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묘(丁卯)는 60갑자 중 네 번째다. 천간은 정화(丁火)요, 지지는 묘목(卯木)이다. ‘병(丙)’은 태양을, ‘정(丁)’은 촛불로 표현하며, ‘묘(卯)’는 ‘토끼’ 또는 ‘달’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정묘(丁卯)는 달 아래에서 촛불을 켜놓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비는, 기도하는 여인으로 묘사된다.
기도는 자기에게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에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절대적 존재에게 비는 행위다. 그 내용은 가족의 건강, 남편의 출세, 자식의 대학합격, 취직 등 다양하다.
‘한비자(韓非子)’〔내저설(內儲說) 하편〕에 보면 위(衛)나라의 어떤 부부가 촛불을 켜놓고 향을 사르며 신에게 복을 빌고 있었다. 부인이 빌기를 “그저 우리에게 돈 백 꾸러미만 내려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했다. 남편이 “어째서 그렇게 적은 것을 원하오?”라고 물었다. 부인이 “그보다 더 많으면, 당신이 그것으로 첩(妾)을 사려고 할지도 모르니 그 정도가 알맞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비는 복도 지나치면 화(禍)로 변한다.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것도 현명하다.
정묘일주(丁卯日柱)를 가진 사람들은 효자, 효녀가 많다고 한다. 특히 미남, 미녀가 많은데 여성에게 많다고 한다. 여성이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근원적인 본성이다.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고, 보기 싫은 부분을 성형수술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할 수 있다면 그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동양에서 미인이라면 중국 사대 미녀로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를 꼽는다. 네 명 중에서도 서시가 가장 아름답고 그와 관련된 성어(成語)가 많다. 그 가운데 서시빈목(西施<9870>目)과 빈축(嚬: 찡그릴 빈, 蹙: 닥칠 축)이 있다.
서시빈목(西施<9870>目)은 쓸데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비유하여 월(越)나라 출신으로 오나라 왕 부차의 애첩이 된 절세의 미인 서시가 어느 날 불쾌한 일이 있어 얼굴을 찌푸렸는데(위장병이 있다는 설도 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아름다워 보였다고 한다. 이를 우연히 보게 된 한 추녀가 자신도 그렇게 하면 아름다워 보일 줄로 착각하고 얼굴을 마구 찡그렸더니 동네 사람들이 보기 싫어 모두 도망갔다고 한다. 또한 얼굴을 찡그릴 때 눈썹이 떠는 모양도 아름답다고 칭송하는데, 정말로 아름다운 여자인 모양이다.
‘빈축’은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된 ‘빈축을 사다’는 자기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행동할 때 남들로부터 받는 비난이나 미움을 받는 경우이다.
한시(漢詩)에서도 여인의 자태를 표현한 것이 있다. 여인이 고개 숙임은 부끄러운 것이고, 턱을 괸 것은 한스러움을 나타낸다. 홀로 서 있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눈썹을 찌푸림은 근심스러운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림이 있을 때에는 난간 아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바라는 바가 있을 때는 파초 아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서 있는 모습이 제계(齊戒·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행동을 삼가는 것)한 것 같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빚어 놓은 것 같이 않다고 나무란다면, 이것은 양귀비가 이가 아파 ‘찌푸림’을 나무라는 격이다. 이는 양귀비가 이가 아파 손을 뺨에 대고 얼굴을 찌푸리니 그 자태가 더욱 고혹적이었음을 두고 한 말이다. 치통을 앓아 뺨에 한 손을 가볍게 대고서 살짝 찌푸린 양귀비의 표정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사는 사람을 고집이 세다고 한다. 특히 정묘생(丁卯生)들이 고집이 센 편이다. 마치 ‘춘 삼월 논두렁 불’처럼 소리 없이 타지만 잘못 다스리면 환란을 당하기도 한다. 고집이 세다고 말하는 것은 정(丁)이 대단한 기운의 고무래 ‘정(丁)’, 갈구리 ‘정(丁)’이기 때문이다. 정묘(丁卯)의 묘(卯)가 땅의 주인공인 아내라고 보시면 된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키우듯이 잘 키워야 성공할 수가 있다.
땅의 담당자는 묘(卯), 토끼다. 토끼는 ‘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 기운’ 즉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묘(卯)는 토끼로 형상화하고 달로도 표현한다. 옛날 사람들은 달 속에 토끼가 있다고 믿고 살아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환상이 깨져버렸다. 그래도 토끼가 있다고 머릿 속에서 상상을 하며 꿈을 키워 나간다.
중국 신화에는 나오는 항아(姮娥·嫦娥)는 달에 산다는 선녀다. 원래는 하(夏)나라의 명궁(名弓)인 예(<7FBF>)의 아내로, 예(<7FBF>)가 서왕모(西王母)에게 청해 얻은 불사약을 항아가 훔쳐 먹고는 달로 도망갔다. 이를 ‘항아분월(姮娥奔月)’이라 한다. ‘회남자(淮南子) 남명훈(南冥訓)’ 이 설화는 서왕모를 신선화(神仙化)하면서 발전하여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로 확대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상의 질서’와 ‘상상의 공동체’라는 허구를 만들어 협동하며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즉 언어를 통해 전설, 종교 설화, 민담 등 ‘가공된 스토리’를 만들어(우리 민족은 환웅과 웅녀가 혼인해 단군을 낳았다. 우리는 곰의 자손이다) 일체감과 협동심을 고양해 왔다.
하늘의 이치도 알고, 땅의 이치를 알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