녀 공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지지 않으려는 속성 때문에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해야만 한다. 즉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된다.중국 한나라 때 낙양에 큰 가뭄이 들었다. 낙양의 신통력이 있는 무당들이 남산에서 행해지는 나라의 제사를 주관하는 노인에게 “남산에 있는 큰 못에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릴 수 있는 신령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불러 낼 수 있습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그 노인은 “교룡(蛟龍)을 말하는 것이오? 그놈을 이용해서 비를 빌릴 수는 없소. 설사 그놈을 이용하면 비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근심 걱정거리가 뒤따를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백성들이 저마다 “지금 지독한 가뭄으로 마치 장작불이 타는 아궁이 속에 앉아 있는 것 같고, 아침에 저녁 일을 알 수가 없는 형편인데 한가롭게 뒤탈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소?”라고 말했다.그리고는 무당들과 함께 남산의 큰 못가에 모여서 교룡에게 빌기 시작했다. 세 번째 제사 술잔을 다 올리기 전에 교룡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대며 기어나왔다. 이어서 가슴이 오싹하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풍이 휘몰아쳐 나무뿌리가 뽑히고, 사흘 동안 폭포같은 비가 내렸다. 낙양 주위에 있는 모든 강이 넘쳐서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큰 홍수를 당했다. 그때서야 노인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을 후회하였다. ‘욱리자’ 노반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인간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비굴해진다. 상대 기분을 맞추기 위해 좋은 말로 아쉬움을 나타낸다. 그때는 자기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아부로 바뀐다. 그렇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원하는 것을 가지거나 얻으면 지난 일을 잊어버린다. 왜냐하면 욕망이 채워지면 또 다른 욕망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경우에도 멀리까지 살피고 떳떳하고 정당한 방법을 써야 한다.

202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