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중 마흔다섯 번째는 무신(戊申)이다. 천간(天干)의 무토(戊土)는 높고 큰 산이며, 바위산이다. 지지(地支)의 신금(申金)은 광물이며, 가을의 결실을 나타낸다. 동물로는 황금 원숭이다.
무신일주는 가을 산 속에 광석을 품고 있는 형상이며, 기암괴석이 있는 바위산이다. 넓은 평야에 오곡백과가 여물어 가는 풍경이다. 화려했던 시절은 저물고 고독과 서러움이 다가오는 시기이다. 한 곳에 소속되길 원하며, 친구와 주변사람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하고 인정이 풍부하다. 대체적으로 성격이 우직한 편으로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대인관계가 원만한 게 특징이다.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술자리나 모임을 즐기는 편이다. 먹을 복이 좋아 명예보다 재물 인연이 많다. 학문보다 돈에 관심이 많다. 큰돈을 꿈꾸는 재능이 많은 사업가형 타입이다.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배포가 남다르다. 거기에다 허세와 허풍도 있다. 잘 나갈 때는 통이 크다는 말을 듣지만 실속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포용력과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이 있어 집단 내에서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하지만 태평하고 낙천적인 성격에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일을 펼치기를 좋아한다. 허나 독단적인 성격과 배운 지식이 얕기에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 못하고 실수가 잦은 편이다. 충고를 싫어하며 단독으로 쉽게 결정하는 것이 결점이다.
한나라 유안이 지은 회남자 수무훈편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원숭이를 잡아 요리해서 이웃사람들을 불러서 대접했다. 이웃사람들은 개장국인 줄 알고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그것이 원숭이 고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먹은 것을 모두 토해버렸다. 이웃사람들은 정말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치에 맞는지를 알고 행동해야 한다. 모르고 먹으면 약이 되지만 알고 먹으면 독이 되는 경우다.
무신일주의 남자는 듬직하고 과묵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성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아내에게 잘해주는 형이다. 배우자 복도 괜찮은 편이다. 여색을 밝히는 편으로 주의가 요망된다. 여자는 얼굴이 둥글둥글한 귀여운 상으로 피부가 깨끗하다. 자식을 낳고 나면 배우자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어 고독하게 된다. 남녀 모두 이성에 관심도 많고, 싫증도 잘 낸다. 외도하기 쉬운 성격으로 조심해야 한다.
무신일주의 신(申)은 동물로는 재주 많은 황금 원숭이다. 지혜와 재주가 갖추어져 있다. 머리가 좋고, 특히 창의적이며 상상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 호기심이 강하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기에 무언가를 연구하여 창조하려는 욕구가 강하여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 기획능력이 탁월하여 윗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늦게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한다.
역마의 기질이 있어 돌아다니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난다고 하여 바쁘게 사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교류가 많은 관계로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인정욕구가 남다르다. 정도 많아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한다. 문제는 남의 일에 참견하고 끼어들어 곤란을 겪을 경우가 있다. 보는 것마다 관심을 가지며 재주도 좋아 잘 배우며 그만큼 실수도 잦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바로 잡지 않으려는 고집이 단점이다.
무신일주는 항상 여유 있고 넉넉해 보이지만, 감정적인 면이 강하여 남 밑에서 지시를 받는 걸 견디지 못한다. 또한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 하는 성격으로 남의 충고를 싫어한다. 또한 물상으로는 큰 산에 매장된 광맥이다. 산에 매장된 좋은 금맥도 캐내어 제련을 해야 훌륭한 제품으로 생산되듯, 탁월한 재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조력자를 두고 일을 펼치면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다. 그 과정은 험난하지만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한다.
그와 같은 사례로 줄탁동시(<5550>啄同時)가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려면 안쪽에서 부리로 알을 쪼아야 한다. 어미닭은 밖에서 보고 같이 쪼아준다. 알이 갈라지면서 병아리가 수월하게 밖으로 나온다. 만일 어미 닭이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알을 쪼면 병아리가 죽을 수도 있다. 반대로 병아리가 나오려고 안에서 열심히 쪼아대는데 어미닭이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병아리는 죽고 만다.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조력자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요 기회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평소에 기량을 키워나가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망설임이 없이 짊어지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 성장소설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1877~1962)의 ‘데미안’이 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가치관이 변화한다. 거기에는 주변인물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꿈속에 나타난 새를 그려 친구이자 조력자인 데미안에게 보냈다. 데미안의 답신은 이러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아브락사스는 유대교에서 선의 신을 의미하는 야훼와 악마의 신인 사탄을 합친 개념이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아직 선과 악을 초월하여 자유로운 내적 자아를 찾지 못한 채 금욕과 절제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 친구 데미안은 밖에서 알을 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사람은 저마다 성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개인 고유의 특성이기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고작 수십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수명, 그 중에서도 단기간에 겉으로 드러난 성향과 언행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마치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금방 수긍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을 테니까. 이렇듯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은 그날그날 누구를 만나는가, 어떤 기회와 마주치는가에 따라 들쑥날쑥 변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