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당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결정에도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집권여당이 심각한 내분상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이 윤리위 결정 후 바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열어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이 대표는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 권한이 당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들면서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징계 즉시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당헌 29조에 의거해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오늘(11일) 의원총회를 열어 혼란수습에 나설 계획이지만, 이 대표의 공개투쟁이 계속될 경우 집권여당의 국정운영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간 이 대표와 마찰을 빚어온 ‘친윤(윤석열 대통령)’그룹의 행태로 비추어볼 때 양측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사생결단식 충돌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집권 2개월만에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민심도 돌아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급락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여당이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2년후 총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양측 모두 자제심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선거에서 완승하는데 공로가 큰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대표를 축출하고 당권이나 총선 공천권을 노리는 중진 정치인들도 자성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중진들이 나서서 수습하라”고 촉구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중산층들도 기름값이 무서워 외출을 꺼리는 등 민생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집권여당이 권력다툼이나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지금이라고 당 중진들이 중심이 돼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은 공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