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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임오(壬午)

육십갑자 중 열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임오(壬午)다.천간(天干)은 임수(壬水)이요, 지지(地支)는 오화(午火)다. 천간 임수(壬水)는 바다 또는 큰 호수를 나타낸다. 오화(午火)는 말(馬)을 상징한다.임오일주는 착할 때는 한없이 베풀고, 마음이 여려서 남의 말에 흔들리는 편이다. 하지만 한 번 한다고 마음먹으면 고집을 부리고 죽어도 타협하지 않는다.거짓이 없으면서도 지혜로운 성품이다. 책임과 의무에 관한 한 비교적 명확하게 경계를 지을 줄 아는 인물이다.온순하고 겁 많고 예민한 말(馬)은 항상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항상 서서 생활을 하고, 아주 정숙하고 깨끗하다. 생활반경이 넓고 질주본능이 있다.소처럼 되새김질을 하지 않고, 소화기관이 직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맑은 풀만 먹어야지 아무 것이나 먹었다가는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생활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엄격하다. 그리고 항상 달릴 준비가 되어있는 동물이다.임오일주는 ‘태양 아래 푸른 바다’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그 바다에는 천기(天氣)가 농축되어 있으며, 태양의 기운을 받아 그 무엇인가를 생성하고 있는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하며, 감각이 뛰어나다. 부드럽고 온유하면서도 은근한 고집과 끈기가 있다. 한 번 정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려고 노력한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은 바다와 물, 땅, 말(馬)의 신이다. 그는 바다의 지배자이며, 바다를 제외한 강이나 호수 등의 모든 물이 그의 지배 하에 있었다. 포세이돈의 상징물은 삼지창이다. 상징하는 동물은 말, 돌고래, 황소, 물고기 등이다.미국 작가 허먼 멜빌(1819∼1891)의 소설 ‘모비딕’, 일명 ‘백경’은 1851년 쓰여진 해양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이다.거대한 흰고래 모비딕에게 한 쪽 다리를 잃은 에이허브선장은 마치 신에게 도전하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처럼 끝내 자신에게 다가올 비극적인 운명을 눈앞에 그리면서도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집요하게 백경을 추격한다.그는 태양을 질투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물리치고, 마침내 인간성의 흔적조차 지워버리면서 자신의 운명을 신의 운명과 일치시키려는 듯 바다를 헤매고 다닌다. 결국에는 백경과 사흘 동안 사투를 벌린 끝에 에이허브 선장과 포경선 비쿼드호는 장열하게 전몰(戰歿)하고, 이슈마일만이 홀로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전해준다.멜빌이 죽은 지 30년 후에 재평가된 이 소설은 굉장히 큰 감동을 준다.흰고래에 목숨을 걸 정도로 집착한 선장은 죽게 되지만, 그래도 선장의 야망은 높이 살 만하다고 본다. 사람은 역시 한 가지 일을 하려면 거기에 몰두할 줄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자기의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비쿼드호의 선원들은 세상 누구보다 가장 큰 열정과 야망을 품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그는 인간과 인생에 비극적 통찰을 한 상징주의 작가로, 19세기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 뒤에 에스(s)가 붙어 세계 최대의 커피체인점인 스타벅스의 이름이 되었다.임오년(壬午年)인 1882년에 큰일이 일어났다. 조선의 실권을 잡은 민비와 민씨일가는 1881년에 신식군대인 별기군을 창설했다.이는 양반 자제들로 이뤄져 있었고, 그들의 사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구식군대들은 극심한 차별을 받게 된다.대량 해고사태를 겪기도 하고, 13개월이나 밀린 월급 중에서 겨우 한 달 치를 받았지만 그마저 모래와 썩은 쌀이 섞여 있었다.이에 분노한 구식군인들이 흥선대원군과 함께 민비와 그의 일가들을 제거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는 데 이것이 바로 임오군란이다.이때 재빨리 궁녀로 변장한 민비는 궁궐을 탈출했고, 아쉽게도 그녀의 목숨을 빼앗지 못한다. 그렇게 그녀는 충주로 피신가게 된다. 공포에 떨며 숨죽이고 있던 민비를 낯선 무녀가 찾아왔다. 무녀는 중전께서 이곳에 있다고 신령님께 들었다고 말했다. 저와 만난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환궁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자신감을 얻은 민비는 청나라의 원조까지 요청하게 된다.물론 청나라는 마다할 리가 없었다. 청나라는 조선에 상륙해 흥선대원군을 납치하고, 구식군대를 진압한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무당의 말처럼 50일만에 궁궐로 복귀한다. 민비는 환궁할 때 그녀에게 ‘진실로 영험하다’는 의미의 진령군(眞靈君)이라는 군호를 내려주고, ‘언니’라 부르며 궁궐에서 함께 살았다. 매천 황현(1855∼1910)은 오하기문(梧下記聞)에 이 사실을 기록했다.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 끝까지 그 무녀의 말을 듣고 정치하다가 결국에는 을미년(1895년)에 민비시해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천추의 한을 남기고 망국의 길로 갔던 우리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이 시기에 이용익(1854∼1907)은 가난한 서민의 아들로 함경북도 명천에서 출생했고, 물장수를 하던 사람이다.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났을 때 반란을 일으킨 군사들이 궁궐을 습격한 후 민영익의 집을 습격 했다. 이때 이용익이 민영익을 업고 담을 타고 도망갔는데, 어찌나 빠르게 이동했는지 민영익을 죽이려던 군사들이 놀라서 그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고 한다.이후 이용익의 도움으로 살아난 민영익은 그를 고종에서 천거했고, 장호원에 피신 한 고종의 정보통 역할을 했다.이때 그의 발은 말보다 빨랐다고 한다. 발이 빠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종과 민비의 눈에 띄었고 그 계기로 탁지부대신 자리에까지 올랐다. 구한말 관리 임용실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19세기 말까지 동양의 한 모퉁이에서 소중화(小中華)의 강박관념에 빠져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지내다가 외세의 물결에 휩쓸려 나라를 익사 직전의 상황으로 몰고 간 그들은 바다 위에 넘실되는 파도만 보고, 깊은 심연을 보지 못했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2022-10-12

신사(辛巳)

육십갑자 중 열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신사(辛巳)다. 천간(天干)은 신금(辛金)이요, 지지(地支)는 사화(巳火)다. 신금(辛金)은 음간의 금(金)이다. 다이아몬드처럼 예리하고 빤짝이는 것으로, 원석덩어리 경금(庚金)과는 완전히 다르다. 사화(巳火)를 만나서 불빛이 보석을 비쳐주니 아름다운 형국이다.신사일주(辛巳日柱)는 합리적이며 성실하고 품격이 넘치는, 말 그대로 신사(紳士) 숙녀(淑女)다. 사회의 법과 질서, 규칙을 잘 지키려고 하는 깔끔한 스타일이다. 남녀 공히 반짝이는 보석같은 존재로, 흠집이 나는 것을 제일 싫어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인식하기 때문에 체면이 구겨지거나 자신의 품위가 손상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일지(日支) 신사(辛巳)는 정관(正官)으로 반듯한 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배우자 궁으로 정관이 남편에 해당되므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기에 자신도 반듯하고 남편도 올바르고 좋은 성품의 남편을 만나니 좋은 일지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기 때문에 콧대가 높고, 외모적으로는 미인들이 많은 일주에 해당된다.60갑자 중 정관(正官)에 해당하는 일주는 신사, 정해, 경오, 병자. 네 가지 밖에 없다. 물론 일주만 보고 말하기 때문에 다른 년주, 월주, 시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성에게는 참으로 행운의 일주이기도 하다.옛날에 결혼 적령기의 딸을 가진 제(齊)나라 사람에게 두 집안으로부터 동시에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에 있는 집의 아들은 못생겼으나 돈이 많고, 서쪽에 있는 집의 아들은 잘생겼지만 매우 가난하였다.부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딸에게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면서 “만약 누구라고 분명하게 이름을 밝히기 거북스러우면 한 쪽 팔소매를 걷어 올려라. 그러면 우리가 알아차리겠다”라고 말했다.그러자 잠시 망설이는 딸이 두 팔의 소매를 모두 걷어 올렸다. 부모들은 이상해 하며 “그것이 무슨 뜻이냐”라고 물었다. 딸이 “저는 밥을 동쪽 집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풍속통의 ‘예문유취’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미인이라지만 자기 스스로에 도취되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인생에서 불가피하게 양자택일 할 경우를 평소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신사일주(辛巳日柱)는 대기업, 공기업처럼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잘 맞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인정을 받는다. 자영업이나 사업은 잘 맞지 않는다. 육체적인 일보다는 좋은 머리를 이용하여 정신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다.신사일주(辛巳日柱)에 신금(辛金)은 방위로는 서쪽이요, 색깔로는 흰색이다. 일명 백사(白蛇)라고 한다. 사화(巳火)는 권력의지가 강하다. 활동적이며 정열적이다. 개성이 뚜렷하나, 끈기가 약한 편이다. 간교한 지혜로 남을 모함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는 경향이 많다. 여성은 자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면을 보인다. 신금의 날카로움은 대인관계에 있어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많다. 진정한 용기는 관용이다.중국 작가 루쉰(1881∼1936)의 잡문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에서 백사(白蛇) 이야기가 나온다. 허선이라는 사람이 푸른 뱀과 흰 뱀, 두 마리를 구해주었다. 나중에 흰 뱀은 여인으로 변하여 은혜를 갚으려고 허선에게 시집을 왔고, 푸른 뱀은 여복(女僕)으로 변하여 함께 따라왔다.법해선사라는 득도한 스님이 허선의 얼굴에 요사한 기운이 도는 것을 보고, 허선을 금산사의 불상 뒤에 숨겨 두었다. 백사 낭자는 남편을 찾으러 오자, 마침내 법해의 계책에 말려들어 자그마한 바리때 속에 갇히고 말았다. 바리때를 땅 속에 묻고 그 위에 짓누르는 탑을 하나 세우니 그것이 바로 뇌봉탑이다.루쉰은 생각한다. 스님이라면 제 염불이나 하면 될 일이다. 흰 뱀이 스스로 허선에게 반했고, 허선은 스스로 요괴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다른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스님이 기어이 불경을 버려두고 공연히 시비만 일으켰으니 아마도 질투심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나중에 옥황상제도 법해가 쓸데없는 짓을 했고, 무고하게 생명을 해쳤다고 나무라면서 법해를 처벌하려 했다. 법해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마침내 게 껍질 속으로 숨어서 화를 면하게 되었는데, 감히 나오지 못하고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루쉰은 옥황상제가 한 일 가운데 마음 속으로 불만을 품은 것이 매우 많았지만, 오직 이 일만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뇌봉탑(벽돌 탑)이 무너진 까닭은 시골 사람들이 미신에 따라 그 탑의 벽돌을 자기 집에 가져다 놓으면 모든 일이 평안하고 뜻대로 되며, 흉조가 길조로 바뀐다고 믿고서 너도나도 파가는 바람에 무너졌다. 나라의 초석을 몰래 파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얼마나 되는지 모를 일이다.지금 중국 절강성 성도 항주에 경치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서호(西湖)에는 무너진 뇌봉탑 잔해 위에 새롭게 7층탑으로 복원되어 있다.인생의 성공이나 실패는 운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운은 단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노력이 따르는 탁월한 행동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요행만 바라는 행동은 불행을 불러올 것이다. 인간의 미덕 가운데 꾸준히 행동하는 미덕만큼 안정성을 갖는 것도 없을 것이다.

2022-09-28

경진(庚辰)

육십갑자 중 열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경진(庚辰)이다. 천간(天干)은 경금(庚金)이요, 지지(地支)는 진토(辰土)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양(陽)으로 이루어져 아주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경진일주는 넓은 평원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다. 멀리서 보면 우장하고 당당하다. 마치 제련되지 않은 원석 덩어리다. 꿈과 이상이 크고, 순박한 성품이며, 목표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경향이 있다.경금(庚金)은 강한 금(金)의 성질을 갖고 있어 자기주장으로 주변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성질을 자제하고,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추면 사회에 기여하여 두각을 나타내면 성공할 수가 있다. 진토(辰土)는 수기(水氣)의 창고로 나무가 잘 자라게 하며, 사람을 기르는 재주가 있다. 그러므로 꿈을 꾸고 살거나 다른 이의 꿈이 되거나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 된다.경신일주를 가지신 분은 천하대장군이 경(庚)을 치고, 천하대장군의 낙처를 담당하는 지하여장군은 용, 즉 진(辰)이다. 앞으로 전진만 할 뿐, 뒤를 돌아보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살면서 발생하고 일어나는 일은 다 세상의 살림살이고, 그 살림살이가 하늘의 낙처이기에 침묵해야 한다. 하늘시계의 말없는 가르침인 ‘10천간’을 잘 받아내는 땅의 안테나를 가진 12지신 상중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바로 용(龍)이다.그래서 용(龍)의 기운을 받은 사람들은 용이 물을 만나면 승천하여 본래 하늘의 기운이 되고, 물을 만나자 못하면 그냥 땅에 사는 도룡뇽이 된다. 수질이 3, 4급수들과 어울리면 지렁이 같은 토룡(土龍)이 되고, 올라가다가 떨어지면 이무기가 되기에 조심해야 한다, 주위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며 처신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별 진(辰)은 옥편에는 별이름이 수성이며, 또한 북두칠성을 나타낸다. 조선에서도 별자리에 대한 사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다.‘천상’(국보 제228호)은 하늘의 상을, ‘열차’는 차에 따라 나열하고, ‘분야’는 지역에 따라 구분하여 그린 그림이다. 여기서 차(次)는 하늘의 북극에서 세로로 12구역으로 나눈 단위다. 분야는 점성술과 관련이 있다. 하늘의 별자리를 지상과 연관시켜 점성술의 일환으로 사용되었다.동양 별자리와 서양 별자리를 비교하면 이름이 크게 다르다. 서양 별자리는 대부분 그리스·로마신화 속의 동물이나 영웅들의 이름이다. 동양 별자리는 모양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별을 하나의 대상으로 나타내었다. 여름 밤하늘의 대표적인 별자리 중 하나인 견우와 직녀(칠석)도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져 있고, 만 원권 지폐 뒷면에도 도안되어 있다.강경진일주에 ‘괴강살’(魁罡殺)이 있다. 괴강(魁罡)이란, 괴(魁)는 북두칠성의 머리 부분에 있는 네별을 말한다. 일설에 문운(文運)이 있어 과거에 응시하는 사람은 이 별에 기도를 드렸다. 강(罡)은 북두칠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만큼 강력한 힘과 권력을 나타낸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성품이 매우 강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과 지혜가 강한 것이 장점이다. 외모가 준수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고, 기가 센 성격이므로 다소 잔인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로 진취적인 성격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한다.예전에는 여자 사주에 ‘괴강살’이 있으면 성격이 까다로워 남편과 시댁을 섬길 수 없어 백년해로하기가 어렵다고 해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경쟁력을 가진 사주로 해석되어 성공하기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주로 평가가 된다. 일지(日支)가 진(辰)으로 끝나는 무진, 경진, 임진의 여자는 대체로 아름답고 능력이 있고 재물복도 많다.‘여씨춘추’ 거사(去私)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나라의 평공(平公)이 대신인 기황양에게 “남방지방의 현령으로 누구를 보냈으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기황양이 “해호라는 사람이 적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해호라는 사람은 당신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황양은 “임금께서는 누가 현령 자리에 적임인가를 물으셨지, 저의 원수를 묻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평공은 크게 감탄하였고, 곧바로 해호를 현령으로 임명하였다. 온 나라의 높고 낮은 사람들이 모두 훌륭하다고 말했다.얼마의 세월이 지난 뒤에 평공이 다시 기황양에게 “나라 안에서 군대 일을 맡길 사람을 찾지를 못 하겠네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기황양이 “기호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기호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황양이 “임금께서는 누구에게 군사 일을 맡겼으면 좋겠는가 하는 점을 물으셨지, 누가 제 아들이냐고 묻지는 않으셨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평공이 다시 한 번 크게 감탄하고, 기오를 임명하여 썼다. 온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잘했다며 안심했다. 공자(孔子)가 이 일을 듣고 “기황양은 참으로 훌륭하구나! 남을 추천하는 일에서 원수조차도 꺼려하지 아니하였고, 친족을 추천하는 경우에는 자기의 아들조차도 빼놓지 아니하였구나. 그 사람이야말로 공적인 일을 함에 있어서 한결같은 마음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사람은 개인적으로나 나라 전체로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목표라는 것은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행복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나라의 안위와 행복을 파괴하거나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정치의 목적은 ‘인간을 위한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선’이 개인이나 국가에 대해서 동일한 것이라 할지라도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을 취하고 보전하는 일이 사실상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을 위한 선’을 실현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 즉 보편적 ‘인간을 위한 선’을 실현하는 것은 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2-09-14

기묘(己卯)

육십갑자 중 열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기묘(己卯)다. 천간(天干)은 기토(己土)요, 지지(地支)는 묘목(卯木)이다. 천간 기토(己土)는 만물을 포용하고 생산하는 전원의 흙으로 표현하며, 묘목(卯木)은 늦은 봄의 기운을 의미한다. 물상으로 보면 봄의 논과 밭을 나타낸다. 기본적으로 만물을 생육(生育)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기묘(己卯) 일주는 마치 푸른 대지를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평화로운 모습이며,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하여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주위 사람들과 융화되기 쉬운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활발하며, 온순하다. 개성이 뚜렷하고, 창의적이며, 주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인정이 많은 성향이다.기묘(己卯) 일주는 물상으로 나무 위에 흙이다. 위치가 반대라 기묘한 사람들이 많다. 그야말로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 겉모습과 속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속은 의리의 사나이 김두환도 저리 가라할 협객이며, 겉은 항상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기(己)를 나타낸다.우리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안다. 천하대장군은 하늘시계 기(己)을 상징하며 지하여장군은 땅의 담당자 토끼 묘(卯)다. 그래서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엄청 똑똑하고 계산이 팍팍 돌아간다. 반면에 천하대장군 기(己)는 갑, 을, 병, 정, 무로 쭉 양기 발산이 쭉 이어지는 시기였으나 기(己)부터는 그 양기를 음기가 수렴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말한다. 이어 음기는 경, 신, 임, 계로 이어진다.기묘(己卯)는 기기묘묘하다. 기묘 일주, 년주, 월주를 가지신 사람은 한 마디로 ‘동백 아가씨’다. 동백(冬柏)의 동은 겨울 동(冬)이고, 백(柏)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즉 천하대장군의 기운은 아직도 차디찬 겨울 같아 보이지만, 고개 숙인 겨울이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 모든 것을 함유하고 있다.그래서 기묘 일주, 년주, 월주는 몹시 아름다운 성품과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본인도 아주 겸손하지만 겉으로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모습이다. 그래서 기기묘묘하다. 아마 기묘일주를 가진 아내와 살면 집안 걱정은 없지만 남편은 집에다 에어컨을 끼고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춥고 더워도 진짜 동백처럼 지내야 한다.그래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도움을 받으려면 마음을 맑게 가지고, 서둘지 말고, 입 다물고, 잘난 체 말아야 한다. 동백은 추운 얼음장 같은 매화와 진달래, 개나리 사이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장가가는 새신랑이 말 위에 올라 속으로는 색시가 엄청 보고 싶어도 마부가 모는 말을 타고 천천히 그냥 가기만 하면 저절로 색시를 만나듯이 그렇게 기다리면 된다.여자의 경우, 기묘일주는 일지가 ‘편관’이므로 자존심이 강하고, 자립심도 강하다. 여린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 꾸미기를 좋아한다. 박학다식하고, 현침살의 영향으로 상대에게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잘한다. 말은 적은 편이며, 체격이 작고, 귀여운 미녀가 많은 편이다.기묘일주는 ‘일지도화’로 이성에 관심이 많고 성적이다. 이성관계가 복잡할 수 있으나 자기관리를 잘하면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가 있다. 여성의 경우 ‘관살혼잡’(정관과 편관이 혼재. 여성에게 관성은 남자고 배우자다)이라 남편 복이 없다, 이성관계가 복잡하다,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불안정하고 흉한 기운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여자의 이성 관계가 복잡하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일부종사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조선시대의 일이다.하지만 현재는 여성이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현하는 세상이다.리더십과 포용력이 뛰어나고 매력적이라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우수하다. 마음이 안정되지는 못하는 단점은 있으나 직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플라톤의 ‘향연’에 아리스토파네스는 에로스(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원래 지금 모습의 몸 두 개가 결합된 형태다.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팔이 두 개, 다리가 네 개, 그리고 성기가 두 개 달려있다. 그리고 결합의 방식은 세 가지, 곧 남남, 남녀, 여녀 쌍이 있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두 개의 머리에 네 개의 눈이 사방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고, 그 힘은 지금의 두 배보다 훨씬 더 세다. 산은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릴 정도다.특히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여덟 개의 사지를 펴서 수레바퀴 구르듯 엄청난 쾌속으로 달릴 수 있다. 이들이 점점 번성하고 강성해지자 제우스는 위협을 느끼고 급기야 없애버릴 궁리를 하였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배꼽은 이런 고민에서 만들어진다. 제우스는 인간을 반으로 쪼개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동강이 난 인간의 절단면을 추슬러 고기만두 빚어내듯이 한 군데로 모아 묶었다. 그것이 바로 ‘배꼽’이다. 배꼽은 인간이 원래 형태에서 둘로 쪼개져 동강났던 아픈 추억의 증표다. 그때부터 인간들은 동강난 채 떠도는 나머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에 매달렸다. 떨어져 나간 자기 반쪽에 대한 열망, 그것은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갈망이 되었다. 마침내 떨어져 나간 반쪽을 찾으면 하나가 되기 위해 떨어질 줄 몰랐다.에로스(성)는 인간의 조각난 두 쪽이 서로를 갈망하게 하며, 원래의 형태와 본성을 회복하게 해준다. 그렇게 조각난 두 쪽이 만났을 때 인간은 진정 인간성을 회복하며 행복을 누릴 수가 있었다.오늘날 동성애에 대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쾌락에 대해 무관심하고, 당연히 맛볼 기쁨을 맛보려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무감각한 것은 인간적인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동물들조차 음식물을 가려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한다. 성(性)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정말로 세상은 기기묘묘하다.

2022-08-31

무인(戊寅)

육십갑자 중 열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무인(戊寅)이다. 천간(天干)은 무토(戊土)요, 지지(地支)는 인목(寅木)이다.‘잔설(殘雪)이 남아있는 봄 산’의 물상이다. 무(戊)는 만물을 무성하게 성장시키는 위엄을 상징한다. 호랑이 인(寅)은 봄의 양기가 막 터져 나와서 생명을 키우는 의욕이 대단하며, 진리를 펼치려는 형상이자 포악성의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호랑이는 야행성이다. 보통 인시(寅時),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에 먹이 사냥을 위해 움직인다. 동트기 전에 움직이는 동물이기에 그렇다. 호랑이는 움직이는 반경이 200km 이상이므로 야생의 왕 중의 왕이며, 역마의 기운이 있다.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고, 이동수가 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고향을 떠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유목민’(노마드)같은 삶을 야만적이고 열등하다고 규정하였다.시대가 변하면 생활방식과 사고도 변하여 ‘역마살’에 대한 해석도 달리한다. 오늘날에는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처럼 역마의 기운을 살려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 살 길이다.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가 저서‘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드’를 처음 언급했다. 땅에 뿌리 내리고 토박이로 살며 정체성과 배타성을 지닌 민족을 이루기보다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을 말한다. 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말하기도 한다.우리 역사에서 노마드적 삶을 산 신라시대 혜초(慧超·704~780년) 스님이 있었다. 1908년 9월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1878∼1945)는 중국 돈황 막고굴 제17굴(장경동)에서 그동안 이름만 알려져 있었을 뿐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찾아냈다. 책명도 저자명도 떨어져 나간 채 발견된 이 여행기가 8세기에 활동한 혜초 스님이 저술한 ‘왕오천축국전’의 잔간(殘簡) 사본이라는 것이 발견자에 의해 밝혀졌다. 펠리오는 종이의 질이나 필치로 보아 9세기에 필사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혜초 스님은 스승의 권유로 불법을 구하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약 4년 동안 인도와 멀리 중동지역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육로여행을 하면서 각 지역에서 불교를 어떻게 믿고 있는지와 함께 옷·음식 ·풍속·기후 등 그 당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모아서 기록했다. 그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미지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지식을 찾고자 하는 갈망 즉, 노마드 기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혜초 스님은 그 시대의 진정한 세계인이었다.우리는 이것을 통해 1찬300여 년 전의 불교역사와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8세기의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기행문은 세계에서 이 책밖에 없어 더욱 그 가치가 높다. 또한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며 그중에서도 가장 일찍 쓰여진 것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무인일주(戊寅日柱)는 일지(日支·배우자궁)에 편관칠살을 두고 있다. 어의(語義)가 좋지 않아 나쁘다고 보는 인식이 있으며, 안락하고 편안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통변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 독선적이지만 관운이 좋다.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지인 또는 배우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 명예와 존경이 뒤따를 수가 있다. 조직생활이나 직장생활과는 잘 어울리나,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안자춘추’ ‘내편’ 잡상 편에 나오는 글이다. 안자가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있던 어느 날, 수레를 타고 문을 나섰다. 어느 날 수레를 모는 사람의 아내는 남편이 수레를 모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레 위에 세워 놓은 큰 양산 아래에 앉아서 채찍을 휘둘러 네 마리의 커다란 말을 몰아치는 자기 남편의 모습은 아주 우쭐거리고 거칠 것 없어 보였다.수레를 모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아내가 다짜고짜로 헤어지자고 하였다. 날벼락 같은 소리에 수레를 모는 사람은 어이 없이 아내를 멍청히 보다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안자께서는 키가 여섯 자도 안 되시지만, 제나라의 재상으로 모든 나라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겸손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외출하시는 모습에서도 그분의 생각이 아주 깊이가 있다는 것이 바로 눈에 보입니다. 당신은 키가 여덟 자가 넘으면서도 겨우 남의 수레나 모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그런 당신 같은 사람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당신과 헤어지자고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이때부터 수레를 모는 사람은 아주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안자가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처럼 변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아내의 이야기를 안자에게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안자는 그를 벼슬자리에 추천했다.인간은 어떤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주변에 떠도는 말보다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을 통해 참된 말에 관심을 기울여야 실수가 적다. 무관심은 자칫 타인과의 단절로 이뤄져 자신의 삶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선택과 소망은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다. 불가능한 일을 선택했을 때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소망은 불가능한 일에도 성립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영화배우의 인기나 운동선수의 승리처럼 자신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소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선택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양치기 소년처럼 허황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똑똑한 지도자보다는 진실 되고 실현 가능한 것을 말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2022-08-17

정축(丁丑)

육십갑자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정축(丁丑)이다. 천간(天干)은 정화(丁火)요, 지지(地支)는 축토(丑土)다. 정화(丁火)는 여름이 한창인 늦여름을 상징하고, 음(陰)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축토(丑土)는 계절로는 일월이라 차고 습한 흙이다.정축일주(丁丑日柱)는 정화(丁火)의 따뜻한 기운은 차고 습한 축토(丑土)를 생하지만(화생토·火生土), 본인의 힘이 약해 남에게 베풀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고독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봉사하고 베푸는 성질을 보여주는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까칠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화(丁火)는 촛불과 같은 성질이 있어 자기 몸을 태워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기운으로 남에게 베풀며 봉사하는 삶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오늘날의 호남성과 호북성 일대에 해당했던 초나라의 백성들 사이에 행해져 내려온 제사 풍속은 그 유래가 아주 오래되었다. 어떤 무당이 그 고을에서 사람들로부터 상당한 명성을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제사를 올릴 때에 보면 그 차림이 아주 평범하면서도 노래와 춤으로 신을 맞았다가 보내곤 하였다. 그리고 병이 낫기를 빌어주는 사람마다 회복되었고, 그가 농사를 잘 지으라고 빌어주는 사람마다 풍족하게 거두어들였다.그런데 세월이 지나자 다른 사람의 제사를 대신 올려줄 때에 그는 살찐 소와 양을 잡고 좋은 술을 가득히 부으라고 요구했다. 그런데도 그가 병이 낫기를 빌어주었던 사람이 곧 죽어버리고 농사를 잘 지으라고 빌어주었던 사람이 그 해에 큰 병충해나 흉년을 만나곤 하였다.그 고장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매우 당황했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원인을 밝히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전에 내가 그 무당의 집에 놀러갔을 때에는 그의 집에 아무런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었네. 그래서 그 무당이 다른 사람의 제사를 올리더라도 마음속으로 아주 경건하게 올려줄 수 있었고 신령님도 그에 응하여서 복을 내려주었던 것이야. 또 그 제사 지낸 고기도 반드시 여러 사람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잖은가? 그런데 그 뒤에 그에게 자식이 여럿 생기게 되자 입는 것, 먹는 것이 많아지게 되었네. 그래서 다른 사람 대신에 제사를 올려도 마음이 진심으로 경건할 수 없었고, 신령님도 제사를 올리는 음식의 향기로운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이지. 또 제사 올린 고기들도 자기의 집으로 거두어 가게 되었다. 그 무당이 변한 것이 아니고, 사사로운 마음이 그의 생각을 이리저리 끌어당기니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고 만 것이야.”어떤 무당이든지 마음쓰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그와 같거늘, 하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남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 쓰고 일처리함이야 어찌 그보다 더하지 않겠는가! 중국 당나라 나은(羅隱·833∼909)이 지은 ‘나소간집(羅昭諫集)’에 나오는 이야기다.사람이 살아가면서 외부로부터 탐욕과 이기심 등이 더해질 때 처음에 추구하던 마음에서 이탈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재산의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욕망의 수준을 낮추도록 애쓰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정축일주(丁丑日柱)는 더운 여름철에 소가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형국이다. 천기 정(丁)은 쭉 뻗어나가는 기운을 상징한다. 소 축(丑)은 맺다, 인연을 짓다, 끈이 이어지다 등의 의미가 있다. 현재의 환경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의 도전을 시도하고자 한다.‘소’의 은근하고 끈질김과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황소고집이 있어 가능하다.정화(丁火)가 있는 사주는 남녀 모두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편이다. 자기만의 매력이 있으며, 매력을 잘 부각시키고 연출하는 것을 잘한다. 병화(丙火)는 태양 같은 뜨거운 빛이라면 정화(丁火)는 달빛 같은 열기가 없는 빛이다.달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에 의하면 지상계와 천상계의 구분하는 위치로 매끄러운 수정구처럼 완벽한 천체라고 보았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성모마리아의 처녀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흠이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여야만 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인 서머싯 몸(1874∼1965)의 ‘달과 6펜스’가 있다. 타히티 섬에서 살던 인상파 화가 고갱(1848∼1903)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1919년에 발표했다.달이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숭고한 가치를 말하는 것이고, 6펜스는 물질의 욕망과 탐욕을 뜻한다. 당시 6펜스는 영국의 화폐 중에서 가장 낮은 가치를 담고 있는 은화 동전이다. 둘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폴 고갱 자신을 가장 많이 닮았던 딸 알린이 폐렴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갱은 버텨왔던 모든 의지와 희망을 잃었다. 잠을 이룰 수도 없고 살아갈 힘마저도 잃어버렸다. 고갱은 이때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시체를 개미들이 뜯어 먹도록 산으로 올라가서 음독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토하는 바람에 극심한 복통을 앓으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인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렸다.‘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1897년)이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 그림을 아무렇게나 그린 미완성 작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그림은 내가 그렸던 어떤 그림보다 뛰어나고 앞으로도 이 그림보다 더 뛰어난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서머싯 몸은 ‘달과 6펜스’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위대함이란 무엇일까요? 때를 잘 만나고, 성공해서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많이 번 소위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서 위대함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런 위대함은 그 사람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황이 변하면 위대함에 대한 평가도 사뭇 달라지게 마련이다.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서민의 생활이 어느 때보다 팍팍해졌다. 많은 사람은 실제로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행하지 않고 말로만 떠벌인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가치관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민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보지도 않고 말이다. 아무리 어려운 때일지라도 살아있는 자체가 위대한 것이다.

2022-08-03

병자(丙子)

육십갑자 중 열세 번째에 해당하는 병자(丙子)다. 천간(天干)은 병화(丙火)요, 지지(地支)는 자수(子水)다. 계절로는 병(丙)은 5월 더운 여름이고, 자(子)는 12월 추운 겨울이다. 추운 겨울에 호수나 바다 위에 떠있는 태양이다.병자일주(丙子日柱)는 음기가 가장 강할 때이므로 태양이 자기의 뜻을 펼치기가 사실 쉽지 않을 환경이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차분한 것이 특징이며, 태양이 떠오르는 기운처럼 기회가 왔을 때 성취할 수 있게 스스로를 단련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그러나 자신이 곤란을 당하게 되면 인덕이 있어서 구호의 손길이 저절로 온다고 한다. 반면에 성격적으로 조금 불안정하여 엄청스럽게 정(情)이 많기 때문에 누구를 좋아하면 푹 빠지는 경향이 있고, 아니다 싶으면 남의 등에 칼을 꽂듯이 돌아서는 기질이 있다. 병화(丙火)는 대체적으로 외모가 수려하고 잘 생긴 사람이 많고, 친절하고 사교성이 좋아 인복이 따르는 경향이 있다.자수(子水)와 병화(丙火)는 서로 상극(相克)을 하고 있다. 적은 양의 물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증발되기 십상이며, 많은 물은 불을 끄기도 한다. 물과 불은 서로의 영역과 성질이 다르며, 서로 대립되고 쉽게 섞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부의 조건에 의해 서로 합화(合化)될 수가 있다.“서로 반대되는 것은 하나다”라고 주장한 중세 독일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우스 쿠자누스(1401∼1464)는 반대물의 일치를 창안했다. 즉 반대되는 모든 것들은 하나에서 나와서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동일하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있는 것과 없는 것, 삶과 죽음, 선하고 악한 것, 아름답고 추한 것, 귀하고 천한 것’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립된 양극단이 하나로 일치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대구 태생인 현진건(1900∼1943) 작가의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김첨지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하층민의 비극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인력거꾼 김첨지는 아픈 아내가 오늘 하루만 나가지 말아 달라는 간청에도 일하러 나갔다. 며칠 전에 보리죽을 끓여 먹기도 어려운 처지에 설렁탕을 사달라고 해서 야단쳤던 적이 있었다. 오늘은 비까지 내리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나 운수가 좋다. 이 손님이 내리면 그 손님이, 그 손님이 내리면 저 손님이 타는 것이다. 더욱이 인력거요금에 시비하는 손님도 없었다. 그냥 달라는 대로였다. 그는 행복했다. 이제 아내에게는 설렁탕을, 그리고 젖배를 곯은 세 살 배기 아기에게는 죽을 사줄 수 있기 때문이다.대통의 운수는 계속 이어졌다. 일말의 불안을 한잔 술로 떨치며 설렁탕 한 그릇까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내는 집에 죽어 있었고, 어린 아들이 엄마의 빈 젖을 빨고 있었다.같은 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면 동시에 일어난 날은 좋은 날인가, 아니면 나쁜 날인가? 재수 좋게 돈을 많이 벌었다는 입장에서 보면 좋은 날이고, 아내가 죽었다는 현실에서는 나쁜 날인 것이다. 그렇지만 삶은 문제의 연속이며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태어난 환경과 유전적 자질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주팔자의 틀 속에서 벗어나서 행복을 추구하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일상생활에서 희미하게나마 우리는 쿠자누스적 운명의 발길을 예감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지극히 아름다운 것 앞에서 절로 눈물이 솟고, 진정 행복한 순간에 우리는 불안해진다. 삶이 몹시 즐거울 때 참으로 죽음이 두려워지고 만남의 기쁨에 황홀해 있는 순간 이별의 슬픔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지지(地支) 자(子)는 아들 자(子)자 답게 왜소하며 양지바른 담벼락 아래서 놀이에 열중하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또한 쥐의 형태로 쥐 서(鼠)이며 야행성으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주로 은밀한 곳에 숨어서 살고, 숨어다닌다. 병자일주(丙子日柱)의 자(子)는 예의바르고 책임감이 강하며 스스로 통제하여 이치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내심과 지속력과 생활력이 강하고, 먹이를 모아놓는 습성 때문에 숨겨놓은 재산이 많을 수 있다.가정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데는 재산이 필요하다. 재산은 가정의 일부이고, 재산을 획득하는 기술은 가정을 운영하는 기술이다. 생활필수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잘살기는커녕 사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이 어떤 것도 불완전하거나 쓸데없이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양털은 옷감을 짜는 사람에게 천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사냥도 재산 획득 기술의 일부이며 어떤 의미에서 전쟁 기술도 재산 획득 기술의 일종인 것이다. 그리고 재산이나 부가 본성적으로 생활필수품을 마련하기 위한 획득 기술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을 알아야 되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1636년 병자년(丙子年) 12월에 일어난 병자호란으로 인해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는 충절을 기억하지만 청나라 심양에 인질로 끌려간 약 40만 명의 백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눈물의 세월은 기억하지 않는다. 특히 조선으로 돌아온 여자들을 ‘환향녀(還鄕女)’란 이름으로 정죄하였다.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이 있다. 즉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거나,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과거에 의미 없이 한 말과 행동의 결과가 현재의 인과로 드러나는 법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과 기다리는 힘, 인내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청정한 세상인 정토(淨土)가 아닌 괴로움으로 가득찬 세상인 예토(穢土)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최상의 날을 경계하고, 운수좋은 날을 조심해야 한다. 후회스러운 그날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2-07-20

을해(乙亥)

육십갑자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을해(乙亥)이다. 천간(天干)은 을목(乙木), 지지(地支)는 해수(亥水)다.을해(乙亥) 일주는 일명 부평초, 즉 물 위를 떠다니는 풀잎의 모양이다. 온화하고 인내심은 강하나, 의지력은 약한 편이다. 의타심이 강한 편이고, 생존력이 뛰어나 성취를 위해서 노력하는 형이다. 강한 자존심에 비해 줏대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따라서 자존심을 줄여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을목(乙木)을 등라계갑(藤蘿繫甲)이라 한다. 천간(天干) 중 을(乙)과 갑(甲)이 같이 있는 사주를 말한다. 을목(乙木)인 등라(藤蘿), 담쟁이덩굴이 갑목(甲木)인 소나무를 휘감아 의지한다는 뜻이다. 소나무와 같이 곧게 자라는 나무는 홀로 성장할 수 있지만, 넝굴식물은 소나무와 같은 기댈 곳이 있어야 타고 오른다. 이와 같은 이치로 명리학에서는 등라계갑(藤蘿繫甲)이라 말한다.등라계갑이 사주에 있으면, 혼자의 힘으로 어려운 출세를 하거나 재물을 모으는데 형제나 친구 등의 힘을 빌려서 취할 수가 있다. 타인을 의지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재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족한 면을 타인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중국 ‘경자(景子)’편에 나오는 글이다. ‘복자천’이 중국 노나라 단부지방을 다스릴 때, 날마다 거문고를 타면서 느긋하고 한가롭게 지내고 집무실에는 별로 나가 앉은 적이 없었는데도 단부를 훌륭하게 다스렸다.한편 ‘무마기’라는 사람이 단부를 다스릴 때는 날마다 하늘의 별들이 스러지기도 전에 집무실에 나가고,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게 빛날 때가 되어야 잠자러 돌아오곤 하였다. 그는 낮이나 밤이나 편히 쉬는 날이 없이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 직접 처리해야만 했다.어느 날 ‘무마기’가 ‘복자천’에게 단부를 훌륭하게 다스릴 수 있었던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복자천’이 “내가 다스린 방법은 다른 여러 사람들의 지혜와 능력을 빌리는 것이었다네. 자네는 오로지 자기 스스로의 능력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의 능력에만 의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은 일을 혼자 힘들게 처리해야 하고, 다른 여러 사람의 지혜와 능력에 의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편하고 한가롭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자기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옆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옮기는 것이다. 남에게 일을 맡길 때는 의심이 생기면 맡기지 말아야 하며, 일단 일을 맡기면 믿고 성패에 관계없이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지지(地支) 해(亥)는 11월 초겨울에 해당하며, 색깔로는 검은색이다. 동물로는 돼지다. 일명 흑돼지라 할 수 있다. 초겨울이라 을목(乙木)은 성장을 멈춘 시기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기에 돼지에게는 배고픈 시간이기도 하다.흑돼지라면 제주도 흑돼지가 떠오른다. 2015년 3월 17일에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었고. 우리나라 토종 돼지 종자 중의 하나인 제주 흑돼지는 내륙과 떨어진 독립된 환경에서 다른 품종의 돼지와 계통(系統)이 섞이지 않았고 오랫동안 생존한 제주 고유의 재래가축이다.사주일주에 해(亥)가 있으면, 인복이 많고, 선천적으로 낙천적이며, 평소엔 온순하며 다정다감하나, 한 번 뒤틀려 고집을 피우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돼지띠는 억압하며 앞으로 강제로 끌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를 칠 수도 있으니 살살 달래며 이끌어주는 것이 이롭다.돼지모양새가 온순하며 특이하게 생겨, 잡식성이라 먹성도 좋고 순해 보이기도 한다. 돼지는 뚱뚱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뚱뚱한 사람을 놀리는 단어로 돼지가 사용되지만, 돼지와 관련된 인물이나 대상을 묘사할 때 탐욕스럽지만 머리가 좋은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영국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1945년 8월 17일 출간된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조선이 해방된 해이다. ‘동물농장’을 살펴보면, ‘동물농장’에서 돼지를 농장 동물들 가운데 제일가는 지성을 갖춘 동물로 묘사했다. 농장의 모든 동물에게 존경을 받고, 가장 나이가 많고 연로한 수퇘지 ‘메이저’는 ‘두 다리로 걷는 놈은 전부 적이며, 네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동물은 모두 우리의 친구이다.’라며 동물을 제외한 모든 이는 적이라 이야기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돼지 외에는 글자를 몰랐던 다수의 동물들은 이러한 ‘메이저’의 주장에 동조하고, ‘인간이 없는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동물들에게 전달하며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며 죽는다. 마침내 농장에서 농장주 인간 존스를 쫓아내기 위해 수퇘지 스노블과 나폴레옹이 혁명을 일으킨다. 혁명에 성공한 초기 스노블이 있던 시기의 동물농장은 인간이 운영할 때보다 훨씬 살기 좋았던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스노블이 나폴레옹과의 권력다툼에서 쫓겨난 후에는 동물농장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다.돼지 나폴레옹은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며 동물을 통제하기 시작하였으니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한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하위계층을 끌어들여 혁명을 일으킨 중간계층이 결국은 자신들의 신분상승 도구로만 이용한 뒤 다시 피지배계층 위에 군림하는 지배계층이 된 것이다. 동물주의 실현을 외치면서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동물농장에서 인간을 축출하고 동물만의 세상을 이뤄냄으로써 완벽하게 실현한다. 나폴레옹은 결국에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로 마지막 남은 계명까지 바꾸어 버린다.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 결과다.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와중에도 돈을 번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겠다. 옛 말을 소개하면 득지본유(得之本有). 얻었다고 하나, 원래 있었던 것이고. 실지본무(失之本無). 잃었다고 하나, 본래부터 없었던 것이다.

2022-07-06

갑술(甲戌)

육십갑자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갑술(甲戌)이다. 천간(天干)은 갑목(甲木), 지지(地支)는 술토(戌土)다. 12지지를 10천간과 개수로 비교하면 둘이 남는다. 바로 술(戌)과 해(亥)이다. 어찌 보면 ‘윤달’과 같다. 하늘에는 없는데 땅에 있는 기운. 그래서 갑술(甲戌)에서 주인공은 술(戌)이다.술(戌)은 동물로는 개다. 개는 참으로 영리하며, 우리가 누구라는 것을 잘 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정체를 알고,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귀신을 보기도 하고, 후각이 좋아 항상 주위를 잘 경계한다.사주팔자 중에 개 술(戌)의 기운을 가진 사람들은 뭔가 배우고, 갖추고, 공부하고, 만나고, 듣고, 말하고 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아마도 천기(天氣)가 없어 지기(地氣)만으로 살아야 하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혜는 없어도 경험을 통한 지식은 엄청나게 많다. 특히 재복도 많고, 바쁘고 친하면서도 제멋대로고, 여자건 남자건 이성을 좋아하고, 종교가 있어도 하느님이나 부처님이나 다 자기와 동급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대장도 아닌 게 대장이라고 하니 밉지는 않다.갑술생(甲戌生), 개띠들은 ‘진짜 눈먼 개띠’라고 한다. 결혼운도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서 인생 초창기는 고생을 많이 하지만 나중에는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한다.갑술 일주는 매우 활달하고, 성공이나 출세나 여하간 남들보다 잘 되기 위해서 몹시 분주한 사람들이다. 몸이 바쁘고 고단할 정도로 나름 열심이며, 의타심이 강해 누군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항상 찾는다. 나쁘게는 상대방을 항상 의지하고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위급상황에서 자기를 희생하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하나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임진왜란(1598년) 때 왜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일주(日柱)가 갑술(甲戌)이다. 조선 중기 유몽인(1559∼1623)이 엮은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 권1 효열(孝烈)편에 논개에 대한 글이 있다.논개(論介)는 진주 관기(官妓)였다. 계사년(1599년)에 김천일이 의병을 일으켜 진주를 근거지로 왜병과 싸우다가 마침내 성이 함락되어 군사는 패하고 백성은 모두 죽었다. 이때 논개는 분단장을 곱게 하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꼭대기에 서 있었으니 아래는 만길 낭떠러지였다. 사람의 혼이라도 삼킬 듯이 물결이 넘실거렸다. 왜병들은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지만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장 하나가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며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논개는 요염한 웃음을 흘리면서 왜장을 맞았다. 왜장의 손이 그녀의 몸을 잡자 논개는 힘껏 왜장을 끌어안는가 싶더니 마침내 몸을 만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졌다. 그 둘은 모두 죽고 말았다.임진왜란을 당하여 관기의 경우 왜놈에게 욕을 당하지 않고 죽은 이가 어찌 논개 한 사람에 그치겠는가? 이름도 없이 죽어 간 여인들을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는 것이 한이다. 관기라 하여 왜적에게 욕을 당하지 않고 목숨을 끊었다고 할지라도 정렬(貞烈)이라 칭할 수 없으니 어찌하랴. 그러나 그런 도랑물 같은 신세로서도 또한 성화(聖化)할 수 있는 정신이 있었으니 나라를 등지고 왜적에게 몸을 바치는 것을 차마 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충(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나라에 충(忠)하는 것이 오직 사대부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약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갑목(甲木)은 솟구치려는 경향이 있고, 술토(戌土)는 홀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개의 모습이다.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갑술 일주는 활동적이며, 허허벌판에서 홀로 솟은 나무답게 독립심도 강하다. 인간 친화적인 개와 비슷하게 갑술 일주는 대체적으로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같이 갈 도반을 소망하는 것이다. 자기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인관계가 좋다는 것은 본인의 내면이 공허한 것과는 다르다. 갑술 일주의 내면은 고독할 수 있으나 겉으로 볼 때는 남들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영국의 여류작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의 동화 ‘플랜더스의 개’가 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가난하고 어린 넬로와 늙은 개 파트라슈의 이야기다. 화가를 꿈꾸며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성당 안에 있는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자정미사가 끝난 뒤 성당 문은 잠기지 않은 채 그냥 열려 있어서 넬로와 파트라슈는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그림이 한 순간 찬란하게 눈에 들어왔다. 넬로는 그림을 향해 두 팔을 뻗었고, 뜨거운 환희의 눈물이 창백한 넬로의 얼굴에서 반짝였다. “마침내 그림을 봤어! 오 하나님! 이제 됐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렇게 소원하던 그림을 보고, 굶주림과 추위에 떨면서 넬로는 충실한 개 파트라슈와 함께 죽어갔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개는 사람이 길들인 최초의 동물이다. 정확한 시기에 대한 주장은 엇갈리지만 약 1만5천년 전에 이미 가축화된 개가 존재했다는 증거도 있다. 개는 사냥과 싸움에 이용되었으며 집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도 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사람과 개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도록 진화했다. 사람과 개는 사람과 다른 동물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북부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1만2천년 전의 무덤에는 50세 정도의 여자와 강아지 뼈가 들어 있었다. 강아지는 여자의 머리 가까이에 묻혔다. 그녀의 왼손은 개 위에 놓여 있었는데, 이는 감정적 유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죽음의 동반자로서 애완견이 장례의식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광활한 우주에 푸른 작은 별, 지구에는 인간만이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며 풍요로운 관계로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한 해에 버려지는 개가 10만 마리나 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22-06-22

계유(癸酉)

육십갑자 중 열 번째 계유(癸酉)이다. 천간(天干)은 계수(癸水), 지지(地支)는 유금(酉金)이다.계유일주(癸酉日柱) 금수(金水)의 기운으로 맑은 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너무 깨끗하다보니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며 결벽증이 있다. 닭의 형상이라, 항상 분주하고 모이를 쪼듯이 말이 많고 매서운 면이 있다. 닭 벼슬 있어 겉모습이 화려하며 잘 꾸미는 편이다. 깔끔한 미모를 갖고 있기에 미남 미녀가 많다. 계수(癸水)는 연약한 음수(陰水)다. 하늘에서는 비와 이슬(雨露)이고, 땅으로 내려오면 계곡물이 된다. 품성이 온화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며, 사려 깊은 지혜의 인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가뭄의 단비와 같이 도와주는 지혜로움이 있다. 계수(癸水)는 부드러운 모습이지만 유금(酉金)은 가슴에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이중적이다.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혁명적인 기질을 늘 간직하고 있다.계유년(癸酉年) 1393년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국호를 조선(朝鮮)이라고 정한 해이다. 조선 건국 이후 최대의 과제는 조선왕조의 기틀을 잡는 사업, 즉 각종 문물제도의 정비였다. 세종의 재위기간은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훌륭했던 태평성대로 손꼽힌다. 문종은 재위 2년 4개월 만에 서른아홉의 한창 나이로 병사하였다.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단종의 나이는 겨우 열두 살에 불과했다.계유년(癸酉年) 1453년, 단종 1년에 일어난 계유정난(癸酉靖亂)은 세종(世宗)의 둘째 아들 세조(世祖)가 조카 단종(端宗)에게서 왕위를 찬탈하고자 일으킨 사건이다. 계유정난을 통해 수양대군은 문종(文宗)의 유지를 받들어 단종을 보필하던 김종서(金宗瑞), 황보인(皇甫仁) 등을 살해하고 조선의 실권을 손아귀에 넣었다. ‘난(亂)을 다스렸다’는 뜻인 ‘정란(靖亂)’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이 역모를 꾸몄다는 것을 핑계로 그들을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계유정난, 이징옥의 난(李澄玉-亂) 등을 통해 기반을 다진 수양대군은 결국 정란 2년 뒤에 단종으로부터 선위 받아 왕위에 올랐다. 조선의 제7대왕 세조(世祖)다.세조는 즉위한 이후 나라를 바로 세우고 민생을 살피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백성들의 삶이 나아졌을까? 세조가 실행한 개혁정책들은 불행하게도 크게 실효를 보지 못했다. 공신들이 많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세조에게 야망과 냉철한 결단력이 있기도 했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의 판을 엎고 새로운 판을 짜려고 할 때는 반드시 조력자와 공신이 필요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즉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백성의 행복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는 없어 보였다. 자기 가문과 신분 유지를 위해서 절대로 자기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만의 싸움이지 백성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민초는 그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끝까지 신의를 지켜주기를 바랐을 뿐이다. 훗날 사대사화의 단초가 되기고 했다.닭은 옛날부터 무엇보다 신의를 중히 여기는 새다. 그리고 다섯 가지 덕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에 붉은 벼슬로 관(冠)을 쓰고 다니니 문(文)이요, 발에 삼지창이 달렸으니 무(武)요, 싸울 때는 분전하여 감투정신을 보여주니 용(勇)이요, 먹이를 보면 서로 불러 함께 먹으니 인(仁)이요, 밤을 새워 때를 놓치지 않고 새벽을 알리니 신(信)이다.계유일주(癸酉日柱)의 계수(癸水)는 비와 이슬같이 가냘프지만 끝까지 흘러가는 끈기와 집념이 있는 물이다. 물상으로는 가을철에 산사에 내리는 비의 모습이다. 고적하고 쓸쓸함이 묻어 있어 차갑고 냉정함을 느낀다. 하지만 외향적으로는 가장 화려하다. 계유(癸酉)는 검은 닭으로 오골계인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군계일학의 자질이 있어 자신을 드러내 세상에 알리려는 본능적인 감각이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다. 닭은 예로부터 어둠을 물리치고 밝음을 부르는 서조(瑞鳥)로 알려져 왔다. 빛의 도래를 예고하며 새벽을 알리는 닭은 민간에서 잡귀를 쫓는 주술적 영험을 가진 것으로 믿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초에 벽이나 대문에 닭 그림을 붙여두면 잡귀가 달아난다고 여겼으며, 설날 떡국에도 주로 닭고기를 넣었다. 혼례 초례상엔 청보와 홍보에 닭을 싸서 놓았으며, 폐백에도 닭을 사용했다.닭은 오덕(五德) 가운데서도 새벽을 알리는 정확한 울음소리(鷄嗚聲)를 으뜸으로 꼽았다. 새벽은 빛의 도래 즉 광명의 때를 의미한다. 이는 혼돈과 상극에서 조화와 상생으로 가는 천지개벽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산문 ‘별똥 떨어진 데’에서 “이제 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켠으로 훠히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온다고 하자”고 표현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닭은 오래 전부터 우리 겨레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신라 김알지(金閼智)의 탄생설화를 보면 신라 탈해왕 9년(서기 65년)에 왕이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날이 밝자 신하를 보내 이를 살펴보게 하였다. 신하가 시림에 이르러 보니 금빛으로 된 조그만 궤짝 하나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고, 흰 닭이 그 밑에서 울고 있다. 신하가 돌아와 그 사실을 아뢰니 왕은 사자를 시켜 그 궤짝을 가져오게 한 다음 그 궤를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얼굴이 총명하게 생긴 어린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여 아이를 거두어 길렀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아주 총명하고 지력이 많았는데 이름을 ‘알지’라 하고 금궤 속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 씨로 하였으며, 금궤가 있었던 시림을 고쳐 계림(鷄林)으로 바꾸고 이를 나라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우물 안의 개구리는 밤새도록 울어도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 그저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닭이 한 번 홰를 치면 천지만물을 깨운다. 천지는 만물이 생존하는 집이요, 어김없이 새벽마다 닭이 알려주는 시간은 집을 찾아오는 나그네다.

2022-06-08

류대창의 명리인문학… 임신(壬申)

육십갑자 중 아홉 번째 임신(壬申)이다. 천간(天干)은 임수(壬水), 지지(地支)는 신금(申金)이다.임수(壬水)는 넓은 호수, 바다로 표현한다. 넓은 호수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은 자세 덕분에 속이 깊어 내면의 심리를 알기 어렵고, 바다와 같이 넓은 까닭에 모든 것을 수용하는 덕이 있다. 물처럼 유연하고 총명함을 타고 났기에 박식함이 넘쳐 언변이 청산유수인 자가 많다.사주에 임수가 있으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있어 재물이 마르지 않는 것과 같아 대체적으로 부자가 많다.인간이 살아가면서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돈’으로 해결 되지 않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어떤 마을에 매우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먹을 것이 생기기나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느 날 우연히 달걀을 하나 얻게 되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나는 오늘 큰 재산을 얻었네”라고 말했다, 아내가 “큰 재산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달걀을 아내에게 내어 보이며 “이거지. 그렇지만 십 년쯤 기다려야 될 걸세”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셈을 해보게 되었다.“내가 옆집 주인에게 부탁하여, 그 집의 어미 닭에게 이 달걀을 함께 품도록 하여 병아리로 만들고 좀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찾아와야지. 그 병아리는 곧 닭이 되어 알을 낳게 되고, 한 달에 열다섯 개는 낳겠지. 그것들을 다시 품게 해서 알을 까면 병아리가 열다섯 마리가 되지. 그렇게 두 해만 지나면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닭으로 되어서 닭이 삼백 마리는 족히 될 것이고, 그것을 팔면 은 덩어리 열 개는 될 거야. 그 은 덩어리 열 개를 가지고 암소 다섯 마리는 살 수 있지. 암소가 또 암소를 낳으면서 삼년만 지나면 암소가 스물다섯 마리가 되지. 또 송아지가 크면서 새끼를 낳을 것까지 계산하면 삼년 만에 일백오십 마리는 될 거야. 그것을 팔면 은 덩어리 삼백 개는 되지 않겠소. 그 은 삼백 개를 가지고 빚 놀이를 하면, 또 삼 년 이내에 오백 개로 늘어나겠지. 그 가운데에서 삼분의 이는 밭을 사고 집을 짓고, 삼분의 일로는 집안일을 잘 할 아주머니를 두도록 하지. 나와 자네는 행복하게 늘그막을 살아가지.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를 둔다는 말을 듣자, “이 화근 덩어리를 남겨 두어서는 안 되겠군”하며 그 달걀을 땅에 던져 버렸다. ‘설도소설(雪濤小說)’ (중국 명나라 신종 때 강영과가 지은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다.먹고 살기 힘든 서민은 그 날 그 날 살기 위해 재물에 매달린다. 만약 부(富)를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비록 말채찍을 잡는 마부가 될지라도 나 또한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을 것이다.신금(申金)은 초가을처럼 맑고 결실을 맺는 시기며, 동물로는 원숭이다. 원숭이 원(猿)이 아니고, 원숭이 신(申)이다. 원숭이는 경계심이 강하고, 이해타산이 심하며 잔꾀가 많다. 자기 재주만 믿고 행동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만큼 똑똑하고 재주가 많다.진요자(‘송사’(宋史)에 실려 있는 강숙공)는 활을 매우 잘 쏘았다. 그와 겨룰 만한 사람이라곤 없었다. 그는 스스로 언제나 자기가 활을 제일 잘 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가 활을 쏘고 있는데 참기름을 파는 노인이 어깨에 메었던 짐을 내려놓고 활 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노인은 진요자가 쏘는 화살 열 개 가운데 아홉 개가 과녁의 한가운데에 맞는 것을 보고서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요자가 “당신도 활을 쏠 줄 아십니까? 나의 솜씨가 참으로 훌륭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이 “뭐 별로 특별한 비결이 있지는 않군요. 그저 손에 푹 익었을 뿐이군요!”라고 대답하였다. 진요자가 화가 나서 “어찌 겁도 없이 나의 활 쏘는 실력을 가볍게 본단 말이오!”라고 말했다.노인이 “내가 참기름을 병에 부어 본 경험이 있어 그러한 이치를 알지요”라고 대답하였다. 말을 마치더니 호리병처럼 생긴 참기름병을 하나 꺼내서 땅 위에 내려놓고, 엽전으로 병 아가리를 덮더니 국자로 참기름을 떠서 병 속에 넣었다. 참기름이 엽전의 가운데에 뚫려 있는 조그만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데, 엽전에는 조금도 참기름이 묻지 않았다.그러고는 노인이 “나도 뭐 별난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손에 푹 익었을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요자가 웃으면서 참기름을 파는 노인에게 “많이 파시오”라고 말하며 배웅해 주었다. ‘귀전록(歸田錄)’(북송 때 구양수가 쓴 산문집)에 나온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참기름 파는 노인과 장자에 나오는 소를 잡아서 고기를 발라내는 포정(庖丁)이라는 사람이나 수레바퀴를 쪼아 만드는 윤편(輪扁)이라는 사람이 무엇이 다를 바가 있는가?한 분야에 달인이라며 지나치게 재주를 과시하면 상대방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 자랑보다 겸손의 미덕도 필요하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원숭이를 일명 ‘잔나비’라고 하는데, 하는 짓이 경망스러워 붙여진 이름이다.임신(壬申)은 뜻이 다르지만 임신(妊娠)과 음(音)은 같다. 임신(妊娠)은 ‘아이를 배다’이다. 즉, 지상의 모든 생명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임신일주(壬申日柱)는 성욕이 왕성한 대표적인 일주(日柱)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사에 추진력이 있고, 다재다능하여 자기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사회에 기여하여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너무 잘난척하는 행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2022-05-25

신미(辛未)

육십갑자 중 여덟 번째 신미(辛未)다. 천간(天干) 신금(辛金)은 매울 신(辛)이다. 언 상태(-6~7°C)에서 딴 포도로 만드는 아이스 와인처럼 매서운 결단력, 시리도록 아픈 인내심, 그걸 느낀다. 이미 포도 잎도 하늘 기운이 수분을 다 거두어 가서 말라져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열매 안의 수분을 활용하여 버틴 끝에 저렇게 보석 같은 포도가 되고 아이스 와인이 된다.‘마지막 잎새’처럼, 하늘의 수분이 다 없어져서 이제는 버틸 힘도 없을 텐데, 저렇게 끝까지 남아 있는 존재, 이름 하여 매울 신(辛)이다. 신축생, 신묘생, 신미생, 신사생, 신유생, 신해생들은 보석 같기도 하고, 살벌하기도 하며, 면도칼 같다고도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상대는 모르지만 내가 알면 피해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신미(辛未) 일주를 ‘흙 속에 묻힌 보석’이라 한다. 흙 속에 있는 그 자체로 살면 된다. 밖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말고, 말이나 마음이나 물질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면 되는데, 남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남에게 베푼 것은 바닷가 모래 위에 쓰고 남의 도움을 받았으면 바위에 새기면 된다. 천간(天干)이 매울 신(辛)이기에 절대 공치사하면 안 되는 것이다.땅의 기운 미(未)는 양(羊)이다. ‘보석으로 치장한 양(羊)’이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에서도 좋아하는 동물이다. 뒤탈이 없는 지기(地氣)의 대표적 동물이다. 조용하고 부끄러움도 많고, 잘 나서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예술과 재능은 풍부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남을 돕고 싶어 하는 기질도 많다. 남 돕는다고 돕다가 도리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이런 잘난 면이 있다고 보여주려다 하늘의 매서운 신(辛)맛을 보는 경우다. 남을 탓하지 말고 신미(辛未)의 양(羊)답게 희생양(72A0牲羊)이 되면 된다.희생양은 제물로 바치기 위해 희생되는 양(羊)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피해자라는 뜻도 된다. 지금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피해자’란 의미로 사용된다. 희생양의 유래는 구약성경에서 나온 말이며 ‘속죄양’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죄를 지었을 때 양이나 염소에게 죄를 전가하여 대신 속죄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다.중국 전국시대에 초나라의 왕이 오나라를 공격했다. 오나라에서는 ‘저위’와 ‘궐융’으로 하여금 초나라 군사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면서 노고를 위로하게 하였다. 초나라의 장군이 “잡아라! 그들을 죽여서 그 피를 북에 바르고 우리 군대의 사기를 올려라”라고 명령을 내렸다. 초나라 장군이 저위와 궐융에게 “너희들이 여기 올 때에, 먼저 쾌를 뽑아서 점을 쳐봤느냐?”라고 물었다. “점을 쳐 봤소이다”라고 대답했다. “점쾌를 풀어보니, 길하고 이로웠느냐?”라고 물었다. “길했소”라고 대답했다. 초나라 장군이 “지금 우리가 너희를 죽여서 그 피를 북에다 바르고 군대의 사기를 높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그 두 사람은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크게 길하고 이롭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오. 오나라의 왕이 우리를 이곳에 보낸 뜻은 당신네 군대의 정세를 알아보자고 한 것이다. 장군께서 만약 노함을 그치지 못한다면, 우리 오나라는 성을 에워싸고 있는 못을 더욱 깊게 파고, 성벽을 더욱 높이 쌓을 것이오. 장군께서 만약 우리들을 손님처럼 대우해 준다면, 오나라는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풀 것이요. 지금 장군께서 우리를 죽인다면, 오나라는 반드시 경계를 강화하고 엄중하게 방비할 것이요”라고 말했다.이어 “우리가 쾌를 뽑으면서 길흉을 물었을 때에는, 오나라의 길흉을 물은 것이지, 우리 개인의 길흉을 물은 것이 아니오. 만약 우리 둘을 희생시켜서 한 나라를 보존할 수 있다면, 어찌 길하고 이롭다 하지 아니할 수 있겠소.만약 죽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면, 우리들의 피를 가지고 북에 바르면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무엇이 이로울 것이며, 만약 죽은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다면, 우리들은 두 나라의 군대가 서로 맞붙고 있을 때에, 초나라의 북을 울리지 못하도록 하여서 방해할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난 장군은 그 두 사람을 죽이지 못했다.한비자 ‘세림(說林)’ 하편에 나오는 글이다. 나라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야말로, 그 자체가 아름다운 덕이다.사주에 양(羊)이 있으면 대부분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넘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은 대부분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침착하고 차분하다. 신중함을 가지고 있어서 상처를 받거나 화나는 일이 있어도 쉽게 풀어지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양은 좋은 목초지를 찾아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수가 있다고 한다. 사주 연월일시를 볼 때 양이 태어난 연(年)에 있다면 부모를 떠나 객지 생활을 하고, 태어난 월(月)에 있으면, 객지 생활을 하며, 이성 관계가 복잡하다. 태어난 일(日)에 있으면, 배우자와 관계가 부실하여 집 밖을 떠도는 경향이 있다. 태어난 시(時)에 있으면 자녀와 운이 좋지 않아 자식 덕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알면 업(業)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천연기념물 ‘산양(山羊)’은 ‘숲속에 사는 작은 양’이다. 바위가 있는 급경사의 높은 산에서 튼튼한 발굽과 잘 발달된 두 개의 발가락으로 가파른 경사의 바위틈을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바위가 있는 산악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서식 환경이 열악하여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다.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 주위에 ‘산양’처럼 각박한 환경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가정이 없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힘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푸른 초원 위에서 양처럼 평화롭고 어려움이 없는 가정이 되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2-05-11

경오(庚午)

육십갑자 중 일곱번 째 경오(庚午)다. 경(庚)이라는 천시(天時)는 바로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나무에게서 하늘의 기운인 천기를 다시 거두어 가는 것이기에 결실을 맺는다. 겨울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사실, 나무는 ‘에고 에고 나 죽소!’하는데 사람들은 단풍놀이에 흠뻑 빠져 아름다움에 즐거워한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자연의 이치를 모를 뿐이다.땅의 기운은 ‘말’오(午)다. ‘말’이라는 지기(地氣)만 놓고 본다면 일기당천(一騎當千·한 사람의 기병이 천 사람을 당한다는 싸우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뜻)하기에 더 적합한 하늘의 기운을 키울 ‘종마’(種馬·씨를 받기 위하여 기르는 말)가 된다. 조랑말이나 짐을 끌고 다니는 말이 아니라,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千里馬), 적토마(赤兎馬) 같은 명마를 길러낼 ‘종마’가 된다. 말 중에 제일 비싼 말이 ‘종마’다.창업을 하여 오너가 되려면 ‘종잣(種子)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은 장사를 하건, 사업을 하건, 뭔가 있어야 하지라고 말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신뢰’가 ‘종잣돈’이라 생각한다. ‘신뢰’가 없으면 천신(天神), 지신(地神), 또 어떠한 존재도 마음속의 소망을 이룰 ‘종잣돈’을 주지 않는다. ‘신뢰’라는 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하늘이 돕고 땅이 돕는다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의 도움이라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게 되는 것이다.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시민혁명군에 포위되었을 때 궁전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스위스 용병 약 700명이다. 이들은 프랑스 왕과 왕비를 지키기 위해 용맹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다. 시민혁명군이 퇴각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스위스 용병은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제의를 거절했다. “우리가 신뢰나 의무를 저버린다면 우리 후손은 더이상 용병으로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죽은 용병의 품에서 나온 유서 글이다. 오늘날 스위스 용병이 로마교황청의 경비도 담당하는 전통으로 이어지는 이유다.사주 인연이 부자인 사람은 부자거나 부자였고, 출세한 사람은 출세했거나 한 때 그러했다. 사주 인연이 그저 먹고 사는 사람은 과거에도 그랬거나, 지금도 그러한 정도다. 반면에 사주 인연이 거의 없는 사람은 원래 이번 생(生)이 그러하거나, 무식하게 까불다가 강등된 분이다. 그래서 자기 위치와 환경을 볼 줄 아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경오(庚午) 일주는 하늘에서 경을 치니(나쁜 짓을 해서 혼내주다) 말이 무조건 달려가는 형상이다. 자기 사주를 모르고, 지금 처한 형편도 모르면 위험이 닥칠 수 있다. 바로 내가 가진 아집을 버려야 큰 것을 얻을 힘이 들어온다. 이런 이치도 모르고 멀쩡한 부모, 형제 복을 자기 발로 걷어차고 나는 자수성가한다고 억지를 부리면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다. 그러나 성공하면 크게 성공을 한다. 주위의 인연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경(庚)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바위다. 오(午)는 야생성을 잃지 않은 말의 모습이다. 대담하고 거침이 없으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기상을 가지고 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미와 자연미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꾸미지 않아도 자체에서 발산되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뭇사람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말은 등에 누가 타든 주인에 대한 인식이 없이 무작정 달려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안하무인(眼下無人)적인 행동이 큰 단점이다. 말은 주인을 잘 만나야 힘들지 않은 삶을 영위 할 수 있고, 아니면 똥 구르마를 끄는 고달픈 신세가 된다. 사람도 배우자를 잘 만나야 된다.옛날 어떤 임금이 천금을 가지고 천리마를 사려고 삼 년 동안 노력하였지만, 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환관이 “제가 천리마를 사 올 터이니 저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임금에게 청했다. 임금이 허락하였다. 허락을 받고 천리마를 찾아 나선 그 환관은 석 달을 아무 성과 없이 보내고 나서야 참다운 천리마 한 마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 말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그 말이 죽은 후였다.그 환관은 5백금을 주고 죽은 말의 머리를 사서 매우 기뻐하면서 궁궐로 돌아왔다. 임금이 그 환관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벼락같은 소리로 “내가 사오라고 한 것이 살아있는 말인 줄 몰랐더냐? 죽은 말을 무엇에 쓰란 말이냐? 게다가 어처구니없게 5백금이나 헛되게 써버리다니!”라면서 나무랐다. 류대창명리연구자 그 환관은 “비록 죽었을지라도 천리마라는 이유로 5백금을 아낌없이 줄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천리마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 소식이 온 나라에 퍼져 나간다면, 백성들은 임금님께서 진심으로 천리마를 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천리마는 스스로 이곳으로 찾아 올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과연 일 년도 못 되어서 궁궐 문 앞은 팔려고 내 놓은 천리마로 장시를 이루게 되었다. 유향의 전국책 ‘연책(燕策) 1편’에 나오는 글이다.사마천 사기 ‘백이열전’에 안회를 ‘천리마의 꼬리에 매달려 천 리를 가는 쉬파리’로 표현했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공문십철의 으뜸으로 인정받은 것은 공자의 수제자로서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후세까지 이름을 남긴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천리마가 없다고 한다. 천리마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천리마도 자기를 알아주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면 실수하기 쉽다. 비슷한 것은 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2022-04-20

기사(己巳)

육십갑자 중 여섯 번째 기사(己巳)다. 기토(己土)를 문전옥답(門前沃畓)으로 표현한다. 집 가까이에 있는 비옥한 논이며, 아주 귀한 재산을 의미한다. 사화(巳火)는 물상으로 겨울잠에서 깨어 나와 허기에 지쳐 독이 오른 뱀이다.기사(己巳)는 초여름 정원(庭園)을 상징하며 지적이고 대중적이다. 어떤 고난을 당해도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이 여유로움을 부릴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고집이 강하고, 불굴의 의지를 갖고, 확신에 차있는 모습이다. 때론 독선으로 흐르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흙토(土)의 성질이 강하여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기사일주(己巳日柱)는 항시 분주다망하며, 뱀이 기어가다 머리를 세운 모습이라 활동력도 강하다. 총명하고 재주가 많기 때문에 자만심으로 빠질 수가 있다. 뱀은 혀끝이 두 개로 갈라진, 혀가 두 개인 동물이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며, 겉과 속이 다르다고도 한다. 호불호(好不好·좋음과 좋지 않음)가 명확하여 낭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음과 나쁨, 추하고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불경(佛經) ‘아함경’과 ‘열반경’에 ‘공덕천녀와 흑암천녀’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어떤 부잣집에 도착했다. “잠시 묵어갈 수 있겠는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집주인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어디서 오신 누구신지요?” “저는 공덕천녀라고 합니다. 저는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로 금은보석과 말, 수레, 의복, 하인 등을 얼마든지 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룻밤 묵어갈까 합니다.” “호오! 그렇소? 어서 들어오시오. 환영합니다.” 그리하여 집주인은 공덕천녀를 맞아들였다. 그런데 공덕천녀 옆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추악한 여인이 서 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런 경사스러운 때 나타난 당신은 누구요?”라고 묻자, “저는 흑암천녀라고 합니다.” “이름이 꼭 걸맞는구려. 당신이 하는 일은 대체 뭐요?” “저는 가는 집마다 재물은 없어지고, 마침내 망하게 되지요.” “썩 나가라! 우물쭈물하면 목을 베어버리겠다.” 그러자 흑암처녀는 싸늘하게 웃었다. “어리석은 주인이여! 언니가 곁에 계시는데 나를 이리 구박할 수 있소?”“그럼 네가 공덕천녀님과 자매간이란 말인가?” “그렇소, 이 분은 내 언니이며, 우리 둘은 단짝이어서 늘 함께 다닌다오.” “믿을 수 없다. 공덕천녀님! 이 여자 말이 사실입니까?” 집주인은 마침내 결심한다. “정 그렇다면 나로선 두 분 다 사양하겠소이다. 나가 주시오.”그런데 어느 가난한 집에 가자, 그 집 주인은 기뻐하면서 두 천녀를 맞아들이고 후대하는 것이었다. 좋은 걸 좋아하고, 싫은 걸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그 둘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앞면을 가지기 위해서 뒷면을 버릴 수 없다. 부처님은 이 비유를 드신 후 말씀하셨다.“비구들이여, 여기서 공덕천녀는 행복이나 삶을, 흑암처녀는 불행이나 죽음을 의미한다.”사주(四柱)에 뱀 사(巳)가 있는 사람은 대체로 권력지향적인 경향이 있다. 승부욕도 강하고 질투심도 많다. 지혜로운 면이 있는 반면에 질투에 눈이 멀어 남들에게 날카로운 말을 해 상처를 줄 경우가 있다. 자신을 낮추어서 겸손하게 처리하면 출세할 운이 온다. 만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릇이며, 인내와 노력이 있어 성공이 따르는 성품이다.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인 추기(鄒忌)는 남들보다 훨씬 키가 크고, 아주 잘 생겼다. 어느 날 아침 그가 좋은 옷에 좋은 모자를 쓰고는, 거울을 보면서 자기 아내에게 “온 나라 사람들이 미남이라고 떠드는 서공과 나를 비교할 때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소?”라고 물었다. 그의 아내가 “당신이 훨씬 잘생겼어요. 서공이 어찌 당신에게 비교될 수 있겠어요”라고 대답하였다.추기는 자기가 서공보다 잘생겼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자기의 첩(妾)에게 가서 “나와 서공을 비교할 때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소?”라고 물었다. 첩(妾)도 “서공이 어찌 당신만 하겠어요!”라고 대답하였다. 그 다음날 어떤 손님이 추기를 찾아왔다.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추기는 또 “나와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다.그 손님도 “서공은 어른만큼 미남이 못 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런 다음날 마침 서공이 추기를 찾아왔다. 서공을 자세히 뜯어보니 서공보다 못함이 확실하였다. 거울을 앞에 놓고 뜯어보고, 또 뜯어보아도 서공보다 훨씬 뒤떨어졌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워서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자신을 추켜 세워준 사실을 거듭거듭 생각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나의 아내가 나를 잘 생겼다고 한 것은 나만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애첩이 내가 더 아름답다고 한 것은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손님은 나의 도움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로구나!” 유향 전국책 ‘제책(齊策)1’에 나오는 글이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추기는 한 나라의 재상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2022-04-06

무진(戊辰)

육십갑자 다섯 번째 무진(戊辰)에서 천간(天干)은 무성할 무(戊)요, 지지(地支) 진(辰)은 동물로 용(龍)이다.용(龍)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다. 하늘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나타낸다. 그리고 ‘하늘 기운의 농축액’인 ‘물’이 지상에 생명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땅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만든다. 바람을 부르고 비가 내리게 하는 하늘과의 영감이 가장 뛰어난 그 무엇을 상징하여 ‘용(龍)’이라고 한다. 임금은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용상(龍床)에 앉아 일체 만물 중생을 다스린다.옛 사람들은 사주에 ‘용(龍)’이 있으면 누구를 다스린다고 했다. 할 일이 없으면 벌통이라도 키우고, 아니면 동장, 반장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계모임에 ‘계주’라도 해야 그 빛이 난다고 했을 정도로 어찌되었건 앞에 나서려고 한다.무진일주(戊辰日柱)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야말로 무진장(無盡藏·불성은 넓고 크고 무궁하며 신묘한 작용이 끝이 없다)한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통상적으로 ‘산의 정상’이라고 하고 웅지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다가 홀연히 ‘천시’를 만나 크게 성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찌질하게 꿈이 작으면 하는 일마다 시작은 있으나 마무리가 없는 격이다.주역 건괘(乾卦)에 초구(初九)에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 했다. 이것은 물에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는 뜻이다. 즉 용이 물에 잠겨있으며 아직 자신을 밖으로 드러낼 때가 되지 않음을 말한다. 험난한 세상에 아직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때이다.‘설원’정간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흰 용이 맑고 깨끗한 연못에 내려와서 물고기로 모습을 바꾸어 헤엄치고 있었다. ‘예차’라는 고기잡이가 작살로 그의 눈을 쏘아 맞추었다. 흰 용은 하늘로 올라가서 천신에게 그 사실을 고해 바쳤다.천신이 그 용에게 “그때에 너는 어디에 있었으며, 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흰 용은 “맑은 연못이 있기에 내려가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천신이 “물고기라는 것은 원래 고기잡이가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예차’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할 곳에서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면 화를 자초한 경우가 많은데 경거망동을 경계한 것이다.용은 한 번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기 위해 물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때를 기다린다. 즉 출세하기 위해서다. 출세는 원래 ‘세상에 나간다’라는 뜻이다.‘등용문’이라는 말이 있다. ‘용문에 오르다’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에 들어서 출세를 위한 기회를 잡게 됨을 말한다.‘등용문’이 출세를 의미하게 된 것은 중국 황하의 거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원래 용문(龍門)은 황하 상류의 협곡 이름으로 이 근처는 물살이 매우 빨라 아무리 큰 고기일지라도 웬만해서는 여기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처럼 각고의 난관을 뚫고 입신출세를 하게 되는 것을 ‘용문에 오르다’라고 하였다.논형 ‘봉우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낙양지방인 주나라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라의 벼슬을 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 나이만 먹어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어느 날 그가 큰 길가에서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왜 우시오?”라고 물었다. “벼슬을 하고 싶었소만, 한 번도 그런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로 이렇게 나이만 먹어, 이제는 완전히 때가 지난 것 같소. 그래서 마음이 아파 우는 것이요”라고 대답하였다.또 어떤 사람이 “벼슬을 하고 싶었다면서 어째서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했단 말이요”라고 물었다.“내가 젊었을 적에 글과 사무를 배워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벼슬을 찾아 나서려고 했으나 그때의 임금님은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셨소.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시던 임금님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으로 자리에 오르신 임금님은 무예를 익힌 사람을 좋아하셨소. 나는 생각을 바꾸어서 글공부를 그만두고 무예를 배웠소. 무예를 상당하게 익히게 되자 무예를 좋아하시는 임금님도 돌아가셨소. 지금 자리에 계시는 임금님은 젊은 사람을 좋아하시는데, 나는 이미 늙어 버렸소. 결국 나는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하고 만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벼슬을 한다는 것은 때가 있는 것이고, 억지로 구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류대창명리연구자 한나라 유방 시절 한신은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며 치욕을 참으면서 때를 기다렸고, 제갈량이 와룡선생으로 은둔해 있을 당시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등용시켰다. 결국 때가 무르익었음이요, 나라를 경영하는데 참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진토(辰土)’는 습토(濕土)다. 봄의 촉촉한 땅이며 많은 생명을 키워낼 수 있는 대지라고 한다. 진(辰)을 형상화 한 용(龍)은 물을 주관하는 신이다. 가뭄이 들면 비를 내려달라며 용신제를 지낸다. 역시 용(龍)은 물과 관련이 깊다.중국 당나라 유우석(劉禹錫·772∼842)의 누실명(陋室銘) 첫 구절에 “山不在高(산불재고) 有仙則名(유선즉명), 산은 높지 않으나, 신선이 있으면 이름이 나고. 水不在深(수불재심) 有龍則靈(유용즉령), 물은 깊지 않으나, 용이 살고 있으면 신령스럽다”고 했다. 누가 그곳에 거처하느냐에 따라 귀하고 천한 것이 결정이 된다.

2022-03-23

정묘(丁卯)

정묘(丁卯)는 60갑자 중 네 번째다. 천간은 정화(丁火)요, 지지는 묘목(卯木)이다. ‘병(丙)’은 태양을, ‘정(丁)’은 촛불로 표현하며, ‘묘(卯)’는 ‘토끼’ 또는 ‘달’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정묘(丁卯)는 달 아래에서 촛불을 켜놓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비는, 기도하는 여인으로 묘사된다.기도는 자기에게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에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절대적 존재에게 비는 행위다. 그 내용은 가족의 건강, 남편의 출세, 자식의 대학합격, 취직 등 다양하다.‘한비자(韓非子)’〔내저설(內儲說) 하편〕에 보면 위(衛)나라의 어떤 부부가 촛불을 켜놓고 향을 사르며 신에게 복을 빌고 있었다. 부인이 빌기를 “그저 우리에게 돈 백 꾸러미만 내려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했다. 남편이 “어째서 그렇게 적은 것을 원하오?”라고 물었다. 부인이 “그보다 더 많으면, 당신이 그것으로 첩(妾)을 사려고 할지도 모르니 그 정도가 알맞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비는 복도 지나치면 화(禍)로 변한다.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것도 현명하다.정묘일주(丁卯日柱)를 가진 사람들은 효자, 효녀가 많다고 한다. 특히 미남, 미녀가 많은데 여성에게 많다고 한다. 여성이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근원적인 본성이다.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고, 보기 싫은 부분을 성형수술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할 수 있다면 그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동양에서 미인이라면 중국 사대 미녀로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를 꼽는다. 네 명 중에서도 서시가 가장 아름답고 그와 관련된 성어(成語)가 많다. 그 가운데 서시빈목(西施9870目)과 빈축(嚬: 찡그릴 빈, 蹙: 닥칠 축)이 있다.서시빈목(西施9870目)은 쓸데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비유하여 월(越)나라 출신으로 오나라 왕 부차의 애첩이 된 절세의 미인 서시가 어느 날 불쾌한 일이 있어 얼굴을 찌푸렸는데(위장병이 있다는 설도 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아름다워 보였다고 한다. 이를 우연히 보게 된 한 추녀가 자신도 그렇게 하면 아름다워 보일 줄로 착각하고 얼굴을 마구 찡그렸더니 동네 사람들이 보기 싫어 모두 도망갔다고 한다. 또한 얼굴을 찡그릴 때 눈썹이 떠는 모양도 아름답다고 칭송하는데, 정말로 아름다운 여자인 모양이다.‘빈축’은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된 ‘빈축을 사다’는 자기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행동할 때 남들로부터 받는 비난이나 미움을 받는 경우이다.한시(漢詩)에서도 여인의 자태를 표현한 것이 있다. 여인이 고개 숙임은 부끄러운 것이고, 턱을 괸 것은 한스러움을 나타낸다. 홀로 서 있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눈썹을 찌푸림은 근심스러운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림이 있을 때에는 난간 아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바라는 바가 있을 때는 파초 아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서 있는 모습이 제계(齊戒·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행동을 삼가는 것)한 것 같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빚어 놓은 것 같이 않다고 나무란다면, 이것은 양귀비가 이가 아파 ‘찌푸림’을 나무라는 격이다. 이는 양귀비가 이가 아파 손을 뺨에 대고 얼굴을 찌푸리니 그 자태가 더욱 고혹적이었음을 두고 한 말이다. 치통을 앓아 뺨에 한 손을 가볍게 대고서 살짝 찌푸린 양귀비의 표정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사는 사람을 고집이 세다고 한다. 특히 정묘생(丁卯生)들이 고집이 센 편이다. 마치 ‘춘 삼월 논두렁 불’처럼 소리 없이 타지만 잘못 다스리면 환란을 당하기도 한다. 고집이 세다고 말하는 것은 정(丁)이 대단한 기운의 고무래 ‘정(丁)’, 갈구리 ‘정(丁)’이기 때문이다. 정묘(丁卯)의 묘(卯)가 땅의 주인공인 아내라고 보시면 된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키우듯이 잘 키워야 성공할 수가 있다.땅의 담당자는 묘(卯), 토끼다. 토끼는 ‘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 기운’ 즉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묘(卯)는 토끼로 형상화하고 달로도 표현한다. 옛날 사람들은 달 속에 토끼가 있다고 믿고 살아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환상이 깨져버렸다. 그래도 토끼가 있다고 머릿 속에서 상상을 하며 꿈을 키워 나간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중국 신화에는 나오는 항아(姮娥·嫦娥)는 달에 산다는 선녀다. 원래는 하(夏)나라의 명궁(名弓)인 예(7FBF)의 아내로, 예(7FBF)가 서왕모(西王母)에게 청해 얻은 불사약을 항아가 훔쳐 먹고는 달로 도망갔다. 이를 ‘항아분월(姮娥奔月)’이라 한다. ‘회남자(淮南子) 남명훈(南冥訓)’ 이 설화는 서왕모를 신선화(神仙化)하면서 발전하여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로 확대되었다.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상의 질서’와 ‘상상의 공동체’라는 허구를 만들어 협동하며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즉 언어를 통해 전설, 종교 설화, 민담 등 ‘가공된 스토리’를 만들어(우리 민족은 환웅과 웅녀가 혼인해 단군을 낳았다. 우리는 곰의 자손이다) 일체감과 협동심을 고양해 왔다.하늘의 이치도 알고, 땅의 이치를 알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22-03-09

병인(丙寅)

하늘의 기운인 병화(丙火)를 태양이라 칭하고, 양 중의 양이며 땅의 기운인 지지(地支)인 인(寅)을 호랑이로 형상화하지만, 호랑이로 태양 아래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드러낸 모습이다. 옛사람들은 ‘동방 인(寅)’이라고 했고 시작하는 기운을 의미하기도 한다. 호랑이 중에서도 ‘병(丙)’이라는 호랑이는 고향을 떠나 개척을 하며, 다른 기운을 받아야 성공하는 간지다. 하늘이 땅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하늘을 운용하는 호랑이가 ‘하늘 시계 병(丙)’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그 이후 일이 달라진다.‘삼국유사’ 권5 감통(感通)편 김현감호(金現感虎)조에 나오는 이야기다.신라 풍속에 해마다 2월이면 8일부터 15일까지 경주의 남녀가 흥륜사 탑돌이를 하며 복을 비는 행사가 있었다. 김현이 늦게까지 탑돌이를 하는데 웬 처녀가 염불을 하며 김현의 뒤를 따라 돌았다. 서로 눈이 맞아 처녀로 변신한 호랑이가 김현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정을 통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다른 종류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일이라. 처녀 호랑이는 김현을 출세시키기 위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김현은 벼슬에 등용된 뒤에 호랑이 처녀의 소원대로 경주 서천가에 절을 짓고 이름을 호원사(虎願寺)라 하였다. 남편 출세를 위해 사람이 아닌 호랑이 처녀의 희생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오늘날 남편들은 아내로 인하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로가 오십 보 백 보가 아니겠는가. 병인(丙寅)은 ‘봄의 태양’이라고 하며 새로운 생명을 알리기도 한다. 1866년 병인년은 조선을 서양에 처음으로 알리는 해이기도 하다. 중국의 속국 정도로 알았던 조선이 엄연한 독립국임을 알리는 기회였다. 그러나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천지 분간도 못하여 자신과 집안만을 생각했던 선조들이 결국은 죽을 쑤어 일본에 주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병인양요(丙寅洋擾)는 서구열강이 무력으로 조선을 침입한 최초의 사건이다. 프랑스 로즈제독은 병인년 10월, 7척 군함에 600명의 해병을 이끌고 인천 앞바다 물치도(지금의 작약도) 부근에 나타나 14일 강화도 갑곶에 상륙하고, 16일 강화부를 점령하고 무기, 서적, 식량을 약탈했다. 그러나 10월 26일에 약 120명의 프랑스군이 문수산성을 정찰하려다가 매복 중이던 한성근 소부대에게 공격받아 20여명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데 이어 11월 9일에는 정족산성의 전투에서 양헌수의 포수꾼에게 30여명이 사상당하는 참패를 맛보았다. 이 전투의 참패로 프랑스군은 조선침공의 무모함을 깨닫고 철수를 결정한다. 11월 11일 강화성에서 철수하면서 모든 관아를 불 지르고 막대한 양의 보화, 서적, 무기 등을 약탈하여 중국으로 물러갔다. 병인양요의 결과로 대원군은 쇄국양이(鎖國攘夷)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천주교 박해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구미 열강은 조선을 청국의 종속국이 아닌 독립국으로 인식하게 되어, 종래의 조선과 청나라 관계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고 프랑스군이 탈취해간 많은 서적과 자료는 훗날 유럽 사회에 조선과 동양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 중요한 호랑이해에 그 중요한 병(丙)의 해에 병인양요 이후 대원군은 작은 전투의 승리에 도취하여 결과는 조선이 서양의 먹이가 된다. 대원군이 병인년의 승리가 자신과 국가와 집안을 거덜 내는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몰랐듯이 그것이 대원군 혼자의 잘못이었을까?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식인들의 행동과 결단이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복거일 저서 ‘낭만적 애국심’에서도 볼 수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서기 66년부터 70년까지의 ‘1차 유대-로마 전쟁’에서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포위되었을 때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가 선택한 길이다. 로마군과의 항전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그는 관 속에 누워 몰래 예루살렘을 빠져나가 로마군 진영에 이르렀다. 그리고 베스파시아누스에게 장차 로마 황제가 되리라고 예언 한 다음, 최후의 소원으로 야브네에 학교를 세워달라고 간청했다. 베스파니아누스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 사소한 은혜가 유대교를 살렸다. 요하난은 성경이 유대인들이 어느 곳에 가든 지니고 갈 수 있는 조국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면 유대교는 살아 남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신전이 사라져도 유대인들은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내다보았다. 이 사실이 마사다의 반생명성과 불모성에 대한 궁극적 평가다. 로마군과 항전에서 마지막 남은 요새는 사해 연안의 마사다였다. 거기서 그들은 서기 73년까지 버텼지만 결국 공성 기계들에 의해 무너졌다. 결국은 여인들과 아이들을 포함해서 960명의 생존자에게 도망치거나 항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들은 아내와 아이들의 목을 따 먼저 죽인 다음 자신들도 자살했다. 마사다의 참극은 가장 깊은 수준에서 반생명적이다.”자살을 미화해서도 영웅시하는 사회는 반인륜적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싸워 죽는다면 자랑스럽지만, 또한 살아남아 나라를 재건해야 할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뜨거운 이슈다. 마치 미친 호랑이가 날뛰면 그 피해와 환란은 선량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교훈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2022-02-23

을축(乙丑)

육십갑자의 두 번째 을축(乙丑), 하늘에는 을목(乙木)이라는 힘이 나타나는 시간이고, 땅에서는 소(축토·丑土)의 성질과 같은 기운일 때 하늘의 그 기운을 잘 소화하는 때다. ‘소 축(丑)’이 아직 간신히 동지(冬至)를 지닌 ‘을목(乙木)’을 만난 형태며, 을목(乙木)을 ‘겨울 들판의 풀 위에 소가 앉아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겨울 들판에 소가 나가면 먹을 것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고삐에 묶여서 뼈 빠지게 일하는 것도 아니고 팔자 좋게 외양간에서 김이 펄펄나는 ‘여물’을 오무작거리며 먹기만 하면 된다.소 축(丑)은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고 갖가지 고난과 고초가 많지만 끈기와 생명력을 지녀서 기죽지 않고 봄의 농사일을 위하여 부지런히 일해서 덕을 베풀며 근면 성실하고 집념이 강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삶을 특징으로 한다.소는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내어 씹는 특성을 가진 동물이다. 소의 입은 하루 종일 바쁘다. 낮에는 뜯은 풀을 씹느라 바쁘고, 밤에는 낮에 뜯어 먹었던 풀을 게워서 이를 다시 씹느라 바쁘다. 바로 되새김질을 하느라 바쁜 것이다. 그래서 축(丑) 소띠는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들 한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모든 화의 원인이 되며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백호 윤휴(尹鑴·1617∼1680)의 ‘백호집(白湖集)’ 언설(言說)에 따르면, 말을 잘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금은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려 애쓸 시기가 아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도록 하고, 천천히 말하게 하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러주어야 할 때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말솜씨는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외향적이라고 해서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며, 내성적이라 해서 말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헛된 걱정을 버리자. 옛 사람이 말하기를, 말은 간단하게 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말은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간단하게 하려는 것이겠는가? 말할 만한 것을 말해야 하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과시하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 남을 헐뜯는 말을 말하지 않아야 하며, 사실이 아닌 말을 말하지 않아야 하고, 바르지 못한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말을 하는데 이 네 가지를 경계한다면 말을 적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게 하게끔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군자의 말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말한다”고 하였고, 또 “좋은 사람의 말은 적다고 하였는데 부득이한 경우에 말해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말을 적게 하게끔 되는 이유다.조선 숙종 6년(1680년) 서인이 남인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은 경신환국으로 말미암아 당대 최고의 유학자 윤휴(尹鑴)는 소주와 사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그 배경에는 ‘천하의 이치란 한 사람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반주자적’ 입장 때문에 주자를 절대적 가치로 여긴 서인들로부터 사문난적으로 몰렸고, 개중에서 주자학을 통해 신분 질서를 강화하고 양반 사대부의 특권을 굳히고자 했던 송시열의 사주와 모략이 크게 작용했다.생각이 다르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해본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할 때 진정한 대화를 이룰 수 있다.대화는 독백과 달리 상대가 있다. 대화의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윤리가 필요하다. 의사소통도 능력이다. 말 잘하는 재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위르겐 하바마스는 이상적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들고 있다. 첫째, 이해가능성이다. 서로가 상대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쉬울 것 같지만 이것조차도 쉽지 않다. 둘째, 진리성이다. 사실적으로 참인 말을 해야 한다. 너무 당연하다. 거짓으로 대화할 수는 없다. 셋째, 정확성이다.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실성이다. 태도의 문제이다. 얼마만큼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김영필 ‘우리 시대의 철학적 문제들’에서 인용) 류대창명리연구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을 다듬어 치장하고 말솜씨를 단련하여 나라에 자기의 재능과 기술을 아주 크게 부풀려서 팔고 있다. 알고 보면 그러한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경우가 생각 밖으로 많다. 나라가 안정되고 큰일이 없을 때에는 설사 삼 년이 넘도록 그러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도 크게 잘못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라에 큰일이 일어나게 되는 경우에는 마치 속이 텅텅 비고 가죽이 이미 썩은 흙처럼 문드러진 채찍으로 말을 다스리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어찌 그 사람 혼자만 몸을 망치고 부끄러운 이름을 후세에 남기게 되는 일에 그칠 것인가. 나라에까지도 그 환란이 미쳐서 나라의 질서와 기초를 흔들어 놓게 되는 것이다.소의 되새김질을 돌아보며 ‘말잔치’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 남이 하는 말을 꼼꼼히 되새겨보는 지혜가 필요하지는 않을지? ‘소에게 하는 말은 새어나가지 않지만, 아내에게 한 말은 새어나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2022-02-09

갑자(甲子)

올해가 어떤 해인지 결정짓는 것은 ‘60갑자(甲子)’다.하늘에서 받은 천간(天干)과 땅에서 받은 지지(地支)로 만들어진 것이 간지이며 60갑자다. 동양 농경사회에서 대자연의 흐름에 인간의 시간을 맞춰보는 노력의 산물이다. 60갑자(갑자-계해)를 한 생애(生涯)라 하고, 61살이 되는 해가 되면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회갑(回甲)이라 한다. 60갑자 첫 번째인 갑자(甲子)는 천간은 갑목(甲木), 지지는 자수(子水)로 되어 있다. 자(子)는 시간으로는 23시-01시, 물상으로 쥐로 표현했다. 쥐는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률이 높다. 사자성어로 수서양단(首鼠兩端·구멍 속에서 목을 내민 쥐가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 또는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은 쥐가 자연생태계의 맨 아래 위치하므로 생존하기 위한 수단을 의미한다. 갑자년에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1504년(연산군 10년) 갑자사화가 있다.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의 복위 문제로 인하여 일어난 사화로, 연산군이 폐비 윤씨의 복위를 추진하면서 성종 때 폐비를 찬성한 훈구 원로세력이 대부분 숙청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중종반정(1506년)이 일어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때 희생된 사람들은 중종반정 직후 대부분 복권된다. 최우경作 ‘십일면32수 관세음보살상’ 1924년 갑자년에 일본은 조선반도에서 처음으로 징용을 모집해 보국대란 명분으로 나이 18∼19세의 젊은이들이 신체검사 후 군수물자 생산 공장으로 끌려가 일했다. 일명 ‘묻지마 갑자생’이라 불렀다. 또한 ‘암태도 소작쟁의’는 조선에서 처음 일어난 소작농이 일으킨 지주에 대한 투쟁이었다.‘암태도 소작쟁의’를 소설화한 송기숙 작가의 ‘암태도’가 1979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되었다. 쟁의 주도자 서태석(1885∼1943)은 그 당시 쟁의에 가담한 농민 전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작쟁의는 추수한 곡물을 나누는 비율을 놓고 지주, 그 배후의 일본 관청, 경찰과 싸우는 싸움이지만, 한국 농민의 근본 심성은 농토와 노동 위에 생계를 세울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덕성까지도 그 위에 세우는 제1차 생산자의 심정이다. 그러므로 소작쟁의는 생존권의 확보뿐만 아니라 땅과 관련된 인간의 도덕성 회복 그리고 그들의 오랜 농경의 역사 속에서 체득해낸 공동체적 삶의 가치로의 복귀까지를 의미한다.투쟁과정에서 소작인들의 힘겨운 노력은 눈물겨웠을 것이다. 지주와 그 배후의 일본 관청은 농민들의 응집력이 무력이나 행정력으로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협상에 나섰다. 결과는 소작료를 8할에서 4할로 내리고 1923년도의 소작료는 33년에 걸쳐 무이자로 분할 상환한다는 조건이었다.암태도의 소작인들 개개인은 힘이 없지만 여럿이 모이면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생기는 것이다. 지도자의 탁월한 의협심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삶의 밑바탕을 빼앗고 해체시키는 이 노예화 정책에 대한 한국농민들의 항쟁은 1920년대 초부터 전국으로 번져 나간 소작쟁의로 폭발되었고 ‘암태도 소작쟁의’는 1920년대 수많은 소작쟁의들 중에서도 가장 결렬하고 끈질지게 진행되었으며 80% 소작료를 40%로 내린 암태도의 승리는 전남 서남해안의 여러 섬들의 생존권 투쟁을 불러일으킨 기폭제가 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피지배계급 소작인에서 소상공인으로 바뀌었다. 코로나사태에 이들은 영업시간 단축과 거리 두기 등 많은 어려움 가운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득격차는 커지는데 저소득층들의 소득이나 생활수준은 나아져도 상대적인 박탈감의 확대는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기득권과 사회제도에 불만을 일으키고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는 지방의 문화생활을 더욱더 위축시키고 있다.갑자를 ‘고목나무 아래 쥐’로도 표현한다. 그러나 ‘춘양목 아래 쥐’가 노는 평화로운 곳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지식인, 기업인, 언론인 그리고 시민들이 건강한 자유 시민으로서 행동에 동참하여 지역의 낙후된 문화, 예술, 언론 분야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원 전 73년 일어난 로마 스파르타쿠스는 노예 반란을 통해 ‘주인이 노예의 족쇄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족쇄를 풀어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1979년 출간된 김훈, 박래부기자의 문학기행 2권 중 소설 ‘암태도’를 참조했음)1960년대 우리나라 인기 수출품이 다람쥐였다. 다른 나라 다람쥐들과는 다르게 작은 크기에 줄무늬도 뚜렷하고 귀엽고 영리해서 해외 동물애호가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를 끌어 수출증가에 한 몫을 했다.

2022-01-26

임인년…육십갑자와 함께 명리인문학 여행 떠나보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인간은 자신의 운명과 인생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류는 많은 방법으로 운명 해석에 몰두했다. 명리인문학은 그런 지혜를 축적한 학문이다. 코로나19의 창궐에 지친 독자들에게 육십갑자를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 해 위안과 안식을 드리고자 한다. ‘류대창의 명리인문학’은 격주 목요일마다 독자들을 찾게 된다.인간은 본성적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기를 원한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길흉화복을 알고자 하는 욕구를 천명한 말이다. 하늘이 점지해주는 능력을 깨달아 자기의 분수와 능력을 알고 과욕을 부리지 않으며 분수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므로 정해진 사주팔자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마음 자세에 따라 길흉은 상당한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돈, 둘째는 자식문제, 셋째는 건강문제다.중국 당나라 때, 유종원(柳宗元·773~819)이 영주(永州)라는 곳에서 오랫동안 귀향살이를 하고 있을 때 일이다. 그곳 사람들은 누구나 헤엄을 잘쳤다. 어느 날 강물이 무섭게 불어났는데도 그곳에 사는 대여섯 사람이 자그마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고 했다. 강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배가 부서져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강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쳤다. 같이 헤엄을 치던 사람들이 “우리들 가운데 가장 헤엄을 잘 치는 자네가 오늘은 어째서 뒤로 처지는가?”라고 물었다. 그 사람이 대답하길 “나는 허리에 동전을 천 냥을 차고 있어 자꾸 뒤처지는구먼”이라고 말했다. 같이 강을 건너가던 사람들이 “어째서 그것을 버리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쳤지만 계속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딴 일행은 이미 강을 건너가 반대편 언덕으로 올라갔다. “아니, 이 어리석은 친구야! 돈에 심장이 뒤집히고 눈이 멀었군! 너 하나 죽고 나면 그 돈은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가?”라고 나무라면서 큰소리로 그 사람 이름을 불러댔다. 그래도 그 사람은 고개만 설레설레 젓다가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 일은 나를 매우 슬프게 했다. 돈 있고 권세 있는 몇몇 사람들이 스스로 쌓아 놓은 그 엄청난 돈더미에 깔려서 죽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유하동집(柳河東集)’에 나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 ‘오징어 게임’, ‘지옥’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변하지 않은 인간의 욕망은 더욱더 가열되어 가고 있다. 마치 불나방처럼….신축년이 지나고 임인년이 도래했다. 자연은 우리의 삶과 무관하게 운행되고 있지만 인간은 자연법칙이란 테두리를 벗어나 살 수 없다. 신년이 도래하면 올해의 운수가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해 철학관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 한 해의 운수를 알고자 한다.옛말에 이르기를 ‘천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아는 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은 어떻게 하면 천명을 알 수 있으며 나 자신을 알 수 있는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하늘의 때도 알고 땅의 유리함을 얻어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생존을 위해 이고득락(離苦得樂·고통을 멀리하고 즐거움을 취한다)을 원하고 있다. 인간은 재물과 권력을 탐하는 속성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결과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것의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명리학이다. 하늘의 이치(天文)를 인간의 문학(人文)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명리학의 주된 목적이다.기해년(2019년), 경자년(2020년) 추운 겨울이라 활동이 움츠렸던 시기다. 신축년(2021년)은 하늘은 매섭고 찬바람이 휘날리는 신(辛)이지만 땅은 축(丑) 소의 눈망울 같은 순하고 순수한 해였다. 많은 이들을 사랑하고 따뜻한 눈으로 봐주지만 매울 신(辛) 때문에 묵묵히 지켜보는 형상이었다.임인년(2022년) 하늘의 기운 임수(壬水)는 지혜와 큰 바다 같은 포용력을 보여준다, 땅의 지령인 호랑이가 배가 고플 인시(寅·새벽 3시~5시)이기에 냉정하고 내적인 힘이 있어서 뭔가 준비를 하고 시작하려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목(寅木)은 봄의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1347년 이탈리아를 강타한 흑사병(페스트)으로 유럽의 인구 1/3이 사망했고, 그래도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남았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의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 서민의 살림살이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허탈감이 든다. 그러나 이 고난을 극복해야 하고 이겨내야만 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호랑이 같이 용맹스러운 기운이 도래하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며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많지않음을 알고 자기 처지에 맞는 역량으로 이 고난을 헤쳐 나가야겠다.-1951년 대구 출생-서예가 동애 소호영·문강 류재학 사사-불화장 이수자 본연 전연호 사사-제2회 불교미술 본연문도전(2008년) 개최

202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