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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庚辰)

등록일 2022-09-14 19:05 게재일 2022-09-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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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온作 ‘자작나무 곁에’

육십갑자 중 열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경진(庚辰)이다. 천간(天干)은 경금(庚金)이요, 지지(地支)는 진토(辰土)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양(陽)으로 이루어져 아주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경진일주는 넓은 평원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다. 멀리서 보면 우장하고 당당하다. 마치 제련되지 않은 원석 덩어리다. 꿈과 이상이 크고, 순박한 성품이며, 목표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경향이 있다.

경금(庚金)은 강한 금(金)의 성질을 갖고 있어 자기주장으로 주변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성질을 자제하고,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추면 사회에 기여하여 두각을 나타내면 성공할 수가 있다. 진토(辰土)는 수기(水氣)의 창고로 나무가 잘 자라게 하며, 사람을 기르는 재주가 있다. 그러므로 꿈을 꾸고 살거나 다른 이의 꿈이 되거나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 된다.

경신일주를 가지신 분은 천하대장군이 경(庚)을 치고, 천하대장군의 낙처를 담당하는 지하여장군은 용, 즉 진(辰)이다. 앞으로 전진만 할 뿐, 뒤를 돌아보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살면서 발생하고 일어나는 일은 다 세상의 살림살이고, 그 살림살이가 하늘의 낙처이기에 침묵해야 한다. 하늘시계의 말없는 가르침인 ‘10천간’을 잘 받아내는 땅의 안테나를 가진 12지신 상중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바로 용(龍)이다.

그래서 용(龍)의 기운을 받은 사람들은 용이 물을 만나면 승천하여 본래 하늘의 기운이 되고, 물을 만나자 못하면 그냥 땅에 사는 도룡뇽이 된다. 수질이 3, 4급수들과 어울리면 지렁이 같은 토룡(土龍)이 되고, 올라가다가 떨어지면 이무기가 되기에 조심해야 한다, 주위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며 처신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별 진(辰)은 옥편에는 별이름이 수성이며, 또한 북두칠성을 나타낸다. 조선에서도 별자리에 대한 사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다.

‘천상’(국보 제228호)은 하늘의 상을, ‘열차’는 차에 따라 나열하고, ‘분야’는 지역에 따라 구분하여 그린 그림이다. 여기서 차(次)는 하늘의 북극에서 세로로 12구역으로 나눈 단위다. 분야는 점성술과 관련이 있다. 하늘의 별자리를 지상과 연관시켜 점성술의 일환으로 사용되었다.

동양 별자리와 서양 별자리를 비교하면 이름이 크게 다르다. 서양 별자리는 대부분 그리스·로마신화 속의 동물이나 영웅들의 이름이다. 동양 별자리는 모양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별을 하나의 대상으로 나타내었다. 여름 밤하늘의 대표적인 별자리 중 하나인 견우와 직녀(칠석)도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져 있고, 만 원권 지폐 뒷면에도 도안되어 있다.

강경진일주에 ‘괴강살’(魁罡殺)이 있다. 괴강(魁罡)이란, 괴(魁)는 북두칠성의 머리 부분에 있는 네별을 말한다. 일설에 문운(文運)이 있어 과거에 응시하는 사람은 이 별에 기도를 드렸다. 강(罡)은 북두칠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만큼 강력한 힘과 권력을 나타낸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성품이 매우 강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과 지혜가 강한 것이 장점이다. 외모가 준수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고, 기가 센 성격이므로 다소 잔인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로 진취적인 성격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전에는 여자 사주에 ‘괴강살’이 있으면 성격이 까다로워 남편과 시댁을 섬길 수 없어 백년해로하기가 어렵다고 해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경쟁력을 가진 사주로 해석되어 성공하기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주로 평가가 된다. 일지(日支)가 진(辰)으로 끝나는 무진, 경진, 임진의 여자는 대체로 아름답고 능력이 있고 재물복도 많다.

‘여씨춘추’ 거사(去私)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나라의 평공(平公)이 대신인 기황양에게 “남방지방의 현령으로 누구를 보냈으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기황양이 “해호라는 사람이 적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해호라는 사람은 당신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황양은 “임금께서는 누가 현령 자리에 적임인가를 물으셨지, 저의 원수를 묻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평공은 크게 감탄하였고, 곧바로 해호를 현령으로 임명하였다. 온 나라의 높고 낮은 사람들이 모두 훌륭하다고 말했다.

얼마의 세월이 지난 뒤에 평공이 다시 기황양에게 “나라 안에서 군대 일을 맡길 사람을 찾지를 못 하겠네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기황양이 “기호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기호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황양이 “임금께서는 누구에게 군사 일을 맡겼으면 좋겠는가 하는 점을 물으셨지, 누가 제 아들이냐고 묻지는 않으셨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평공이 다시 한 번 크게 감탄하고, 기오를 임명하여 썼다. 온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잘했다며 안심했다. 공자(孔子)가 이 일을 듣고 “기황양은 참으로 훌륭하구나! 남을 추천하는 일에서 원수조차도 꺼려하지 아니하였고, 친족을 추천하는 경우에는 자기의 아들조차도 빼놓지 아니하였구나. 그 사람이야말로 공적인 일을 함에 있어서 한결같은 마음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개인적으로나 나라 전체로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목표라는 것은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행복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나라의 안위와 행복을 파괴하거나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의 목적은 ‘인간을 위한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선’이 개인이나 국가에 대해서 동일한 것이라 할지라도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을 취하고 보전하는 일이 사실상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을 위한 선’을 실현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 즉 보편적 ‘인간을 위한 선’을 실현하는 것은 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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