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24번째가 대한(大寒)이다. 태양의 황경이 300도에 위치한다. 다가올 대한(大寒)은 2024년 1월 20일(음력 12월 10일)이다. 대한은 24절기의 마지막이다.
대한은 한 해를 마감하고, 입춘(立春)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절기다. 사주명리에서도 입춘을 기점으로 띠가 바뀐다. 대한(大寒)의 한자 뜻을 보면 ‘큰 추위’지만, 실제로는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는 시기다. 오히려 소한보다 춥지 않은 편이다. 대한에서 15일이 지나면 입춘이기 때문이다.
대한은 음력으로 본다면 연말에 해당한다. 옛날 사람들은 대한을 계절이 바뀌는 때라 여겼다. 이날 밤에는 방이나 마루에 콩을 뿌려 악귀를 쫓아내고, 무사히 새해를 맞이하는 ‘해넘이’ 풍습이 있었다. 또한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는 속담도 있다. 대한의 다음 절기가 입춘이므로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더라도 이를 극복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다.
제주도에는 새해 풍습으로 신구간(新舊間)이 있다.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를 말한다. 이 기간에는 지상에 내려와 있던 신들이 하늘로 잠시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금기로 생각하던 일을 해도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집수리, 나무 베기, 묘소 고치기, 이사 등 생활 주변을 정리했다.
명리에서 음력 12월은 축월(丑月)이다. 소한과 대한이 축월에 해당된다. 주역으로는 지택림(地澤臨)괘다. 상괘 곤(坤)은 대지를, 하괘 택(澤)은 연못을 상징한다. 대지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는 형상이다.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모습으로, 군주가 백성을 대하는 모양이다. 소위 군림(君臨)하는 형태다. 대지와 연못의 물이 서로 의존하는 친밀한 관계를 말한다. 마치 끝없이 백성을 보호하고 포용하는 모습이다.
괘 위에는 음효(陰爻) 4개가 있고, 아래로는 양효(陽爻) 2개가 올라오는 형상을 하고 있다. 임(臨)은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롭다고 해석한다. 아직도 강한 음(陰)이 남아있어 양(陽)이 정지한 것 같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쌓는 시기임을 말하고 있다.
명리에서 축월(丑月)에 태어난 사람은 대개 몸의 기운이 찬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다는 것은 응축하는 성향이 있어 억울한 감정이나 우울한 기분을 배출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전진하는 태도가 가장 큰 장점이다. 조금만 더 참으면 음과 양의 기운이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사주에 축(丑)이 있으면 이와 같은 성향이 있어 끈기와 지구력이 좋은 편이다. 늘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으며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많다.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12월 말이 되면 태양은 12차(次)를 돌고, 달이 기(紀)를 다 돌며, 별자리가 하늘을 일주하면 1년의 운행을 마친다고 한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황도 부근을 따라 12개의 성수(星宿)를 정해 놓고 이들 각각을 차(次)라고 했다. 기(紀)는 달과 태양이 만나는 시점을 뜻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농민들을 조용히 지내게 하면서 부역 같은 데 동원하는 일이 없게 한다. 천자는 공경대부들과 국가의 제도나 법을 정비하고, 시령(時令)을 논의하면서 새해를 기다린다. 그 당시 법은 세상의 규범이자, 통치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기준이다. 법을 세우는 것은 법을 어기는 자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고, 상을 주는 것은 마땅히 상을 줄 자를 위한 것이었다.
법이 정해진 이후에는 규정에 합당한 자는 상을 주고, 규정을 어기는 자는 벌을 준다. 이때 존귀하다고 벌을 가볍게 해서는 아니 되며, 비천한 자라고 해서 형벌을 무겁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적인 길이 열리고, 사적인 길은 막히게 된다.
그래서 추운 12월에 가을의 정령(政令)을 시행하면 때에 맞지 않게 이슬이 내리고, 갑각류 동물에게도 재앙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의 변화는 인간사회에 나타날 수 있고, 인간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이 자연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계절에 맞는 정령을 시행하는 것이 그 당시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였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곤궁한 사람을 구제하고 부족한 사람을 채워주면 이름이 나고, 이로움을 일으키고, 해로움을 제거한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를 징벌하고, 포악한 자를 막으면 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주로 국가의 재난이나 그해 농사의 풍년이나 흉년에 대비한 것이다.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이 그 시대에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