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중 오십여섯 번째는 기미(己未)다. 천간(天干)의 기토(己土)와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토(土)기운으로 뜨겁고 메마른 흙이다. 또한 정원이며 작은 텃밭이다. 동물로는 황금 양이다.
기미일주는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하며 독립적이고, 성격은 온화하다. 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개척정신, 투쟁심, 명예심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각오로 값진 성과를 얻어내는 자질이 있다. 대체로 사회적인 일에는 끝까지 이루어내는 힘이 있으나,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은연중에 남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노련하지 못하지만 패기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허나 한 번 감정이 격해지면 물불을 안 가리고 울분을 터트리지만 항상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유의 배짱과 뚝심, 용기로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출세 지향적 삶을 추구하며, 자기 개발에도 충실한 사람들이다.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늘 공부를 많이 하고 교양을 쌓고 정신수양도 많이 한다. 손재주가 남달라 전문기술 분야로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기미(己未)는 음기운인 토(土)이며, 흙이다. 흙은 만물을 낳아서 자라나게 하는 품성이 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화하기 때문에 더러움에서 깨끗함을 창출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채근담 전집 24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굼뱅이는 몹시 더러우나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결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반딧불로 변화하여 여름밤 밝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굼뱅이는 징그럽고 더럽지만, 매미는 깔끔하다. 썩은 풀은 냄새나고 더러우나, 반딧불은 황홀한 빛을 낸다.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다. 매미는 땅 속에서 굼뱅이로 7년을 살다 매미로 된 후 일주일에서 삼주일 살고 죽는다. 반딧불의 알이 썩은 풀더미 속에 떨어지면 반딧불은 썩은 풀을 먹고 자란다. 여름밤의 반딧불은 무척 아름답다. 항상 변화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씨앗은 땅 속으로 들어가 싹이 되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땅의 어둠을 견디어 낸다. 고난을 참아내면서 찬란한 결실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도 그냥 내버려두면 욕망의 싹이 자라 어느새 잡초로 우거진다. 탐욕이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굼뱅이에서 매미로, 썩은 풀에서 반딧불로 탈바꿈하는 것과 같이 비록 지금 힘이 들지만 과거와 현재의 미혹과 속됨에서 벗어나 밝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움과 수양을 통해 항상 깨어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기미일주의 남자는 배우자 덕이 없는 편이다. 밖에서는 무골호인이나 집에서는 무뚝뚝하고 폭군 기질이 있다. 일복이 많아 분주하며 남의 일에 많은 신경을 쓴다. 여자는 고집이 있고 남자 알기를 우습게 보는 기질이 있다. 남편 복보다는 사회활동을 하는 게 적격이다. 남녀 모두 늦게 결혼을 하면 좋다. 사회적인 성공이 있더라도 배우자와 갈등이 있기 쉬우니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
기미일주의 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소위 ‘사막 위의 별’이라 한다. 많은 사람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원래 양(羊)의 기운은 가르치는 것과 돌보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거기다가 천간 기(己)라는 기운은 뻗어주고 확산하는 양(陽)의 기운을 수렴해서 챙기는 음(陰)의 기운으로 변동하는 변곡점의 기운이다. 사막의 안내자처럼 사람들을 인도하고자 하는 기운이 있다. 화수분 같은 사람이다.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오직 마음으로 찾아야 해”라고 여우가 말한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마르지 않는다. 땅 밑에서 물이 계속 솟아 올라오는 분지(盆地) 즉, 남방의 사막 오아시스가 바로 화수분이다. 오아시스는 원하는 일, 원하는 곳을 향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기미(幾微)이지 완성은 아니다.
기미일주는 기운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보는 사람들이다. 기미년(1919년) 3월 1일에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일제의 억압에서 분연히 일어난 한민족의 독립운동이었다. 전국적인 범위에서 각계각층을 망라하여 전개된 3·1운동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한민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다.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이민족에 대한 끈질기고 강렬한 독립투쟁정신을 고취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민족의식과 민족정신에 새로운 자각과 힘을 주어 민족 자립의 기초를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3·1운동 영향으로 1919년 5월 4일 중국 북경 학생들이 일으킨 반일투쟁,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혁명운동이 일어났다. 학생운동에서 민중운동으로 번진 소위 5·4운동이다. 학생, 지식인, 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 서구 열강의 불공정한 태도에 분노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 행동이었다.
한반도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중국은 5·4운동을 전개했지만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중국은 공산주의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어 시민들은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독재체제에서는 국가의 권력이 우선되므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시민의 자유를 추구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체제를 선택해야 할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