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牛生馬死

등록일 2022-06-08 18:27 게재일 2022-06-09 18면
스크랩버튼
조현태 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우생마사(牛生馬死)’,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유비가 산적을 진압하고 두목이 타던 적로마(的盧馬)를 얻었다. 특별히 그 말이 헤엄을 잘 치는 까닭에 유표의 추적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데 전쟁에도 이용된 가축은 말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육축(소, 말, 양, 돼지, 개, 닭) 중에 으뜸인 소와 말이 물에서 헤엄으로 경기를 한다면 말이 월등하다. 소는 웬만큼 헤엄은 치지만 말보다는 훨씬 뒤진다. 말은 소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물을 헤쳐 나가지만 유속이 심하게 흘러가는 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은 자신이 헤엄 잘 치는 것을 믿고 강한 물살을 이기려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그렇게 무리하게 전진과 후퇴를 줄기차게 반복하다가 지쳐 끝내는 기진맥진해 죽어 버린다.

물살이란 그저 물이 가야 할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마소가 빠졌든지 역방향으로 있는 힘을 다 하든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흐른다.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세찬 물살을 이길 능력이 없을 바에야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고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강가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한다. 적당한 시기와 장소를 봐가며 물에서 나갈 기회를 찾는다고도 하겠다. 그러니까 수천 미터 가량을 떠내려가야 겨우 몇 미터 강가로 다가간다.

실제로 몇 년 전, 태풍이 지나간 후에 밀양 낙동강 강변에서 소 한마리가 발견되었단다. 귀표를 확인해본 결과 경남 합천에서 떠내려 온 암소였단다. 합천 축사에서 밀양까지 80km나 되는 물길에 며칠 동안 떠내려갔다는 말이 된다. 그 소의 주인은 기적같이 살아 돌아온 소가 대단히 반갑고 고마우면서 미안하기도 했으리라.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노력을 많이 해도 점점 더 힘들어지기도 하고, 방해꾼이 자꾸 일을 꼬이게 할 때도 있다. 그 방해꾼이 거센 물살이라면 말이 헤엄치는 방법보다 소가 취하는 순리를 따라야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속도전에 너무 집착하게 된다. 아무리 초고속 시대라 하더라도 방향을 무시하고 속도만으로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가. 바로 옆에 강변 제방이 빤히 보이는데 거슬러 올라가서는 강을 건널 수 없듯이 말이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는 아무런 방해요소가 없다는 착각에 다름이 아니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이동해가되 더이상 내려갈 수 없어야 멈추는 법이다. 강제로 퍼 올려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도 이러한 물의 속성처럼 오직 가야 할 방향으로 끊임없이 흘러갈 것이다. 더러 왜곡하거나 조작하여 속성을 혼돈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본래 자세로 되돌아갈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대단한 방해꾼이 나타나도, 전쟁이라는 세찬 물살을 만나도, 에너지와 식량이 등짐으로 무겁게 눌러도 우리 다함께 유유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선거에 당선된 모든 이들은 굽이치는 강물에 뛰어들었다. 밀양까지 떠내려가도 합천 본고장으로 돌아간 소처럼 크게 환영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우근 시인과 박계현 화백의 포항 메타포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