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중 오십아홉 번째는 임술(壬戌)이다. 천간(天干)의 임수(壬水)는 모든 지혜를 잉태시키려는 넓은 호수 같은 물이다.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만물을 수장하고 마감하는 흙의 기운이다. 동물로는 검은 개다. 임술일주는 백두산 천지처럼 깊으며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다.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형태가 없어 보이나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 친절하고 착해 보인다. 하지만 강한 성격으로 호전적이고 강단이 있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경향이 있다.
삶은 권력 지향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무섭게 변한다. 또한 재물과 인연이 깊고 돈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상당히 계산적이고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한다. 이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익이 된다면 의리도 저버린다. 돈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끈기와 지속성과 지구력이 있어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으로 굉장히 강직한 성품이다. 그만큼 자기 삶에 있어 타인에 의존하거나 기대기보다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살려고 한다. 사람들을 휘어잡는 힘이 강하여 모든 일을 법과 권력의 힘에 의해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손해를 보거나 스스로 자멸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최고라는 자만심 때문에 주변의 말을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
사마천 ‘사기’ 상군열전에 나오는 상앙은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위나라에서 중용되지 못하자, 진나라에서 현명한 선비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나라 효공을 도와 변법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뒷날 천하를 통일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상앙은 군주의 절대권력 확립에 필요한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귀족들의 세습적 특권을 박탈하고,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상 논의도 금지시켰다.
상앙은 여섯 자 되는 나무를 남문에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을 준다 하였으나 아무도 옮기지 않자 50금으로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그것을 옮겼다. 그에게 50금을 주고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은 상층부가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법을 어긴 태자를 처형하려 했다. 하지만 태자 대신에 태자 태부의 목을 베고, 태사의 이마에 묵형을 내렸다. 그 다음날부터 진나라 백성은 모두 법령을 지켰다.
상앙이 진나라에서 재상이 된 지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군주의 종실이나 외척 중에서 원망하는 자가 많아졌다. 숨어 지내는 선비 조량이 상앙을 찾아와 말했다. 은둔하고 있는 현명한 사람을 세상에 나오도록 하여 왕에게 추천하고, 노인을 공경하고, 고아를 보살피며, 공을 세운 자는 그에 합당한 지위를 주는 것이 당신한테 이롭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제 공(功)을 이루었으니 물러나 전원에서 조용히 살 것을 충고하였다.
상앙은 권력과 재물에 취해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진나라 효공이 죽고 태자가 혜문왕이 되었다. 결국 반대세력이 상앙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밀고하였다. 마침내 그는 거열형을 당했다. 사마천은 ‘상앙은 타고난 성품이 잔인하고 덕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위해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했다. 그의 경제정책도 눈여겨볼만하다. 하지만 그는 전통 유교사회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임술일주의 남자는 남자다운 외모와 덩치가 크고 강한 인상이 많다. 배우자와의 연이 박하고 몸이 병약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 주변에 이성이 많아 외도로 불화가 생길 수 있다. 결혼 후 발복한 경우가 있다. 여자는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지만, 성격은 호탕하다. 무능한 남편을 만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을 놓고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돈 씀씀이가 헤프고 이성을 좋아하기에 노년에 외롭고 힘든 삶을 살 수 있다.
임술일주는 임(壬)은 제방으로 쌓여있는 큰 호수며, 댐을 연상시킨다. 제방 안의 물은 돈을 의미하며, 잘사는 사람이 많다. 술(戌)은 집을 지키는 충직한 검은 개다. 충성스럽고 책임감이 뛰어나다. 마치 가을에 호수 곁에 있는 개의 물상으로 쓸쓸함과 고독감이 묻어난다. 개는 주인을 잘 만나면 애완견(犬)이 되고, 병들면 버려지는 유기견(犬)이 된다. 최악의 경우는 보신용으로 끌려가는 개 구(狗)가 된다. 그래서 환경 변화에 예민한 편이다.
특징으로 출세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대인관계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매사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방법으로 일에 빠져 외톨이가 되어 가정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항상 주위를 살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예는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1829∼1910)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모범적으로 살았고 고위직 법관이었던 주인공이 불치의 병을 앓고 삼 개월 만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죽음이 임박한 그는 고독 속에서 살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우글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 그는 이 끔찍한 고독을 과거의 상념에만 의지해서 견뎌냈다.
그렇지만 죽기 전에 그가 가장 슬퍼한 것은 죽어가는 가운데서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인간적으로 손을 내밀지 않은 고독감과 위선이었다. 그가 느낀 고통은 화려한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이었고, 지인들과 가족들 속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그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병수발을 드는 하인 게라심 한 명 뿐이었다.
그와 평소에 가까웠던 사람들은 그의 부고를 듣자마자 슬퍼하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의 자리를 누가 대신 차지할지, 그로 인해서 자신들은 어떤 이익이 될지 빠르게 계산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묘 자리 값을 최대한 적당히 책정했고, 반대로 그의 죽음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물질적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뒤돌아보게끔 하는 이야기다.
불안한 자는 사랑받길 갈구한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한 자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길 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현재 자신에 대해 강한 불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음으로써 이대로 괜찮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