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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節氣)와 명리(命理) 이야기

등록일 2023-11-01 18:15 게재일 2023-11-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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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Starting point’

우주의 현상과 질서인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한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자연 변화의 규칙에 순응하여 이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천체의 주기적 변화를 관찰하여 시간을 구분하고 날짜를 매겨 기록한 것이 역법(曆法)이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太陰曆)과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太陽曆)을 절충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

자연현상 가운데 풍열습조한(風熱濕燥寒)의 변화 원리를 담아낸 것이 절기(節氣)다. 절기에는 인간의 생존과 활동을 위한 조건이 되는 시간, 날짜, 온도, 습도 등의 정보가 모두 담겨져 있다. 절기는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0도인 날을 춘분으로 하여 15도 이동했을 때를 청명으로 구분하는 등 15도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90도인 날이 하지, 180도인 날이 추분, 270도인 날이 동지다.

명리학은 계절에 따른 자연과 사람 사이의 기운을 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절기는 명리학의 기준이 된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농경문화이기에 계절의 변화가 삶에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농경문화에서 절기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농사짓는 일이 계절의 시간과 흐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절기는 양력 즉 태양력을 사용한다.

명리학에서 한 해의 시작은 입춘이다. 양력으로 새해 1월 1일이 아닌 입춘일(2월4∼5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는 이유는 농경사회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관점에서 새해는 봄을 알리는 때로 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절기에는 농사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즉, 황하지역의 기후에 맞추어졌다.

명리학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낮과 밤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인간의 삶에 적용시켰다. 어떻게 하면 풍족하고 질병이 없이 장수할 수 있을 지 긴 세월을 거쳐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음양과 오행, 계절의 순환과 반복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축적하여 원리를 찾아내어 인간의 삶에 반영하였다.

중국 고대의 천문학 자료 중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 ‘천문’편은 가장 오래된 자료로 손꼽힌다. 천문(天文)에 대해 고유(高誘)는 “천문에 문(文)이라는 것은 상(象)이다. 하늘은 일의 발생에 앞서 먼저 조짐의 형상을 드러내 보인다. 해와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오성(五星), 그리고 혜성 등으로 사람에게 미리 꾸짖고 경고한다”고 해석했다.

이 자료에서 우주의 생성과 발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기본 요소를 기(氣)라고 보았다. 또한 자연계와 인간계의 상관관계에서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서는 각 계절에 합당한 정치를 시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세성(歲星, 목성) 또는 태음(太陰, 달)의 운행에 따라 인간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주(宇宙)를 설명하는 문헌으로는 진나라 상앙의 스승이었던 시교(尸佼 기원전 390~330)가 저술한 시자(尸子)가 있다. ‘상하사방왈우(上下四方曰宇),왕고래금왈우(往古來今曰宙)’. 위아래 사방을 ‘우’라고 말하고, 예로부터 지금까지를 ‘주’라 한다. 회남자에도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라고 하며, 사방과 위·아래를 ‘우’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우(宇)는 공간이고, 주(宙)는 시간이다. 즉, 시공간(時空間)을 말한다.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성격 형성에도 계절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봄 태생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기운을 맞으므로 생동적이다. 여름 태생은 불처럼 확산시키고, 오지랖도 넓고 일도 잘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 태어났음에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사주에 차가운 금수(金水) 기운이 강해서 그렇다. 다시 말해 여름 태생답지 않게 소극적이고 안전한 것만 선호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가을 태생은 결실을 맺고 열매를 수확하는 때에 태어난 것이다. 가을은 열매가 여물고 사람도 성숙해지는 시기로 목표를 완성하는 시기다. 겨울 태생은 수확한 작물을 보관하고 저장하여 다음해 종자로 사용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기다. 사람은 이러한 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이유로 명리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안영의 ‘안자춘추’에 나오는 남귤북지(南橘北枳)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또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귤이 변해서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즉,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동일한 것이라도 그 성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인간도 주위의 환경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만큼 태어난 장소와 계절의 중요성을 말한다.

회남자 ‘인간’ 편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변방에 사는 노인이라는 뜻으로, 세상만사에 변화가 많아 어느 것이 화(禍)가 되고, 어느 것이 복(福)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이와 같이 변화무쌍하여 앞날을 예측하기 혼란할 때는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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