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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지저귐과 날갯짓

등록일 2021-07-19 18:35 게재일 2021-07-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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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소리에 깨어나고 눈을 뜨는 아침이 싱그럽다. 도심 속이지만 뒤뜰로 이어지는 작은 언덕과 간간이 차들이 오가는 도로 건너 야트막한 산에는 다양한 수목 속에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아침, 낮과 저녁을 지나 밤이 깊을 때까지 우거(寓居) 주변에는 온갖 새소리가 끊이질 않고 수시로 포르릉 대며 날아가는 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욱이 주택가와 인접한 아파트 너머 솔숲에 집단서식하고 있는 왜가리떼의 유유한 날갯짓이 눈길만 돌려도 보이고, 끼루룩대거나 색색거리는 소리가 지척의 남창까지 들려오기도 한다.

거의 매일 새들의 지저귐 속에 하루를 시작하고 밤새 울음을 자장가(?)로 여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짹짹거리거나 깎깍대고 삐르륵하는가 하면 쉬쭉쉬쭉 대다가 새콩새콩하고 보옥보옥하는 등의 경쾌함과 정겨움, 호젓함을 더하는 새 울음소리가 조류 수만큼이나 많고 가지각색이다. 마치 대륙별 인종이 수두룩 하고 언어가 다양하듯이. 뒤섞여 울릴지라도 결코 요란하지 않는 새들의 우짖는 소리는 그들만의 소통 수단이고 말인 셈이다.

“언제부턴가/자명종 같은 새소리가 두드리면/깃 터는 아침이/선물처럼 다가와/샘솟는/환희의 빛살/온누리에 뿌리네//터질 듯한 음조로/하루를 탄주(彈奏)하느니 /초목의 푸르싱싱/새들의 무정설법(無情說法)/오롯이/추임새 삼는/꿈을 향한 날갯짓” -拙시조 ‘새소리로 여는 아침’

최근 들어 새소리를 가까이서 새벽에 잠이 깰 정도로 들을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결코 알아들을 순 없겠지만, 새나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무리들만이 통하는 미묘한 울림과 특유한 몸동작으로 신호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뒤뜰 화단의 돌확에 고인 물이나 소나무 아래 간수(澗水)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을 어떻게 알고 몇 종의 새들이 수년째 찾아와 재잘거리며 물을 받아먹거나 몸을 담그기도 하는 걸 간혹 지켜보면서, 짧고 단순한 새들의 지저귐 같아도 새들만의 대화이고 많은 알림을 전해주는 울림으로 여겨지게 됐다.

몇 달 전엔가 우연히 TV에서 유럽 알프스의 어느 산골마을에 할머니 둘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100~200m 이상 떨어진 안보이는 곳에서도 특유의 방식으로 의사소통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분명 말로 외치는 것이 아닌, 무슨 새소리나 휘파람 같은 고함을 서로가 알아듣고서 나뭇가지를 이거나 지고 내려오는 모습에서 어쩌면 ‘새들의 소통’도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뒷마당에 삼삼오오 놀러 와서 모이를 쪼아대거나 목을 축이며 주고받는 재잘거림이 새들의 정겨운 대화로 들리는 듯했다. 이른바 무정설법이란, 흐르는 물과 나는 새, 풀, 나무같은 금수초목(禽獸草木)도 모두 법을 설하며 은혜로 우리를 살리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새들이 아침을 열어주고 정답게 지저귀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과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새의 노래, 매미의 열창, 퍼붓는 소나기는 단순한 듯 강렬하다. 참 위대함은 단순함이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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