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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사고가 유행병이 된 나라

등록일 2022-06-12 18:27 게재일 2022-06-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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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코로나19 만이 유행병은 아니다. 총기사고가 유행병(Epidemic)이 된 나라가 있다. 최근 한 달간 미국에서는 커다란 총기사고(Mass Shooting) 3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버팔로 마켓에서 10명,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21명, 그리고 오클라호마 털사의 병원에서 4명 등 매주 대량의 총기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학생 교사 등 이 희생된 사건은 1999년 콜롬바인 고교에서 발생하여 13명이 희생된 캠퍼스 내의 집단 살인 이후 최대의 사건 중에 하나로 미국 내의 캠퍼스가 안전하지 않다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년 대형 총기사고가 터진다. 1999년 13명의 사망자를 낸 콜로라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2007년 33명이 사망한 버지니아공대 비극에 이어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26명이 사망하고, 2016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소재의 나이트클럽에서 50명이 사망한 사건 2018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는 58명의 기록적인 사망자를 기록했다. ‘최악의 총기 난사’라는 기록은 경쟁적으로 깨지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사고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연간 3만 명 이상이 총기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이는 인구대비 1만 명 중 1명으로 세계 최고의 총기 사망률이다.

CNN의 보도에 의하면 한 연구결과가 1966년~2012년 사이에 일어난 전 세계의 모든 총기 난사 사건 가운데 1/3이 미국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매년 4만 명이 총기에 희생되고 1900년대 이후 총기로 희생된 숫자가 수백만명으로 1, 2차 세계 대전에 희생된 미국인 숫자보다 많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미국은 대한민국이나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총기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 달리 총기에 대한 접근이 매우 쉬운 관계로 총기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피해자도 대량 살상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총기규제를 왜 못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정녕 부패한 국가인가?

텍사스 총기 사건이 있던 날 NRA(미국 총기협회) 대규모 회의가 텍사스에서 열린 아이러니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많은 까닭은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총기 보유량과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인구보다 더 많다고 하니 3억 정 이상의 총기가 미국의 가정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총기규제를 못하는 이유는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 설립된 총기 소유 당위성을 고집하는 미국 총기협회(NRA)의 횡포와 NRA의 정치자금을 받는 공화당 중심의 보수적 국회의원들 때문에 총기규제 법안 자체가 통과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NRA는 “총은 개인을 방어하기 위해 있는 것이며 어떠한 규제도 하면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총 때문에 수만 명이 죽어갈 때 과연 몇 명이 총기로 스스로 방어해서 살아남았는가?

미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NRA의 강력한 로비로 입법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미국인들의 사고에는 총이 자기방어의 수단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식에는 큰 모순이 있다. Trade-off(TO·이익과 손해의 상호작용)라는 말이 있다. 장단점을 비교해 장점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선택한다는 용어로 필자의 전공인 산업경영학의 운용연구(Operations Research)의 핵심이며 사실상 산업공학의 핵심적 개념이다. 조지 버나드 댄치그가 2차세계대전 이후 고안한 선형계획법(LP)은 산업체의 여러 분양에서 활용되는데 현재의 환경 제약 조건하에서 TO를 통해 최적을 찾는 것이고 의사결정이론의 의사결정트리(Decision Tree)나 손익분석(Cost-benefit Analysis)도 모두 TO를 통해 최적을 찾는 것이다. 미국은 노벨경제학상을 유난히 많이 배출하는 나라이다. 지금까지 수여된 노벨경제학상의 80%는 미국인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경제학 이론의 근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인 학자와 교수들이 지금 세계 1위 총기사고의 미국을 보면서 과연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학의 근거는 당연히 TO이다. 이익이 손해보다 클 때 경제학은 그런 정책을 추구한다. 총기 소유 자율화로 손해가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NRA의 부당한 압력에 정의가 실천되지 못하며 경제원리를 적용 못하는 미국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된다. 호주는 미국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강력한 총기규제로 총기에 의한 살인을 50%나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강제성이 있다고 하여도 호주, 캐나다 같이 국토가 미국처럼 넓은 나라도 효과적인 총기규제를 하고 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총기규제로 자국민의 목숨을 보호해 주고 있다.

미국은 현명한 총기규제로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인권을 외칠 자격이 있다. 또한, 최다 노벨경제학상 국가의 체면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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