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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일주

등록일 2023-06-14 20:06 게재일 2023-06-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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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blossom’

육십갑자 중 마흔두 번째는 을사(乙巳)다. 천간(天干)의 을목(乙木)은 아름다운 꽃이나 유연한 나무다. 지지(地支)의 사화(巳火)는 계절적으로 여름의 시작이다. 어린나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동물로는 푸른 뱀이다.

을사일주는 뜨거운 태양 아래 화려한 꽃밭처럼 밝고 명랑하다.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동산처럼 사고에 부드러움과 유연함이 있다. 외모는 화초같이 밝고 아름답고, 성격은 세심하고 상대를 배려하므로 주변으로부터 인기가 많다. 때론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가벼워 보일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명랑한 성격을 갖추고 있다. 말하는 능력이 뛰어나 자기표현에 능하다. 사회적 교섭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많다. 말싸움 해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감정도 풍부하지만 희로애락의 표현이 분명하다. 상상력이 탁월하고 이성적이며, 멋을 잘 부리며, 기분파 기질이 있다. 사치심이 있는 것이 흠이다. 남녀 모두에게 인기와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뛰어나며, 기존의 틀을 깨는 기획을 잘한다. 하지만 지구력이 다소 떨어지고, 상대를 은근히 무시하며 자기주장이 강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시작은 잘하지만 마무리가 부족하여 항상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을사일주는 순수한 아이처럼 보여도 내면적으로 냉정하며 현실에 잘 적응한다. 그렇지만 흔들리는 꽃이라 감정의 변화가 심하며, 인내와 지구력이 약한 단점이 있다. 하지만 표현능력이 좋고 끼와 화려함이 겸비되어 있어 이성과 동성에게 호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옷도 센스 있게 잘 차려입는다.

중국 전국시대 양주가 송나라에 가서 어느 여관에 묵게 되었다. 여관 주인에게는 첩이 두 명 있었다. 한 여인은 얼굴이 예쁘고, 다른 여인은 못 생겼다. 그러나 못 생긴 여인이 오히려 총애를 받고 있었다.

양주가 그 까닭을 묻자 여관의 젊은 주인은 “아름답게 생긴 여인은 자기가 예쁘다고 뽐내고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못 생긴 여인은 자기 스스로 못 생겼다고 겸손하게 낮추고 행동하여 나는 그녀가 보기 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양주는 제자들에게 “자네들도 이 일을 잘 기억해 두어라. 스스로 잘났다고 내세우는 태도를 떨쳐버리고 품행이 훌륭하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당부하였다. ‘장자’ 외편 산목에 나오는 이야기다.

양주의 당부는 지금도 강한 생명력이 있다. 물건에는 명품이 있듯이 말과 행동에도 품격이 있다. 언행이 일치할 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호소력과 감동을 준다. 품격 있는 말과 행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개발이 필요하다.

을사일주의 사화(巳火)는 뱀이기에 따뜻한 인정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뱀은 따스함과 차가움을 함께 가졌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오묘한 동물이다. 거기에다 뜨겁고 큰 불이 더하니, 자신을 공격하거나 해를 입히는 사람은 냉정하게 잘라내는 성향이 있다. 실제로는 자기중심적이기에 혼자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물상으로는 ‘풀밭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뱀’이다.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을 휘감아 큰 먹잇감도 그대로 삼켜버린다. 어떠한 곤란에도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는 능력의 소유자다. 자기방어 이외에는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는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은 생존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살아간다.

남녀 모두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서 이성문제가 잘 발생하는 일주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의 경우는 외모가 뛰어나며, 예술적인 감각과 매혹적인 목소리로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낼만한 매력의 소유자다.

화려하고 향기 나는 꽃에는 항상 벌과 나비가 있다. 19세기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1804∼1864)의 소설 ‘주홍 글씨’를 읽어보자. 17세기 엄격한 청교도들이 지배하는 미국 뉴잉글랜드지방(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죄를 다루었다.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키가 크고 젊은데다 아름다운 용모를 겸비한 상류사회 여자였다. 헤스터는 나이 많은 남편을 영국에 두고 홀로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녀는 보스턴에서 유능하고 촉망받는 젊은 목사와 사랑에 빠져 임신하게 된다. 청교도 사회에서는 여자의 행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있었다. 간음은 그 사회에서는 죄에 해당한다. 헤스터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처형대에서 간통을 뜻하는 주홍 글씨 A를 가슴에 달고 야유를 당하는 벌을 받는다.

헤스터는 자신의 주홍글씨를 당당히 내보이며 죄를 극복하려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외곽에 머물며 탁월한 뜨개질 솜씨로 동네에 힘들게 사는 여자들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타고난 의연함과 봉사정신으로 가난한 이웃과 병든 사람을 돌보게 된다. 죄를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고 속죄를 통해 타인을 보듬고 위안을 준다. 아기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그녀의 사심 없는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가슴에 찍힌 주홍글씨 A는 Adultery(간음)이란 의미에서 차츰 Able(능력 있는 여자)로 인식되었고, 결국에는 Angel(천사)로 받아들여진다. 죄를 숨기고 거룩한 목사로 행세하는 젊은 딤스테일 목사는 점점 병들어가고 쇠약해져 간다. 목사는 설교를 통해 도덕과 사랑을 강조하고,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신임 총독 취임식장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죽는다.

주홍 글씨는 세상의 멸시와 조소를 받는 죄의 낙인으로 쓰였다. 헤스터는 이를 존경과 극복의 상징으로 바꾸어 버린다. 죄는 목사이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극복했을 때 진정한 자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인가를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머리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의 일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선악의 범주에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사랑은 선악의 판단 이전에 인간 본연의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의 행위는 선악의 피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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