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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일주

등록일 2023-06-07 19:41 게재일 2023-06-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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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Protective’

육십갑자 중 마흔 한 번째는 갑진(甲辰)이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은 기세 좋게 자란 큰 나무의 모습이다. 지지(地支)의 진토(辰土)는 비옥한 땅이다. 그곳에 뿌리내린 웅대한 나무의 형상이다. 동물로는 푸른 용이다.

갑진일주는 하늘에는 천둥이 치고, 땅에는 풀이 있는 연못이다. 속이 깊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으며, 내심 비밀도 많다. 우레가 초목을 치는 형상이니 기세가 등등하다. 고집과 자존심이 강하고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다. 감정이 앞서기에 언행이 거칠 수가 있지만, 뒤끝이 없는 특징이 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 맡아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또한 식복을 타고났기에 욕심이 많고 경쟁심도 상당하여 조금씩 저축하기보다는 한 방에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버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돈 때문에 망할 수가 있기에 평상시에는 남에게 베풀고, 상대방에게 피해주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원한 쌓는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쟁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일처리에 있어서는 속전속결이지만, 그만큼 포기도 빠른 편이다. 그래도 속마음은 따뜻하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려는 심성이 있어 주변사람을 배려한다면 그나마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갑진은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적극적인 추진력 때문에 사회활동을 하면서 중요한 직책을 맡거나 앞에 나서기를 좋아한다. 명예심이 강하여 쉽게 만족하지 않는 까다로운 성격으로 주위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독선적인 모습으로 주변의 적을 만들어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기에 많은 위기를 겪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스 문학의 창시자 호메로스의 영웅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시칠리아 해변에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게 붙잡히게 된다. 폴리페모스는 양을 기르면서 섬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거인 괴물이었다.

오디세우스와 12명의 부하들을 동굴에 가두어 놓고 거대한 돌로 입구를 막았다. 매일 끼니로 두 명의 부하들을 잡아먹는다. ‘인육을 드셨으니 포도주를 맛보시지요. 당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라고 건네주면서 이름은 ‘우디스(아무도 아닌)’라고 알려 주었다.

포도주에 취하여 잠든 사이에 불타는 장작개비로 외눈을 찔렀다. 그는 몸서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다른 키클롭스들이 도와주러 달려왔다. 동료들이 “누가 그랬냐?”고 묻자 “우디스가 나를 속였어, 나를 죽이려 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시큰둥하며 돌아가 버렸다. 그 때문에 오디세우스는 부하와 함께 양의 배 아래에 매달려 탈출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지혜와 용기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도망가면서 그를 놀리듯 자신의 진짜 이름을 이야기하는 우유부단함과 지나친 자만심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외눈박이 거인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다. 장님이 된 그는 아버지에게 복수해줄 것을 애원했다. 포세이돈의 분노로 10년 동안 죽을 고생하다가 부하들은 다 죽고 홀로 귀향한다.

인간은 자기가 사는 환경에 따라 모습과 행동이 달라진다. 나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 모양과 풍습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은 그 나름 질서와 관습 속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환경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갑진의 특징은 청룡백호라 변화무쌍하고 변덕이 심하다. 굳센 기운과 강한 성품으로 타인의 도움도 없이 일처리도 신속하고 정확하다. 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질도 있다. 이런 성향 때문에 대립이나 다투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갑진일주 남자는 이성을 보는 눈이 높아 매력적인 여성 또는 미인을 선호한다. 그로 인해 피곤해질 가능성도 있다. 여자도 이성에 대한 운이 있는 편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결혼을 하면 애정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한 태도로 인해 갈등의 소지가 있다. 무능한 남편을 만날 확률이 높아 본인이 가정을 꾸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남녀 공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지지 않으려는 속성 때문에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해야만 한다. 즉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된다.

중국 한나라 때 낙양에 큰 가뭄이 들었다. 낙양의 신통력이 있는 무당들이 남산에서 행해지는 나라의 제사를 주관하는 노인에게 “남산에 있는 큰 못에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릴 수 있는 신령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불러 낼 수 있습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그 노인은 “교룡(蛟龍)을 말하는 것이오? 그놈을 이용해서 비를 빌릴 수는 없소. 설사 그놈을 이용하면 비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근심 걱정거리가 뒤따를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백성들이 저마다 “지금 지독한 가뭄으로 마치 장작불이 타는 아궁이 속에 앉아 있는 것 같고, 아침에 저녁 일을 알 수가 없는 형편인데 한가롭게 뒤탈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소?”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무당들과 함께 남산의 큰 못가에 모여서 교룡에게 빌기 시작했다. 세 번째 제사 술잔을 다 올리기 전에 교룡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대며 기어나왔다. 이어서 가슴이 오싹하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풍이 휘몰아쳐 나무뿌리가 뽑히고, 사흘 동안 폭포같은 비가 내렸다. 낙양 주위에 있는 모든 강이 넘쳐서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큰 홍수를 당했다. 그때서야 노인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을 후회하였다. ‘욱리자’ 노반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간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비굴해진다. 상대 기분을 맞추기 위해 좋은 말로 아쉬움을 나타낸다. 그때는 자기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아부로 바뀐다. 그렇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원하는 것을 가지거나 얻으면 지난 일을 잊어버린다. 왜냐하면 욕망이 채워지면 또 다른 욕망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경우에도 멀리까지 살피고 떳떳하고 정당한 방법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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