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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인일주(甲寅日柱)

등록일 2023-08-16 19:33 게재일 2023-08-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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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Stability’

육십갑자 중 오십 한 번째는 갑인(甲寅)이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과 지지(地支)의 인목(寅木)은 같은 목(木)기운이며, 물상으로 보면 언 땅 위에 자란 굵직하고 힘찬 나무다. 강직한 인상을 준다. 동물로는 호랑이다.

갑인일주는 나무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도끼가 부러질 정도로 강하다. 방해물이 있어도 머뭇거림이 없다. 말도 잘하지만 직설적이다.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올곧은 성격으로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기 일에는 적극적이며 일단 시작하면 고집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다.

세상의 고난을 이겨낸 뒤 많은 것을 성취하는 기운이다. 좋은 결실에는 성패의 굴곡이 따른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만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독단적인 면이 있다.

한편으로 사회활동에 많은 정열을 쏟아 붓는 성격으로 가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성실한 데다 지도자 자질이 있어 자수성가형이다.

갑인일주는 철학적인 사고를 좋아하는 편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신념과 내면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 벅차기에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주어진 환경에 따라 예민하게 자기중심적으로 판단을 한다. 즉흥적으로 결정을 하고 후회하며, 또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러기에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갖추어야 한다.

중국 명나라 초기 유기의 ‘욱리자’ 영구장인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수라는 장사꾼이 강을 건너다가 배가 무언가에 부딪혀서 가라앉았다. 간신히 물 위에 뜬 널빤지를 잡고서 큰소리로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마침 지나가던 어부가 구해주기 위해 배를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장사꾼은 살았다는 생각에 “나는 이 강가에 사는 돈 많고 세력 있는 사람이요. 당신이 나를 구해주면 금 백 개를 주겠소”라고 말했다.

어부가 그를 구해내서 강 언덕에 내려주자 장사꾼은 어부에게 금 열 개만 건네주는 것이었다.

어부는 “당신이 금 백 개를 준다고 하지 않았소”라고 항의했다.

장사꾼은 얼굴색이 달라지면서 “아니, 이 사람아. 자네 같은 고기잡이가 하루에 몇 푼이나 버는가? 잠시 수고하고 금을 열 개나 벌었으면서 적다고 투정하는 것인가?”라고 오히려 화를 벌컥 냈다. 어부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배를 저어 떠나갔다.

그 후 어느 날 그 장사꾼이 물건을 싣고 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고기를 몰아들이기 위해 설치해 놓은 좁은 통로의 바위에 배를 들이받고 말았다. 마침 그곳에 지난번의 그 어부가 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였다. 결국 그 장사꾼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영영 떠오르지 않았다.

뭍에 서 있던 사람이 “왜 장사꾼을 구해주지 않았소”라고 묻자, 어부는 “저 사람은 자기 입으로 준다고 했던 금을 주지 않는 사람이오”라고 대답했다. 욱리자는 “사람들이 장사꾼은 목숨보다도 재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기에 믿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정말로 그런 일이 있구나”라고 말했다. 맹자도 “사람이 가야 할 길은 어차피 사람이 가려서 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작은 이익 때문에 신용을 저버릴 경우 오히려 큰 우환을 만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갑인일주의 여자는 여장부의 기질이 있어 가정보다는 사회활동에 적합하다. 자존심이나 자기주장이 너무 뚜렷해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하니 고독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남편보다 자식에게 애정을 쏟으며 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남자는 부인이 능력 있고 잘 생겼으며, 처가 덕도 본다. 허나 배우자를 무서워하고, 배려심이 부족하니 애정이 깊지 않다. 결과적으로 집보다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니 주의해야 한다. 남녀 모두 친구 같은 아내나 남편으로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갑인일주의 인(寅)은 호랑이다. 울창한 숲에 있는 호랑이 형상이다. 활기찬 생명의 시작 즉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는 기운이며, 강한 활동력과 추진력이 있다. 모험심이 강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다. 겉모습은 친해지기 어렵지만, 친해지면 다정하고 진중한 면이 있다.

음 기운에서 양 기운으로 바뀌는 인시(寅時·새벽 3시)는 야행성 동물인 고라니, 노루, 사슴 등이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때 호랑이는 먹이 사냥을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배고픈 호랑이가 된다. 그러나 배고프고 고독한 호랑이는 어떻게는 살아남는 요령이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명리연구자

이 세상에 말이 그냥 나오는 법은 없다. 속담에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물은 남아 있는 법’이란 말이 있다. 그 심한 갑인년 흉년에도 물은 남았다는 말이다. 또는 아무리 흉년이라도 물마저 말라 버리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제주도에는 물이 귀하여 이런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제주도 방언으로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게 물이여’에서 온 것이다.

배고픈 만큼 서러운 것이 없다. 우리들도 지난날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식탁에서 인사말은 ‘많이 드세요’다. 굶주림의 시대가 만들어 낸 인사말이다. 인간은 먹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가 힘이 든다.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의 마지막에는 항상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발생하니 유념해야 한다.

철학자 니체는 인간의 욕망을 ‘푸줏간 앞의 개’로 표현했다. ‘푸줏간 앞을 서성이는 개의 시선을 닮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눈앞의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과 푸줏간 주인의 시퍼런 칼이 두려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의 모습에서 인간은 욕망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젊었을 때는 욕망을 채우면서 살아야 하고, 늙어서는 부단히 욕망을 빼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 최고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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