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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일주

등록일 2023-06-21 18:14 게재일 2023-06-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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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Flame’

육십갑자 중 마흔세 번째는 병오(丙午)다. 천간(天干)의 병화(丙火)와 지지(地支)의 오화(午火)는 양 중의 양이며, 태양같이 밝고 뜨거운 기운을 모두 가졌다. 동물로는 붉은 말(馬)이다.

병오일주는 해가 온 세상을 비추듯이 굉장히 공평하고 밝고 명랑하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숨김이 없고 진취적이므로 적극성을 띤다. 솔직한 성격이라 마음속에 있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타입이다. 상대방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가정사는 집안에 분란이 일어나기에 조심해야 한다.

또한 칭찬과 정에 약하다. 칭찬을 하면서 부탁하면 거의 들어준다. 친구를 좋아해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고도 자존심 때문에 돌려달라는 말을 못한다. 병오일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둘 중 하나는 죽자고 결투를 신청하는 것과 같다. 마치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어설픈 충고를 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격앙되는 단점이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으로 타인을 자기에게 끌어들이고 동화시키는데 능력을 잘 발휘한다. 리더십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성의 기운 즉, 프로 기질이 있어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극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매우 정렬적인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밀어 붙이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성격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자유롭고 자기 신념이 있으며, 낙천적인 삶을 산다. 그와 같은 인물로는 ‘돈키호테’가 있다.

16세기 스페인의 세르반테스(1547∼1616)가 소설 ‘돈키호테’를 썼다. 사람들은 정상 궤도에서 어긋나 괴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부정적인 의미로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돈키호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돕는 정의로운 편력기사였다. 따뜻한 인간성과 절대적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풍차를 거인으로 본 돈키호테는 부하 산초한테 풍차를 거인이라고 했다. 그러자 산초는 거인이라뇨? 그건 풍차입니다. 팔로 보신 것은 날개인데 바람의 힘으로 돌아서 맷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이런 종류의 모험을 알지 못하는 너에겐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건 거인이라고 일축했다. 돈키호테가 보는 풍차는 약자를 괴롭히며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악의 상징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약자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가는 정의의 상징이다. 자유와 정의를 지키는 진정한 기사였다.

그는 “편력기사의 임무는 괴로워하는 자나, 사슬에 묶여 있는 자나,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에 눈을 돌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도와주는 것이란 말이다”라고 산초에게 말한다. 그의 비문에는 ‘그가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다’고 적혀 있다.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서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자기의 운명을 택해야 한다. 돈키호테는 편력기사의 삶을 선택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삶의 의미와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꿈과 도전이 없이는 성공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스펙과 돈에 목을 매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돈키호테는 괴짜로 보일 수 있다.

병오일주 여성은 시원시원하고 항상 밝게 웃는 인상이 많다. 애교가 많아 보이지만 무뚝뚝하다. 밖에서 활동하면 성공할 수 있으나, 남성의 유혹에는 약하다. 남성은 호탕하고 박력 있게 일처리를 하며 스케일과 포부가 크다. 그러나 독선적으로 자기중심적 성향이 있어 지탄을 받아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예의 없는 태도를 싫어한다. 특히 뜨거운 기운 때문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과음은 금물이다.

병오일주의 적토마는 붉은 말을 상징한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이기에 힘과 속도에서 탁월한 특성을 나타낸다. 삼국지의 관우와 여포가 타는 말이 적토마다. “여포는 늘 좋은 말을 몰았는데, 이 말은 적토(赤<83DF>)라 불리며 능히 성으로 달려가서 해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 중에 여포가 있고 말 중에 적토가 있다고 했다”고 ‘정사 삼국지’ 여포전에 나온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헤르메스 로고에도 말이 등장한다. 마부가 빈 마차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명예를 소중히 하고 품격 있는 고객을 모시겠다는 표현이다. 1837년 티에리 헤르메스가 창립하여 현재까지 내려오는 브랜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는 상업의 신이며, 부를 가져오는 신이다. 헤르메스는 탁월한 제품력과 창의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으며, 스타마케팅이나 신선한 감각의 광고를 통한 이슈화로 성공했다.

중국 명초에 유기가 지은 ‘욱리자’ 천리마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욱리자의 말이 훌륭한 망아지 한 마리를 낳았다. 이웃 사람들이 그에게 “이놈은 틀림없는 천리마일세. 이놈을 꼭 임금 마구간으로 보내게”라고 일러주었다. 욱리자는 너무나도 기뻐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였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명리연구자

그는 수도로 망아지를 데리고 간 뒤, 임금에게 바치는 절차를 밟아서 임금 말을 관리하는 관청에 들여보내 놓았다. 얼마 후 임금은 자기의 말을 관리하는 책임자에게 각 지방에서 바친 특산물을 조사해 보라고 하였다. 책임자가 특산물 대장을 열어서 조사해 본 뒤, 욱리자가 보내준 망아지에 대하여 임금에게 “이 놈은 확실히 훌륭한 말입니다만, 기주(冀州)에서 태어난 말이 아니라서 임금님의 말 대장에 올릴 수 없었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리고는 그 말을 궁궐 밖에다 두고 길렀다.

‘욱리자’라는 책은 원나라 말년 변혁기의 시대상황을 담고 있다. 사회현실에 대한 폭로와 통치자에 대한 질책, 그리고 백성의 고통에 대한 동정 등을 잘 나타낸다. 재능과 포부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없었던 정치적 실의에 따른 분함과 원망의 정서를 나타낸다. 인사등용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 지역 출신이나 학교가 아니기에 천대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가문이나 전통이나 혈통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행위로 만들어가는 각자의 창조물이다. 그러므로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변화를 유발한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경멸하는가.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감정을 품는가. 이러한 일상의 행동이 삶의 방식이 나를 만들고 끊임없이 개조한다. 마음과 인간성뿐만 아니라, 육체마저도 변화시킨다. 현재 나는 그 결과이며, 내일의 나는 지금부터 행하는 하나하나의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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