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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일주(辛亥日柱)

등록일 2023-07-26 17:54 게재일 2023-07-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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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Rest’

육십갑자 중 마흔여덟 번째는 신해(辛亥)다. 천간(天干)의 신금(庚金)은 보석 같은 작은 금속이나 칼이다. 지지(地支)의 해수(亥水)는 물빛이 맑아 푸르고 맑고 지혜롭다. 동물로는 흰 돼지다.

신해일주는 금백수청(金白水淸)이다. 백금이나 다이아몬드며, 맑고 청청한 물의 형상이다. 깔끔한 성격에 신용과 의리를 제일의 덕목으로 삼을 만큼 약속을 잘 지키며, 언행이 바른 편이다. 씩씩한 성격에 예의를 잘 지키며,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고, 허튼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가을바람처럼 겉으로 쌀쌀하고 냉랭한 듯하며, 속으로도 칼날처럼 날카로운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미지가 차갑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철하다. 신금(辛金) 자체가 이미 완성된 귀금속으로 태어났다는 뜻이다. 마치 고귀한 여왕 같은 존재다.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 사랑에 대한 욕심이 많고 집착이 강하다. 반대로 상대가 나에게 집착하면 냉철하게 끊어버리는 냉정한 면도 있다.

60갑자 중 미남미녀가 많은 대표적인 일주며, 서구적인 미모가 많다. 보석을 물로 깨끗이 씻어 광채가 나듯 대체로 용모가 준수하고, 행동에 품위가 있다. 또한 미적 감각이 탁월하여 옷을 입어도 세련되고 귀티가 난다. 머리가 좋아 선견지명이 있어 늘 남들보다 앞서가는 성향이 있으나, 의외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성품이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황공은 겸손함이 지나쳐서 비굴할 정도였다. 황공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다. 황공도 두 딸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자라나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딸들이 못생겼다고 낮추어 말하곤 하였다. 그랬더니 딸들이 못생겼다는 소문이 멀리까지 펴져서 결혼할 나이를 넘기게 되었는데도 청혼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위나라에 광곤이라는 노총각이 모든 것을 팔자 탓으로 돌리고, 황공의 맏딸에게 청혼을 했다. 그리고 첫날밤에 비로소 얼굴을 대하고 보니 천만 뜻밖에도 신부는 아름다운 미녀였다. 뒤에 집으로 돌아온 광곤이 사람들에게 “황공께서 겸손하기를 좋아하셔서 헛소문이 퍼진 것인데, 실제로 가서 보니 처제가 더 아름다운 것 같았네”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청혼을 하였다. ‘윤문자’대도 상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한편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은 늘 우리를 현혹시킨다. 이와 함께 아름다움도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신해일주 남자는 외모가 좋고 재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 큰 문제없이 해로한다. 다만 호색가로 외도를 하거나 숨겨둔 여인이 있으니 처신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자는 잘생긴 외모에 꾸미기를 좋아하며, 인정욕구가 강해 연애를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결혼 후 남편을 무시하고 밀어내는 기운이 강하여 헤어지는 일이 발생하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녀 공히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이나, 성실하고 섬세하다. 신해일주는 동물로는 흰 돼지다. 가을에 서리가 내린 풍경으로 고독을 느끼는 성품이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멧돼지처럼 저돌적인 투지와 끈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수록 더 힘이 넘치는 난세호걸이다. 난관에 봉착하면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 매력이다.

신해일주는 돼지 해(亥)가 하늘의 매서운 기운인 신(辛)을 만나는 물상이다. 중국의 손문 등이 신해년(1911년) 10월에 봉기를 했다. 1910년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는 것을 보고 개혁에 나선 것이다. 돼지 년에, 돼지 달 10월에, 10일에 일어난 혁명이라고 신해혁명이며 쌍10절이다. 청 왕조를 무너트리고 민중이 주인이 되었다는 중국 최대의 국경절이다.

신해년(1911년)에 청나라 타도를 목표로 손문이 삼민주의를 내세워 동맹회를 중심으로 혁명운동을 추진한 결과, 우창에서 군대가 봉기함으로써 신해혁명이 일어났다. 루쉰(1881∼1916)의‘아Q정전’은 신해혁명 시기 ‘아Q’라는 인물의 인생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그는 성 밖 낡은 절간에서 살면서 마을에서 날품팔이를 하고, 번 돈을 술과 도박에 써버리는 인물이다. 툭하면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Q’가 신해혁명에 가담하여 인생역전을 하려다가(그나마도 도적 패거리와 결탁한 것) 나중에는 하지도 않은 강도짓에 서명함으로써 총살당하는 이야기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명리연구자

타인의 불행을 동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영양분 삼아 살아가는 중국인이 곧 ‘아Q’다. 노비라는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으면서 반항할 줄 모르는 ‘아Q’는 오히려 자기와 같은 위치에 있는 약자를 무시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주인이라는 강자의 위치로 올라가서 자기 밑 사람들을 압박하리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곧 중국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루쉰은 권력자나 외국인이나 주인에게 충성하는 중국인을 물에 빠진 개라 했다. 물에 빠진 개라고 해서 때리지 못한다는 법이 없으며 그럴수록 더 때릴 것을 주문한다. 그놈이 물에 빠진 것을 세례(洗禮)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잘못을 뉘우쳤을 것이니 다시는 사람을 물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오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오히려 이 개를 더 두들겨 패라고 주문한다. 신해혁명 후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제멋대로 기어 올라와 사람을 물어뜯게 되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나타냈다.

개인이 광기에 사로잡히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뤘을 때, 혹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에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너무나도 당연히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는 항상 좋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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