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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해일주(癸亥日柱)

등록일 2023-10-25 18:17 게재일 2023-10-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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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The power of silence’

육십갑자 중 육십 번째 마지막 계해(癸亥)다. 천간(天干)의 계수(癸水)는 비와 이슬 또는 생명의 물이다. 지지(地支)의 해수(亥水)는 차가운 음력 10월의 기운이다. 동물로는 검은 돼지다.

계해일주는 음의 기운인 수(水)가 왕성하고, 천간과 지지의 마지막 자리이고, 새로운 시작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많은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신중한 성격에 다정다감하고 유순하다. 누구에게나 친밀감을 주며, 순수하면서도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성격이다. 아울러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나, 주체성이 강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슴없이 하는 스타일이다.

맑고 깨끗한 용모와 뛰어난 말솜씨를 가졌다. 총명하고 지혜로워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매사에 치밀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마치 물 흐르듯 논리 전개가 뛰어나다. 거짓이 없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정직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민하게 움직인다. 반드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만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특징이 있다.

내성적이고 침착하지만 의외로 신경이 예민하고 집념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다. 의외로 개방적이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융통성과 포용력이 있고, 정에 약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지고지순한 인정을 베풀기도 한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맹자의 사단(四端) 중 하나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의 안타까운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어린아이가 우물 안에 빠지려고 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사람들은 놀라고 걱정스런 마음을 가진다. 대부분 못 본 채 하지 않고 아이를 구할 것이다. 그들은 어린아이의 부모에게 보상을 바라는 것도 칭찬을 듣거나 원성을 듣기 싫어서가 아닌 것이다. 단지 본능적으로 선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 유대인이며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 무능을 낳고, 또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말한다. 즉 ‘악의 평범성’을 말한다. 악(惡)은 의외로 평범하다는 것이다. 그 평범한 악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마치 조직의 명령에 순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여과 능력도 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사고의 무능이 이성과 보편적인 공감능력을 마비시키고, 말과 행동에서 무능을 낳는다. 그 결과 많은 피해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계해일주 남자는 한 길로 꾸준히 나아가면 성공할 수 있는 운이고, 부인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량 기질이 있어 가정에 소홀할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 여자는 본인의 힘을 가지기 위해 남편을 출세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결혼 후 외간 남자를 만난다거나 야반도주할 가능성도 있다. 성정이 강하여 배우자를 무시하는 성향도 있다. 대체로 남녀 모두 신수가 훤하고 깔끔한 편이다.

계해(癸亥)의 해는 동물로 돼지며 다산의 왕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고사 지내는 날에도 돼지며 제사상에도 산신제에도 법계에 소통하는 것이 돼지다. 그래서 복돼지라고 한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계(癸)와 받는 것을 좋아하는 해(亥)는 환상적인 궁합이 된다. 하지만 의도는 착하고 선하지만, 뜻과 야망이 커서 사람들을 다 챙기지 못한다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계(癸)는 천간의 마지막이고, 해(亥)도 지지의 끝이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물 수(水)다. 그래서 깊은 바다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온갖 물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서 정화된 깨끗한 물을 60갑자 중 첫 번째인 갑자(甲子)로 흘러 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물이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그치지 않는구나’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되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종착지는 망망대해다. 그래서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남다를지도 모른다.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인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유토피아 소설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저술했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 정신과 신대륙의 발견에 영향을 받아 바다 저편의 새로운 세계를 그리워하며 이상향의 생활을 표현했다. 경험과 관찰을 통해 자연과학을 중시하던 시절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베이컨의 유명한 말이다. 앞서 플라톤이 처음으로 사라진 도시 ‘아틀란티스’를 언급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주인공은 페루에서 출발해 중국과 일본을 향해 가던 중 폭풍을 만나 표류한다. 그때 우연히 숲이 무성한 섬을 발견한다. 그곳은 ‘벤살렘’이란 나라로 미지의 섬이다. 거기에는 눈부신 과학과 문명으로 백성들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며, 모든 기만과 속임수와 거짓말을 혐오한다. 섬의 등불 역할을 하는 ‘솔로몬 학술원’에서 다뤘던 상상의 과학기술이 상당 부분 현대에 이르러 현실화되었다. 베이컨은 과학적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한 경험을 강조한 철학자였다.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벤살렘’을 통해 그려낸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오염을 야기 시켜 지구가 날로 황폐해지고 있다. 또한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들, 특히 핵과 같은 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자하는 욕구가 많아졌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명리학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고 조정하는 것이 유전자라고 말한다. 유전자는 감정과 이성도 없는 생존 그 자체다. 우월한 유전자만이 생존하여 생명을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생존하는 동안 앞날을 예측하고자 유전자는 탁월하게 진화할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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