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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경북 ‘스타트업 역량’ 정부가 인정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11개 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주)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가 발굴한 스타트업 7개사가 중기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발됐다. 대학의 우수기술을 활용한 기술창업활성화가 대경기술지주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팁스는 중기부가 마련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이다. 우수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발해 연구개발과 사업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이번에 선정된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우주라컴퍼니(주)다. 이 회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동물행동의학을 전공한 심용주 대표가 창업했으며, 고양이 행동패턴과 질병예측이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해 반려동물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계명대 의대 출신 박은빈 대표가 창업한 (주)인셉션랩은 LED를 통해 뇌의 해마가 활성화되는 원리를 활용한 치료법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스타트업은 ‘신생 창업기업’을 의미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보통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외부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터넷에 기반한 기업이기 때문에 고위험·고수익·고성장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전국적으로 청년 창업기업만 매년 40만 개 이상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49만 개로 집계됐다. 20대 창업기업 수도 17만5천 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정부에서 청년 창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경기술지주의 경우처럼 청년 창업 열기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스타트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파트너를 참여시켜 △체계적인 창업교육 △정책자금·기술 지원 △초기투자 △판로확대 및 글로벌 진출 등 전 주기에 걸쳐 창업지원을 해줘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서 역량을 발휘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2021-06-21

백신보험

백신보험은 코로나19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 진단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말한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인‘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한 진단비를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음식물, 독소, 백신 등 특정 물질에 반응하는 전신 중증 알레르기 질환을 뜻한다.보험사들은 아나필락시스를 제외한 다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보험 가운데 현재 팔리고 있는 백신 부작용 보험은 지난 3월말 출시된 삼성화재 건강보험의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특약과 라이나생명의 미니보험 ‘(무)안심되는 아나필락시스쇼크진단보험’뿐이다.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으면 연간 1회에 한해 200만 원을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삼성화재는 해당 특약의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해 이달 28일까지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기간, 즉 이달 말까지는 다른 보험사가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후발 보험사들은 이달 말 삼성화재의 배타적 사용권이 종료되자마자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처럼 건강보험의 특약으로, DB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미니보험 형태의 단독 상품으로 각각 개발했다. 금융 플랫폼은 이벤트 방식으로 백신 보험 시장에 편승했다. 뱅크샐러드는 20∼70세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에게 라이나생명 상품 보험료를 대신 부담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토스는 지난달 DB손해보험과 제휴해 ‘무료 코로나 백신 보험’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백신의 부작용을 겁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보험이 백신 부작용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21

이준석의 ‘포용적 리더십’ 필요하다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사실을 두고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걸어서 2분거리”라며 시비를 걸다가 민주당 내에서조차 “부끄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흠집을 내려는 집권당 인사들에게 여권인사들조차 혀를 차는 이유는 민심의 변화와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이 이준석을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하루하루의 언행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을 디지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수의 선진국 대열에 오르려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디지털 강국이 되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엘리트 직원들을 따로 선발해 디지털 공부를 시키고, 기존 직원이 이직한 빈자리에 디지털 전문인력을 메우는 것도 다국적기업과 맞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국민의힘은 중앙당-시·도당-지역 당원협의회 식의 중앙집권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평당원의 목소리가 중앙당에 수렴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지털 정당화를 통해 당 지도부와 실시간 의사소통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국민과의 소통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소통 플랫폼을 만들거나 카카오톡과 같은 기존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카톡을 통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대구시가 지난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때 52일만에 확진자 제로를 만들어 낸 데는 단체카톡방 덕이 컸다. 대구지역 병원장과 실무보직자들을 중심으로한 의료직능단체, 감염병 전문가, 각 상급병원과 민간 병원, 대구시 등 민·관 방역주체 간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단톡방이 병상확보와 중환자입원, 자가격리자 증상분류 등등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것이다.국민의힘 각 시·도당에서는 요즘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하는 모양이다. 호남지역에도 신규당권이 급증한다니 놀랍다. 국민의힘으로선 이 대표의 출현으로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이 대표가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은 인기가 올라갈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무부분에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인사를 두고 당 최고위원들과 패싱논란을 빚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이 이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사무총장직을 거부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이 대표는 직설적인 말투가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야채가 아삭아삭하면서 부드러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재밌는 비유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하는 식으로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정의’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 대표가 ‘소명(召命)’이라고 표현했듯이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2배의 영역을 더 키워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대표의 겸손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2021-06-20

단체장·지방의원자질이 지방자치 成敗 가른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17일 경북매일신문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지방신문협의회 소속 4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대구에서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기념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아 자치분권 입법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 지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자치경찰제 도입 등의 자치분권 관련 입법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는 지방자치법 부수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풀뿌리 지방자치의 취지에 부합되도록 권한 이양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올해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째가 된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개원되고 4년 뒤 민선단체장이 선출됐을 때 주민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꿈에 부풀었다.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들은 들에서 일하다 장화를 신은 채 의회에 출석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지방행정에 반영해 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 민선단체장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나 무사안일주의를 확 바꾸며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줄 알았다. 30년이 흐른 지금 지방자치제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감은 크다.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 아니라 민선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자질 때문이다.일부 민선단체장들은 지방정부를 마치 개인 기관처럼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을 선거 캠프출신 아니면 개인적인 친분이 강한 사람을 앉히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주민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방의원들의 경우에는 주민보다 자신들의 권한강화에 주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보수로 시작된 지방의원 급여가 연봉 5천만~6천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국회의원처럼 입법보좌관을 둘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무보수 명예직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물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있을 것이다.진정한 지방자치가 정착되려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헌신성과 도덕성이 전제돼야 한다. 사리사욕에 빠진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존재하는 한 지방자치법이 매일 개정돼도 지방자치는 불가능하다.

2021-06-20

이건희 미술관, 지방에 한정해야 하는 이유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지사로 구성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을 지방으로 한정해 공모절차를 추진해 줄 것을 공동 건의했다. 독자적으로 이건희 미술관 지역 유치에 나섰던 자치단체가 지방 한정에 뜻을 같이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다. 우리지역에 이건희 미술관이 온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미술관이 와야 한다는 지방도시 공동의 절박함을 담아낸 결정이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가 30여 군데나 된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이 지방도시 하나쯤은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란 빌바오 효과에 희망을 걸고 많은 지방 도시들이 미술관 유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도시의 이런 절박함보다는 과잉 유치전을 핑계로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에 명분을 찾는 모양새다. 지방 도시들이 왜 수도권을 제외하자고 건의를 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없이 너무 많은 도시가 유치를 희망하니 수도권에 건립하겠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있는 것이다.수도권 중심의 국토불균형의 문제가 국가적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노무현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153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켰다. 정부는 2단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검토하는 등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고 있다. 지금 지방에서는 매년 10만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도시마다 공동화로 골머리를 앓는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39%인 89개 자치단체가 소멸위기에 봉착했다. 이 도시들은 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면 멀지 않은 장래에 도시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산다. 수도권 초집중은 이미 많은 폐해를 낳으며 도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주거공간이 부족하고 교통체증 등의 문제로 고통받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치, 경제, 문화 등 국가적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으로 집중된다.이건희 미술관을 지방에 세울 수 있도록 공정한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영남권 시도지사의 건의는 단순히 문화적 불균형 해소 문제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간절함도 담겼다. 이건희 미술관 지방설립에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2021-06-20

변이 바이러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발생지역에 따라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브라질 변이, 인도 변이 등으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런 호칭이 특정지역과 국가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국발은 알파, 남아프리카발은 베타, 브라질발은 감마, 인도발은 델타로 명명했다.그 중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가 전세계 변이 바이러스의 주종이 돼가고 있다는 불안한 소식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신규 감염자의 60%가 델타 변이로 밝혀져 보건당국이 비상이다. 백신공급 확산으로 방역규제를 풀던 영국은 하루 1천명까지 떨어졌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최근에는 1만명 선까지 다시 올라섰다. 예정했던 규제해제 시기도 한 달 늦추었다.델타 변이는 감염속도가 기존보다 60% 정도가 빠르다. 감염된 사람은 복통과 메스꺼움, 구토, 식욕상실, 청각상실, 관절통증 등의 심각한 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일부에서는 델타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고 가을철 대유행을 또 한차례 이끌 가능성도 있다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주까지 신규 감염자의 6%정도 차지했던 델타 변이가 이번 주 들면서 10%까지 높아졌다. WHO는 최근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가 전세계 80여개국에 확산된 것으로 발표를 했다.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속도가 붙으면서 6월 현재 접종자 수가 1천4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물론 국민도 코로나 악몽의 긴 터널 끝에 왔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꿈꾸는 분위기다. 그러나 델타 변이처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어디에서 또다른 복병을 만날지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철저한 자기방역 준수의 정신 잊지 말아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20

말이 씨가 된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보통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역으로 긍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와 응원의 말이 나에게 힘이 되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세계 최고 부자들의 성공 원리를 집대성한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를 비롯해 수많은 성공학 책을 저술한 ‘성공학 연구자’인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은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대장간집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그의 내면에 잠든 그의 능력을 일깨워 주었던 새어머니가 있었다. 새어머니는 동네 골칫거리였던 힐의 재능과 장점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너는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가장 활동적이 아이일 뿐이야. 네가 아직 뚜렷한 관심사와 목표가 없어서 주변에서 너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야. 너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인 재능이 많은 아이란다. 너는 틀림없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위대한 작가가 될 거야. 나는 사람을 볼 줄 알거든.”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이 말을 들은 힐은 “세계적인 작가가 될 것이라는 새어머니의 예언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힐은 “작가라는 목표가 생겼고, 새어머니의 말이 평생토록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되어, 어떤 어려움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담대한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새어머니의 말이 그에게 ‘자기실현의 씨앗’이 된 것이다.이렇게 긍정적 언어와 기대는 사람에게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다. ‘로젠탈 효과’는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로젠탈 효과’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젠탈(Rosenthal) 교수로부터 만들어진 용어로서, 샌프란시스코의 초등학교에서 실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유명한 이 실험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전교생에게 지능검사를 시행한 후에 결과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20%를 뽑아 담임 선생님에게 “이 아이들의 지능이 높으니 학업 성취도가 높아 틀림없이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거짓 결과를 알려 주었다. 이 결과를 들은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기대가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자 8개월 후 놀랍게도 무작위로 20%에 선택되었던 학생들이 지능지수와 상관없이 타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한다. 로젠탈 교수는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선생님이 어떤 학생에 대해 평가하는 화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학생에게 보여주었다. 영상의 소리를 제거해 실제 말소리는 듣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선생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거의 정확히 맞힐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꼭 말이 아니라 눈빛, 손짓 등 비언어적 요소로도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타인의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긍정적 기대는 그 기대를 받는 사람의 부응 심리와 서로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나타내어 ‘자기실현의 예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로젠탈 효과’와 반대로 선생님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는 학생은 실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현상을 ‘골렘 효과’라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기대 수준이 낮을 때 상대방도 노력을 하지 않고 이는 결국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로젠탈 효과’와 ‘골렘 효과’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재수하는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두 가지 태도를 살펴보겠다. 긍정적인 어머니는 “앞으로 일 년을 더 공부하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얻을 것인가!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걱정 하지마. 최선을 다하면 돼.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라고 격려해 준다면, 아이도 자신감이 늘고 심리적 안정감과 집중력이 향상되어 다음 해에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어머니는 “일 년을 또 어떻게 뒷바라지를 해야 하나? 속상해 죽겠다”하는 생각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를 보는 아이는 마음이 더 안절부절 해서 될 공부도 안 된다.주변으로부터 칭찬도 들어보고 긍정적 기대를 받아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아 존중감이 높아져 어떤 어려움에도 목표를 이루려는 담대한 용기와 실천으로 끝내 ‘자기실현’을 하게 된다. 특히 어렸을 때 아이에게 중요한 인간관계인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어렸을 떄 주요한 인물의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할 때, 자녀에게 보내는 언어의 내용과 제스처,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기대가 아이가 미래에 이룰 ‘자기실현의 예언’이기 때문이다.‘로젠탈 효과’는 미신이 아니다. ‘로젠탈 효과’는 과학이다. ‘로젠탈 효과’를 믿는다면, 자기 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2021-06-20

우리 정치판에 다가올 낭만과 감동을 기다리며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지난주 헌정사상 최초로 원내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 젊은 청년이 정통보수를 표방해온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기존의 정치 틀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는 의미 외에도 주민들이 얼마나 정치 변화를 갈망했고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한 흥미 만점의 이 정치드라마는 이제 대변혁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기업체질 강화에 필수적인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이 회장이 남긴 말들은 빗나가거나 틀린 말이 거의 없을 정도여서 그 혜안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독일에서 신경영을 선포하며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야 한다’고 했고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그 유명한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삼류, 기업은 이류’라며 우리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했던 이 말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 당시 슈퍼 파워를 가진 정치인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한데도 그의 용기 있는 소신 발언에 국민들은 찬사와 공감의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지난 3월 미국 남부지방에 기록적인 맹추위가 찾아왔다. 30년 만에 들이닥친 혹독한 한파로 남부지역에서 가장 큰 텍사스주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주정부 관료들은 정전과 배관 동파로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식수조차 공급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고 주 전력업체가 한 일이라고는 전력수습의 불안을 틈타 수천 만 원의 전기료 폭탄을 부과한 것 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제일 먼저 가족과 함께 따뜻한 휴양지 캉쿤으로 도피하여 텍사스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게 하였다.하지만, 세상의 모든 정치와 정치인이 다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더러는 낭만과 감동이 있는 정치가 있고 신뢰와 존경받는 정치인들이 없지는 않아 그들 때문에 아픔이 있어도 여전히 웃으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듯하다. 지난 2019년 4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헤이그에 있는 보건 복지 스포츠부 청사 게이트를 지나던 중 실수로 그만 커피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청소부에게 대 걸레를 넘겨받아 자신이 쏟은 커피를 닦기 시작했고 대걸레로 제대로 닦을 수 없는 곳은 손걸레로 훔치기도 했고 이 장면을 지켜본 건물 내 여러 청소부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고 한다. 페이스 북 계정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이 영상을 본 수많은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겸손하고 친절한 리더십의 본보기라는 극찬을 했다고 전한다. 독일을 18년간 헌신, 능력, 성실로 통치한 메르겔 총리에게는 별장, 정원, 자동차, 요트, 제트기는 물론 명품 메이크 옷 한 벌 없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사 도우미도 없이 집을 청소하고 무료전기가 있는 밤늦게 빨래도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낯선 정경이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18년간이나 통치한 지도자의 모습이다.골퍼들이 ‘힘을 빼라’, ‘고개를 들지 말라’ 는 기본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것은 익히 다 아는 일이다. 정치도 역시 정답은 다 알지만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간디는 정치의 본질은 가난한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고 만델라는 배려하고 용서하면 안되는 일이 없는 것이 정치라고 역설하고 있다. 또 공자는 정치란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치는 상대가 있고 그러기에 항상 갈등과 반목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성의 존중과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정치가 정치답지 못하면 정치판이 되고 그러다가 개판, 굿판, 노름판과 동격이 된다고 한 어느 정치인의 탄식이 가슴을 친다. 어쩌다가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집단이 정치판이고 가장 경멸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었는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실수로 커피를 쏟고 스스로 걸레질하는 총리의 모습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가사도우미 없이 돈을 아끼려고 심야전기로 직접 빨래를 하는 우리에겐 볼 수 없는 그런 지도자를 가진 나라와 국민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본다.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수준이고 문화적으로도 우리는 BTS, 봉준호, 윤여정을 보유한 경이로운 나라가 되어 있다. 오직 한 부문만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혁명적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이제 정치 한 분야만 남았다. 폭염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고 코로나 19 때문에 너무도 힘든 이 시국에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정치, 감동이 있는 정치, 멋과 낭만이 있고 정치인들의 이름을 부르면 위선, 오만, 군림이 아닌 겸손, 정직, 희생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그런 바램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21-06-20

지방산단을 살리는 길

이승희경북구미스마트그린산단 사업단장 수도권 집중화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그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심화되면서 지방은 인구소멸,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산단도 지역의 인재와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특히, 청년들이 지방산단에서의 근무를 회피하고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유는 더 나은 일자리와 근무환경, 정주여건 등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도시를 조성할 때부터 정주여건과 교육 인프라 등을 함께 고려하는 점을 배워야 할 것 같다.결국 해결책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야 청년층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단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개발의 여건과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워라밸을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도 조성해야 할 것이다.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활용하여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추격형 경제시대는 지나갔다. 4차산업혁명과 5G 정보통신 혁명시대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하고 기업활동의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이제 산업의 주도권이 전통산업에서 디지털 산업으로 바뀌어가는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바람이 불고 있다. ICT강국 대한민국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은 이제 필수요건이 되었다.지방산단을 살리는 길을 몇 가지 요약해 본다.첫째, 기존의 전통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의 산업재편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 물론 영세한 중소기업들에게는 시도가 어렵겠지만 품목추가, 업종추가, 업종전환의 순서로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는 것도 방안이라 할 수 있다.둘째, 대기업 중심의 계열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제 규모가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시대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기는 시대가 왔다. 대기업이 떠나면 기존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이나 앵커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셋째, 제도적 측면에서 지방산단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어려운 지방산단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지방의 특화산업을 지원하는 특화단지 조성이나 특구 및 규제자유구역 지정 등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넷째, 지역산업발전을 위해 이제 지역대학과 지역의 연구기관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RD를 수행할 인력과 장비, 과제수행역량이 부족하다.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업들이 곧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실용과제를 개발하여 지원해야 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대학과 출연기관들의 평가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다섯째, 지방산단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의 유관기관들이 함께 협력하고 힘을 모을 때 가능할 것이다. 협업 시대이고 공유경제 시대에 지방산단을 살리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다양한 기관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21-06-20

대형 건물 철거기술의 미래

윤영대수필가 또 하나의 악몽을 꾸었다. 지난 6월 9일 광주시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때마침 그곳에 섰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어이없는 큰 사고가 났다. 비용과 일정을 줄이려고 철거절차 및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현장 감독도 없는 안전불감증 인재(人災)였다.고층 건물의 철거는 위에서 아래로 조금씩 무너뜨리는 탑다운(topdown) 공법과 다이너마이트 등 화약으로 일시에 폭파하여 내려 앉히는 발파공법 등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 모두가 철저한 세부계획과 감독으로 인명은 물론이고 주변 건물과 환경에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대표적 주거시설이 되었고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2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밀림처럼 서 있다. 이 건물들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서 수명이 대략 50년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확한 설계와 시공이면 물리적 수명은 100년 이상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사정으로 보면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수명 만기로 해체되는 가구 수가 2015년 273만 가구에서 2025년에는 약 600만 가구로 그 비용이 11조에 달한다는 견해가 있다. 앞으로 20~30년 후에는 건설보다 철거가 사회적 문제가 될 것 같다.갑자기 기억 속에 몇 개의 건물붕괴 영상이 떠오른다. 94년 11월 서울의 남산 외인아파트가 전망을 해친다고 발파 해체시킬 때 16, 17층 두 동이 순식간에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TV중계로 보며 짓기는 어려워도 부수기는 참 쉽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철거였다.그러나 부실공사 사고인 경우가 많다. 1970년 4월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7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서울시가 무허가 건물 13만 동을 없애고 서민아파트를 짓는다고 서둘렀는데 준공 후 4개월 만에 한 동이 비탈로 무너진 것이다. 사업비 부족으로 철근과 시멘트를 적게 쓰고 부정과 비리가 낀 총체적 부실공사였다. 또 1995년 6월19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다. 지상 5층 지하 4층의 대형 건물이 20초 만에 무너져 내려 사망 501명을 비롯해 1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것도 부실공사의 결과다. 이 사건으로 119중앙구조대가 설치되었고 건물안전평가를 실시하게 되었지만 사고는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2001년 9월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항공기 자살테러 공격을 당해 검은 연기와 붉은 화염에 싸여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3천여 명이 사망하여 세계인을 경악하게 한 911사태는 바로 전쟁의 공포이다.이러한 건물붕괴의 모습이 계획된 철거 현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생각에 이제 토목건설공학뿐만 아니라 파괴철거공학 전문가도 배출하여 안전한 파괴기술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서의 철거작업은 미래의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2021-06-20

공모사업이 주는 지역민의 행복

이승율청도군수 자치단체장이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 ‘지역민의 행복’이라는 단어일 것이다.코로나19가 발생해 오랜 기간 지역민을 괴롭히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들이 편하지는 않지만, 자치단체장이라면 개인의 욕심이 아닌 지역민을 위해 모든 일의 계획부터 실천과정까지 머리로 수없이 그려보고 실행에 나선다. 그 결과로 지역민이 행복감을 느끼며 안전하게 생활하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신이 사는 고장에 자부심을 느끼며 신명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지역민이 행복감과 자부심을 느끼려면 남부럽지 않은 인프라에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 스포츠, 보건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지자체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지역민의 요구를 자치단체가 다 수용하기에는 재정이 부족해 자치단체장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사업비를 마련하는 것이다.그러함에도 자치단체장은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해 지역민의 요구에 충족감을 주려고 한다.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이 자치단체의 부담 비용은 줄이고 국비와 광역단체의 도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공모사업 선정이다. 공모사업과 지역민의 행복을 연관시키는 것이 무리일지는 모르나 공모사업은 지역민의 편의성과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2014년 청도군수로 취임하며 가슴에 깊이 새겼던 것이‘이상적인 군정운영과 발전하는 청도의 미래를 군민과 함께’였다. 이를 실천하고자 우보천리(牛步千里,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와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의 마음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정부와 경북도의 공모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이러한 노력은 각종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말이 쉽지 공모사업 선정은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공직자, 지역민, 보이지 않는 도움 등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자리를 빌려 공모사업에 도움을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전한다.2019년 기준 2020년도 우수저류시설설치사업 등 29개 사업 400억 6천만원이던 국·도 비용이 2020년 기준 청도 가금·예리지구 풍수해생활권종합정비사업 등 47개 사업 557억 9천만원으로 대폭 늘어나고 올해도 5월까지 14개 사업에 105억 4천만원의 국·도 비용을 확보했다.군은 올 연말까지 과실 전문생산단지기반조성사업 등 26개 공모사업 선정으로 370억원의 국·도비를 더 확보할 예정이다.이러한 결과가 나온다면 행복지수 4위를 자랑한 청도의 발전은 한층 가속될 것이다.청도를 오랜만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이 변모했거나 변하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2019년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청도읍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청도읍의 정주 환경을 날마다 변화시키고 있어 공모사업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청도읍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중심은 사업비 280억원을 투자해 협소한 주차장과 낡은 건물로 지역민의 불편을 가져왔던 청도읍사무소를 신축하고 공용 지하주차장, LH공공임대주택, 영상미디어·건강증진센터 등을 조성해 지역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한다.여기에 올해 도시재생 추가인증사업이 공모사업으로 선정되며 2023년까지 사업비 210억원을 투자해 청도형 소통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지역의 과거를 회상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청도 상상마루를 실현한다.또 그동안 경부선 철도로 개발사업에서 소외되었던 고수7리 뒷마지구도 사업비 146억원으로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고 도시새뜰마을사업 등을 추진해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발전의 기반을 마련한다.공모사업의 선정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은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청도는 청정자연을 자랑하는 관광자원과 새마을운동 발상지, 화랑정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문화의 보고로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은 높다.이러한 기본 자산에 각종 공모사업으로 변모하는 청도의 내일은 기대되고 있다.

2021-06-20

순례자의 길

어머~스앵님~, 그랜드캐니언 갈 필요 없겠어요. 여기 너무 멋져요! 미국 여행을 다녀온 영어 선생님이 해파랑길 15코스 중 발산리 근처 길을 걸으며 쏟아낸 탄성이다. 파도치는 그랜드캐니언은 없을 테니 여기가 더 아름다운 풍경일 거라며 나도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이 코스는 길이 바다를 품은 것인가 하노라면 어느새 바다가 길을 품고서 파도를 밀어와 발길을 움켜잡는 곳이다. 찰삭이는 파도가 발길에 닿을까 말까 하는 구간, 굽어지는 길에 커다란 바위가 있어 저기를 돌면 무엇이 나타날까 궁금하게 만들어 걷는 이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곤 한다. 바다가 내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발걸음이 잰걸음이 된다.오래전 나는 대만의 예류지질공원을 다녀왔다. 해안가에 자리한 바위가 멀리서 보면 버섯들이 오종종 모인 듯한 특이한 풍경이었다.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자연이 만들어 낸 기암 괴석들이 두런거리고 둘러앉았다. 숭숭 구멍이 뚫린 생강바위가 있고, 촛불을 밝혀야 할 거 같은 촛대바위도 있지만, 관광객을 길게 줄 세우는 바위는 따로 있었다. 파라오 여왕이 머리를 틀어올린 모습 같은 여왕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없이 서서 사람들의 사진 찍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가능했다.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했는데,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한 벽면 하나를 옮겨오고, 대만 예류지질공원의 기암괴석을 한 부분을 오려 붙여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바다 바로 옆에 멋진 풍경을 걸어놓았다. 오래전 층층이 쌓인 바위에 파도와 바람과 시간이 합작해서 만든 걸작품이었다.이 길을 나에게 알려준 사람은 남편이다. 한 달에 한 번 산악회 친구들과 걷는 걸 즐기는데, 2월엔 해파랑길 14~16코스를 걸었다. 다녀와서 나와 걷고 싶은 구간이 있다며 따뜻한 기운이 움트는 초봄에 처음 그곳에 데려갔었다. 파도는 어린아이가 찰방거리는 것처럼 조용히 속삭였고 바위섬마다 갈매기가 앉았다 날곤 하며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그 그림 속에 어린 딸을 데리고 무릎까지 옷을 걷어 올린 엄마 아빠가 해초를 따고 있어 더없이 평온한 주말 오후 풍경을 완성했다.첫눈에 반한 나는 그다음 주에 또 가자고 졸랐다. 시댁에 다녀오는 오후 늦게 한 번 더 걸었다. 넓적한 돌을 맞대고 붙여 만든 아주 예쁜 길이다. 둘레길 대부분이 나무 데크를 이어붙여 완성했는데 여기는 징검다리의 돌 사이를 당기다 너무 힘껏 당겨 붙어버린, 그래서 ‘이쪽으로 걷기만 하면 해파랑길이 이어집니다.’ 하고 길이 일러주는 것 같다. 걷다가 바다가 암벽에 그려놓은 서사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바다 건너편의 제철소 뒤로 저무는 해를 배웅했다.왼쪽이 바다라면 오른편은 산으로 이어졌다. 산과 바다 사이로 난 길을 여름비가 나리는 오늘 아침에 찾아가니, 바람이 파도를 끌고 길 위를 자꾸만 침범했다. 돌길에 손바닥만 한 연못을 만들어 하늘을 들이고, 고동 따개비들을 흩뿌려놓았다. 파도가 더 심해지면 돌아오자고 하며 널따란 해파랑길로 조심조심 나아갔다. 바닷가엔 바람이 많다고 일찍이 소문을 들은 풀꽃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한철 지난 찔레꽃이 더 샛노란 수술을 뽐내며 납작하게 엎드렸다. 집 근처에 찔레는 덩굴의 키를 좀 더 높이려 애쓰는데 바닷가 녀석들은 크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은 지 오래였다. 인동초도 그 틈에 섞여 잔향을 풍기고, 땅채송화도 낮은 키로 노랗게 길을 덮었다.오래전 순례자들은 걷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길 위에서 내딛는 걸음마다 지나치는 자연을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서 배웠다. 침식작용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에 자기 몸을 조금씩 내어주는 바위, 높이 올라가기보다 옆에 친구들 손을 꼭 잡고 서로 온기를 나누며 엎드린 바닷가 풀꽃, 그들은 오래 멀리 가기 위한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삶은 순응하는 것이라고 걷는 이에게 온몸으로 알려준다. 우리는 가만히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위와 꽃에 그려진 묵직한 경전에 귀 기울였다. /김순희(수필가)

2021-06-20

정성에 관하여

이바름 기획취재부 어린아이들과 마주하면 필자는 항상 몸을 낮추고 눈높이를 맞춘다. 그리고 먼저 웃는다. 그러면 열 중 여덟은 따라서 배시시 웃는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나도 아이도 서로 느끼고 있다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물론 열에 하나는 정색, 하나는 지구가 떠날 듯 엄마를 찾긴 하지만 말이다.김태성 해병대 사령관과 함께 병영생활을 했던 많은 이들은 그를 참 군인이자 장병들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한 부대의 장이었음에도 그는 언제나 부대원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존경할 수 있는 군인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김 사령관이 올해 4월 현재의 위치에 올랐을 때 자기 일처럼 뿌듯해했던 많은 해병대 간부들과 전역자들을 봤다. 그의 눈높이는 적어도 장병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지난 14일 해병대 제1사단에서 발생한 부실 급식 논란과 관련해 해병대 사령부는 15일 CMC(해병대사령관)를 언급하며 현장 급양담당과 감독관의 역할 부족을 질타했다. 배식의 양이 부족한 상황을 인지했으면 추가 부식 등의 조치를 통해 장병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지 않느냐는 말이다. 상황의 엄중함도 모르고 있다는 강한 어조를 섞어가면서까지 현장 관리자들의 책임을 강조했다.SNS에 글을 올린 작성자가 “다들 라면을 많이 먹는다”고 한 이유는 도시락을 담는 과정에서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배식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짬밥’이기 때문이다. 글에 나온 것처럼 닭가슴살 한 조각을 집으니 치킨샐러드가 아닌 그냥 샐러드가 돼 버린 부실한 식단이 사건의 본질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대 급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많은 장병들이 PX로 달려가는 이유에는 한해 40조원이 넘는 국방비가 이리저리 새고 군 장병들에게 전달되는 결과물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과 마주닿아있다. 전시 상황에서도 음식의 질을 따질 거냐는 뻔한 반론에는 21세기에도 평생 전투식량만 먹으라고 응수하고 싶다.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과거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해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겪어봐야 아는 게 사실이다. 해병대라는 국가전략기동부대의 최고자리까지 오른 그가 여느 사령관들처럼 변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도 믿는다. 많은 해병대 장병들의 롤 모델이었던 시절처럼 그가 대원들과 같은 눈높이에 서서 바라봐주길 바라는 목소리들이 많다. 이번처럼 남 탓을 먼저 하는 김태성 부대장을 기억하는 부대원은 많지 않다./bareum90@kbmaeil.com

2021-06-17

경북형 거리두기 경제 활력의 희망 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범 적용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지역 내 경제활동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시범 실시한 경북은 시범지역 12개 군에서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 수가 0.2명으로 조사됐다. 기존 0.15명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12개 군 지역의 4주간 소비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영덕 14%, 청송 12% 등 군지역 평균 증가율이 7.8%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정부는 경북에 이어 시범 실시에 들어간 전남지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주민여론 조사에서도 주민의 89%가 사적모임 확대에 긍정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 초 시행할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 시범지역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라 한다. 현재 정부는 사적모임을 수도권은 6인까지, 비수도권은 8인까지 허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정부가 실시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역 성과도 냈지만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안겨주었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4인이상 모임금지 조치는 경제활동에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였고,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생업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을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경북지역은 인구 10만 미만의 12개 군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6일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로 지역 내 경기가 회복되자 영주, 문경, 안동, 상주시 등 도내 4개 시지역을 추가로 시범지역에 포함했다.중대본이 경북지역에서 나타난 결과를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에 반영할 것이라 한다. 경북형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적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제 우리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접종도 본궤도에 올랐다. 6월 현재 1천300만명이 접종하는 성과를 내면서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범 실시한 거리두기는 개인 방역수칙을 잘 지켜준 주민의 협조와 자치단체의 선제적이고 자율적 방역노력에 의한 결과다. 정부의 개편안이 나와도 지금과 같은 방역체제만 잘 유지한다면 경제회복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2021-06-17

노인학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노인학대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는 전년보다 학대신고 건수가 19.4% 증가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우울장애, 스트레스, 가족갈등으로 불가피하게 노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정 내 학대판정을 받은 건수가 전년보다 23.7% 늘었고 자녀와 같이 사는 집에서 일어난 학대도 전년보다 29%가 증가한 것이다. 감염병 확산으로 가정 내 체류시간이 길고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갈등이 확산된 것 같다는 분석이다.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 부모다. 그러나 노인학대 가해자의 80%는 자녀다. 특히 노인학대 자녀 가운데 아들이 60%를 차지한다.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하나 노인 문제에 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하는 부분이 많다. 노인학대와 더불어 노인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은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2019년 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8.6명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8.8명의 3배 수준이다.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밝혀졌다. OECD 평균인 14.8%의 3배가량 된다. 위의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의 노인은 과연 다른 나라 노인보다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경제 선진국이라 자랑하면서 노인 빈곤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우리의 경제성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남는다.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짚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노인학대 예방의 날(6월 15일)처럼 노인의 문제가 스쳐가는 행사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6-17

내년 최저임금 공방 스타트…솔로몬의 지혜를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본격 가동돼 심의에 들어가면서 우리사회가 또 한차례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는 지난 4월과 5월 한 차례씩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노사 양측이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 최저임금 협상도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 개선을 위해선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1만명 규모의 노동자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노동계에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상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18년과 2019년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며 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했다.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누적된 충격의 여파에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현 8천720원)으로 오를 경우 일자리가 최소 12만5천개, 최대 30만4천개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이날 회의에서 공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28일부터 6월3일까지 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조사’를 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구직자 대부분(80.0%)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염려했다.최저임금은 400여만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적정 수준 이상이면 일자리가 위협받고, 그 이하면 노동자의 생계가 위험해진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보장해야 하겠지만, 임금지급주체인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의 수용능력, 구직자들의 의견 등을 모두 참작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2021-06-17

변화와 찬스의 차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야 정치권이 변화의 물결에 휩싸였다. 정권탈환을 노리는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정당역사상 초유의 30대 당대표를 뽑아 변화의 새물결을 선도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친문(親文)이 아닌 비문(非文)에 해당하는 송영길 대표를 뽑아 내로남불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고 나섰다.여야 정치권의 변화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자로 나서서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을 극복하고, 유능한 개혁과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참패를 언급한 뒤 “집값 상승과 조세부담 증가, 정부와 여당 인사의 부동산 관련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지난 5월 2일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선택했다”면서 “정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결정적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부족 때문”이라면서 “특정 세력에 주눅 들거나 자기검열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민심과 유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송 대표는 “내로남불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도부는 가슴 아프지만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했다”면서 “수사기관의 조사도 없었고 혐의가 있어 기소가 된 것도 아니었으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 12명 국회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당 사상 초유의 결단이요, 부동산 부자가 많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민권익위 조사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게 만들만한, 결기어린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혁신의 바람을 몰아, 당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면서 민생과 공정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먼저 30대 젊은 당대표의 탄생과 청년들의 입당신청 쇄도 등 최근 당내 변화를 설명한 뒤 “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라는 국민의 당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날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했고, 실력이 모자랐으며, 포용도 부족했다”고 반성과 성찰을 강조한 뒤 “그 바탕 위에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가치, 세대, 지역, 계층을 확장해 나아가겠다”면서 “자유, 책임, 헌신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되살려 가치를 확장하고, 민생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공존과 공정의 토대 위에 세우고, 산업화를 이룩한 세대, 민주화를 쟁취한 세대, 그리고 미래를 주도할 MZ세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수구·꼴통으로 대변되던 정치권이 바야흐로 변화의 물결속에 몸을 던지는 모양새다. 변화의 Change의 g를 c로 바꾸면 Chance가 된다고 했다.하루하루 변화에 깨어 있으면서 당당히 맞서는 여야 정치권의 변화가 내심 기꺼운 하루다.

2021-06-17

정치판의 새바람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치세의 경륜이란 나이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삼국지의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함께 난세를 구하자’고 불러낸 제갈량도 당시 불과 27세였고,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한 것도 30세 이전이었다. 싯다르타는 서른다섯에 득도를 하였고, 예수가 인류를 구원할 경륜을 펼친 것도 삼십대 초반이었다. 중국 위나라의 왕필(王弼)이란 천재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가장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도덕경’과 ‘주역’의 주(注)와 약례를 써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와 덕성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분별이 흐려지고 완고해지는 사람도 적지가 않다.서른여섯 살의 정치인이 제일 야당의 대표로 선출되어 정치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나이에 국회의원 백 명이 넘는 당의 대표가 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고 다른 나라에도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도 한번 못 해본 젊은이가 당 대표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기는 하나 삼십대 중반이란 나이가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미심쩍은 것은 그의 나이가 아니라 과연 이 난국을 수월하게 헤쳐나갈 역량과 품성을 갖추었는가 하는 것이다. 당원이 아닌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인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대다수 국민들이 당 대표의 경력이 있는 다선의 후보들보다 제일 나이가 어리고 낙선한 경력 밖에 없는 그에게 지지를 보냈는가를 알아야 앞으로 당 운영의 방향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이준석을 선택한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때문일 것이다. 3류 정치에 식상하고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소위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새로움은커녕 구태의연에다 한 술을 더 떠서 오만불손, 파렴치, 무능에 사악하기까지 한 정권에 실망과 낙담을 한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당대표 수락연설에서도 밝혔듯이 그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권교체다. 야권을 규합하고 가장 역량 있는 후보를 선출하여 내년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 제일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잡음과 균열을 어떻게 봉합하고 통일시키는가에 자신과 당의 정치적 성패는 물론 나라의 명운도 달려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당대표로서 이준석의 행보는 전철과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에서 보듯이 일단 젊은이답게 신선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인습이나 타성에 얽매이지 않는 발랄하고 당돌한 태도도 새로움의 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만 경쾌함이 경박함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고, 당돌함이 치기나 무례에 머물러서도 안 될 것이다. 젊다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열려있다는 것이고, 사람의 그릇은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마음과 생각을 열어놓고 편견이나 아집이 없이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가는 이제부터 두고 볼 일이다.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기왕 젊은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여망을 동력으로 삼아 당을 쇄신하고 야권을 통합하여 새로운 정치로 불어가는 새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1-06-17

이주일씨의 눈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한 소형아파트 담배 전투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찍은 협조문을 올렸다. 입주자라고 밝힌 이는 “환풍구를 타고 화장실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있다”고 항의하면서 앞으로는 화장실에서 흡연하지 말아달라”고 적었다. 이 협조문 밑에는 반박글이 붙었다. “베란다 욕실은 어디까지나 개인공간이다. 좀 더 고가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라”층간소음과 더불어 아파트에서도 흡연문제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크린 골프를 하러 갔다가 각 방에서 나는 담배냄새로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주인 말로는 흡연할 곳을 만들어 놓아도 소용없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건강을 망치는 흡연을 하면서 운동을 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왜 담배를 피우는가. 필자는 지난 2년간 3명의 친구들을 폐암으로 잃었다. 모두 흡연으로 인한 사망이다. 유명한 학계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친구들이었지만 모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가족들이 오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 친구들도 일찍 담배를 끊었어야 한다. 흡연자는 돈을 주고 사망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울고 싶어라’로 히트를 친 이남이 씨도 폐암으로 숨지면서 흡연을 후회하면서 울고 싶었을 것이다. 유명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금연캠페인에 앞장섰던 모습이 기억난다. TV에 나와서 제발 담배를 끊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주일은 생전 금연광고에 자주 출연하며 금연 캠페인을 펼치는데 앞장섰다. 2002년 월드컵 당시는 휠체어를 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담배는 일산화탄소와 타르 니코틴과 수십여 가지의 해로운 화학물질로 인하여 몸을 공격한다. 만성저산소증을 일으켜 심장 조임을 느끼거나 걷거나 뛸 때 쉽게 호흡이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폐는 서서히 망가져 간다. 폐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암이나 각종 질병에는 흡연이 영향을 미쳐 악화 시킨다.어떤 친구는 담배를 안우피는 데도 최근 폐암 수술을 받았다. 과거 대학원 시절 담배를 엄청 피는 연구실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있으며 간접 흡연의 고통을 겪었고 결국 본인은 담배를 안피우는데도 폐암에 걸린 것이다.간접흡연은 사실상 직접 담배를 피우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해롭다. 수많은 간접 흡연의 기회에 우리는 시달리고 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아파트에서. 흡연자들은 간접 흡연자들에겐 사실상 ‘살인자’에 가깝다.아직도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의 오열이 귀에 쟁쟁하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가족들은 흡연을 수십년 간 말렸을 것이다. 니코틴에서 느껴지는 쾌감만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고통을 멀리한 흡연자들은 이제 담배를 끊어야 한다.TV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주일 씨의 눈물을 기억하자. 담배 당장 끊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2021-06-17

자연의 시간표

양태순수필가 소록소록 자란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 숲이다. 매일 오르내리는 숲일지라도 어느 것이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가 없다. 식물이 자랐을 높이를 눈대중으로 짐작하여 고개를 갸웃거린다. 숲은 고요히 키를 키우고 품을 넓힌 탓에 어느 순간에 나무가, 꽃이, 풀이 자랐음이 확 다가온다.사람들이 숲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쉬고 싶어서 오거나 맑은 공기 마시고 건강해지려고 오고, 추억을 쌓기 위해서도 찾는다. 숲을 걸으며 마음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흙탕물이 아니라 밑바닥에 고인 앙금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숲이 주는 푸르름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잡다한 생각들의 뿌리가 오롯이 자신을 향한 채 촉각을 세우는 순간이다.형제들과 제주도 비자림을 찾았다. 먼저 새소리가 반기고 이어 습하고 눅눅한 흙냄새, 뒤를 이어 상큼한 나무 향기가 반겼다. 가슴을 활짝 열고 저 밑바닥까지 숨을 들였다. 잠시 눈을 감고 몸속을 흐르는 기운을 느껴봤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에 세포들의 기지개가 팽팽했다.안내판에 송이길이 있다. 송이, 송이가 뭘까? 무엇이든 궁금하면 찾아보는 네이버 검색기능을 사용했다. 화산 폭발 시 점토가 고열에 탄 화산석인 돌숯이라고 나왔다. 그냥 흙길 같은데 어디에 송이가 있다는 것인지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발바닥이 우레탄을 밟은 듯 푹신하고 약간 꿀렁거리는 듯했다. 맨발로 걸으면 좋을 것 같았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니 새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눈을 들어 새를 찾아보니 포르르 날아다니는 모양새가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눈 가는 곳마다 넓게 펼쳐진 융단에 오월의 싱그러운 색이 물을 들여 놓았다. 좋다, 참 좋다는 감탄사 외에 달리 덧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숲을 찾아온 햇살은 인심이 후한가 보다. 잎과 잎 사이, 가지와 가지 사이로 숲에서 숨을 이어가는 모두에게 고루 빛을 나누어 주었다. 얼개미에 내린 가루처럼 보드라운 기운이 지나간 자리에는 잎들이 반짝이며 짙어가고 바람이 흔드는 소리는 더욱 맑아졌다. 천 년의 비자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숲을 채운 종이 가지가지였다. 나무와 식물에 무지한 나로서는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몇 개 없었고 일일이 찾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바깥의 소리는 단절되어 숲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세울 수 있었다. 서로의 이파리가 부딪쳐 만들어내는 속삭임과 몸과 몸이 꼬여서 바람이 스며드는 소리, 낮은 키끼리 맞춰보는 화음이 시시각각으로 고막을 적셨다. 그것은 서늘한 청량함으로 마음에 쌓였다.숲에서 만난 비자나무는 생명력이 으뜸이었다. 나무가 부러진 채 누웠는데도 가지에 잎이 달렸다. 금년에 새로 돋은 연한 잎들이 팔랑거리며 존재를 알린다. 끈질기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벼락 맞은 나무란 표지석을 읽고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를 둘러보며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숲길을 걷는 동안 제자리에서 빛나는 존재들에게 장하다고 박수를 보냈다.숲에서 자라는 것은 다름을 곁눈질하지 않는다. 산 너머에서 자라는 동종의 터전을 기웃거리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이웃 종들에게 질투도 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서 물을 먹고 빛이 부족하면 고개를 약간 틀 뿐이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야무지게 하고 자연에 맞서지 않고 꿋꿋하게 내면의 힘을 키운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시간표대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깊어간다.자연의 시간표는 순리다. 비자림은 거슬러서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인간의 욕심을 돌아보게 만든다. 계절을 무시하는 하우스 안의 나물과 과일들이 식탁으로 배달되는 현재를 아무런 저항이 없이 받아들여도 될지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또한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하여 쓸데없는 일이란 이름으로 묶인 일들을 과감히 도려내는 작업이 옳은 것인지 물어본다.천 년의 시간을 견뎌 온 숲, 비자림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물어본다. 스스로 풀어야 할 질문지를 받아든 손이 떨린다.

2021-06-16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사람은 살면서 통과의례를 여럿 치른다. 관례, 혼례, 상례, 제례 그리고 각종 의식 등인데, 의례마다 나름의 절차가 있다. 절차는 의식에 의미를 더하거나 참가자의 마음을 담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위는 상징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치르는 의복과 도구를 보면 인간의 기원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상례는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의식이다. 다른 의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가 되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는 점이다. 망자는 술을 마실 수도 없고 노래할 수도 없다. 춤을 출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다. 자신을 위한 의식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례는 남은 자들의 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상여는 상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망자를 장지까지 모시는 도구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타고 가는 가마이다. 저승으로 가는 길만큼은 대궐 같은 집에 꽃가마를 태워주겠다는, 남은 자가 못다한 슬픈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듯 상여에는 많은 장식물이 달린다.상주는 형편에 따라 상여를 2, 3층으로 올려 누각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상여 맨 꼭대기에는 청룡, 황룡으로 용마루를 올렸다. 용마루 중앙에 해태를 탄 인물상을 만들어 장식했는데, 이는 삼천 년을 산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이다. 동방삭은 저승사자로 망자를 좋은 곳으로 모시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용마루 위에는 꼭두, 동자 동녀, 시종, 시녀 등을 올렸다. 극락조, 봉황새, 도깨비 등도 그려 넣었다. 이들은 악귀로부터 망자를 보호하고 망자가 가는 길을 보필한다.인물꼭두는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과 재주를 부리는 관대꼭두가 있다. 악공은 대금, 괭과리, 소고, 나발, 바라를 들고 있는 모형이다. 관대꼭두는 재인으로 재주를 넘거나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사람을 웃기며 풍악을 맡거나 가창을 하는 사람 모형이다. 인물 외에 동물꼭두도 있다. 새나 짐승인데, 닭은 새벽을 알려주기 때문에 음귀를 쫓는 역할이며, 닭볏은 벼슬을 상징한다.상여는 일련의 행렬이 있다. 방상씨(方相氏)가 맨 앞에서 귀신을 쫓고 영구를 인도한다. 다음에는 명정(銘旌)으로, 다홍 바탕에 흰 글씨로 죽은 사람의 품계·관직·성씨를 기록한 깃발이다. 이어서 혼을 모시는 가마인 영여가 따르고, 그 뒤를 축문을 읽는 축관(祝官)이 공포(功布)를 들고 따른다. 공포는 관(棺)을 묻을 때, 관을 닦는 삼베 헝겊이다. 뒤를 이어 상여가 가고 좌우에 삽(7FE3)이 나란히 간다. 삽은 사자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 위한 염원을 담은, 나무로 만든 부채이다, 맨 뒤에 상주와 빈객이 길게 따른다.“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랏차 ~ 어호우북망산천 가는 길에 미련일랑 다 놓고 가소, 어허야 ~ 데헤야”상여소리는 요령잡이가 선창하면(메김소리) 상여꾼이 후렴으로 응답한다(뒷소리). 가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망자에 따라 즉흥으로 지어 불렀다.상여는 가다가 서기를 반복한다. 다리를 만나면 또 멈추고, 보내는 사람은 차마 못 보내, 떠나는 망자는 차마 못 떠나, 장지까지 그렇게 가다사 서면서 서로 이별의 시간을 가진다.용마루 - 상여 맨 꼭대기에서 앞뒤를 가로지르는 나무.용수판 - 용마루 앞과 뒤를 받치는 판.병아리못 - 머리가 병아리 모양의 나무 못.상여꽂이새 - 상여에 꽂는 새 모양의 장식.앞소리꾼 - 선소리에서 메김소리를 메기는 사람. 주로 요령잡이가 맡는다.요령잡이 - 상여가 나갈 때 요령을 들고 가는 사람.메김소리 - 노래를 주고받을 때 한 편이 먼저 부르는 소리.뒷소리 - 메김소리를 받아 부르는 소리.자진상여소리 - 장지에 거의 다 와서 산으로 올라가면서 부르는 소리.달구소리 - 하관 뒤에 무덤을 다지면서 부르는 소리.달구질(회다지) - 무덤 위에 흙을 쌓고 발로 밟아 다지는 일.상주가 취토하면 석회를 섞은 흙을 한 자쯤 채우고는 다진다. 보통 3번 내지 5번 정도 행한다. 상두꾼들이 상여 맬 때 썼던 연추대나 대나무를 가지고 선소리꾼의 소리에 발을 맞추며 돌면서 봉토를 다진다. 다지는 발의 박자에 맞춰 달구소리를 불렀다. 달구질은 봉분에 나무뿌리나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다지는 행위지만, 삶의 애증도 미련도 다 내려놓고 가라는 기원도 들어있다.요즘 장례식장 분위기를 보면 슬픔을 억누르고 할 말을 참는다. 곡소리도 듣기 어렵다. 하지만 전통 장례는 반대이다. 슬픔을 표출하고 할 말을 한다. 못다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가슴도 친다. 문상객도 상주와 가족의 슬픔을 부추겨 마음껏 울게 한다. 그래야 남은 자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린다. 그러고 보면 전통 상례가 더 인간적이다.전통 상례는 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망자의 다음세상을 축원하는 종합예술이었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6-16

대한민국, 국가브랜딩이 필요하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카리브해의 작은 섬,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멋진 풍광과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주변에는 플로리다, 쿠바, 아이티와 자메이카,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들이 수두룩하였다. 홍보 책임을 떠맡은 광고인 데이비드오길비(David Ogilvy)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 그가 도출해낸 푸에르토리코의 강점은 의외로 문화였다. 세기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zals)가 그곳에 살았던 기억을 찾아내었다. 광고슬로건 ‘푸에르토리코, 그냥 멋진 해변만이 아닌(Puerto Rico, Not Just a Beautiful Beach.)’을 도출한 것이다.필자의 프로젝트과목에 클라이언트로 참여한 ‘주한콜롬비아대사관’은 한국인들에게 콜롬비아를 어떻게 알려야 하겠는지 도와달라는 주문을 학생들에게 과감하게 하였다.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나라, 콜롬비아를 한국인들의 마음에 심기 위하여 학생들이 학기를 열심히 달렸다. 상황을 분석하고 메시지를 고안하며 슬로건을 도출하고 실행계획을 다듬으면서 디지털과 온라인은 물론 전통미디어를 활용할 기획아이디어를 만들고 있다. 한동대를 방문하였던 카이자 로세로(Juan Carlos Caiza Rosero) 주한콜롬비아 대사는 본국 홍보를 위한 학생들의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 나라를 알리는 일에도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대한민국은 어떤가. 세상을 얼어붙게 했던 팬데믹은 백신 접종과 함께 서서히 물러갈 모양이다. G7 회담을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나라는 선진국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세상은 한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기업이 좋은 물건을 팔아도 업체가 하는 일과 상품의 가치를 알리는 일은 특별한 경영수단을 필요로 한다. 브랜딩(Branding). 대한민국이 좋은 모습을 여러 가닥으로 가지고 있지만, 세계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일은 또 다른 수준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나라 간 통행과 교류가 활발해 지면 관광과 여행은 국가경영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영역이 될 터이다. 대한민국을 세계인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마음을 사로잡을 ‘국가브랜딩’이 긴요하게 요청되는 바이다.국가경쟁력과는 별도로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을 전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사이몬앤홀트(Simon Anholt)가 개발한 ‘좋은나라지표(Good Country Index)’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들을 위하여 끼친 기여도를 평가하여 순위를 매겼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28위, 미국 38위, 중국 60위 등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순위는 아마도 조정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상생과 공존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우리의 모습이 세계인의 인식 가운데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브랜딩에 착수해야 한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하여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많은 것을 이룬 대한민국이 국가이미지브랜딩에 나서야 한다.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알리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2021-06-16

밈 이코노미

밈(Meme)은 원래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시한 용어로, 인터넷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 또는 특정 요인에 따른 유행을 통칭하는 개념이다.밈 이코노미는 주식과 암호화폐시장, 유통업계에서 일어나는 밈 현상을 가리킨다. 밈 주식 열풍의 주역은 영화 체인 업체 AMC엔터테인먼트다. 지난 6월 2일 AMC 주가는 하루 만에 95.22% 폭등해 주당 62.55달러까치 치솟았다. 6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주가가 무려 30배 넘게 상승했다. 생활용품 업체 베드베스비욘드,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블랙베리, 패스트푸드 체인점 웬디스 등도 밈 주식으로 떠올랐다. 밈 주식의 가장 큰 특징은 주가 급등을 설명할 수 있는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다. 밈 주식은 개인투자자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느냐가 주가 급등 여부를 결정한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밈 코인’ 투자 열풍이다. 밈 코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밈이나 이슈를 반영해 암호화폐로 발행한 것이다. 밈 코인은 ‘도지코인(DOGE)’이 대표적이다. 도지코인은 애초에 별다른 기능 없이 ‘재미’만을 위해 탄생한 코인으로 개발자 스스로도 ‘농담 화폐(joke currency)’라고 불렀다. 그런데도 지난 5월 연초대비 140배 이상 급등했다.유통업계에서도 밈 제품이 인기다. 농심이 지난해 가수 비의 노래 ‘깡’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자 비를 CF모델로 새우깡 광고를 내보냈다. 결과는 대성공. 농심은 지난해 깡 스낵 5종의 연간 매출만 1천억원을 넘겼다. 무언가에 거대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밈이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밈 이코노미는 ‘관심은 상품’이란 말로 귀결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16

신공항 연계 국제도시화 전략 경북 미래 달렸다

경북도가 대구경북 신공항 연계 글로벌 뉴플랜 기본구상 및 국제화·국제도시화·국제도시계획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도는 연구 용역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종합프로젝트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통합신공항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4차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국가와 지역을 초월한 자유로운 이동과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대구경북이 추진 중인 신공항의 글로벌 역할이 커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구상이다. 또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영역도 확대된다고 보고 글로벌 게이트인 국제공항 건설을 경북 발전의 호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경북도는 이와 관련, 15일 신공항 연계 글로벌 뉴플랜 자문회의도 도청에서 개최했다. 국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산업연구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 이 자리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도 신공항 건립은 경북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라는데 의견의 같이하고, 이에 맞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전문가들은 “교통물류 관광의 대표도시로 발전할 기회니 잘 활용해야 한다” “지리적 여건과 경북이 보유한 경제적.문화적 자원을 연계해 신공항 국제화 전략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4차산업 혁명시대가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인 4차산업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를 불러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게이트인 국제공항은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대구와 경북은 통합 신공항으로 국제화 기반과 인프라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역에 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발생할 도심항공교통(UAM) 산업 같은 것은 지역에서 일어날 부차 산업의 효과를 말해 준다. 경북도가 구상하는 신공항 중심의 국제도시화 전략은 준비에 따라 지역의 미래운명을 바꿀 만큼의 폭발력 있는 구상이다. 어떻게 구상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용역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추이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국내 공항 간 경쟁에서도 반드시 앞서는 기획이 나와야 한다. 지역의 미래는 신공항의 전략적 추구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2021-06-16

공직사회 ‘워라밸 문화’ 부작용 많다니 걱정

공직사회의 ‘워라밸(일가정 양립)’ 문화가 일선 시·군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일반화되고 있어 자치단체 인재양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가 공직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박희정 의원은 지난 15일 집행부를 상대로 한 사무감사에서 공직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워라밸 문화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박 의원은 “젊은 공무원들이 ‘저녁있는 삶’을 추구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삶이 윤택해질지 몰라도 포항시 조직으로 봤을 때는 좋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고 전제하며, “공무원들이 일 많은 부서를 기피하고 승진도 외면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결국 포항시 인재풀이 빈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Z세대 공무원들 사이에서 성과나 승진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일 많은 부서를 기피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니, 집행부에서 인재양성을 위해서라도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라는 주문이다. 집행부 측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조직에 헌신하는 직원의 수가 적다보니 회전문 인사가 불가피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에 대해서는 역량을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찾아 승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점진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답변했다.젊은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적 성공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보다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공직 사회 분위기다. 조직 논리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오랜 관료문화인 권위주의와 서열 문화가 흔들리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어떤 측면에선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워라밸 문화가 일 안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선 곤란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인사제도를 잘 활용해서 워라밸 문화가 조직운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이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을 이용해 나태한 생각을 하는 것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2021-06-16

젊은 교육 리더가 온다면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이 선생,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건 아닙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지인이 한 말이다. 늘 긍정적인 지인은 필자와 알고 지낸 20년 동안 화를 낸 적이 거의 없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노기(怒氣) 띤 목소리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아니, 아이가 정말 오랜만에 학교에 갔는데 말입니다. 아이가 집에 와서 하는 말이….!”지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정적이 흘렀다. 학교라는 말에 필자의 긴장감은 급상승했다. 정적이 좀 더 흐르고, 뭔가를 결심한 듯한 심호흡 소리가 지나고 지인이 말을 이었다.“늦은 시간에 다짜고짜 전화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정말 요즘 학교가 하는 일이 뭡니까?”저녁 교육활동을 모두 끝내고 학생들이 기숙사로 간 다음이라 교무실에서 조금은 편한 자세로 업무를 마무리하던 필자는 전화 받는 자세부터 바로 했다.“이 선생, 아직도 학교는 옛날 시간에 머물러 있는 모양입니다. 사회는 참 빠르게 변하는데 말입니다. 21세기에 아직도 교문에서 교복 단속합니까? 코로나가 좀 나아졌나 봐요! 물론 학생에게 규칙을 가르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가 있지 않을까요?”지인은 필자보다 교육계에 훨씬 더 호의적인 사람이다. 필자가 교육청이나 교육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면 좀 더 생각해보라고 필자를 늘 다독이는 지인이었다.“아이가 3주 만에 학교에 갔는데, 학교에서는 교복 단속부터 했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건강보다 교복 규정이 더 중요한가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로 등교한 학생들을 교문에서부터 범인 검문하듯 하면 안 되지요.”지인의 말을 듣는 순간 1980년대 교문 등교지도 모습이 그려졌다. 살벌한 모습, 이치에는 전혀 맞지 않은 모습! 하지만 그때 학생들은 그것을 이해했다. 왜냐면 학교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 당시 학교는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희망 공간이었으니까!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학생에게 학교는 더이상 어떤 가치도 없는 곳이다. 그냥 가라고 하니까 부모 눈치 보면서 겨우 다녀 주는 것이 학교다. 그런 학교가 학생을 오로지 통제만 하려고 하니, 학생의 분노만 높이고 있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학교와 기성세대다.제 버릇 남 못 준다는 관용적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곳이 학교다. 학교는 아직도 권위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학교는 그 몹쓸 권위를 절대 권력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니 가장 젊어져야 할 학교가 가장 늙어 갈 수밖에 없다. 박물관에나 가야 할 교육이 아직도 자기가 최고라고 행세하고 있으니 문제도 이런 문제가 어디 있을까!“이 선생, 헌정사상 첫 30대 당 대표가 선출되었다고 정치권은 변화와 변혁의 기대로 가득합니다. 교육계도 젊은 교육 리더가 나오면 좀 나아질까요?” “….!”

2021-06-16

민주당은 ‘조국의 시간’과 결별해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해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검찰이 조국 장관의 자택을 압색하는 희대의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결국 검찰 개혁을 선도했던 조국 장관은 자녀입시와 주변 비리 의혹으로 사퇴하였다. 후임 추미애 법무장관의 기용과 윤 총장의 불편한 동거는 또 다시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윤석열 총장도 임기 몇 개월을 앞두고 ‘정의와 상식’이 사라진 정권을 비판하면서 사퇴하고 말았다. 박범계 법무장관 취임 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과 개혁을 서두르는 정권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지난 주 조국 교수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가족의 피에 펜으로 써 내려간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조국의 공직시절, 자신과 관련된 억울했던 사연을 소상히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야당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전 법무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변명만 한다고 비판적이다. 특히 자신과 가족의 재판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저서 출간은 매우 적절치 않는 처사라는 것이다. 어느 철학자는 조국의 책은 ‘악성 자아도취’형 고백서이며,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조국의 입장만 확대 재생산한다고 비판한다.집권 여당의 입장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주 ‘조국 문제’에 관하여 고민 끝에 사과했다. 이 나라의 권력 있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스펙 쌓기는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상처로 남음을 사과했다. 일부 여권 대선 주자 중에는 친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다. 송 대표는 회견에서 조국 가족의 수사와 똑같은 잣대로 윤석열 가족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여권의 비문 측에서는 조국문제를 재론치 않고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 당이 전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결국 조국의 저서가 집권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치 않고 오히려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 시점에서 그의 저서 출간은 당내의 친문과 비문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친문 강경세력은 조국에 대한 비판은 반개혁적이라는 프레임에 젖어 있다. 그에 비해 비문 측은 조국과 결별해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작심한 조국 비판은 경고장 수령 후 사라져 버렸다.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살려면 조국과는 결별해야 한다.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조국은 민주당이 자신을 밟고 전진하라고 요구하지만 당이 그와 연계할수록 대선구도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조국은 문재인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면서도 이제는 정권의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조국의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욕구는 그 가족관련 비리로 여지없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친문 핵심 양정철 원장까지 ‘조국을 털어내고, 문 대통령을 넘어야 재집권 할 수 있다’고 까지 했겠는가. 아무래도 조국은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 출간보다 ‘인내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을 것이다. 혼탁한 정치판에 뛰어든 학자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2021-06-16

개선으로 거듭나는 기업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사람의 일생은 배움과 고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나서 옹알이를 하며 걸음마를 배우고, 자라나면서 학습과 교육을 통해 예절과 도덕을 익히며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침이다. 고침은 잘못된 것이나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실수한 것을 일깨우고 고쳐주는 것이다. 육아기나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님의 잔소리 같은 말씀은 그만큼 자식이 잘 되고 바르기를 원해서일 것이다. 인간은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충고와 훈계를 통해 고쳐지고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쳐 올바르고 착하게 됨을 이르는 개과천선(改過遷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잘못된 언행이나 습관을 바로잡아 자신의 인격과 행동에 도움을 주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고침은 분명 필요하고 당연하며 성장의 중요한 맥락이 될 것이다. 개인과 사회적인 적용이 이러할진대, 기업체에서의 개선은 성장동력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기업(企業)은 영리를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로, 어원적인 의미로는 ‘사람(人)이 일(業)로 머무른다(止)’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이 기업에 계속적으로 머물기 위해서는 회사가 이익을 창출하여 일에 대한 보수를 받는 경제적인 부분과 일을 통한 자신의 성취가 결부되는 것 등일 것이다. 그에 이르기 위해서 기업체는 이윤창출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비전이 있어야 하며, 개인은 회사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역할과 사명을 다해 나갈 때 공동의 발전과 미래를 추구해 나갈 수 있다. 그 밑바탕에 중요하고도 지속적인 ‘개선’이 있다.그러나 필자가 17여년간 수많은 기업의 지도, 컨설팅한 경험으로 비춰볼 때 개선의 의미와 목표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꾸준하게 지속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쉼없이 개선하고 혁신한다는 기업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단기적이나 형식적인 활동으로 전락하기 일쑤이다. 기업은 재료를 투입하여 여러 공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으로 만드는 ‘제품’이 대상이고 주체는 ‘사람’이며 설비가 도구인데, 이 대상과 주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가 방법이다.생산현장의 주체인 사람이 최우선시 되는 개선이 관건이다. 개선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간편하게’이며 안전 확보와 피로의 경감이 중요하다. 그리고 ‘좋게’이며 생산대상에 대한 품질의 향상이다. 또한 ‘빠르게’이며 생산시간의 단축이다. 아울러 ‘싸게’이며 원가절감을 말한다. 이와 같은 개선목표는 시간단축을 위해 ‘피로’나 ‘품질’이 간과되어서도 안되고 또 ‘원가절감’을 위해 노동을 강화해서는 더욱 안 되는 것이다.사람을 중심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작업현장 구축’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개선활동을 추진한다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약할 수가 있다. 간편하게, 좋게, 빠르게, 싸게라는 4대 목표로 현장의 개선활동을 정착시켜 나갈 때, 기업운영의 주체와 대상이 모두가 만족하는 영속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021-06-15

버림에 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애초 보름 예정으로 시작한 집수리 공사가 한 달을 넘기게 되었다. 2층 베란다에 창유리 끼우고, 들뜬 외벽 보강 정도 생각했는데, 7년 넘긴 목조주택은 곳곳에서 사람의 손을 부르고 있었다. 하기야 시간과 더불어 쇠락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잠시 생각한다.공사를 지휘하는 박 대목(大木)은 마당의 조경도 손보았으면 한다. 주밀(綢密)하게 서 있는 크고 작은 나무가 분위기를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진 나는 왕벚나무를 전지한다. 벌써 몇 차례 가지를 쳐냈으나, 왕성한 번식욕과 과시욕을 제어하기에 역부족이다.대문 좌우에 번성한 황매와 장미 그리고 조팝나무에도 전지가위가 작동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쓰지 않는 닭장이 눈에 거슬린다. 닭장 거주자였던 청계 9마리는 재작년 전남대 교환교수로 나가기 전에 이웃에게 넘겨주었다. 빈 닭장은 창고로 사용해왔던 터다. 그것이 거슬려 철거하기로 한다. 여분의 공간이 생겨난 마당이 한결 널찍하고 시원하다.내부에도 문제는 산적해 있었다. 오랜 세월 입지도 쓰지도 않는 물건이 지천으로 넘쳐났다. 이번 기회에 낱낱이 들여다보고 버리기로 한다. 아쉬울 것도 그리워할 것도 없다. 그렇게 버리자고 마음먹고 정리하기 시작하니 일곱 부대가 쉽게 나온다. 그동안 나와 함께 있었으나, 따로 살았던 사물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퇴락한 추억과 완전하게 작별한 기분이다.물건을 정리하다 든 생각은 채움보다 버림이 어렵고 쓸모 있다는 게다. 이 물건이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누가 주었는지, 언제 받았는지, 무슨 쓸모가 있는지 가물가물한 사물의 연이은 행렬. 다용도실과 옷장, 책상과 장식장, 주방에서 나온 물건들에 담긴 나의 다채로운 욕망은 찬란하되 누추한 것이었다. 처연한 인간의 탐욕이여!덕분에 오래 묵은 과실주와 안 쓰던 물품이 본연의 자리를 꿰차고 의젓하게 앉았다. 더러는 돌아보고, 더러는 살펴서 쓰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옛것이 오래도록 자리를 차지하면 새것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오래되고 낡은 것은 버려야 비로소 새로운 것이 자리 잡고 활동을 개시할 수 있을 터다.우리 내면의 오래되고 익숙한 습관과 사고방식도 오래된 물건과 매한가지다. 반성과 성찰 없이 기계적으로 답습하는 행동과 사유는 인간의 생기와 미래기획을 좀먹는다. 어제와 그제처럼 영위되는 오늘과 내일의 삶은 짙게 낀 이끼처럼 눅눅하고 축축하기 마련이다. 버리지 않은 혹은 버리지 못한 물건은 우리의 견고한 자기방어와 관련이 있다.시간과 더불어 축적된 자신만의 생활방식은 안전하고 아늑하며 편리하다. 그것을 매너리즘이라 한다. 매너리즘은 낡고 둔탁하지만, 익숙한 옷이나 물건처럼 우리를 아늑하게 인도한다. 그런 평안함과 익숙함이 우리를 타성과 습관의 눅눅한 늪지대로 인도한다. 거기서 우리는 환경과 습속의 수인(囚人)이 되어 사멸의 길에 접어든다. 버릴 것은 버릴 일이다!

2021-06-15

영호남 지방정부 간 협력의 길 더 넓혀라

영호남 8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협력회의가 14일 경북도청에서 열렸다. 이날 시도지사들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10대 분야 공동대응 성명서를 채택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영호남 지방정부가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결의했다.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지역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원 △국세와 지방세 구조개선 △관광개발 사업 국가계획 반영 △지방소멸 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광역철도 8개 노선과 광역도로망 3개 노선의 구축 등을 중앙 정부에 촉구했다. 또 수도권 중심체제와 지방소멸위기 극복방안으로 권역별로 추진하고 있는 메가시티 구상이 국가균형발전 과제로 진행되도록 공동 대응하고 이와 관련한 특별법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수도권은 인구가 몰려갈수록 과밀화 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멸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아주 비정상적인 국토 불균형의 현실이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럼에도 지방정부 단체장이 만나 이처럼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말로는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지만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문재인 정부 와서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수도권 인구는 더 늘었다. 수도권 규제에도 SK 하이닉스 같은 대형 프로젝트 사업은 수도권에만 집중된다. 지금대로라면 지방은 예측대로 소멸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영호남 지역 간 유대와 상생협력을 위해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가 만들어진 것이 1998년도다. 이번이 벌써 16번째 회의다. 당초 상호협력을 목적으로 했던 모임이 지금은 협력보다 공동대응 쪽으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이번 성명에서 보듯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내용들이 시도지사 협력회의의 주된 결론이다. 그만큼 지방정부의 위기감이 커졌다는 뜻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정도로 긴박해진 것이다.이번에 의제로 올라온 대구-광주 간 달빛내륙철도 건설은 벌써 여러 번 영호남 단체장들이 정부에 건의한 내용이다. 이번에 채택된 과제 가운데 국토균형발전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은 없다. 지방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는 더 활성화돼야 한다.

202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