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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발자국

등록일 2021-07-21 20:02 게재일 2021-07-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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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방학이다. 올해도 달라진 게 없는 그렇고 그런 방학이다.

온라인 수업 때문에 학교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으로 전락해버린 지금 학생들에게 굳이 방학이 필요할까?

많은 사람이 묻는다, 왜 꼭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만 인정하냐고. 집에서 EBS 보거나 혼자 숙제하는 것도 수업으로 인정하는 판에 왜 다른 곳에서의 수업은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냐고. 특히 영어, 수학 과목은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데, 그것도 학교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왜 그것은 수업으로 인정 안 하느냐고!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잃은 지는 오래다. 지금 학교는 성적 산출을 위한 시험을 치는 곳에 불과하다. 그 시험을 위해 학기를 나누어 학생을 학교에 모은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정말 이보다 좋은 말은 세상에 없다. 나열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이다. 이 역량 중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아래에 인용한 역량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 중 어디에 해당할까?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역량’.

바로 ‘의사소통 역량’이다.

물론 다른 역량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우리 교육이 해야 할 가장 기본이 학생들에게 이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교사를 비롯한 교육 관계자다. 그럼 교육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사소통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 앞에서는 소통, 배려, 이해 등을 멋있게 이야기하지만, 이 이야기를 가장 지키지 못하는 집단이 교육계다. 물론 소통의 본보기가 되는 교육 종사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수는 많지 않다. 이번 방학만큼은 교육 종사자의 의사소통 역량이 향상되는 방학이길 간절히 기원한다.

물발자국, 탄소발자국, 생태발자국 등 발자국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이들은 사람이 지구에 남긴 나쁜 발자국들로 인해 지구는 기후 위기, 전염병 등 대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류는 녹색 발자국이라는 답을 찾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학교다. 학교에는 수업 발자국, 시험 발자국, 학교폭력 발자국 등 참 많은 나쁜 발자국이 있다. 그중 나쁜 발자국이 방학 발자국이다. 방학은 학생의 심신을 처참히 짓밟는 발자국이 된 지 오래다. 방학이 더 나쁜 것은 학생에게 희망 고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 학생의 방학 현실을 모르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서 보내는 것이 이 나라 방학이다.

그럼 그 시간을 정규 수업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교육계의 녹색 발자국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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